양양의 진전사는 도의국사라는 분이 창건한 신라시대의 사찰로 조선시대에 명맥이 끊어졌다가 근래 복원되었고 아직도 복원 중이다. <삼국유사>를 쓴 일연스님이 이 절과 인연이 있었던 듯, 이곳에서 출가했다는 설도 있고, 이 절에서 득도했다는 설도 있다. 전망 좋고 볕바른 고적한 곳에서 선현들을 떠올리며 한가롭게 걷기에 딱 좋은 절이다.




도열한 주춧돌이 이곳이 한때 사찰이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마당 한 구석에 자리잡은 도견당(길을 보는 곳)? 도현당(길이 나타나는 곳)? 

*견(見): 볼 견, 나타날 현

개는 집을 지키는 게 일이니 도견당이 맞을 듯하다.



'행복'이라는 댕댕이가 살았다고 하는데 지금은 주인이 없다. 주인 없는 집은 사람집이나 개집이나 쓸쓸하다. 절집에 어울리는 개집이지 싶다.




처마에 달린 풍경. 손으로 흔들어보니 소리 또한 낭랑하다. 



화사한 봄볕에 나른하고 적막한 개집에서 묘한 상실감에 젖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요즘 매일 보는 나물을, 오늘 맘 먹고 사진에 담았다. 





두고두고 쑥개떡을 해먹기 위해서 거의 매일 일정량 쑥을 뜯고 있다. 쑥 채취는 봄 한철에 하지만, 잘 하면 가을에도 가능하긴 하다. 가장 흔한 풀 같지만 막상 채취하려고 보면 쉽지 않다. 아무데서나 자란다고 해서 아무거나 뜯을 수는 없다.





머위. 심지도 않았는데 땅 한 구석에서 잘 자라준다. 덕분에 봄엔 나물로, 가을엔 머위대를 즐길 수 있다. 막 올라온 머위순을 된장에 무쳐 먹으면 사라진 입맛이 돌아온다. 뿌리는 약으로 쓴다는데 뿌리는 못 뽑겠다. 약은 그냥 약국에서 해결하는 게 낫다.





뭐니뭐니해도 봄나물의 여왕는 엄나무순이 아닐까. 엄나무순은 일년 내내 먹어도 질리지 않으리라.





봄엔 두릅이 최고인줄 알았는데 엄나무순을 먹어보곤 두릅에 대한 애정이 식어버렸다. 미안해.





울릉도 출신이라고 한다. 맛은 가죽나물의 식감에서 특유의 향을 제거한 맛? 부침개도 해먹었는데 그냥 들기름 넣고 무치는 게 맛있다.





장아찌로 유명한 명이나물, 쌈으로 먹으면 마늘 냄새가 난다. 



 



삼잎국화. 쌈 채소로 적격인데 나물로도 먹는다고 한다. 국화라는 이름에 걸맞게 가을엔 노란 꽃이 핀다. 작년 가을에 우리 아파트 화단에서 이 꽃을 보았다. 아는만큼 보인다. 



 


당귀. 고기 먹을 때 상추 대신 쌈으로 먹으면 좋다. 포만감도 있다.





다래순. 나물로 먹으면 뭔가 고급 나물을 먹는 기분이 든다.





돌나물. 다른 나물에 밀려 온몸을 온전히 보존한다. 인기가 없어서 행복한 나물.





금낭화. 이 귀한 식물을 나물로 먹는다고 한다. 맛이 궁금한데 저 예쁜 꽃을 보고 먹는 상상을 하다니...





돌단풍. 양양 오일장에서 돌단풍 나물을 파는 것을 보고 맛이 궁금했다. 그렇다고 몇줄기 솟아난

것을 달랑 먹어치울 수야 없지.





앞 집 이장님네 잔대. 이름도 낯설고 맛도 궁금. 언젠가 얻어 먹을 날이 오겠거니.



이밖에 참취, 얼레지, 우산나물, 병풍취 등이 있는데 아직 철이 이르다. 아니 얼레지는 나왔는지 모르겠다. 자나깨나 산불조심!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hnine 2023-04-12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레지는 지난번 화암사 가는 길에 잔뜩 핀걸 보았어요. 그러니까 3월 말이겠네요.

nama 2023-04-12 10:32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지역마다 개화시기에 차이도 있겠고, 여기는 가까운 주변에서는 눈에 잘 띄지 않네요.
 


내 발로 걸은만큼만

세상은 내 것이 된다.


남의 말을 듣는 것보다

내 말을 해야 내 것이 된다.


남의 글을 읽는 것보다

내 글을 써야 내 것이 된다.


필사 따위

서평 나부라기 따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생활 속의 보왕삼매론
김현준 지음 / 효림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세상살이에 고난 없기를 바라지 말라./친구를 사귀되 내가 이롭기를 바라지 말라.........마음이 어두울 때 찾게 되는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작가와 작가가 아닌 사람의 차이점을 단순하게 찾는다면? 작가는 자신의 얘기를 글로 쓰고, 작가가 아닌 사람은 마음 속으로 되뇐다는 것. 아니 에르노의 두 책을 읽고 든 생각이다.


















이 책은 에르노가 아버지에 대해서 쓴 책.

















이 책은 에르노가 엄마에 대해서 쓴 책.


두 책 모두 형식이 비슷하다. 아버지의 죽음 혹은 엄마의 죽음을 기점으로 과거를 회상하며 아버지에 대해서, 엄마에 대해서 잔잔하게 서술하고 있다. 읽다보면 나도 쓸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저절로 들기도 한다. 왜 안 그러겠는가. 누구에게나 아버지와 엄마는 존재하니까. 부모와 자식 사이란 세상살이를 하면서 마음 속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면서 평생 그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관계가 아니던가.





두 책 모두 심혈을 기울여 구입한 책은 아니다. <남자의 자리>는 떨이로 파는 책더미에서 작가 이름과 출판사를 보고 구입하고, <한 여자>는 양양의 유일한 서점인 대아서점에 들렀다가 빈 손으로 나올 수 없어서 고른 책이다. 평일 오후의 시골 책방. 서점 내에 풍기는 냄새로 보아 주인장은 안채에서 점심을 드시는 중인 것 같았고 대신 목청 좋은 댕댕이가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컹컹컹. 서점을 개가 지킨다고? 주인 잘 만나서 너도 머잖아 당구풍월하겠구나. 서가 작은 코너에 아니 에르노의 책들이 여러 권 꽂혀 있었는데 <한 여자>도 그곳에 있었다. 반가움.



나도 아버지에 대해서, 엄마에 대해서 머릿속으로 쓴 문장들이 얼마나 많은가. 머릿속으로는 작가인 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