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로 간 과학자 - 태양과 화산, 유적이 있는 이탈리아, 그 자연과 문화를 찾아 떠난 여행!
안운선 지음 / 럭스미디어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에 대한 정보 하나 없이 이 책을 읽었다. 애초에 이 책을 구입하게 된 건, 다른 책을 중고샵에서 고르다가 그 책 한 권만 달랑 사기도 뭐해서 이것저것 살펴보다가 대충 이탈리아 기행문 같아서 더불어 구매하게 되었다. 계란 사러 수퍼마켓에 갔다가 어디 계란만 달랑 사가지고 오게 되는가.  

제목도 마음에 안 들었고 저자도 생소했다. 더구나 저자는 1930년생으로 솔직히 선입견부터 앞섰다. 고리타분하거나 계몽주의적 성향은 아닐까, 몇 쪽 읽고 구석에 처박아 두게 되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우려 못잖게 호기심도 생겼다. 우리 엄마도 1930년생이신데 '잘 배운 양반'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하는 궁금증도 있었다.  

책 날개에 저자의 나이를 밝히지 않았다면, 아마도 저자의 나이를 짐작하기가 어려웠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서 혹은 부인과 당당하게 여행하는 모습이 여느 젊은이 못지 않다. 어떤 사람은 해외 여행을 해마다 다녀도 배낭 여행은 엄두도 못내는 게 내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모습이기 때문에 이 저자의 당당한 발걸음이 예사롭지 않게 보였다. 

그러나 전직 교수인 이 분은 당연 혜택 받은 사람이다. 우리네 부모 중에 이렇게 남의 땅을 마음대로 다닐 수 있는 분이 몇이나 될까? 여행은 한다손 치더라도 이렇게 글을 남길 수 있는 분이 몇이나 있을까?  

하지만 부모 세대에게서 감지할 수 있는 공통점은 있었다. 성실성이다. 과학자의 본분을 지키고자 책 사이사이에 과학적인 상식을 삽입하였다. 책 제목 값을 하기 위해서라고 하면 어른에 대한 예의가 아니겠지만 사실 내 솔직한 생각이다. 이 기행문을 읽는데 별 도움도 안되고 흐름이 끊기기도 한다. 옥에 티라면 티다.  

한편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은연 이런 생각을 품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도 이렇게 멋지게 늙어가야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음은 오늘 한겨레 신문에 실린 기사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426422.html 

오는 7월 13,14일 양일에 걸쳐 치러지는 소위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를 준비하는 일선 학교의 모습이다. 

이 시험을 대비한 일종의 모의고사가 5월에도 있었다. 이름하여 '2010년 중학교 양질의 평가문항 개발자료'라는 묘한 이름의 시험이었다. 내가 가르치는 과목은 70점 만점에 평균이 30점을 넘지 못했다. 시험이 끝난  어느날 교감이 인터폰을 했다. 70점 만점에 10점대인 학생이 백 몇명이라며 잘 좀 가르쳐달란다. 학년 전체가 480여 명이 되니까 1/4 정도가 되는 셈이다. 황당하고 화가 났지만, 그래도 나이 든 선생에 대한 최대한의 예의를 차린 어투라는 것을 알고는 그냥 알았다고만 대답했다.  

시험이 끝나면 곧바로 자체 학교 평가에 들어간다. 옆 학교들을 탐문하여 우열을 가리며 일희일비하며 국영수사과 선생들을 볶아치기 시작한다. 평수가 넓은 아파트 동네에 위치한 학교들의 점수가 상위권을 차지하고 우리 같이 임대아파트 지역의 학교들은 점수가 떨어진다. 새로울 것도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모의고사의 수준은 한마디로 내가 가르치는 교과서 수준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능력을 요구한다. 이건 중3짜리가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적어도 1년 이상의 선행학습을 요구하는 수준으로 고등학생이 치러야 할 법한 문제들이다. 물론 전교 등수를 다투는 아이들은 도전해볼 만하다. 상위 1%를 위한 시험이랄까.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열패감만을 안겨주는 이런 시험을 치르게 하는 이유는 뭘까? 학습부진 학생을 가려내기 위해서? 학생들의 질좋은 실력 향상을 위해서? 좀 솔직히 말하면, 선생과 학생을 길들이기 위해서?

따질 틈도 없이 다시 7월에 치러질 시험을 위해 비상 체제에 들어간다. 6월 들어서자 교과서를 전폐하고 기출문제 풀이에 들어간다. 왜 이런 공부를 해야 하느냐, 는 아이들에게 해줄 말도 준비되어있다. '어차피 이 과목은 교과서 공부가 별 의미가 없다는 거 너희도 알지 않느냐. 그리고 몇 개월 후에 너희가 고등학생이 되면 다 알게 될거다. 중학교 때 어느 정도 수준 있는 걸 공부해놔야 고등학교 가서 덜 헤매게 된다. 그러니 미리 맛보기쯤으로 생각해라.'라고. 궁색한 변명이다. 

학교에서 지각생을 바로 잡는다고 반별로 지각생 명단을 만들고 벌점을 부과하는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시행하면 - 심지어는 지각생의 많고 적음을 교사 성과급에 반영한다는 웃기는 말까지 나왔다- 그 폐해는 고스란히 교사와 학생에게 미치기 마련이다. 

매사 이런 식이다. 토끼 몰이에 길들여진 교사들은 어느 새 자신도 모르게 아이들 토끼 몰이에 나선다.

나는 초등학교때부터 학교를 불신했다. 그런 내가 교사가 되어 나를 가르친 선생들과 별로 다르지도 않은 그저그런 선생으로 살아가고 있다. 지난번, 가수 웅산의 콘서트에 갔을 때, 그녀는 무대에 선 지 10년 되었다고 했다. 그 10년의 세월이 그녀의 노래에 담겨 있었다. 한가지 일에 10년을 바치면 쌓이는 게 있기 마련인데....교사는 그렇지 않다는 생각에 참 쓸쓸해진다. 10년, 20년 지나면 뭐하나. 남는 거? 별로 없다. 험악해진 인상과 걸죽해진 목소리 뿐이다. 실력은 갈수록 바닥을 드러낸다. 교사는 소모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 - 약이 되는 잡초음식 농부가 세상을 바꾼다 귀농총서 25
변현단 지음, 안경자 그림 / 들녘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난생 처음 무엇인가를 해본다는 건 가슴 떨리는 일이다. 

들길을 걷다보면, 멋대가리 없이 키가 훌쩍 크고 잎사귀가 넓적한 한마디로 별로 예쁘지 않은 풀이 있다. 생명력은 또 얼마나 왕성한지 이 구석 저 구석 없는 데가 없다. 여러모로 보아 가히 잡초의 제왕쯤 되는 품위(?)가 돋보이는 풀이 있다. 드디어 그 이름을 알아냈다. 소리쟁이다. 거칠것 없는 이 풀의 모양새로 보아 외래종쯤으로 여겼었다. 

그런데 이 책을 뒤적거리다가 이 소리쟁이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먹는다는 것은 이미 들어서 대강 알고 있었지만 이 책에는 먹는 방법까지 나와 있었다. 며칠 벼르다가 동료 선생의 부추김에 힘을 얻어 드디어 오늘 저녁 밥상에 올렸다. 음,..아직은 실험 단계라서 우선 나 혼자만 먹었다. 

입맛 만큼 보수적인 게 없다는 데, 아무래도 이 시큼한 맛과 친해지려면 몇 번은 더 먹어야되겠다. 홍어회의 참 맛을 두번째에 깨달았으니까 이 소리쟁이 맛을 알려면 적어도 두번은 먹어야겠지.아직 낯이 설긴하지만 시금치국이나 근대국보다 훨씬 부드럽긴하다. 

왕성하고 거칠것 없는 온갖 잡초들을 볼 때마다 좀 안타까운 생각이 들곤 했다. 씨를 뿌리지 않아도 저절로 생겨나는 저런 놈들을 먹을 수만 있다면 여러모로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이었는데 세상엔 참 훌륭한 사람들이 많다. 재밌고 희망적이다. 세상엔 늘 앞서가는 사람들이 있음을 새삼 확인한다.

여기서 그치랴. 소리쟁이를 뜯어오는 길에 박주가리라는 놈도 한 잎 뜯어와서는 책과 대조해본다. 틀림없는 박주가리이긴한데 요놈은 또 어떻게 먹나? 아무리봐도 먹음직스럽지 않은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보 만들기 - 왜 우리는 교육을 받을수록 멍청해지는가
존 테일러 개토 지음, 김기협 옮김 / 민들레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168022.html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50128.html 

2006년에 이 기사를 읽고 곧바로 이 책을 구입했었다. 그런데 읽지는 않았다. 읽어보려고 몇 번인가 손에 들어는 봤었다. 소위 '교육'과 관련된 책은 도무지 구미가 당기지도 않거니와 모두 쓰잘데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감히 이런 생각으로 선생을 하다니... 

이 책을 읽어야지, 하고 늘 벼르고 있던 참이었는데... 엇그제 콘서트 건으로 마음이 많이 상해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2개월간 준비 끝에 학급 학생들을 겨우 콘서트에 데려가게 되었는데 학교 맞춤장학 날짜와 겹치는 바람에 온갖 비난과 방해 공작(?)으로 시달려야만 했다. 이 일과 직접적인 관련조차 없는 사람들마저 뒷담화에 가담하여 비난을 퍼부었다는 말에 새삼 학교 사회를 되돌아 보게 되었다.   

나름 진보적이라고 여겼던 동료의 한마디도 나를 아프게 했다. '자기 교과에 관련된 체험 학습도 아닌데 학교 일정을 무시한 채 진행하는 건 옳지 않다'고 했다. 나는 교사의 전문성이라는 말에 늘 회의를 갖고 있다. 나는 내가 가르치는 교과에 자신있고 당당하지 못하여 감히 전문성을 논하지 못한다. 이건 다른 교과를 가르치는 교사를 바라보는 관점이기도 하다. 어렵다. 콘서트에 한번 데려가는데 이런 많은 논의가 정말 필요한 일인가?  

이런 우울한 기분에 젖어있는 나에게, 이 책은 곳곳에서 나를 위로해주는 말이 산재해 있었다. 너무나 지당한 말씀들이다.  

(54쪽) ..교사든 교장이든, 교직원들이 모두 길드 제도 같은 곳에 몸담고 있으니까 그럴 수밖에요. 길드 같은 옛날 조합에선 미리 길드의 동의를 얻지 않고서는 어떤 조합원도 남보다 튀는 행동을 하거나, 새로운 기술을 알리고 받아들일 수 없었죠. 이 원칙을 어겼을 때는 모진 처벌을 받았습니다. 

(63) 거의 30년 세월을 학교에서 보내고 나서...제가 확신하는 것은 관리인들이 학교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겁니다. 이 사람들은 중요한 변화는 모두 가차없이 막아버리죠. '소유자'로서 문제를 개선해야 할 동기도 없고, 바깥과 경쟁해야 할 필요도 없으니까요.  

(100쪽)..조직은 전인격적 인간을 필요로 하기보다 인간을 분해한 조각들을 필요로 합니다. 조직 안에서 기능하는 사람들은 조직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부분을 억누르도록 요구받습니다. 아주 부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사람들은 어느 정도 길들여질 수는 있습니다. 그에 대한 보상으로 조직은 제한된 범위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능률적으로 충족시켜줍니다. 이것은 사실 악마의 거래와도 같은 것입니다. 장래의 특정한 이익을 위한 대가로 현재의 전인격성을 내놓는 것이니까요. 이런 거래관계를 많이 가질수록 그 사람의 인격은 여러 개의 전문화된 조각들로 쪼개지게 됩니다. 그 어느 조각도 진정한 인간성을 담을 수 없게 되고.... 

따분한 냄새가 나지만 그래도 한 때는 '전인교육'이라는 말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 단어는 죽은 단어나 다름없다. 아무도 감히 이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는다. 예를 들어, 내년부터 실시되는 외고 입시에 응시하려면 학교에서 보는 정기고사의 영어시험에서 하나라도 틀리면 안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인데 감히 이런 분위기에서 전인교육을 거론하는 것은 말 그대로 시대착오적인 발언일 수 밖에 없다.   

한마디로 이 책은 가슴을 벅차게 한다. 내가 가슴 속에 담아두었던 온갖 말들을 시원하게 대변해주는 느낌이다. 답답하기만 했던 시야를 저만큼 멀리 내다보게 해준다. 새롭다고 할 수 없는 새로운 고민을 떠안은 느낌마저 시원하다. 

다음은 노벨상을 받은 멕시코의 옥타비오 파스가 교육제도에 대해 했다는 이야기란다. 

(152)북아메리카의 제도에서 모든 남녀는 어릴 적부터 혹독한 과정 속에 던져진다. 짤막한 공식으로 표현되는 몇 가지 원칙이 신문, 라디오, 텔레비전, 교회, 그리고 특히 학교를 통해 끝없이 되풀이된다. 이런 제도에 묶인 인간의 모습은 너무 작은 화분에 심어진 식물과 같다. 성장할 길도 없고 성숙할 길도 없다. 이런 종류의 음모는 각 개인의 난폭한 반란을 불러오지 않을 수 없다. 

'강제적 제도교육의 황무지를 침식시키는 물방울이 되십시오.'라고 주문하는 저자의 조언을 깊이 생각할 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언제부턴가 책을 구입할 때 나름대로의 원칙 같은 게 하나 생겼습니다.
<Thanks to>를 클릭하여 얼마간의 적립감을 쌓잖습니까?  그럴 때 <구매자>라고 표시된 서평에 더 신뢰감이 가게 되더군요. 특히 서평단의 글은 일단 배제하고 보는 거지요. 칭찬 일색의 글은 신뢰감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공짜로 받는 책 한 권에 대한 보답성 글이 너무나 많다고 생각됩니다...이런 글 남겨서 득 될일은 별로 없겠지만 뭐 상관없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