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책을 보내며 300백 원을 내면 선택할 수 있는 '선물 메시지 전달'을 하고자 했으나 계속 오류가 나서 끝내 메시지를 쓰지 못했다. 400자 미만으로 쓰게 되어 있는 선물 카드를 혼자 키득거리며 두 번이나 애써 채웠는데 애석하게도 보내지 못했다. 순간 화가 나서 선물 메시지를 건너뛰고 결제하니 이렇게 순조로울 수가....이건 내 탓이 아니다. 그래서, 세 번째로 시도한다. 쓸 때마다 조금씩 표현이 달라진다. 맨 처음이 제일 신선했는데 쓸때마다 뭔가 느끼함이 가미되는 느낌?

 

 

친구에게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고 오래된 친구가 참으로 아름다워 책을 보낸다. 틈틈이 배낭을 싸고, 그러다가 여행에 지치면 어느 경치 좋은 동네에 눌러앉아, 현지인처럼 비닐봉다리 흔들며 슬리퍼 찍찍 끌며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한동안 살아보는 것도 좋겠다. 이런 방자한 세월을 함께 보내야 하니, 친구야 부디 건강해라. 건강유지는 오래된 친구로서의 엄중한 사명이다. ㅋㅋㅋ

 

 

책은, 승효상과 김남희의 책을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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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가 시작되기 직전이면, 으레 찾아오는 몸살을 이길 겸(92쪽)' 이 책을 집어들었다.

 

작년 봄, 도서관 담당을 하게되자 야심차게 천여 권의 책을 폐기했는데 이 책도 폐기목록에 들어 있었다. 그런데 차마 버리기가 아까워 집으로 들고왔었다.

 

주로 1990년대에 쓴 에세이라서 그런지 좀 낡은 감이 없지 않다. 소박하다고나 할까.

 

다음은 설렁설렁 책장을 넘기다가 발견한 구절이다.  

 

   둑에는 큰 나무를 심지 않는다. 언젠가 뿌리가 썩고, 그 썩은 뿌리는 홍수 때 수압에 못 이긴 물을 통과시켜 둑을 붕괴시키는 관이 되는 것이다. 반대로 큰 인간을 중심이 아닌 경계에서 자라게 하고 썩혀야, 그의 뿌리가 썩어 변혁의 물을 통과시키는 관이 되는 것이다.

   이해를 잘 하려 들지 않는 판에다 큰 시인을 놓아두고 썩히면, 그의 뿌리가 썩어 정신적인 새 지도, 즉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것이다. 이즈음은 너무 빨리 세상에 알려져 썩을 기회를 채 갖지 못하고 베어져 화목이 되는 시인들을 여럿 본다. 어디 시인들뿐이랴. 소설가나 평론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되도록 남들이 심지 않으려는 데에다가 심길 것.

 

구석을 사랑하리.

 

 

얼마 전에 고통스러운 일이 있어 며칠 동안 밤에 잠을 이루기 힘든 적이 있었다. 형편상 여행을 나설 틈을 낼 수가 없었기 때문에 더더욱 괴로웠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내가 그 동안 여행한 절들을 마음으로 찾아다닌 것이다......마음 속 절 방문으로 며칠 동안의 심한 고통을 줄일 수 있었다....우선 마음을 가장 편안하게 해주는 절은 조계산 동편에 있는 선암사이다. 경내가 온통 정원으로 되어 있고, 편히 누워서 쉬고 있는 노송도 하나 있다. 특히 매화가 필 무렵이면 이 세상 같지 않아, 나는 지난 몇 년간 계속 1박 2일로 다녀오곤 해왔다. 매화의 절정기는 사나흘밖에 안 되기 때문에 대개 하루 이틀 먼저 가거나 늦게 갈 확률이 많지만, 그러면 또 어떤가? 매화 없이도 선암사는 충분히 아름답고, 또 절정기를 못 만나야 다음 해에 다시 달려갈 이유가 서지 않겠는가?

 

 

 

그래서 지난 달에 다녀왔던 선암사의 매화 사진을 음미해본다. 시인은 마음으로 절을 찾아다니며 '마음 속 절 방문으로 심한 고통을 줄인다'고 하는데 나는 그나마 사진으로라도 2월의 심란함을 잠시 잊어보고 싶다.

 

 

 

새 학교, 새 학기가 기다리고 있다. 이때가 되면 떠오르는 농담 하나.

 

아들: 어머니, 내일이 개학인데, 학교 가기 싫어요.

노모: 얘야, 왜 그러니? 넌 교장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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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21 22: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21 2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최인호의 마지막 소설. 경허 스님과 그의 제자인 수월, 혜월, 만공의 소설 같은 일대기. `깨달은 자`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마음을 깨운다.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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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끝에 있는 <장미의 이름>은 1992년에 출간된 책인데 '하'권이 행방불명되었다는 사실을 오늘에서야 알았다.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다. 분명 읽긴 했다. 왼쪽의 카뮈 책은 선물받은 것으로 1995년 출간된 책인데, 미안하지만 아직 안 읽었다. 이 외에도 딸내미가 애독한 베르베르의 <신>을 비롯한 10여 권 가량의 책이 더 있었는데 지금은 내 수중에 없다. 작년에 학급문고로 기증했다. '열린책들'이니 갇혀 있는 것보다 열려있는 게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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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가을에 이 책을 읽겠다고 빌렸으나 두어 장 정도 읽고 말았다. 몸도 마음도 고단하다보니 고요하게 읽어야 할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기다리던 일들이 매듭 지어지자 다시 이 책을 빌려 읽기 시작했는데 지난 번에 읽다가만 처음 두어 장을 다시 펴보고 싶지 않았다. 소제목을 보고 우선 흥미가 당기는 부분부터 읽기 시작했다.

 

몽골 이야기부터 읽어나갔는데 꼭지마다 잔잔한 감동과 아련한 아픔 혹은 기쁨같은 게 밀려들었다. 점점 몰입되어 한 꼭지씩 읽게되는데 한 권을 다 읽어나가는 기쁨보다 얼마 남지 않은 슬픔이 깊어질 무렵 드디어 완독하게 된다. 진한 아쉬움과 함께.

 

이 책에서 언급된 책들을 일단 정리해본다.

오늘은 시간이 널널하니 책 속에 인용한 시도 적어본다.

 

 

 

 

 

 

 

 

 

 

 

 

 

 

 

무중력을 향하여

                                             황 동 규

 

'이제 나는 내가 아니야!' 병원 침대에 누웠다가

세상 뒤로 아주 몸을 감추기 전 친구의 말,

가면처럼 뜬 누런 얼굴,

더 이상 말을 아꼈다.

창틀에 놓인 화병의 빨간 가을 열매들이 눈 반짝이며

'그럼 누구시죠?'

 

입원실을 나와 마른 분수대를 돌며 생각에 잠긴다.

조만간 나도 내가 아닌 그 무엇이 되겠지.

그 순간, 내가 뭐지? 묻는 조바심 같은 것 홀연 사라지고

막혔던 속 뚫린 바보처럼 마냥 싱긋대지 않을까.

뇌 속에 번뜩이는 저 빛,

생각의 접점마다 전광 혀로 침칠하던 빛 문득 사라지고,

생각들이 놓여나 무중력으로 둥둥 떠다니지 않을까. 

내가 그만 내가 아닌 자리.

매에 가로채인 토끼가 소리 없이 세상과 결별하는 풀밭처럼

아니면 모르는 새 말라버린 춘란 비워낸 화분처럼

마냥 허허로울까?

아니면 한동안 같이 살던 짐승 막 뜬 자리처럼

얼마 동안 가까운 이들의 마음에

무중력 냄새로 떠돌게 될까?

 

부모의 죽음 앞에서 얄밉게 떠오르는 생각, 내가 다음이구나. '내가 죽고 없는 세계'가 결코 멀지 않다는 것을 깨닫기에 부모의 죽음이 더욱 서러울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적으로 불교적 사고가 자연과학을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됐어요. 불교를 공부하면서 추상적 사고를 훈련했어요. 가장 추상적 학문이 입자 물리학인데 물리의 세계, 극미의 세계, 양자역학의 세계에 들어갈 수 있었어요. 유식사상도 브레인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되었죠."

 

'재가 불자 자연과학자 박문호'를 알게 된 것도 큰 소득이다.

 

 

 

 

 

 

 

 

 

 

 

 

 

 

 

화공스님의 책. 이 책을 과연 읽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화공스님만큼은 기억하고 싶다. 화공 스님에 대한 간략하고도 인상적인 글을 읽다보면 강석경이라는 소설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장석주의 시에도 오십의 적막함과 기도가 수정 같은 필치로 그려져 있다.'는 시집이다. 인용된 시를 읽다보면 이 시집도 조만간 읽고 싶어진다.

 

 

 

 

 

 

 

 

 

 

 

 

 

 

 

"나의 십자가인 원고지 위에 못 박고 스러지게 하소서"라고 기도했던 가톨릭 신자였지만 그는 경허선사의 세 상좌 이야기 <할>을 마지막으로 펴내고 68세에 이승을 떠났다.

 

최인호의 이 소설도 조만간 읽고싶다.

 

 

여러 권의 책을 인용하고 있지만 이 책은 어디까지나 스님들에 대한 책이다. 꼭지마다 소개하고 있는 여러 스님들 얘기를 읽다보면 강석경이라는 작가도 어느 정도 스님의 대열에 오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272쪽의 책을 185쪽부터 읽어서 내가 마지막으로 읽게 된 쪽은 182쪽이 되는데(중간에 간지가 있음) 바로 이 부분에 작가의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 내게는 이 책의 결론이자 작가의 속 깊은 발원으로 읽힌다.

 

   오늘이 금요일이니 깨죽을 먹는 날이다. 깨죽을 먹고 싶다. 시중에서 먹고 싶다는 말이 아니다. 대방의 삼엄한 고요 속에서 경건하게 의식을 치르고 지상의 양식을 금처럼 발우에 받아 들고 싶다.

   한 학인 스님은 경책을 내리는 스님도, 받는 스님도 다 합장한다는 말을 들려주면서 "그만한 복을 짓지 않으면 누릴 수 없다."고 했다. 하물며 법공양이야. 앞으로 남은 날이라도 부지런히 복을 지어 다음 생에는 가사 장삼 수垂하고 해인사 대방에서 깨죽 받기를 발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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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02-15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ma님 ,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