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에 갈 때 당신이 가져가야 할 것
윤승철 지음 / 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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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한 문청 냄새가 장점이자 단점. 남의 일기를 읽는 듯한 느낌. 머잖아 사라져버릴 것들을 한껏 풀어놓은 마음의 잔칫상을 받은 기분. 후지와라 신야의 젊은 방랑기를 접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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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호가 좀 멋들어져 보이고 뭔가 있어 보인다. 제호는 마음에 안 들지만 뭔가는 분명 있어서 끝까지 읽었다. 이 책에 소개된 사람들은 이렇다.

 

박수용(자연다큐멘터리 감독)

변영주(영화 감독)

윤태호(만화가)

김산하(야생영장류학자)

조성주(청년운동가)

엄기호(사회학자)

홍기빈(정치경제학자)

정병호(천문인마을 천문대장)

 

공통점이라면 모두가 자기가 가야 할 길을 깨닫고 자기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자기 길을 제대로 찾았다는 점에서 이들은 모두 천재임에 틀림없다. 이 사람들 모두가 매우 아름답고 매력적이다. 누군가에게, 자기 길을 찾은 사람들에게, 길을 묻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면 조금은 실마리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그중 엄태호의 말을 옮긴다.

-체험과 경험

체험은 남과 나눌 것이 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입니다. 경험이란 사른 사람과 소통이 가능하게 이야기로 전환된 체험입니다. 이야기로 전환된 체험인 경험에는 이야기를 전수해주고 전수받는 타자가 있어야 합니다. 경험은 세계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이지 세계와 무관한 사건이 아닙니다. 너와 내가 없으면 전수를 원하는 사람도 전수를 갈구하는 사람도 없기 때문에 경험은 전적으로 관계의 문제입니다.

경험이 죽고 난 뒤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건 소비입니다. 체험이 경험이 되지 못하고 소비가 되어버리는 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여행입니다....제 눈으로 사물을 감상하고 제 입으로 말하는 법을 잃어버린 자리에는 소비만 남습니다.

 

-고백과 증언

고백이 사람을 폭로하는 것이라면, 증언은 사람을 옹호하고 사회를 폭로합니다. 우리 사회는 사람을 폭로하고 사회를 옹호합니다. 한 사회의 인문학적 수준은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얼마나 개인의 문제로 돌리느냐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자신에 대해 말을 할 때 내면의 고백으로 끌고 갈 것이 아니라 사회에 대한 증언을 해야 합니다. 즉 자신의 말을 사회적인 발언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자신의 발언으로 우리 사회 역시 문제를 개인에게 떠넘기길 멈추고 사람을 옹호하라고 촉구해야 합니다.

 

-기대와 희망

어떤 조건을 만족시키면 발생하게 되어있는 어떤 일, 그것이 기대입니다. 자격증을 몇 개나 딴다면 어디 정도는 취업해야 한다고 하는 그런 겁니다.

우리가 기대에 부응하려고 할수록 우린 너무나 바쁘고, 사회는 우리가 싫어하는 그 모습 그대로 쌩쌩 잘 돌아갑니다. 그런데 우린 기대와 희망을 착각합니다. 그러나 희망은 조건을 만족시킨다는 뜻이 아니라 불가능을 꿈꾸는 것입니다. 사회가 그어놓은 선에 의문을 제기하는 겁니다.

 

 

이 책의 저자 정혜윤의 다음 글도 좋다.

 

리더나 리더십이란 말도 오염되어있습니다. 리더는 좋은 대학을 나오고 고액 연봉을 받고 고급 차를 타는 사람이 아닙니다. 리더는 자기 자신에게나 타인에게나 새로운 길을 보여주는 사람입니다. 새로운 미래를 보여주는 사람입니다. 그와 함께 있으며 '새로운 세상이 존재하는구나. 그럿이 가능하겠구나.' 생각하게 하는 사람입니다. 그 사람이 나의 리더이고 스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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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시민교육 연수에 다녀왔다. 유익했는데, 그동안 막연하게 알고 있던 개념들을 좀 더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어서다.

 

지속가능발전의 핵심 개념은 이렇다.

▶ 요구(need)의 개념, 특히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필수적인 필요. 여기에 일차적인 우선권이 부여되어야 한다.- 세대 내 윤리

▶ 기술과 사회조직의 상태가 현재와 미래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환경의 능력에 미치는 한계(limit)의 개념 - 세대 간 윤리

 

'지속가능발전'은 막연히 미래세대를 위한 개념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이것보다 앞서는 것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동시대의 사람들을 위한 개념이라는 것이다. '모든 형태의 빈곤을 모든 지역에서 종식시킨다.'로 시작되는 지속가능발전목표 중에서 '모든 사람'으로 시작되는 항목을 열거하면,

 

모든 사람의 건강한 삶을 보장하고 복지를 증진시킨다.

모든 사람을 위한 식수와 위생시설 접근성 및 지속가능한 관리를 확립한다.

모든 사람을 위한 저렴하고 신뢰할 수 있으며 지속가능한 현대적인 에너지에의 접근을 확립한다.

 

요약하면 '더불어 잘 살기'쯤 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지구온난화에 대한 강의도 들었는데, 지금 당연하듯 누리고 있는 이 문명의 편리함이 조만간 종식되리라는 위기감이 들었고 이 위기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을 더 이상 미루어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이컵 사용 자제하기, 잔반 남기지 않기....연수를 들으면서도 이런 습관들이 쉽게 고쳐지지 않는 많은 연수생들을 바라보는 것도 좀 실망스러웠다. 물론 나도 종이컵 몇 개를 사용하긴 했다. 준비해간 컵도 있었건만. 인간이란 여간해서 행동이 변화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한 셈이다.

 

7월 말에 납부할 관리비, 그중 전기사용량은 그래도 마음에 든다.

전기요금을 말하면 사람들이 묻는다. 밥은 먹고 사느냐고. tv는 있냐고. 컴퓨터는?....

다만 정수기와 전기밥솥을 사용하지 않을 뿐이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인데, 커피포트가 전기를 많이 잡아먹는 물건이란다. 나도 사용하는데 아침에 딱 한 번만 30cc정도 물을 끓이는 용도로만 쓴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공동전기료가 만만찮다. 어떻게 사용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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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에서 딸내미 스마트폰으로 잡아봤다. 이번 기회에 낡은 2g폰을 스마트폰으로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아주 잠시 해봄.

 

집 밖으로 나와서 몸을 움직이게 하는 게임... 발상이 신선하다. 게임에 빠져 집구석에 박혀 있는 것보다 사방천지로 돌아다니는 게 훨씬 낫지. 교통사고 같은 사고만 일어나지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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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있었나? 처음엔 분명 길이 있어서 자동차로 진입했었다. 길이라고 해야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에 높낮이가 제멋대로인 자갈투성이였지만 그래도 그런 길이나마 있어 작은 오두막도 지을 수 있었다. 이 시원찮은 길을 몇 번 쯤(몇십 번이 아님.) 이용하고 그럭저럭 오두막도 정리가 될 무렵, 태풍이 불어닥쳐 계곡 옆에 간신히 붙어있던 진입로를 갉아먹어버렸다. 길이 날아가버린 것이다.

 

오두막에 닿으려면 원래의 길이 있던 오두막쪽으로 가던가, 개울 건너에 있는 길로 들어와서 개울을 건너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두 갈래 길이니 둘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되는 것처럼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오두막쪽으로 가려면 옆집을 통과해야 하는데 옆집분이 사유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높은 분이라 함부로 그 땅을 밟을 수가 없다. 처음엔 그래도 옆집분의 넓은 아량으로 옆집 앞마당에 차량을 대고 물건을 내릴 수 있었다. 물건이란, 며칠 분의 식량, 책장에 들여놓을 열댓 권의 책, 세면도구 등인데 많을 땐 남편이 지게로 실어나르곤 했다.

 

몇년 후, 인심이 바뀌었다. 옆집 앞마당에 차량을 대는 일은 이제 상상속의 일이 돼버렸다. 이제는 멀리 떨어진 공터에 차를 대고 물건을 들고 타바타박 걸어들어와야 했다. 길은 계곡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자갈제방길이라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넘어지기 일쑤였다. 캄캄한 밤중에 이 길을 걸으려면 길도 길이지만 칠흙같은 어둠에 지지 않으려고 심장이 부풀대로 부풀어올랐다. 혼자라면 무서웠겠지만 여럿이 걸으면 마음이 하나로 모여 서로를 아끼고 서로에게 고마워하는 애틋한 결속감도 생겼다.

 

몇년 후, 옆집의 주인이 바뀌었다. 얼굴도 보지 못한 이 새로운 주인은 아예 집을 철옹성으로 만들어버렸다. 도시에나 어울릴 듯한 철대문으로 진입로를 완선 페쇄해버렸다. 전에는 그래도 걸어서 옆집 앞마당을 가로질러갈 수 있었는데 이제는 들어갈 수조차 없다. 견고한 대문을 보는 순간 가슴이 턱 막혀버리고 맥이 풀린다.

 

방법이 그래도 하나는 남아 있다. 개울 맞은 편 길로 들어와서 개울을 건너면 된다. 돈을 좀 들이면 포크레인을 불러 개울에 커다란 바위를 굴려 임시 징검다리를 놓으면 된다. 그곳에 사는 지인분의 노력으로 겨우 징검다리를 놓아서 불편하고 아쉬우나마 개울을 건너 오두막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기까지가 지난 번 일이다.

 

지난 토요일. 여름 장마로 불어난 계곡의 수량때문에 애써 돈을 들여 놓은 징검다리가 이제는 쓸모없게 되어버렸다. 길이 없어진 것이다. 한여름이니 놀이삼아 개울을 건너면 될 것 아니냐, 고 말하고 싶겠지만 그렇지가 않다. 물에 닿으면 망가지는 카메라, 목숨과도 같은 딸아이 스마트폰이 있고, 망가진 데크를 손 볼 목재와 학교에서 빌린 무거운 절단기 등이 있었다. 지게를 지고 두세 번 개울을 건너는 남편이 듬직하면서도 안쓰러웠다. 남편 허벅지까지 닿는 빠른 물살의 개울물을 겨우 건너고나니 이제는 오두막에서 나올 일이 걱정이다.

 

이제는 퇴각이다. 밤에는 비까지 내려 개울물 소리가 우렁차 잠을 설쳤다. 수량도 불고 유속도 빨라졌을 텐데 저걸 어찌 건너가나. 속으로 빌었다. '비야 더 내려라.'라고. 차라리 고립되면 119에 도움을 요청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119를 부를 정도는 아니어서 조금 실망이었지만 그렇다고 개울물을 건널 엄두는 나지 않았다. 방법은 하나, 옆집을 통과해야 한다. 다시 대문 앞에 서니 개인주의에 화가 나고 서러움에 목이 멘다. 철올성 같은 철대문에 감시카메라까지 달려있고 저 위쪽 사방댐(하천에 흙이나 모래가 흘러내리지 못하도록 만든 댐)까지 넘을 수 없는 담이 빼곡히 둘러처져있다.

 

그때 길이 보였다. 두 갈래 길이었다. 하나는  대문옆 나무 울타리를 넘는 방법이고 하나는 철재대문밑 공간을 개처럼 드나드는 방법이었다. 나무 울타리라고 하니 낭만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으나 이건 개울옆 낭떠러지 위라서 자칫 실수하면 십여 미터 아래 개울로 곤두박질할 수도 있으니 몸이 둔하거나 심장 약한 사람은 쉽게 도전하지 못한다.

 

길은 두 갈래였으나 나에게는 선책의 여지가 없다. 개가 되는 길이다. 감시카메라가 있건 어쩌건 일단 대문밑에 누워 시도해보니 단박에 통과다. 드디어 집에 돌아올 수 있다. 머뭇거리던 딸아이, 나보다 겁이 많고 몸도 나보다 더 둔하니 역시 선택의 여지가 없다. 모처럼 입은 새하얀 원피스자락을 바닥에 깔며 기어나오는데 표정은 더없이 해맑다. 역시 내 딸이구나. 자존심 센 남편은 이 짓은 도저히 못하겠다며 나무 울타리쪽을 향한다. 먼저 각종 물건을 하나씩 건네받고 제일 무거운 절단기는 합동 작전으로 겨우 담을 넘긴다. 민첩한 남편이 나무 울타리를 넘는데...아차 발이 공중에 뜬다. 순간 내가 손에 들고 있던 쇠몽둥이 지팡이를 나무틈에 대주었더니 그걸 발판삼아 무사히 담을 넘어온다.

 

무사통과를 기뻐하며 자축이라도 해야할 성 싶은데 어젯밤 먹다 남은 독일산 밀맥주 6캔을 동네에 거주하는 지인에게 주었다. 우리의 탈출기를 듣던 지인이 그런다. 인터넷으로 군청에다 글을 좀 써보라고. 사유재산 보호차원에서 대문은 그렇다쳐도 사방댐까지 울타리를 치는 건 불법이니 그에 대한 것을 민원 넣으라는 얘기다. 울타리로 인해 유사시에 산을 드나들 수 없기 때문에 법에 저촉된다는 것이다. 또한 가을이 되어 송이버섯철이 되면 주민들이 불편해할 것은 분명할 일이다.

 

민원을 넣겠다고 말은 했으나...했으나...철대문집은 우리 이웃집이 아니던가. 남편이 말린다. 그러지 뭐.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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