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물 같은 책이 읽고 싶었다. 더위와 더위 걱정에 집중력은 떨어지고,, 뭔가 자꾸 심드렁해져서 예전에 도서관에서 빌려 보곤 휙 집어던졌던 이 책을 중고매장에서 구입하고야 말았다. 내 사랑하는 도서관은...이용하기가 너무나 불편하다.


익히 알고 있는 사노 요쿄의 이런 말들이 좋아서 옮긴다.


(240)"그렇다니까. 게다가 암은 정말로 좋은 병이야. 때가 되면 죽으니까. 훨씬 더 힘든 병도 얼마든지 있다고. 류머티즘 같은 건 점점 나빠지기만 할 뿐이고 계속 아픈데도 낫질 않잖아. 죽을 때까지 인공투석을 해야 하는 병도 있고, 뇌경색으로 쓰러져서 말을 못하게 된다거나 몸은 건강해도 치매에 걸리는 경우도 있지. 어째서 암만 가지고 '장렬한 싸움'이니 뭐니 하는 건지. 딱히 싸울 필요도 없잖아. 난 싸우는 사람 질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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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 1.

80년대쯤인가, 동네와 동네를 잇는 시내버스를 갈아타면서 1번 국도를 종주하면 재밌을 거라고 제안한 사람이 있었다. 개그맨 전유성이다. ...수원 - 병점 - 오산 - 송탄 - 서정리 - 평택 - 성환 - 천안.....이렇게 지역명을 나열했던 그의 목소리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이 양반은 어디까지 가봤을까, 내내 궁금하다. 그래서 그런가. 낯선 버스를 보면 종점까지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드디어 기회가 왔다. 이것저것 따져보지도 않고 덜컥 이사온 동네에 낯선 버스노선이 눈에 들어왔다. 찜통 더위에 하루종일 에어컨 틀고 앉아 있기가 미안한 어느 날, 000번 버스에 올랐다. 수많은 정류장 중에 <경기도자박물관>을 목적지로 정했다. 서쪽방향 생활권을 벗어나 평소에 갈 일이 없는 동쪽방향 지역으로 빠져나가니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고 전혀 낯선 길은 아니었다. 예전에 홍천을 드나들며 잠시 농사 흉내를 내던 시절에 뻔질나게 지나다니던 도로와 도로변 충전소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다가 난생 처음 가는 길로 접어들자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지형지물을 살폈다. 별 특이할 것도 없는 풍광이지만 처음 보는 풍경은 기분전환이 된다. 내겐 아무래도 이주형 유전자가 콕 박혀 있는 것 같다.


박물관 입구에서 하차. 동선을 따라 걷다보니 박물관보다 도자기판매업소가 가까워서 그곳부터 둘러보았다. 넓은 매장에 손님이 적은 탓인지 입사한 지 보름되었다는 판매원분이 이를 데 없이 상냥하다. 마침 도자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다며 세 곳의 박물관을 둘러볼 수 있는 무료입장권을 건넸다. 아, 이 친절을 어쩌나.




셋째줄 세번째의 '불수감'이 낯설다. 설명에 따르면, "불수감은 모양이 부처의 손과 같은데다 '불佛'과 '복福'의 발음이 유사해 다복多福으로 이해된다." 이해가 되나? 불과 복이 발음이 유사한가? 지금도 어쩌다가 백화점 과일 매장에 등장한다는 과일이 조선시대에 그림 소재가 되었다는 게 흥미롭긴하다.




박물관 전시실에 있는 경기도 도자요 지도. 특히 김포를 보시라. 김포를 서울에 편입시킨다고? 차라리 대한민국을 서울공화국으로 바꾸는 게 나을 듯. 


경기도민으로 태어나서 경기도민으로 살고 있는 나는 다른 데는 이렇게저렇게 연결고리가 있어 다 가보았는데 유독 구리와 동두천과는 인연이 없다. 조만간 답사해보리라.


박물관을 벗어나 한 정거장을 걸어가니 소머리국밥 동네가 나온다. 유명한 배연정소머리국밥 말고 그 옆집인 시레기전문식당에서 맛있는 점심을 사먹으니 오늘 소풍 완성!



소풍2.

역시 에어컨 켜기 미안한 날 밖으로 나갔다.

양평 두물머리와 수종사



뭔가 처연한, 

눈치, 염치도 없는 권력자는 당당,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


명절날 시댁에 간 아들과 며느리 같은,

아들은 소파에서 뒹굴고, 며느리는 주방에서 종종거리고.





수종사에서 바라본 양평 두물머리. 

남양주 운길산 중턱에 자리잡은 수종사. 시원한 전망보다도 저 높은 곳에 절을 짓느라 고생했을 수많은 사람들이 먼저 떠오른다. 당신은 즐기고 나는 일하고.




두물머리의 명물 연핫도그. 핫도그에 시니컬한 내 입맛에도 맛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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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광화문.

갈 사람은 빨리 가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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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처음으로 주눅들었던 때를 기억한다. 영문학을 공부하려면 두 개의 산맥을 알아야 한다는 것. 그리스/로마 신화와 성서. 제우스는 그리스어, 로마어로는 쥬피터로 부르듯 그리스어 이름과 로마어가 따로 있다는 것. 이미 이런 상식으로 무장한 과친구들 앞에서 감히 입도 뻥긋하지 못했었다. 그래서 공부했나? 아니다. 그당시 시중에 나왔던 불핀치의 책을 집어들었으나 끝까지 읽지 못했다. 이후로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접하다보니 대충 알게 되기도 했다. 그래도 집중적으로 파고들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늘 있었다. 마치 <성문종합영어>를 마스터하지 않으면 영어실력이 늘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처럼.(뭐, 실제로도 그랬다. 성문종합영어를 수차례 통독하고서야 영문법이 잡혔다.)


그래서 요즘 그리스/로마 신화를 읽고 있다.















이 책을 집어든 이유. 중고서적으로 구입할 수 있어서다. 것보다도 이 책의 지은이 한호림은 발로 뛰는 분이시다. 발로 뛰며 쓴 책은 저자의 숨소리 같은 게 느껴져서 좋다. 혼자 흥분해서 열을 올리며 잘난 체하는 것도 좋다. 생기가 있으니까.


무더위와 싸우는 기분으로 두 권을 읽었더니 눈에 들어오는 책이 있었다. 박홍규의 책.














그리스/로마 신화 디톡제로써 제격이다. 신화를 제대로 읽기 위해선 이런 책도 필수. 괜히 주눅들어 우러러보며 신화를 접해서는 안될 터. 엉성하게 아는 것보다 차라리 모르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사실....그리스/로마 신화는 평생 읽기 프로젝트에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결코 무시하고 넘어갈 수 없다는 것. 그래서 읽을 바에야 제대로 읽어야지 싶다.



이건 다른 얘긴데....<성문종합영어>의 원래 이름은 <정통종합영어>였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이 영어참고서가 제게는 더 신화같다는 말씀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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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와 오지마을을 오가며 살다보니 이런 책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온다. 속초 <동아서점>에서 구입했다. 인류의 역사를 '이주'라는 관점에서 한줄로 엮은 솜씨를 읽는 맛이 유쾌하다. 디테일면에서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거나 궁금해하던 점을 확인할 수 있어서 좋다. 이를테면 '하나님의 교회'의 내력같은 것. 곳곳에 대형교회로 우뚝우뚝 서 있는 '하나님의 교회'를 보면 궁금증에 사로잡혔는데, 독실한 개신교 신앙인인 내 친구는 간단히 그 교회를 '이단'으로 치부하고 있는데 이유가 궁금했었다. 그에 대한 이해의 실마리를 얻었다고나 할까.


책을 끝까지 읽고 써야겠지만 일단 인상적인 한 부분이라도 옮기고 싶다. 길게 쓸 자신도, 기분도, 시간도 없으니.....


p. 108~109


파시족은 약 1천 년 전에 인도에 도착했는데 이들은 이슬람 교도가 대부분이었던 페르시아에서 온 이주민들이었고, 그후 몇 차례 이주가 더 있었다. 파시족은 특히 인도내에서 현지 사회에 성공적으로 통합되면서도 자신들의 고유한 정체성을 유지한 이주민 집단의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그리고 그들이 인도에 처음 도착했을 때의 이야기는 매우 유명하다. 파시족이 배를 타고 구자라트에 처음 도착했을 때 서로 언어가 달라 그곳 사람들과 말이 통하지 않았다. 그 지역의 왕은 자신의 영토에는 이주민을 받을 자리가 없다는 것을 정중하게 표현하기 위해 찰랑찰랑할 정도로 가득 찬 우유 항아리를 내밀었다. 그러자 이주민들의 지도자였던 조로아스터교 사제는 그 항아리에 설탕 한 숟가락을 넣었고 우유는 넘쳐흐르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더 달고 맛이 좋아졌다. 그의 지혜 덕분에 파시족은 구자라트에 머물도록 허락을 받았다.


** 오늘날 전 세계의 조로아스터 교도는 20만 명이고, 그중 절반이 인도에 살고 있으며 그곳에서는 파시족Parsi 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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