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이웃' 덕에 드디어 올봄에도 곰취를 먹는다. 어제 뜯었다며 한 봉지 주신다. 나는 아직 땅에 뿌리를 내린 곰취를 직접 채취해본 적이 없다. 곰취는 좀 만나기 어려운 상대라고나 할까.




저 숟가락은 밥숟가락이 아닌 티스푼, 엄청 큰 곰취가 되겠다. 근데 아깝다. 아무리 실하고 싱싱해도 나는 아직 곰취와 친하지 않다. 곰취 맛을 잘 모른다. 마치 술 중에서 소주 맛을 싫어하듯 봄나물 중 유독 곰취 맛을 즐기지 못한다. 고수의 독특한 향과 고들빼기의 쓴맛에는 환장해도 곰취의 쓴맛에는 마음과 손이 가지 않는다. 소주를 싫어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없듯 곰취와 친하지 않은데도 뭐 특별한 이유같은 것은 없다. 그저 쓰다는 이유 하나. 내 인생의 쓴 부분 때문일까. 쓰지 않은 인생이 어디 있겠는가만. 그리고 언제까지나 쓴맛을 되새기며 살 수는 없는 노릇. 잠깐, 여기서 내가 말하는 소주는 알코올 도수 25도를 가리킨다. 처음부터 달달한 소주를 마셨더라면 삶이 덜 썼을라나. 가뜩이나 사는 게 쓰디쓸 때 소주의 쓴 맛까지 더하면 괴롭기까지 했다. 곰취 얘기하다가 소주 얘기로 흘렀다. 곰취 맛을 즐기고 싶은데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이럴지도 모른다. 누구는 '곰취처럼 살고 싶다'는데 곰취 맛을 모르니 그 감정을 영 알 수 없는 것이다. 고들빼기와 고수를 사랑하는만큼 곰취를 사랑했으면 좋겠다. 인생 맛이 더 써야 그 맛을 알려나. 그렇다면 알고 싶지 않은 맛이다. 에이, 곰취 맛 몰라도 좋다. 곰취가 생기면 곰취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주면 되니까. 세상엔 곰취 맛을 아는 사람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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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05-09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집도 어제 곰취 한 상자가 생겼어요. 강원도에서 재배한 거라고 하는데, 맛있었으면 좋겠네요.
nama님 편안한 하루 되세요.^^

nama 2023-05-09 23:55   좋아요 1 | URL
입에 맞으면 좋아하실 거예요.
한결같은 관심 감사드려요.^^
 


두릅과 엄나무순, 머위순 철이 지나고 취나물 철이 되었다. 씨 뿌리고 가꾸지도 않은 자연산 나물 뜯는 재미가 쏠쏠하다. 친절한 이웃은 나물 이름과 쓰임새를 알려주고 심지어 자신이 알고 있는 자생지도 선뜻 가르쳐준다. 고마운 마음을 간직해야 한다.




참취. 마트에서 파는 취나물보다 향이 강한데 향기로 확인하면 된다.




미역취. 이파리가 길쭉하고 향은 밋밋하다. 된장국으로 끓여보니 시금치보다 맛나다. 아마도 미역을 구하기 힘든 시골에서 미역 대신 먹어서 미역취라는 이름이 붙었나보다. 




수리취. 일명 떡취. 떡해먹는 나물이다. 위의 취보다 잎이 훨씬 크고 잎뒷면이 하얗다. 참취 데칠 때 잎 두어 장을 함께 데쳐 나물로 무쳤는데 잎이 질겨서 껌처럼 씹히고 잘 삼켜지지 않는다. 떡으로 해먹는 이유를 알겠다. 쑥떡보다 맛있다고 하니 한번 기대해볼 만하다.


이밖에 곰취도 있고 병풍취도 있는데 내 손으로 채취할 수 없어서 생략한다. 취의 대왕은 단연 병풍취인데 대왕이 빠진 취나물의 세계가 좀 허전하다. 대신 다른 걸로.




척보면 알 수 있는 이름, 우산나물.




가파른 산에 올라야 만날 수 있는데 무리지어 있고 이파리가 실해서 수확량이 많다. 향이 약하지만 맛이 참신하다. 향보다 맛이 뛰어나다. 말로는 설명이 부족한, 먹어봐야 알 수 있는 맛.



산나물의 세계가 참으로 즐거운데 이젠 서서히 무릎이 아파오기 시작한다. 팔팔할 땐 이런 나물의 세계를 몰랐고 이제 좀 알만하니 내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C'est la 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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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05-07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곰취 곰취...하는 건 들어봤는데, 수리취 미역취 참취.
nama님 감사드려요. 사진만 봐도 좋네요. 이렇게 친절하게 가르쳐주시는 분이 계셔서^^

nama 2023-05-07 09:58   좋아요 0 | URL
벌개미취도 있어요. 이건 제가 먹어보지 않아서 그냥 넘어갔어요.
감사합니다.^^
 


 휴대폰에 저장한 사진을 거의 일이년 주기로 외장하드에 옮겨놓곤 했다. 애써 찍은 사진이라고 생각하니 차마 야멸차게 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혹시 나중에 필요할지도 모르니까, 하면서 저장했지만 지금까지 보건데 그 사진을 필요로하는 일은 거의 없다. 예전엔 500장 정도 들어가는 두툼한 앨범을 장만하여 사진을 저장하곤 했는데, 한 10여 권의 앨범이 모아졌을 무렵 세상이 변하기 시작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간 것이다. 저장 매체도 cd로 사진을 굽다가 usb 로 넘어갔다. 카메라도 바뀌었다.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던 습관이 남아서 지금도 사진을 찍을 때 한 호흡 숨을 참는 버릇이 나오곤 한다. 삭제가 쉬어졌으니 예전보다 쉽게 버튼을 눌러 결과물의 양적 팽창을 가져왔으나 사진에 대한 애착은 확실히 줄어들었다. 인화와 현상을 거친 사진을 만지고 들여다 볼 때의 떨림이 사라져버렸다. 그러니 외장매체에 저장하건 클라우드에 저장하건 예전같은 애착과는 거리가 멀다.


며칠 전, 여행을 앞두고 휴대폰에 저장한 사진을 외장하드로 옮기다가 깜짝 놀랐다. 일년치의 사진이 사라져버리고 최근에 찍은 이틀치만 남아 있었다. 이런 적이 있었던가? 처음엔 안타깝고 아쉬웠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며 찍은 사진, 딸의 벅찬 대학 졸업식 사진, 새로 알게 된 꽃을 담은 사진, 댕댕이를 순간 포착한 사진, 어쩌다가 잘 나온 셀카 사진도 있는데... 남긴다는 것은 무엇일까? 누구에게 의미가 있을까? 생각해본 결과, 사진을 따로 저장하지 않아도 달라질 건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어차피 지금도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에 사진을 남기고 있으니 그것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잘 찍은 사진을 적극 활용하고 나머지는 어찌되든 신경 쓰지 말자. 내가 사진을 이렇게나 좋아했었나? 어차피 죽으면 모든 것이 사라질텐데 사진은 남겨서 뭐하나, 라는 생각에 사진 따위 남기지 않는다는 남편 말에 어느덧 물들어버렸나?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삶을 추구. 그렇다면 이런 블로그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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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세라도 좋다. 하여튼 타블라를 갖고 싶었다...이렇던 차에 짬짬이 들여다본 당근에 타블라가 떴다. 1만 5천 원. 지난 1월 초였다.


옛날식 밥상에서 밥 먹고, 쪼그리고 앉아 나물 캐고, 소파에서 책 읽고, 방바닥에 신문 펼치고 읽고...그랬더니 다리 근육에 문제가 생겼다. 이제라도 식탁을 사용하자, 했더니 남편이 당근에서 식탁을 발견했다. 그것도 나눔(무료)이었다. 엇그제.


식탁은 있는데 당장 의자가 시원찮다. 견물생심이 아니라 생심현물(?), 마음을 먹으니 물건이 나타나네. 당근에 플라스틱 의자가 떴다. 3개에 일만 원.



딸아이는 동묘를 다니면서 옷을 구입한지 꽤 되었다. 딸아이에게 맞지 않는 작은 옷가지는 종종 내 차지가 된다. 요즘도 그렇게 구입한 2천 원짜리 바지를 즐겨 입는다.


남편은 당근 매니아. 당근으로 구입한 물건이 적잖다. 기타, 각종 공구, 함지박, 책상, 의자, 탁자, 식탁, 가전제품(이건 실패할 확률이 높음), 퇴비, 청자켓, 안전모, 겨울 작업복, 등산화, 앵글 선반...... 그중 태그를 떼지 않은 새제품인 겨울 작업복은 딸아이 첫 출근복으로 요긴하게 입었다.


우리 댕댕이. 유기견 보호소에서 데려온지 5년 차. 12살. '우리 멍멍이도 중고네' 한다면 딸은 뭐라고 할까? 분명 한소리 들을 터.



당근 덕택에 여러 동네에 가본다.

초고층 오피스텔 꼭대기층, 전망이 인상적이었다. 

송도의 새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 흡사 지하도시 같다고나 할까.

시흥의 거북섬, 안개 낀 밤에 당근하러 갔더니 그 앞에 인공 서핑장이 개장을 앞두고 있었다.

시흥 산업단지 옆 빌라촌, 외국인 근로자와도 당근 거래 가능하네.

옆동네 아파트, 몇년 전 퇴근 길에 오다가다 만나 안면을 튼 아주머니를 만났는데 여전히 아파트 청소를 하신다. 나보다 나이가 많으신데 아직 건강하시다고. 

학교앞 동네, 당근하러 나온 청년이 아무래도 제자 같다고 자기 대신 거래하라고 등 떠민 남편, 체면도 생각해야지.



당근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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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나무순을 먹으면 두릅을 잊고, 머위순을 먹으면 엄나무순을 잊는다. 다시 엄나무순을 먹으면 머위순을 잊는다. 며칠째 밥상에 오른 엄나무순과 머위순을 먹고 있으면 서로 다른 두 개의 세계를 오고가는 기분에 젖는다. 엄나무순의 세계와 머위순의 세계. 두 세계가 있어 봄은 더욱 찬란해진다. 짧은 봄, 나물에 젖어 세상을 잊는다. 책도 저발름으로 밀어놓는다.





머위의 특성

1. 버릴 게 없다. 잎은 나물과 쌈으로, 줄기는 볶음과 장아찌로, 뿌리는 약으로, 꽃은 튀김으로 먹는다. 

2. 머위 밭에는 뱀이 없다. 특유의 향기 때문이라고 한다.

3. 생명력이 왕성하다. 한번 뿌리를 내리면 자손을 왕성하게 퍼뜨린다. 사람이 가꾸지 않아도 스스로 잘 자란다.

4. 약성이 뛰어나다. 거의 만병통치약 수준.


머위처럼 살고 싶다면...이건 인간의 오만이겠다.



곰취를 노래한 소설가 윤후명이 오늘도 떠오른다. 곰취의 세계는 또 어떨까. 이제야 조금 알것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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