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인도네시아 가이드북을 중고로 구입하는데 성공했다. 2013/2014년판이다. 10년 전 가이드북을 들여다보는 심정은 암모나이트 화석을 대하는 심정과 비슷하다. 아련하지만 반갑고 신기해서 자꾸 들여다보게 된다. 자카르타와 족자가 10년 간 어떻게 달라졌는지 비교해보는 것도 재밌기는 하겠다. 
























눈길을 사로잡는 글.




'일본은 짧은 강제점령에 대한 배상으로 인도네시아에 4억 달러, 필리핀에는 5억 4000만 달러를 지급했다. 그러나 어떤 나라는 36년 지배에 대한 배상으로 3억 달러를 받았다...'


일본이 인도네시아를 강제점령한 기간은 3년 반 정도라고 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이 땅의 소위 지도자들은 마음이 꽤나 너그러운 듯. 알아서 봐주는 것도 비슷하다. 얇디얇은(70쪽) 가이드북에 이런 문구나마 실어야 했던 저자의 마음이 짠하게 전해져온다. 왜 분노와 한탄은 죄없는 국민의 몫이어야 하는가.

















2021년 생이다. 역시 가이드북은 론리 플래닛임을 확인한다. 까짓 영어~. 삼십 년 전 배낭여행할 때는 두꺼운 영한사전을 들고 갔지만 지금이야 스마트폰이 있으니 얼마나 든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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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통증을 달고 살아야 하는 나이가 되고 있다. 남 얘기가 내 얘기가 되는 것, 그게 늙는 건가보다. 여기저기 아파오니까 이 병원 저 병원 탐색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건강 관련 서적에 저절로 손이 간다. 그래서 뒤적이게 된 책들.

















딱히 건강 관련 서적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아닌 것도 아닌 책. 더구나 재밌다. '아무도 가지 않는 곳에 가서,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을 하고, 그 경험을 재미있게 쓴다'는 모토 아래 세계 곳곳을 누빈다는 다카노 히데유키. 그의 책 <와세다 1.5평 청춘기>를 키득거리면서 읽은 적이 있다. 그냥 키득 수준이 아니라 마음의 구름이 사라지는 듯한 기분을 들게 한 책이었다. 그에 비해 이 책은 덜 유쾌하지만 통증 얘기를 이렇게 재밌게 풀어쓰기도 쉽지 않을 터, 키득거리다보면 내 아픈 것도 잊게 된다. 게다가 집요한 병원 순례 이야기는 왠지 내 얘기 같기도 하고. 


 치료는 십 분도 걸리지 않았다. 일어나서 움직여 봤다.

"어떠세요?"

"조금 편해진 것 같아요."

 그렇게 대답하기는 했지만, 나 스스로도 확신할 수 없었다. 메구로에서도 그랬지만, 치료를 받은 직후에는 끝났다는 안도감 탓인지, 아니면 치료에 대한 긴장으로 흥분된 상태여서 그런지 대개 조금은 편안해진 기분이 들곤 했다.                          - p.103


정형외과나 한의원에서 한 시간 넘게 걸리는 물리치료를 받고나면 꼭 저런 기분이 든다. 에휴, 아픈 얘기를 시작하면 끝도 없을 터. 
















장수가 재앙이 될 수도 있는데, 그래도 연금이 더 중요하지.
















뭔가 부담스러운 내용이 많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알아야 할 일, 먹어야 할 일을 많이 제시하고 있으나 그걸 일일이 지키기에는 좀 벅차다는 느낌이 든다. 주말에 티비를 보다보면 온통 건강관련 프로그램 도배에 질려버리는데 나는 또 어느새 이런 책을 손에 들고 있다. 이 책은 죄가 없는데 이런 책을 읽는 내가 좀 지겨워지는구나.





이것 하나만이라도 기억하기로 한다. 제 맛을 내려면 일단 레시피를 따라서 해야 한다는 걸 이제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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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3-04-27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뽐뿌로 <염증해방>을 읽으신 것 같아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ㅠㅠ 저도 이책을 고대로 따라하는 건 엄두도 못내지만, 여기 오래 살아서 그럴까요? 더구나 제가 질병의 예방에 더 관심을 갖게 되어 그런가 이 책이 신선했어요. 어쨌든 괜히 제 200자평에 책임이 느껴져서 마지막 부분을 고쳤어요. ^^;;

nama 2023-04-27 20:57   좋아요 0 | URL
그러실 필요까지는 없는데요. 책은 훌륭해요. 오히려 교과서 같은 반듯함에 제가 따라가지 못해서 좀 불평을 하는 거예요. 제 탓이지요. 그리고 이미 건강관련 서적을 많이 접했거든요.
 


내달 인도네시아 여행을 앞두고 이런저런 책을 뒤적이고 있다. 우선 가이드북으로 전체적인 윤곽을 잡고 싶었으나 그 흔한 프렌즈시리즈에도 인도네시아편은 없는 듯하다. 인도네시아 하면 발리인지 발리 관련 안내서는 꽤 있지만 이번 여행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이미 다녀오기도 했고. 하는 수 없이 영문판 론리 플래닛을 주문했으나 배송까지는 보름 넘게 걸려서 며칠 더 기다려야 한다. 폼 잡느라고 뒤적였던 론리 플래닛, 폼도 설렘도 그닥 남아있지 않은 지금은 그저 국산 가이드북이 입에 맞는 한식처럼 편한데 국내산 인도네시아 가이드북이 없다니.. 내가 아직 찾지 못한건가. 그많은 여행작가들은 어디에서 무얼 하시는지...

 

가이드북을 찾다가 알게 된 사실인데 인도네시아 관련 책은 여행보다 인도네시아어회화 책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누가 인도네시아회화를 필요로 할까, 의문이 들 정도이다. 진짜 궁금해지네. 

그래서 한 권 사봤다.














하루에 한 꼭지씩 꾸준하게 했다면 지금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있으련만. 명사부터 시작하는 성문종합영어를 끝까지 공부한 것은 대학 졸업 후지 아마. 명사편이 도돌이표라도 되는듯 매번 명사편으로 되돌아 갔었다. 자칫 "슬라맛 빠기(Good morning!)"가 도돌이표가 되려나. 외국어 공부는 좀 독기가 있어야 하나보다.
















도서관에서 발견한 책. 자전거로 미국을 횡단한 홍은택의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에 비견할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대충 건너뛰며 읽어도 재미와 정보를 취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서 존재를 알게 된 책, 알게 된 저자.































순서가 바뀌었다. 책 내용을 먼저 말하고 싶었는데 마음이 손을 앞질렀다.


  그리고 1942년 일본의 상황은 한국 등지에서 30년 이상 식민통치를 경험한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인도네시아를 효율적으로 통치할 수 있었다. 그들이 한국에서 시행한 강제노역, 정신대 등의 악랄하고 비인간적인 제도를 인도네시아에 그대로 적용하였다. 그래서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350년 동안의 네덜란드 식민통치보다 3년 반의 일본 식민통치가 더 가혹했다고 이야기한다.                          - p.82



일제강점기 시절을 살았던 내 부모님은 당신들이 겪은 식민통치의 가혹함을 종종 말씀해주시곤 했었다. 그 얘기를 듣고 자랐다면 일본을 절대로 편한 마음으로 바라볼 수 없다. 일본에 너그럽다면 특히 내 또래가 그렇다면 그는 부모님의 원한에 무지하거나 아니면 부모가 일제의 가혹함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이런 일본 얘기가 나오면 내 얘기를 보태면서 흥분하며 치를 떠는 것, 이게 정상 아닌감?


오늘은 자꾸 이야기가 옆으로 새는구나.



  결과적으로 인도네시아어와 말레이어는 한국어와 북한어, 혹은 영국 영어와 미국 영어 정도의 차이가 있다고 보면 된다. 원래 같은 언어였지만 국가가 다르다보니 사용하는 어휘, 발음이 다소 다를 뿐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외국인들이 인도네시아어를 구사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말레이시아에서는 외국인들이 대개 영어로 소통한다. 그래서 인도네시아에서 외국인이 인도네시아어를 구사하는 것은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진다.              - p.108



왜 가이드북보다 인니회화책이 많은지 조금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살고있는 교민에게는 인니회화책이 더 필요할테니까. 그리고 '여행'하면 대부분 미국이나 유럽을 선호하니까. 그런면에서 인도네시아는 가이드북 여행작가에게는 미개척지가 되는 건가?


  역설적이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네덜란드 식민통치 정부가 인도네시아를 통치하면서 네덜란드어 사용을 강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네덜란드어와 같은 고급 언어를 피 식민통치국의 토착인들이 사용하는 것을 꺼렸다는 것이다.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사실이다. 호프만 등 여러 학자들의 견해이다. 당시 신분체계가 유럽인-혼혈인-토착인이라는 구별이 있었고 제도적으로 차별이 있었다. 그 다음 이유는 토착인이 네덜란드어를 구사함으로써 자신들이 취하던 경제적 이익을 토착인들에게 빼앗길 것을 우려하였기 때문이었다.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이 중남미에서 식민통치를 하면서 취한 언어정책과 구별되는 대목이다. 만약 그 당시 네덜란드가 인도네시아에서 네덜란드어의 사용을 강요했다면 인도네시아는 지금 네덜란드어를 사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많다.                  - p.107



요점은 인도네시아가 350년 동안 네덜란드 식민지였지만 인도네시아어를 버리지 않았다는 점, 인도네시아에서 외국인이 인도네시아어를 구사하는 것은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진다는 점이다. 가이드북을 찾을 수 없었지만 그동안 생각해보지 않았던 인도네시아어에 대한 이런 사실을 알게 되었다. 구글맵만 있으면 대충 다닐 수야 있지만 그래도 공부는 해야지.



인도네시아 여행기도 드물기는 마찬가지. 급하게 구해서 읽었지만 별 도움은 안될 것 같은 책도 있다.
















시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책. 시의 깊은 맛은 인도네시아에 다녀오면 느낄 수 있으려나.

















2007년에 구입했는데 소재 파악 불가한 책. '내 언제 인도네시아에 가리...' 하면서 버렸을지도 모른다. 그 당시도 인도네시아에 가려고 마음 먹었는데, 마음 속에 품고 있으면 언젠가는 가게 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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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맛있는 하루를 보내면 좋겠어 - 츠지 히토나리가 아이에게 들려주는 인생 레시피
츠지 히토나리 지음, 권남희 옮김 / 니들북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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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되기 전에 야심 많은 워커홀릭이었다는 <냉정과 열정 사이>의 작가 쓰지 히토나리. 이혼 후 싱글대디가 되어 아들을 혼자 양육하였다고 한다. 그 고단과 어려움을 다음의 한 문장에서 읽을 수 있다. '' 100권의 책을 쓰는 것보다도 제대로 된 양육이 더 위대하다." 아이를 가진 뒤 작가로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연애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게 되었습니다. <냉정과 열정사이>와 같은 작품을 다시 읽는 경우는 없습니다."  (2023.03.25.<한겨레신문>에서 발췌)


요전에 <냉정과 열정 사이>를 영화로 보았다. 소설은 물론 읽지 않아서 상식보유 차원에서 영화를 본건데 뭐 이렇다할 감흥이 생기지 않았다. 내 취향이 아닌가, 내 감성이 메마른건가...했는데 이건 감성의 문제가 아닌가보다. 나이가 든 쓰지 히토나리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식을 키워본 사람이라면 대부분 공감할 말이다.


그래서 읽게 된 책이 <네가 맛있는 하루를 보내면 좋겠어>. 자식에게 이런 음식을 해먹였다니...읽으면서 놀랐다. 낯선 음식이어서가 아니라 책으로 낼만큼 가짓수가 많아서. 잠시 반성.


  나는 말이야, 너하고 마흔다섯 살이나 차이가 나잖아. 종종 인생에 지칠 때도 있지만 부모니까 너를 잘 키울 때까지는 이대로 포기할 수 없다고 늘 생각하며 살아왔어.

  너와 둘이서 살기 시작했을 무렵, '행복이란 뭘까.'하고 고민한 적이 있단다. 밥을 지어 먹을 때, 네 방 청소를 할 때, 슈퍼마켓에서 장을 볼 때 등등 그런 생각이 문득 머리를 스칠 때면 곧잘 멈춰 서곤 했지.

  젊을 땐 행복이란 걸 찾지 않았던 것 같아. 그런데 혼자서 너를 키워야 하는 숙명을 짊어지게 된 그날부터 나는 꼭 행복해지겠다는 오기가 생겼어. 너도 어렴풋이 느꼈겠지만...  

                                   - p. 185


부모로서의 책임감과 정성을 느낄 수 있는 인상적인 구절이 종종 눈에 들어오지만 안타깝게도 레시피 부분은 내 관심 밖이다. 으흠...나는 좋은 엄마되긴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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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3-03-28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아 너무 반전인데 ㅋㅋㅋㅋㅋㅋ 냉정과 열정사이 작가가 연애소설 절필도 아니고 절독ㅋㅋㅋㅋㅋㅋ 이거 귀여니가 대학 가서 연애해보고 소설 절필한 거랑 비슷한데요? ㅋㅋㅋ 오늘의 가장 큰 웃음입니다!

nama 2023-03-29 09:04   좋아요 0 | URL
부모로서의 각성 때문일거라고 봐요. 지난 모든 게 어리석었다고 생각했을지도요.

hnine 2023-03-29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61개의 도시락 이라는 일본 영화가 있는데 아버지가 이혼하고 혼자 아들을 키우며 매일 정성을 다 해서 아들 도시락을 싸줘요.

nama 2023-03-29 09:05   좋아요 0 | URL
그런 영화도 있군요. 좋은 정보입니다~~
 

중국 최초의 서양화가 판위량. 검색해보니 이미 2004년 경에 <화혼 판위량>이 번역 출간되어 장안에 화제가 되었던 인물이다. 중국의 모던 걸로 나혜석과 비교되기도 하고, 중국의 프리다 칼로라고도 일컬어지고 있다. 파란만장했던 그녀의 삶을 처음으로 접할 수 있었던 책은 이유리의 <캔버스를 찟고 나온 여자들>이었다.


















소설로 나온 <화혼 판위량>은 절판 되어서 중고책으로 구입. 그의 일생과 그림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특히 누드화를 비롯하여 다양한 주제의 그림과 조소 작품을 접할 수 있어 좋았다.

















다음은 김명호의 책. 아직 읽은 책은 아니지만 저 겉표지를 알아볼 수 있게 되어 반가운 마음에 올렸다. 바로 판위량의 그림이다.
















강렬하게 눈에 들어왔던 그림을 사진으로 찍어 올리고 싶었으나 구글링하면 다 나올 터이다. 


서양화가들에 대한 서적은 차고 넘치는데 중국이나 일본화가들에 대한 책은 많지 않다. 생긴지 얼마 안 된 동네 도서관에선 턱도 없다. 큰 도서관에 가면 좀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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