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31
나쓰메 소세키 지음, 오유리 옮김 / 문예출판사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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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재구성>에서 읽은 구절이다. 나쓰메 소세키(1867~1916)가 한 말이다. 

여러분들이 가지고 태어난 개성이 제자리를 찾아 고개를 들 때에는 마음 편히 먹고 이를 발휘하십시오. 국가를 위해서도 아니고 또는 가족들을 위해서도 아닙니다. 여러분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절대로 그렇게 해야만 합니다.

일본인으로서 배워야 할 가장 심오한 교훈은 다른 사람을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자신에 충실한 사람이 되는 것, 즉 자기자신만의 고유한 개성을 발휘하며 사는 것이라는 점이었다(<일본의 재구성>113쪽) 

1867년생인 나쓰메 소세키는 역시 시대를 앞서간 사람이다. '자신에 충실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그에 대한 대가로 무언가를 버려야 하거나 희생하거나 모험을 감수해야 하는 세상에서, 대부분이 소심하게 살 수 밖에 없다는 듯 살고 있지 않은가. 그런 '열린 지성'인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이 무척 궁금해서 그간 말로만 듣던 <도련님>을 드디어 읽었다. 

한마디로, 사랑스러운 소설이다. 100년 전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번역을 잘해서일지도 모르지만 표현 하나하나가 어찌나 사랑스럽고 적절한지 읽는 내내 즐거웠다. 

특히 다음 두 부분에서는 눈을 뗄 수가 없었다. 

(112) 밥을 먹고 책상 서랍에서 달걀 두 개를 꺼내서, 찾잔 모서리에 두들겨 깨뜨려 먹었다. 날달걀으로라도 영양을 보충하지 않고서야 1주일에 스물한 시간의 수업을 할 수 있겠는가. 

흠, 그 당시도 1주일에 스물한 시간의 수업을 버거워했구나...나는 일주일에 스물한 시간 정규수업에 매일 0교시 수업까지 하고 있는데... 

(153) "지는 새임보구 튀김이라고 부르지 않았서라. 당고라고 부른 적도 없어라. 그건 새임이 괜시리 그 말에 신경쓰고 있응께 고렇게 들리는 것이재"라고 둘러댈 게 뻔하다. 이런 비열한 근성은 막부시대부터 이어내려오는 뿌리 깊은 것으로 아무리 말로 타이르고 가르쳐도 그런 흉내라도 내지 않고는 못 배긴다. 

큰 소리만 뻥뻥 치는, 세상 물정 모르는 도련님인 주인공이 부임해간 학교에서 아이들한테 휘둘리며 하는 이런 하소연이 재미있다. '이런 비열한 근성은 막부시대부터 이어져내려오는 ...." 부분에 얼마나 공감이 가던지...그때나 지금이나 학교 풍경은 비슷하다. 100년전과 다를 게 없는 학교 풍경이라니... 

이렇게 학교 풍경도 비교해가며 읽고, 등장 인물들의 개성 넘치는 역할에도 넋을 잃어가며 빠져 들었다. 흡족한 소설 읽기였다. 

역시, 나쓰메 소세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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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 전형필 - 한국의 미를 지킨 대수장가 간송의 삶과 우리 문화재 수집 이야기
이충렬 지음 / 김영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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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 전형필을 알기에는 훌륭한 책이나, 소설로는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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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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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쯤은 마음에 간직하고 있는 청춘의 한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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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춤
조정래 지음 / 문학의문학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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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또 한 권의 책, 힘이 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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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40
강용흘 지음, 장문평 옮김 / 범우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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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두 분이 어떤 책에서 언급을 했었다. 황병기와 청전 스님. 

책을 소개할 때의 진정성이 느껴져서 일단 구입을 했는데, 책이 말을 걸어오지 않는 것이었다. 뭐랄까, 겉표지부터가 80년대 이전을 떠올린다고나 할까. 저자도 낯설었다. 

그러다가 얼마 전 청전 스님의 책에서 이 책이 다시 언급된 것을 보고(그러나 청전 스님의 글에서 소개된 부분을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없었다. 나는 주로 정독을 하는 편인데...),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도 분명 인연이 있는 듯싶다.  

이 책을 한마디로 설명한다면, 우리 할아버지쯤 되는 분의 자전적 소설쯤 되겠지만,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우선 중국의 한시와 우리 나라의 옛시조, 영미 문학권의 시, 한용운의 시 등을 적절하게 요소요소에 인용한 것이 눈에 띈다. 그리고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표현들을 읽는 맛이 독특했다. 감히 흉내낼 수 없는 표현들이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것이다.

.....이런 하인들 가운데 살구나무 열매를 팔지 않고서는 여러 자식들을 먹여 살릴 길이 없는 늙은 여자가 하나 있었다. 나의 조모는 그녀를 가엾게 여겨 우리 부엌에서 농산물을 조금씩 나눠줌으로써 그녀의 수고에 대해 후하게 보상하였다. 그렇게 해서 이 늙은 여자는 파와 달콤한 참외와 오이를 얻게 되어, 살구를 내다 팔아 생기는 돈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저축하였다. 그 목적이란 여성의 권익과도 다소 관계 있고 에피쿠로스 철학사상과도 다소 관계가 있었다.(124쪽) 

.....한국의 음악은 적어도 키츠처럼, 이백처럼 충동적이고 진실한 감동을 표현한다. 

얼마나 대담한 표현인가. 독자를 세심하게 배려하는 현대의 작가들에게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거칠고도 대담한 부분이라서 매우 인상적이었다. 물론 귀여운 부분도 있었는데, 당나귀 얘기를 하면서 슬쩍 이솝우화를 끌여들여 글에 재미를 주려고 했는데 시대를 고려한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 이 책을 읽을 때는 그 시대를 고려해야 할 것 같다. 저자의 세대는 우리 부모님 세대도 아닌, 우리 조부모 세대인데, 북녘에 계셔서 얼굴 한 번 뵙지 못한 나로서는 참 먹먹한 부분이기도 하다. 할아버지 세대에 해당되는 분의 책으로서는 여러 가지로 놀랍다. 그리고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경험이 녹아들어 있어 책 읽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아, 그리고 이런 표현. 

 "삼밭에서 쑥이 곧게 자란다."

"소금이 물에서 생기듯 남자는 여자에게서 생겨나지만, 그가 여자를 가까이할 때에는 소금이 물에 녹아 없어지듯 다시 녹아버린다." 

할아버지에게서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이런 표현들을 볼 때마다, 한 번도 뵙지 못한 분들이 마구 떠올랐다. 그건 부재감이자 결핍이었다. 그리고 단절감이었다. 상실감이기도 했다. 이 책이 잊고 지냈던 이런 상념들을 떠올리게 했다. 

시대가 많이 달라졌지만 사람을 보는 눈은 그리 변한 것 같지 않다는 것을 일깨우는 부분이 있었다. 중국인과 일본인을 보는 관점이 너무나 비슷해서 놀랍다.

.....중국인은 손님이 왔을 때나 손님이 돌아간 뒤나 한결같다. 중국인은 어제도 오늘도 영원히 그 사람이다. 그러나 일본인은 손님에 대해서 매우 변덕스럽다. 매우 재빠르다! 낯선 사람에 대한 다정한 미소, 상냥한 인사, 속 보이는 사교, 이런 것들이 일본인들에게는 있고 중국인들에게는 없다.(253) ....일본인을 아는 데에는 몇 분이면 족하나, 중국인을 아는 데에는 몇 년이 걸린다. 한국인은 사람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나지만, 대체고 그 중간 정도다.(255).....한국인을 정의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즉 일본인이라기에는 너무 크거나 탁월하고, 중국인라기에는 너무 세련된 자, 그런 자는 한국 출신임에 틀림없다는 것이다.(256) 

탁월하지 않은가? 또 하나 있다. 

.....내가 보기에 선교사들은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뉘었다. 하나는, 착실히 교육을 받은 진지한 유형이었다. 내가 이런 유형을 이야기하지 않는 것은, 그런 사람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두번째 유형은 거의 어디에서나 볼 수 있었은데, 서양에서는 아무런 일자리도 구할 수 없으니까 동양으로 건너와 얼마 안 되는 돈으로도 요리사와 웨이터와 정원사까지 거느리고 살며 이교도를 얕잡아 보는 유형이었다. 이런 사람들은 하나님으로부터 소명을 받았노라고 큰소리쳤지만, 사실은 서양이 그를 부적격자로 보고 내쫓은 것이었다.(320) 

마치 현재의 영어 원어민 강사 얘기같다. '착실히 교육을 받는 진지한 유형'이라...더러 있기는 하지만 지금도 썩 드물다.

요즘들어 한동안 소설을 멀리했는데 모처럼 재미있게 읽은 이 책. 기억해야 해, 이런 책은. 

**재미교포 작가의 계보라고 할까. 강용흘, 김은국, 이창래. 80년대 중반에 원서로 읽은 김은국의 <순교자>,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돌리다가 책을 잃어버려 몹시 아쉽다. 몇년 전 뉴질랜드 헌책방에서 구입한 이창래의 책은 또 언제 읽을라나. 눈이 더 나빠지기전에 읽어야 할텐데. <초당>을 검색해보니 영어로 된 초판본을 10만원에 파는 곳이 있다. 책을 소장하는 것에 관심은 별로 없지만 살짝 마음이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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