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한 당신 - 뜨겁게 우리를 흔든, 가만한 서른다섯 명의 부고 가만한 당신
최윤필 지음 / 마음산책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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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고마운 책이다. 같은 인간이지만 인간의 품격을 한층 높여준 사람들의 인생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읽는 도중이지만 뭔가 읽었다는 흔적을 남기고 싶다는 성급함으로 몇 문장 옮겨놓는다.

 

 

 

딘 포터(1972~2015) :익스트리머

돈이나 명성보다 스릴 자체를 중시하는 익스트리머들은 아무렇게나 입고 잘 씻지도 않는다. 오지에서 지내는 때가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목숨을 반쯤 내놓고 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들은 법이나 관습보다 중력에 얽매인다.....'더트백dirtbag은 한 발을 세상 바깥에 두고 사는 그들을 통칭하는 용어다. 돈벌이에 관심 없고 사회적 규범과 관습에 구애받지 않아 히피와 흡사하지만 구체적인 목표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그들과 다르다.

"인간이 난다는 게 미친 생각이란 걸 나도 안다. 하지만 언젠가 그게 가능해지려면 생각이 허용하지 않는 곳으로 누군가는 나아가야 한다."

 

 

 

 

더글러스 톰킨스(1943~2015): 노스페이스 창업자. 환경운동가

톰킨스의 1980년대는 새로운 생태주의적 각성의 시기였다......인간은 생존의 필요와 무관하게 자연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철학, 인구가 너무 많다는 각성, 자연을 살리자면 경제 패러다임을 근본부터 바꿔야 한다는 생각, 한마디로 자본주의의 미래는 없다는 깨달음.

더글러스 톰킨스는 몽상가였다 그의 꿈은 자연보호가 아닌 자연의 복원이었다...그는 뭇 생명을 자연으로서 사랑했지만 인간만큼은 反자연으로 여겼다. 자연과 항구적으로 공존하기에 인간은 못 믿을 존재였고, 또 너무 많았다. 그가 지구 끝, 인적 드문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광막한 숲과 초원, 화산과 습지와 강과 피오르해안에 제 꿈의 거처를 마련한 까닭이 그거였다. 220만 에이커(약 27억 평), 서울 면적의 열다섯 배. 그 땅은 자연의 피난처가 아니라 수복의 거점이었다.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그는 "훗날 사람들이 이 땅을 걸을 것이다. 무덤보단 이게 더 아름답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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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oo 2016-09-18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딘 포터 글 읽고 유튜브로 영상을 여럿 찾아 봤어요. 정말 대단한 사람들 많더군요.

nama 2016-09-19 07:41   좋아요 0 | URL
아하, 유튜브가 있었네요.
그런 사람들 덕에 삶의 지평이 넓어지는 것이겠지요.

낭만인생 2016-09-20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도 있네요.. 재미난 분들이 많군요.

nama 2016-09-20 20:10   좋아요 0 | URL
지구의 크기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감동을 줍니다.
 

인도네시아>발리>꾸따

 

지인이 소개해준 호텔이라 별 고민없이 3박을 했는데...

 

작은 독채들이 여럿 모여 단지를 이룬 호텔로, 외관은 매우 고즈넉하고 아름답고 단아하다. 우리나라의 유명한 고택같은 격조있는 분위기마저 풍긴다. 지금은 낡고 허름하지만 한창 때는 그 지역의 호텔을 대표하지 않았을까 싶다. 찾아보진 않았지만 분명 화려한 내력을 갖고 있을 것이다. 한때는 잘나갔으나 지금은 퇴물로 변해버린, 과거의 옛영광을 상상하게 하는 참 야릇한 호텔이 바로 이 Balisani Pudma 라는 호텔이다.

 

 

 

 

 

 

 

 

 

 

 

 

 

 

 

 

 

 

 

 

 

 

 

 

 

 

 

 

 

 

 

 

 

 

 

 

외관뿐이랴. 삐그덕거리는 침대와 누렇게 바랜 침대시트, 겨우 숨을 쉬는 화장실과 욕실, 채널이 하나뿐인 엣날 텔레비전, 소리가 요란한 낡은 에어컨, 15cm가량의 큼지막한 나무열쇠고리, 우중충한 실내공기 등은 영낙없는 우리네 여인숙을 연상시킨다고나 할까. 손님이라곤 열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인데 그중 5~6명은 (아마도) 장기투숙중인 서양노인네들이다. 하루에 삼만 원이 채 안되는 가격이라 처음으로 딸아이에게 방 하나를 쓰게 했더니 입이 헤~벌어졌다.  

 

수년 전 발리에서 테러가 일어나 200며 명이 목숨을 잃은 지역이 이곳 꾸따이다. 건물 외관으로 봐서는 수십 년 전에 지어진 호텔인데 그렇다면 테러와도 무관했다는 얘기다. 테러에도 안전하고, 가격도 저렴하고, 조용하고, 옛 영광도 떠올려볼 수 있는 곳....서핑으로 유명한 꾸따해변의 파도와 더불어 오래 기억에 남을 만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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줬다 뺏는 건 뭔가. 까짓 100원 적립되었다고 그거 사용하겠다고 책을 구매할까.

이러려면 처음부터 주지 말던지. 그런 적립금은 받지 않을테니 주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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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오늘은 매시간마다 아파트관리사무소에서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광복절이라고 태극기 게양하라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아파트가 태극기 달기 시범아파트로 지정"되었다며 한달간 태극기를 달아야한다는 것이다. 아니 누가 그걸 지정해주지? 내가 혹시 꿈결에라도 그 지정에 동의한 적이 있었나? 애국심은 내가 알아서 마음 속에 품고 키우는 것이지 고작 태극기 단다고 없는 애국심이 고취되냐고? 우리 동네만 이런가? 옆 신도시에 비해 낙후된 지역이니 사람들까지 낙후되었다고 여겨 계몽에 나선건가? 원 참.....

 

* 딸아이가 만 20세가 되니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통지서를 보냈다. 처음에는 이 통지서를 보고 우리나라도 드디어 복지국가 대열에 들어섰구나, 하면서 감탄했었다. 국민 개개인의 건강을 이렇게까지 신경 써주다니, 하면서.

그래서 남편이나 나나 어차피 정해진 건강검진을 받는 길에 딸까지 같이 받으면 되겠다 싶어 검진기관에 물어보았다. 산부인과에 가서 물어보란다. 물어보니 성관계가 있으면 받고 없으면 받지 않아도 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제는 딸의 성관계까지 나라에서 걱정해주나? 원 참.....

 

알고보니 딸아이에게 온 통지서는 건강검진이 아니라 자궁경부암검진을 알리는 내용이었다. 암검진 주의사항을 꼼꼼하게 읽어보았다.

1. 검진기관 사정(예약 집중 등)에 따라 예약이 조기에 마감될 수 있으니 사전 확인 및 예약 후 검진하시기 바랍니다.

2. 문진표 작성: 검진기관에 비치된 문진표는 반드시 본인이 작성하며, 검진결과 통보를 위해 주소 및 전화번호는 정확하게 기재하셔야 합니다.

3. 자궁경부암 검진 주의사항

  -생리 중에는 검사를 피하시기 바라며, 검사 2~3일 전부터 성관계, 템폰, 질세척, 질 내 약물 및 윤활제, 질 내 피임약 사용을 삼가시기 바랍니다.

 -자궁적출술을 받았거나 성경험이 없으신 분은 사전에 의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성경험이 없으신 분은 사전에 의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이건 또 뭐야. 성경험이 없으신 분은 검진 받을 필요가 없다고 분명하게 말해야 되는 것 아닌가? 그러면 이 검진을 받는 여성은 성경험이 있다는 것을 타인에게 알리게 되는 건가?

 

누굴 위한 것인가? 성경험이 있는 20세 이상의 한국여성들의 건강을 위한 것인가? 이 검진으로 이득을 보는 의료집단인가? 국민 개개인의 건강에, 한국여성들의 자궁건강에 그렇게도 관심이 많은 나라였던가?

 

 

이반 일리치가 옳았다.

 

오늘날 위기란 말은 의사, 외교관, 은행가, 온갖 사회 공학자가 모든 상황을 접수하고 사람들의 자유를 유보하는 상황을 의미하게 되었다. 국가도 사람처럼 중환자 리스트에 오른다.

 

'모든 상황을 접수'하고.... 애국심 고취, 암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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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위대한 소리들 작고 위대한 소리 시리즈
데릭 젠슨 지음, 이한중 옮김 / 실천문학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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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진의 글을 읽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글이 맛깔스러우니 다음 글을 직접 읽어보시길 바란다. 그 밑에 있는 내 글 따위는 무시해도 좋다. ^^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734534.html

 

 

정희진이 인용한 말들이 가슴에 꼭꼭 박혀서 이 책을 찾아보다가 마침내 시립도서관에서 찾았다. 빌린 지 일 주일이 되었으나 책은 거의 읽을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보다 한 시간 일찍 출근하는데도 도대체 화장실 갈 틈도 없다. 이 바쁜 와중에 출장비 투쟁까지 하느라고 심신이 말이 아니다. 퇴근해선 일찌감치 저녁밥 먹고 신경안정제가 들어간 위장약을 먹고 잠을 청한다.

 

이 책은 아무데나 펼쳐도 주옥같은 말들이 폐부를 찌른다. 이미 정희진이 위의 칼럼에서 소개한 것 말고도 정말 무~지 많다.

 

무언가 행동을 하려면 성공이 가능하다는 믿음이 있어야 하는데 많은 젊은이들이 그렇게 믿고 있어요. 아마도 대개는 아직 실패를 경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일 거예요. 그래서 그들은 한마디로 미친 짓 같은 프로젝트를 떠맡으려고 하지요. 재밌는 건 그런 미친 프로젝트가 종종 성공한다는 겁니다.

 

우리는 아이들을 정해진 길로만 가도록 훈련시키기 때문에 어느 연령이 지나면 다른 무언가를 받아들일 수 있는 지점으로 되돌아간다는 게 도무지 어려워지지요.

 

교육(education)이란 말의 뿌리는 '애-두케레(e-ducere)' 즉 밖으로 글어낸다는 뜻입니다. 원래는 "아이의 탄생을 돕는다"는 뜻이었고요. 학교제도는 그보다 주입(inculation)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습니다. 주입은 '인-쿨카레(in-culcare)'. 즉 "발뒤축으로 밟아 넣다"는 뜻에서 온 말이더군요.

 

우리는 그런 우주적 감각을 되찾아야 합니다. 국민국가는 우리의 진짜 집이 아닙니다. 진짜 우리 집은 우주입니다. 그리고 우주는 공간에 불과한 게 아닙니다. 시간이기도 하지요.

 

 

글을 베끼면서 든 생각. 이 책을 어떻게 손에 넣지? 책은 절판되었고, 중고로도 나와있지 않고, 그러면 이 빌린 책을 반납하지 않고, 도서관에는 '분실'했다고 해명하고 책값을 물어준다? 이럴 시간에 책이나 마저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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