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회록 같은 부분이 심금을 울린다.

 

일이라는 게 뭘까? 늘 내가 일에 미쳐 사는 바람에 모든 이들이 떠났다. 유일하게 곁에 남아 있는 사람은 어머니 한 분이다. 나는 평생 사랑한다는 말을 할 줄 몰랐지만 요즘 어머니에게는 자주 한다. 덕분에 어머니는 자신감을 회복했다. 이제 동생이다.

나는 왜 그동안 외로움을 자처했던 것일까? 일이란 뭘까?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감? 평생 동안 책을 끼고 살았지만 책이 가르쳐 주는 교훈을 실천하지 못했다. 결국 내 삶이 허망했다. 지금도 늦지 않았는지 모른다. 내가 하는 일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모두 저마다의 삶이 가장 소중하다. 그 소중한 삶에 나는 전화 한 통 걸어 주는 아량이 없었다. 그러니 내가 외로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런 깨달음이 조금만 빨랐다면 어땠을까? 

 

주기적으로 병원에 드나드는, 마음에 병이 있는 동생 이야기도 가슴이 찡하지만....손가락이 아파 못 옮기니 그 부분은 직접 읽어보시라.

 

인생의 마무리는 정말 중요하다. 앞으로 내가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열심히 이뤄 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세상과 잘 이별하기 위한 준비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정말 그렇게 살고 싶다. 어느 순간 내가 사라지면 세상 사람 모두가 행복해지도록 만들어 놓고 조용히 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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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2 2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23 08: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원 맨즈 독 One Man's Dog
조지수 지음 / 지혜정원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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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적잖은 책을 구입했는데 읽다가 한쪽으로 밀어놓은 책이 한두 권이 아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였던, 책을 쓴 분들의 노고를 모르는 건 아니건만, 내 어수선한 마음을 붙잡아주지 못하는 책들이 너무나 많았다. 내 게으름도 물론 무시할 수 없지만.

 

조지수라는 필명의 작가가 쓴 이 책은 나의 게으름은 물론 피곤으로 찌든 정신을 무릅쓰고 단숨에 읽도록 하는 마력을 지녔다. 꼭지마다 그러니까 주제마다 색깔을 달리해서 웃길 때는 웃기고, 진지할 때는 진지하고, 엄숙할 땐 지극히 엄숙하면서도, 매우 지적이며, 삶의 깊이에서 우러나는 통찰력이 번득이고.....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려고 이렇게 버벅거리고 있는 건가, 지금. 짧게 말해서, 옥석이 있을 때 이 책은 단연 '옥'이라는 얘기를 하고 싶은 거다. 그것도 '진짜' 옥.

 

그러나 아무리 좋은 책이어도 나는 책 소개에는 좀 야박한 편이다. 일단 완독으로 족하고, 길게 쓸 만큼 마음이 한가롭지도 않다. 해야 할 일에 늘 발목이 잡힌 상태이기도 하고. 이미 잠들 시간이 지나서 눈이 아파온다. 다행히 주말이지만, 오늘은 시험 출제에 전력을 기울이느라 수고가 많은 하루였다. 핑계를 용서하시길.. 성의 없는 글도 양해하시길...

 

갈피마다 의미있고 재밌는 부분이 많은데 유독 내 눈에 들어오자마자 호흡을 멈추게 한 문장이 있었으니,

 

나는 심지어 내 묘비명에 '직업을 잘못 택한 사람 여기 잠들다'라고 써주기를 요청했다. 내 기질은 탐험가, 모험가 등에 어울린다. 아니면 관광 가이드에 어울린다. 얌전하게 연구하고 가르치는 일은 내 본령이 아니었다.                                                     <나의 차>에서

 

ㅎㅎㅎ 내 얘긴줄 알았다고나 할까.

 

삶의 의의 중 가장 커다란 하나는 자신의 행불행을 스스로의 손아귀 안에 쥐는 것이다. 운명이 주는 불운이야 어쩔 수 없다 해도 자기 단련의 소홀로 생기는 불행은 막을 수 있다. 이것은 외재적 행복의 추구에 의해 획득되지 않는다. 내재적 만족에 의해 획득된다.

                                                                                                <지성의 이익>에서

 

 

효자 자식은 부모가 만든다. 마찬가지로 존경하는 젊은이는 우리가 만든다. 존재하게 해준 것에 대해 감사하게 하려면 그 존재 자체가 의미 있고 행복해야 한다. 이것은 세상에 대해 더 힘을 지닌 기성세대가 할 일이다.(중략) 젊은이들은 기억조차 못할 아득한 시절부터 '노인을 공경하라'고 세뇌되고 교육된다. 기억도 못할 시기에 심어진 관념은 일생에 걸쳐 마비적 효과를 가진다. 그리고 자신이 늙으면, 존경받을 이유가 위에 제시된 어떤 것('노인네들이 더 지혜롭다거나, 더 오래 살았다거나, 더 신중하거나, 먼저 살았기 때문')에도 근거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자신이 기득권자가 되는 것이니 그 속임수를 그대로 쓰기로 자신과 타협해버린다. 그러니 노인공경은 계속적으로 속고 속이는 협잡이다. 협잡질이 우리 효의 근원이다.                            <노인 공경의 이유>에서

 

 

 

이 책은 이런 소개가 무의미하다. 직접 읽어봐야 한다.

 

 

* 이 책은 중고서적이 아닌 새 책을 신청하고 구입했는데 배달된 책은 아무리봐도 새 책이 아니다. 책 밑면에 깨알같은 보라색 동그라미 도장이 두 개 찍혀 있고 무슨 액체가 살짝 묻은 흔적이 남아 있다. 책 겉장의 오른쪽 귀퉁이도 살짝 들려있다. 어디 책을 한두 번 구입해보나. 척 보면 새 책인지 헌 책인지 구분 못할까나. 이걸 '옥의 티'라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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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감이다 - 세상의 모든 찌질이들에게 바치는 헛소리 모음집
조지수 지음 / 지혜정원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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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음식을 지극히 싫어한다. 그래서 즐겨먹는 건, 씁쓰레한 고들빼기나 갓 담근 파김치 등. 고수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허브. 책도 달달한 건 이제 내 취미가 아니다. 톡 쏘거나, 쓴 맛이 나거나, 아니면 시니컬한 것에 눈이 간다. 딱히 내 인생이 쓴 건 아닌데...취향이다.

 

이런 내 취향에 딱 맞는 책이 이 책이다. 읽을수록 감탄했다. 시니컬하고 반어적인 표현에 거듭 감탄했다. 거기다가 깊숙이 찌르는 똥침 같은 짜릿함마저... 베껴 쓰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책은 삶에 도움 안 된다. 도움은커녕 방해된다. 인생을 그럴듯하게 살고자 하는 사람들은 책을 가까이해서는 안 된다. 책은 사람을 현실에서 멀어지게 하고 몽상가로 만든다. 구린내 나는 자부심만 주입한다.

 

많은 책을 섭렵했거나 다양한 지식을 쌓았거나 수많은 학위를 받았다고 해서 그 장본인이 지혜롭거나 쓸모 있어지지 않는다.

 

이렇게 시작되는 책이지만 끝까지 읽어볼 일이다.

 

인간관계란 속고 속이는 관계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가면무도회에 초대받는 것과 같다...사회적 교제란 서로를 알기 위한 것이 아니라 속이고 속고 속아주기 위한 것이다. 존중해야 하는 것은 서로의 가면이지 실제의 얼굴이 아니다. 자신을 드러내는 사람은 바보이다. 더 어리석은 사람은 가면을 쓴 채로의 상대편을 인정해주지 않는 사람이다.

한층 어리석은 사람들이 있다. 가면을 벗었을 때의 그를 상기시키며 가면을 쓰고 있는 그를 찔러대는 사람들이 있다. 이 만행보다 상대방의 분노를 더 사는 우행은 없다. 이것은 상대방의 비일관성까지도 지적하는 짓이며 상대편을 위선자로 치부하는 짓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사람들, 즉 자기 자신 가면을 쓰지 않거나 가면을 쓴 채로의 상대편을 그대로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자리는 이 세상에 없다. 그런 위인은 결혼도 못 하고 출세도 못 한다. 과장 정도로 회사 생활을 마무리하고 산으로 출근하는 것이 그 실력에 꼭 맞다. 이런 사람이 생존 경쟁의 패배자가 된다. 청게산이나 북한산은 그런 사람들로 꽉 찼다.

 

가까운 사람 중에 이런 사람이 있다. 남들에겐 기인에 불과하지만 가족에겐 괴물이 되는 사람.

 

누군가가 불행하다면 우리 자신도 불행하다. 아니 우리의 행운과 건강이 어쩌면 다른 생명 희생의 이면이다. 나의 탄생과 존속과 성장의 길 주변에는 다 같이 살아 나갈 수 있었던 가능한 생명들의 시체가 즐비하다. 누가 개별적일 수 있을까? 우연한 불행과 예기치 않은 행운은 동일한 줄기의 가지들인데, 한 뿌리로부터 나온 여러 포플러 나무들인데, 자신은 단지 똑같은 우연으로 행복할 뿐인데.

 

형제 중에 누군가 치명적인 질병을 앓고 있을 때가 그 예다. 한 뿌리로부터 나온 나뭇가지들. 건강한 가지는 다른 썩은 가지의 희생의 이면이고 우연의 행복이다. 예기치 않은 행운에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불행하다.

 

전화 받는 것도 싫어한다. 혼자 있을 때는 벨 소리를 무시해버린다...사는 것이 별다른 것도 아니고 누구의 삶이 더 특별할 것도 없다. 좋은 일이 있으면 운명에 감사하고 불운에는 구원의 호소 없이 견뎌내면 된다. 그것으로 이리저리 전화할 일은 아니다.

 

' 좋은 일이 있으면 운명에 감사하고 불운에는 구원의 호소 없이 견뎌내면 된다.' 그저 견뎌내야 한다. 까짓 전화...

 

어떤 운명이 그러한 사람으로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수줍어하고 조용하지만 비판적인 옹고집으로 태어나고 말았다. 어머니 말을 빌리면 "말 없는 문제아"로.

 

왜 이렇게 공감이 가는 지...

 

자격증(이를테면 의사, 판사, 검사, 변호사, 교수, 교사 등등)이 개인에게 부여하는 비극은 삶에서 더 큰 가능성과 다채로움을 향하는 어떤 지적인 노력도 하지 않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그들을 재미없고 권위적인 사람으로 만든다. 안전과 안정은 개인의 인간적 가능성에는 자멸적 영향을 끼친다....

의미 있는 의학적 진보가 의사에 의해서는 한 번도 있어 본 적이 없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의사들은 항상 돈을 벌기에 바쁘고 취미 생활에 바빠서 의학적 진보는 자격증 같은 고귀한 것을 지니지 않은 생물학자의 손에 맡겨졌다.

 

요즘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다보니 나름 의사의 급수를 따지게 된다. 환자를 의약소비자로 인식하는 의사와 병을 근본적으로 다스리는 의사가 같을 수 없다.

 

 

이렇게 대충 옮겨 쓰는 행위가 저자에게 결례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이렇게 단편적인 부분만 읽어서는 곤란하다. 전체를 읽고 종합적으로 생각해야 하는데...그저 옮기는 데 급급한 건 순전 내 게으름과 무능력 탓이다.

 

이 저자의 또 다른 책. 재밌게, 인상 깊게 읽었었다. 필명 조지수, 어떤 분인지 진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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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쌩 2017-04-09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으면 하는...
나만 소장하고 싶은...

nama 2017-04-09 15:21   좋아요 0 | URL
에이 그래도 책은 팔려야하니까 사람들이 알아야죠.^^

2017-04-09 0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4-09 15: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7-04-09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말없는 문제아 -->이거 전데요! ^^
이 책 꼭 읽어야겠어요.

nama 2017-04-09 15:55   좋아요 0 | URL
이 분 글 읽으면 아득한 깊이가 느껴져서 좋아요.

조중걸 2023-10-30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쩌다보니 소설 한 권 또 싸질렀습니다. 주소와 전화번호 geandna@naver.com 으로 보내시면 사인본 보내 드릴게요.
.

nama 2023-10-31 15:2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Kang 2024-01-28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조중걸 교수님이시다 ㄷㄷㄷㄷ 부럽습니다!!
 

 

서재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박이문 선생의 책을 뒤져보았다. 20대의 백수시절을 뜻깊게 했던 책들 중에는 <하나만의 선택>이 있었다. 고상한 책들이 있어, 막연한 시절이었지만 고상(?) 한 시절이기도 했다. 지금은 책에 밑줄 하나 긋지 않고 곱게 보지만 예전에는 밑줄을 그어가며 읽었는데 그 흔적들이 보인다. 내 젊은 날의 흔적이어서 반갑다. 그중 몇 줄.

 

종교 발생의 가장 중요한 원인의 하나는 모든 것을 설명코자 하는 인간 이성의 요구에 있다고 믿는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종교도 하나의 지식이다.

 

신을 믿지 않더라도 가장 고귀한 정신적 행위는 가능하다.

 

니이체는 참다운 초인의 싹을 스스로의 충동적 본능을 극복하고 창조적인 일에 전념하는 사람들 속에 있다고 본다.

 

 등등....

 

 

 

물론 이 책을 다 읽은 건 아니다. 언젠가 읽겠지 했는데 아직 못 읽었다. 고상한 시절은 쉬이 오지 않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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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의 정원
조병준 글.사진 / 샨티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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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올 무렵에는 마음이 뒤숭숭해진다. 뭔가 불안하고 우울하고 충동적이고 변덕스러워진다. 이미 겨울은 끝났으니 차라리 여름이 빨리 와주기를 바라기도 한다.

 

이럴 때 나는 조병준의 책을 읽으면 어수선한 봄 기운을 얼마쯤 다스릴 수 있다.

 

 

어느 해 봄, 나는 이 책 <제 친구들하고 인사하실래요?>을 읽고 무척 행복했는데 그 행복했던 기운 때문에 봄이 되면 조병준을 떠올리게 되는 것 같다.

 

모처럼 시립도서관에 갔다가 빌리고 싶은 책은 찾아보지도 않고 조병준의 <기쁨의 정원>을 들고왔다.

 

그런데 이 책. 흐흠. 조병준도 이젠 늙어가는구나, 싶다. 문장이 깔끔하지 않고 너스레가 많다. 그가 말하는 '기쁨'은 이제 원숙하고 한 번 걸러진 농익은 기쁨인 것아 웬지 안쓰럽고 짠하다. 젊음은 짧구나. 책에도 나이가 있구나. 너무나 공감이 가는 글이라서 내 속내가 들킨 기분마저 든다.약간 주접스러운(?) 너스레마저 마치 내 것 같은...

 

  최소 1년이라고 호언장담했던 여행은 11개월 만에 끝났다. 엄마 제사 지내고 얼마 후에 날아온 동생의 문자 메시지가 그렇게 만들었다. 큰누나 수술했어. 전화라도 한번 해줘. 바로 여동생에게 전화를 넣었다. 큰 수술 아니라고 했다. 수술 잘 끝나고 회복실에서 쉬고 있다고 했다. 마음 쓸어내리고, 그래, 잘 지내라, 오빠 좀 더 다니다 돌아갈게 말하는 순가, 갑자기 여동생이 끼억끼억 울기 시작했다. 말도 없이 큰소리로 울기만 했다. 무슨 말을 할 수 있었겠는가. 그냥 전화기 붙들고 여동생의 통곡에 가까운 울음을 듣기만 하는 수밖에.

  아무리 간단한 수술이었다고 해도 수술은 수술인데, 아무리 남편과 자기자식들이 있다고 해도 그 시간에 어떻게 엄마 아버지 생각이 안 났을까? 아무리 나이 먹어도 우리 모두 끝내 영혼 안에 어린아이가 남아 있는 법인에. 엄마 아버지가 안 계시면 오빠라도 있었으면 그 아프고 힘든 시간, 그래도 조금이나마 덜 외로웠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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