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법 쇼크 1 쇼크잉글리쉬 쇼크 시리즈
정형정 지음 / 쇼크잉글리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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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영문법을 쓰레기라고 할 필요까지 있나싶다. 문법은 영어문장을 이해하는 한 방편일 뿐인데 기존의 문법이 적폐의 대상일 수는 없지 않은가.

 

특히 현재완료의 네 가지 용법에 대한 불만은 다른 저자의 책에서도 읽은 적이 있다. 굳이 네 가지 용법으로 나눌 필요가 없다는 주장에는 동감하지만 영문법을 처음 배우는 학생에게는 오히려 이 네 가지 용법으로 분류 설명하는 게 현재완료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 나와 있는 것을 이해하기도 사실은 쉽지 않다. 문장 분석이 더 근본적이고 논리적으로 보이지만 이 또한 문법의 틀일 뿐이다. 하나의 방법일 뿐이니 기존의 것을 모두 쓰레기라고 하는 것도 좀 억지스럽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을 짚어주는 건 인정할 만하다. 예를 들어 부사구가 여럿 나왔을 때 장소+방법+시간의 순서로 쓰이기에 보통 기억하기 쉽게 장+방+시로 외우는데 이에 대한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영국인의 조상인 켈트족은 유목민으로, 영국인의 피에는 이동이란 본능이 들어있다. 따라서 영어에는 이동개념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배우는 대부분의 전치사에는 이동의 뜻이 들어있고 말할 때도 장소, 방법, 시간 순서로 원어민은 장소를 매우 중요시한다.' 예를 들어, I am going to Seoul tomorrow....처럼.

 

또 하나. 가주어, 진주어 구문에 대한 설명도 재미있다.

'영어의 역사에서 영어 원어민의 조상은 농사꾼이 아니라 상인이다. 물건을 교환하고,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에선 상대방에게 말의 핵심을 빨리 전달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신속한 거래가 이루어지고 더 많은 사람과 흥정할 수 있다. 말의 핵심은 동사가 한다. 동사가 나올 때까지 긴 주어를 사용하면 말의 핵심전달이 더 늦어지기 때문에 가주어 it을 사용하여 "주어+동사'형태로 말의 핵심을 먼저 전달하는 것이다. 즉 영어는 상업문화에서 출발한 언어로 주어 동사를 짧게 하여 말의 핵심을 빨리 전달하기 위하여 가주어 it을 사용하는 것이다.'

 

장사꾼의 기질은 매우 계산적이고 현실적인 사고를 갖게 한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중요하지 않은 개념인 가산명사, 불가산명사, 단수명사, 복수명사의 구분이 매우 중요한데 이는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장사꾼 사고방식을 그대로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관사 a, the 역시 교환의 신속성과 편리를 위하여 발생한 사고이다. 가정법을 사용하는 것 역시 그들의 조상이 상인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에는 동사의 현재형을 사용하고,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 가정에는 그래서 동사의 과거형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 책은, 기존 영문법 척결 내지는 혁명 같은 주장보다는 오히려 이런 설명들이 마음에 든다. 이런 설명이라면 얼마든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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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얘기지만, 나는 한때 미술대학에 진학하려고 고3이 다되도록 화실에 드나들었다. 그러나 영문학을 강요하는 아버지의 결의에 찬 집요함 "영문학과 아니면 대학에 보내지 않겠다."는 말씀에 결국은 백기를 들어 항복했다. 그때부터다. 내 인생이 재미없게 된 것이. 이렇게 시작된 영어와의 전쟁은 지금까지도 휴전에 들어가지 못했다.

 

우리 아버지는 도대체 얼마나 영어에 한이 맺히셨기에 나에게 그토록 강요하셨을까. 그게 궁금했다. 물론 나에게 영문학을 강요한 이유는 분명히 있었다. 아버지 왈,

 

첫째, 네가 어른이 되었을 때 분명 영어가 크게 쓰일 것이다. 너희들 세대에는 영어가 필수가 될 터이니 영어전공을 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 너는 성격이 매우 내성적이고 비사교적이어서 영어를 하면 성격도 좀 밝은 쪽으로 바뀔 것이다.

 

우리 세대에는 영어가 크게 쓰일 것이라는 예견은 딱 들어맞았지만 나는 그것이 우리아버지의 독창성에서 나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집 근처에는 유명한 미공군부대가 있었고, 아버지는 읍사무소에서 일하는 공무원이셨고, 집에서는 늘 <서울신문>이나 <조선일보>를 구독하여서 어느 정도 세상물정을 알고 계셨기 때문이다.

 

그렇게 세상을 내다보시는 아버지였지만 내 성격과 영어가 잘 맞으리라고 생각하신 건...이건 나의 불행이라는 사실을 아버지는 꿈에도 생각해보신 적이 없으리라. 말 보다 행동이 빠른 편인 나 같은 언어기피증이 있는 사람에게 외국어는 언제나 고문이라는 사실을 아버지는 예상하지 못하셨으리라.

 

자식의 성향을 깡그리 무시한 아버지는 왜 영어를 자식에게 강요하셨을까? 그것이 알고 싶어서 이 책을 읽었더니 영어에 대한 아버지의 한 같은 게 읽혀지기 시작했다. 1924년생인 아버지는 아마도 영어 하나만 잘해도 출세길을 달렸던 많은 사람들을 알고 계셨으리라. 서당 훈장의 아들이었던 아버지는 한문만큼은 탁월하셨지만 이미 세상은 영어가 판을 치고 있었으니 그게 평생 원망이셨을 것이다. 그래서 여럿 자식 중에 대학 하나 겨우 들어갈 자식이 생기니 그토록 영어를 강요하셨을 것이다.

 

 

 

 

 

 

 

 

 

 

 

 

 

 

1816년 최초의 영어교육을 시작으로 영어광풍에 이르는 오늘날까지, 한국인과 영어라는 주제를 다루는 이 책을 읽다보면 시름만 더욱 깊어진다. 끝까지 다 읽어도, 대안이라고 하는 부분을 읽어보아도, 그저 가슴만 답답해진다. 물론 동의하는 부분은 많다. 가령,

 

p. 229.... 우리의 영어는 실수요가 아니라 가수요....가수요가 또 다른 가수요을 낳고 그것이 또 가수요를 낳고 하는 악순환이 바로 우리 영어 열풍의 참모습이다. 이런 가수요는 영어가 가진 막강한 힘 때문에 일어났지만, 우리 사회가 가진 항구적 위기의식, 정신적 사대주의, 휩쓸리기 쉬운 문화, 지나친 경쟁 이데올로기와 상업주의, 그리고 학벌주의와 못 말리는 교육열 때문에 급기야 '정신 나간'수준에까지 이르렀다.....그 맹목성은 영어가 가진 권력에서 나오지만, 그것에 기대어 세력을 확대하는 기업, 언론, 정부, 사교유계와 상류층 전반이 이를 조장하기도 한다....영어 교육의 기본 철학을 혁파해야 한다. 그것은 정치와 권력의 문제다...(가수요의 정체는) 내부 서열을 정하기 위해 역사적 상황과 시류에 맞는 판별 도구로 영어가 선택된 것이다.

 

p.231...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 분야가 서열화를 전제로 한 경쟁의 구도로 짜여 있고 그 장점을 한껏 누리는 사람들이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엘리트 계층에 오른 상황에서, 서열 타파는 근본적인 국가 개조론과 같다.

 

p.233...외국의 학생들이 배움에서 '깊이'를 추구할 때에 우리는 순전히 내부경쟁용 변별 수단으로 영어 교육에만 올인하는 꼴이니, 그게 국익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p.249...장기적인 문화 개혁을 추진하려면 기존 학벌 엘리트의 행태를 사교육 문제와 연계시켜 생각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예컨대, 낙하산 인사와 전관예우가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걸 이해해야 한다. 좋은 학벌로 한 번 출세하면 죽을 때까지 돌아가면서 여기저기 좋은 자리와 기회를 독식하는 기존 풍토를 당연시하면서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p230.  서열 없는 사회를 꿈꾸는 건 아름답지만, 그건 종교의 비전과 비슷한 아름다움이다.

 

희망이 보이는가? 차라리 영어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 될 것 같다. 이민이라도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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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주 2014-05-30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급 공감입니다. 아~ 하는 한숨만 나오는 현실이에요.
 
전치사 쇼크 쇼크잉글리쉬 쇼크 시리즈
정형정 지음 / 쇼크잉글리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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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생각없이 외웠던 전치사에 대한 통찰을 하게 하는 책.

예를 들면, 4형식 구문을 3형식으로 바꿀 때 전치사를 to 로 쓰느냐 for로 쓰느냐 하는 문제를 이렇게 간단하고 요령있게 정리해준다.

 

1) A to B 로 사용하는 동사: give, hand, pass, send, show, present, lend, tell, teach

 

I gave him a book. > I gave a book to him.

 

'나에게 없는 책을 준비해서 주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내가 갖고 있는, 준비되어 있는 책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to'를 쓴다. 즉 'A to B는 말하는 순간에 이미 갖고 있고, 준비되어 있는 A를 B에게 주는 것이다. 'A to B는 준비과정 없이 바로 주는 하나의 동작'이다.

 

2) A for B로 사용하는 동사: make, buy, get, find, choose, build, order, book, cook, cut

 

I made my child cookies. > I made cookies for my child.

 

'아이가 과자를 만들어 달라고 하면 나는 과자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과자를 만든 다음에 줘야 한다.' 이렇듯  'A for B는 말하는 시점에 A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A를 준비한 다음에 B에게 주는 것'이다. 'A for B는 먼저 A를 준비한다+그다음에 준다'로 두 개의 동작'이다. 이것이 원어민이 본능적으로 느끼는 감각이라고 한다.

 

3) A to B, A for B 모두 사용하는 동사: bring, leave, sing, read, give

I sang a song for my baby. ... 아이를 위하여 노래를 준비해서 불러주는 느낌.

I sang a song to my baby. ... 사전 준비 없이 바로 불러주는 느낌.

 

이런 친절한 설명을 읽다보면 전치사가 쉽게 이해된다. 그러나 소설처럼 쭉쭉 읽어나가기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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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아줌마의 잉글리쉬 생활
김은영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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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가 처음 쓴 <나는 런던의 수학선생님>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어찌어찌 하다보니 런던에서 수학선생님을 하게 되었다는.

 

그 후 수학교사로서 자리를 잡은 이후의 이야기, 그래서인지 이 책은 첫 책처럼 호기심을 크게 자극하진 않았지만, 도서관 서가에서 우연히 발견하고는 빌려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이후의 이야기도 갑자기 궁금해졌다.

 

첫 책보다 더 경쾌하고 수다스럽다고나 할까. 그러나 그 수다스러움 속에는 지은이의 표내지 않는 많은 노력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영어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이 책을 읽는 재미는 이런 게 아닐까 싶다. 일상의 에피소드를 얘기하면서 우리말 대화를 영어로 옮겨놓기도 했는데 그렇게 쓰여진 영어표현을 입 밖으로 소리내어 읽어본다는 것이다. 눈과 입이 즐거워지는 책이다.

 

그리고 지은이의 영어에 대한 생각 한 구절.

 

p. 107...내 자식이 정말 잘나서 국제무대에서 이름을 떨치는 사람이 되었다고 하자. 그 아이가 오리지널 미국식 발음을 가진 아이가 되었다고 가정했을 때, 과연 그 아이가 일하면서 미국 사람을 만날 확률이 얼마나 될까. 세계 각국에서 온 세계 사람들 앞에서 미국식 발음으로 영어를 한다고 그걸 훌륭하다고 여길, 똑같은 국제무대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는 다른 나라 사람은 없다. 문제는 미국 영어가 아니라 의사소통의 수단인 영어라는 언어를 가지고 얼마나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조리 있게 잘 표현하느냐 하는 것이다.

 

가벼운 에세이로 분류해야 할 이 책을 '영어' 카테고리에 넣는 이유는, 책 제목처럼 '잉글리쉬생활'이었으므로.

 

'미국 영어...'운운해야하는 비상식적인 영어광풍 사회..... 참, 대책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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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영어 사전 - The Story Dictionary of English Etymology 교양 영어 사전 1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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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piggy bank에 관한 부분을 읽어보자.

 

p.531  piggy bank(돼지 저금통)도 pig와는 아무련 관련이 없는 단어다. 15세기 도공들은 pygg라 불리던 진흙으로 단지(목이 짧고 배가 부른 작은 항아리)들을 만들었다. 가정주부들은 이 단지를 곧잘 푼돈을 넣어두는 저금통으로 이용했는데, 이를 본 도공들은 1800년대부터 pygg에서 pig를 연상해 실제 돼지 모양의 저금통을 만들기 시작했다. 나중엔 무엇으로 만들건, 설사 돼지 모양이 아니라 하더라도 어린이들이 저금을 하는 통을 piggy bank라 부르게 되었다.

 

영어관련 직업을 갖고 있거나, 영어를 무지무지 좋아해서 어떤 단어에 대한 내력을 알고자 한다면 이 책은 좋은 참고서적이 될 터이다.

 

그러나 오래된 낡은 표현들도 많고(교무실 옆 좌석의 영국인 원어민이 슬쩍 보더니 그렇다고 한다), 일상적인 용도보다는 학구적인 면이 강한 이 책은, 시간이 넉넉하고 영어에 흥미가 많은 사람들에게는 또다른 좋은 읽을거리가 되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내용보다 책 값이 먼저 떠오르지 않을까 싶다.

 

영어전공자도 아닌 분이 이런 사전을 썼다는 사실은 대단하다. 감히 흉내내기 힘든 작업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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