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슬러 오르는 연어의 초록강 - 봉쇄수녀원 곽한나 수녀의 치유 에세이
곽한나 지음 / 진명출판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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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보다 그림이 우울한 한 수도자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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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 - 약이 되는 잡초음식 농부가 세상을 바꾼다 귀농총서 25
변현단 지음, 안경자 그림 / 들녘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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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 무엇인가를 해본다는 건 가슴 떨리는 일이다. 

들길을 걷다보면, 멋대가리 없이 키가 훌쩍 크고 잎사귀가 넓적한 한마디로 별로 예쁘지 않은 풀이 있다. 생명력은 또 얼마나 왕성한지 이 구석 저 구석 없는 데가 없다. 여러모로 보아 가히 잡초의 제왕쯤 되는 품위(?)가 돋보이는 풀이 있다. 드디어 그 이름을 알아냈다. 소리쟁이다. 거칠것 없는 이 풀의 모양새로 보아 외래종쯤으로 여겼었다. 

그런데 이 책을 뒤적거리다가 이 소리쟁이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먹는다는 것은 이미 들어서 대강 알고 있었지만 이 책에는 먹는 방법까지 나와 있었다. 며칠 벼르다가 동료 선생의 부추김에 힘을 얻어 드디어 오늘 저녁 밥상에 올렸다. 음,..아직은 실험 단계라서 우선 나 혼자만 먹었다. 

입맛 만큼 보수적인 게 없다는 데, 아무래도 이 시큼한 맛과 친해지려면 몇 번은 더 먹어야되겠다. 홍어회의 참 맛을 두번째에 깨달았으니까 이 소리쟁이 맛을 알려면 적어도 두번은 먹어야겠지.아직 낯이 설긴하지만 시금치국이나 근대국보다 훨씬 부드럽긴하다. 

왕성하고 거칠것 없는 온갖 잡초들을 볼 때마다 좀 안타까운 생각이 들곤 했다. 씨를 뿌리지 않아도 저절로 생겨나는 저런 놈들을 먹을 수만 있다면 여러모로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이었는데 세상엔 참 훌륭한 사람들이 많다. 재밌고 희망적이다. 세상엔 늘 앞서가는 사람들이 있음을 새삼 확인한다.

여기서 그치랴. 소리쟁이를 뜯어오는 길에 박주가리라는 놈도 한 잎 뜯어와서는 책과 대조해본다. 틀림없는 박주가리이긴한데 요놈은 또 어떻게 먹나? 아무리봐도 먹음직스럽지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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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는 베르사체를 입고 도시에서는 아르마니를 입는다 - 패션 컨설턴트가 30년 동안 들여다본 이탈리아의 속살
장명숙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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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과는 전혀 관계없는 삶을 살아가는 내가 이 책을 읽게 될 줄이야. 

이탈리아를 가볼까나 구상중이어서 이 책을 집어들게 되었다. 이미 93년과 96년에 이탈리아의 유명한 몇 도시를 다녀오긴 했지만, 그당시 여행이란게 그렇듯 지나고 보니 수박 겉핥기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 중 한겨울에 갔었던 밀라노는 여타의 도시보다도 볼거리가 없었고 스산한 겨울 추위만 뼈저리게 실감하고 왔던 기억이 난다. 호텔에서는 뜨거운 물 한 잔 얻어 마시기가 얼마나 힘들던지 눈물이 날 정도였었다. 몸은 천근만근이었고 여행 자체가 고행이었다. 한 달간의 여행을 끝내고 와서야 임신 사실을 확인했으니, 입덧을 치르며 하던 이탈이라 여행이었다. 

이 책을 읽자니 그 고생스런 이탈리아 여행이 새록새록 생각이 났다. 그리고 부러웠다. 다른 세계를 살짝 들여다보는 여행이 아닌 그곳에서의 삶이 몹시 부러웠다. 그 어려움과 고달픔이야 한낱 여행에 비할 바가 아니겠지만 한 세계를 샅샅이 경험하고 자신의 삶을 개척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두고두고 부러운 일이다. 저자를 이탈리아로 이끈 칸초네 한 곡, 그 운명같은 만남이 왜 내겐 없었을까,하는 쓰잘데 없는 아쉬움 한 자락이 남는다. 내가 성장한 미군 부대 옆동네는 온통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들로 그득했다. 미국 문화는 지향해야할 대상이 아니라 지양해야할 기피 대상이었다. 

이 책은 참 적절한 내용에, 그에 어울리는 적절한 글에, 또 적절하게 읽을 만하다. 이런 종류의 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과시나 자랑 같은 것도 없다. 내용은 빈약하고 포장만 요란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그건 기우였다. 한 번도 뵌 적이 없지만 저자의 품위가 느껴졌다. 

(232)...더구나 패션은 예술이 아니다. 인간이 신체 위에 걸치는 기술일 뿐이다. 멋있고 아름다울수록 빛을 발하는 기술이다. 

패션 컨설턴트라는 저자의 중후만 멋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요란한 예술 아니 요술처럼 보이는 패션에 대한 이 짤막한 정의에, 저자에 대한 신뢰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 첵은 (제목에서 느껴지는) 단순히 패션에 대한 것이라기 보다는 이탈리아 전반에 관한 책이라고 해야겠다. 여행으로서는 절대로 파악할 수 없는, 그 세계에서 살아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살아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여행의 한계를 분명하게 지적해주는 책이기도 하다. 삶의 속속들이를 여행을 통해서는 절대로 알 수 없음을 자각하게 해준다.  

별 것 있는 여행을 위해서 읽었건만 결과적으로 별 것 없는 여행의 한계를 분명하게 깨닫게 해준다. 이래저래 아프다. 저자의 다양한 삶이 부러워 아프고 맛만 보고 그칠 내 여행의 얄팍함에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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正義의 길로 비틀거리며 가다
리 호이나키 지음, 김종철 옮김 / 녹색평론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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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바보 혹은 거룩한 바보의 길을 생각하게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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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 오후 2시 - 낯선 곳에서 시작한 두 번째 삶 이야기
김미경 지음 / 마음산책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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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 읽기가 버겁다. 일상이 만만치 않다. 0교시 수업에 에너지를 퍼붓고, 나머지 수업은 에너지를 배분해서 쓰러지지 않도록 조절하고, 여분의 에너지를 각종 평가지와 숙제 검사에 소모하고 나면 하루 분량의 에너지가 완전 연소된다. 다시 충전을 위해 1시간을 걷고, 저녁 밥 해먹고 대강 치우고나면 잘 시간이 된다. 아침에 보다가 밀쳐둔 신문은 그대로 분리수거장으로 향하거나, 제대로 읽어야 칼럼 한두 편 정도이다. 

대통령이 없는 나라, 교장이 없는 학교, 시어머니 없는 가정을 꿈꾸는 내 가당찮은 바람은 달콤한 수면을 악몽에 시달리게 한다.  

'낯선 곳에서 시작한 두 번째 삶 이야기'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을 읽어도 간밤에 꾼 악몽 때문인지 별다른 흥미가 일지 않는다. 경쾌함 속에 숨겨진 고달픔, 슬픔, 괴로움 등은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짐작되는 바, 차라리 즐거운 비명을 듣는 게 정신건강에 좋을 터. 그나마 이 책은 구질구질한 일상을 드러내지 않아서 안심이다. 하소연이나 넋두리는 책을 읽고 투정대거나 빈정거리는 나 같은 독자의 몫!

눈에 힘을 주지 않아도 좋은 책이건만 내내 시큰둥하게 읽었다. 낯선 곳에서의 삶이 부러웠나? 솔직하고 대범하게 풀어놓는 이야기에 주눅들어서 그런가? 아, 그렇다. 이 책에는 대통령도 교장도 시어머니도 없었다.  

그렇게 읽어나가다가 눈에 확 들어오는 부분이 있었다. <영어몰입교육 대 찬 성!?>이라는 글이다. 

(184쪽) 지금의 세계 파워 구조 속에서 세계와 소통하면서 살아가기 위해 외국어 몰입교육? 좋다....그런데 세계의 파워 구조가 미국의 독주에서 유럽권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권, 이렇게 세 개의 핵심 파워 간에 균형을 이루어갈 것으로 예측되는 현 시점에서 왜 유독 영어에만 그렇게 몰입해야 할까?..나를 '한국인'으로 알기보다 '아시안'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 뉴욕에 와 살면서 나는 한자와 일본 역사를 가르치지 않았던 우리 학교 교육이 그렇게 안타까울 수가 없었다...미국인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우리가 배우다 만 한자 실력을 미국인들이 따라오려면 수백 년간 땀을 뻘뻘 흘려도 힘들 것 같아 보인다...그래서 훨씬 쉽고 가깝게 익힐 수 있는, 영어보다 천 배나 배우기 쉬운 중국어나 일본어에, 온갖 아시안 언어에 함께 몰입하도록 해주면 좋겠다...우리가 아시안이기 때문에 가진 경쟁력, 천 배 쉽게 아시안 언어를 배울 수 있는 이 엄청난 경쟁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미래지향적이지 않을까? 영어만으로는 세계와 커뮤니케이션할 수 없는 세상이 이미 열리고 있는데 말이다. 

안에서 떠드는 것보다 밖에 있는 사람들이 떠들어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것 같다. 이 목청 돋운 주장이 반갑고 반가웠다. 목청 밖으로 나와서 소리가 되어 주는 건, 밖으로 나간 자의 경험과 깨달음에서 나온다. 비로소 이 책이 내 가슴에 들어왔다. 

* 미묘한 차이가 있는 표현: make an appointment-공식적 성격의 예약, 이를테면 채용 면접 인터뷰 예약, 회사에서 미팅 시간 약속, 병원 진료 예약 등 /// make a reservation-개인적이고 놀이성 예약, 호텔 예약, 스키장 예약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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