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길은 학교다 - 열여덟 살 보라의 로드스쿨링
이보라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5월
평점 :
학교를 벗어나 배움을 찾는 과정을 참 잘 썼다. 스무 살 나이에 이렇게 쓸 수 있는 것은 그가 학교라는 테두리를 벗어났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학교를 벗어나면 아이들은 꽃을 피울 수 있다. 각기 제 나름의 꽃을 피울 수 있다. (내가 선생 맞나?)
내가 어렸을 때 감히 엄두도 내보지 못한 것, 학교를 그만두는 일을 당당하게 해내고 스스로 자기의 길을 모색해본다는 것....이런 가슴 벅찬 삶을 이끌어간 이 책의 저자인 보라에게 마음으로부터 응원을 보낸다.
이 글을 쓰면서 드는 생각 하나. (학교는 둘째치고 )대한민국 학부모들이 단합해서 한 달 간만이라도 (그것도 동시에) 학원의 사슬을 끊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딱 한 달. 그러면 세상이 많이 달라질텐데.
학부모 여러분, 학원 안보내기 운동 한 번 해보시렵니까?
나도 지금은 학원을 끊은 지 한 달이 되어가는 딸내미를 옆에서 지켜보고있다. 솔직히 학원을 보내는 것 만큼 학원을 보내지 않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소신이라면 소신이랄까. 생의 중요한 시기를 똑같은 교복을 입고 똑같은 생각과 행동을 하도록 교육받은 사람으로서 남들이 다 하는 일을 벗어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걸 쉬운 말로 소신이라고 말하지만 우리가 언제 소신의 뜻을 키울 수 있어왔나? 주위의 여간한 눈초리를 무시할 수 있는 배짱 같은 것은 흔히 치기라고 치부해버리기 십상이다. 학교 교육의 폐해다.
학교를 벗어나서, 학원에서 해방되어 아이들이 맘껏 기를 펴고 자랄 수 있다면.... 이 일을 해내고 있는 보라에게 응원의 꽃다발을 보낸다.
나의 딸아이가 이런 길을 가고 싶다고 내게 물어온다면? 자신있게 말할 수 없다. 학원 안보내는 것도 대단한 결단을 요구하는 데 학교까지 끊겠다면, 그동안 덕지덕지 쌓인 쓰레기 마냥 내 머리 속에 무슨 진리처럼 떠받들고 있는 어떤 고정 관념 같은 것을 인정사정없이 파헤쳐서 다시 태어나지 않는 이상 무척 괴롭고 힘든 일이 될 것이다.
그래도 나는 한편으로 기다린다. 나의 딸아이가 한번쯤이라도 "학교를 그만두겠다" 고 저항하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