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어디를 갔다가 돌아오는 중,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곡을 가만히 듣고 있자니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 이 음악은...발리 음악이네." 갑자기 내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잠시 후 디제이 전기현의 차분한 목소리, 그래 발리 음악이었다.

 

발리 음악을 알아본 나 자신이 신기하긴 했지만, 발리를 다니다보면 늘 듣게 되는 음악이 Gus Teja 의 연주라는 것을 이제야 알아본 나 자신이 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정도는 발리를 가기 전에 알았어야 했다. 온갖 넘치는 정보에 치일세라 여행안내서나 인터넷검색 따위를 일부러 멀리했더니 기본적인 정보조차 얻지 못했지 싶다. 그 유명한 Gus Teja 공연을 한번쯤 볼 수도 있었을 텐데...

 

거리에서 흘러나오던 음악이 내 몸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다는 건, 그래도 흥미롭긴 하다. 비좁아터진 발리 우붓의 거리를 하릴없이 매일 수 킬로미터씩 거닐었던 덕일 것이다. 그리고 다음의 악기.

 

 

 

 

 

딩동딩동 두들겨본 소리가 저 깊은 기억이라는 창고에 남아 있다가 제 곡조를 알아보지 않았을까. 몸으로 하는 것은 오래 기억에 남는 것 같다. 몸이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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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크 2016-11-05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들어보는데.. 음악이 좋군요... sg 워너비의 내사람이 덩달아 생각나기도 하구요..

nama 2016-11-05 15:45   좋아요 1 | URL
찾아서 들어보니 워너비의 `내사람`이 심금을 진하게 울리네요. 인간의 목소리가 최고의 악기라는 말이 이해가 되네요.

sabina 2016-11-19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덕분에 음악 감상 잘했습니다.^^
막 해가 진 저녁시간, 텅 빈 집에서 혼자 들으니, 분위기까지 어울어져 참 좋았네요.
악기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청아하고 애상적인소리가
지난 날을 회상이라도 해야 할 것 처럼 마음을 어루만집니다.^^

nama 2016-11-20 14:21   좋아요 0 | URL
음반을 사왔어야 했는데...다음에 혹여 다시 기회가 된다면 꼭 음반을 사와서 친구에게 선물로 주고 싶어요.
 

밥벌이가 고단하다. 남이 해주는 밥 한 끼(점심)가 좋아서, 퇴근길이 좋아서, 출근한다고 말하지만 돈을 번다는 건 결국 내 시간과 내 육체를 헌납하는 일이다.

 

버스를 두 번 타야하는 출근을 앞두고 나는 늘 아침마다 내 뱃속의 신호를 고대한다. 내 용변 습관은 참으로 속전속결이라서 변의가 오면 단 몇 분 내에 화장실로 달려가야 한다. 좀처럼 기다려주지 않는다. 차라리 변비를 부러워할 정도이다. 혹여 버스를 타고가다 신호가 올까 내내 두렵기까지 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아침에 밥을 먹고 화장 비슷한 걸 하고 옷을 갈아입고 화장실에 가서 시원하게 일을 보고나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하루치의 행복이 이것 뿐이라도 좋다고 생각할 만큼 흐뭇하다.

 

이렇게 소박한 일상이지만 밥벌이는 역시 고된 일이다. 틈틈이 온라인 연수까지 한 강좌 해치우자니 책 한 권 읽기가 빠듯하다. 겨우 읽기를 마친 책 한 권, 제목이라도 기억하고자 작은 기록을 남긴다.

 

 

 

 

 

 

 

 

 

 

 

 

 

'

미술사학자 이주은의 글은 읽기 편하고 가슴에도 적절히 와닿아서 즐겨 읽게 된다. 이 책에 소개된 여러 화가들의 일화가 특히 재밌다. 재밌다? 불우한 일생을 보낸 화가들의 이야기가 재밌다니...인상적이라고 해두자. 그 중 조반니 세간티니. (Giovanni Segantini 1858~99)

 

국적이 없어지던 때는 일곱 살 무렵이었는데, 그 무렵에 그는 부모도 잃었다. 어릴 적 그의 삶은 외롭고 처참했다. 아버지의 세번째 부인으로 들어간 그의 어머니는 남편보다 스물여섯 살이나 어렸다. 세간티니가 태어나던 해에 그의 형은 화재로 인해 숨지고, 그 일로 어머니는 쇠약한 몸에 우울증까지 겹쳐 세간티니를 돌볼 여력이 없었다. 그가 여섯 살 되던 해에 어머니는 죽고 말았고, 자기를 이복 누나에게 잠시 맡기면서 봄이 되면 돌아오겠다고  약속하던 아버지는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 아버지도 이듬해에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던 것이다. 겨울만 잘 견디면 봄이 오고, 아버지도 오리라 믿었던 어린 세간티니에게 봄은 끝내 오지 않았다.

 

 

곡절 많은 타인의 일생은 때로 내게 위안이 되기도 한다. '이런 사람도 살아냈구나.' 하는.

 

 

세간티니는 오직 한 여인만을 평생토록 온 마음을 다해 사랑했다. 그녀에게 반하여 청혼도 했고, 아이도 넷이나 두었지만, 정식 부부로 살지는 못했다. 이유는 세간티니의 국적이 분명치 않아 행정상 혼인신고가 보류되었기 때문이다. 세간티니가 살던 집은 지금은 이탈리아 땅이지만 당시에는 오스트리아에 속해 있던 아르코에 있었다. 전 생애에 걸쳐 그는 자신이 이탈리아인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으나 국적의 문제는 살면서 몇 번이나 그를 자잘하게 괴롭혔다. 화가로서 이름을 날렸던 1890년 무렵에는 국제전시회에 출품하기로 했는데, 행사 막바지에 이를 때까지 참가신청서가 통과되지 않았던 일도 있다. 세간티티는 이탈리아 국적을 끝내 취득하지 못했고, 사후에 그에게 국적을 부여한 나라는 결국 스위스였다

 

 

가정사에 국적 문제까지...

 

 

이런 세간티니을 맡게 된 이복 누나는 일을 하려면 이탈리아 국적으로 옮겨두는 편이 낫겠다 싶어 세간티니와 함께 오스트리아 국적을 포기하는 신청서를 냈다. 그런데 그 일로 인해 두 사람의 국적은 허공에 뜨고 만 것이다. 일곱 살에 누나의 집에서 나와 떠돌이가 된 세간티니는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른 상태로 어른이 되었다. 그리고 30대 중반이 되어서야 겨우 글쓰기를 제대로 익혔다. 그가 글쓰기를 배워야 했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 사랑하는 한 여인에게 멋진 편지를 쓰기 위해서.

 

 

세간티니는 그래서 봄이 되면 제비꽃을 연인에게 보내며 이런 편지를 쓰곤 했단다.

 

 

눈에 잘 안 띄는 꽃이지만 받으세요. 내 사랑의 상징입니다. 봄이 와도 당신에게 배달되지 않는다면, 아마 그건 내가 살아 있는 것들 사이에 없기 때문일 겁니다.

 

 

앞으로 제비꽃을 보면 이 화가가 떠오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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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들도 기억하지 않는 내 생일을 기억해주고 챙겨주는 유일한 사람인 내 친구, 가 준 선물이다.

 

그런데 친구야, 나는 결국 민화에 홀리지 못했다. 저자는 민화에 홀려 책을 쓰고, 흥분해서 이런저런 책을 잔뜩 인용해가며 민화의 매력에 대해 논하고 있지만 설득력이 많이 부족하다. 남의 책을 인용할 때는 자신이 먼저 소화시킨 다음에 자신의 언어로 풀어야 읽는 사람이 부담스럽지 않을 텐데...소화가 잘 안 된다. 책에 실린 민화는 대부분 서공임이라는 분의 그림인데 그게 또 불만스럽다. 민화박물관도 있는데 옛그림 좀 많이 소개해주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옛그림 몇 점 보는 것이 구구한 설명보다 나을 수 있는데, 좀 아쉽다. 민화가 희귀해서 그랬을까? 민화라는 게 민중의 그림이라면 글도 민중이 재밌게 읽을 수 있게 써야지 싶다. 쉬운 그림을 왜 그리 어렵게 설명하는지 원.

 

하여튼 잘 읽었다. 고맙다,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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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관한 글 중 손철주는 최고다. 순전 내 생각이다. 붕붕 떠다니는 시간을 보낼 때 손철주의 글을 읽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더불어 그림에 대한 자잘한 지식도 얻을 수 있어 읽고나면 항상 무언가 남는다.

 

이 작은 책은 버릴 게 하나도 없다. 글솜씨나 내용이나 마음에 꼭 든다. 이런 책을 읽는 건 행복이고 기쁨이다. 뭐가 행복이고 기쁨이냐고 묻는다면 직접 읽어보는 수밖에 없다. 이 책을 소개 받았다는 것에 고마움을 느낄 터이다. (오늘 내가 왜 이러지...)

 

두보의 아름다운 시 한 수 베낀다.

 

一片花飛減却春  일편화비감각춘

風飄萬點正愁人  풍표만점정수인

且看欲盡花經眼  차간욕진화경안

莫厭傷多酒入脣  막염상다주입순

 

한 조각의 꽃잎이 날려도 봄은 깎이어 나가는데

바람에 만 점 흩날리니 정녕 이내 마음 시름겹도다

또한 내 눈앞에서 떨어지는 꽃잎을 다 보아야 하니

한잔의 술이 해롭다 한들 어이 마다하리요

-<곡강이수 曲江二首>에서

 

 

이 시를 읽으니 벌써 봄이 온 것 같다.

 

우리 옛그림을 볼 때 뭔가 어리둥절하고 이해가 가지 않던 이유를 이 책을 읽고 비로소 알게 된다. 까치와 호랑이가 함께 등장하는 그림, 파초가 상징하는 것 등... 다음의 책과 함께 읽으면 동양화에 대한 조예가 좀 생기리라.

 

 

 

 

 

 

 

 

 

 

 

그러나 손철주의 책을 읽다보면 <동양화 읽는 법>과 같은 책은 딱딱하고 계몽적이어서 완독하기가 쉽지않아 사전처럼 필요할 때마다 들춰보게 된다. 이 책은 분명 동양화 읽는 법을 확실하고 분명하게 설명하고 있어 어쨌거나 요긴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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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01-29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ma님 ,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nama 2016-01-30 21:5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16-01-30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ma님, 오늘도 좋은 저녁 시간 되세요.^^

nama 2016-01-30 21:58   좋아요 1 | URL
네, 오늘도 좋은 저녁 보내려고 노력할게요.^^
 

 

 

 

 

 

 

 

 

 

 

 

 

 

장점

1. 우리에게 친숙하면서도 인간적인 매력이 넘치는 유명인의 초상화를 감상하고 그들의 훌륭한 면모를 되새겨 볼 수 있다.

2. 인생 2모작을 어떻게 설계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모범이 될 수 있다.

 

단점

1. 굳이 과거에 CEO였음을 밝히는 것과 이 책의 연관성을 찾아 볼 수 없다.

2. 무언가를 열정적으로 해야겠다는 의욕은 읽혀지나 그게 꼭 책이라는 성과물(짜집기 같은)로 보여지기를 원하는가.

 

 

이상 까칠한 책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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