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학창 시절 어버이날에 <부모님께 드리는 편지>를 쓴 적이 있다. 물론 학교에서 시켜서였다. 아마 중학교 3학년 때였으리라. 그 편지가 내가 부모님께 쓴 처음이자 마지막 편지였는데...흠...나는 우리 부모님보다 좀 더 잘 살고 있는 것 같다. 두 번째 편지를 받았으니...
안녕하세요?
매일 보는데 편지를 쓰려고 하니까 민망함이 앞서네요. 글이 앞뒤가 맞지 않더라도 너그럽게 이해해주세요.
먼저 매일 밤에 학교에 데리러 오시는 것 언제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하나하나 따지자면 끝도 없겠지만, 피곤하신 몸을 이끌고 공부도 제대로 하지 않는 딸을 마중나오시니 죄송하기도 합니다. 전에 제가 한번 말하였듯이, 제가 나이를 먹고 아이를 낳더라도 부모님처럼 못하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밥을 차려주시는데 잠에 취하여 먹지 않는 것 또한 죄송합니다. 또한 그런 상황 속에서 짜증조차 내지 않으시는 모습이 존경스럽고 감사합니다.
철부지같고 받는 것보다 받지 않는 것만을 생각하는 저를 지금까지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올해는 벌써 5월이고 저는 벌써 18살이고 부모님이 결혼하신 지는 벌써 20년이 다 되어갑니다. 아직까지 철이 들지 않는 딸을 키워주시고 감싸주셔서 감사합니다.
비록 대학이라는 성과를 보일 수 있을 지는 모르겠으나, 저에 대한 모든 것을 그것만으로 평가하진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건강하세요! 제가 굳이 걱정하지 않아도 잘 하실 것이라 믿지만, 그래도 말 남깁니다.
2013. 5. 8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