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 개정판 현대사상의 모험 14
조셉 캠벨 지음, 이윤기 옮김 / 민음사 / 201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의 원형을 찾아가는 여정. 영웅의 여정은 고통스럽지만 결국 개인을 초월하는 것이며, 세상은 ‘움직이지 않는 창조자‘가 만들어 창조자의 의도는 가려진 채 영웅에 의해 움직인다. 내 안에 우주가 있고 우주가 곧 나이며 나의 삶과 영웅의 삶은 다르지 않다. 삶과 죽음, 이승과 저승은 다르지 않고 깨닫지 못한 나는 아직 장막을 걷어내지 못했을 뿐이다. 나는 ’어떤 상태‘에 있는가.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니데이 2024-02-24 23: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윤기 선생님 번역인데 출간일자가 2018년이라서 찾아보니, 개정판인가봐요.
고대 신화 이야기는 문화별로 다른 점이 있지만 재미있는 내용이 많은 것 같아요.
꼬마요정님, 오늘은 정월대보름입니다. 좋은 일들 가득한 한 해 되세요.^^

꼬마요정 2024-02-24 23:24   좋아요 1 | URL
개정됐다고 하더라구요. 개정판이라도 번역이 그다지 바뀐 게 없고 가격만 올랐다는 말이 있긴 하더라구요. 그래도 저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서니데이 님, 행복하고 좋은 일 가득한 한 해 보내세요^^
 
좀비 낭군가 - 제7, 8회 ZA 문학 공모전 수상 작품집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36
태재현 외 지음 / 황금가지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좀비 아포칼립스 문학 공모전인 ZA 문학상 7, 8회 수상작품집이라고 해서 나도 모르게 읽게 된 이야기였다. 좀비 아포칼립스라니... 세상에 좀비가 출몰하면 한국인은 좀비떼를 헤치며 출근할 거라는 우스개소리도 있었는데 도대체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까 궁금했다.


첫 번째 이야기는 태재현 작가의 <좀비 낭군가>이다. 조선 구전 민요인 <진주 낭군가>를 비틀었는데, <진주 낭군가>는 남편 없이 시집살이를 호되게 하던 아내가 첩을 끼고 내려오는 남편을 보고 목을 매어 죽는다는 내용이다. <좀비 낭군가> 역시 한양으로 관직을 얻으러 간 남편을 기다리며 시집살이를 하는 부인 윤이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관직을 얻어 집으로 돌아오는 남편이 첩인 매향을 끼고 오는 것까지는 같은데, 이 남편의 상태가 이상했다. 어딘가 살아있는 시체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알고보니 산 사람을 먹이로 삼는 좀비가 된 남편은 자신의 어머니를 먹어치우고 첩인 줄 알았던 매향은 비상 식량이었다. 윤이는 시집살이를 하며 추잡한 소문에 휩싸이면서도 활 쏘는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윤이는 그 능력을 십분 발휘하여 좀비가 된 낭군을 처리하기 위해 빨래방망이를 잘 휘두르는 매향과 함께 좀비 퇴치가를 몸소 실현하려 한다. 자신에게 가혹한 세상 앞에서 당장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했던 윤이는 용감했고, 자신의 인생이 나락을 떨어진 것 같아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매향이도 용감했다. 세상은 결코 친절하지 않고 노력하지 않으면 얻을 수 있는 건 없을지도 모른다.


두 번째 이야기는 최영희 작가의 <침출수>이다. 마을에 세상 유해한 인간인 양승태가 오토바이와 함께 널부러져 있는 것을 본 도아는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마음 먹는다. 저 나쁜 쓰레기 때문에 도아는 늘 망치를 베개 밑에 넣어두고 선잠을 자야 했다. 양승태는 노인들에게 욕을 해대기도 하며 온갖 나쁜 짓을 하는 양아치였다. 하지만 아직 스무 살도 안 된 도아는 계속 양승태가 마음에 걸렸는데, 마을 사람들은 아직 양승태의 소식을 모르는 것 같았다. 오히려 마을에는 하얀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와서 무슨 바이러스 이야기를 하며 시신에만 발병하는 전염병이 있다고, 약이 곧 나오니까 집에만 있으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갔다. 그리고 양승태의 시신이 사라졌다. 마을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이며, 억울하게 죽은 이들의 한이 어디까지 사무친 것일까. 어르신들이 많이 사는 동네에서 도아는 온 힘을 다해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살아서 양아치였던 양승태는 죽어서도 쓰레기 짓을 하니 사람은 안 변하는 것인가.


세 번째 이야기는 서재이 작가의 <메탈의 시대>이다. 아주 참신하면서 재미있는 이야기였고, 웃기면서도 씁쓸한 이야기였다. 건강식품 박람회에서 나온 코랄 오일이 산 사람을 좀비로 만든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전에 밸지는 좀비가 되었다. 베이스를 담당했던 그녀는 겨우 잡은 공연을 앞두고 홍대에서 밴드와 연습 중이었다. 좀비에게 물렸고, 심지어 감전까지 당했다가 눈을 뜬 그녀는 자신이 좀비가 된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메탈을 향한 투혼은 좀비인 그녀를 지배했고, 그녀는 자신이 공연할 공연장까지 좀비 밴드를 이끌고 가기로 했다. 


'메탈이 세상을 구원한다!!'


과연 그녀는 군인과 좀비떼들을 피해서 공연장까지 가서 공연을 할 수 있을까.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했던 밸지가 좀비가 되어서라도 꿈을 이룰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는 어쩌면 모두 좀비일지도 모르겠다. 밸지는 좀비이지만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정확하게 아는 좀비인 것이고.


네 번째 이야기는 정예진 작가의 <삼시세킬>이다. 좀비 전염병이 만연한 사회에서 격리를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일을 하고, 마트를 간다. 하지만 점점 문을 닫는 가게가 늘어나고 거리에는 사람이 없으며 식자재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은 세상. 보배는 전업주부로 이런 상황에서도 남편의 끼니를 챙겨주며 매일 마트에 가서 식자재를 구입해온다. 남편은 소파에 붙어 유튜브나 보면서 헛소리를 늘어놓는 동안, 60이 넘은 보배는 그동안 꾸준히 해 온 운동을 바탕으로 좀비를 때려눕히면서 거리를 활보한다. 때론 그녀의 활약상이 유튜브에 올라오기도 하는데, 무지몽매한 남편은 이를 알아보지 못한다. 그러던 차 마트에 식자재를 구하러 간 사이 남편은 아파트에서 마련한 공항행 버스에 혼자 몸을 싣게 되는데... 평생을 성실하게 살아 온 보배가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이 다니는 요가원에 관장이 바뀌면서 어떤 때는 복싱을 하고, 그러다가 관장이 바뀌어 주짓수를 하고 이런 식으로 꾸준히 관장이 시키는 것보다 더 열심히 운동을 한 덕에 그녀는 소위 '고수 할머니'가 되어 있었다. 나도 꾸준히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섯 번째 이야기는 경민선 작가의 <화촌>이다. 이 이야기는 SF 이다. 연차를 썼지만 어쩔 수 없이 지방으로 외근을 가게 된 구대리는 두 개의 터널 사이에 끼인 휴게소인 화촌 휴게소에 갇히게 된다. 터널이 두 개 다 무너진 것이다. 그리고 나타난 이상한 벌거벗은 좀비들... 휴게소에 갇힌 사람들은 과연 탈출할 수 있을 것이며, 그들의 시간대는 어디인 것일까. 존재하지 않는 역인 키사라기 역 괴담이 생각나는 이야기였다.


여섯 번째 이야기는 전효원 작가의 <제발 조금만 천천히>이다. 너무 빠르게 돌아가고, 조금만 뒤처지면 한없이 도태될 것만 같은 그런 나날들 속에서 어느 날 세상이 이상해졌다. 세상은 너무 빠른 사람들과 너무 느린 사람들로 나뉘었고, 그들은 서로와 소통할 수 없었다. 소통이 어려워지자 서로를 배척하기 시작했고 빠른 인간 즉 속인들은 느린 인간인 완인들을 살해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세상은 어떻게 나타나게 되었으며 구원은 없는 것일까. 김초엽 작가의 단편 소설인 <캐빈 방정식>이 떠오르는 이야기였다.


일곱 번째 이야기는 장아미 작가의 <각시들의 밤>이다. 누군가의 희생으로 잘 살 수 있는 것이라면 누군가를 희생시킬 것인가. 자신이 가리킨 이가 제물이라는 것을 몰랐다가 알게 되었을 때, 그 지목한 이는 그 결과를 떠안을 수 있을까. 제물의 피붙이들인 7명의 여사제들은 어떻게 그 결과를 감당하면서 살아갈까. 잘못된 사랑을 품은 산이와 허세 가득한 무율이 도대체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 때론 변화하고자 하는 의지나 무언가 잘못된 것을 깨부수겠다는 생각이 모든 것을 바꾼다. 그리고 그 의지는 때가 되어 나타났을지도 모를 일이다. 세상에 비밀은 오래 가지 못할테니까.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4-02-15 1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2-17 1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4-02-23 0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좀비가 나타나면 참 무서울 것 같습니다 살아 있다 해도 좀비처럼 사는 사람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좀비가 나타나지만 현실과 아주 동떨어진 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든 게 빠르게 바뀌는 시대에 천천히 사는 사람도 있는데, 그런 사람은 없는 것처럼 여기기도 하잖아요 소설에서는 좀 무섭게 나타냈지만... 늘 열심히 운동한 보배 대단합니다

꼬마요정 님 주짓수 즐겁게 하시고 건강하게 지내세요


희선

꼬마요정 2024-03-01 22:17   좋아요 0 | URL
아닛, 희선 님 제가 이 댓글을 이제 봤어요!! 눈이 어디 아픈가봐요. ㅠㅠ

좀비 나타나면 무서운데 뭔가 신기할 것도 같아요. 저도 읽으면서 사람들은 참 다양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구나 싶습니다. 보배는 정말 존경스러워요!!! 저도 열심히 주짓수 하겠습니다. ㅎㅎㅎ

희선 님도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안진 : 세 번의 봄 안전가옥 쇼-트 20
강화길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엄마와 딸. 가장 사랑하는 사이이기도 하고, 가장 미워하는 사이이기도 한 관계. 


첫 번째 이야기는 <깊은 밤들>이다. 딸은 할머니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고, 할머니는 엄마에게 전화를 해서 아이가 맞춤법을 틀렸다고 잔소리한다. 하나의 실수도 그냥 넘기지 않고, 타당한 이유가 있지만 그 이유를 말하지 않아 잘못된 비난을 하게 하고, 잘못하기만을 기다리며 잘못하지 않아도 비꼬는 말을 던지는 할머니와 엄마. 그 전화를 받고 아이의 공책을 검사하고, 남편은 집을 나간다. 아이를 데리고 할머니를 만나러 가던 그날 아이를 잃어버리고 만다. 하지만 손녀인 딸은 그런 할머니와 엄마의 손을 잡으려 한다. 왜일까, 아직 어려서일까. 할머니와 엄마와 딸은 어째서 그런 관계가 되는 것일까. 그 깊은 밤들 동안 엄마는 할머니가 되고 딸은 엄마가 된다. 


두 번째 이야기는 <비망>이다. 언제나 예쁘고 젊어보였던 엄마의 이야기. 고상하게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오로지 자신만을 챙기던 엄마는 딸이 그토록 좋아하던 여행길에 오른다. 떠나고 나서야 이해하려 하는 것인지, 떠나고 나서야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엄마란 존재는 딸에게 안식처가 될 수도 있지만, 지독한 악몽이 될 수도 있다. 딸이 더 이상 인정받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그 관계는 뒤늦게 딸을 바라보는 엄마의 모습만이 남게 될 것이다. 


세 번째 이야기는 <산책>이다. 이 이야기는 죽은 딸이 화자로 등장하여 자신의 엄마인 영애 씨와 종숙 언니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영애 씨는 종숙 언니와만 소통하는데, 그 이유는 영애 씨가 딸이 죽었다고 해도 종숙 언니가 다르지 않게 대해주었기 때문이다. 종숙 언니의 딸도 종숙 언니를 원하지 않고, 영애 씨의 딸 역시 영애 씨를 원하지 않았다. 엄마의 관심과 인정을 원했던 딸들은 더 이상 기대하지 않기로 했고 거리를 둔다. 그제야 엄마는 깨닫는다. 자신도 엄마가 처음이라 서툴렀던 것이라고. 어떤 딸들은 이해하고, 어떤 딸들은 떠난다. 떠나기 전에 딸들에게 서툴지만 관심과 인정을 줄 수 있다면 다행일 것이고 다 자란 딸들은 그 관심과 인정이 그렇게 소중하지 않게 되더라도 엄마를 이해하려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긋난 관심과 인정은 관계를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 사실, 누구나 처음이다. 엄마도 아빠도 딸도 아들도 말이다. 어른인 부모가 좀 더 권력을 가지고 있기에 자식은 어릴 때는 휘둘린다. 뒤늦게 부모가 깨달아도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그것은 자식에게도 마찬가지. 세 번째 봄이 지나 네 번째 봄을 맞이할 수 있을까. 그 봄을 맞이할 수만 있다면 아무리 겨울이 길고 시리더라도 그 뒤에 올 봄은 그만큼 따뜻하겠지.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목련 2024-02-16 08: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최근 강화길 소설에 관심이 없었는데 이 소설집은 궁금하네요. 엄마와 딸에 관한 이야기라 아플 것도 같고요.

꼬마요정 2024-02-17 10:32   좋아요 0 | URL
아프죠, 아프답니다. 그런데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좋기만 한 관계가 있겠습니까만 그래도 엄마와 딸은 좋기만 하면 좋을텐데 제일 아플 수도 있겠죠ㅠㅠ 얇아서 금방 읽으실 수 있을 거예요. 자목련 님 리뷰가 무척 궁금해집니다^^

희선 2024-02-23 00: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엄마와 딸, 아주 좋은 사이도 있지만 아주 안 좋은 사이도 있겠습니다 거리를 적당히 두어야 할 텐데, 누군가는 아주 가깝고 누군가는 아주 멀지도 모르겠네요 쉽지 않은 사이 엄마와 딸이에요 저도 엄마가 바라는 딸이 되지 못했네요 바라는 딸이 되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누가 바라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건 아니군요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그게 가장 좋은데...


희선

꼬마요정 2024-02-23 01:14   좋아요 1 | URL
엄마와 딸 너무 어려운 관계 같아요. 저도 엄마가 바라는 딸은 아니에요. 하지만 엄마도 제가 바라는 엄마가 아닌걸요. 말씀처럼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좋겠어요. 저도 엄마도… 그래도 엄마와 딸이기에 노력이라도 하는 거겠죠? 남이면 안 보면 그만일텐데…
 
집 보는 남자 안전가옥 오리지널 28
조경아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지는 소설이라고나 할까. 집 보는 남자라 함은 뭔가 부동산 중개업자이거나 경매꾼이거나 집을 상품처럼 매매하는 사람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여기 이 이야기 속 주인공인 테오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그는 '집'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남들보다 감각이 예민한 테오는 물밀듯이 밀려오는 외부의 정보를 감당하지 못하고 은둔하지만, 배우고 익히는 것을 좋아하며 다정하고 의협심이 있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경찰서 유치장에서 살인 혐의로 갇혀 있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테오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비대면으로 부동산 고객센터 상담을 해 주던 차, 동생인 고희가 테오가 살고 있는 부모님 집으로 아니 정확히 말하면 부모님 집 '차고'로 들어오면서 바깥세상으로 나오게 된다. 처음에는 고희를 내보내려고 집을 알아보다가 집을 방문하는 그 자체를 좋아하게 된 테오. 집 바깥부터 현관에 들어선 이후까지 그 집이 품고 있는 '사는 사람'의 삶을 엿보게 된 그는 각각의 사람들의 삶을 알게 되고, 안타까운 사연을 보게 되고, 그러면서 자신의 외연을 확장하게 된다. 그러는 와중에 알게 된 명석이나 태성 같은 사람과는 차고에서 같이 생활하게 되고, '정화산업개발'의 임서라 대표의 눈에 들어 취업도 하게 되고, 살인용의자였다가 풀려나면서 형사인 제영과 신기한 동료관계를 맺게 된다. 


혼자서는 하지 못할 일도 여럿이 힘을 합치면 할 수 있는데, 누군가를 돕는 일도 할 수 있고 심지어 살인자를 잡는 일도 할 수 있는 것이다. 테오가 어릴 때 자신이 선의로 했던 일이 오히려 나쁜 결과를 가져오자 세상에 벽을 치고 살았지만, 다시금 알게 된 사람들의 온기 덕에 용기를 내었다. 


'집'은 안전해야 하고 편안해야 한다. 그런 집이 누군가의 탐욕 때문에 사라지면 안 되지 않을까. 언제부터인가 집은 살 곳이 아니라 돈을 벌게 해 줄 수단으로 전락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겐 삶을 만든 공간이자 살아갈 공간이고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이다. 그런 공간이 별 탈 없이 존속되면 좋겠다.


어떤 집을 좋아하냐고? 나는 햇빛이 잘 드는 집이 좋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바로 이 집이.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희선 2024-02-12 00: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테오 고희라는 이름을 보고 고흐와 테오를 떠올렸는데, 고흐는 빈센트군요 그래도 그런 거 생각하고 지은 이름 아닐지... 집은 편안한 곳이어야 하는데, 지난해에는 전세사기로 세상이 떠들썩했네요 그때만 그런 일이 일어난 건 아닐 텐데... 잘 모르지만 지난해에는 다른 때보다 더 심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네요

테오는 마음을 닫았다가 다시 열게 되는군요 세상엔 좋은 사람이 더 많겠지요 그래야 할 텐데...


희선

꼬마요정 2024-02-12 00:48   좋아요 2 | URL
앗, 그렇군요. 반테오와 반고희입니다. 고흐의 이름을 생각하고 지은 것 같아요. 전세사기는 정말 나쁜 짓이에요. 어떻게 그렇게 사기를 칠 생각을 다 했을까요. 소시오패스, 사이코패스 등등 별 별 이름을 다 갖다붙여도 모자랄 것 같습니다.ㅠㅠ

세상엔 좋은 사람도 많겠죠? 테오가 사회화가 되어 그가 가진 재능으로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으면 좋겠어요. 2편도 나오면 좋겠습니다^^

2024-02-12 0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2-12 0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당신에게 죽음을 안전가옥 쇼-트 21
유재영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적 복수 혹은 사적 정의실현은 정당한가란 질문은 잠시 묻어두자. 죽어 마땅한 사람을 피해자가 아닌 사람이 죽여도 될까. 정당방위도, 법 집행도, 전시 상황도 아닌데 말이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들이 일말의 찝찝함을 속여가면서까지도 이해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옥상에서 밀었으면서도 증거나 증인이 없어서 처벌하지 못하고, 가정에서 폭력을 행사해도 처벌하지 못하고, 화장실에서 불법 촬영을 해도 처벌하지 못하고, 유부남이면서 미혼인 척 미혼 여성을 꼬드겨도 처벌하지 못하고… 법이 존재하지만 내밀한 개인의 사생활까지 간섭할 수 없거나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않기 위해 철저한 증거나 증인을 요구하는 때에는 정의가 실현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삶이 그런거지라고 넘기기엔 피해자의 눈물이 가슴 아프다. 그렇기에 이 이야기의 오은수는 물리적인 힘을 기르고 책략을 연구한다. 설희는 그런 오은수의 무대에 감응하고, 둘은 아르테미시아의 그림인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치는 유디트>에서 유디트를 보고 홀로페르네스를 본다.

수혁은 작가이고 설희가 사서로 있는 도서관에서 강의를 진행하며 설희와 가까워진다. 그러던 어느 날 수혁이 자살했다는 소식이 들렸고, 설희는 그의 죽음에 대해 파헤치기 시작하는데…

설희는 한 때 사랑했던 이의 추악한 민낯을 보는 것이 괴로웠고 화가 났다.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해야할 지를 깨달았다.

사적 복수는 올바르지 않다. 하지만 내 원수가 죽어 자빠져 강을 따라 떠내려올 수 있는 건 누군가가 죽였기 때문이다. 자, 그 죽음은 누가 내릴 수 있는가.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유디트는 어떻게 내리쳤을까. 팔 근육은 어떻게 키웠고 어떤 칼을 사용했을까. 그보다도 아무리 악인이라도 내 손으로 사람을 죽이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에, 어떻게 마음을 다잡았을까.

지금도 수많은 유디트들이, 설희들이, 오은수들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희선 2024-02-08 01: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설희가 나오다니... 언젠가 다른 데서도 이 이름 본 것 같기도 한데... 제가 언젠가 설희라는 이름을 쓴 적이 있어서... 다른 사람이지만 이름이 같아서, 이 책과 상관없이 조금 반갑기도 하네요

이수혁이 아주 나쁜 사람인가 싶기도 한데, 어떨지... 법이 있다 해도 벌을 주지 못하거나 주지 않을 때도 있군요 그런 일이 없어야 할 텐데...


희선

꼬마요정 2024-02-08 22:17   좋아요 1 | URL
오오 희선 님 어디선가 설희란 이름을 쓰셨군요? 설희란 이름 참 예쁘지 않나요? 저는 강경옥 님 만화에서 본 적 있어요.

이 책 얇지만 재미있게 봤어요. 살짝 스포하자면 이수혁이란 사람 참 추잡합니다. 사실, 법이 또 다른 피해자를 낳으면 안 되는 건 맞지만 때론 야속하기도 하네요. 부디 억울한 사람이 없어지면 좋겠습니다.

2024-02-08 1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2-08 2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4-02-09 0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제 곧 음력으로도 새해가 되겠습니다 오늘은 까치 설날이네요 설날엔 추웠던 것 같은데, 이번엔 그렇게 춥지 않겠습니다 이번 겨울 별로 춥지 않아서 벌써 깨어난 개구리도 있다고... 걱정되는군요 그 개구리 추위 왔을 때 죽지 않았을지, 죽지 않고 살기를 바랍니다 개구리 작은데도 오래 살아요

꼬마요정 님 한번 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늘 건강하게 지내세요


희선

꼬마요정 2024-02-11 20:59   좋아요 1 | URL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엄청난 한파가 한 번씩 오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올 겨울은 평년기온이 높다고 하더라구요. 개구리가 부디 잘 살아남으면 좋겠습니다.ㅠㅠ 이상기후로 고통받는 생명체들이 많네요ㅠㅠ 인간이 잘못했는데 모두가 고통받습니다....

호시우행 2024-02-09 09: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총각 행세하면서 유부녀 따먹고도 멀쩡하게 오히려 상대 여배우를 마약쟁이로 몰고가며 뻔뻔하게 장기 재판으로 끌고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대방을 지치게 만들어 재판을 포기하게 만든 악질이 아직도 벌을 받지 않고 오히려 더 큰 소리 칩니다.이런 사기꾼이 대통령 후보까지 되는 나라, 이게 제대로 된 나라입니까?

꼬마요정 2024-02-11 21:02   좋아요 0 | URL
뭐 정치판에 제대로 된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ㅠㅠ 죽은 사람이 당선되기도 하고, 온 가족이 범죄를 저질러도 당선되기도 하고, 불륜을 저질러도 당선되기도 하고, 독재자의 딸이 당선되기도 하고, 가정폭력을 저질러도 후보가 되기도 하고, 인권변호사를 가장해도 후보가 되기도 하고, 허위 학력을 가져도 후보가 되기도 하고... 민주주의가 자리잡기가 참 힘든가 봅니다. 하지만 점점 나아질지도 모릅니다. 포기하지 않으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