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장수
옛날 영월군 수주면 도원리 손씨 집안에 남자 아이가 태어났는데, 갓난아이답지 않게 골격이 크고 당당하였으며, 겨드랑이에는 날개(새로운 세계 지향의 가능성 상징)가 돋았다. 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 3일이 지났을 때, 저 혼자 걸어다니는 것은 물론, 방 안의 선반 위에 올라가는 등 마음대로 돌아다녔다.
손씨 부부는 남자 아이가 태어나 기쁘기 한량이 없었지만,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보고는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여보, 아무래도 예사 아이가 아니예요. 우리같이 미천한 집안에 저런 아이가 태어나다니 어쩌면 좋아요?"
"글세, 가뜩이나 나라 안이 어수선한데, 만약 우리 집안에 저런 장수가 태어난 걸 알면 관가에서 경을 칠 것이오."
집안 식구들은 어쩔 줄 몰랐다. 그러는 사이에 이 소문이 마을에 퍼졌다. 마을의 지각 있는 노인들도 모두 근심스런 표정으로,
"그렇지 않아도, 장수가 태어나 나라를 뒤집으려 한다는 소문이 자자한데, 장수 아기를 출산했으니 손씨 집에 앞으로 닥칠 일이 걱정되는군."
하며 수군거렸다.
손씨 집안에서는 눈물을 머금고 그 아이를 없애 버렸다. 아기 장수가 역도(逆徒)가 되어 멸문지화를 당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런지 3일 후에 그 마을 동쪽의 후미진 곳에 있는 깊은 소(沼)에서 우렁차게 말의 울음소리가 들려 왔다. 이에 마을 사람들은 모두 아기 장수를 태울 용마가 났다고 말하였다.
그 용마는 아기 장수를 찾아 사방으로 날아다녔다. 하지만 아기장수는 이미 죽었으니 어찌하랴. 결국 용마는 주인을 찾지 못하고, 수주면 무릉리 동북쪽 강 건너 마을의 벼랑에서 슬프게 울부짖다가 나왔던 곳으로 되돌아와 죽었다고 한다. 그래서 용마가 나왔던 소를 용소라 하며, 그 옆에 용마의 무덤까지 있다고 한다. 또 무릉리의 강 건너 마을은 용마가 울부짖은 곳이라 하여 명마동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지도에도 그렇게 표기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