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이 설 화                        -  태평어람 권 481.  -

 

 

신라시대 어느 고을에 형제가 살고 있었는데, 형의 성은 김가요, 이름은 방이라고 하였다. 조상 때부터 귀족이요, 겨레를 도와 잘 살게 하고, 나라를 부강케하여 모든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던 훌륭한 사람이었다. 방이에게는 동생이 한 사람 있었는데, 그 동생은 심술쟁이요, 욕심꾸러기였다. 하루는 방이의 아버지가 방이 형제를 불러 앉혀놓고, 대나무로 만든 젓가락을 한 쌍씩 주어 그것을 꺾도록 하였다. 둘이 다 쉽게 꺾어 보였다. 다음엔 두 쌍씩 주고 그것을 합쳐서 꺾으라고 말하였다. 방이 형제는 온 힘을 다하여도 꺾을 수가 없었다. 그 때 아버지는 정색을 하면서,

 

" 이것 보아라, 지금 너희가 각각 젓가락을 꺾어 보았는데, 한 쌍을 꺾을 때는 쉽사리 꺾였지만 두 쌍을 합쳐 꺾으려면 힘이 무척 들고 잘 부러지지 않는구나. 너희 형제는 내가 죽은 후에도 서로 힘을 합하여 서로 믿고 서로 도와 의좋게 살아가는 동시에 겨레와 나라를 위해 힘써야 한다. " 하고 재산을 형제에게 똑같이 나누어 준 후 돌아가셨다.

 

방이는 아버지의 유언을 잘 받들어 동생을 지극히 사랑하였고, 모든 것을 아끼지 않고 동생을 위해 희생적으로 돌보아 주었다. 그러나 동생은 아버지의 유언이나 형의 착한 마음씨 같은 것은 아랑곳없다는 듯이 똑같이 분배받은 자기 형의 재산을 탐내어 매일같이 형한테 가서 이러쿵 저러쿵 조르고 못살게 굴어 방이의 재산을 거의 빼앗아 가고 혼자 호강스럽게 살아갔다.

 

방이는 동생한테 모든 재산을 다 빼앗기어 아주 구차스러운 가난뱅이가 되어 버렸다. 그래도 동생을 미워하거나 탓하지는 않고 오히려 동생이라도 잘 사니 고맙고 다행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때로는 동생한테 가서 돈을 꾸어 달라기도 하고, 때로는 양식을 꾸어 달라기도 하였으나 그 때마다 거절당하고 도리어 자기 형 방이에게 욕을 하며, 자기 집에 다시는 오지 말라고 쫓아 보내기가 일쑤였다. 방이의 아내와 아들이며 딸들은 고생스럽고 궁색한 생활을 하였다. 그 고생스러운 모습은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세상에 저럴 수가 있느냐고 모두들 혀를 차면서 방이의 동생을 미워하고 비난하였다.

 

어느 해 초가을, 밭에 보리를 갈아야 할 터인데, 방이네는 보리씨가 한 톨도 없었다. 그렇다고 보리 종자를 살 돈도 없고, 그것을 꾸어 올 집도 없었다. 방이는 할 수 없이 염치를 무릅쓰고 동생네 집에 가서 " 동생! 보리가 없어서 밭에 종자를 뿌리지 못하고 있네. 미안하지만 보리 한 말만 꾸어 주면 내년 여름 보리 타작을 해서 열 말로 갚을 터이니 형을 살려 주는 셈 치고 좀 꾸어주게. 그 은혜는 잊지 않을 터이니---." 하고 눈물을 흘리며 애원하였다. 동생은 여러 가지 트집을 잡더니 어떻게 생각하였던지 " 내일 식전에 오시오, 꾸어줄 테니. " 하고 내뱉듯 말하였다. 방이는 무척 기뻤다. 그래도 동생이 제일이고 세상에 형제밖에 없다고 생각하였다.

 

한편 방이 동생은 보리섬을 마당에 헤쳐놓고 잘 영글지 않은 제일 나쁜 보리만을 골라 그것을 솥에 넣고 밤새도록 삶았다. 이른 새벽에 그 삶은 보리를 퍼서 물기가 없도록 말렸다. 그리고는 식전에 방이가 자루를 가지고 동생 집으로 왔을 때, " 형님 주려고 제일 좋은 보리만을 고르고 싹이 빨리 나라고 물에 담구어 놓았습니다. " 라고 하며 한 말을 가득 되어 주었다. 한결 즐거워진 방이는 집에 돌아와 식구들에게 동생의 고마운 처사를 말하고, 아이들은 모두 고마우신 작은 아버지라고 칭송을 하였다. 방이는 보리씨를 밭에 뿌리고 날마다 밭에 가서 살다시피 하였다. 하마 새들이 날아와 밭을 헤치고 귀중한 보리씨를 주워 먹을까 걱정이 되어서였다. 그러나 몇 달이 지나도 보리싹은 도무지 나지 않았다. 맹숭맹숭한 보리알 그대로이고 보리씨는 자꾸 썩어가기만 하였다. 다른 사람들의 밭은 파랗게 무성한 보리가 물결치고 있었지만 방이네 밭에는 싹 하나 나오지 않았으니 방이의 안타까움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밭 한가운데에 꼭 하나 보리싹이 움돋아 자라났다. 방이는 하는 수 없이 그 보리싹 하나를 위해 날마다 나와 지키고 있었다. 첫여름이 되어 이삭이 나오고 누릿누릿하게 익어갔다. 그런데 어느 날, 노랑새 한 마리가 날아와서 그 보리 이삭을 전부 쪼아 먹었다. 방이는 울상이되었다. 동생의 보리는 무엇으로 어떻게 갚을까 걱정이 태산이었다. 나오느니 한숨 뿐이었다. 그러자,

 

" 방이야! 착한 방이야! 네 사정이 정말 딱하구나. 내가 몹시 배가 고파서 다 쪼아 먹었는데 어떻게 한담. 나를 따라 오너라. 그럼 좋은 수가 있을 거야. 빨리 따라와! " 하고 노랑새가 말하였다. 방이는 그 새를 따라 큰 바위까지 따라갔다. 큰 바위 밑 굴 속에서 빨간 옷을 입은 어린이가 금방망이를 가지고 나와서 방이에게 주면서 말하기를,

 

" 방이야! 이 방망이로 땅을 치면 네가 원하는 일은 무엇이든지 이루어진다. "

하고는 삽시간에 자취를 감추었다. 방이는 배가 고파서 우선 금방망이로 땅을 치며 " 좋은 음식 나오너라. "하였더니 금방 맛있는 음식이 한 상 나왔다. 실컷 음식을 먹은 방이는 금방망이를 가지고 집에 돌아와 자기 뜻대로 무엇이든지 다 마련하였다. 좋은 논과 밭도 많이 마련하고, 좋은 집도 짓게 되자 방이는 부자 소리를 들으며 잘 살게 되었다. 그리고 불우한 사람들과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며 마을의 길도 고치며 개천에 다리도 놓고 자기 동생에게 신세진 것도 열 갑절 이상으로 갚았다. 그러나 이 일을 알 게 된 동생은 배가 아프고 질투가 났다. 그래서 동생은 형 방이가 한 대로 흉내를 내어 자기도 금방망이를 하나 얻었다. 그러나 동생의 뜻대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고, 오히려 무서운 짐승이 나타나 으르렁 대고 뱀이며 돌이며 잡초 같은 것만 나타나 해치려고 하였다. 마침내 방이 동생은 재산을 잃고 울화병에 걸려 죽게 되었다. 방이가 이 소식을 듣고 달려와서 동생의 병 구완을 했다. 그때서야, 동생은 비로소 자기의 잘못을 뉘우치고 눈물을 흘리며 형 방이에게 죄를 용서해 달라고 애원하였다.

 

그 후 방이 동생은 병이 나았고, 방이 형제는 서로 믿고 서로 사랑하며 힘을 합하고 도와 이웃을 잘 살게 하였으며, 불우한 사람들을 도와 서라벌 겨레를 번영케 하고 삼국통일의 터전을 마련하였다고 한다.

 

※ 흥부전의 근원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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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도산 성모 설화       -  삼국유사 권5.  -

 

 진평왕 때에 지혜(智惠)라는 비구니가 있어 어진 행실이 많았다. 안흥사에 살았는데 새로 불전을 수리하려 했지만 힘이 모자랐다. 어느날 꿈에 모양이 아름답고 구슬로 머리를 장식한 한 선녀(仙女)가 와서 그를 위로해 말했다.

" 나는 바로 선도산 신모(神母)다. 네가 불전을 수리하려 하는 것을 기쁘게 생각하여 금(金) 10근을 주어 돕고자 한다. 내가 있는 자리 밑에서 금을 꺼내서 주존(主尊) 삼상(三像)을 장식하고 벽 위에는 오삼불(五三佛) 육유성중(六類聖衆) 및 모든 천신과 오악(五岳)의 신군(神君)을 그리고, 해마다 봄과 가을의 10일에 남녀 신도들을 많이 모아 널리 모든 함령(含靈)을 위해서 점찰법회(占察法會)를 베푸는 것으로써 일정한 규정을 삼도록 하라. "

지혜가 놀라 깨어 무리들을 데리고 신사(神祀) 자리 밑에 가서 황금 160냥을 파내어 불전 수리하는 일을 완성했으니 이는 모두 신모가 이르는 대로 따랐던 것이다. 그러나 그 사적은 남아 있지만, 법사(法事)는 폐지되었다. 신모는 본래 중국 제실(帝室)의 딸이며, 이르은 사소였다. 일찍이 신선의 술법을 대워 해동에 와서 머물러 오랫동안 돌아가지 않았다. 이에 부황(父皇)이 소리개 발에 매달아 그에게 부치는 편지에 말했다.

" 소리개가 머무는 곳에 집을 지으라. "
사소는 편지를 보고 소리개를 놓아보내니, 이 선도산으로 날아와서 멈추므로 드디어 거기에 살아 지선(地仙)이 되었다. 때문에 산 이름을 서연산(西鳶山)이라고 했다. 신모는 오랫동안 이 산에 웅거해서 나라를 진호(鎭護)하니 신령스럽고 이상한 일이 매우 많았다. 때문에 나라가 세워진 뒤로 항상 삼사(三祀)의 하나로 삼았고, 그 차례도 여러 망(望) 위에 있었다.

제 54대 경명왕이 매사냥을 좋아하여 일찍이 여기에 올라가서 매를 놓았다가 잃어 버렸다. 이 일로 해서 신모에게 기도했다.  " 만일 매를 찾게 된다면 마땅히 성모께 작(爵)을 봉해 드리겠습니다. " 이윽고 매가 날아와서 궤(机) 위에 앉으므로 성모를 대왕에 봉작하였다. 그가 처음 진한에 와서 성자(聖子)를 낳아 동국의 처음 임금이 되었으니 필경 혁거세와 알영의 두 성군을 낳았을 것이다. 때문에 계룡, 계림, 백마 등으로 일컬으니 이는 닭이 서쪽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성모는 일찍이 제천의 선녀에게 비단을 짜게 해서 붉은 빛으로 물들여 조복을 만들어 남편에게 주었으니, 나라 사람들은 이 때문에 비로소 신비스러운 영검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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쎈연필 2004-07-27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도산은 제가 가끔 오르던 아주 정다운 산입니다. 진흥왕서부터 김춘추까지 묻혀 있는 곳이죠...

꼬마요정 2004-07-27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주 사시나 봐요...
신비를 안고 있는 산...전 수학여행 때 한 번 가보고 한 번도 못 가봤지요...
 

      지귀(志鬼) 설화                   - 대동운부군옥-

 

 

신라 선덕 여왕 때에 지귀라는 젊은이가 있었다. 지귀는 활리역(活里驛) 사람인데, 하루는 서라벌에 나왔다가 지나가는 선덕여왕을 보았다. 그런데 여왕이 어찌나 아름다웠던지 그는 단번에 여왕을 사모하게 되었다. 선덕여왕은 진평왕의 맏딸로 그 성품이 인자하고 지혜로울 뿐만 아니라 용모가 아르다워서 모든 백성들로부터 칭송과 찬사를 다 받았다. 
    

그래서 여왕이 한 번 행차를 하면 모든 사람들이 여왕을 보려고 거리를 온통 메꾸었다. 지귀도 그러한 사람들 틈에서 여왕을 한 번 본 뒤에는 여왕이 너무 아름다워서 혼자 여왕을 사모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잠도 자지 않고 밥도 먹지 않으며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선덕여왕을 부르다가 그만 미쳐 버리고 말았다.
  

  " 아름다운 여왕이여, 나의 사랑하는 선덕여왕이여 !"  지귀는 거리로 뛰어다니며 이렇게 외쳐 댔다. 이를 본 관리들은 지귀가 지껄이는 소리를 여왕이 들을까봐 걱정이었다. 그래서 관리들은 지귀를 붙잡아다가 매질을 하며 야단을 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어느날 여왕이 행차를 하게 되었다. 그때 어느 골목에서 지귀가 선덕 여왕을 부르면서 나오다가 사람들에게 붙들렸다. 이를 본 여왕은 뒤에 있는 관리에게 물었다.  "대체 무슨 일이냐?"  " 미친 사람이 여왕님 앞으로 뛰어나오다가 다른 사람들한테 붙들려서 그럽니다."  " 왜 나한테 온다는데 붙잡았느냐? " " 아뢰옵기 황송합니다만, 저 사람은 지귀라고 하는 미친 사람인데 여왕님을 사모하고 있다고 합니다." .  관리는 큰 죄나 진 사람처럼 머리를 숙이며 말했다.  " 고마운 일이구나! " 여왕은 혼자말처럼 이렇게 말하고는, 지귀에게 자기를 따라오도록 관리에게 말한 다음 절을 향하여 발걸음을 떼어놓았다. 한편 여왕의 명령을 전해들은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그러나 지귀는 너무도 기뻐서 춤을 덩실덩실 추며 여왕의 행렬을 뒤따랐다. 
   

선덕여왕은 절에 이르러 부처님에게 불공을 올렸다. 그러는 동안 지귀는 절 앞에 있는 탑 아래에 앉아서 여왕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여왕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지귀는 지루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안타깝고 초조했다. 그러다가 심신이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진 지귀는 그 자리에서 그만 잠이 들고 말았다.
   

여왕은 불공을 마치고 나오다가 탑 아래에 잠들어 있는 지귀를 보았다. 여왕은 그가 가엾다는 듯이 물끄러미 바라보고는 팔목에 감았던 금팔찌를 뽑아서 지귀의 가슴 위에 놓은 다음 발길을 옮기었다.
여왕이 지나간 뒤에 비로소 잠이 깬 지귀는 가슴 위에 놓인 여왕의 금팔찌를 보고는 놀랐다. 그는 여왕의 금팔찌를 가슴에 꼭 껴안고 기뻐서 어찌할 줄을 몰랐다. 그러자 그 기쁨은 다시 불씨가 되어 가슴 속에서 활활 타올랐다. 그러다가 온몸이 불덩어리가 되는가 싶더니 이내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가슴 속에 있는 불길은 몸 밖으로 터져 나와 지귀를 어느새 새빨간 불덩어리로 만들고 말았다. 처음에는 가슴이 타더니 다음에는 머리와 팔다리로 옮겨져서 마치 기름이 묻은 솜뭉치처럼 활활 타올랐다. 지귀는 있는 힘을 다하여 탑을 잡고 일어서는데 불길은 탑으로 옮겨져서 이내 탑도 불기둥에 휩싸였다. 지귀는 꺼져가는 숨을 내쉬며 멀리 사라지고 있는 여왕을 따라가려고 허위적허위적 걸어가는데, 지귀 몸에 있던 불기운은 거리에까지 퍼져서 온 거리가 불바다를 이루었다.

이런 일이 있은 뒤부터 지귀는 불귀신으로 변하여 온 세상을 떠돌아다니게 되었다. 사람들은 불귀신을 두려워하게 되었는데, 이때 선덕여왕은 불귀신을 쫓는 주문을 지어 백성들에게 내놓았다.


                       지귀는 마음에서 불이 나,                志鬼心中火
                      몸이 불로 변하였다.                       燒身變火神
                      바다에 멀리 쫓아서                        流移滄海外
                      보지도 말고 친하지도 말지어다.      不見不相親

   

백성들은 선덕여왕이 지어 준 주문을 써서 대문에 붙이었다. 그랬더니 비로소 화재를 면할 수 있었다. 이런 일이 있은 뒤부터 사람들은 불귀신을 물리치는 주문을 쓰게 되었는데, 이는 불귀신이 된 지귀가 선덕여왕의 뜻만 좇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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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장수

 

옛날 영월군 수주면 도원리 손씨 집안에 남자 아이가 태어났는데, 갓난아이답지 않게 골격이 크고 당당하였으며, 겨드랑이에는 날개(새로운 세계 지향의 가능성 상징)가 돋았다. 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 3일이 지났을 때, 저 혼자 걸어다니는 것은 물론, 방 안의 선반 위에 올라가는 등 마음대로 돌아다녔다.

 

손씨 부부는 남자 아이가 태어나 기쁘기 한량이 없었지만,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보고는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여보, 아무래도 예사 아이가 아니예요. 우리같이 미천한 집안에 저런 아이가 태어나다니 어쩌면 좋아요?"

"글세, 가뜩이나 나라 안이 어수선한데, 만약 우리 집안에 저런 장수가 태어난 걸 알면 관가에서 경을 칠 것이오."

 

집안 식구들은 어쩔 줄 몰랐다. 그러는 사이에 이 소문이 마을에 퍼졌다. 마을의 지각 있는 노인들도 모두 근심스런 표정으로,

 

"그렇지 않아도, 장수가 태어나 나라를 뒤집으려 한다는 소문이 자자한데, 장수 아기를 출산했으니 손씨 집에 앞으로 닥칠 일이 걱정되는군."

하며 수군거렸다.

 

손씨 집안에서는 눈물을 머금고 그 아이를 없애 버렸다. 아기 장수가 역도(逆徒)가 되어 멸문지화를 당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런지 3일 후에 그 마을 동쪽의 후미진 곳에 있는 깊은 소(沼)에서 우렁차게 말의 울음소리가 들려 왔다. 이에 마을 사람들은 모두 아기 장수를 태울 용마가 났다고 말하였다.

 

그 용마는 아기 장수를 찾아 사방으로 날아다녔다. 하지만 아기장수는 이미 죽었으니 어찌하랴. 결국 용마는 주인을 찾지 못하고, 수주면 무릉리 동북쪽 강 건너 마을의 벼랑에서 슬프게 울부짖다가 나왔던 곳으로 되돌아와 죽었다고 한다. 그래서 용마가 나왔던 소를 용소라 하며, 그 옆에 용마의 무덤까지 있다고 한다. 또 무릉리의 강 건너 마을은 용마가 울부짖은 곳이라 하여 명마동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지도에도 그렇게 표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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쎈연필 2004-07-27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인훈의 희곡집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가 이 설화를 다루고 있죠

아영엄마 2004-07-27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기 장수 설화.. 참 가슴아픈 이야기 중의 하나죠.. 기득권층에서 자신들의 지위를 위협할 인물이 나는 것을 그냥 두고 볼리가 없으니.. 그래도 가족 손에 죽는 건 너무 해요..

꼬마요정 2004-07-27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인훈의 희곡집이라...그렇군요...
가족 손에 죽은 아기나 죽인 부모나 얼마나 안타까운지...정말 기득권층의 횡포는 무서워요..

플레져 2004-07-28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암튼...편견은 버려야합니다. 스스로 운명을 이겨내지 못하는 슬픈 사람들. 최인훈의 희곡집도 슬프게 읽었어요...

꼬마요정 2004-07-28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있는자들은 편견쟁이...^^;;
 

              운  영  전 (雲英傳)                   -  미 상 -

  줄거리   

 

조선조 선조 34년(1601) 봄이다. 자연을 좋아하는 청파사인(靑坡士人)유영이라는 선비가 세종의 셋째 아들 안평대군 용의 옛집인 수성궁의 아름다운 경치를 보고 싶어 하다가 춘삼월 기망(旣望)에 비로소 그 곳에 들어가게 된다. 그는 인적이 없는 깊숙한 서원에서 홀로 술을 마시다 잠이 들어 버렸다.

 

잠을 자고 있는 사이, 한 곳에 이르니 어떤 청년이 아름다운 여인과 대좌하여 무엇인가를 속삭이다가 유영이 오는 것을 보고 반갑게 맞이한다. 여인은 곧 시비를 불러 자하주와 성찬을 차려오게 한 후 세 사람이 대좌하여 술을 마시며 노래를 부른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유영이 그들의 성명을 물으니 청년은 김진사, 여인은 안평대군의 궁녀 운영이라 한다. 이에 유영이 안평대군 성시의 일과 김진사의 슬퍼하는 곡절을 물으니 운영이 그들의 사연을 먼저 술회한다.

 

안평대군은 학문을 좋아하면서도 방탕한 왕자였다. 때로는 문신을 모아놓고 시주(詩酒)로 흥을 돋우기도 하였으며, 궁녀들에게 시를 가르쳐 주어 서로 화창(和唱)하여 즐거워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궁녀들은 나이가 들수록 구속적이며 무미건조한 궁중 생활에 염증을 느끼며 궁 밖의 참된 인간생활을 그리워하게 되었는데, 그 중에서도 안평대군의 총애를 가장 많이 받는 운영이라는 궁녀는 궁중생활에 대한 번민이 가장 컸다. 안평대군은 궁녀들을 일체 궁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엄중했다. 만약 외인이 궁녀의 이름을 알고 있다면 죽음을 면치 못하리라고 엄명을 내려 놓고 있었다.

 

그러던 중, 궁녀 운영은 안평대군을 찾아온 소년 선비 김진사를 열렬히 사랑하게 된다. 김진사의 신선과도 같은 재모에 반하여 그를 사랑하게 되고, 김진사도 정숙한 운영에게 정을 보낸다. 그 후 김진사는 밤이 되면 궁의 높은 담을 넘어와서 운영과 사랑을 속삭인다. 물론 무녀와 궁인들과 노비의 도움으로 그들은 서로의 사랑을 전하고 확인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들의 사랑이 점점 깊어 김진사의 출입을 알고 있는 이들은 모두가 위험을 걱정했다. 운영과 김진사는 몰래 도망가기로 계획을 세워, 노비 특(特)을 통해 가보(家寶)와 집기들을 모두 궁 밖으로 옮기게 된다. 그 후 재화와 보물은 특의 간계에 의해 모두 빼앗기게 되고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안평대군은 크게 노하여 궁녀들을 문초한 후 죄가 운영에 미치자 운영을 하옥시킨다.

 

하옥된 운영은 자책감과 함께 자신의 사랑이 실현 불가능함을 알고 차라리 죽어 저 세상에 가서 다하지 못한 정을 이어보는 것이 더 나으리라 마음 먹고 비단 수건에 목을 메어 자살하고 만다. 김진사는 운영의 죽음 소식을 듣고 극도로 비관하여 운영이 남겨 놓고 간 재물을 팔아 장사를 치러 절에 가서 운영의 명복을 빈 뒤, 식음을 전폐하고 울음으로 세월을 보내다가 운영의 뒤를 따라 자결하고 만다.

 

이야기가 여기에 이르자 김진사와 운영은 슬픔을 억제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들은 천상의 즐거움이 이승보다 더 크다고 말한다. 다만, 옛날의 정회를 잊지 못하여 이곳을 찾아 왔다고 하며, 유영에게 그들의 사랑을 세인들에게 전해 달라는 당부를 한다. 이야기가 끝난 세 사람은 다시 취하도록 마시고, 유영이 취함을 타 졸다가 문득 깨어보니 새벽이 밝았는데, 옆자리에는 김진사와 운영의 이야기를 기록한 책자만 놓여 있었다. 유영은 그것을 가지고 돌아와 상자에 감추어 두고서는 명산대천을 두루 돌아 다녀 그의 마친 바를 알지 못하였다고 한다.

※ 운영전은 궁녀들의 구속적인 궁중 생활과  김진사와 궁녀 운영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고전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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