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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3 - 참으로 곧은 길은 굽어 보이는 법이다
사마천 지음, 김진연 옮김 / 서해문집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서해문집에서 나온 사기는 이 3권이 마지막이다. 이제 마무리를 지으면서 이 권에서는 그 동안 다루지 못했던 여러 인물들이 등장한다. 다소 어리둥절할 인물들도 있다. 방사나 연금술사, 점성술사 등이 그런 인물들인데, 진시황이 불로불사를 원했기 때문에 나타난 이들이다. 물론 그 중에서는 사기꾼도 있었고, 진심으로 찾아다닌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인간사에서 가장 공평한 것이 있다면 바로 '죽음'인데, 진시황인들 피할 수 있었으랴.
이 책의 부제는 '참으로 곧은 길은 굽어 보이는 법이다.'이다. 멋진 말이다. 숙손통이란 사람이 있었다. 그는 진나라 2세 황제 때 등용된 사람이다. 한 사건으로 진나라에서 도망쳐 한 때는 항우의 밑에 있다가 다시 유방의 슬하에 들었다. 학식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세상 돌아가는 이치까지 파악하여 받아들인 그는 아첨할 때는 아첨하여 자신과 여러 신하들의 목숨을 건지고, 때에 맞는 인물들을 추천하여 거사를 성공하게 하고, 마침내 유방이 천하를 통일하자 한나라의 예악을 정립하였다. 그가 진나라를 도망치기 전 2세 황제에게 아첨을 하였는데, 다른 신하들이 그 일을 비꼬자 이렇게 대답한다.
"어차피 우리는 지금 호랑이 입 안에 있지 않소? 내가 그렇게 아부하지 않았다면 우리 모두 무사하기 어려웠을 것이오."
이 말을 남기고 고향으로 도망친 그는 항우를 거쳐 유방에게 정착하는데, 드디어 천하통일이 이루어지자 학자들을 모으기 위해 노나라 땅으로 가 학자 30명을 초청하였다. 그 때 두 사람이 거절하며 그를 비난하길, 아직 전사자의 장례도 끝나지 않고, 부상자들도 완치되지 못한 상황에 어떻게 예악을 찾느냐, 당신이 하는 일은 옛 법에 맞지 않다. 그 말에 숙손통은 웃으며 말했다.
"당신들은 정말 세상물정을 모르는 고루한 선비들이오. 시대가 얼마나 변했는데."
그러나 그는 아첨만 하거나 처세만 하거나 그러지 않았다. 유방이 장자가 아닌 척부인의 아들을 태자로 내세우려 하자 목숨을 걸고 반대한다. 또한 유방의 뒤를 이어 왕이 된 혜제가 어머니인 여후에게 문안을 드리기 위해 이층길을 내자 종묘 위를 지나는 것은 불효이므로 종묘를 북쪽으로 이전, 확장하게 한 일은 큰 지혜였다. 사마천은 숙손통을 칭송하길, "세상에서 보기 드믄 사람으로서 사물을 잘 판단하였다. 그는 학문을 연구하고 의식을 제정하여 한나라 유학의 거장이 되었다. 그의 처세 또한 진퇴의 절도를 잘 지켰으며, 시대의 흐름에 적절히 대처하였다. '참으로 곧은 것은 굽어 보이며, 길은 원래 꾸불꾸불한 것이다.'라는 말은 바로 숙손통의 경우를 가리킨다고 하겠다." 하였다.
3권에는 많은 인물들이 나온다. 모두가 잘 아는 장건이나 동중서, 진승, 오광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인물들이지만, 나는 무엇보다도 위의 숙손통에게 호감이 갔다. 고루하기 짝이 없던 그 시대의 윤리에 숨이 막혀있던 차, 그는 현대에 내놓아도 쓸모있을 사상을 가지고 실천한 인물이었다.
사기를 다 읽었다면 다음엔 열국지를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열국지를 읽고, 초한지를 읽고, 삼국지를 읽고, 수호지를 읽고, 정관정요를 읽고, 서유기를 읽는다면, 아 그리고 사기에 앞서 봉신연의도 읽으면 좋다. 중국 고중세사는 머리 안에 쏘옥 들어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