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 정호승

이 세상 사람들 모두 잠들고
어둠 속에 갇혀서 꿈조차 잠이 들 때
홀로 일어난 새벽을 두려워 말고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라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겨울밤은 깊어서 눈만 내리어
돌아갈 길 없는 오늘 눈 오는 밤도
하루의 일을 끝낸 작업장 부근
촛불도 꺼져가는 어둔 방에서
슬픔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라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절망도 없는 이 절망의 세상
슬픔도 없는 이 슬픔의 세상
사랑하며 살아가면 봄눈이 온다
눈 맞으며 기다리던 기다림 만나
눈 맞으며 그리웁던 그리움 만나
얼씨구나 부둥켜안고 웃어보아라
절씨구나 뺨 부비며 울어보아라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어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어
봄눈 내리는 보리밭길 걷는 자들은
누구든지 달려와서 가슴 가득히
꿈을 받아라
꿈을 받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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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한다는 것으로

 - 서정윤


사랑한다는 것으로
새의 날개를 꺾어
너의 곁에 두려하지 말고
가슴에 작은 보금자리를 만들어
종일 지친 날개를
쉬고 다시 날아갈
힘을 줄 수 있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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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4-07-18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 멋진 시네요..퍼감다^^

꼬마요정 2004-07-19 0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고등학교 때 국어선생님이 저더러 읽어보라고 던져주신 시집 속에 있던 시랍니다. 저더러 사랑을 저렇게 하라나요...^^;;
 

◎ 사랑하는 까닭

 - 한용운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홍안(紅顔)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백발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그리워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미소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눈물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건강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죽음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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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숫타니파타

 

서로 사귄 사람에게는
사랑과 그리움이 생긴다.
사랑과 그리움에는 괴로움이 따르는 법.
연정에서 근심 걱정이 생기는 줄 알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숲속에서 묶여 있지 않은 사슴이
먹이를 찾아 여기저기 다니듯이
지혜로운 이는 독립과 자유를 찾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욕망은 실로 그 빛깔이 곱고 감미로우며
우리를 즐겁게 한다.
그러나 한편 여러 가지 모양으로
우리 마음을 산산이 흐트려 놓는다.
욕망의 대상에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서로 다투는 철학적 견해를 초월하고
깨달음에 이르는 길에 도달하여
도를 얻은 사람은
'나는 지혜를 얻었으니
이제는 남의 지도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알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탐내지 말고, 속이지 말며,
갈망하지 말고, 남의 덕을 가리지 말고,
혼탁과 미혹을 버리고
세상의 온갖 애착에서 벗어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세상의 유희나 오락
혹은 쾌락에 젖지 말고
관심도 가지지 말라.
꾸밈 없이 진실을 말하면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물속의 고기가 그물을 찢듯이
한번 불타버린 곳에는
다시 불이 붙지 않듯이
모든 번뇌의 매듭을 끊어버리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마음속의 다섯 가지 덮개를 벗기고
온갖 번뇌를 제거하여 의지하지 않으며
애욕의 허물을 끊어버리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최고의 목적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 정진하고
마음의 안일을 물리치고
수행에 게으르지 말며
용맹정진하여 몸의 힘과 지혜의 힘을 갖추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애착을 없애는 일에 게으르지 말며,
벙어리도 되지 말라.
학문을 닦고 마음을 안정시켜
이치를 분명히 알며 자제하고 노력해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이빨이 억세고 뭇짐승의 왕인 사자가
다른 짐승을 제압하듯이
궁벽한 곳에 거처를 마련하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자비와 고요와 동정과 해탈과 기쁨을
적당한 때에 따라 익히고
모든 세상을 저버림 없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탐욕과 혐오와 헤맴을 버리고
속박을 끊어 목숨을 잃어도 두려워하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불교경전 '숫타니파타' 중에서
- 법정스님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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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4-07-13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지영님의 소설이 생각나는군요...참 인상깊은 구절이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꼬마요정 2004-07-13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렇게 살 수만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감정을 느끼되 거기에 현혹되지 아니하고 욕심이 나되 그것을 다룰 줄 알며 집착이 생기되 그것을 잠재울 줄 아는 그런 삶...

플레져 2004-07-14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위에 시선을 너무 많이 두고 있는 것 같아 불안했던 요즘입니다.
그때 그때 위안을 삼는 구절이 있는데, 한때 "혼자서 가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말했던 적이 있어요. 다시 한 번 그때 처럼...
퍼갈게요.

꼬마요정 2004-07-14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자기 자신이 가장 소중한 것 같아요~~^^*
 

고양이

  - 보들레르


이리 오너라, 내 아름다운 고양이,
연정에 불타는 이 가슴으로
네 발톱 감추고.
금은과 호박 섞인 황홀한 눈 속에
나로 하여금 잠기게 하라.

네 머리와 탄력있는 등허리를 손가락으로
한가로웁게 쓰다듬을 때,
전기 일으키는 네 몸을 만지는 그 쾌감에
내 손이 취할 때

나는 마음 속에 아내를 떠올린다. 아내 시선도,
사랑스런 짐승이여, 너의 것처럼
오묘하고 차가와 투창처럼 날카롭게 베고 뚫는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예리하고 야릇한 모습, 위험스런 향기
갈색의 그 몸뚱아리 언저리를 감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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