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 다

        정 지용 외로운 마음이 한종일 두고 바다를 불러 ---- 바다 우로 밤이 걸어온다. 후즈근한 물결소리 등에 지고 홀로 돌아가노니 어디선지 그 누구 쓰러져 울음 우는 듯한 기척, 돌아서 보니 먼 등대가 반짝반짝 깜박이고 갈매기떼 끼루룩 끼루룩 비를 부르며 날아간다. 울음 우는 이는 등대도 아니고 갈매기도 아니고 어딘지 홀로 떨어진 이름 모를 서러움이 하나. 음악 방 황 노래 김석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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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조에서

 - 이경림



알몸으로나는네속으로들어왔다

너의김으로꽉찬방

뜨거운네속에잠긴내몸이흔들린다

내가흔들리면너는넘친다

나와너의살들이어두운회랑을빠져나가는소리

네속의내가터무니없이부푼다

돌아누울때마다출렁거리는너

나도덩달아출렁거린다

점점너는내게꼭맞는다

서로몸을덜어내며이윽고우리는하나가되어간다

너어른거리는나의거푸집

출렁임용트림꿀럭임미미한흔들림아득한물무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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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을 파는 꽃집 - 용혜원 - 꽃집에서 가을을 팔고 있습니다. 가을 연인같은 갈대와 마른 나무가지 그리고 가을 꽃들 가을이 다 모여 있습니다. 하지만, 가을 바람은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거리에서 가슴으로 느껴 보세요 사람들 속에서도 불어 오니까요 어느 사이에 그대 가슴에도 불고 있지 않나요. 가을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 가을과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은 가을을 파는 꽃집으로 다 찾아 오세요. 가을을 팝니다. 원하는 만큼 팔고 있습니다. 고독은 덤으로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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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4-09-07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엔 고독이 메인이고 낙엽과 꽃과 바람은 부록아니었나요? ㅎㅎ
꼬마요정님 오랜만에 안부 묻습니다 ^^

꼬마요정 2004-09-07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안녕하세요? 일교차가 심한 요즘 감기 안 걸리고 건강하신가요??
감기 조심하세요~~~^^*
 


별1
 - 송찬호

 


너의 눈은 검은 물, 모든 강물이
그 검은 밤으로 흘러가 증언이 되었다
그 밤의 가시 돋친 증언이 되었다


너의 눈은 그 가시에 찔렸다
이윽고 너의 눈은 어두운 밤이 되었다
말의 가시에 찔려 피흘리는 붉은 밤이 되었다


깊은 밤, 너의 눈은 두 개의 검은 돌
두 형제가 마주보고 얼굴을 서로 어루만졌다
어두운 기억 속 묘비명을 더듬듯이


나는 네가 잡히던 그 특별한 밤을 잊을 수가 없다
모든 밤들이 너를 포로로 보호하려고 얼마나 애를 썼던가
모든 밤들이 너를 위하여 있었다
너는 밤마다 켜져 있었고, 언제까지나 꺼지지 않았다
때로 너로부터 도망치려 너를 잊으려
모든 밤들이 너를 밟고 끄고 지나갔지만
너는 죽지 않고 있었다
또 새로운 밤이 가장 가까이 있었다
모든 밤들이 지나가고 난 다음, 그 이튿날 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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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나는

 - 최승자



일찍이 나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마른 빵에 핀 곰팡이
벽에다 누고 또 눈 지린 오줌 자국
아직도 구더기에 뒤덮인 천년 전에 죽은 시체.


아무 부모도 나를 키워 주지 않았다
쥐구멍에서 잠들고 벼룩의 간을 내먹고
아무 데서나 하염없이 죽어가면서
일찍이 나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떨어지는 유성처럼 우리가
잠시 스쳐갈 때 그러므로,
나를 안다고 말하지 마라
나는너를모른다나는너를모른다
너당신그대, 행복
너, 당신, 그대, 사랑


내가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영원한 루머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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