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득, 냉면이 먹고 싶었다. 그래서 ott에 있던 '냉면랩소디'란 프로그램을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과는 처참했다.
백령도에서 만들어 먹는 냉면이 너무 맛있어 보이는 거다. 그래서 우리집에서 백령도까지 얼마나 걸릴까 싶어 바로 검색에 돌입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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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근처에서 백령도까지는 자차로 가든 대중교통을 이용하든 이렇게 걸린다는 거다. 세상에. 동생이 웃으면서 "와, 필리핀 가는 것보다 머네..." 라고.
우리 집에서 가는 것보다 중국 상해나 청도에서 가는 게 더 빠르겠다 싶을만큼 웃음이 나는 거리였다. 하하하. 그렇게 백령도 냉면은 없던 일이 되어 버린 건 참으로 슬픈 일이다...
2. 6월이 되면 열심히 책을 읽어야지 마음 속으로 다짐했고, 정말 열심히 읽었다. 문제는 읽기만 했다는 것. 짧게라도 리뷰를 써야 하는데, 그냥 읽고 덮고 읽고 덮고를 반복한 거다. 덕분에 기억은 가물가물하고 감상을 적을 책들은 쌓여 버렸다.
얼마 전에 내가 갖고 있던 데일 카네기 책을 다 버렸다. 자주색, 곤색 이런 색의 표지였고, 너무 낡아서 곳곳에 곰팡이도 있었고, 책장은 계속 좁고, 남편은 눈치를 주고 해서 말이다. 그런데 주짓수 도장에 같이 다니는 동생이 이 책이 자기 인생책이라고 너무 좋아하는 거다. 그래서 그 정도였나? 싶어 이북으로 다시 읽었다. 음... 여기서 진짜 중요한 건 '상대를 배려하는 진심'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칭찬이든 어떤 충고든 기본적으로 상대에 대한 '진심'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칭찬도 진심이고, 충고도 진심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이런 약육강식에 혼탁한 세상에서 나쁘게 이용되지 않는다. 나는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정말 무서웠던 건 '경쟁'시키는 부분이었다. 찰스 슈와브가 생산성이 떨어지는 공장에 가서 경쟁을 부추기는 장면은 정말 무서웠다. 사람은 부품이 아닌데, 마치 입력값을 집어넣자 짜잔 결과물이 튀어나왔다. 이 책이 심리학책이라기보다 자기계발서나 마케팅책으로 분류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게다가 100년 전 책이 아니던가. 확실히 그 때와 지금은 다르고, 또한 다르지 않은 부분들을 보며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리고 모두가 관리자가 될 수 없는 것이 사실이기에 노동법은 모두가 공부해야 하지 않을까. 또한 관리자가 된다 하더라도 노동법을 알아야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는 지 좀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하지만 분명 아주 중요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긴 하다. 진심이 담긴 칭찬은 어디에서나 유효하며, 상대를 배려하고 비난하지 않는 것은 훌륭한 태도이다. 그리고 황금률은 진리니까. 카네기가 주로 사업상 일어났던 이야기들을 예로 들고 있지만, 일상 생활에서도 충분히 쓸모 있는 내용들이 많았다. 부모와 자식 관계에서도, 연인 관계에서도, 형제자매 관계에서도, 친구 관계에서도 말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기보다 사람 간에 지켜야 할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보면 좋을 것 같다. 물론 요즘 더 쉽고 재미있는 책들도 많으니까 그런 책 읽어도 되고.
아, 결혼과 관련한 장은 굳이 안 봐도 될 것 같고. 지금과 그 때는 정말 다르니까.
만화 형식인데, 너무 너무 재미있게 봤다. 흥부의 아내가 좋을까, 놀부의 아내가 좋을까와 같은 밸런스 게임은 너무 웃기지 않은가. 작가는 그런 생각을 하며 결국은 제비가 좋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리는데, 그 과정이 참으로 재미있다. 이미 알고 있는 옛날 이야기들을 짧고 굵게 자신의 생각을 곁들여 우리에게 알려주는데, 너무 화통하고 재미있는 거다. 그래서 숨도 안 쉬고, 사실 숨은 쉬면서 앉은 자리에서 쭈욱 읽어버렸다.
조선 시대, 그들의 삶도 고단했을 것이다. 몇 번의 전쟁과 엄청난 기근과 참혹한 사회적 불평등 속에서 그들이 기댈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이런 이야기들이었을테지. 춘향이도, 배비장도, 흥부도, 놀부도, 구운몽 속 팔선녀도, 홍길동도 다 그 시대의 사람들이 투영된 인물들이 아닌가. 전복된 세상을 꿈꾸는 이들도, 속세를 떠나 피안의 세계에서 안식을 꿈꾸는 이들도 모두 우리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예전에도 이 땅에는 사람들이 울고 웃으며 살아남았다.
대통령이 되겠다거나 대기업 회장이 되겠다는 그런 야심이나 포부가 아니다. 그저 화려하게 보이는 연예계에서 아이돌이 되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 자리 역시 한 산업의 꽃과 같은 자리가 아니던가. 대통령이든 대기업 회장이든 아이돌이든 모두 얼굴 마담이고 갖은 권모술수를 견뎌야 하고 온갖 음모에 노출되고 때론 비정해져야 하는 법이다.
하지만 유독 엔터테인먼트라 불리는 이 업계 속 음모나 사건 사고들이 더 파악하기 쉬워 보이는 건, 워낙에 노출이 많이 되는 곳이기도 하지만 대상이 되는 이들이 어려서이기도 할 것이다. 이렇게 어린 아이들을 더러운 어른들의 세계에 던져놓고 자기들끼리 경쟁 시키고 이간질 하고 책임지게 만드는 게 눈에 너무 잘 보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리고 그러한 일들은 우리 모두 함께 저지르고 있다는 점이 무서운 점 중에 하나일 것이다. 구두점 하나, 조사 하나로 사람을 악마로 만들었다 천사로 만들었다 하는 기자들과 편집으로 권력을 행세하는 피디들과 소속사라는 명목으로 그들을 좌지우지하면서 계약서를 들이미는 관계자들과 겉으로 보여주는 그들에게 열광하며 속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쉽게 단죄하려 들고 쉽게 용서하려 드는 소비자들 모두가 다 말이다. 그래서 마지막이 개운치 않더라도 또 그게 현실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일이 연예계에서 일어나지 않고 정치판에서 일어났어도, 기업 승계 과정이었어도 결코 다르지 않았을 것이기에.
나폴리탄 괴담을 아시는지? 나는 그런 종류의 괴담도, 아주 무서운 이야기들도 좋아한다. 현실적이지 않은 이야기들이 오히려 더 현실을 보여주기도 하고, 현실적이지 않아서 더 짜릿하기도 해서 말이다.
이 책에 나온 이야기들도 모두 나폴리탄 괴담이다. 여러 이야기들 중에 어긋나는 사실이 하나씩 있어 결국은 무시무시한 저변에 깔린 이야기를 상상하게 만드는 그런 이야기 말이다.
이 책은 총 세 군데의 지침서를 나열한다. 한빛동 시리즈로 묶여 있는 한빛 도서관 이용 규칙과 한빛 베이커리 안전 수칙과 한빛 성당 내부 공문이 그 중 하나인 지침서이고 이 시리즈가 가장 나폴리탄 괴담 같은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에덴브릿지와 라이라이프로덕션 시리즈로 묶여 있는 일한고등학교 입학식 연설문과 에덴브릿지 호텔 신입 직원들을 위한 행동 지침서와 라이라이 프로덕션 신입을 위한 행동 지침서이다. 이 이야기는 나폴리탄 괴담에 불평이나 불만을 괴담으로 치부하여 다수의 입을 막으려는 시도를 살짝 얹었다. 지침서 숙지 후 사라지는 신입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세 번째는 그린티 시리즈로 묶여 있는 그린티 리조트 유출 문건과 그린티대학교 녹차빙수제조공학과 신입생 안내문이다. 이 이야기는 사람을 현혹시켜 조종하는 사이비 종교 단체를 연상하게 하기도 하는데, 카리스마 있는 사람이 상황을 이용하여 위력을 행사하고 집단의 분위기를 조성하면 멀쩡하던 개개인이 어느 순간 집단의 구성원이 되어 버리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것이 너무나 기이하여 이런 괴담의 형식을 빌어야만 이해할 수 있는 것일까.
어느 순간에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깨어있기란 가능할까? 늦었다 생각하더라도 한 순간이라도 정신을 차릴 수 있다면, 그래서 행동할 수 있다면 많은 것들이 변할 것이다. 그리고 변하기를 바란다.
3. 콘서트 팔찌와 고양이
지난 토요일, 김남길 팬콘서트를 다녀왔다. 기관지염으로 상태가 좋지 않음에도 4시간 반을 무대에 있었던 그가 참으로 대단하다 느끼며 입장할 때 착용했던 팔찌를 벗었다. 웃기게도 나는 입장 팔찌를 찢어서 벗지 않고 그냥 벗는다. 그냥 벗겨지고 또 그대로 찰 수도 있다.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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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벗어 둔 팔찌를 레이가 물고 가서 잘근잘근 씹었다. 어차피 버릴 것이지만 너무 웃겨서 한참을 같이 갖고 놀았다는 건 비밀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