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득, 냉면이 먹고 싶었다. 그래서 ott에 있던 '냉면랩소디'란 프로그램을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과는 처참했다.


백령도에서 만들어 먹는 냉면이 너무 맛있어 보이는 거다. 그래서 우리집에서 백령도까지 얼마나 걸릴까 싶어 바로 검색에 돌입했는데... 



우리 집 근처에서 백령도까지는 자차로 가든 대중교통을 이용하든 이렇게 걸린다는 거다. 세상에. 동생이 웃으면서 "와, 필리핀 가는 것보다 머네..." 라고.


우리 집에서 가는 것보다 중국 상해나 청도에서 가는 게 더 빠르겠다 싶을만큼 웃음이 나는 거리였다. 하하하. 그렇게 백령도 냉면은 없던 일이 되어 버린 건 참으로 슬픈 일이다...


2. 6월이 되면 열심히 책을 읽어야지 마음 속으로 다짐했고, 정말 열심히 읽었다. 문제는 읽기만 했다는 것. 짧게라도 리뷰를 써야 하는데, 그냥 읽고 덮고 읽고 덮고를 반복한 거다. 덕분에 기억은 가물가물하고 감상을 적을 책들은 쌓여 버렸다. 


 얼마 전에 내가 갖고 있던 데일 카네기 책을 다 버렸다. 자주색, 곤색 이런 색의 표지였고, 너무 낡아서 곳곳에 곰팡이도 있었고, 책장은 계속 좁고, 남편은 눈치를 주고 해서 말이다. 그런데 주짓수 도장에 같이 다니는 동생이 이 책이 자기 인생책이라고 너무 좋아하는 거다. 그래서 그 정도였나? 싶어 이북으로 다시 읽었다. 음...  여기서 진짜 중요한 건 '상대를 배려하는 진심'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칭찬이든 어떤 충고든 기본적으로 상대에 대한 '진심'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칭찬도 진심이고, 충고도 진심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이런 약육강식에 혼탁한 세상에서 나쁘게 이용되지 않는다. 나는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정말 무서웠던 건 '경쟁'시키는 부분이었다. 찰스 슈와브가 생산성이 떨어지는 공장에 가서 경쟁을 부추기는 장면은 정말 무서웠다. 사람은 부품이 아닌데, 마치 입력값을 집어넣자 짜잔 결과물이 튀어나왔다. 이 책이 심리학책이라기보다 자기계발서나 마케팅책으로 분류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게다가 100년 전 책이 아니던가. 확실히 그 때와 지금은 다르고, 또한 다르지 않은 부분들을 보며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리고 모두가 관리자가 될 수 없는 것이 사실이기에 노동법은 모두가 공부해야 하지 않을까. 또한 관리자가 된다 하더라도 노동법을 알아야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는 지 좀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하지만 분명 아주 중요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긴 하다. 진심이 담긴 칭찬은 어디에서나 유효하며, 상대를 배려하고 비난하지 않는 것은 훌륭한 태도이다. 그리고 황금률은 진리니까. 카네기가 주로 사업상 일어났던 이야기들을 예로 들고 있지만, 일상 생활에서도 충분히 쓸모 있는 내용들이 많았다. 부모와 자식 관계에서도, 연인 관계에서도, 형제자매 관계에서도, 친구 관계에서도 말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기보다 사람 간에 지켜야 할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보면 좋을 것 같다. 물론 요즘 더 쉽고 재미있는 책들도 많으니까 그런 책 읽어도 되고. 


아, 결혼과 관련한 장은 굳이 안 봐도 될 것 같고. 지금과 그 때는 정말 다르니까.


만화 형식인데, 너무 너무 재미있게 봤다. 흥부의 아내가 좋을까, 놀부의 아내가 좋을까와 같은 밸런스 게임은 너무 웃기지 않은가. 작가는 그런 생각을 하며 결국은 제비가 좋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리는데, 그 과정이 참으로 재미있다. 이미 알고 있는 옛날 이야기들을 짧고 굵게 자신의 생각을 곁들여 우리에게 알려주는데, 너무 화통하고 재미있는 거다. 그래서 숨도 안 쉬고, 사실 숨은 쉬면서 앉은 자리에서 쭈욱 읽어버렸다. 


조선 시대, 그들의 삶도 고단했을 것이다. 몇 번의 전쟁과 엄청난 기근과 참혹한 사회적 불평등 속에서 그들이 기댈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이런 이야기들이었을테지. 춘향이도, 배비장도, 흥부도, 놀부도, 구운몽 속 팔선녀도, 홍길동도 다 그 시대의 사람들이 투영된 인물들이 아닌가. 전복된 세상을 꿈꾸는 이들도, 속세를 떠나 피안의 세계에서 안식을 꿈꾸는 이들도 모두 우리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예전에도 이 땅에는 사람들이 울고 웃으며 살아남았다.


대통령이 되겠다거나 대기업 회장이 되겠다는 그런 야심이나 포부가 아니다. 그저 화려하게 보이는 연예계에서 아이돌이 되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 자리 역시 한 산업의 꽃과 같은 자리가 아니던가. 대통령이든 대기업 회장이든 아이돌이든 모두 얼굴 마담이고 갖은 권모술수를 견뎌야 하고 온갖 음모에 노출되고 때론 비정해져야 하는 법이다. 


하지만 유독 엔터테인먼트라 불리는 이 업계 속 음모나 사건 사고들이 더 파악하기 쉬워 보이는 건, 워낙에 노출이 많이 되는 곳이기도 하지만 대상이 되는 이들이 어려서이기도 할 것이다. 이렇게 어린 아이들을 더러운 어른들의 세계에 던져놓고 자기들끼리 경쟁 시키고 이간질 하고 책임지게 만드는 게 눈에 너무 잘 보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리고 그러한 일들은 우리 모두 함께 저지르고 있다는 점이 무서운 점 중에 하나일 것이다. 구두점 하나, 조사 하나로 사람을 악마로 만들었다 천사로 만들었다 하는 기자들과 편집으로 권력을 행세하는 피디들과 소속사라는 명목으로 그들을 좌지우지하면서 계약서를 들이미는 관계자들과 겉으로 보여주는 그들에게 열광하며 속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쉽게 단죄하려 들고 쉽게 용서하려 드는 소비자들 모두가 다 말이다. 그래서 마지막이 개운치 않더라도 또 그게 현실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일이 연예계에서 일어나지 않고 정치판에서 일어났어도, 기업 승계 과정이었어도 결코 다르지 않았을 것이기에.


나폴리탄 괴담을 아시는지? 나는 그런 종류의 괴담도, 아주 무서운 이야기들도 좋아한다. 현실적이지 않은 이야기들이 오히려 더 현실을 보여주기도 하고, 현실적이지 않아서 더 짜릿하기도 해서 말이다.


이 책에 나온 이야기들도 모두 나폴리탄 괴담이다. 여러 이야기들 중에 어긋나는 사실이 하나씩 있어 결국은 무시무시한 저변에 깔린 이야기를 상상하게 만드는 그런 이야기 말이다. 


이 책은 총 세 군데의 지침서를 나열한다. 한빛동 시리즈로 묶여 있는 한빛 도서관 이용 규칙과 한빛 베이커리 안전 수칙과 한빛 성당 내부 공문이 그 중 하나인 지침서이고 이 시리즈가 가장 나폴리탄 괴담 같은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에덴브릿지와 라이라이프로덕션 시리즈로 묶여 있는 일한고등학교 입학식 연설문과 에덴브릿지 호텔 신입 직원들을 위한 행동 지침서와 라이라이 프로덕션 신입을 위한 행동 지침서이다. 이 이야기는 나폴리탄 괴담에 불평이나 불만을 괴담으로 치부하여 다수의 입을 막으려는 시도를 살짝 얹었다. 지침서 숙지 후 사라지는 신입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세 번째는 그린티 시리즈로 묶여 있는 그린티 리조트 유출 문건과 그린티대학교 녹차빙수제조공학과 신입생 안내문이다. 이 이야기는 사람을 현혹시켜 조종하는 사이비 종교 단체를 연상하게 하기도 하는데, 카리스마 있는 사람이 상황을 이용하여 위력을 행사하고 집단의 분위기를 조성하면 멀쩡하던 개개인이 어느 순간 집단의 구성원이 되어 버리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것이 너무나 기이하여 이런 괴담의 형식을 빌어야만 이해할 수 있는 것일까.


 어느 순간에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깨어있기란 가능할까? 늦었다 생각하더라도 한 순간이라도 정신을 차릴 수 있다면, 그래서 행동할 수 있다면 많은 것들이 변할 것이다. 그리고 변하기를 바란다.


3. 콘서트 팔찌와 고양이


지난 토요일, 김남길 팬콘서트를 다녀왔다. 기관지염으로 상태가 좋지 않음에도 4시간 반을 무대에 있었던 그가 참으로 대단하다 느끼며 입장할 때 착용했던 팔찌를 벗었다. 웃기게도 나는 입장 팔찌를 찢어서 벗지 않고 그냥 벗는다. 그냥 벗겨지고 또 그대로 찰 수도 있다. 신기하다. 



그렇게 벗어 둔 팔찌를 레이가 물고 가서 잘근잘근 씹었다. 어차피 버릴 것이지만 너무 웃겨서 한참을 같이 갖고 놀았다는 건 비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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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3-06-15 19: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천에 가셔도 백령도 냉면집이 많습니다. ㅎ
가본 곳 중 추천해드리면, 주안에 ‘변가네 웅진냉면’도 괜찮습니다. ^^
참고로, 전 그 가게와 전혀 이해관계가 없습니다. ^^

꼬마요정 2023-06-16 13:29   좋아요 1 | URL
바로 검색했습니다. ㅎㅎ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정말 맛있어 보여요!!
(우리나라에 옹진반도라고 있다니... 남북이 갈라진 게 참 안타깝습니다ㅠㅠ)
인천이면 백령도보다 훠얼씬 가깝네요 ㅋㅋㅋ 백령도 너무 멉니다. ㅋㅋㅋ
이해 관계 없다는 말씀에서 빵 터졌습니다 ㅋㅋ

페넬로페 2023-06-15 20: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백령도 냉면은 처음 들어봐요.
맛이 궁금한데요^^

꼬마요정 2023-06-16 14:12   좋아요 1 | URL
그쵸? 저도 저 프로그램 보고 알았어요. 생각해보면 북한에서 내려오신 분들이 많이 사시는 동네니까 냉면을 많이 드셨을텐데 말입니다. ㅎㅎㅎ 저기는 식초가 아니라 까나리 액젓으로 간을 한다고 하네요. 육수 낼 것도 부족하고 간 할 것도 부족해서 그렇다네요. 너무 먹어보고 싶습니다. 북다이제스터 님이 알려주신 저 냉면집으로 가 보려구요 ㅎㅎㅎㅎ

책읽는나무 2023-06-15 2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남길 의문의 1패ㅋㅋㅋ
저 지난 달 <냉면의 랩소디>보구선 아...참을 수 없어서 동네 냉면집이라도 달려가서 한 그릇 먹고 왔었네요. 에휴~
저도 백령도 그 집 냉면 먹고 싶었어요.
얼마나 좋아했음 냉면 뽑는 기계를 전쟁통에 짊어지고 와서 대대로 냉면을 만들어 먹나? 싶더군요. 전 평양 냉면 좋아합니다^^
함흥도 맛있긴한데 매워서..ㅜㅜ
한 번씩 물비빔 냉면 정도는 먹구요.
밀면도 먹고 싶네요. 진짜 맛난 곳의 밀면, 냉면 먹어 보고 싶어요^^
예전에 갓 결혼해서 시댁에서 밀면을 얻어 먹었었는데 전 그때 밀면이 가장 맛있었던 것 같아요. 오래전이라 문 닫은 지도 한참..아쉬워요.ㅜㅜ
<카네기 인간 관계론> 남편 들고 있는데 한 번 뺏어서 읽어봐? 싶네요.ㅋㅋ
요정 님은 책을 참 다양하게 읽으시는 것 같아요.
그리고 <구미호뎐> 아직도 보고 있는데요. 한 번씩 좀 무서워서 끄고 그랬더니 진도가 팍팍 안나가네요. 왜 무서운지 모르겠네요ㅜㅜ

꼬마요정 2023-06-16 14:06   좋아요 0 | URL
책나무 님도 보셨군요. 정말 저도 침 흘리면서 봤습니다. 집 근처에 먹을만한 냉면집이 없어서 울었다죠 ㅋㅋㅋ 백령도는 검색하고 울고 ㅋㅋㅋㅋ 동생들이 택시비 어마어마하네, 필리핀이 가깝네 하면서 얼마나 저를 놀렸다구요 ㅋㅋㅋㅋ
저도 평양냉면 좋아합니다^^ 그리고 막국수 좋아하구요. 막국수 맛집이 있었는데, 온천장에 남경막국수라고 말이죠. 저번에 뮤지엄 산 갔을 때 원주 갔는데 거기 남경막국수 집에 갔거든요. 근데 똑같은 이름으로 부산에도 있는 거예요. 그래서 물어보니까 원주가 본점이고 사장님은 따님과 사위라고 그러더라구요. 얼마나 반갑던지... 근데 몇 년전에 장모님 편찮으시다고 원주 가게로 가 버리셨어요ㅠㅠ 막국수 맛집 하나 잃었어요ㅠㅠㅠㅠ
밀면은 어디가 맛날까요? 국제밀면, 개금밀면, 가야밀면 이렇게 유명했는데 요즘은 추가된 곳들이 많은가 보더라구요. 하지만 역시 맛있게 먹던 집 없어지면 슬프죠?ㅠㅠ
<카네기 인간관계론> 재밌습니다. 금방 읽으실 거예요. ㅋㅋㅋ
<구미호뎐> 혹시 구석놀이 편 보시다가 끄신 걸까요? 제 남편도 무섭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왜..?? 이러고 재밌게 봤습니다. ㅎㅎㅎㅎ 저도 지난 주에 못 봐서 아직 남았는데, 아껴보고 있어요 ㅎㅎㅎ
이번 토요일에 하는 <킹더랜드> 살짝 기대하고 있습니다.^^

잠자냥 2023-06-15 2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멀고도 먼 냉면집…. 크게 웃었습니다!

꼬마요정 2023-06-16 14:07   좋아요 0 | URL
저도 웃었습니다. 울기도 했구요 ㅎㅎㅎㅎㅎ
백령도 냉면 먹어보고 싶습니다!!

stella.K 2023-06-15 2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런 드라마가 있나요? 그리고 그런 냉면집도 있나 보죠? 둘 다 처음 듣습니다.
저희는 그냥 집에서 해 먹습니다. 벌써 몇번 해 먹었는데
아직도 여름이 많이 남아있으니 몇 번은 더 해 먹을 겁니다. 주로 주말에.
요즘 냉면 한 그릇이 얼만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거의 2만원쯤 되지 않나요?

꼬마요정 2023-06-16 14:44   좋아요 0 | URL
드라마가 아니라 다큐멘터리 같은 건데요, 2부작이고 냉면에 대해서 알려주고 유명한 냉면집 다니고 이러거든요. 근데 백령도에 북한에서 내려오신 분들이 많아서인지 냉면을 즐겨 먹는다고 하더라구요. 마치 우리가 집에서 국수 해 먹듯이요. 심지어 전쟁통에 면 뽑는 기계 이고 지고 오신 분도 계시더라구요. 집에서 해 드신다니 부럽습니다. 저도 봉피양 냉면 밀키트 먹긴 하는데 백령도 냉면 너무 궁금하더라구요. ㅎㅎㅎ
냉면 값 많이 올랐죠? 2만원이요? 후아... 코로나 전까지는 먹으러 다녔는데 이젠 모르겠네요ㅠㅠ

니르바나 2023-06-16 0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통일이 되어 고속 도로 새로 만들면 4시간 정도면 주파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경부 고속철-개성 해주 고속도로-뱃길
물론 단순 시간 계산이지만요.
언젠가는 저 길로 백령도 냉면 먹으러 갈 날이 오겠지요.^^

꼬마요정 2023-06-16 14:13   좋아요 1 | URL
오오 통일이 되면 평양, 함흥 이런 곳까지 가서 냉면을 먹을 수 있겠죠? 백령도면 말씀처럼 4시간 정도에 갈 수 있을 거구요.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습니다. 통일이 되면 좋을텐데... 갈 날이 오겠죠? ^^

은오 2023-06-16 06: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김남길이 그 비담 김남길이어요?! 4시간 반이라니.... 가수들보다 더 오래하네.... 좋으셨겠어요!!

꼬마요정 2023-06-16 14:22   좋아요 0 | URL
비담 김남길을 아시나요? 은오 님 꼬꼬마 시절일 것 같아요 ㅋㅋㅋ 콘서트 갔는데, 연령대가 너무 다양해서 놀랐어요. 10대는 <아일랜드> 보고 좋아하게 됐다고 하더라구요. 아, 그렇구나... 20대는 <열혈사제> 때문에 유입이 됐다 그러구요. 여튼 아픈데 너무 열정적이어서 많이 배우고 왔습니다. 아유, 자기 일을 사랑하고 열심히 하는 게 참 멋지다는 걸 느꼈어요. 저는 언제쯤 그렇게 내 일을 잘 할 수 있을까요ㅠㅠ

자목련 2023-06-16 09: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백령도에 다녀오신 줄 알았는데...
팬미팅이 아니라 팬콘서트를 하는군요.
은오 님의 댓글을 읽고 고현정의 표독스러운 연기가 떠올랐어요^^

꼬마요정 2023-06-16 14:25   좋아요 0 | URL
백령도에 다녀오면 좋겠는데, 너무 멀더라구요.ㅋㅋㅋㅋ
김남길 하면 비담인 건 여전한가 봅니다. 고현정 미실 진짜 연기 잘 해서 넋 놓고 봤었더랬죠. 비담과 미실 진짜 멋졌어요^^

서니데이 2023-06-21 2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백령도는 인천에서 배를 타고 가도 한참 가야 하는 먼 거리예요.
부산에서 출발하면 일본이 더 가까울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백령도에서 나오는 까나리 액젓이 유명한 편이라, 저희도 전에 샀던 적이 있어요.
액젓이긴 한데, 진한 간장 비슷하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백령도 냉면이 유명한가요? 처음 들어서요.^^;
꼬마요정님, 더운 날씨 조심하시고,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꼬마요정 2023-06-22 23:57   좋아요 1 | URL
정말 부산에서는 일본이 더 가깝네요 ㅎㅎㅎ 넷플릭스에서 하는 냉면 랩소디라는 음식 다큐가 있거든요. 거기서 백령도에 갔는데, 실향민들이 많아서 냉면을 집에서 만들어 드시더라구요. 전쟁통에 냉면 뽑는 기계 들고 오신 분도 있구요. 간도 까나리 액젓으로 한다고… 너무 맛있어 보여서 백령도에 가고 싶었는데 포기 했습니다 ㅋㅋㅋ
서니데이 님도 더운 날씨 조심하시고 즐겁고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벌써 금요일이 됩니다. 신나요^^)
 

'복수'란 무엇일까?



얼마 전에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를 보면서 끝이 이렇게 끝나서 좋긴 한데, 원래 복수극이란 끝끝내 행복해지기 전에 끝나는 것이 아니었나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아는 복수극을 하나 하나 떠올려 봤는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복수극이다. 에드몽 당테스가 나폴레옹의 편지 때문에 여럿의 음모로 억울하게 감옥 생활을 하다가 보물이 숨겨진 곳을 아는 신부님을 만나 탈옥을 하고, 몬테크리스토 백작으로 신분 세탁을 하면서 복수를 해 나가는 과정이 정말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하지만 복수라는 게 아름다운 이야기는 아니니 말이다. 에드몽 당테스는 결국 에두아르의 죽음 앞에서 복수의 이면을 깨닫고 만다. 자신이 지옥에서 고통 받아 복수를 다짐했는데, 그 고통을 아무 죄 없는 이에게 선사했으니 말이다. 복수는 복수를 부르고, 죄 없는 피를 보기 마련이다. 그래도 당테스는 나름 행복을 찾아 떠났다. 메르세데스보다 어리고 더 순종적인 여자인 하이데랑... 아, 짜증나... 사실 마지막이 로맨스로 끝나기엔 좀 멜로가 부족하긴 하다. 당테스가 행복하면 싶기도 하지만 하이데 입장에서는 안 되기도 했다. 당테스는 단명할텐데... 


작가가, 그 시대의 서양이 가진 동양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복수하면 사실 <햄릿>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 같다. 유약하다면 유약하게 보이고, 교활하다면 교활해 보이는 우유부단한 햄릿 말이다. 아버지의 유령이 나타나 자신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복수를 해 달라고 하는데, 숙부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가로챈 게 사실일까? 숙부가 기도할 때 죽이지 않은 건 그가 천국으로 갈까봐인데, 햄릿이 머뭇거린 까닭에 애꿎은 오필리어가 죽었다. 레어티스도, 자기 자신도. 유령의 정체는 무엇일까? 역시 복수는 죄 없는 피를 부른다.










에우리피데스의 <메데이아>와 크리스타 볼프의 <메데이아>는 같은 인물의 이야기이지만 완전 다른 이야기이다. 복수에 걸맞는 인물은 에우리피데스의 메데이아인데, 이아손을 그리 나쁜 놈으로 그리지 않아서 짜증이 난다고나 할까. 앞서 단테스나 햄릿에게는 나름 복수하려는 이유가 있는데, 메데이아는 단순히 질투에 미친 여자가 된 것 같아서 크리스타 볼프의 <메데이아>를 함께 놓았다. 복수는 정말 자신의 살을 태우고 영혼을 갈아버리는 것 같다. 너무 참혹하다. 자식을 복수의 제물로 삼는 건 뒤에 나오는 탄탈로스부터 시작하는 일파들의 이야기도 그렇지만, 프로크네와 필로멜라 이야기도 그러하다. 어떻게 보면 모성애는 근대로 오면서 만들어진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 두 이야기는 이아손과 테레우스의 파렴치한 짓이 불러온 참상이다. 역시 죄 없는 이들의 피가 철철 흘러내린다...










생각해보면 신화가 복수극의 원형이 아닐까 싶다. 가장 대표적인 이야기가 탄탈로스 가문 이야기가 아닐까. 신들의 분노를 산 탄탈로스부터 이피게네이아, 엘렉트라, 오레스테스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이야기는 막장 중에서도 막장으로 인정받을 것 같다. 배신은 기본이고 살인을 하고 자식을 먹고 딸을 강간하고... 세익스피어의 희곡 <타이터스 앤드러니커스>가 여기서 나왔나 싶을 정도다. 고트족 여왕 타모라가 자신의 부족과 가족을 도륙한 로마 장군 타이터스에게 복수하는 내용인데, 정말 잔인하고 참혹하다. 인간은 때론 허상에 집착하여 끔찍한 짓을 저지르고, 또 끔찍하게 대가를 치른다.









와신상담(臥薪嘗膽)이란 말이 있다. 춘추 시절, 오나라 왕 합려는 월나라를 쳤다가 월나라 왕 구천에게 목숨을 잃게 되는데, 이 때 합려는 태자인 부차에게 복수를 유언으로 남겼다. 부차는 결국 유언을 지켰으나, 오자서의 말을 듣지 않은 탓에 구천을 살려주었다. 구천은 합려의 무덤을 지키고, 부차의 대변을 핥고, 장작 위에서 자고, 쓸개를 핥으며 복수를 다짐했다. 구천은 결국 부차에게 복수를 하지만, 그 와중에 또 수많은 이들이 희생됐다. 개인의 복수가 아닌 나라 간 전쟁으로 치달은 이 복수는 어쩌면 위의 이야기들보다 더 참혹할 것이다. 


 


사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복수극 드라마는 <개와 늑대의 시간> 과 <상어>다. 사람의 인연이 얼마나 무섭고 잔인하게 얽혀 있는지, 탐욕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가져오는지, 복수를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얼마나 철저하게 버려야 하는지, 사랑이 과연 어디까지 감싸안을 수 있는지 볼 수 있다. 그리고 권력 기관이나 거대 자본이 돕지 않으면 결코 개인은 복수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와중에 피해자는 당연히 힘들지만, 가해자의 선한 자녀들 역시 괴롭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가해자는 많은 이들에게 끔찍한 피해를 입혔는데 정작 자신의 자식 혹은 손녀에게는 선한 사람으로 남고 싶었나 보다. 타인의 피와 고통 위에 세워진 부(富)과 권력을 누리며 자손은 올바르게 자라길 바라는 건 지독한 이기심이고 탐욕이지 않은가.


피해자들은 결국 모든 것을 내던져야 했다. 자신의 기억도, 가족도, 사랑하는 사람들도, 자신의 얼굴마저도. 그러면서 겪는 내면의 고통 역시 가혹했다. 게다가 이들은 가해자 곁에서 정체를 숨기고 있으며 가해자를 알아가고, 어느 순간 인간적으로 반하기도 하고(개늑시), 손녀 때문에 복수를 망설이기도 한다(상어). 


가해자는 죄의식이 없고, 피해자는 피해자이기 때문에 도덕에서 우위를 차지하며 자신의 복수를 정당화한다. 그렇기에 더더욱 자신 안에 있는 불의나 부도덕을 감당하기 힘들다. 그것이 복수가 결코 성공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가 아닐까. 복수는 필연적으로 무고한 이에게 고통을 가하고, 그로 인해 복수의 정당성은 힘을 잃고 또 다른 복수를 불러오게 된다.


사적 복수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김은숙 작가의 말처럼, 돈이 많으면 피해자가 되어도 어떻게든 해 볼 수 있겠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도 권력도 없기 마련이고, 가해자는 돈도 권력도 있기 마련이니까. 그리하여 공적인 제도 안에서 가해자가 합당한 벌을 받지 않을 때,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런 일들이 누적되어 우리 사회 안에 화(火)가 많아지고 분노조절이 안 되고 약자를 괴롭히게 된 것은 아닐까. 정말로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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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자는 카프...


거의 3주 넘게 리뷰든 페이퍼든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 그 사이 많은 일이 있었다. 바빠서, 이것저것 한다고 알라딘에도 거의 못 들어왔는데 새삼 이 서재란 공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꼭 필요한 지 알게 되었다.



그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도 봤고(무려 1열이었다. 정중앙!!), 서울 놀러가서 성수동 투어도 하고, 서울숲 구경도 했다. 그리고 주짓수 세미나도 가고, 열심히 주짓수도 하고, 티켓팅도 하고, 남포동도 놀러 가고, 결혼식도 다녀왔다. 그 와중에 일 때문에도 바빴고 결국 어린이날에는 감기몸살 때문에 몸이 늘어져서 힘들기도 했다. 아픈 와중에도 멍하게 드라마도 봤다. 아무것도 안 하고 휴일을 보내는 건 너무 아쉬우니까. 그러면서 <리스본행 야간열차>도 마침내 다 읽었다.








뭐, 사실 늘어놓으니까 엄청 바쁜 것 같지만 다들 바쁘고 힘들고 보람차고 그렇게 사니까. 나라고 다를 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살아가면서 그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면 살맛 나지 않을까.


사실 그간 마음도 많이 힘들었다. 글을 쓴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새삼 느꼈다. 리뷰를 쓰든 뭘 쓰든 어쨌든 내 마음 속 이야기들을 풀어놓는 일이 나의 정신건강에 얼마나 중요하고 꼭 필요한 일인지 왜 그동안 몰랐을까. 바쁘고 지친다는 이유로 다이어리 정리까지 소홀했더니 어느 순간 마음 속에서 나를 비하하고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내가 한없이 작아지는 기분이랄까. 무얼해도 자신이 없고 내 말이 과연 상대에게 와 닿을까 싶기도 하고 다 틀린 것만 같고... 심지어 봉사한다고 생각했던 일이 상대에게는 그렇지 않았는지 심한 이야기도 들어야 했다. 하, 자괴괴감 들어... 그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모든 일들은 어차피 다 지나갈 건데, 이번에 유독 심하게 오래도록 나를 괴롭히는 걸까... 아, 알라딘 서재에 안 와서 그렇구나.. 서재 이웃들의 글도 읽고 나도 글을 쓰면 치유가 되는데 그 일을 안 했더니 마음이 불안하고 아픈가... 말이다. 


그래서 많이 힘들 때 급하게 서재에 와서 이웃님들 글도 읽고 댓글도 달고 하니 어느새 걱정과 불안은 많이 옅어졌다. 글의 힘은 정말 놀랍다.


그래서 아무 말이라도 주저리 주저리 써야겠다 싶었다. 어차피 거창한 주제란 진짜 한 번씩 일어나는 거니까. 신기하게도 쓰기 시작하면 내 안에서 아무 말이나 튀어나온다. 이걸 말로 하라면 참 못하는데 신비한 일이다. 


어쨌든 이렇게 아무 말이나 늘어놓을 때 제일 좋은 건 바로 고양이 사진!!이지 않을까? 치트키 사용!!  


미안하다 다미야 ㅋㅋㅋ 나랑 비슷하게 자는 듯하다. 무슨 꿈을 꾸는 걸까.


투명해먹을 사랑하는 모짜, 카프와 모짜는 함께... 둘은 형제냥이 아니랄까봐 사이가 매우 좋다.


 잠에 취한 레이... 집사는 발 뻗을 곳이 없..ㅋㅋ


 자다가 카메라를 들이대니 눈을 뜬 모짜. 제일 큰 녀석이 왜 거기에 구겨져 있니...?


 귀여운 다미... 다미 최애 장소에서 몸 굽는 중!!


 꼬미는 주황색과 빨간색을 좋아한다. ㅋㅋ



샤미는 언제나 무한체력!! 얘는 늙지도 않는 듯. 여전히 자그마하고 여전히 카리스마 있고!!


 카프와 레이. 심하게 잘 노는 둘이 ㅋㅋ


 오이 장난감은 진리다!!


 모짜는 구겨져서 자는 걸 좋아한다. 토끼인형은 애착 인형. 모짜, 카프, 레이가 하도 물고 다녀서 아무리 빨아도 엉덩이가 금방 더러워진다.



그리고 마지막은 사람 같은 카프. 생선 베고 거기서 뭐해? 하여간 사랑스런 장꾸들!! 




아무 말 끝!! 이제 책 읽어야징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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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23-05-13 22: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육묘집사님이십니까.... 기관지는 괜찮으신지요...ㅋㅋㅋㅋ

꼬마요정 2023-05-14 16:42   좋아요 2 | URL
세상에 육묘집사입니다. 어쩌다보니 ㅋㅋ 다행히 기관지는 괜찮습니다만 수면부족이 살짝.. ㅋㅋㅋ

새파랑 2023-05-13 22: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고양이 천국이네요 ㅋ
가끔 몸과 마음이 힘든 날이 찾아오는거 같습니다. 그래도 요정님에겐 서재와 고양이가 그런 마음을 달래준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다시 여유를 찾으시길 바라겠습니다~!!

꼬마요정 2023-05-14 16:43   좋아요 2 | URL
냥이들 보면 참 기분이 좋아집니다. ㅋㅋ
많이 좋아졌어요. 역시 뭘 끄적여야 하나봅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은오 2023-05-14 07: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요정님 저도...ㅠ_ㅠ 저는 일단 힘들면 두 가지 증상이 나타납니다. 1) 집이 더러워짐 2) 글을 안 읽음(읽어야 하는 글 말고). 이 두 가지가 제 상태를 무엇보다도 정확하게 나타내는 지표....ㅋㅋㅋㅋㅋ 개강하고 바빠서 책도 못 읽고 서재도 못들어오니까 새삼 꾸준히 읽고 쓰시는 서재분들이 존경스럽더라고요. 힘들때 그래도 좋아하는 책 읽다보면 기분이 좀 나아지는걸 아는데 왜 잡히지가 않는지 ㅠㅠ 요정님 요사이 마음이 힘드셨다니 저도 맘이 참 그르네요. 그래도 서재가 요정님께 위안이 된다니 참 다행입니다!! 자주 뵈어요 😍 저도 찾아올게요!!

꼬마요정 2023-05-14 16:49   좋아요 3 | URL
크으.. 은오 님 힘드시면 안 되는데... 맘이 아프네요. 근데 진짜 꾸준히 읽고 쓰시는 분들 정말 대단합니다. 존경해요!! 읽고 쓰면 확실히 덜 힘들텐데 힘들어지면 왜 그렇게 할 생각이 빨리 안 드는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힘든건가 싶기도 하네요.

그래도 은오 님. 힘들다는 건 아는 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상태를 알아야 극복을 하든 무너지든 선택을 할 수 있잖아요? 그런 면에서 은오 님도 저도 상당히 괜찮다고 생각할래요 ㅋㅋㅋㅋ 말씀 고맙습니다!!!!

페크pek0501 2023-05-14 17: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것 어제 폰으로 한참 들여다 봤어요. 고양이가 넘 귀여워요,

저도 아무 말이라도 주저리 주저리 자주 써야겠단 생각을 하곤 해요.
리뷰는 물론이고 댓글을 쓰는 것도 (문장과 낱말을 갖고 노는 시간)입니다.
이런 시간을 얼마나 가졌는가가 중요해요. 자기의 경쟁력이 되니까요.
마음의 쓰레기를 털어버리는 글쓰기의 효과를 무시 못하고요,^^

꼬마요정 2023-05-14 19:51   좋아요 3 | URL
고맙습니다. 고양이 귀엽지요? 정말 사랑스럽답니다. 제가 팔불출 집사라서요^^

정말 글쓰기는 마음의 쓰레기를 털어버리는 효과가 탁월한 것 같아요. 나쁜 말을 쏟아낸 것도 아닌데 신기합니다. 힘들 땐 무기력해지니까 뭘 잘 안 하려고 하는데 글쓰기만큼은 힘을 내서 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공쟝쟝 2023-05-14 21: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샴ㅣ………… 샤미… 하……. 너무 잘생겼다….
꼬마요정님 저는 샴이 넘 좋아요….ㅠ0ㅠ
오페라의 유령 1열 정 중 앙 도 넘 부럽구요!!! 소소한 행복 좋습니다 >_<// 잘 지냅시다.

꼬마요정 2023-05-15 00:04   좋아요 2 | URL
샤미 이쁘고 잘 생겼죠? 카리스마 짱입니다. 게다가 어찌나 도도한지… 그래도 꼬미 언니 껌딱지예요 ㅎㅎㅎ 오페라의 유령 재밌게 봤어요. 아, 에릭 나쁜 놈인데 좀 안 됐더라구요. 그게… 크리스틴이 넘나 순진한 건지 에릭을 두 번이나 죽여버리더군요. 슬픈데 웃깁니다. 공쟝쟝 님도 소소한 행복 많기를 바랍니다^^

희선 2023-05-15 03: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고양이 다 귀엽네요 뽀짜툰을 보면 고양이 하나하나 다르더군요 꼬마요정 님도 여럿을 봐서 즐겁겠습니다 고양이만 보고 있어도 기분 좋을 듯합니다 오페라의 유령 가장 앞자리에서 보였군요 좋은 시간이었겠습니다


희선

꼬마요정 2023-05-15 15:28   좋아요 2 | URL
희선 님께서 남기신 뽀짜툰 리뷰 봤어요!! 너무 귀엽더라구요. 보면서 막내로 들어 온 냥이 사진도 곧 올라오겠구나 했습니다^^ 정말 고양이만 보고 있어도 기분이 좋답니다. 신기한 동물이에요 ㅎㅎㅎ
오페라의 유령 앞자리 좋았습니다. 그런데 무대 전체를 보려면 조금 뒤로 가는 게 좋겠더라구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후애(厚愛) 2023-05-15 14: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는 모습에 빵 터졌습니다. ㅎㅎㅎㅎ
모두 너무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요~
너무 귀여워서 쓰담쓰담^^

꼬마요정 2023-05-15 15:29   좋아요 1 | URL
웃기게 자죠? 왜 저러나 몰라요. 저 자세가 편한가봐요 ㅋㅋㅋㅋ

자목련 2023-05-16 09: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각양각색의 매력이!
냥이들의 매력에 빠져드네요. 마지막 카프는 곧 심오한 말을 하고 사라질 것같은 표정입니다. ㅎ

꼬마요정 2023-05-16 15:39   좋아요 0 | URL
자목련 님 안녕하세요. 저희집 냥이들 귀엽지요? 그러고보니 말씀처럼 카프가 심오한 말을 하고 사라질 것 같은 표정이네요. 그런데 실상은 저러다가 손 씻다가 잠든답니다. ㅋㅋㅋ

감은빛 2023-05-27 06: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 글을 너무 늦게 읽었군요. 무려 여섯 고양이와 함께 생활하는 집사님이셨다니!! 다미, 모짜, 카프, 레이, 꼬미, 샤미 이 이름들 중에 제가 아는 사람의 실명과 별명들이 있어서 재미있네요. 샤미란 이름은 고양이는 제 지인의 고양이 이름이기도 했는데, 안타깝게도 몇 해전에 명을 달리했어요.

[오페라의 유령] 1열 관람 부럽습니다. 저 송은혜위 유튜브 채널에서 오페라의 유령 노래 들은 적이 있어요.

바쁘게 지내다가 가끔 들어오면 마음이 편해지는 공간이 여기 알라딘 서재인 것 같아요. 마치 고향같은 느낌이예요. ㅎㅎ

꼬마요정 2023-05-27 22:52   좋아요 0 | URL
늦다니용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마 다미란 이름이 실명이지 않을까 하네요. 제가 좋아하는 중국집 이름이 다미이기도 해요. 의외로 다미란 이름이 많더라구요. 지인분의 샤미가 별이 되었다니... 마음이 아프네요ㅠㅠ

송은혜 배우 노래도 연기도 좋았어요. 순진무구한 크리스틴 느낌이었어요!! 물론 그 순진함이 유령을 두 번 죽이더라구요, 그 장면들이 슬픈데 좀 웃기다고나 할까요^^

맞아요. 알라딘 서재는 고향 같은 느낌이에요. 무슨 말이든 쓰고 싶어지고 쓸 수 있고요. 감은빛 님이 이렇게 댓글도 달아주시고 말이죠. 너무 좋습니다 ㅎㅎㅎ
 


목요일 아침 서울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여동생이 수술을 하는데 간병인이 없어서였다. 다행히도 내가 시간을 낼 수 있어 가기로 했는데, 수술을 해보고 가벼우면 당일만 간병하다 밤 비행기로 내려오고 아니면 다음날까지 있기로 했다. 이런 때 엄마 찬스를 쓰는 건데, 우리 집은 엄마 찬스는 쓸 수 없으니. 나와 동생에게는 엄마이자 조카에게는 할머니인 엄마한테 말할까봐 동생은 조카한테 수술하러 간다고 말을 하지 않았기에 제부는 간병하러 서울로 갈 수 없었고, 나는 조카를 돌보는 것보다는 간병하는 게 더 나았으니까.


뭐 꼴랑 하루 짜리니까 아주 편하게 갔다. 병원은 더우니까 반팔에 재킷만 걸치고 책 한 권 들고 갔다가 금요일까지 있었다. 모즈미세술이 생각보다 여러 번 시술을 해야하는 터라 목요일은 내가 도착하기 전에 이미 시술을 한 번 했고, 내가 도착하니 약 먹고 좀 있다 조직검사 결과 보고 또 시술하고, 병실로 올라갔다가 또 내려가서 시술하고 또 올라갔다가 저녁 6시에 또 시술을 했다. 허벅지 쪽이라 걸으면 시술 부위가 터질까봐 휠체어로 이동했는데, 내가 그동안 열심히 운동한 보람이 있구나 느꼈다. 예전에 휠체어 밀 때는 많이 버거웠는데... 이제는 팔 힘이 많이 세져서 아무렇지 않게 휠체어를 미는데, 이렇게 뿌듯할 수가.


오랜만에 동생이랑 둘만 있다보니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간병이란 그런 것이지. 병원에 있으면 신기하게 옛날 이야기를 많이 한다. 예전엔 그랬었지... 시술을 기다리며 킥킥대고 웃으니 옆에 있던 환자 한 분이 멀찍이로 이동했다. 엄숙한 병원에서 웃으니 좀 그랬던걸까?


예전에 시어머니 계시던 아산병원도 참 미로 같았는데, 동생이 있는 서울대병원도 마찬가지였다. 몇 번이나 길을 잃으면서도 나랑 동생은 킥킥대며 다녔다. 많이 불안해했는데 나의 길치 능력(?)이 동생에게 웃음을 준 것 같아 좋았다. 그래, 역시 모든 건 다 장점과 단점이 있다니까. 심지어 남동생은 오지 못하는 대신에 '카드'를 줬다. 그래서 우린 편의점을 털었지. 광고를 보고 써보고 싶었던 '테라브레스'인지 하는 가그린도 샀다. ㅋㅋㅋ 남동생은 아니 무슨 병원에서 가그린을 사!! 라며 웃었다.


병원에 있다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삶과 죽음이란 한끗 차이라는 생각. 죽는 순간 마지막 그 한숨이 뱉어지고 나면.... 끝이다. 분명 살아있었는데 더 이상 살아있지 않는 것이다. 살아있던 그 순간들, 그 때 그럴걸 하고 후회하던 순간들, 내가 꿈꾸던 순간들을 모두 살아본다면 그 삶들의 끝이 좀 쉬울까? 아니면 여전히 발버둥치며 죽는 순간을 유예하려 할까.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서는 모든 순간을 경험해버린 조부 투바키가 모든 토핑을 올린 베이글을 통해 모든 순간의 허무함을 보여준다. 모든 삶을 알아버린다면 그 삶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지도 모른다. 난 반대로 그 삶들을 살아내야 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셍각이 들었다. 드라마 <열혈사제>에서 지옥이란 지금의 삶을 끊임없이 되풀이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생각이 바뀌지 않고 행동이 바뀌지 않으면 당연히 삶은 바뀌지 않으니까. 하지만 조부 투바키는 그 바뀐 선택들까지 다 봤으니 허무하지 않을까.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삶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아는데 얼마나 허무할까. 내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정해진 삶을 고스란히 살아야 하잖는가.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렇다해도 지금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하려고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내가 내 동생의 간병을 하지 않은 선택을 한 삶을 산다면, 그 삶은 마음이 아주 불편했겠지. 지금의 나는 마음이 불편한 것보다 몸이 불편한 게 낫다고 생각하니까 내 선택에 만족한다. 그런 의미에서 다른 선택을 한 나는 이 삶의 내가 아니니까 그 삶까지 책임질 필요는 없지 않을까. 모든 순간에 다 있을 수 있는 건 그래서 불행할 것 같다. 그래서 허무해지고 '없음'의 상태로 가고 싶을지도. 다만, 자신이 그렇다고 해서 모든 순간에 있지 못한 이들을 그렇게 만드는 건 문제가 있지 않을까. 차라리 모두에게 모든 순간을 경험하게 하지 그랬어... 하긴, 그것도 선택받은 자들에게나 가능한 일이니까, 에블린처럼.


결국 거대한 선도, 거대한 악도 삶과 죽음처럼 한끗 차이인 것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삶과 죽음은 선택할 수 없지만 선과 악은 선택할 여지가 있다는 정도일까. 모든 삶을 경험한 에블린과 조이의 선택이 달랐던 것처럼 말이다. 강압적인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한 배우자, 엄마에게 인정받지 못한 여자친구를 가진 건 둘 다 같았지만 두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 선택에 영향을 주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가족'이겠지. 결국 모든 것은 '가족'으로 돌아오는 것 같다. 그 '가족'이라는 건 핏줄로 이어진 가족일 수도 있고, 내 곁에 있어주는 사람들일 수도 있다. 삶과 죽음을 선택할 수 없듯이 피로 이어진 가족은 선택할 수 없다. 하지만 그 가족으로 인해 선악을 선택할 수는 있다. 이 무슨 장난 같은 일일까. 생각이 많아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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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4-16 19: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즈미세술? 그게 무슨 수술인가요?
동생분 수술은 잘된 거죠?
요정님 수고가 많았겠어요.

영화 괜찮던가요?
별로 땡기진 않던데...ㅎ

꼬마요정 2023-04-16 21:21   좋아요 2 | URL
모즈미세술은 육종이나 암이 있다고 의심되는 부위를 절제하고, 절제한 부위를 조직검사해서 육종이나 암이 있는지 보고 있으면 또 더 절제하고 이런 식으로 육종이나 암을 제거하는 수술인 것 같았어요. 제가 전문가가 아니라 정확하지는 않아요^^;; 여튼 동생이 육종인 줄 알았는데 경계성 암 진단을 받아서 수술하게 되었는데요, 의사 선생님이 생각해도 너무 잘 되었나봐요. ㅎㅎㅎ 동생도 많이 편안해 하구요. 걱정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저야 뭐 동생에게 도움이 되어 좋았어요.ㅎㅎ

영화 진짜 재밌게 봤어요. 보다가 살짝 울기도 하고... 근데 제 주변에 이 영화 재밌다는 사람은 딱 한 명 봤습니다. ㅎㅎㅎ

stella.K 2023-04-17 09:48   좋아요 1 | URL
오, 다행이네요. 잘됐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꼬마요정 2023-04-17 14:49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희선 2023-04-17 02: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병원에 오래 있는 게 아니어서 다행이네요 병원에 가면 밖에는 나오지 못하잖아요 그래도 밖에 나갔다 오는 사람이 있기도 하더군요 지금은 좀 달라졌을지... 동생분 많이 아프신 게 아니기를 바랍니다

사람은 모든 걸 살 수 없겠지요 하나라도 잘 살면 좋겠지만, 그것도 잘 하기 어렵기도 하네요


희선

꼬마요정 2023-04-17 14:47   좋아요 1 | URL
맞아요, 병원에 가면 나갈 수가 없으니 참 답답하고 갑갑하죠. 코로나 때문에 손목에 간병인 팔찌를 차고 있었어요. 나가면 코로나 검사를 하고 팔찌를 다시 받아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기간이 짧기도 했고 어차피 나갈 일도 없어서 병원에서 놀았습니다. 동생은 많이 좋아졌어요. 고맙습니다^^

모든 삶을 살 수 없지만 우리는 우리 각자의 삶을 사는 것만으로도 잘 살고 있는 거라 믿어요^^

그레이스 2023-04-17 09: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울대 병원에서 길을 잃으셨단 말씀 백퍼센트 공감합니다.
본관과 별관이 지하로 이어져있고, 암튼 오르락 내리락해야 하죠
동생분 빨리 회복되시고, 더이상 아프지 마시길 바래요.

꼬마요정 2023-04-17 14:48   좋아요 1 | URL
정말 병원이 참 커요ㅠㅠ 처음에 본관으로 오라고 하는데 본관이 어디여.. 이러면서 돌아다녔어요 ㅋㅋㅋ 엘리베이터 못 찾아서 계단으로 오르락내리락 하기도 하구요. 그래도 하루쯤 있으니 익숙해지더라구요. 물론 냉큼 퇴원했습니다. ㅎㅎㅎ

동생은 많이 좋아졌어요. 고맙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는 참 유용하다. 아무리 바빠도 책 한 줄은 읽으면서 글 한 줄 쓰는 건 왜 그리 어려운 건지. 


얼마 전에 <코스모스>의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지난 가을 <알쓸인잡>을 보다가 결심했던 <사피엔스>, <총,균,쇠>, <코스모스> 3종 세트 읽기를 완성했다. 읽고 싶은 책 목록이 가득한데 다 제쳐두고 저 3권을 먼저 읽은 건, 지금이 아니면 다시 또 못 읽고 바라만 볼 것 같기도 했고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를 읽다 보니 <총,균,쇠> 이야기도 너무 많이 나오고 해서였다. 그래서 이참에 늘 숙제 같던 저 책들을 처리(?)하자 싶었다. 그리고 그런 결심을 한 나 무한대로 칭찬한다!!


 <사피엔스>는 쉽고 어렵고를 떠나서 아주 재미있게 읽히는 책이다. 어떻게 보면 스릴러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들고 유발 하라리가 이 이야기를 어떻게 끌어나갈 지 무척이나 궁금해지기도 해서 한 번 잡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그렇다고 밤에 오는 잠을 막을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현대 인류와 아주 비슷한 생명체는 약 250만년 전에 출현했다고 한다. 나는 <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도 그렇고 이 책도 그렇고 선사시대를 다루는 책을 읽다보면 과거의 어느 일이 떠오르는데 지금 생각하면 나도 참 뭘 몰랐구나 싶다. 


2000년대 초반, 나는 교양으로 중어중문학과 수업을 들었는데 그 겨울방학 때 2주 정도의 기간으로 중국을 다녀오는 강좌가 있었다. 자매결연이었나 중경대학교랑 연결되어서 1주 정도는 중경대학교 외국인 기숙사에서 머물면서 수업도 듣고 근처 유적지도 다녀오고 나머지는 지금은 수몰된 지역이나 북경에 있는 자금성 등을 돌아봤다. 그 때 참 많은 경험을 했고 많이 배웠다. 지금도 그 때 겪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면서 웃곤 한다. 


중경대학교에 있을 때 중경대에서 우리에게 중국인 학생 한 명씩 붙여줬는데, 기숙사에서 그 아이들이랑 이야기할 때 있었던 일이다. 낮에 인사를 하고 학교를 구경시켜주고 밤에 기숙사 방에 돌아와서 이야기를 하는데, 갑자기 중국인 학생이 우리에게 묻는 거다. "너네 역사 얼마나 됐어?" 라고. 그래서 나는 종이에 700,000년이라고 적었다. 그런데 그 숫자를 본 그 중국인 학생은 빙그레 웃더니 (진짜 말 그대로 빙그레 웃었다.) 종이에 2를 적고 우리를 보더니 0000000000 이렇게 적는거다. 쉼표도 안 찍고 숫자를 하나 하나 정성 들여서 말이다. 그 아이의 표정은 '중국 역사는 진짜 오래됐어. 너네보다 훨씬 말이야. 멋지지? 역시 중화사상 짱!' 뭐 그런 걸 담고 있었다. 그 때 우리의 반응은 살짝 흥분해서 아니, 중국어로 우리도 실제로는 저거만큼 됐다 이거를 어떻게 말하지? 이거였다. 하하하하하


중국만 가면 뭐든지 과장하게 되는 건지는 몰라도 우리들의 저 대화는 아직까지도 웃기고 부끄럽다. 지금 그 때로 돌아가면 적어도 그 말은 했을텐데. "너 지구의 나이는 알고 있니?", "현생인류가 언제 출현한 지 아니?", "최초 문명은 중국 아니잖아." 뭐 이런 말 말이다. 


이 이야기는 어찌보면 <사피엔스>를 이해하기 좋은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호모 사피엔스 종만이 지구상에 살아남았는지를 살펴보다 보면 인지혁명을 빼 놓을 수가 없고, 그 '상상력'이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을 국가, 종교, 이데올로기 등으로 엮어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하게 되니까 말이다. 중국의 역사가 20억년 혹은 200억년은 되었다고 말하는 것 역시 '상상력'이 발휘된 것이니, 호모 사피엔스의 상상력은 어마어마하다.  


지금도 여전히 인종 청소니, 전쟁이니 이런 일들이 자행되는 것을 보면 유발 하라리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우리는 어쩌면 지구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종일지도 모르고, 스스로 불행으로 걸어들어가는 종일지도 모른다. 


<총,균,쇠>는 <사피엔스>보다는 덜 재밌었다. 하지만 주제는 무척이나 흥미로운 것이었기에 즐겁게 읽었다. 이 책은 아주 단순한 것 같지만 결코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뉴기니의 얄리는 새를 연구하러 온 제레미 다이아몬드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 중에 하나였던 이 질문이 이 두꺼운 책을 나오게 했다. 질문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었다.



"당신네 백인들은 그렇게 많은 화물들을 발전시켜 뉴기니까지 가져 왔는데 어째서 우리 흑인들은 그런 화물들을 만들지 못한 겁니까?"


인류의 발전은 어째서 각 대륙마다 다른 속도로 진행 되었을까라는 질문은 결국 다음으로 귀결된다. 구대륙이 신대륙을 침범해서 원주민들을 학살했는데, 이 때 주된 무기는 총(쇠) 그리고 균이다. 그러면 그 균은 왜 구대륙인들에게는 괜찮은데 신대륙인들에게는 치명적이었을까? 그건 구대륙의 지리적 특성 때문에 재배 가능한 작물종이 더 많았고, 가축화 할 수 있는 종이 더 많았기 때문에 구대륙인들은 그들로부터 오는 균에 면역력이 생길 수 있었다라는 거다. 하지만 신대륙은 기후 등 지리적 환경 때문에 재배할 수 있는 작물도, 가축화 할 수 있는 동물도 적었기에 구대륙에 비해 면역력이 떨어졌다고. 얄리의 질문은 지리적 특성이라는 대답을 얻었는데, 이는 결국 '운'이었다가 되었다. 백인이 인종적으로 뛰어나서도 아니고 더 똑똑해서도 아니다라는 게 사실은 핵심이다. 인간은 환경에 영향을 받게 되고, 흑인이든 백인이든 황인이든 상관없이 어떤 환경에 노출되어 경험치가 쌓이는 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많은 비판을 받고는 있다지만, 우월한 인종은 없다라는 건 반박하기 힘들 것이다.


덧붙여 이 책 뒤에 있는 논문이 무척 흥미롭다. 서구학자가 이런 논문을 쓰다니, 정말 놀라울 뿐이다. 이 책이 나올 당시 일본의 영향력이 클 때였는데도 말이다.


<코스모스>는 아주 읽기 어려웠다. 왜냐면 난 문과생이니까. SF 소설을 좋아하고, 숫자를 다루는 직업을 가졌지만 문과생이니까. 그래도 읽었다. 왜냐하면 이 책은 그저 과학만을 다룬 책이 아니었으니까. 칼 세이건도 그렇고 스반테 테보도 그렇고 마리 퀴리도 그렇고 이성적이기만 할 것 같은데 아주 감정적인 면이 있다는 게 신기했다. 그들은 거대한 이성으로 과학적 성과를 이루었고, 격정적인 감성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격렬하게 사랑한 것일까. <코스모스>의 저자인 칼 세이건은 이 책을 자신이 가장 사랑한 앤 드루얀에게 바쳤다. 


이 책은 신화(포폴 부흐)의 한 구절을 인용하면서 시작한다. 그리고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코스모스(*우주의 이렇게 훌륭하게 정돈된 질서(p.343))는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있으며 미래에도 있을 그 모든 것이다." 우주적인 입장에서 보면 아웅다웅 살고 있는 우리네 삶이 찰나의 먼지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칼 세이건은 그런 식의 허무를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주의 역사와 인간의 역사를 하나로 보면서 '이 창백한 푸른 점'이 얼마나 아름답고 생동감 있는 별인지, 그 별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이야기 한다. 


의외로 수천 년 전 이오니아 인들의 관찰력이나 통찰력이 굉장해서 놀랐다. 그 때는 공기가 깨끗하고 자연적인 빛 외에는 밤의 어둠을 밝히는 것이 힘들었기에 밤하늘이 잘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별들이 그렇게 잘 보이고, 지구 너머의 어떤 것들을 상상하고 거리를 가늠했다는 것이 놀라웠다. 어쩌면 인간은 점점 똑똑해지는 것이 아니라 점점 바보가 되어가는 것은 아닐까, 종교와 기술의 진보라는 것이 인간의 생각을 제한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문학에서도 저 먼 과거에서부터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다고 하지 않는가.


이 책에는 많은 인물들이 나온다. 과학자 뿐만 아니라 그리스의 유명한 철학자들(특히 데모크리토스)이나 문학가들, 예술가들의 일화나 문장들이 언급된다. SF소설인 <우주 전쟁>의 문장들도 소개된다. 과학자이면서 시인의 글을 쓰는 칼 세이건은 진정으로 살아있는 모든 것들과 찬란한 별들이 가득한 우주를 사랑했던 것 같다. 그리고 지구가 파괴되어 화성으로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저 순수한 호기심에서 화성에는 생명체가 있는지, 금성에는 생명체가 있는지, 우리 은하 외에 다른 은하에는 생명체가 있는지를 궁금해했다. 그리고 모든 것이 평화롭기를 바라기도 했고.


인간은 그동안 자신과 다르면 파괴하고 싶어했다. 그것이 같은 인간일지라도 말이다. 하지만 그 다름을 받아들이고 인정한다면 폭력은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외계 생명체 역시 나와 다르다고 무조건 적대시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 것이다. 탄소로 이루어진 우주, 탄소로 이루어진 인간. 정말 말 그대로 인간은 우주다. 그러니 서로 사랑하고 포용하며 살아가면 좋겠다.


10장을 읽던 중 4차원에 관한 이야기가 매우 흥미로웠다. 4차원에서의 실체는 안팎이 뒤집혀질 수도 있다고. 내 몸 안에 있는 장기가 밖으로 나오고 은하가 내 몸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고. 내 안에 우주가 있다는 게 진짜 말 그대로였을까 소름이 돋기도 했다. 신기하고 놀라운 주제다. 내가 알지 못하는 세계를 상상하는 것은 어려운데 재미있기도.


이 책은 20세기에 쓰여졌기 때문에 바뀐 내용들도 있다. 제일 눈에 크게 들어오는 하나는 명왕성의 존재다. 이건 나도 아니까. 명왕성은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행성에서 제외 되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여전히 태양계의 아홉 번째 행성으로 나온다. 그리고 그 외에도 있겠지만 과학 지식이 일천한 나는 알아보지 못했다. 


이 세 권을 읽다보면 하나의 결론이 나온다. 셋 다 '나란 누구인가', '나는 어디서 왔는가', '나는 어디로 가야하는가'를 묻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인류의 역사에서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때이다.   

  

우리는 머지않아 스스로의 욕망 자체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아마도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진정한 질문은 "우리는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가?"가 아니라 "우리는 무엇을 원하고 싶은가?"일 것이다. 이 질문이 섬뜩하게 느껴지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이 문제를 깊이 고민해보지 않은 사람일 것이다. -<사피엔스> - P586

커피에 중독된 독자들은 커피를 작물화한 고대 에티오피아의 농부들에게 감사해야 한다. 커피도 원래는 에티오피아에 국한되어 있었지만 나중에 아라비아에 전해졌다가 다시 전세계로 퍼져나가서 오늘날 브라질이나 파푸아뉴기니 같은 머나먼 나라의 경제를 지탱해 주고 있는 것이다. -<총,균,쇠> - P573

책은 시간 여행을 가능하게 해 준다. 책은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조상의 지혜를 오늘 우리에게 가져다준다. 이렇게 해서 도서관은 인류가 이룩한 거대한 지식 체계와 위대한 통찰의 세계를 우리와 연결시켜 주는 고리의 구실을 한다. 도서관이 전해 주는 통찰과 지식은 인류의 위대한 스승들이 자연으로부터 숱한 고생 끝에 힘들여 발굴해 낸 고귀한 보물이다. 그들은 온 인류사를 거쳐 행성 지구의 전역에서 선발된 위대한 지성들이었다. 그들은 지칠 줄 모르는 정열로 우리에게 큰 교훈과 영감을 불어넣어 주었고 하나의 종으로서의 인류가 고유의 지식 체계를 구축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중략) 우리가 키워 온 문명이 앞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건강하게 성장할 것이냐는 우리 각자가 얼마나 충실하게 공공 도서관을 지원하느냐에 좌우될 것이다. 공공 도서관이 인류 문화 창달의 버팀목 역할을 해 왔다는 사실에 대해 우리는 깊이 숙고해 봐야 한다. -<코스모스> - P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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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2-26 16: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저 세권은 거의 모든 집에 다 있지만 읽은 사람은 드물다는 장식용 책 아닌가요 ㅋㅋㅋㅋㅋㅋㅋ 특히 세개 다 양장본이 나오면서 아주 장식품의 기능을 제대로 하는... 이걸 다 읽으신 꼬마요정님 존경스럽습니다!! 저는 총균쇠랑 코스모스는 어차피 사놔도 안 읽을 것 같아서 안샀고, 사피엔스는 요정님께서도 말씀하신 대로 흥미롭고 잘 읽힌다기에 사뒀어요! 진짜 그럴 것 같아서 거부감이 들지는 않지만 읽을까 하면 다른 책들이 절 유혹해서 아직 못읽었네요 😂

꼬마요정 2023-02-26 18:15   좋아요 4 | URL
장식용 책으로도 훌륭하고 읽고 보니 내용도 훌륭해서 진짜 멋진 책들이라 생각해요 ㅎㅎㅎ 양장본 사고 싶습니다ㅠㅠㅠㅠ 아, 사피엔스도 좋지만 총균쇠랑 코스모스 진짜 좋아요. 세 권 다 읽으시는 거 적극 추천!! 은오 님이라면 정말 멋들어진 리뷰를 쓰실텐데... 진짜 진짜 좋을텐데... 아... 나 은오 님 리뷰 읽고 싶은데... (잠자냥 님을 꼬셔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 중... ㅋㅋㅋ)

2023-02-26 16: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26 18: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singri 2023-02-26 17: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얼 무한 칭찬드립니다.^^

사피엔스 코스모스 총균쇠
있는 책은 사피엔스인데 맨날 안 읽고싶고
총균쇠는 읽고싶은데 사질 않아요ㅎ

꼬마요정 2023-02-26 18:20   좋아요 3 | URL
칭찬 고맙습니다^^

사피엔스는 갖고 계신데 손이 안 간다면 이참에 총,균,쇠를 지르시는 거예요!! 그래서 읽으시고 리뷰를 써 주시는 거예요. 그럼 제가 달려가서 읽고 무한 추천을 눌러드릴게요!!! 막 기대가 됩니다^^

바람돌이 2023-02-26 22: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다 읽으셧군요. 훌륭하세요. 진짜 별 다섯 3종세트 맞네요. ㅎㅎ 저도 당연히 책은 다 있습니다. ㅎㅎ 다행히 사피엔스랑 총균쇠는 읽었는데 코스모스는 읽을 엄두도 못내고 있다는..... 꼬마요정님 글 보니 또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살짝 올라오긴 하는데 이게 또 얼마나 갈지 말입니다. ㅎㅎ

꼬마요정 2023-02-26 23:04   좋아요 3 | URL
오오 읽으세용 읽어주세용!!! 코스모스 좋아요. 진짜 좋아요. 한 장 한 장 아름다운 문장들이 가득합니다!!

희선 2023-02-27 01: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세권 다 읽어서 좋으시겠습니다 축하합니다 지구도 언젠가는 사라질지 모르겠지만, 인류가 파괴하면 안 될 텐데... 아니 인류만 사라지면 지구는 괜찮겠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공룡처럼 되면 안 될 텐데...


희선

꼬마요정 2023-02-27 19:23   좋아요 2 | URL
고맙습니다. 세 권 다 읽으니 뿌듯하니 참 좋네요^^ 지구도 언젠가는 사라지겠죠? 하지만 말씀처럼 인류가 다 파괴하지 않아야 할텐데 말입니다. 그래도 공룡처럼 갑자기 사라지는 건 또 너무 슬플 것 같아요.

다락방 2023-02-27 09: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저 세 권 다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고 그 중에 두 권은 사두기까지 했지만 아직 못읽은 책인데, 정말 대단하셔요, 꼬마요정 님! 저도 용기를 내서!! 읽어봐야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사실 코스모스.. 가 제일 두려워요. 저는 심지어 SF 는 소설도 잘 안읽고 영화도 안보는데.....하하하하하

꼬마요정 2023-02-27 19:26   좋아요 2 | URL
코스모스 생각보다 괜찮습니다. 칼 세이건은 우주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인간에 대해 이야기하거든요. 신화 이야기, 우주전쟁 소설 이야기, 그리스 철학자들 이야기, 케플러 이야기 등등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를 넘나들면서 이야기 하죠. 진화에 대해 이야기 할 때도 정말 귀엽습니다. 채소가 야생에서 자유롭게 살다가 농장의 조금은 편안한 삶에 저절로 적응한 건 아닐까? 이러거든요. ㅋㅋㅋㅋ 제일 문학적인 책이었어요.

라로 2023-02-27 12: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글은 3월의 페이퍼로 뽑힐 것 같아요!! 저는 <코스모스>만 읽었는데 그 책이 가장 어려우셨다니 그럼 저는 <총균쇠>랑 <사피엔스>를 잘 읽을 수 있을까요?? 암튼 <총균쇠> 먼저 읽을 게요,, 저도 최근에 용기내서 <모방범>도 읽고 지금은 <삼체>를 읽고 있는데 이렇게 어렵다고 느껴지는 책을 읽고 나면 뿌듯한데 특히 어려운 책을 읽고 났을 때 느끼는 성취감이 좋더라구요. 어쨌든 이 글과 함께 꼬마요정님의 단단한 뒷모습을 보니 넘 멋지고요,,, 아~~ 닮고 싶다!!^^

꼬마요정 2023-02-27 19:31   좋아요 1 | URL
라로 님!! 다 읽으실 수 있죠 암요!! 어렵지 않아요. 재밌게 읽으실 거예요. <총균쇠> 정말 충격이었어요. 지금 많은 비판을 받는다는데, 그럼에도 굉장히 훌륭한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삼체> 읽어야 하는데, 책도 안 샀어요 ㅋㅋㅋㅋ 요즘은 갑자기 두꺼운 책들 읽고 싶어지네요. 이러다가 또 두꺼운 소설책 집어들고 싶어지겠죠? 읽고 싶은 건 많은데 속도가 너무 느려서 슬퍼요ㅠㅠ

보라띠 받고 나니 괜히 저 자신이 어깨가 으슥해지더라구요. 실력을 떠나 이만큼 뭔가를 성취했다는데 자부심이 생기나봐요^^

2023-03-08 14: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09 14: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3-03-13 17: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꼬마요정 2023-03-14 14:20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서니데이 님도 행복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