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놔... 몇 년 전에 이 책을 읽고 별 넷을 줬는데, 오늘 북플 들어갔다가 내가 별 하나 줬다고 표시된 걸 봤다. 북플 보다가 졸았나?? 손이 삐꾸러졌나?? 폰이 굉장히 민감한가? 


이 책 역시 위고의 책답게 건축이나 사건에 대한 서술이 길다. 한 자 한 자가 다 돈이어서 그랬다지만 어찌보면 장황하고 어찌보면 그 시대를 잘 알 수 있게 해주니 싫다고도 좋다고도 하기 어렵다.


자신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이고 선하다고 믿는 프롤로의 믿음은 어디서 왔을까? 콰지모도를 거두었지만 나쁜 일을 저지르는데 그를 이용했다. 신부이면서, 집시인 에스메랄다를 탐냈다. 하지만 에스메랄다의 마음은 태양을 뜻하는 페뷔스에게 가 있었고, 페뷔스는 자유로운 에스메랄다와 돈 많은 플뢰르 드 리스 사이에서 갈등하다 에스메랄다를 죽음으로 몰아넣는데 일조한다. 아름다운 외모만큼이나 마음씨도 고운 에스메랄다는 결국 그 시대 권력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여자들처럼 이용당하고 누명을 쓰고 만다. 가지지 못하자 망가뜨리겠다는 심보와 자신의 죄를 엉뚱한 데 전가하는 이상한 심리 상태를 보여주는 프롤로는 자신이 죄를 지었음을 알면서도 자기합리화를 계속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에스메랄다는 사랑에 모든 것을 걸었으나 배신 당했다. 


<파리의 노트르담>은 프롤로와 에스메랄다의 이야기이다. 누가 누가 더 나쁜가, 위선이 나쁜가, 우유부단이 나쁜가, 회피가 나쁜가. 계급이 나쁜가? 당시에 여자도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면 훨씬 나았을까. 에스메랄다에게 자유와 가족은 동시에 가질 수 없는 것이었을까. 힘이 있는 사람의 선택은 다른 사람들의 인생을 휘두르지만, 그 안에서도 순수하고 자유로운 영혼은 굴복하지 않는다. 어쩌면 위고는 에스메랄다에게서 그런 점을 발견한 건지도 모르겠다.


 에스메랄다가 집시에게 납치 당해서 자라났다면, 여기 킨셀라 부부에게 맡겨진 소녀는 집안 사정상 생물학적 부모와 잠시 떨어져 있게 된다. 에스메랄다의 엄마가 죽을 때까지 잃어버린 아이를 찾았다면, 맡겨진 소녀의 주인공 소녀는 몇 달 안에 생물학적 부모에게로 돌아간다. 


어째서 에스메랄다를 떠올렸을 때, 이 소녀가 떠올랐을까. 에스메랄다가 킨셀라 부부처럼 말은 없어도 다정하고 섬세한 사람들을 만났다면 운명이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소녀가 환경이 바뀌어 매트에 실수를 해도 방 안에 습기가 찼기 때문에 매트를 빨아야 한다고 말하며 미안해하는 에드나와 우편함까지 뛰어가서 편지를 가져오게 하면서 시간을 재면서 빨라졌다고 칭찬을 하는 존은 멋진 부모처럼 보였다. 하지만 삶은 그들에게서 자식을 빼앗아갔다. 불의의 사고는 피해자의 탓이 아니다. 가끔 누구의 탓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자식을 앞세운 부모가 자신의 탓을 하지 않는 건 어려울테지. 하지만 그런 아픔이 있어도 킨셀라 부부는 소녀를 진심으로 대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받아보지 못한 관심을 받고, 예절을 배우고,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진심을 느끼면서 소녀는 성장했다. 부모를 선택할 수는 없지만, 마지막에 부르는 '아빠'는 누구를 부르는 말이었을까. 잘 키우지도 못하면서 소녀가 기침을 하자 존을 탓하는 소녀의 생물학적 아빠인 댄은 정말 얄미워 보였다. 루바브도 못 줍는데다 괜히 소녀에게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면에서까지 완벽하게.


어쩌면 여기 등장하는 록산느가 자신의 삶을 좀 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았던 여자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시라노와 크리스티앙 두 사람이 짜고 친 고스톱 때문에 일생을 외롭게 살긴 했으나, 그 상황에서 최대한 자신의 마음이 시키는 대로 살려고 했으니.


어찌보면 에스메랄다처럼 록산느 역시 외모만 보고 크리스티앙에게 반했지만 결말은 달랐다. 적어도 크리스티앙은 페뷔스처럼 쓰레기는 아니었으니. 하지만 크리스티앙 자신이 아닌 시라노의 마음이 크리스티앙의 글인양 록산느에게 전해졌으니, 록산느가 진짜 사랑한 사람은 누구일까. 편지를 통해 잘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일생을 그리워 한 사람이 사실은 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때 록산느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아니면 시간이 지날수록, 함께 편지를 나눈 시간을 곱씹을수록 크리스티앙이 아니라는 사실을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을까...


이 이야기 역시 참 재미있게 읽었는데, 새삼 생각났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할 때 외모가 먼저 눈에 들어올 수는 있으나, 결국 사랑을 완성하는 것은 그 사람의 성격, 교육 수준, 공감 능력이다. 성격에 공감 능력이 들어간다면 성격과 교육 수준이 중요할 것이다. 크리스티앙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자신의 언어로 록산느에게 다가갔어야 했는데... 사랑에 빠진 사람은 언제나 자신이 없고 사랑하는 이에게 눈높이를 맞추고 싶은 법이지만 말이다. 자신의 언어로 말하다 보면, 어쩌면 결국 록산느의 눈높이까지 갈지도 모르는데. 록산느의 진심이 가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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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12-24 00: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꼬마요정님께서 ‘파리의 노트르담‘에
별 1개 주셔서 손절할 뻔 했어요 ㅋㅋ
핸드폰 스크롤 하다보면 한 번씩 저도 그럴때가 있더라고요.
읽지도 않은 책을 읽었다고도 하고요.
시라노는 뮤지컬로 봤는데
넘 좋았어요.
시라노의 묵직한 사랑도 좋고
나중에 깨닫지만 록산느가 시라노를 사랑하는 것도 좋고요.
꼬마요정님!
냥이들과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꼬마요정 2023-12-24 00:14   좋아요 2 | URL
큰일날 뻔 했네요!! 저 손절 당할 뻔 ㅋㅋㅋㅋ
근데 정말 당황했어요. 아무리 그래도 별 1개는 진짜...
시라노 뮤지컬 보셨군요. 저도 참 재미있게 봤어요. 노래도 좋고 연출도 괜찮았죠. 류정한 배우님이 엄청 고생하셨겠더라구요. ㅎㅎㅎ

페넬로페 님, 즐거운 크리스마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Falstaff 2023-12-24 14: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라노, 매력적인 작품인데 그리 인기를 얻지 못한 거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오페라도 있거든요. 시라노가 노래도 잘 합니다. 록산느의 창문 아래 계단에 숨어서 세레나데를 노래하고 크리스티앙은 립싱크만 하는 장면... 애절합지요. ㅎㅎㅎ

꼬마요정 2023-12-24 18:44   좋아요 1 | URL
맞아요. 시라노 재밌는데 생각보다 인기가 없어요. 시라노처럼 살기도 진짜 어려울텐데... 오페라는 못 봤어요. 하지만 재미있을 것 같아요. ㅋㅋㅋ 크리스티앙 입만 벙긋벙긋, 시라노는 감정을 다해 부를텐데, 갑자기 가슴이 막 아려오네요. 크으... 시라노가 고백했다면 록산느랑 어떻게 됐을까요? 크리스티앙이 그렇게 죽지만 않았어도 어쩌면 <전쟁과 평화>에서 피에르랑 나타샤처럼 됐을지도 모르죠... (안드레이 좋았는데 죽어버리다니...)

희선 2023-12-25 0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는 부모를 고르지 못하다니... 그래서 예전에 아이가 부모를 고르는 시설 같은 게 나오는 이야기가 있었군요 책이 아닌 드라마를 봤지만... 시간이 지나서 잊어버렸네요 한국 소설에도 있기는 했는데, 청소년 소설이었던가 부모가 아닌 사람이 더 부모 같을 때도 있네요

자기 마음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자기 말로 전해야죠 이야기에서는 그러지 않을 때가 많죠


희선

꼬마요정 2023-12-25 14:09   좋아요 1 | URL
아이가 부모를 고르는 드라마가 있었군요, 궁금하네요. 어떤 이야기일지... 맞아요, 때론 부모보다 더 부모다운 사람들이 있죠. 아이가 그런 사람이라도 만난다면 다행인데... 가슴이 아프네요.

자기 마음은 자기가 전하는 게 맞다는 걸 알지만 두려운가 봐요. 그래서 이야기가 막 이어지게되나 봅니다. <시라노> 재밌는데 안타까워요.
 

지난 3일은 모짜 카프가 집에 온 지 3년 째 되는 날이었다. 2020년 그 땐 코로나 기간이라 정말 오랜만에 멀리 간 것이었다. 나주 가는 길에 휴게소에 들러서 라면 먹었는데 어찌나 맛있던지....

그 때 둘이 어찌나 조그마했는지 정말 너무 귀여웠다.


모짜  카프

모짜   카프

모짜  카프

카프

모짜  카프

카프

모짜

카프

모짜  카프

모짜



지금은 뭐 거대한 냥이들이긴 하다.


모짜  카프


우리집에 와서 좋은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잘 커줘서 고맙다. ㅋㅋㅋㅋ 카프는 오자마자 아파서 병원에 계속 다녀야 했다. 원인을 알 수 없어서 1kg도 안 되는 몸에서 피를 몇 번을 뽑았던지... 안 먹어서 손가락에 밥 얹어서 먹이고, 주사기로 먹이고 난리였다. 그 와중에 웃긴 건 모짜. 지는 안 아프면서 카프 아프다고 따라 아픈 척 한 거다. 밥을 안 먹어서 주사기로 먹였더니 정말 잘 먹었다. 그냥 먹으라고!!! 그러다 갑자기 다리를 절어서 엑스레이도 찍었다... 병원비가...ㅠㅠ 모짜 녀석, 지금도 누군가 토하면 따라 토한다. ㅋㅋㅋㅋ


에너자이저 같은 얘네들에게 한 해 지나 레이라는 동생이 생겼다. 셋이서 얼마나 뛰고 구르는지... 어휴, 너희들 체력 진짜 부럽다. ㅋㅋㅋ 레이 작년에는 정말 작았는데... 레이도 벌써 집에 온 지 2년이 되어간다... 이 달 말이면 2년이구나...


막내 셋이 부담스러운 누나, 언니들... 이라 같이 찍은 사진 별로 없는데...


이거 봐... 꼬미랑 낚시놀이 하려니까 둘이서 달려와서 꼬미는 누워만 있잖아!!!

그나저나 새우가 참 잘 찍혔네...



샤미는 남동생들이 마음에 든 모양이다. 가끔 때리기도 하지만, 겨울이 되면 이렇게 옆에 붙어잔다. 따뜻한가봐... ㅋㅋㅋㅋ



다미가 상자에서 너무 불편하게 자길래, 굴비 하나 꽂아주니 기대서 아주 편안하게 자더라... ㅋㅋ



책 좋아하는 카프 ㅋㅋㅋ 하지만 고등어가 앞에 있는 건 왤까? ㅋㅋㅋ



그냥 고양이로 도배하는 날도 필요하지 않을까 해서... 아무말로 끝내기!!

기승전 고양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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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3-12-10 22: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진 구경 잘했습니다ㅋ아니! 잉어 인형?이랑 고등어,붕어빵 완전 실감나는걸요?ㅋㅋㅋㅋ녀석들 표정, 토실함 보니 배불리 사랑받고 자란 티가 납니다.

꼬마요정 2023-12-10 23:54   좋아요 4 | URL
고양이 장난감 장난 아니죠? 밤에 보면 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저도 모르게 밟으면 진짜 놀라구요 ㅋㅋㅋ 꽁치, 고등어, 옥돔, 굴비, 옥수수, 오이, 당근, 붕어빵, 잉어빵 등등 정말 놀라워요 ㅋㅋㅋ 냥이들이 가지고 노는 걸 보면 참 신기하구요 ㅋㅋㅋ
애들이 완전 통통해졌습니다. 자꾸 확대되면 집이 너무 비좁아져요... ㅋㅋㅋ

애들 이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잠자냥 2023-12-10 22: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헐 모짜&카프 애기 때 너무 귀엽네요. 울 집 애들보다 귀여워요! ㅋㅋㅋㅋ 아가들이 아직 다들 어리군요! 부럽습니다.

꼬마요정 2023-12-10 23:58   좋아요 3 | URL
모짜, 카프 애기 때 진짜 귀여웠어요 ㅋㅋ 특히 모짜는 여아인 줄 알았거든요... 근데 대왕 고양이가 되어버린... 잠자냥 님네 냥이들이 얼마나 귀여운데요!!! 막내 애교도 귀엽고!!! 모짜, 카프를 데려온 이유가 첫째, 둘째 고양이가 떠나서였거든요. 고양이가 한 마리 없는데 집이 텅 빈 것 같았죠... 꼬미, 샤미, 다미도 나이가 있어서 너무 우울해질까봐 데려왔더니... 댓글 쓰는 지금도 카프가 전자렌지 위에 있던 물건 다 떨어트렸어요!!!!!!!!! 아오 ㅋㅋㅋ

페넬로페 2023-12-10 23: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앙앙, 모짜, 카프 어린시절, 너무 귀여워요.
저는 애기 고양이가 정말 예쁘더라고요.
근데 저렇게 잘 컸군요.
집사께서 잘 키워서 그런듯요.
오늘은 여러 사진 캡쳐합니다^^^

꼬마요정 2023-12-10 23:59   좋아요 4 | URL
모든 생명체가 애기 때는 다 귀여운 것 같아요 ㅋㅋㅋ 모짜, 카프 귀엽죠? 장난꾸러기들입니다. 집이 들썩들썩해요. ㅋㅋㅋ 적응 잘 해서 잘 커줘서 고마울 뿐입니다. 페넬로페 님이 캡쳐하셨다니 뭔가 합격점을 받은 느낌입니다^^

bookholic 2023-12-10 23: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정말 사랑스럽습니다~~^^
냥이들이 책을 사랑해서 그런지 무척 지적으로 보입니다~~

꼬마요정 2023-12-11 00:01   좋아요 3 | URL
고맙습니다^^ 제가 팔불출 집사라서 그냥 다 사랑스럽다고 생각하는데 같이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고맙습니다. 냥이들이 책을 사랑하는 건지, 베고 자는 걸 좋아하는 건지, 던지려고 좋아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ㅋㅋㅋㅋ 어유, 장난꾸러기들 ㅋㅋㅋ

2023-12-11 0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11 0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3-12-11 08: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짜 카프가 집에 온 지 이제 세해가 됐군요 이제라 했지만 꼬마요정 님은 벌써 그렇게 됐구나 하실지도 모르겠네요 어릴 때 아주 귀여웠네요 지금도 귀여워요 책장 앞에 둘이 앉아 있는 모습은 인형 같네요 책을 좋아하는 고양이네요

앞으로도 건강하게 꼬마요정 님과 즐겁게 살기를 바랍니다


희선

꼬마요정 2023-12-12 14:57   좋아요 0 | URL
어릴 때 진짜 귀엽죠? 역시 어떤 생명체든 아기 때는 참 이쁜 듯해요. 지금은 진짜 커 버렸어요. 자세히 보면 어릴 때 얼굴 그대로 있는데 몸이 확대된 느낌? 책을 좋아하는 건지, 책을 긁고 싶은 건지, 책에 기대고 싶은 건지 여튼 좋아합니다. ㅋㅋㅋㅋ

고맙습니다^^

자목련 2023-12-11 09: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 💟 🧡 🤎 ♥ 💕

꼬마요정 2023-12-12 14:58   좋아요 1 | URL
귀엽죠? 예쁘죠? 사랑스럽죠????
저는 팔불출 집사!!!

다락방 2023-12-11 09: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쪼꼬미 애기들 보다가(꺅 너무 귀여워요!!) 갑자기 커버린 냥이들 나와서 깜짝 놀랐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꼬마요정 2023-12-12 14:59   좋아요 1 | URL
그 쪼꼬미가 지금은 대왕 고양이가 되었습니다.... 아, 세월의 허망함이여... 여기서 살 찌면 더 클텐데 큰일입니다. ㅋㅋㅋ 둘 다 애교도 많아요. ㅋㅋㅋㅋ

서니데이 2023-12-11 21: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고양이가 물고기 인형을 좋아하나봐요. 처음엔 작았는데 갑자기 큰 고양이가 된 것처럼 보였어요. 사진 잘 봤습니다.
꼬마요정님 좋은하루되세요.^^

꼬마요정 2023-12-12 15:00   좋아요 2 | URL
신기하게 장난감 중에 물고기 인형도 많고, 냥이들이 물고기 인형도 좋아하네요. 가끔 밟으면 깜짝 놀랍니다. ㅋㅋㅋㅋ 6개월이나 한 살 때쯤 사진도 같이 올려야 세월의 흔적을 보실텐데 그렇네요 ㅋㅋㅋ 그냥 훅 큰 것처럼 보이네요. 진짜 많이 컸어요.

서니데이 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라로 2023-12-21 2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짜 귀가 카프 귀보다 좀 더 큰 것 같은데 저 혼자 느낌? 아무튼 모짜 정말 재밌는 냥이군요!!ㅎㅎㅎㅎㅎㅎㅎㅎ 인간도 그렇게 하기 힘들 것 같은데 어떻게 따라서 토하고 그렇게 할까냥??^^;;; 암튼, 꼬마요정님 댁은 냥이들의 천국같아요!!^^

꼬마요정 2023-12-21 23:48   좋아요 0 | URL
맞아요!! 모짜 귀가 카프 귀보다 좀 더 크답니다. ㅋㅋㅋㅋ 모짜가 덩치도 좀 더 크구요. 무게도 쬐끔 더 나가요. 근데 카프가 형인 것 같아요. 둘이 보면 카프가 이기거든요. 모짜는 덩치는 큰데 겁쟁이랍니다. 쫄보예요 ㅋㅋㅋ 그래서 자꾸 누군가를 따라하는 걸까요? ㅋㅋㅋ

저희집이 냥이들 천국이면 좋겠어요. 냥이들도 그렇게 생각해주면 좋을텐데... ㅎㅎㅎ
 


지난 주 일요일 5시, 도장에서 루카스 피네이로의 세미나가 있었다. 그는 IBJJF 월드 챔피언으로 65kg급이다. 체급이 작기 때문에 더더욱 기술이 뛰어난 선수이며, 브라질 사람이다. 실제로 본 그는 인상이 아주 좋았고, 하루에 3-4시간 정도 잔다고 한다. 보통 8시간 정도 자는데, 대회 앞두고 잠을 잘 못 자서 대회 때문에 수면 시간을 조절한다고. 역시 월드 챔피언은 대단하다!! 


세미나 갔다가 깜짝 놀랐다. 나는 이렇게 많은 검은띠를 본 적이 없다!! 역시 루카스 피네이로!! 서울에서도 세미나를 진행했는데, 그날이 국가대표선발전이어서 참석 못 한 분들이 다 부산으로 왔다고. 우리나라에서도 대단한 선수들 보니까 뭔가 뿌듯했다. 


도복과 래시가드에 태극기랑 한글로 '루카스'라고 크게 프린팅되어 있는 걸 보니 정말 한국을 좋아하는구나 싶기도 했고. 이번 수업은 크로스그립과 니컷 패스인데, 정말 놀라웠다. 세상은 넓고 대단한 사람은 많다!!!


 

세미나 전에 사람들과 이야기 하는 루카스. 일찍 와서 검은띠 분들이랑 스파링도 했다고...


루카스랑 태극기를 보니 기분이 더 좋았다. 안에 래시가드에도 똑같이 되어 있었다. 


이 날 참석한 우리 도장 여자는 다섯 명이었는데, 한 명은 어디 갔는지 못 찾아서 일단 네 명만 같이 찍었다. 루카스 표정 너무 좋아!!! 


루카스가 가르쳐주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거의 세 시간 가까이 세미나를 진행했다. 50:50에서도, 하프가드에서도 어떻게 패스하는지도 보여주고, 더 가르쳐주고 싶어했는데, 사실 나는 이미 뇌용량 한도 초과로 어질어질... 뭐 어케 하라고요?? ㅠㅠ


그래서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복기하는 중이다. 내 몸이지만 왜 내 말을 안 듣는지 모르겠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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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3-12-03 1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정님, 유단자셨군요!!!!!!
완전 멋짐!!!

꼬마요정 2023-12-03 14:18   좋아요 1 | URL
유단자라고 하니 어색합니다^^ 저는 그냥 주짓수 좋아하는 주짓떼라랍니다.
늘 잘 못해서 깔리고 던져지는 중입니다. ㅎㅎㅎㅎ
멋지다고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2023-12-03 17: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04 1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3-12-04 10: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앙 너무 멋잇어요. 주짓수 하시는 것도 멋진데 세미나 참석에 적극적 참여까지. 흑흑 너무 멋져요 ㅠㅠ 꼬마요정 님이 알라딘에 계셔서 저는 너무나 행복합니다. ㅠㅠㅠ 너무 제가 좋아하는 성향이에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꼬마요정 2023-12-04 11:08   좋아요 1 | URL
한국은 주짓수 변방이라 유명한 선수들 오면 무조건 가고 싶어져요. ㅎㅎㅎ 진짜 신세계더라구요!! 따라하지는 못해도 보는 데 의의를 둡니다. 아, 맘대로 안 되는 이 몸뚱아리 ㅋㅋㅋ 저도 다락방 님이 계셔서 너무 행복해요. 너무 좋아요!!!!!!!

라로 2023-12-21 20: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꼬마요정님 여리여리 하신데 루카스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에 포스가 느껴지는!!! 멋지십니다!!! 언젠가 검은띠를 두른 요정님이 자연스럽게 상상이 되네요!!! 화이팅!!!^^

꼬마요정 2023-12-21 23:51   좋아요 0 | URL
아유, 멋지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는 그냥 폼만 따라하는 건데요... 루카스 진짜 멋지고 잘 하더라구요. 저는 맨날 작아서 잘 못한다고 그랬는데, 루카스 땜에 이제 그 말도 못해요 ㅋㅋㅋ 물론 월드 클래스라서, 훈련도 엄청 많이 하고 그래서 잘 하는 거지만, 똑같이 훈련 많이 한 덩치 큰 사람들과 해서도 이기니까요.

뭐, 전 시합에서 1등 하려고 운동하는 거 아니라서 계속 편하게 할 거긴 하지만, 마음가짐이 좀 달라지긴 했어요. 하여간 세상은 넓고 굉장한 사람들은 많네요!! 라로 님도 멋지신 분!!! 2학기도 화이팅이에요!!!^^
 

일단 먼저 카프의 만행부터 또 하나 알립니다. ㅋㅋㅋㅋ




가습기만 틀면 달려와서 저렇게 가습기 물 먹고 얼굴에 쬐고 그럽니다. ㅋㅋㅋㅋ 가끔 눈썹이랑 얼굴에 물방울이 잔뜩 묻어서 집사 옆에 와서 부르르 털곤 합니다. 애가 참 촉촉해요 ㅋㅋㅋㅋ



그러다가 햇빛 좋은데 가서 토끼 마냥 저러고 있습니다. 냥이야 토끼야 토냥이야? ㅋㅋ



이쁘죠? 장난 삼아 레이에게 손수건 씌웠더니 저렇게 가만히 있네요 ㅋㅋㅋ

속으로는 어떻게 하면 카프 오빠를 이길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죠 ㅋㅋㅋ



집사에게 손톱을 맡기고 얌전한 샤미 입니다. 집사야, 손질 깨끗하게 해 봐라 약간 이런 느낌?

어찌나 이쁜지 뽀뽀하면 도망가죠 ㅋㅋㅋㅋㅋ



벌레 잡는 레이 입니다. ㅋㅋㅋ 귀엽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당근 베고 누운 다미 ㅋㅋㅋ 자는데 방해해서 미안하구만 ㅋㅋㅋ



오이 갖고 놀다가 사진 찍으니 안 갖고 노는 척 하는 모짜.

모짜는 사진만 찍으면 얼음이 되는 신기한 냥이 입니다. ㅋㅋㅋㅋ



모짜 엉덩이 베고 자는 꼬미 ㅋㅋㅋ 꼬미야, 좀 놀자 ㅋㅋㅋ 너 노는 거 좀 찍어야겠다 ㅋㅋㅋ


이렇게 육묘 집사는 또 고양이 자랑한다고 신났습니다.


음... 그럼 책은 뭐 올리지...

 참 빨리 안 읽히는... 이유가 뭘까 재미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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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11-26 15: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손수건 두른 레이 미모가ㅠ
다미 눈은 볼때마다 참 영롱하고요....

잠자냥 2023-11-26 15:46   좋아요 2 | URL
아앗 찌찌뽕! ㅋㅋㅋㅋㅋ

은오 2023-11-26 15:47   좋아요 1 | URL
역시 신이내린운명의상대!

잠자냥 2023-11-26 15:52   좋아요 2 | URL
여러분 오늘 드라마는 여기서 마칩니다.

은오 2023-11-26 16:11   좋아요 2 | URL
시청자분들이 오늘 회차 왤케짧냬요 공홈에 항의글올라오는중 ㄷㄷ

꼬마요정 2023-11-26 22:49   좋아요 2 | URL
여기서 사랑의 티키타카를...
저희집 냥이들 사랑스러움이 두 사람을 이어주는군요. ㅋㅋㅋㅋ
두 분 결혼식 때 레이를 화동 아니 화묘로... ㅋㅋㅋ

페크pek0501 2023-11-26 15: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런 재롱에 너무 행복할 것 같은 꼬마요정 님!!

꼬마요정 2023-11-26 22:49   좋아요 2 | URL
볼수록 귀엽고 사랑스러워요. 정말 행복하답니다!!
어쩜 이렇게 다들 자기만의 사랑스러움이 있는지... 귀여워요^^

잠자냥 2023-11-26 15: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레이가 좀 귀엽네요?! 손수건도 벌레 잡는 것도?!?!

꼬마요정 2023-11-26 22:50   좋아요 1 | URL
벌레 잡는 거 좀 찰지지 않나요? 얘가 살이 쪄서 더 귀여운 듯... ㅋㅋㅋ
손수건 씌웠더니 왜 저런 눈망울로... 너무 귀여워요 ㅋㅋㅋㅋ

새파랑 2023-11-26 16: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고양이 여섯마리랑 살면 즐거울거 같습니다~!! 촉촉한카프 ㅋ 건조할일이 없겠네요~!!

꼬마요정 2023-11-26 22:52   좋아요 3 | URL
즐겁기도 하고 바쁘기도 해요. ㅋㅋㅋ 다들 개성 있어서 맞춰주려니 바쁘네요 ㅎㅎㅎ
카프는 참 촉촉합니다. 가습기 없을 때는 물그릇 엎기도 하고 그래요.
모짜는 손으로 물을 찍어 먹습니다. ㅋㅋㅋㅋ

페넬로페 2023-11-26 17: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카프는 여전히 귀엽고 엉뚱합니다^^
습기를 머금은 촉촉함으로 피부가 한결 더 좋아졌겠죠!

꼬마요정 2023-11-26 22:57   좋아요 3 | URL
카프는 진짜 개그묘랍니다. 표정도 귀엽고 하는 행동도 진짜 엉뚱하긴 해요. ㅋㅋㅋ
여전히 그 사진 보시나요? 저는 요즘도 한 번씩 보면서 웃어요. 진짜 레전드예요 ㅋㅋ
촉촉하니 피부도 좋고 안 늙을 것 같아요 카프는 ㅋㅋㅋ

희선 2023-11-27 03: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고양이 지켜보기만 해도 즐겁겠습니다 가습기 물을 마시다니... 물이 있으니 그런 거겠지요 그래도 재미있네요


희선

꼬마요정 2023-11-27 11:14   좋아요 3 | URL
카프 때문에 가습기 청소 꼬박꼬박합니다. 물도 자주 갈구요. 사진엔 수증기가 잘 안 나왔는데 물 가득 넣고 처음 틀면 어느새 카프가 달려와서 안개 속에 있는 것 같아요. 재미있습니다. ㅎㅎㅎ

2023-12-05 17: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05 2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난 목요일 저녁, 도장에서 열심히 운동하고 샤워를 하려고 보니 따뜻한 물이 안 나오는 거다. 잠깐 고민한 후 찬물로 샤워하기로 했다. 운동 후 찬물 샤워는 운동으로 인해 생긴 염증을 줄여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지 않은가. 나는 재빠르게 찬물로 샤워를 하고 몸을 닦는데, 몸에서 열이 나서 놀랐다. 찬물로 샤워를 하니 몸에서 열이 나네? 덕분에 집에 올 때까지 그다지 춥지 않았다. 


찬물 샤워를 하면서 떠올린 건 두 권의 책.
















우연히도 <리센코의 망령>을 읽고 얼마 뒤 <악의 유전학>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세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최근 러시아 유전학계에 나타난 일련의 사건을 탐구하는데, 첫 번째는 획득 형질의 유전이란 무엇인지와 획득 형질의 유전이 정치와 어떠한 관계를 맺었는지이다. 두 번째는 후성유전학에 대해 살펴보고, 후성유전학이 획득 형질의 유전에 대한 생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분석한다. 세 번째는 획득 형질의 유전이 러시아의 역사에 끼친 영향 때문에 현재 후성유전학이 어떤 영향력을 가지는지 다룬다. 


획득 형질의 유전은 부모 세대에 일어난 형질 변화가 자손에게 유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라마르크(1744~1829)의 <동물철학>의 서문에 이 이론이 자세히 제시되어 있어서인지 당시 거의 모든 사람이 획득 형질의 유전을 믿었음에도 불구하고 라마르크주의가 곧 획득 형질의 유전을 뜻한다고 이해하는 방식이 생물학계의 표준이 되었다고 한다.(p.43/334) 라마르크는 환경이 진화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믿었다. 


1920년대 러시아에서는 인간 유전 대논쟁이 있었다. 콜초프를 비롯한 소수의 비(非)마르크스주의적 멘델주의 유전학자들은 획득 형질의 유전을 인정하지 않았으며, 당시 서유럽과 미국에서 회자되던 우생학이 러시아에서 실현되기를 소망했다. 콜초프는 인간 유전자의 독립성과 중요성을 강조했고, 사회적, 정치적 환경은 인간의 유전과 무관하다 주장했다. 


마르크스를 신봉하는 고전유전학자들 역시 우생학을 지지했는데, 이들은 사회주의 사회에서만 우생학이 올바르게 적용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우생학적 선택 앞에서 무엇이 우월하고 열등한지를 누가 결정할 것인가였다. 


그 외 소련의 마르크스주의 생명사회적 우생학자들은 새로운 형태의 라마르크주의적 생명사회 우생학이 실현되어야 하며 획득 형질의 유전이 그 중심에 놓여야 한다고 믿었다. 이들은 소련 시민의 후손들은 그들 부모 세대가 사회주의 사회에서 살면서 획득한 형질을 물려받게 될 것이며 이로써 '새로운 소비에트형 인간'을 창출할 수 있다고 믿었다. 


마지막으로 바실리 슬렙코프 등 유전학자가 아닌 인사들로 구성된 그룹은 어떤 형태의 유전학이든 유전학이 소비에트 사회 발전의 핵심과는 관계없으며 마르크스주의에 위배된다고 믿었다.


이럴 때 등장한 인물이 바로 리센코였다. 


트로핌 데니소비치 리센코는 1898년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났다. 도시 외곽의 농민 가정에서 나고 자란 그는 폴타바 원예연구소에서 실용적인 농업 교육을 받았고, 1925년부터 아제르바이잔의 간자 식물육종장에서 농작물의 생장 기간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다. 생물의 발달에 대한 리센코의 견해는 '영양분 이론'으로 정리된다. 그는 '영양분'이라는 단어를 매우 넓은 의미로 사용했고, 유전자에는 관심이 없었으며 세포를 구성하는 특정한 일부분이 아니라 세포 전체가 유전을 매개한다고 믿었다. 리센코는 코오페라토르카 겨울밀 실험에 가장 오랫동안 매달렸는데, 이 겨울밀 종자를 3월 초에 온실 속에 파종하여 4월 말까지 온실 온도를 매우 낮게 유지했다. 이렇게 식물을 저온에 노출시켜 개화를 촉진하는 과정을 '춘화 처리'라고 하는데, 이 춘화 처리를 거친 후 온도를 높였다. 이 실험을 계속해서 9월 9일에 살아남은 밀 한포기가 이삭을 팼다. 리센코는 이 식물에서 채취한 곡식을 다시 온실에 파종했고, 다음 해 1월 말에 이삭이 팼다. 3세대는 8월에 이삭이 팼다. 리센코는 코오페라토르카 밀이 봄에 자라는 식물인데, 춘화 처리를 통해 이 식물의 습관이 변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실험은 오류투성이였다. 대조군도 없었으며 통계를 이용하지도 않았다.


리센코는 생물의 유전이란 여러 세대에 걸쳐 외부 환경의 조건으로부터 구성되는 것으로 외부 환경 조건에 변화를 가하면 유전에도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전 과정을 물질적으로 매개하는 어떠한 운반자가 존재한다는 개념에 도달했으나 이 운반자가 유전자를 뜻하지는 않았다. 이 내부 입자는 내자화된 환경 조건으로서, 그 표현의 측면에서나 가장 기본적인 구조의 측면에서나 굉장히 쉽게 변할 수 있는 것으로 그려진다.(p.154/334) 그리고 선천적으로 우성 유전자나 열성 유전자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감춰진 내재적 잠재력'이 '발전하는 데에 필요한 외부 조건을 만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즉 인간의 힘으로 우성형질을 열성으로, 열성형질을 우성으로 바꿀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이러한 이론이 유전을 원하는 방향으로 통제하는 데에 더 나은 수단을 제공한다고 보았다.(p.161/334)


리센코는 자신의 이론이 러시아의 기근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스탈린과 후르쇼프는 현대유전학에 대해 몰랐고, 리센코의 과학적 견해에 어떠한 오류가 있는지 판단할 능력이 없었다. 리센코와 그들은 초라한 가문 출신이었고, 서방 세계와 맞서 싸웠다. 리센코는 그들의 지지 아래 러시아 유전학계를 군림했고, 바빌로프 등 저명한 유전학자들을 추방하고 죽음으로 내몰았다.    


리센코의 실험은 실패했고, 대기근이 찾아왔다. 리센코가 축출된 이후 러시아 유전학계는 획득 형질의 유전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었고, 그래서 후성유전학의 발달이 더딜 수밖에 없었다. 리센코의 이론과 후성유전학은 연관이 있어보이지만 전혀 같지 않았다. 리센코는 심지어 통계를 조작하기까지 했다. 그가 옳았던 부분에 있어서 그는 독창적이지 않았다. 그가 독창적인 부분에 있어서 그는 옳지 않았다.(p.236/334) 


저자는 리센코의 이름이 언급될 때 우리가 떠올려야 할 것은 '폭압적인 국가 덕분에 자신의 견해를 타인들에게 정치적으로 강요할 수 있었던 무능한 과학자'의 모습이라고 이야기 한다. 지금 러시아는 푸틴이 통치하고 있다. 신리센코주의가 나타나는 것이 정치와 무관한 것일까.


 이 책은 서론을 지나고 리센코 후작이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짐작이 가능해진다. 시대는 다르지만, 작가가 홀로드나야 실험의 수장을 리센코 후작으로 이름지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다만, 대조군을 둔 점은 좀 달랐다고나 할까. 리센코 후작은 1858년 알렉산드르 2세와 독대한 후 추위를 타지 않는 위대한 러시아 백성을 만드는 실험에 착수했다. 


그 실험은 너무 잔혹했다. 추위를 타지 않는 사람을 만들 수 있다니, 그것도 유전자 조작이 아니라 환경을 조작해서 말이다. 시베리아에서도 외곽이자 가장 추운 곳에 홀로드나야란 마을을 만들고 그 곳에서 다양한 나이대의 고아들을 살게 했다. 250명씩 남녀를 각각 동쪽과 서쪽 마을에 분리한 후 그들에게 얇은 옷을 입혀 생활하게 하고 아침 저녁으로 차가운 연못에 입수시켰다. 이렇게 하면 '한랭 내성' 입자가 생겨서 그들의 자손은 추위를 타지 않게 된다는 이론을 위한 실험이었다. 


처음으로 결혼하는 나타샤가 긴팔인 혼례복을 입자 한 말이 "따뜻하다..."였으니 이 아이들이 얼마나 추위에 떨었을지 참담했다. 아이들은 다른 상황을 경험하지 못했기에 이 상황이 어떤지 알지 못한 것이 다행이라고나 할까. 주인공인 케케는 그저 굶지 않고 다같이 살아 행복했다고 말한다. 아마 그 말은 맞을 것이다. 자신을 보살펴 주는 언니 나타샤가 있고, 마음 속에 품은 베소가 있고, 다정한 후작이 있고, 늘 먹을 것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들 사이의 아이들이 죽어나가고 황제가 준 기한이 다가오자 리센코 후작은 광기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결국 자신의 이론에 함몰되어 자신 이외의 모든 이를 망쳐버린 리센코 후작은 어떻게 되었을까. 살아남아 다른 곳에서 이 무시무시한 실험을 계속할까? 인간을 인간으로 보지 않고 도구로 보고 학대를 일삼은 후작, 그리고 그 악을 품은 유전자는 어디로 갔을까.   


후성유전학에 따르면 없는 형질을 만들 수는 없다고 한다. 이미 있는 형질이 온오프 되는 것이지, 이미 발현된 형질을 더 많이 만든다거나 내용을 바꿀 수는 없다고. 그렇다면 저 학살의 유전자는 얼마나 충분히 발현된 것인가.



잠시 잠깐 찬물로 씻을 때 너무 춥다는 생각을 했다. 이러다 심장마비 걸릴까봐 오래 씻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케케와 아이들을 떠올렸다. 얆은 속옷 같은 옷을 입고 아침 저녁으로 얼음을 깨고 연못에 들어간 아이들은 얼마나 추웠을까. 어떻게 사람이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있을까. 


세상의 이치를 밝히고자 하는 학문이 어쩌다 인간에게 이리저리 이용당하게 된 것일까. 그것도 유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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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11-26 08: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난 목요일 저녁….부터 추워지지 않았나요?! 찬물 샤워라니!! 폭포 밑에 가신 건 아니죠?! ㅋㅋㅋㅋㅋㅋ

꼬마요정 2023-11-26 11:39   좋아요 1 | URL
ㅋㅋㅋ 부산은 그렇게 안 추웠어요. 워낙 온도가 높았었거든요. 날씨 너무 이상해요. 19도까지 올랐다가 9도 정도로 떨어지니까 한파 경보 오고... 온도 차가 10도인가 이상이면 한파 경보라고 하던데... 근데 또 주말은 너무 춥네요ㅠㅠ 날씨 적응이 안돼요ㅠㅠ
찬물 샤워라지만 추워서 물칠만 했어요 ㅋㅋㅋㅋ 폭포라니요 ㅋㅋㅋ 30초컷이었어요 ㅋㅋㅋㅋ

호시우행 2023-11-26 11: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면 인간은 참으로 잔인한 동물이란 생각이 들어요,ㅠㅠ

꼬마요정 2023-11-26 13:15   좋아요 0 | URL
맞아요... 참으로 선하기도 하고 참으로 잔인하기도 하죠...
뭐든 꼭 자기 이익에 부합하게 인간을 조종하고 싶은 인간들이 무섭습니다.ㅠㅠ

새파랑 2023-11-26 16: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찬물 샤워 덕분에 유전학을 떠올리시다니 대단합니다. 이게 바로 독서의 힘~!!
인간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하는걸 보면 인간이 제일 무섭긴 한거 같습니다.

아 오늘 너무 춥네요 ㅜㅜ

꼬마요정 2023-11-26 22:58   좋아요 1 | URL
마침 유전학 관련 책들을 읽어서 그런가봐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악의 유전학>은 소설인데 마치 실제인 것처럼 써 놓은 것 같아요. 제가ㅠㅠ 소설인데 실제로 저런 일이 있었을 것 같긴 하지만요ㅠㅠ

춥죠ㅠㅠ 겨울 되니까 저 소설 너무 와닿아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