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메일을 읽었다. 한 동안 메일 확인을 하지 않아 광고성 메일부터 개인적인 메일까지 90여편의 메일을 일일이 확인해야 했다. 그러다가 어느 뉴스 메일을 유심히 읽게 되었는데, 아주 참혹한 사건이 나와있었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카드빚 사건이었는데, 비정한 20대 청년이 부모님이 카드빚을 갚아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어머니와 할머니를 살해하고, 형에게 중상을 입힌 뒤 아버지마저 살해하려 한 일이었다. 그 뉴스를 읽으면서 소름이 끼쳤다. 해도해도 너무하지 어쩌면 저럴 수 있을까...

사연인즉, 고등학교 때도 문제없이 평범한 학생으로 지내다가 대학까지 무난하게 잘 갔는데, 대학가서 미팅으로 만난 조모양과 사귀기 시작하면서 카드빚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단다. 그래서 처음에는 아버지가 연금까지 해약해가며 카드빚 3천 500여만원을 갚아주었는데, 정신을 못 차리고 다시 카드를 발급받아 이번에는 약 7000여 만원의 카드빚이 생겨버렸다. 그것도 자기것은 2000만원이고, 여자친구의 것은 5000만원이었다. 어디에다 돈을 쓰면 그렇게 많이 쓸 수 있을까..아니 뭘 믿고 그렇게 카드를 긁었을까... 이해가 안되네.. 쯔쯧..

어쨌든 카드빚만 졌으면 뭐 사회가 전반적으로 어지럽고 다 그런 것이니까..라고 넘겼을지도 모르겠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아버지가 카드빚을 안 갚아주자 어머니 앞에서 "아버지는 자식보다 사회적 체면과 돈을 더 소중히 생각한다"며 욕을 해 대니까 보다 못한 어머니가 아니라고 말리자 갑자기 어머니 목을 조르고는 베개로 얼굴을 눌렀다고 한다. 게다가 할머니 방으로 가서 할머니도 같은 방식으로 살해한 뒤, 한 시간 쯤 기다렸다가 귀가하는 형을 수십차례나 칼로 찌르고는 살려달라는 형을 외면하고는 아버지를 기다렸다. 아버지는 초인종을 누르고 대문이 열리는 사이 이상한 낌새를 채고는 도망갔는데, 이 불효막심한 아들은 아버지 안 오면 형을 죽이겠다고 협박까지 했다. 그리고는 여자친구인 조모양에게 보내는 이메일에 "오늘 우리 식구 작업했는데 실패했어" 라는 식의 어투가 있었고, 형에게 보내는 이메일에도 "아버지가 형 죽인데도 도망갔어" 라고 전혀 죄책감없는 어투를 사용했다.

결국 대법원은 그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참 어이가 없다.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되었을까... 그런 비참하고도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도 자신의 죄를 이해하지 못할까... 

더 끔찍한 일은 그 사건 밑에 달려있는 리플들이었다. 하나같이 여자친구인 조모양도 죽여야 한다. 공개처형해야 한다. 잔인하게 죽여야 한다. 죽어라.. 등등... 너무 끔찍한 내용들이었다. 위의 사건 못지 않은 잔인함으로 점철되어 있는 리플들을 읽으면서 우리 사회가 참으로 많이 혼탁해졌구나..라고 느꼈다. 위의 사건은 죽을 죄이면서 사람을 공개처형시키거나 사지를 절단시키고 고문하는 것은 죄가 안되는 것인가... 밑의 리플 단 사람들은 자신들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알고나 있는 것일까...

나쁜 사람이니까, 패륜아니까, 존속살해범이니까.. 그렇게 잔인하게 죽여야 해.. 말이 되는 소리인가. 우리는 남의 일이라고 너무 심하게 구는 것은 아닐까. 살아남은 그 사람의 아버지는 아무리 그래도 자기 자식인데 감싸려고 하지 않겠는가. 그게 부모의 마음이지 않겠는가...

또한 이 사건은 우리 사회가 빚어낸 하나의 참극이라고 생각한다. 늘어가는 카드빚은 이미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고질병이 되어버렸고, 삭막한 세상에서 최고인 것은 돈과 권력만인 것처럼 인식되어 너도 나도 살기가 어려워진 속에서 인간으로서의 도덕성은 점차 사라졌다. 결국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거다. 위와 유사한 사건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지 않은가. 그 말은 우리 사회 구성원 누구나 카드빚을 져서 남을 상처입힐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거다. 이런 상황에서 그 패륜아만을 욕하고 잔인하게 죽여야 한다고 할 수는 없는 거다. 물론 그 패륜아는 사형을 선고받았고, 자신의 죄값을 치루어야 한다. 내가 바라는 건 그 방법을 이야기 할 때 우리 자신을, 우리 주위를, 그 사람을 한 번쯤 돌아봤으면 하는거다. 

아무리 악인이라도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 역시 같은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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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난다. 같은 시간에 운동을 가고, 같은 시간에 밥을 먹고, 같은 시간에 공부를 하고, 같은 시간에 책을 본다... 가끔 여유 부리듯 커피 한 잔 하고 나면.. 어느새 그게 나의 일상이 되어 버리고 만다... 같은 시간에 인터넷을 하고, 같은 시간에 텔레비전을 보며, 같은 시간에 가족들과 수다를 떨고, 같은 시간에 잠이 든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 같지만, 쳇바퀴를 돌리듯 살아가는 것이 인간이다. 정확하게 같은 시간에 같은 일을 하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비슷한 일들을 하면서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거겠지...

뭔가 색다른 일이 없을까.. 지루하기만한 일상을 벗어날 수 있는 그런 괜찮은 이벤트를 찾아본다... 그래서 어느날 기분도 낼 겸 가족끼리 외식도 하고, 술도 한 잔 하고, 노래방도 갔다. 하지만 그것이 일상을 벗어난 새로운 사건이 될 수 있을까??

친구들을 만나도 꼭 술 한 잔을 하게 되면 어느샌가 노래방으로 간다.. 그래서 우린 노래방에 가는 대신 포켓볼을 치러 갔다. 하지만 또 다시 그게 습관처럼 되어 버렸다...

매일 매일 새로운 일을 하고, 매일 매일 엄청난 아드레날린이 뿜어져 나올만한 그런 사건들을 경험하고.. 그렇게 되길 가끔 바라기도 한다. 소설 속에서나 나올법한 사건들 말이다.

하지만 난 일상이 좋다. 모순이다. 방학을 하고, 서울로 대학을 갔던 친구들이 내려왔다. 오랫만에 그네들을 만나는 나는 묘한 설레임으로 들떴다. 그렇게 며칠을 밖에서 수다도 떨고, 밥도 먹고.. 어느새 지쳐가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일상 속에서는 지루함을 느낄 뿐 지치지는 않았는데...

무엇일까?

일상의 소중함이라니.. 정말 어이가 없다. 일상이 반복될 때에는 일탈을 꿈꾸고, 막상 새로운 일들이 일어나면 다시 일상이 그리워지다니..  인간이란 그런 존재일까??

주어진 것에 대한 소중함은 잃어버린 뒤에나 알게되고.. 변덕의 극단에 서 있는 인간... 엄청나게 불완전하면서도 완전한 척 오만을 부리는 어리석음...

흠...

다시금 일상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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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는 고양이가 3마리 산다... 애완고양이도 아니고, 작고 앙증맞게 생긴 애교많은 고양이도 아니다.. 우연찮게 울 집에 얹혀 살게 된 - 집세도 안 내고, 식비도 안 낸다. 화장실 뒷처리도 안 한다..- "도둑 고양이"이다. 뭐 몇 년이 지나서 이제는 집고양이화 되어가고 있기는 하지만...

시작은 정말 좋았다. 앞 집이 야생고양이들이 살기 좋은 거의 난민촌 수준이었는데, 그거 헐고 빌라를 짓는 바람에 고양이들이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 그런 와중에 정말 예쁘게 생긴 암컷 고양이가 울 집 (우리집은 주택임) 보일러 근처 공간에 새끼 고양이 두 마리, 너무나도 예쁘게 생긴 아기 고양이를 키우고 있었다. 다들 안쓰럽게 생각해서 밥을 주기 시작한 게 그만 도가 지나쳐 이제는 장장 6kg의 거구를 이끌고 야옹거린다.. 아직도 지들이 귀여운 줄 착각하면서...쩝

뭐, 그런 것도 다 이해할 수 있다. 사실 내 눈에는 귀엽게 보인다.. 내가 워낙 고양이들 좋아하니까. 하지만 얼마전부터 문제가 생겼다. 원래 이 근방에 도둑 고양이들 매우 많다. 그것도 수컷 고양이들이 대부분이다. 우리 고양이들도 어미 고양이를 제외하고는 수컷이다. 그래서 교미할 시기가 오자 우리집에 동네 수컷 고양이들이 떼거지로 몰려와서 이상한 울음소리를 내고 있다. 이~~야아~~오옹~~~ 미치겠다... 새벽 3시쯤부터는 거의 절정이다. 서로 우리집 암컷 고양이와 교미하고자 싸우고 교미하고 온갖 이상한 소리를 다 낸다... 그것도 괜찮다. 나는 봐 줄 수 있다... 심각한 것은 아버지와 동네 사람들의 불평이다... 언제까지 내 힘으로 울 집 고양이 세 마리를 지킬 수 있을까...

그들과 공존하고픈 나의 마음은... 벌써 4년째 정이 들었다.. 겨울에는 집도 만들어주고, 밥도 꼬박꼬박 주고.. 나만 보면 좋아서 야옹~하면서 달려오는 그네들을 보면 마음이 푸근해진다...

교미...교미... 제발 빨리 끝내고 밤에 조용히 있으면 안 될까...??

슬프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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