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7시 30분 시작하는 연극 '비언소'를 보았다. 변소라는 뜻이란다.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경성대 소극장으로 열심히 올라갔다. 부산 '문화향기'와 서울극단 '차이무'의 공동제작 프로제작 연극이란 거창한 수식어를 보았다. 연극을 잘 모르는 나는 이제껏 본 연극이라고는 손에 꼽을 정도...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햄릿'이었다. 엄청 유명한 극단과 배우들의 연극이었는데, 이제는 다 잊어버리고 그저 보았다는 아스라한 추억과 흐릿한 생동감만 남아있다.
5명의 배우들이 화장실에서 펼치는 갖가지 이야기들... 간첩이나 사기꾼 등 범죄자들을 신고하여 포상금을 받으려는 사람, 불의를 보아 넘기지 못하는 청소부 아줌마, 돈 많이 못 벌어서 자가용 없이 버스 타고 다니는 글쟁이, 포르노스러운 연극을 연출하는 연출가, 배우 지망생, 작은 꿈이라며 시골의 집 한채, BMW, 머시기 양주 50년산, 홈시어터, 좋은 오디오 - 뭐라더라 진공관 어쩌고..-, 해외 여행을 하고 싶다는 사람 등의 이야기를 재미나게 풀어놓고 있었다. 나중에 소독한답시고 농약 뿌리는 통으로 물을 뿌려 젖기는 했지만, 웃는다고 배가 고플 지경이었다.
연극을 보며, 좀 더 많은 문화 생활을 즐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관객과 배우가 하나가 되어 만드는 세상.. 영화와는 달리 관객이 참여할 수 있는 무대가 존재한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곧 연극제를 한다는데, 난 또 보러 갈거다. 친구가 시민회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덕에 할인도 되고 좋지 않나.
무척 더운 하루였지만, 또한 무척 살아있는 느낌을 가질 수 있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