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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란 무엇인가
유종호 지음 / 민음사 / 199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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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란 무엇인가? 라는 커다란 화두 아래 이 강의의 마지막 디딤돌은 바로 한 권의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다. 짧은 시간 안에 전문서적을 독파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태 배운 공부를 버팀목 삼아 애써 글을 읽다보니 이번 강의와 많이 닮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먼저 일탈의 시학. 시나 산문을 읽을 때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기호내용 즉 기의(signified)이다. 다시 말해 글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이미지가 떠오르고 그것을 기억하는 것이다. 글자 하나하나를 기억하는 이는 드물다. 그래서 시를 쓸 때 어떻게 하면 글이 더 생생하고 즐겁게 전달 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 그 문제에 대해 유종호 님은 좋은 시는 기호내용보다도 기호표현의 에너지로 홀로 서면서 우리의 주의력을 당긴다고 말한다. 주어진 기호체계에서 수직적으로나 수평적으로나 최상급의 선택이 이루어진다면 그 작품은 더할 나위 없이 교훈적인 시가 된다. 한가지 더 살펴보자. 문학에서 표현이 너무 친숙하거나 낯익은 것이라면 물리기 십상이다. 사람에게는 낯선 말에 대한 어느 정도 관심과 선호도가 있다. 낭만주의 시에서 멀고 생소한 것은 그 자체로서 미적 기능을 발휘한다. 생소한 낱말의 사용은 기의보다 기표가 순기능을 발휘하는 시 언어의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가령 사투리를 넣은 시, 일상의 진부함을 벗어나고픈 출발충동의 시 등은 시행을 기표대로 기억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또한 독자를 즐겁게 해준다.
    숨어있는 부호. 사람들의 말속에는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관습과 가치관이 베어있게 마련이다. 이렇게 많은 것이 묻어있는 언어는 시인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기도 한다. 모든 낱말에는 무수한 선인들이 발음하고 발언했다는 뜻에서 보이지 않는 인용부호가 숨어있다. 이런 보이지 않는 인용부호를 시인은 작품 속에 되살려서 자신의 언어에 더욱 풍부한 울림을 보탤 수 있다. 관습덩어리인 말을 덧붙임으로써 아무도 써보지 않은 진귀한 어휘로  변용된다. 즉 낯익음에서 낯섦으로 변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호텍스트성, 대화이론으로 검토되고 있는 시가 시를 낳고, 말이 말을 낳는 현상은 시인들이 기대고 있던 전통적 소양이기도 하다. 시인들은 먼저 나온 시를 비판하기도 하고 인유를 사용해서 자신의 작품에 울림을 가하기도 한다. 경험을 중요시하거나 사실을 덮어버리는 수사법을 통해 자신의 생각이 표출되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한편의 시속에 시인의 사상과 이념이 물씬 풍겨 나오는 게 아닐까.
    세 번째 시와 은유. 시의 비유적 표현에 대해 쉽게 알기 위해 시 한편을 살펴보자.
      
        네가 가던 그날은
        나의 가슴이
        가녀린 풀잎처럼 설레이었다

       하늘은 그린 듯이 더욱 푸르고
       네가 가던 그날은
       가을이 가지 끝에 울고 있었다.
 
       구름이 졸고 있는
       산마루에
       단풍잎 발갛게 타며 있었다.
                               ― 김춘수, 「네가 가던 그날은」
   
    김춘수 님의 이 시는 비유적 표현이 아주 편안하게 자리잡고 있다. <가을이 가지 끝에 울고 있었다>는 은유는 딱 보기에도 매우 독특하고 창의적이라 느껴진다. 이 행은 작품 전체와도 어색하지 않고 잘 어울리며 그 효과에 기능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파란 가을 하늘과 가을 나뭇가지의 어울림이 빚어내는 은유 효과는 절묘하다. 그러나 <구름이 졸고 있는>, <단풍잎이 발갛게 타며 있었다>와 같은 은유에서는 그다지 끌리지 않는다. '구름'과 '존다', '단풍잎'과 '탄다'는 유사성이 너무 밀접해서 시적 긴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즉 죽은 비유인 것이다. 비단 시에서 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말들 중에도 죽은 비유는 허다하다. <네가 다 말아먹었어>, <목에 힘주지 마>, <여자 치마폭에서 놀고 있네> 등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이렇듯 비유는 언어의 장식이나 생각의 의상이 아니라 언어의 구성요소이다. 언어 자체가 은유적이요 말이 은유이다. 따라서 은유의 구조는 다양하고 다채롭다. 첫째 구상화의 은유이다. 문명의 횃불, 별리의 고통처럼 추상적인 것에 구체성을 부여하며 신체적인 특성을 부여하는 은유다. 둘째 애니미즘 성향 은유이다. 즉 무생물에 대해서는 생명 있는 것의 특징을 부여한다. 성난 파도, 산허리, 노한 바다 등이 그것이다. 셋째 인간화 은유다. 인간 아닌 것에 인간의 특징을 부여하는 은유로 정다운 고향, 황소 웃음 따위를 들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공감각적 은유는 청각적 의미를 시각적인 의미로 옮겨 쓰는 것처럼 감각영역의 의미 전이를 꾀하는 것이다. 요란한 색깔,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 등이 있다. 은유는 단순한 장식이나 충격어법이 아니라 취지와 수단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특유한 진실과 통찰을 전달하며 의미를 창출하는 것이다. 은유적 표현에서 상징하는 무엇은 독자들에게 신비감을 제공한다. 표현 속에 숨어있는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 독자의 몫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시적이라는 것. 산문시는 시일까? 즐거운 비명, 소리 없는 아우성과 같은 비유는 모순어법이다. 조화되지 않고 언뜻 모순되는 낱말이나 의미를 특정 효과를 위해 결합한 것이다. 이런 모순어법은 우리의 일상적 지각이나 상식을 파괴함으로써 보다 효과적인 진리표현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시와 산문은 흔히 정반대 되는 것으로서 대조적으로 생각한다. 그렇다면 산문시는 모순어법이라고 할 수 있다. 시는 시이지만 산문의 꼴인 시. 산문시는 내용의 깊이를 얻는 대신 시 고유의 음률성은 소홀히 된다. 그렇다고 시가 아닌 것은 아니다. 산문 쓰듯 하면서도 길이가 비교적 짧고 불규칙적이긴 하지만 어느 정도의 행갈이를 한다면 운문이라고 명명하기에 무난하다. 거기다 시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다면 산문과는 다른 운문의 느낌이 명백할 것이다.

        아배는 타관가서 오지 않고 산비탈 외따른 집에 엄매와 나와 단둘이서 누가 죽이는       듯이 무서운 밤 집뒤로는 어늬 산골짜기에서 소를 잡아먹는 노나리꾼들이 도적놈들같       이 쿵쿵거리며 다닌다.
 
    백석 님의 이 작품은 꼭 산문 쓰듯이 써내려 간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독특한 소재 처리방식이 우리로 하여금 이 글이 운문라는 사실을 의심치 않게 한다. <시적인 것>을 조성하는 산문시는 우리 시의 매력 중 하나지만 소리와 음률성을 지나치게 멀리한다면 불필요한 소음이 발생한다. 소리와 뜻, 음률성과 의미 사이의 조화로운 균형을 통해서 세상과 사람살이를 노래한다면 시의 자리가 우뚝 설 것만 같은 기대는 내 어리석음일까.
    여태까지 화두에 접근하기 위해 여러 가지를 살펴보았다. 책의 일부이지만 강의내용과 맞물려 그나마 잘 이해된 부분을 간추린 것이다. 독특한 글 쓰기 방식인 시를 이해하고 내 나름의 시 세계에 큰 도움이 되었다. 보통 사람들은 '시'라고 하면 보통 소재가 특별한 무엇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정작 시인은 아무도 봐주지 않는 사소하고 소박한 것에 정을 두는 경우가 많다. 사태나 이데올로기, 정치적 상황들조차도 이러한 작은 것에서부터 찾아 넓혀간다. 그런 눈을 가진 모든 이는 시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뛰어난 문장력과 감성의 소유자만이 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고 잘 쓸 수 있다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기보다는 많은 시를 접하면서 점점 시를 보는 눈을 넓혀 가는 것이 중요하다. 여태 살펴본 것은 기본적인 이론 그러니까 시의 정체성을 알기 위해 제일 처음으로 알아야 할 것들이다. 이제 출발은 여기서부터다. 시가 과연 무엇인가를 알 때까지 나의 무한한 가능성을 끌어올릴 생각이다.
    끝으로 교수님께서 사랑 가득한 눈빛으로 이야기하시던 별꽃이 그리도 궁금해 허리를 굽혀 그 앙증맞고 예쁜 꽃을 찾았다. 콘크리트와 시멘트로 둘러 쌓인 나에겐 아주 값진 선물이 아닌가 싶다.

       일찍 찾아온 너를
       영접하지 못해서 미안해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꿈을 짓밟아서 미안해
       너를 아프게 해서 미안해
       꽃처럼 웃고 있는 너를
       별처럼 울고 있는 너를
       미안해
                               ―조달곤, 「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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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3-16 0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꼬마요정님 이책을 읽으니 시가 오히려 더 어려워 지는것같아요 ^^ 우연히 리플보고 왔는데 다른 것 몰라도 별꽃이란 시 정말 잘 감상하고 갑니다 ㅋㅋ
본책에는 실려있지 않던 시인데 요정님이 직접 저자의 강의를 들었나 보네요~
한번 더 읽어보고 저도 시를 감상할 수 있는 교양(?) 좀 길러 볼랍니다
수고하세요~
 
벽을 오를 수 없으면 문을 만들어라
찰스 레버 지음, 박혜련 옮김 / 아름다운사회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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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나름대로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다 읽고 난 후 느낀 실망감은 어쩔 수 없었다. 너무 큰 기대를 했었나보다.

이 책은 처음은 상당히 괜찮았다. 주제도 괜찮았고, 예시들도 적절했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너무 미국적인 사고방식이 많았고, 주제에 대한 예시도 적절하지 않고, 그 예시에 대한 부연 설명조차 어긋나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지나치게 사랑과 정의를 강조한다. 게다가 같은 말도 반복한다. 이 책은 문을 만들기 위한 실천적이고 행동적인 지침서가 아니라 지나치게 이론적이고 추상적이다.

혹시나 이 책을 구입하시고 싶으시다면 책방에서 빌려보신 후 결정하시면 좋겠다. 물론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이 책을 보고 감동받으신 분도 많을 것이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 책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다만 내가 느꼈을 때는 그렇다는 것이다.

나도 그렇지만 모두들 조금씩 미국식 사고 방식에 젖어 드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역시 책의 힘, 문화의 힘이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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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옹
필립 빌랭 지음, 이재룡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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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에느로의 작품 '단순한 열정'을 읽고, 바로 이 책을 읽었다.'매순간 질투의 지옥이었고, 매순간 이별의 준비였고, 미칠 듯한 탐닉의 시간이었던 사랑!' 책 뒤에 적혀 있는 이 문구처럼 이 책을 잘 설명하고 있는 문구는 없을 것이다. 냉정한 어조로 A에 대한 질투의 감정을, 아니를 향한 사랑의 감정을, 수없이 연습하던 이별의 순간을 차분하지만 열정적으로 적고 있다.

냉정과 열정이 공존하면서 너무도 담담하게 사실적으로 쓰고 있는 작가는 책에서 마치 아니가 잊혀진 옛 연인인양, 아직도 잊지 못하는 사랑인양 모순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그리고 있다.

'단순한 열정'을 읽고 즉시 이 책을 읽어서인가 마치 '단순한 열정'의 2편인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그만큼 필립은 아니의 문체를 따라가고 있었다.

이것 역시 그녀를 향한 그의 간절하고 미칠듯한 사랑의 고백인 것일까... 이제는 떠나가버린 연인에 대한 질투의 절정인 것일까... 이 책을 읽고, '단순한 열정'을 읽을 때의 마음처럼 가슴이 아팠다. 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의 술렁임은 그래도 어쩔 수 없이 글에 배어나오는 그의 질투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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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갈나무 투쟁기 - 새로운 숲의 주인공을 통해 본 식물이야기
차윤정.전승훈 지음 / 지성사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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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갈나무란 무엇인가. 신갈나무는 참나무류 중에서 우리나라 산림의 아주 많은 면적을 차지하고 실로 이 땅의 주인이 되어 가고 있는 참나무류의 대표이다.

저자는 책머리에 이렇게 밝히고 있다. 하나하나의 명칭을 제대로 부른다는 것은 사물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바탕이 된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참나무가 아닌 신갈나무가 되는 것은 사물에 대한 정확한 인식에서 출발하고자 함이다...라고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정말 사고 싶은 책이었다. 표지도 깔끔하고 사진도 무척 많고 보통 식물을 다룬 책과는 달랐다. 내 마음을 당기는 그 무언가가 있었다. 그래서 난 책값이 좀 비쌌지만 큰 맘 먹고 샀다. 그리고 이 책은 나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다. 읽고 난 뒤 거리를 거닐면서 보이는 모든 나무가 꼭 신갈나무 같아서 쓰다듬어 주고 싶었다.

이 책에 나타나 있는 신갈나무들의 인생은 치열하고 열정적이며 후회를 남기지 않는 그런 삶이었다. 그리고 미래를 위해 남겨두는 고귀한 희생까지 나무란 자연이란 그런 것이었다. 또한 그들이 가지고 있는 효율성이란... 너무 존경스러웠다.

사람도 나무처럼 살아야겠다. 그렇게 되면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면서 치열하고도 아름답게 그렇게 살 수 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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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서명작선 16 하서명작선 100
이광수 지음 / 하서출판사 / 199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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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의 근본은 농촌이며, 그 농촌으로 돌아가 무지한 농민들을 계몽해야 나라가 일어설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주인공인 허숭은 서울에서 전문학교 법과를 졸업하고 고등문관 시험에 합격하여 변호사가 된다. 하지만 그는 명예보다는 농촌에서의 계몽활동에 더 관심을 둔다. 그래서 아내 정선과 다툼을 하지만 진정으로 허숭을 이해하게 된 정선 역시 농촌에서 허숭을 도와 계몽 운동을 한다.

이 책은 이광수가 브나로드 운동을 돕기 위해 창작하여 동아일보에 연재한 글이다. 그래서인지 우연적인 요소가 많고, 목적성(농촌을 계몽해야 한다는)이 강하다. 그래도 앞서 발표한 무정이나, 유정 등의 이성간의 사랑을 다룬 소설보다 훨씬 진일보한 글이다. 그리고 여기서 춘원이 아직 일본에 물들기 전이었기 때문에 우리 민족이 지고 있는 문제점들을 우리 민족 스스로가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배워서 타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금 비현실적인 듯 하지만 괜찮은 이상이다.

그가 변질하지만 않았더라도 그는 우리 문학상에서 인정받는 큰 작가였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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