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른 5월에 마스크 벗고 퇴근 후 커피숍에서 우아하게 독서하려는 꿈은 후~ 망하고 이제 5월도 몇 시간 안 남았네요. 다음 주 화요일에 하는 독서 모임 책을 마저 읽다가 뇌에 잠시 냉각이 필요한 듯하여 물감님께 편지를 씁니다. 벌써 세 번째네요. 어쩌다보니^^; 나비종의 월말편지 시리즈가 될 판입니다.ㅋㅋ

 

글이란 게 가만히 생각해보면 정말 신기해요. 단지 모음과 자음의 수많은 조합일 뿐인데 그게 의미로 전해지고 그로 인해 마음이 움직인다는 사실이요. 단어의 의미나 문맥은 사회적인 약속일뿐인데 고요한 글자들로 심장이 뛰고, 기쁨과 즐거움이, 좌절과 슬픔이 느껴질 수 있다는 건 기적과도 같은 일이겠죠?

 

조사 하나로도 심장이 철렁하는 순간을 마주할 때마다 글 쓰는 이의 책임감을 생각해요. 단어 하나를 선택할 때마다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구요. 인간의 영혼이란 매우 섬세한 실 가닥처럼 결이 고와서 마음으로 글자가 들어올 때마다 둥둥 울리게 되는 장면을 가끔 상상해요. 잔잔히 울리는 클래식 기타의 소리와 같은 글을 쓰고 싶어요. 지친 이들에게 휴식과 위안이 되는 시간을 건네고 싶거든요. 저에게도 스스로 그런 시간을 선물하고 싶구요.

 

요즘은 글을 쓸 때, 배열에 많은 신경을 써요. 문단의 배열에 따라, 한 문장에서도 부사나 명사의 위치에 따라 느낌이 확 달라진다는 사실을 많이 느꼈거든요. 글 쓰는 시간만큼 편집 시간이 점점 오래 걸리고 있어요. 문단이 앞으로 갔다 휙 뒤로 갔다 한꺼번에 없어졌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한답니다.ㅎㅎ 물감님은 글을 쓰실 때 어떠신가요?^^

 

지난 16일에 서울로 둘째를 보내고 헛헛한 마음에 다음 날 시 2편짓고 한동안 글을 쓸 수 없었어요. 학교일이 바쁘기도 했지만 반드시 그런 이유만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서재 달력을 보니 오늘 올린 리뷰가 2주 만에 올린 글이더군요. 봉인되어있던 답답함이 풀린 듯 새벽의 몽롱함 가운데 후련한 기분을 느꼈어요. 서로의 리뷰에 댓글로 대화를 나누다 이 여세를 몰아 물감님께 짧은 편지를 씁니다. 글에 대한 고민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유일한 분이라^^; 잘 지내세요~ 다음 달은 베니스에서 만나뵈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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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20-06-03 13: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제 이런 글을 쓰셨담니까 ㅎㅎ 감사합니다.
글의 힘은 참 오묘하죠. 똑같은 글인데도 정성에 따라 의미전달이 천지차이니까요. 그래서 더욱 신중해지나봅니다. 아직 스마트폰이 삶을 지배하기 전에는 손편지도 참 많이쓰고 그랬는데, 이젠 전혀 쓰질 않게 되네요. 종이에 사각사각 쓰는 손맛이 좋았는데 말이죠 ^^ 이 최첨단 현대사회 속에서 저는 여전히 아날로그 감성으로 살고 있지만 아직까진 이런 삶도 나쁘지 않더라구요 ㅎㅎㅎ

저의 글 쓸 때가 어떻냐고 물으신다면... 음. 일단 생각나는 글을 두서없이 냅다 씁니다. 그리고 그 문장들을 가지고 테트리스를 해요. 요리조리 맞춰보고 얼추 모양새가 난다 싶으면 이음새와 살을 좀더 붙이죠. 그리고 입으로 직접 읽어봐요. 발음이 매끄럽게 읽히는지, 반복되는 말은 없는지, 줄여도 되는 구간은 없는지, 단어선택을 잘못한게 없는지 등등. 이렇게 나름의 퇴고작업을 거치면 네이버 오타교정기로 최종 검수를 하고 종료합니다. 물론 이건 리뷰에 해당되는데요, 일기같은 글은 그냥 프리하게 쓰구요~ 암튼 나름의 절차를 충분히 거쳐서 작성하기 때문에 완성된 글은 수정을 하지 않습니다. 딱히 아쉽거나 고칠부분이 안보이기도 하는데, 발견되더라도 안고치고 그냥 놔둬요. 어쩌다 느끼는 아쉬움이 반가워서요 ㅎㅎㅎ

자녀분을 멀리 보내시려니 마음이 휑하셨겠어요. 저는 반대로 부모님하고 멀어져서 우울했었거든요. 부모님이 집근처 사시다가 작년 겨울에 멀리 이사가셔서 그때는 저도 책이 안읽혀졌어요. 그래도 시간이 지나가니 아물긴 하네요. 나비종님도 시간이 필요하실거에요. 페스트에 나온 내용처럼 매일 매일을 성실히 살아가는 게 진리입니다^^ 기운내시고 자녀분 많이 응원해주세요. 또 우리는 우리대로 잘지내기로 하구요~

우울함이나 답답함을 푸는 치료방법중에 풍선 불기라는게 있더라구요. 풍선에 바람을 힘껏 불다보면 어느정도 스트레스가 해소된다고 하네요. 저도 나중에 해볼까 해요 ㅎㅎ 나비종님도 근심 가득하실때 해보시길 추천합니다~ 어느덧 6월이 되었네요. 날이 더웠다 추웠다 그러는데 몸조심하시고 새로운 리뷰로 만나길 바랄게요^^

나비종 2020-06-03 21:25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내가 쓴 손편지가 상대에게 전해지기를, 상대로부터 답장이 오기를 기다리던 날들이 떠오르네요. 세상에 단 한 편 밖에 없는, 폴라로이드와 같은 글이었는데 말이죠.^^ 한 때 편지지를 고르는 순간이 기쁨이었던 적도 있었는데 음, 아득하네요.ㅎㅎ 점점 아날로그적인 요소에 끌려요.

글쓰는 과정은 거의 비슷한 패턴을 나타내나봐요. 놀라운 싱크로율입니다ㅋㅋ 다만 저는 오타교정기는 쓰지 않고 자신이 없는 단어는 글쓰는 중간에 네이버 국어사전을 찾아봐요.^^; 오타는 고치는 편이예요. 맞춤법 틀리는 인간을 보면 매력지수가 확! 떨어져서요.ㅋㅋ 저는 그러지 않으려고..어쩌다 오타가 발견되면 생각하죠. 아..이제 나도 나이가 들었구나 하고^^;

이십여년 데리고 있던 아이라 더욱 허전한가봐요. 페이스톡을 자주 해도 갈증이 나서 이번 주 토요일로 세 번째, 또 만나러 올라가려고 합니다.ㅋㅋ
매일매일 성실하게 일하고 책 읽으니 조금씩 덜해졌어요.이젠 글도 자주 쓰려구요.
우리 나물 모임도 점점 깊은 맛이 우러나고 있는 거겠죠? 된장처럼ㅋㅋ

나중에 과학실 꺼 가져다 해봐야겠어요.마찰전기 실험용으로 풍선이 무~~지 많거든요ㅎㅎ 숨이 딸려서 애새끼들에게 불라고 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제가ㅋㅋ 2학기에는 실험을 할 수 있을 지 알 길이 없지만요.
이번에는 조금 일찍 베니스로 가려구요. 근데 조금 아까 3쪽 읽었는데 당최 뭔 소린지^^;;; 어쨌든 부지런히 헤엄쳐가볼게요~~^^
 
페스트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33
알베르 카뮈 지음, 유호식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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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쪽이 더 공포스러울까. 100미터가 넘는 롤러코스터와 귀신의 집, 퇴근 후 매일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와 한 달에 한두 번 폭력을 행사하는 어머니, 조스 영화에서 상어가 다가오는 장면과 창문에서 불쑥 등장하는 허연 물체. 개인차는 물론 있겠지만 많은 경우 사람들은 후자에 공포를 더욱 많이 느낀다고 한다. 세 가지의 공통점은 예측할 수 없음이다. 시기를 알 수 없거나 대상을 가늠하기 어려울 때 인간의 불안은 극대화가 된다. ‘지금까지는 그저 불쾌한 사건이라고 불평하는 정도였다면, 이제는 규모를 정확히 할 수 없고 원인도 규명할 수 없는 이 현상에 뭔가 위협적인 면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p26)’

 

비록 시간은 단축되었지만 등교해서 마스크 쓴 채 7교시까지 쉬는 시간 없이 스트레이트로 수업을 받는 아이들. 해본 적이 없는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며 시행착오를 겪고, 등교 수업이 시작된 후에는 마스크 쓰고 수업을 하면서 뇌에 산소가 부족해지는 어질하고 띵한 느낌으로 퇴근 후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쓰러지듯 잠이 든 엊그제. 새벽 2시에 겨우 일어나서 4시에 원격으로 결재 올리면서 달력을 보았다. 겨우 2일 지났을 뿐인데. 6월이 다 되도록 담임교사의 제대로 된 얼굴을 전혀 알지 못하고, 목소리와 문자로 익숙해진 학생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마스크로 차단되지 않은 기분 좋은 공기를 당연한 듯 들이마시던 일상이 값진 것이었음을 자주 깨닫는 요즘이다.

1940년 대 416일에서 이듬해 2월까지 페스트로 인해 폐허가 되어버리는 한 도시와 그 안의 사람들의 치열한 모습을 담은 소설 <페스트>. 요즘 우리가 겪고 있는 상황과 놀라울 정도의 싱크로율을 보인다. ‘딱 한 가지 의미에서 성가신 일이 될 겁니다. 이런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거든요.(p23)’ 감기 증상과 비슷한 코로나19가 공포에 가까운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보이지 않는 미세한 비말로 전파된다는 점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질병으로 인한 혼란스러움 때문일 것이다.

 

드라마틱한 줄거리에 입체감 있는 캐릭터가 등장하지는 않는다. 계속 남아서 페스트에 걸린 이들을 돌보는 의사 리외에게는 소명을 다하려는 담백함이 있지만 밋밋하다. 취재 차 도시로 들어 왔다 페스트로 도시가 폐쇄되자 도시를 벗어나려 안간힘을 쓰다 결국 남기로 한 기자 랑베르도, 도시의 풍경을 매일 수첩에 기록하던 노인 타루도, 범죄를 저지르고 도시로 들어온 코타르도, 묵묵히 자기 일에 몰두하는 그랑도. 그 외 다른 인물들도.

페스트로 고통받는 도시의 구석구석을 스케치하듯 매일 그려낸 평범한 수기를 읽은 듯하다. 오히려 소설에서는 개개인의 캐릭터보다는 도시의 풍경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들 전체의 심리에 대한 날카로운 해석에 초점이 맞춰진다. 카뮈의 문장 하나하나에 공감하며 세태와 이를 꿰뚫어 보는 작가의 통찰력에 몇 번씩 감탄했다. 작가를 높이 평가한 점은 1947년에 출간된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문장들이 현실적으로 피부에 와닿는다는 점이다. 올해가 아닌 다른 시기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이 정도로 와닿지는 않았을 듯싶다.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진정으로 고통을 나눌 수 없다는 끔찍한 무력감을 증명하듯 보여주고 있었다.(p165)’ 요즘처럼 통일된 사회적 분위기가 있었던가. 계속되는 거리 두기로 지쳐가던 심정을 떠올렸다. ‘그런데 이 망할 놈의 병은! 그 병에 걸리지 않은 사람까지도 마음으로 병을 앓게 한다니까요.(p138)’ 지난 3월까지는 하도 집에만 있다 보니 마음이 계속 가라앉았다. 4월부터 몸도 지치고 마음도 지쳤다. 527일부터 아이들과 마주하면서 오랜 시간의 마스크 착용으로 종종 숨이 막혔지만 마음의 숨통은 트이는 것 같았다. ‘페스트와 싸우는 유일한 방법은 성실성입니다.(p194)’ 외출 시 매번 마스크를 하고, 손 씻기를 일상화하는 것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직접적인 실천 방법이다. 유일한 방법이 성실성이라는 말이 맞다. ‘질병은 얼핏 보면 포위된 자로서 느끼는 연대 의식을 시민들에게 강요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동시에 전통적인 군집 관계를 파괴하고 사람들을 저마다 고독에 잠기게 했다. 이로 인해 혼란이 초래되었다.(p203)’ , ‘페스트가 사실은 유배와 이별이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p348)’ 앞의 두 문장이 페스트의 본질과 이로 인한 영향을 날카롭게 분석한 핵심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겪고 있는 상황에 적용해도 어색함이 없는 문장들을 접하니 기분이 묘했다. 우리 은하 밖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느낌이랄까. 보다 객관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었다. 인간 본성도 공통으로 존재하는 요소들이 있어 법칙화할 수 있는 걸까.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은 끝도 알 수 없음이다. 소설의 결말은 언제든 페스트가 다른 도시를 덮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코로나19가 언제쯤 종식이 될지 지금은 아득하지만, 올해의 언젠가 다행히도 마스크를 벗게 된다 해도 긴장을 늦추면 안 되리라. 500년 된 씨앗에서 연꽃이 피어난 것처럼 잠복된 바이러스는 활성화될 환경이 갖추어지면 언제든 퍼져나갈 수 있다. 침스러운 거 질질 흘리던 외계생명체를 클리어하는 영화의 엔딩에서 카메라가 마지막 침방울이 스물스물 꿈틀거리는 장면을 한구석에 클로즈업해서 이게 끝이 아님을 암시하는 것처럼. 투비컨티뉴드인 거다. 우리의 경우도 마찬가지 아닐까. 방심하면 언제든 반복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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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20-05-31 11: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전을 포함해 모든 문학이 독자마다 느끼는 바가 다른데, 이 작품은 느낌도 감상도 다 비슷비슷 한거 같더라구요. 아니면 지금 시기가 한 몫 하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말씀하신대로 현실과 싱크로율이 100%이다보니 전 스토리에는 집중하지 않았어요. 작가도 리외를 통해 담담하게 풀어나갔다지만 단지 그걸 말하려는게 아니었을테니까요. 보통의 재난/디스토피아 책들과 다르게 이 책은 일말의 희망도 주지 않아서 오히려 더 처참하고도 리얼했어요. 저는 오만한 인간들이 실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일깨워주는 교훈을 좋아하거든요. 물론 인간의 위대함이나 존엄을 상기시키는 작품들도 좋지만 그런 작품만 읽으면 금방또 오만해져버리는 게 인간인지라...

‘페스트와 싸우는 유일한 방법은 성실성입니다.(p194)‘ 저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 문장인데, 지금보니 이게 정답이네요. 다 틀렸다며 모든 걸 내려놓거나, 힘들다며 스스로를 망가뜨리거나 해서는 안되겠지요. 혹독한 겨울을 버텨내고 봄을 맞이한 나무에게 나이테가 하나 더 생기면서 튼튼해지듯이 우리도 묵묵히 또 성실히 버티고 이겨내는 게 맞다고 생각이 듭니다. 사실 여러모로 바쁘고 힘드실 나비종님 생각을 자주 했어요. 그래서 이번 모임은 6월까지 연장하자고 할까 했는데, 이렇게 약속을 지켜주셔서 감사하네요^^ 5월도 수고 많이하셨구요, 6월은 잠깐 쉬어가실까요? 나비종님 상황이나 여건이 좀 나아지실때 알려주시면 다시 모임 진행해도 괜찮아요!

나비종 2020-05-31 15:25   좋아요 1 | URL
다수의 문학이 시대를 반영하기 마련인데 과거에 나온 작품을 현재 적용해도 전혀 이질감이 없다는 점에 신기했습니다. 인간의 본성이란 시대를 거슬러도 변하지 않는 그 어떤 것이 있는가 하구요. 그걸 매의 눈으로 찾아낸 작가의 통찰력이 놀라웠습니다.
희망적이지 않아서 오히려 생생한 다큐의 느낌을 받았던 것 같아요.
공감합니다. 실은 위태위태한 위상으로 끊임없이 갈등하면서도 무감각해지는 잔인함을 지니기도 하는 인간의 오만함에.

저만 바쁜 건 아니었겠지만, 힘들다고 푸념하는 건 다같이 어려운 시기에서 사치였겠지만, 퇴근 이후의 시간까지 할애를 해도 끊이지 않는 일에 점점 지치더라구요. 그래도 이 모임 덕분에 버텨낼 수 있었습니다. 토나올 것 같은 일들을 후딱 해치우고 빨리 책을 읽고 싶다, 어서 리뷰를 쓰고 싶은 마음이 5월을 견디게 했어요.^^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물감님! 그냥 해요, 우리. 오늘 못하면 내일도 못한다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인간이라 조금 더 치밀하게 틈새 시간을 확보하려구요. 제가 자발적으로 즐거운 마음으로 하는 유일한 일을 다른 일들에 묻히게 하고 싶지 않아요 ㅎㅎ 다음 달에 봬요~~^^*
 

저만치서 검정 비닐 들고
휘적휘적 걷는 사람이
다시 또 보는 저 사람이
자꾸 눈길 가는 저 사람이

너일 리 없는 너였다가
너를 닮아있는 너였다가
너를 불러오는 너였다가
너였으면 하는 너였다가

지금까지 아른거려
처음 보던 그 사람이
아무 상관 없는 그 사람이
맘에서 떨어지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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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혼자가 된 낮
아무렇지 않은 듯이 웃었다
눈물을 가리기에 적당한
웃음 가면은 포춘 쿠키가 되어
텅빈 심장을 둘러쌌다
왔다갔다 일을 하고
한낮을 닮은 이모티콘을 보냈다

비로소 혼자가 된 밤
너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어둠 속에 서성이다
조각조각 부서진 포춘 쿠키에
심장이 자꾸 따끔거려
가까스로 담겨 있던 눈물이
가만가만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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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으로 머리에 닿아
흩어지는 소리 말고
산책하듯 다가가
마주 보는 가슴에
가만히 들어앉다
그의 향기를 머금고
메아리로 울리는 말을

조심스레 오가는 말에
두 영혼이 출렁이는 순간
밀려오는 삶의 파도를
한껏 품어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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