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s://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나비종 (나비종 서재)</title><link>https://blog.aladin.co.kr/nabijong</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 /><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Thu, 11 Jun 2026 12:45:54 +0900</lastBuildDate><image><title>나비종</title><url>http://image.aladdin.co.kr/Community/myface/pt_7284961141128891.jpg</url><link>https://blog.aladin.co.kr/nabijong</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나비종</description></image><item><author>나비종</author><category>독후감</category><title>자극과 반응 - [편안함의 습격 - 편리와 효율, 멸균과 풍족의 시대가 우리에게서 앗아간 것들에 관하여]</title><link>https://blog.aladin.co.kr/nabijong/17302955</link><pubDate>Thu, 28 May 2026 23:1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nabijong/1730295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02030863&TPaperId=1730295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6612/28/coveroff/k202030863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02030863&TPaperId=1730295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편안함의 습격 - 편리와 효율, 멸균과 풍족의 시대가 우리에게서 앗아간 것들에 관하여</a><br/>마이클 이스터 지음, 김원진 옮김 / 수오서재 / 2025년 06월<br/></td></tr></table><br/>망망대해는 물질세계에만 있지 않다. 사람의 내면에도 드넓은 바다가 있다. 바다를 휘휘 저어 흩어져 있는 생각들을 건져 올린 다음 서로 연결하여 정갈한 글로 옮기는 것, 오늘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다. 노트북 앞에 앉기 전까지 글은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어느 방향으로 향할지 알 수 없다. 언제 쓰느냐, 어디에서 쓰느냐, 머무는 시공간에 따라 모습을 바꾼다.책을 계기로 나를 알게 된다. 잔잔하던 마음의 바다로 저자의 생각이 뛰어 들어온다. 작용과 반작용인 듯 마음이 출렁인다. 리뷰를 쓰기 위해 마음을 들여다본다. 글은 보이지 않는 생각을 드러내는 도구다. 이토록 많은 생각이 담겨있었다니! 주인도 몰랐던 생각이 은밀하게 숨어있다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생각의 파편들이 고요를 깨뜨린다. 평온했다면 알지 못했을 생각들이 고개를 내민다. 글쓰기는 나를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이 된다.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게 만드는 책을 만났다. 『편안함의 습격』이다. 저널리스트이자 탐험가인 마이클 이스터는 과학적인 연구 결과와 자신의 경험을 제시하며 '편리와 효율, 멸균과 풍족의 시대가 우리에게서 앗아간 것들에 관하여' 말한다. 편안함이 우리의 삶을 위협한다 경고한다. 저자의 생각이 내 생각의 바다를 습격한다. 긍정적인 자극에 마음이 반응한다.  &nbsp;  교양 인문학의 범주에 포함되는 이 책을 보며 중학교 3학년 과학의 '자극과 반응' 단원을 떠올린다. 과학적인 현상을 인문학적 비유로 연결 지을 때가 있다. 두 분야는 의외로 자연스레 어울린다. 철학자로 알려진 아리스토텔레스가 과학 교과서에도 등장하는 건 사유를 확장하면 커다란 틀로 묶인다는 방증이리라. 학문의 본질은 인간과 이를 둘러싼 환경을 탐구한다는 점이니까.교사의 목소리가 자장가가 되는 시간은 5교시만이 아니다. 1, 2교시는 너무 일러서, 4교시는 당이 떨어져서, 마지막 교시는 집에 가기 전이라 지쳐서. 10대의 취침은 대체로 시간을 가리지 않는다. 생물학적으로 탄탄한 근거를 확보한 채 정점을 찍는 5교시. 탁!탁! 인간과 혼연일체가 되어 졸음의 바다를 유영하던 책상을 두드린다. 화들짝! 편안하던 몇몇 생명체가 움찔한다. 생물과 무생물의 차이점이 뭘까요. 책상은 건드려도 아무 반응이 없죠? 살아 있다면 여러분들처럼 리액션을 취한다는 겁니다. 소리 자극에 대하여 반응하는 거죠.인간이 지난 다섯 가지 감각 기관은 빛, 소리, 화학 물질, 접촉 등 외부 자극을 감지하여 반응을 이끌어낸다. 변화하는 환경에 리액션을 취하는 건 스스로 보호하고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생존 본능이다. 뜨거우면 피하고, 눈부시면 눈을 감는 것처럼.  &nbsp;  정신적인 영역 역시 외부 자극에 반응한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울부짖는 드라마 주인공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어진다. "사랑뿐이겠니?" 마음에 담긴 모든 생각과 감정은 변한다. 변하지 않는 생각은 이론적으로만 존재하는 이상 기체와 같다. 바람과 현실을 구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다만 이상 기체에 가까운 상태가 존재하듯 포용할 수 있는 범주를 정하여, 이 정도 변화까지는 괜찮다고 여기는 것이리라.편안한 마음 상태는 고요한 바다와 같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편안함을 추구'하니 이 상태가 관성처럼 지속되기를 원한다. 짧은 순간은 좋다. 귀찮고 불편하게 반응을 보일 필요가 없으니.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변화가 없는 상태는 매우 위험하다.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욕창에 걸리거나 근육이 굳어지는 것처럼. 몸이든 마음이든 환경에 반응하지 않는 상태는 살아있는 인간을 무생물에 가까워지도록 한다. 생명체는 외부 자극에 대하여 끊임없이 반응을 보여야 한다. 살아있다면, 살고자 한다면.저자는 편리한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이 상상력과 사회적인 유대, 노력과 인내로부터 멀어지는 모습을 스케치한다. 편안함을 대가로 인지하지도 못한 채 많은 것들이 증발한다는 사실을 역설한다. 편안함에 잠식되어 가는 인간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다.  &nbsp;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저자의 제안은 구체적이다. '아주 힘들어야 한다, 그러나 죽지 않아야 한다, 따분함을 즐겨라, 배고픔을 느껴라, 매일 죽음을 생각하라, 짐을 날라라.' 그의 주장은 인류가 잃어버린 감각, '불편함'을 담고 있다.마이클 이스터는 기대 수명이 점점 길어지는 현대 사회의 맹점을 파헤친다. '생존 기간은 길어졌으나 건강한 삶은 짧아졌다'고. 동네에서 위태위태한 어르신들을 마주쳤을 때 들었던 생각이 기억난다. 나, 너무 오래 살면 어쩌지? 건강하게 오래 살면 아무 문제가 없다. 문제는 제대로 걷지도 못하거나 명료한 의사소통이 어려운 상태가 지속될까 불안하다는 점이다.저자의 경험담에서 해결책을 발견한다. 그는 알래스카의 순록 사냥 원정에 참여한 경험을 실감 나게 들려주며 '불편함'이 주는 효과를 증명한다. 여러 분야의 연구 결과를 이야기 중간에 간지처럼 끼워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활용한다. 몰입 상태가 '삶을 더 풍요롭고 열정적이고 의미 있는 것으로 만드는 힘'이 있음을 생생한 사례로 보여준다. 경험과 이론의 연결이 자연스러워 체험담을 듣는 데 이질감이 없다.  &nbsp;  나이가 드니 편안하던 육체가 삐그덕거린다. 성호르몬 분비량의 변화로 묻혀있던 DNA가 존재감을 어필한다. 지속적인 내부 마찰로 또래보다 빨리 양쪽 관절이 닳아버린다. 6개월마다 대학 병원에서 무릎 영상을 찍고 관절 약을 받아온 지 몇 년째다. 더 좋아진다는 건 선택지에 없다. 나빠지지 않는 게 목표다. 처음 병원에 갔을 때, '무릎이 안 좋으니 되도록 움직이지 마세요.'라는 말을 들으리라 예상한다.운동을 하세요. 정반대의 멘트에 당황한다. 예? (무릎이 안 좋은데 운동이라굽쇼?) 모름지기 운동이란 공간을 종횡무진하며 삐질삐질 땀 한 바가지 정도를 쏟아내는 움직임이 아닌가. 누워서 하는 운동 말이예요. (누우면 자는 거지 뭔 운동이래요?) 자, 이렇게 쿠션을 받치고 천천히 다리를 들어 올렸다 그 상태에서 조금 지탱하다 내립니다, 양쪽 번갈아 가면서요. 시범을 보이는 닥터 앞에서 일단 고개를 끄덕인다. (에게? 이게 다예요?)그날 밤, 침대에 누워 부들부들 다리를 떨며 그 운동이 '에게'가 아님을 절실히 깨닫는다. 뼈를 붙들고 있는 대퇴사두근을 키워 무릎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최선책이란다. 몹시 귀찮다. 움직이지 않으면 점점 더 근 손실이 일어나요. 나이를 생각하셔야죠. 편안함을 추구하고 싶을 때마다 닥터의 음성이 재생된다. 불편한 이 운동이 나의 몸을 지금보다 건강하게 만든다는 사실은 불편한 진실이다.  &nbsp;  집에서도 혼자 있잖아. 글을 쓰거나 책을 읽기 위해 커피숍이나 스터디 카페에 간다는 내게 친구가 말한다. 아이들이 다 커서 타지에서 직장을 다니니 남편이 없는 시간에는 혼자 있게 된다. 집에서는 집중이 되지 않아. 무심코 했던 말을 곱씹는다. 집에서는 왜 집중이 되지 않을까. 심리적인 이유가 크다. 집은 집안일을 해야 하는 공간이므로 의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곳곳에서 기다리는 소리 없는 부름을 외면하기 어렵다. 나만의 장소에서 배제한다.'외부의 어떤 것으로도 자신을 규정하지 않고 오로지 자기 자신과 함께 있는 시간을 가져보자.' 책 속의 문장에 부합하는 장소가 나에게는 커피숍이나 스터디 카페다. 그곳에서 하는 일은 오롯이 나만을 위한 것이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생각을 정리한다. 글은 커피숍에서 가장 잘 써진다. 절대적인 소음의 수치를 비교한다면, 가장 열악한 환경일 텐데 말이다. 의무로부터 완벽하게 벗어난 공간에서 존재감을 찾는다.'천연 신경안정제'라며 자연을 언급하는 저자의 생각에 동의한다. 그는 자연에서 보내는 시간을 '명상 없는 마음챙김'이라며 적극 권장한다. 도심 공원에서의 20분간 산책으로도 뇌의 신경 구조에는 심대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동네 공원을 한 바퀴 돌고 왔다. 생각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아 정체된 글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던 날이다. 나에게는 확실히 효과가 있었던 행동이다.  &nbsp;  이유가 뭘까. 자극과 반응에서 답을 찾는다. 공원 나무에서 흔들리는 야들야들한 초록, 부드럽게 뺨을 간질이는 바람, 콧속으로 스며드는 풀 냄새, 기분 좋은 햇살의 온기까지 자연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나를 건드린다. 가라앉아 있던 마음이 떠오르니 생각이 재배열된다.힘든 자극으로 인한 불편함조차 삶에는 이롭다는 말에도 공감한다. '힘든 일을 해내면 그 이후의 삶이 훨씬 쉬워지고 모든 것에 더 감사하게 된다'는 문장에 나의 경험을 얹는다. 그만두고 싶은 순간을 넘어서니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불쑥 솟아 올랐지.마음이 이미지로 보인다면 어떤 모습일까. 나의 마음은 나이만큼의 성숙도로 담겨있을까. 순차적으로 나이 드는 육체와 달리 마음의 나이는 각기 다를 텐데. 내면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자각하는 것이 '마음챙김'의 핵심이라고 한다.글이 생각만큼 이어지지 않을 때, 이제는 벌떡 일어난다. 장소를 옮기거나 음악을 듣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좋은 냄새를 맡거나 몸을 움직인다. 환경에 변화를 준다. 몸과 마음은 별개의 대상이 아닌 듯하다. 변화된 환경이 나를 자극하니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반응한다. 두근거리는 심장 사이로 마음이 들썩인다. 삶이 내는 소리에 가만가만 귀를 기울인다.  &nbsp;  ※p88, 밑에서 2째 줄: 부정적인 생각들을 덜했습니다. → ~ 생각들은 ~p88, 1째 줄: 시리어 → 시어리p200, 6~7째 줄: 청소년을 ~ 국제기구 → 아래 각주에 있으니 빠져야 할 문장임]]></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6612/28/cover150/k202030863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6122829</link></image></item><item><author>나비종</author><category>독후감</category><title>스탠바이 - [나의 완벽한 장례식]</title><link>https://blog.aladin.co.kr/nabijong/17290632</link><pubDate>Fri, 22 May 2026 02:1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nabijong/1729063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52135368&TPaperId=1729063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357/53/coveroff/k95213536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52135368&TPaperId=1729063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나의 완벽한 장례식</a><br/>조현선 지음 / 북로망스 / 2026년 01월<br/></td></tr></table><br/>아직 다가오지 않을 미래, 지금의 나와는 무관한 사건, 설령 온다 해도 닥치듯 다가오지는 않으리라. 오랜 시간 죽음은 내게 이런 의미였다. 가족, 지인들에 둘러싸여 침대에 누운 주인공이 한 명 한 명 눈을 맞추고 마지막 말을 남긴 다음 자연스레 눈을 감는 드라마 속 장면이 현실과 닮아 있다 여겨온다. 삶의 마침표가 찍히는 순간을 고요히 직시할 기회가 다만 몇 분이라도 주어지리라 착각한다.폐암 말기의 만 87세 노인. 3개월~6개월 정도로 보던 닥터의 예측을 과신한 나는 최대치의 잔여기간으로 시곗바늘을 맞춘다. 2개월 9일 만에 다가온 아버지의 죽음이 더욱 충격적이었던 건 이런 이유에서였다. 예상은 가능했지만 예상하지 못하던 순간, 방에서 주무시던 당신은 고단한 육체의 무게로부터 홀연히 벗어나신다. 누구에게도 어떤 말도 남기지 않으신 채.기회가 주어졌다면 당신은 무슨 말을 남기셨을까. 세상을 떠나기 전 어떤 생각을 떠올리셨을까. 인간이 마지막까지 붙들게 되는 기억은 무엇일까. 거대한 역사적 사명을 띠는 사람도, 엄청난 위인도 아닌, 평범한 삶을 살아온 대부분의 사람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무슨 마음을 품을까. 미처 이루지 못한, 가장 아쉬운 소원은 무엇이었을까. 답변을 들을 수 없는 질문들이 먼지처럼 부유한다.  &nbsp;  『나의 완벽한 장례식』은 삶의 마지막 순간에 남는 미련에 관한 이야기이다. 유령을 볼 수 있는 스무 살 나희는 종합병원 매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다, 그곳을 찾아오는 그림자 없는 손님들의 소원을 들어주게 된다. 옴니버스 구성을 취하는 6편의 에피소드에서 주인공은 매회 망자들의 미련을 해결해 준다.그들이 붙들고 있는 소원은 허탈할 만큼 사소하다. 동네 미용실 문에 달린 아래쪽 작은 문을 열어 안에 있던 고양이를 구하고, 붕대와 알코올을 구해주고, 사무실 책상 밑에 둔 쇼핑백을 가져다주고, 핸드폰을 찾아서 보내지 못한 메일이 발송되도록 해주고, 죽은 개의 주인을 찾아 마지막 인사를 하게 해주고, 할머니의 미안한 마음이 당신의 딸에게 전해지도록 돕는 것. 당사자조차 살아가면서 상상해 보지 않았을 소원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다른 존재를 위하는 마음이 담겨있다는 점이다.'죽는 순간 꽉 잡고 있던 한 가지 기억'은 산책하다 우연히 찍히는 발자국을 닮았다. '다양한 형태로 불시에 찾아오는' 죽음이기에, '활기차고 건강하게 지속되다가도 어느 순간 절벽처럼 꺾어지기도' 하는 삶이기에 어떤 미련이 남을지 예측하기 어렵다. 소설 속에 담긴 미련들을 차례로 떠올리며 유형별로 분류해 본다. 작가가 행동 못지않게 비중을 두고 다루는 요소는 미처 하지 못한 말이다.  &nbsp;  오늘 내가 한 말, 들은 말들이 어땠더라. 하기 잘한 말, 하지 않아도 되었을 말, 듣고 싶지 않았던 말, 마음을 데워준 말들이 철썩이는 파도처럼 오갔던 하루를 돌아본다. 이제는 잔잔해진 마음의 바다에서 홍수처럼 쏟아지던 말들을 잠시 건져 올린다. 말의 온도와 질감과 냄새를 곱씹는다. 바다 밑에 잠겨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말들도 찾아본다. '하고 싶은 말이 남았다는 건 결국 했어야 하는 말을 하지 못했다는 뜻이다.'아끼는 이들의 얼굴이 스친다. 힘든 순간 기댈 수 있어서 고마웠다고, 생각하면 난로를 피운 듯 마음이 데워진다고, 나를 응원해 줘서 고맙다고, 내 삶을 따뜻하게 지켜봐 주어서 더 잘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에 덩달아 힘을 얻었다고,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가라앉아 굴러다니던 말들이 부력을 얻어 천천히 떠오른다.말은 마음을 담는 그릇이니 결국 전하지 못한 건 마음이리라. 어질러져 있던 마음을 조금씩 정리하려고 한다. 전해야 할 마음은 소중한 이에게 건네주고, 엉뚱한 데 굴러간 이석처럼 나를 어지럽히는 마음은 콕콕 집어서 버리고, 간직해야 할 마음은 손난로처럼 품으려 한다. 보이지 않는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제자리를 찾아가게 만들려 한다.  &nbsp;  요즘은 물건을 버리는 중이다. 가족들과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던 작년 8월 즈음부터 나는 강화된 미니멀리스트가 된다. 언젠가 멋지게 사용하리라. 이런 염원이 담겨있었을 선글라스 10여 개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느꼈던 허무, 포장도 뜯지 않은 소소한 물건들과 한 번도 입지 않은 당신의 옷들을 친정 거실에 쌓아 놓으며 물건의 정체성을 진지하게 생각하던 기억이 선명하다.'언젠가'의 범주에 들어가는 순간, 물건은 공간을 점령하는 아름다운 쓰레기로 머무는 듯하다. 물건의 쓰임은 현재에만 유효한 생명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굿즈를 득템하기 위해 줄기차게 책을 구입하던 시절의 모습은 이제 화석으로 남는다. 물건들을 과감하게 버릴 수 있게 된다. 기준은 명확하다. '지금 필요한가. 10년 뒤에도 필요할까. 나의 아이들에게 짐이 될까.' 물건을 앞에 두고 몇 가지 질문을 하니 결정이 쉬워진다.물건을 버리는 게 아니라 공간을 얻는 거라 하던가. 점점 단출해지는 환경에 마음이 덩달아 후련해진다. 책장은 여전히 안방의 한 면을 그린벨트로 만들고 있지만, 이 구역은 최후의 보루로 남겨두려 한다. 책장을 볼 때마다 숲에 온 듯 전해지는 안정감과 책을 펼칠 때마다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듯한 설렘의 순간을 조금 더 누리려고 한다.  &nbsp;  죽음은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장치인가. 막연하게 여기던 죽음은 구체성을 띠며 나의 삶에 자리를 잡는다. 삶의 곳곳에 다양한 형태로 등장하는 죽음이 불어오는 바람인 듯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아버지께서 남기신 선물이라 생각한다. 삶에서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할 수 있는 눈, 좋은 사람이 풍기는 내면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코, 행복을 맛볼 수 있는 혀, 힘든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 세상이 전하는 자극을 삶 전체로 받아들이는 피부. 업그레이드된 감각 기관을 장착하고 살아가는 기분이다.소설 속 유령들은 미련을 해결하고 홀가분하게 세상과 이별한다. 한 점 아쉬움 없이 떠나는 '완벽한 장례식'이다. 나의 마지막도 그런 모습이기를 원한다. 남겨진 사람들이 기분 좋게 나와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만들어주고 싶다.준비가 필요하다. 불필요한 물건을 버리고, 하고 싶은 말을 남김없이 건네고, 가뿐한 마음으로 삶을 채울 것. 과거로 뒷걸음치지 말고, 미래의 걱정을 당겨오지 말고, 늘 현재만을 살아갈 것. 언제든 큐 사인이 떨어지더라도 후회가 남지 않도록 스탠바이하리라.]]></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357/53/cover150/k95213536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3575374</link></image></item><item><author>나비종</author><category>독후감</category><title>‘평범함‘의 의역은 ‘특별함‘이다 - [흐르는 강물처럼]</title><link>https://blog.aladin.co.kr/nabijong/17212164</link><pubDate>Sun, 12 Apr 2026 17:2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nabijong/1721216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22937235&TPaperId=1721216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3161/91/coveroff/k622937235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22937235&TPaperId=1721216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흐르는 강물처럼</a><br/>셸리 리드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01월<br/></td></tr></table><br/>이제 어머니의 소원은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평범하게 밥을 하고, 평범하게 커피를 마시고, 평범하게 책을 읽고, 평범하게 산책하고, 평범하게 슈퍼에 들르고, 평범하게 TV를 보고, 평범하게 세탁기를 돌리고, 평범하게 청소하고, 평범하게 화장실에 가고, 평범하게 친구를 만나고, 평범하게 이부자리를 펴고, 평범하게, 평범하게, 평범한 일상의 범주에 포함된 무언가를 하는 것.비 오는 날에도 혹여 넘어질까 바깥 출입을 자제하시던 당신. 쨍쨍한 햇살이 퍼지던 생신날, 오랜만의 외출 길에 계단 세 개를 눈에 담지 못하신다. 왼쪽 고관절 골절, 응급실 입원, 인공 관절 전치환술, 재활 치료. 바늘에 꿰어진 실처럼 당신 삶의 동선에 내 삶의 시계가 덩달아 조정된다.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하루를 건너는 중이다. 몸은 분주한데 마음의 속도는 느려지는가. 퇴근 후 매일 병원에 계신 어머니를 보며 당신의 삶과 주변 이들을 들여다본다. 상황이 바람처럼 불어와 마음을 덮고 있던 책장을 넘긴다. 책을 읽는 듯 현실 안에 담긴 사람들을 읽는다.25일이 지난 오늘, 드라마틱한 현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지만 오랜만에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 참았던 숨을 쉬는 듯 한 달여 만에 책장을 다시 펼친다.  &nbsp;  『흐르는 강물처럼』은 한 여인이 겪어내는 삶의 여정을 그린 장편 소설이다. 1940년대 미국의 콜로라도에서 평범한 일상을 살며 가업으로 복숭아를 키우던 빅토리아의 삶은 한 남자를 만난 이후, 휘몰아치는 격변에 던져진다. 사랑하는 남자는 살해되고, 아들을 혼자 출산하고, 그 아이를 다른 가정에 버리게 된다. 어릴 적 사고로 어머니와 이모, 사촌 오빠를 잃었던 그녀에게 남은 아버지마저 돌아가시고, 고향은 수몰된다. 홀로 남겨진 주인공은 척박한 땅에 복숭아 묘목을 옮겨 심으며 상실의 아픔을 건너 자신만의 뿌리를 내린다.상실의, 상실에 의한, 상실을 위한 소설이기라도 하듯 삶의 기반을 지탱하는 요소들에 대한 상실을 모아 놓은 작품이다. 부모, 사랑하는 이, 자식, 의지하던 사람, 고향에 이르기까지 작정하고 모래성 허물기 게임이라도 하는 듯 주인공의 삶에서 차례로 무언가를 앗아간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온통 상실로 그득한 이야기는 암울하지 않다. 상실에만 머물지 않고 상실을 통해 점점 단단해지는 마음의 근육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숲으로 들어가 홀로 출산을 한 그녀는 숲이 들려주는 말을 온몸으로 받아들인다. '숲은 내게 말했다. 모든 존재를 그 자체로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 건, 바로 겹겹이 쌓인 시간의 층이라고.‘ '까슬까슬한 겉껍질을 벗겨야 달콤한 속살을 드러나는 복숭아처럼, 다시 그 순간을 지나면 단단한 씨앗을 발견하게 되는 것처럼, 그녀의 삶은 복숭아를 닮아있다.  &nbsp;  문장에서 달콤한 복숭아 향이 난다. 어쩌면 이런 비유를 생각해 낼까. '상냥함이 넘쳐흐르는 우물이 있을 것만 같은 눈, 수면 위의 나뭇잎이 걷힌 듯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물속이 보이는, 고요라는 즐거움을 위해 조각된 공간에 있는 것처럼 정적 속에서 매우 편안했던, 수제 버터처럼 보드라운 햇살을 주변 산봉우리에 나누어 주는 태양, 펄펄 끓는 시럽처럼 아주 미세한 틈으로도 스며들어 버리는 그런 슬픔, 아들의 흔적을 맛보려는 사람처럼 차가운 산 공기를 꿀꺽꿀꺽 삼켜대는, 내가 한 거짓말은 나의 침묵 그 자체여서 주워 담을 말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슬픔이라는 단단한 공이 목에 걸린 듯 헛기침을 하고는 말을 잇지 못했다는, 내 세상의 맨 바깥을 감싸고 있는 껍질이 아주 살짝 벗겨지는 느낌이라는, 숲은 마치 이끼로 뒤덮인 폭포 같다'는 표현들에 감탄한다.그녀의 마음은 삶을 겪어내며 복숭아의 씨앗처럼 단단해진다. '좀처럼 미래를 생각하는 일이 없었고, 과거를 돌이켜는 일은 그보다도 없었으며, 후회도 아쉬움도 없이 오로지 현재의 순간만을 두 손에 소중히 담고서 작은 것 하나하나에도 경탄하는' 사람, '본질을 제외한 모든 것을 비운 삶이야말로 참된 삶이라는 사실을, 그런 수준에 도달하면 삶을 지속하겠다는 마음 외에 그다지 중요한 게 없다는 사실을 가르쳐준' 사람을 마음에 품은 채 말이다.'나를 받아줄 곳이 아무 데도 없으면, 모든 곳은 그저 아무 곳도 아닌 게 된다'는 사실을, '하루하루 선택한 삶을 만들어 나가는 건 좋은 삶'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그녀는 '내게 없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동시에 내 앞에 놓인 것들에 감사'한다.  &nbsp;  책의 제목인 '흐르는 강물처럼'은 그녀가 사랑한 남자가 해준 말이다. '흐르는 강물처럼 살 거야.' 소설의 3분의 1지점에서 등장한 이 문장의 의미는 그만큼의 시간을 건너며 깊이 있게 우러난다. '우리 삶은 지금을 지나야만 그다음이 펼쳐진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도가 없고 초대장이 없더라도 눈앞에 펼쳐진 공간으로 걸어 나가야만 한다.'거대한 강물인 듯 서사가 한 방향으로 유려하게 흐른다. 이야기가 일관된 결로 흐르는 데는 소설 속 요소들의 상징적 역할이 크다. 척박한 땅에서도 피어나며 강인한 생명력을 드러내는 야생화와 야생초, 콜로라도의 자연과 원주민 문화를 연상시키는 모카신, 건조한 모래땅에서도 살아남는 세이지 덤불, 고산 지대에서 볼 수 있는 다람쥐과 마멋, 소박하면서도 건강한 비스킷, 주인공이 가족과 이웃을 위해 준비하는 복숭아 파이와 따뜻한 캐서롤, 거친 환경을 견디고 가장 늦지만 풍성하게 익어가는 만생종 복숭아, 행복과 섬세함이라는 꽃말도 있지만 척박한 땅에서 피어남으로써 외유내강의 삶을 드러내는 수레국화, 비바람을 견디며 구부러진 곡목에 이르기까지. 그녀가 겪는 모든 요소가 모여 하나의 태피스트리를 완성할 때, 작품 전체는 한 덩어리의 주제로 묵직하게 다가온다.외국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막힘없이 읽힌다. 번역의 영향력이 크리라 판단한다. 과속방지턱이 없는 문장으로 문맥이 부드럽다. 책 속에 등장하는 '지저깨비'나 '악대말'이 순우리말이라는 걸 알고 나니 더욱 놀랍다. 원작을 충분히 소화한 번역가는 세심한 번역어를 선택하여 깔끔하게 재탄생한 이야기를 들려준다.<br>관찰자의 입장에서 주인공이 거쳐 가는 삶의 여정을 따라가며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아직 다가오지 않은 상실의 폭풍을 소설 속 그녀처럼 당당하게 마주하고 싶어진다. '강인함은 작은 승리와 무한한 실수로 만들어진 숲과 같고, 모든 걸 쓰러뜨린 폭풍이 지나가고 햇빛이 내리쬐는 숲과 같다. 우리는 넘어지고, 밀려나고, 다시 일어난다.''이제 좀 혼자 자유롭게 살려나 했더니.'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지 1년도 되지 않아 다시는 걷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의 순간을 마주하신 어머니는 이제 그 문턱을 넘어 조금씩 걸음마를 연습하신다. MBTI의 T와 F를 양손에 쥔 당신은 점점 단단해지는 중이다. 소변 주머니를 털어내고, 피 주머니를 털어내고, 다리를 둘러싼 냉찜질팩을 털어내는 시간의 층도 통과하신다. 당신의 의지에 끌려 매일 조금씩 나아지는 몸의 변화에 울컥한다.마음 구석구석 돋보기를 대어 보는 듯 나를 돌아본다. 마음의 원픽 키워드가 달라졌다. 요즘은 '일상의 평범함'이 눈에 들어온다. '잔잔한 수면 아래에 신비로운 세계가 펼쳐져 있듯, 평범해 보이는 일상 속에 특별함이 숨어 있었다.' 책 속에 평범하게 숨어 있던 문장이 눈에 띄기를 기다리기라도 한 듯 보석처럼 떠오른다.냉혹한 현실의 틈으로 드리워지는 햇살처럼 삶에는 시리고 따뜻한 징검다리가 번갈아 놓인다. 그 온기는 멈추지 않고 걸어가는 이에게만 주어지는 선물이다. 오늘도 어머니는 휠체어와 하이 워커와 로 워커와 지팡이와 함께 부지런히 하루를 보내신다. 평범한 일상으로 향하는 특별한 시간을 걷고 계시는 당신을 지켜보며 '평범함'의 의역은 '특별함'임을 깨닫는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3161/91/cover150/k622937235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31619107</link></image></item></channel></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