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곤한 빛 스르르 몸을 뉘면
누워있던 소리들이 깨어난다
어둠 향해 자동차 떠나는 소리
스륵스륵 풀벌레 몸비비는 소리

깜빡이던 영혼은
소리의 이불을 덮는다
얼굴을 쓰다듬는 공기의 손길에
꿈의 문을 열고 눈꺼풀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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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21-08-14 22: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비종님, 8월 잘 보내고 계시나요? 입추 지나니 딱 더위가 꺾여서 요즘 잠이 잘 오네요ㅎㅎ 본격적인 독서의 계절이 왔습니다. 그래서 나물모임의 다음 선정도서를 가져왔어요!

1. 제5도살장 - 커트 보니것
2. 소송 - 프란츠 카프카
3. 나귀 가죽 - 오노레 드 발자크

저는 세 권 다 모르는 작가네요ㅎㅎㅎ 기대하고 있습니다. 저는 나물모임으로 고전 문학을 시작했는데, 어느새 읽은 책이 꽤 많더라고요. 되게 뿌듯하고 좋아요ㅎㅎ 세계문학전집을 전부 읽는 날까지 건강 잘 챙기세요😎

나비종 2021-08-16 11:40   좋아요 1 | URL
저녁 때 살짝 서늘한 게 가을이 되어가는구나 싶더라구요.ㅎㅎ
매번 도서선정하시느라 고민하시는 물감님 덕분에 고전의 세계에서 편안히 헤엄치고 있습니다~ㅎ

작가들의 풀네임은 생소한데 카프카나 발자크 등 뒷부분은 쪼끔 들어는 보았습니다.^^
저도 책꽂이를 볼 때마다 무지개를 보는 것처럼 마음이 화사해져요~ 역시 수집욕을 불러일으키는 문학동네 클라스 ㅋㅋ 저도 되게 뿌듯하고 좋아요ㅎㅎ

어제는 집안일때문에 노트북에 접속을 못해서 댓글을 늦게 다네요. 폰으로 짧게라도 댓글을 달까 잠시 망설였는데요, 폰은 뷰가 협소하여 마음을 펼치기가 어렵거든요. 물감님의 댓글은 이 나비종 서재에서 희귀템이라 마음을 정갈하게 한 다음 정자세로 정독한 다음 댓글 작성에 임하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무성의하게 ˝넹˝ 혹은 ˝ㅇㅇ˝이라고 할 수는 없어서요~

그럼, 9월에는 도살부터 해볼까요?^^*
 

9시간 동안 아무 것도 먹지 않았다. 화장실까지 다녀왔다. 예스! 난 최저의 몸무게를 찍을 준비가 되었어! 

건강 검진 준비를 완벽하게 마친 그녀는 종합 병원으로 향한다.

으~ 지금요?

실눈 뜨고 살짝 몸을 떨며 팔뚝의 2분의 1지점을 겨냥한 바늘 끝을 바라보던 그녀는 난감한 상황에 처해있다. 몸무게 측정 의지를 그러모은 나머지 소변 검사가 있음을 잠시 망각한 거다. 비울 대로 비운 방광에 텅빈 위가 얹어진 가뿐함은 지금 화장실로 가봤자 허탕을 칠 것임을 예고한다.


인간의 방광은 항시 약간의 오줌을 보유하고 있다고 누군가 그랬다니까. 

앉아있다보면 그래, 조금은 나올 거야. 

10분의 시간이 흐른다.

대체 누군가가 누구더냐! 

나의 방광은 인간의 것이 아니었던가!(*각주 1) 

강한 의지로도 극복할 수 없는 한계를 체험한 그녀는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에 혼란을 안은 채 터벅터벅 현장을 벗어난다.


기본 건강 검진계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국물, 피와 오줌 가운데 피만 쏟아놓고 돌아오는 그녀.

자취를 감춘 오줌에 분개한다. 

지하철역을 향하는 거리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다하지 못한 오줌을 쏟아붇는다. 

다 가져가아아아아아아 내 피, 땀, 오줌~ 피, 땀, 오줌도~ 내 모 ㅁ  ㅁ ㅏ~(*각주 2)

가만 있자. 피, 땀, 오줌~ 땀, 오줌? 순간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심장을 관통한다.

<오른쪽 눈과 왼쪽 눈의 눈물 성분 비교>라는 치밀한 연구 결과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녀는 분비물계의 독보적인 과학자다.


하얀 가운을 의기양양하게 걸친 그녀. 우선, 성분 분석부터 들어간다. 

시료는 오줌과 땀.

건강 검진의 관점에서 피는 늘 스탠바이다. 간질간질한 조바심을 감당해야하는 거대한 단점이 있지만 이 또한 지나간다.

문제는 오줌이다. 포인트 모으듯 적립을 해야한다는 것. 일정 수준 이상이 되어야 터져나온다는 치명적인 상황에 봉착하면 아까처럼 복장이 터진다.

오호~ 그녀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분석 결과를 응시한다.


오줌: 대부분 물(90% 이상), 요소, 기타 어쩌구 등등

땀: 대부분 물(99%), 요소, 기타 저쩌구 등등

으헉! 성분 차이가 그닥 크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한 그녀는 이토록 놀라운 유레카를 토대로 오줌 대신 땀으로 건강 검진을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시도한다. 수검자는 병원에 설치된 사우나방에 들어가 한 바가지 흘린 땀을 쥐어짜서 받아오기만 하면 된다.

가만히 있어도 땀을 질질 흘리는 지원자를 받아 임상 시험까지 클리어했다. <분비물의 효율적 용도>대회에 참가 신청을 한 그녀는 야심차게 이 완벽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러 가는 중이다.


후우~ 오랜만에 탄 지하철 옆자리에서 한숨을 쉬는 30대의 남자.

영업 사원으로 추정되는 가방 옆에 커다란 배낭 하나가 놓여 있다.

어려운 일을 떠맡은 걸까. 잠시 그를 응시하다 시선을 돌린 그녀는 발표할 내용을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한다.

내리실 문 왼쪽으로 남자도 함께 빠져나온다. 햇빛이 뜨거운 여름, 8월이다.

계단을 올라와 조금 걸으니 땀이 줄줄 흐른다.

저 남자는 땀도 없나. 조금 앞서 걷는 남자의 뽀송뽀송한 와이셔츠가 부럽다.


한데 갑자기 구석으로 바삐 향하더니 돌아서서 둘레둘레 주변을 살피는 남자.

그의 얼굴을 보니 불현 듯 호기심이 발동한다. 발표 장소까지 이동하는 데에는 아직 여유가 있다.

열이 올라 시뻘개진 얼굴은 뒷모습이 무색하게 대조적이다. 남자의 다음 행동이 궁금하다.

그는 주섬주섬 배낭을 열더니 2리터짜리 물병을 꺼내어 몸에 쏟아붓는다.

!!! 

남자가 미친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그녀.

생각지 못한 변수의 시뮬레이션을 목격하고 잠시 망연자실하다 발걸음을 돌린다.


쓰윽 꿀렁~ 쓰으윽 꾸울렁.

퍼뜩 안마의자에서 눈을 뜬 그녀. 근육을 서서히 압박하는 기기는 여전히 제 할 일 중이다.

지나가던 간호사가 묻는다.

소변 아직 안되셨어요? 

예! 바로 갖다드릴게요.

쓰읍 입 가를 닦고 정지 버튼을 누른다.

빵빵해진 방광에서 보내는 신호를 감지한 그녀는 후다닥 화장실로 향한다.   


<각주>

1. 나 인간 맞다. 억지로 앉아있으면 5mm 정도 쭈루룩 떨어지는 액체는 확보 가능하다. 다만 종이컵으로의 신중한 겨낭이 필요했다.

2. 선견지명을 지닌 둘째 딸 덕분에 유명세를 타기 전에 이 BGM을 접했던 전적이 있음을 아울러 밝힌다. 

3. 이 소설은 철저한 허구와 약간의 어설픈 체험을 기반으로 엉성하게 작성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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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다시 가까워질 일은 절.대.로 없을 거야.

하루하루가 버거웠던 시절, 짊어진 짐의 무게가 모두 그의 탓인 양 서럽게 내뱉었다.

먼저 다가가고 싶지 않아, 절.대.로.

곁에 머문다는 이유로 탓해왔던 수많은 환경들 가운데 풍선의 출구처럼 한탄을 분출할 대상이 필요했나.

건조한 관계. 두 사람 사이의 공기는 매번 푸석거렸다.


<본론> 

이러다가는 말라버리겠어. 이슬 방울만큼의 시도라도 필요하다.


시작은 단순했다. 하루 한 번씩 가벼운 허그를 해보자. 
그렇다면 언제? 
1. 집으로 들어왔을 때: 이후에 함께 머무는 시간이 다소 어색해질 수 있다.
2. 뜬금없이 갑자기: 맥락없이 더더욱 어색하다.
3. 집을 나설 때: 너를 간택한다. 뻘쭘해도 그 인간 이미 사라졌으니 그나마 나은 선택지다.
집을 경계로 바뀌는 환경으로 나아가기 전, 마지막 기억이 조금이라도 남지 않을까. 인간의 체온이 주는 여운 효과를 노려보기로 한다. 
"잘 다녀와요." (심리학적 해석:. 으~ 어색하게 끼워진 볼트와 너트 같아.)
 
뭐든 처음이 어렵다는 말은 진리다.
족히 한 달이 넘어가는 지금은 기름칠 처발처발한 양꼬치 같다.

이제는 두 팔을 벌리면 미량의 인력조차 느껴지는 경지에 이르렀다.

최종 목표는 '라면 먹고 갈래'~! 

빅픽처의 전략은 그에게 알려지면 아니된다. 이 공간으로 그가 입장할 일은 없겠지만 혹시 모르니 '나'라는 주어를 어디에도 사용하지 않는 용의주도함을 장착한다.  


<결론>

다시 가까워질 일은 절대로 없을 거라던 말이 무색하게도

먼저 다가가고 싶지 않다던 말이 무안하게도

아침, 저녁으로 오갈 때마다 현관 입구에서 두 팔을 벌려 그를 안는다. 그가 거실에 누워 TV를 보고 있을 때도. 책을 읽다 뜬금없이 안방에서 튀어나와 거북이 등딱지인 양 몇 초 얹혀졌다 다시 돌아간다. 정면으로 들러붙어 걸리적거리다 시야를 방해하여 척력을 불러일으키지 않을 정도의 현명함은 있다. 

호시탐탐 노리는 자는 기회를 함부로 흘려보내지 않는다. 선택지 1,2,3을 시도때도없이 시전해도 으흐흐~ 상대는 간지러움에 꼬물락거릴지언정 집어치라고, 저리 가버리라는 말은 없다.


절.대.로.는 절.대.로 함부로 해서는 안되는 말임을 서서히 깨달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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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위 문장에서 '라면 먹고 갈래?'를 연상한다면 해석의 오류가 발생한다.

드라마의 '라면 먹고 갈래? '는 내재된 의역을 읽어야 문장으로서의 소임을 다하지 않는가. 이를 테면, '그러니까, 두근두근, 수줍수줍, 으흣~, 이 정도면 알아 듣지?' 랄까.

한편, 위 문장의 '라면 먹을래?'의 의역은 다음과 같다.

라면 먹을래?

무릇 말과 행동은 일치해야 할지라도 뭐 이런 데까지 직역과 의역의 싱크로율이 100%가 되냐 말이다. 그냥 그렇다는 말이다.

어쨌든, 라면 먹고 가지 않고 그냥 눌러앉는 닉네임 '내사랑 **'은 무심코 위 문장을 구현한다.

내가 끓이지 않는 거니 무조건 '좋아요'다.


<본론>

라면 구성물부터 차이가 나는 두 사람.

나비종: 라면 + 물 + 분말스프(feat. 가끔 건더기 스프)

내사랑: 위 기본 재료 + 파, 계란(feat. 가끔 진짜 건더기-가지나물 남은 거, 깍두기 남은 거, 뭐든 냉장고를 뒤져서 나오는 거)

오늘은 무려 명란젓 한 덩이도 추가. 우훗! MSG를 업그레이드한 맛이 나겠군! 알탕 맛 비스므레할라나? 나름 기대감을 주는 구성물이다.

10여분 뒤, 화려할 수밖에 없는 고퀄의 비주얼을 자랑하는 결과물을 사이에 두고 식탁에 마주 앉는다.

그가 한 국자를 먼저 듬뿍 뜬다.

순간, 눈을 의심하게 되는 건더기의 이동을 목격한다. 명란젓 한 덩이를 몽.땅. 자신의 그릇으로 퍼 넣는 인간.

어랏? 아까 한 덩이만 넣은 것 같던데, 두 덩이를 넣었나?

국자를 건네 받은 나비종은 자신의 몫을 뜨면서 아까 제대로 봤음을 확인한다.

고마웠던 마음이 순식간에 증발된다. 고작 명란젓 하나 가지고 치사하게! 고작 명란젓 하나에 서운한 마음을 품게 된 나비종은 소심한 복수를 계획한다.


<결론>

나비종은 국물을 휘휘 젓다 이 내용물의 또 다른 왕건이를 발견한다.

무심한 듯 자연스럽게 계란 덩이를 몽.땅. 분리수거하여 그릇에 투척한다.

내가 끓이지 않은 라면은 무조건 맛있지. 알탕 씻은 맛이 날랑말랑하는 국물을 후루룩 마시며 뿌듯한 마음으로 라면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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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을 눈다.

방금 전까지 뱃 속에 있었을 모습을 상상한다.

이게 내 몸에 있었다니, 이런 걸 몸 안에 담고 있었다니.

눈으로 보면서도 믿고 싶지 않다.


우리 몸은 노폐물(땀, 오줌, 이산화 탄소)과 노폐물로 여겨지는 불필요한 건더기(똥 등등)를 가차없이 퇴출시킨다.

물론 디테일하게 따져들면 몸에서 분비되는 ㄱㄹ, ㅋㄸㅈ, ㄴㄲ, ㅊ, ㄱㅈ 등(상상만으로 오감의 추억이 생생하게 소환될지 몰라 거북할 소지가 있는 그대들은 자체 삐 처리함을 알린다.) 지저분한 건더기와 국물이 꽤 많이 튀어나올 것이지만

노폐물계에서 묵직한 부피감을 자랑하는 고체, 액체, 기체의 3대 대표물만 언급하기로 한다.


똥과 오줌은 식물에게 얼마나 좋은 거름이 되는가.

이산화탄소는 광이 없으면 살아가지 못하는 식물의 먹이 아닌가.

나는 앞 단락의 첫 줄에서 간접목적어가 빠져있음을 발견한다.

'우.리.에.게' 불필요한 건더기라 해야 정확한 표현인 거다.


나에게 노폐물인 것이 다른 존재에게는 필요한 물질이 될 수도 있는 것을.

따라서 내가 내리는 결론은 이거다.

세상에 노폐물은 없다.

쓰이는 대상이 어긋나는 동안만 노폐물로 존재하는 거라고.


간혹 내가 쓴 글이 감정의 노폐물처럼 생각될 때가 있다. 

한없이 쓸모없고 초라하고 음침하고 어디다 내보이기 꺼려지는 생각의 산물들. 

이게 내 맘에 있었다니, 이런 걸 맘 안에 담고 있었다니. 

글로 보면서도 믿고 싶지 않은 순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내보이려고 한다.

어쩌면 누군가는 이런 마음에 공감하며

나같은 인간이 한 명은 아니구나 위안을 삼을 지도 모르니까.

노폐물의 정체성에 기대어 작은 생각이라도 이렇게 써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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