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션 (스페셜 에디션, 양장)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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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맘을 먹어야 했다. 기저귀, 분유통, 보온병, 물티슈, 여벌의 옷, 딸랑이, 분통, 가제수건, 아기 띠. 아이가 어렸을 때 어딘가로 이동한다는 것은 족히 아이의 두 배도 넘는 부피의 짐들을 감당해야함을 의미했다. 혹시 일어날지도 모를 상황들을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하며 커다란 기저귀 가방과 보조 가방 안에 바리바리 짐을 싸들고 집을 떠나는 일이었다. 결코 만만치 않았다. 아이를 돌보는 것은 하나부터 열까지 완벽하게 부모의 손을 필요로 했다. 먹는 것, 입는 것, 자는 것, 싸는 것까지 한시도 나의 손을 멈추면 안 되었다.

 

고작 바퀴라니! 수년 전 과학 뉴스를 검색하다 인류의 3대 발명품 중 하나가 바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세상에 기가 막힌 물건들이 얼마나 많이 쏟아지는데 무려 인류라는 타이틀이 붙은 내용에 바퀴라니요. 하지만 뒤따라온 설명을 읽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우리가 사용하는 수많은 물건들의 시초였다. 너무나 오랜 세월 거슬러 내려왔기에 공기나 물처럼 처음부터 있었다고 여겨진 것. 당연하지 않은 것인데 당연하게 여겨졌던 것이었다.

잊고 있었다. 세상에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 얼마나 많았던가를. 아이와 함께 딸려가던 짐의 크기가 줄어들수록 그래서 결국 몸만 가뿐하게 나설 수 있던 순간으로부터 한참이 지난 지금까지 오면서.

 

나는 참 쉽게 살고 있었구나. 화성에 홀로 남겨진 과학자의 긴박한 생존기를 따라가면서 당연하게 여겼던 것을 하나 둘씩 떠올렸다. 숨 쉴 때마다 굳이 고마움을 표시하지 않는 산소부터 집안에서 수도꼭지만 틀면 콸콸 쏟아지는 물까지. 가까운 슈퍼나 인터넷으로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음식에서부터 살고 있는 공간, 사소한 종이와 펜, 공구들에 이르기까지.

수소와 산소를 이용해서 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방사선의 위험을 무릅쓰고 난방을 위한 열을 얻는 과정에서, 토양과 박테리아를 이용해서 감자를 재배하는 과정에서, 무선통신으로 지구와의 연결을 꾀하는 과정에서, 태양전지판을 이용하고 모래폭풍을 피하고 위성으로 방향을 알아내는 과정에서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이 새삼 만들어지는 모습들을 보면서 이제껏 잊고 있던 것들이 삶에 주는 의미를 생각했다.

 

신호 감지(p186)’라는 네 글자가 이토록 울컥할 일이더냐! 어느 순간 와트니의 시점에서 와트니에 빙의된 듯 황량한 화성을 걷고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하는 나를 발견한다. 1970년대, 외계인을 향한 갖가지 메시지를 금속판에 실어 허공에 날려 보낸 인류의 염원을 떠올린다. 태초의 아담과 이브를 연상시키는 그림과 형이상학적 문양을 어떻게 알아차릴까 말도 안 된다 생각했더랬다. 외계인이 등장하는 책도 아니건만 이 책을 읽으니 어쩌면 먼 미래에는 소통에 대한 답변도 날아오지 않을까 꿈꾸게 된다. 우주여행 상품이 과학 뉴스에 등장하는 요즘이다. 소설 속 화성 유인탐사가 구현될 날이 머지않았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주인공이 죽는 법은 결코 없을 테지만, 돌발적인 상황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이 궁금했다. 감자를 심어 식량 문제를 해결했을 때 그것으로 식량에 대한 언급은 더 이상 되지 않으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식량이나 물이나 산소의 문제는 어느 것 하나 만만하게 해결되는 법이 없다. 수시로 뒤집어지면서 전개되는 상황이 아슬아슬하다. 이 책이 매력적인 건 툭툭 튀어나오는 황당한 사건 속에서도 결코 좌절하지 않고 상황을 극복해가는 주인공의 낙천적인 기지에 있다. 그는 무너진 환경을 베이스로 마지막까지 희망을 놓지 않는다. 실제로도 그렇게 될까 싶으면서도 실제로도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언젠가는 실제로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게 한다. 어떤 내용으로 전개될지 어떤 결말이 나올지 궁금해서 틈이 나는 대로 책을 펼쳤다. 흡인력 있는 서술 덕분에 598쪽의 만만치 않은 두께의 책을 사흘 만에 덮었다.

 

주인공의 독백에는 작가의 인간관이 잘 드러난다. ‘모든 인간이 기본적으로 타인을 도우려는 본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p597)’ 그가 시도한 방법들이 과학적으로 얼마나 타당성이 있고 실제로도 가능한가를 조목조목 분석하고 싶지는 않다. 이 작품에서 가장 높이 평가할만한 요소는 과학성 너머에 있기 때문이다. 과학적인 방법이 소설의 주를 이루고 있지만 그건 수단일 뿐 작가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인간이라 생각한다. 극한상황에 처한 인간의 생존본능, 낙천적인 기질의 중요성, 버려야 할 것은 과감하게 버릴 줄 아는 순간적인 판단력, 주인공과 동료들과의 끈끈한 동료애를 통해 드러나는 인간이란 존재 말이다. 특히 화성으로 되돌아간 헤르메스에서 이들이 도킹하는 장면은 찡함과 더불어 생존본능을 넘어선 인간 사이의 신뢰를 생각하게 한다.

 

긍정적이고 유머러스한 서술이 긴박한 상황과 잘 버무려진 소설을 읽으면서 내내 유쾌하고 행복했다. 과학적인 요소가 묻어있는 행복 바이러스가 책장을 넘길 때마다 묻어나왔다. 이 책은 어느 순간부터 잊어버린 채 살아온 것들을 일깨워주었다. 존재가 살아간다는 것은 온 우주를 배경으로 필요로 하는 일이었다. 당연하지 않은 수많은 요소들이 담긴 환경 속에서 이루어지는 경이로운 일이었다. 그래서 더욱 소중하게 여겨져야 하는 기쁨이라는 생각에 한동안 뭉클했다.

 

 

p522, 2째줄 : 로비 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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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교수의 의학세계사
서민 지음 / 생각정원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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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교과서의 단 한 줄로 지나치지만, 이 한 줄에 기록될 지식을 발견하기까지 몇 십 년 혹은 일생을 바치는 과학자들도 있었다는 겁니다.” 내 말을 듣는 학생들의 표정이 자못 진지하다.문명과 식량을 읽고 나서부터였다. 식량을 얻고자하는 인류의 지난한 노력의 역사를 접하면서 교과서의 문장들이 다른 무게로 다가왔다.

암모니아의 합성을 가르치면서 책에서 읽었던 내용을 교과서에서 발견하였다. ‘그리하여 당시 사회 문제였던 식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중학교 3학년 과학, 천재교육, p90) 몇 년을 가르쳐왔어도 무심코 지나치던 부분이었다. 여기에서 주안점은 질소와 수소가 반응하여 암모니아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화학 반응식으로 표현하는 것이었기에. 하지만 암모니아를 이용한 인공 비료의 합성으로 식량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었는지 알게 된 이상 교과서의 건조한 한 줄은 더 이상 지나칠 수 없는 문장이었다. 학생들에게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마도 그들 중 몇몇은 무언가를 위한 인류의 노력에 대하여 한 번 쯤은 깊이 생각하게 되었으리라.

 

중학교 3학년 과학 생식과 발생단원에는 태아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 물질이 한 페이지로 등장한다. 교과서에는 제시되어있지 않지만, 교사용 교과서에는 탈리도마이드에 대한 설명이 있다. 입덧을 막는 용도로 임산부들이 복용했다가 많은 기형아가 나와서 사용이 금지되었다는 내용이다. 살짝만 언급하고 지나갔다. 그런 약이 있었다더라. 무척 위험했다더라. 그래서 금지되었다더라 하고.

이 책에서 탈리도마이드를 보니, ! 나 이거 알아! 라는 생각에 반갑고 우쭐했다. 하지만 관련 이야기를 읽고 보니 내가 결정적으로 빠뜨렸던 부분이 있었음을 발견한다.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 심사관의 반대로 미국에서는 허가가 나지 않았기에 46개국에서 1만 명의 기형아를 발생시킨 약의 위험을 피해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임신한 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반대의 이유였다.

이야기의 초점은 위험한 약이 나왔다더라가 아니라 약 시판을 앞두고 임상시험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있다. 그 점을 학생들에게 얘기하지 못했던 거다. , 역시 다방면으로 많이 알아야 수업이 풍성해진다. 토론의 주제로도 얼마나 바람직한가! 나의 학생들은 무식한 교사를 만나 결정적인 생각꺼리를 놓쳐버렸구나, . 서민 교수님! 이 책이 1년만 더 일찍 나왔더라면 140명의 학생들이 제 입을 통해 이 이야기를 인상 깊게 들었을 텐데 말입니다.

 

작가가 쓴 책의 장점은 가독성이 매우 뛰어나다는 점이다. 글쓰기에 대한 책이건, 정치에 대한 책이건, 기생충에 대한 책이건 장르를 불문하고 일관성이 있다. 때문에 두꺼운 책을 앞에 두고도 작가가 서민이라면 망설임 없이 첫 장을 펼치게 한다. 이러한 장점은 그의 성향에서 온다고 판단된다. 유머를 즐겨하고, 지루하고 난해한 글을 못견뎌하는. 나와 코드가 맞는 부분이다. 작가의 책을 만나면 부담이 없고 편하다. 이 책은 의학의 세계사라는 방대한 지식까지 담겨있으니 나의 세계가 몇 단계 업그레이드되어 풍성해진 느낌이다.

책을 많이 읽어야하는 직업군 중 하나는 교사라 생각한다. 과학 교사라고 과학에 대한 책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전혀 연관 없어 보이는 인문학이나 철학, 음악, 미술, 심리학 관련 책도 어떤 식으로든 수업 시간에 언급이 된다. 이 대목을 설명하는 데 이 내용을 써먹네? 수업하다 불쑥 생각이 나서 비유할 때 스스로의 순발력에 감탄하기도 하고, 그 책을 읽기 잘했다며 저자에게 고마워했다. 이 책도 두고두고 고마워하며 유용하게 쓰일 것 같다.

 

새삼 깨닫는다. ! 의과대학 교수님이시지! 의과대학 교수님이라 해서 무조건 의학의 역사에 해박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과학교사라고 해서 과학의 모든 분야를 잘 안다든가 과학적인 발견과 발명의 역사를 많이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니까. 이 책에서 높이 평가할만한 점은 내용의 취사선택과 서술 방식에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어색한 부분이 없이 이어지는 의학의 역사는 이 분야에 문외한인 독자가 이해하는 데 무리가 없다. 중간 중간 유머 섞인 서술은 깊이 있는 지식과 지식을 이어주는 접속사 역할을 한다.

아이스 맨 외치를 이렇게 써 먹다니! 수업 시간에 과학 뉴스로 소개하는 데 그친 이 인류가 의학의 역사를 소개하는 앵커로 등장하다니. 신선한 발상이 감탄스럽다. ‘사람들이 의학의 역사에 관심이 없었다기보다, 재미있게 서술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p13) 의학의 역사에 관심이 없었는데, 재미있게 서술된 이 책을 보니 관심이 생겼다. 나에게는 작가의 의도가 적중한 셈이다.

 

역사는 관점이다. 서술의 주체에 따라 전혀 다른 색깔을 띤다. 따라서 어떤 분야의 역사이든 상대적일 수 있음을 잊지 않는다. 똑같은 사건이라도 기자의 시각에 따라 전혀 다른 내용으로 보도되듯이. 의학적인 기술의 발달사에만 중점을 두었으면 전혀 다른 내용으로 서술이 되었으리라. 이 책에는 의학의 발달사보다 더 큰 내용이 담겨있다. 그건 작가의 관점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서민'적 관점이랄까. 그 관점이 나는 가장 좋았다. 이는 책의 마지막 부분, 외치의 말에 고스란히 담기는데, 순간적으로 마음을 뭉클하게 하는 한 방이 있다. ‘제가 만난 의사들은 말입니다.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어요. 어떻게 하면 환자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을지 고뇌했고, 자신의 능력으론 치료할 수 없는 상황을 미안해했어요. 시대와 지역은 달랐지만, 그 마음만은 똑같았습니다. 이 강좌를 열면서 제가 전하고 싶었던 것도 의사들의 그런 마음이었습니다.’(p410) 중심에 사람을 두고 서술된 의학의 역사, 이 책을 만나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유이다.

 

 

p68, 밑에서 7째 줄 : ‘, , , , , 비장, 신장, , 심장의 순서를 이왕이면 맞췄어도 좋았겠다는 나만의 생각^^;

방법 1 : , , , , ....라면, 심장, 신장, , , 비장

방법 2 : 보통의 음양오행 서술 방식으로 목, , , , ....라면, , 심장, 비장, , 신장

p162, 7째 줄 : 스노우 스노

p191, 두 번째 단락 5째 줄 : 갖기 않기에 갖지 ~

p204 마지막 단락 1째 줄, p205 4번째 단락 2째 줄 : 초음파의 발명 ~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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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 2019-01-22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꼼꼼한 읽기와 오기 지적까지! 대단하십니다

나비종 2019-01-22 19:11   좋아요 0 | URL
^^; 독서 속도가 느리다보니 눈에 띄었을 뿐입니다.

마태우스 2019-01-26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비종님 리뷰 감사드립니다. 오타 지적도 감사드립니다. 제가 교정을 잘 못봐서 그랬습니다. 혹시 2쇄를 찍는다면, 말씀하신 대목 반영해 달라고 요청하겠습니다. 꾸벅

나비종 2019-01-27 17:27   좋아요 0 | URL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던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방대한 지식에 감탄하면서 내내 유쾌했구요.
오타는 시험지 원안을 매의 눈으로 검토하던 습성이 있어 그저 눈에 띄었을 뿐입니다. 2쇄를 찍을 만한 책이니 기필코 반영이 되겠군요.^^;
 
떨림과 울림 - 물리학자 김상욱이 바라본 우주와 세계 그리고 우리
김상욱 지음 / 동아시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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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텅 비어있는 입자라니! 주변을 둘러보면 온통 실체 있는 물건들뿐인데, ‘보이는 것과  비어있음이 겹쳐진 원자의 모습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가르치는 것과 근본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우주는 떨림이다.(p5)’ 프롤로그에 나온 짧은 문장에는 상상할 수 있는 최대치가 담겨있다. ‘떨림원자와 비슷한 맥락이다. 전자와 양성자, 중성자 등 소립자가 진동을 하니 그들로 이루어진 원자가 떨리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눈앞에 가만히 있는 딱딱한 탁자가 오들거리며 나 떨고 있냐?”하는 모습은 어쩐지 우습다. 그 개념을 우주 전체로 확장하자니 눈으로 감지되지 않는 떨림이란 얼마나 유리인 듯 섬세할까.

 

우주, 시간, 공간, 힘과 관련된 물리 법칙과 이론들에 인문학적인 색깔을 입힌 책이다. 기본적인 역학의 법칙부터 장에 관련된 이론에 이르기까지 물리에 대한 지식들이 총망라된다. 전문가답게 이런 저런 물리 이론들을 쉽게 풀이하여 설명하려는 노력이 가득하다.

원자의 관점에서 탄생과 죽음을 해석한 부분은 탁월한 설명 방식에 감탄한다. ‘인간의 탄생과 죽음은 단지 원자들이 모였다가 흩어지는 것과 다르지 않다.(p49)’ 이런 관점에서 아끼던 이들의 죽음을 상상하니 많은 위안이 된다. 지구상의 모든 물체들은 중력장을 벗어나지 않는다. 누군가의 죽음 이후에도 그를 이루고 있던 원자들이 세상 어딘가에 떠다닌다고 상상하면 슬픔이 덜할 것도 같다.

 

다만 후반부에서 이론들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살짝 도약된다 싶은 내용들은 비전공자들이 이해하기에 좀 어렵지 않을까 싶다.

아쉬운 점은 후반부로 갈수록 인문학적인 에너지가 약해진다는 느낌이 든다는 점이다. 물론 극히 주관적인 나만의 느낌이다. 야채, 새우, 오징어, 고구마, 감자 등 신선하고 알찬 재료를 튀겼는데, 인문학으로 이루어진 튀김옷이 쏙 빠져 버린 느낌이랄까. 인간과 삶과 관계의 속성을 물리 법칙에 비유한 점은 좋지만, 무리가 있어 보이는 부분이 간혹 눈에 들어온다. 인문학적인 사유가 다소 가볍다는 느낌이랄까. 경박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내가 자주 느끼는 한계라는 표현에 비교적 가까운 의미이다. 삶의 심연에 접근해보지 못한 관찰자들의 상상 같은 거 말이다. 거리에서 폐지 줍는 할아버지들이 눈에 띌 때마다 먹먹한 마음에 시를 떠대지만, 쓰고 또 써도 당신들 삶의 바닥까지 접근하지 못하는 나처럼.

 

처음 부분은 물리의 다양한 원리를 인문학에 접목시키려는 시도에서 작가의 여유로움이 느껴져서 좋았다. 주변을 떨림과 울림으로 해석하는 작가의 관점을 따라가며 세상을 신선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인간은 울림이다.(p6)’라는 문장은 작용과 반작용처럼 우주의 떨림으로 확장된 상상력을 내게로 향하게 했다. 우주의 떨림에 인간의 심장이 공명하는 장면을 상상한다. 스스로 감지하지 못했지만 책을 읽는 동안 나의 심장도 몇 번씩이나 평소보다 큰 울림을 반복했을 터이다. 몽환적인 그림 앞에 선 인간처럼 묘한 느낌이 들어 두근거렸다.

 

 

p51, 6째줄 : 소행성 명왕성 왜소행성 ~

p54, 7째줄 : 탄소 원자 두 개 ~ 한 개

p122, 밑에서 4째줄 : 존재하기기 위해서는 존재하기 ~

p127, 마지막 줄 : 영자역학 양자역학

p169, 밑에서 3째줄 : 페러데이 패러데이

p191, 밑에서 3째줄 : 수증이 수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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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마음을 살린다 - 도시생활자가 일상에 자연을 담아야 하는 과학적 이유
플로렌스 윌리엄스 지음, 문희경 옮김, 신원섭 감수 / 더퀘스트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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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으로 마음이 편안해지는 노래가 있다. 적당히 부드러운 햇살, 기분 좋은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올 것 같고 향긋한 나무 내음이 폐까지 스미는 느낌. 이적의 <같이 걸을까>를 라디오에서 듣는 순간, 처음 듣는 노래인데도 그저 좋았다. 제목이 품고 있는 장면과 의미가 좋았다고 할까.

 ‘같이라는 말은 무언가를 함께 할 존재가 있음을, ‘걸을까라는 말은 자연의 풍경을 연상케 한다. 매연과 쓰레기 가득한 장소를 걷자고 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가벼운 청유형 어미도 마음에 든다. ‘같이 걸어야 한다. 같이 걸을 수 있니?’ 라는 문장보다 같이 걸을까라는 문장은 자유롭고 따뜻하고 당당하다. 상대방이 사양해도 혼자라도 걷겠다는. 물론 이런 제안을 받은 상대가 거절할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다.

 

자연이 우리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과학적인 탐구 사례를 통해 밝힌 책이다. 임상실험결과를 근거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니 막연하게 인식되던 장점이 선명해진다. 작가는 한 달에 다섯 시간 정도, 숲이나 거대한 자연을 접하는 것이 좋지만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무가 보이는 가까운 공원이나마 산책하는 게 뇌와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자연을 이용한 치유 사례를 보고 듣고 직접 체험하면서 처음에 세웠던 가설이 옳은 것임을 입증한다. 책의 제목 <자연이 마음을 살린다>는 탄탄한 내용 위에서 힘을 얻는다.

서술 방식의 체계성이 다소 미흡하고 전체적으로 산만하다는 느낌이 살짝 들지만,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더군다나 책을 읽고 나면 당장이라도 밖으로 나가고 싶은 생각에 엉덩이가 들썩한다는 점에서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자연의 치유력이 놀랍다는 사실을 깨달은 적이 있다. 넷째 외삼촌이 대장암 말기이셨다. “너무 늦게 오셨습니다.” 병원에서 별다른 치료도 받지 못하고 거의 포기할 단계가 되었다. 외삼촌은 마음을 비우셨다. 퇴원하시고 절로 들어가 스님이 되셨다. 여생을 절에서 보내시고자 하는 마음이었을 거다. 친정어머니를 통해 전해 들은 일이다.

기적은 그때부터 일어났다. 기적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절에서 생활하시고 몇 년 지나지 않아 당신 몸이 좋아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더란다. 한참 지나서 병원에서 검사하셨는데, 의사 선생님도 믿기지 않는다며 완치되었다고 하더라나. 십 년도 넘은 일이다.

외삼촌은 지금도 건강하게 목탁을 두들기신다. 지난 5, 친정아버지께서 입원하셨을 때 오랜만에 뵀다. 일흔이 다 되어가는 연세에 어찌나 동안으로 보이시던지 표정이 너무나 평화로워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깊은 산에 자리 잡은 절, 맑은 공기, 나물 반찬과 더불어 잡다한 세속의 번뇌가 사라져서였을까.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자연의 치유력 덕분일까.

 

나이가 들수록 점점 하루가 소중해진다. 오늘 하루 나를 즐겁게 하려면 무엇을 할까 고민한다. ‘기분 좋은 풍경 속에서 걸으면 내게 시간이 있고 공간이 있다는 느낌이 든다. (p74)’ 시간과 공간이 온전히 내게 있다는 느낌.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나무와 흙과 하늘과 햇살을 바라보며 천천히 걷는 방법이 가장 좋을 듯하다.

우리가 하루를 보내는 방식은 당연히 평생을 보내는 방식과 같다. (애니 딜러드, p13)’ 자연과 함께 하는 하루가 켜켜이 모이다 보면 나의 삶이 그런 시간과 공간들로 기록이 되겠지.

사는 곳이 도시라 울창한 숲을 기대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일단 나가보려고 한다. ‘더 나은 해결책이 있다. 그냥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p193)’ 시간 날 때마다 밖을 둘러보고 어디든 천천히 걸어보려고 한다.

 

저는 연세 드신 분들이 손잡고 산책하시는 모습이 그렇게 좋아 보이더라고요.”  “맞아요. 저도 그게 제일 부러워요. 나중에 그럴 수 있으면 좋겠네요.” “그러시려면 부지런히 어깨 운동하시고 빨리 나으셔서 건강 계속 유지하셔야죠.” 물리치료 선생님은 역시 기...운동이시다.

새로운 목표가 하나 생겼다. 남편에게 같이 걸을까?” 를 시도해보는 것.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어서 생각만 해도 어색함이 뚝뚝 듣지만 조금만 참고 해보려고 한다. 할머니 다돼서 같이 걸을까요, 홍홍.” 이러는 게 더 어색할 테니.

작은 액션부터 도전해야겠다. 마침 이사 온 지 2년 되는 동안 한 번도 걸어본 적이 없는 공원도 주변에 있겠다, 무대는 마련되었다. 이제 주인공 둘만 등장하면 된다. 일단, 오십견을 깨끗하게 날려버리고 다리 힘을 키워야 하겠다. 당최 무릎관절이 쑤셔서 같이 걷지 못하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지금부터 조금씩 걷는다면 몸도 점차 건강해질 테니. 이 책에 나온 과학적인 근거와 외삼촌의 사례에 의하면 자연의 치유력은 당첨 100%의 복권과 비슷할 것이다.

같이 걸을까요?” 아내가 말하면, 빙그레 웃으며 그럴까?” 손을 잡는 남편. 아담한 자연이 펼쳐진 공원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는 노부부. 희끗한 머리카락 위로 가벼운 햇살이 바람처럼 흩날리는 장면. 가슴이 두근거리는 나의 빅픽처다.

 

p206, 2번째 단락 3째줄 : 연구를 보안하기 위해 ~ 보완~

p208, 밑에서 4째줄 : 높아질지리라 높아지리라

p346, 3번째 단락, 1째줄 : 복용하는 하는 복용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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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묘약 - 오늘, 수학이 따뜻해진다 수학시집 1
김남규 지음, 호영민.성정란 그림 / 해드림출판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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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이렇게 건조한 문장이 그토록 로맨틱한 시의 첫 행으로 쓰일 줄이야! 드라마 <도깨비>에서 김인육 시인의사랑의 물리학을 접하는 순간, 쿵 심장이 울렸다. ‘질량, 부피, 뉴턴의 사과, 진자운동이란 물리 용어는 시 속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말랑말랑한 사랑을 품었다. 물리교육을 전공하고 가끔 시를 쓰는 나에게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오던 시였다. 과학과 문학의 결합이 이런 시너지를 낼 수도 있구나.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 운동이라니! 1m의 하얀 실에 추를 매달고 진자운동을 실험하던 장면은 시적 세계를 만나면서 드넓은 공간을 진동했다.

 

중학교 1학년에 나오는 수와 연산, 문자와 식, 함수, 기하, 도형의 성질, 통계관련 내용이 주로 사랑을 테마로 표현된 시집이다. 수학으로 사랑과 인생을 풀어내는 수학시집이라는 부제를 보고 2년 전의 시를 떠올렸다. 과학의 언어가 수학이라고는 하지만 수학시라는 타이틀이 붙은 시집 안에는 내가 모르는 수학적인 내용이 시와 잘 버무려져 있을 것만 같았다.

그대와 나의 마음을 사분면으로 표현한 4사분면 그대(p62~63)라든지, 생각을 각도로 표현한 생각의 각도°(p92)라든지, 점과 선과 면으로 이별의 순간을 표현한 내용들은 신선하게 다가왔다.

가장 마음에 드는 시구는 독대라는 시의 마지막 연이다. ‘홀로 남는 것 / 홀로 남기는 것 / 방정식을 푸는 일은 / 고독과 마주하는 일이다(p52)' 이항과 여러 계산 과정으로 결국 미지수 x만 남겨지는 과정을 적절하게 표현했다.

 

하지만 기대치가 너무 높았을까. 시에서 그리는 사랑과 인생의 색채가 가벼운 연분홍을 닮았다 생각하는 순간 알았다. 내가 막연하게 그리던 이미지와 많이 다르다는 것을. 밤하늘이나 우주의 다크 블루가 나의 심장을 울린다는 사실을. 간혹 수학에 시를 억지로 구겨넣은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시도 보였다.

물론 시의 정체성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다. 수학을 언어로 사랑을 표현한 작가의 시도는 높이 평가할 만 하다. 나도 본격적으로 과학적인 문장과 시를 결합시켜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니. 다만 내가 선호하는 색채와 다르다는 것. 예컨대 나는 보라색을 좋아하는데 시에서 드러나는 색깔은 갈색이라든지 하는 다름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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