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품던 가슴이

이젠 희끗한 외로움을

아이인양 품고 지낸다

인간은 원래 고독한 거라

함부로 말하지 마라

 

세월이 섞인 외로움은

고고한 소나무가 되지만

눈물이 섞인 외로움은

서러운 독을 만들어낸다

 

오늘 뭐 하셨어요

밥은 잘 챙겨 드세요

날 좋은데 산책 갈까요

전화로 오가는 일상이라도

함께 걷는 한걸음이라도

따뜻한 손길 한 번으로도

해독제로 충분히 녹아들 텐데

 

당신의 무관심으로

독은 점점 차오르고

당신을 품던 가슴에

서서히 퍼져나가니

 

고독사는 투명한 독사다

 

 

* 2018. 10.  N글짓기 공모전(주제 : 노인공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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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산언저리 기다란 방 한 칸엔

구멍난 비닐 천장 투둑투둑 물이 샜다

매일이 태풍이었다 마음에 불어닥친

 

세상 잡고 안간힘 휩쓸리던 아버지

밤중까지 세상 안고 동동대던 어머니

태풍은 십년을 불며 그 집에 머물렀다

 

너희들 보고 산다 희미하던 햇살은

두 팔 벌려 손끝까지 사남매를 둘러쌌다

태풍의 눈이었을까 당신들의 우리는

 

 

* 2018.10.13. H시조백일장(글제: 태풍), 차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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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한 은하수를 꿀꺽꿀꺽 삼킨 아가

까르르르 별을 품고 엄마로 자라났지

그 하늘 떠오를 때면 별방울이 또르르

 

 

* 2018.9. HM 백일장(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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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파 천원 무도 천원 큼지막한 손 글씨 앞

들었다가 놓았다가 지나쳤다 다시 왔다

소복이 담긴 시간에 불룩해진 장바구니

 

 

*2018.9. 가을 B 시 공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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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남의 차 바퀴만

만지작거리던 홍서 옹

나이 팔십에 자가용 생기셨다

 

좌석은 하나

몸통만한 두 바퀴

침대 옆에 얌전히 접혀

주차된 자가용

 

장애인 화장실로 운전하는

무면허 대리기사 채 여사

니 아부지 늘그막에 호강한다며

말간 웃음 지으신다

 

왼 다리엔 통통한 부츠

오른 다리엔 하얀 스타킹

우아하게 다리펴신 홍서 옹

말간 웃음 지으신다

 

천천히 흐르는 물줄기

보글보글 가벼운 비누거품

해사해진 얼굴 위로

이슬 머금은 은잔디

 

공간의 바퀴가 돌면

집이었다 병원이었다

벽이었다 커튼이었다

햇살은 빗살이 되지만

 

당신 멋지다

몸통 닦아주는 손길에서

안 아파

웃음짓는 얼굴에서

따뜻한 물감 흘러나와

서로 마음에 그림을 그리신다

 

시간의 바퀴를

함께 돌려오신 당신들은

사랑한다 말을 할

필요가 없으셨다

 

 

* 2018.5.19. H백일장(글제: 마음 전하기), 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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