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앞의 하얀 종이가 문득

내 마음 같아질 때가 있다

 

아득하게 펼쳐지는 여백에

마음 한 조각 던져놓지 못하고

마침표 하나 찍어보지 못하고

온통 공허로 가득한 공간이라니

 

아득한 눈밭을 걸어가듯

몇 발자국 떼어보다 되돌아오고

꾸역꾸역 다시 걷다 뒷걸음치고

투명한 맘으로 뒤덮인 공간이라니

 

내 앞의 하얀 종이가 문득

먹먹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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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빛도 잠이 들고
소리도 잠든 시간
잠들었나 싶더니
깨어나는 마음이라니

잊자
잊자
잊어버리자
있는 힘껏 밀어내도

잊은 듯
잊어버렸나
또 다시 다가오니
자꾸만 내게 오니

심장을 철썩철썩
감정은 파도일까
쉴새없이 달아났다
쉴틈없이 차오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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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 옷 머리끈 양말 머플러 수건

비누 샴푸 린스 로션

칼 국자 수도꼭지 냉장고 손잡이

고무장갑 비닐포장지

빗 플라스틱 통

 

그리고  

물 파 쌀 달걀 치즈 햄 식빵 딸기 김 김치  

 

살아있지 않은 대상들이

오늘 몸에 닿은 전부

 

한때 살아있던 존재들이

그나마 내 안으로 들어와

텅 빈 위를 채웠구나

시린 몸을 데웠구나

 

살아있는 존재와 닿는다면

작은 온기나마 스며든다면

텅 빈 마음이 채워질까

시린 영혼이 데워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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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들어버린 파단인 양

비스듬히 누웠어도

매서운 바람 앞에

초록빛은 여전해 

 

겨우내 기다린 시간

차곡차곡 모았다가

한여름 보랏빛 기쁨

톡톡 터뜨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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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 창가 작은 화분

흔들흔들 초록 잎 아래  

포슬포슬 흙 위로 또르르

연둣빛 이슬 두 방울

 

여기가 어딜까

슬쩍 내미는 고개에

널 어쩌면 좋니

슬며시 번지는 미소

 

보스락거리는 생명

들숨과 날숨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마음은 풍선처럼 부풀어

 

끈질긴 생명의 바람이

풍선 안으로 불어 들어와

심장으로 번지는 찡함

맑게 퍼지는 작은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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