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슬포슬 눈방울 춤을 추는 오후 두 시느린 화면 재생되 듯 하얀 점 채워질 때눈걸음 속도에 맞춰 느릿느릿 걷는 나
뒤척이다 멍해있다
여기저기 서성이다
출렁이는 어둠 속을
물끄러미 바라보면
저 멀리 서너 칸의 창이
깨어있는 별이 되어
나도 당신처럼
잠 못 들고 있다고
은은한 고요의 품에서
온기가 속삭이는 것 같아
켜져 있다는 이유만으로
위안이 될 때가 있어
오늘도 소리 없는 허공에
뭐라도 끄적이는 이유는
홀로 깨어있는 이에게
당신만 외로운 건 아니라며
이 글이 누군가에겐
깨어있는 빛이 될지 몰라서
혼자 뛰는 마음의 달리기안간힘 쓰며 달리고 또 달리다손 내밀 힘조차 빠져버리면물끄러미 바라보는 서글픈 거울 속
거무스름한 이불에 둘러싸인 별들이
느릿느릿 졸린 눈을 깜빡이는 밤
하늘과 땅의 경계로 빨려 들어간 태양은
저 너머 어딘가에서 깊은 잠에 빠져들 텐데
넓게 펼쳐놓은 음악의 침대에 누워
짙은 고요를 베고 눈꺼풀을 덮으려 해도
푸른 물결 출렁이는 심장 안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다 나와버린 마음은
뉠 곳을 찾지 못해 새벽을 서성이네
시간에 실려살랑날아가버렸던 네가거리 곳곳을 돌아다닌다 떡볶이집 포장 너머호로록 오뎅 국물 옆에 머물다왁자지껄 시장 골목킁킁 녹두전 앞을 서성인다 특별하지 않은 일상으로불쑥파고 들어오는특별한 네가 손오공의 털처럼후흩뿌려진 오후 햇살인 양 거리 곳곳을 돌아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