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다른 시간과 공간

지금과는 다른 좌표축에서

다른 현재로 마주쳤더라면

우리의 그래프는 달라졌을까

 

우리라 부를 수 없는 관계를

차마 외면하지도 못한 채

위태위태 부여잡는 모습이라니

만약에에 매달리는 모습이라니

 

답을 낼 수 없는 질문이

낮도 밤도 아닌 어스름을 닮아

만약에 만약에를 허공에 던지다

희미한 웃음에 물기를 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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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 담기는 마음은 언제나

내가 품은 마음보다 작아서

정성스레 깎아낸 행간으로

마음부스러기들이 내려앉아

 

보이지 않는 오솔길로

우연히 들어서는 누군가에겐

다른 풍경을 보여줄 지라도

시에 묻어있는 한 사람에겐

이 길이 보이지 않았으면 해

 

햇살 우수수 쏟아지는 거리인 양

연둣빛 조각 흔들리는 하늘인 양

글자가 안내하는 이정표를 따라

가벼운 산책만으로도 충분하니

 

오솔길 끄트머리에 펼쳐진

뜨겁고 황량한 사막이나

어둠을 머금은 숲길이나

시린 빙하에 안긴 마음은

그의 눈에 띄지 않았으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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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를 떠올리는 순간은

꽃이 피어나는 것과 같아서

바람이 얼굴을 스칠 때마다

햇살이 피부로 스밀 때마다

촉촉한 빗방울 손등을 적셔도

 

토독

날마다 피어나니

 

이 봄 지날 때까지

쉬지 않고 흐드러져

내 마음 둘러싼 채

봄 향기를 건넬 것 같아

 

이미 피어나버린 꽃은

다만 스스로 질 때까지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물끄러미 바라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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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친 눈빛 따라
심장이 들썩였을 땐
잠시 떠있다 지는
초승달인 듯 웃었어 

속눈썹 결을 따라
눈길이 머물렀을 땐
좀 더 오래 비추는
반달인가 여겼었지 

태양을 따라다녀
눈부시게 부푼걸까
진공같은 이 시간
보름달로 돌아다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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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던 공간 하나

사라졌을 뿐인데

움푹 파인 자리에

살랑거리는 바람이

연둣빛 잎들이

언뜻언뜻 내려앉아

 

무심코 지나치듯

걸어가야 하는데

그대 없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건만

과속방지턱을 건너듯

순간순간 멈춰지니

 

도려낸 공간 속에

그대,

무엇을 남긴 걸까

덩그러니 남은 내게서

그대,

무엇을 가져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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