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락 사라락
빽빽한 풀잎들이
몸을 비비나

스르렁 스르렁
푸른 안개를 타고
넘어들어오는 소리

어스름 숲 가운데
찌르르 찌르르
작은 새들 지저귀나

깊어가는 가을을 덮고
누워있는 귓가로
흘러들어오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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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한 듯 담담한 말은
짐을 묶는 마지막 끈이라서
너를 잡아당기는 중력을
감히 상상하기 어렵지만

희미한 미소를 거슬러가니
팽팽한 두 팔이 만져져
무겁겠구나 무서웠겠구나
뒤늦은 짐작만 후두둑

숨가쁜 목성에서 부은 다리로 서있을까
대신 들어줄 수 없는 무게를
너의 고요한 눈동자 안으로
다만 들여다볼 뿐이라

내 마음을 담은 시가
따뜻한 혈액으로 스며들 수 있을까
혹은 하루치의 단백질로
너의 근육을 지탱할 수 있을까

시간은 어떤 짐에든
작은 풍선을 매달아 놓아
묶인 끈을 놓지만 않는다면
후후 바람을 불어넣어준다고 믿기에

조금씩 가뿐해질거라 말해본다
두둥실 달 위의 풍선이 될테니
지금의 한걸음에 얹은 한숨을
힘껏 털어내며 걸어가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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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벌레 소리로
물들어가는 시간
살짝 열어놓은
여름 창문 틈
푸릇한 바람이
스르르 넘어온다

빛과 함께 들썩이는
자그마한 소리들
느긋한 걸음으로
다가오는 하루
가을 품은 설렘이
화하게 번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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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지 못하는 어제
말갛게 세수를 한 오늘
출발 신호를 기다리는 내일

너이기도 했다 나이기도 했다
아무도 아니기도 했다
움켜쥐던 이유를 놓아버리는 건

같은 빛깔을 띤 공간에 누워
다른 시간을 펼치는 고요가
우주를 품고 있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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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넘어 살금살금
발끝으로 걸어오다
찰랑찰랑 파도인 양
얼굴을 어루만진다

눈썹따라 살랑살랑
콧등을 간지럽히다
팔을 타고 스르르륵
손등 톡톡 두드린다

깜빡이던 눈꺼풀이
서서히 닫혀갈 무렵
사르르르 꿈속으로
조심조심 날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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