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가 유행이란다. 지난 주에는 미니가 내내 콜록콜록 열이 펄펄 끓더니 어제부터는 남편에게로 옮겨졌다. 방학인데도 매일 나간다며 속으로 투덜거렸는데, 막상 비실비실 계속 늘어져서 누워있는 모습을 보니 안쓰럽다.
밥맛도 없어하는 것 같아서 흰 죽을 끓여주었다. 1차 시기, 나름 정성들여한다고 작은 믹서에 새로 불린 쌀을 살짝 갈아서 끓여주었다. 흠~ 만족스러운 이 걸쭉함! 남편은 국그릇의 두 배에 해당하는 사발에 넣어준 것을 깨끗이 비웠다.
저녁 때가 되었다. 2차 시기, 이 여세를 몰아 흰 죽의 진수를 보여주리라! 아까 쌀이 좀 덜 갈아진 것 같아서 이번에는 물을 좀 덜 넣고 좀 더 갈았다. !!!!!! 분명 아까보다 쌀은 더 많았는데 그 많던 쌀이 어디로 다 숨어버렸을까? 다시 하기에는 이미 늦어버렸고, 은근한 불로 끓이면 걸쭉하게 된다며 희망을 걸고 가스렌지의 불을 켰다. 아무리 저어도 밀가루풀 포스가 났지만 나는 끝까지 희망을 버리면 안되었다.ㅡㅡ;
"푸하~! 엄마! 이건 죽이 아니라 국 같애. 쌀국 ㅋㅋ"
"치이~! 쌀이 너무 곱게 갈아진거야! 이게 무슨 국이야. 그냥 스프다 생각하면 되는 거야!"
저 밑에서부터 감지되는 진실을 외면하며 나는 그래도 국이 아니라 스프라고 우겼다.
"엄마! 국이 영어로 수프 아니야?"
"수프가 국보다는 좀 더 걸쭉한 거지."
나는 최대한 내가 만든 쌀죽의 묽음을 가렸다.
아이는 스마트폰으로 찾은 영어사전을 보여준다. 헉! 국을 영어로 하면 'soup'였다. 그래도 스프는 국보다 좀 더 걸쭉한거라며 다소 줄어든 목소리도 우겨보지만, 그래도 묽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걸…….

"쌀국~ 쌀국~"
아이가 낄낄 대며 놀려댄다.
그 옆에서 초췌한 남편은 몸을 일으켜 세우며 숟가락을 들었다. 처음에는 숟가락으로 떠먹는가 싶더니... 그릇을 들고 조용히 마.셨.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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