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간 동안 아무 것도 먹지 않았다. 화장실까지 다녀왔다. 예스! 난 최저의 몸무게를 찍을 준비가 되었어! 

건강 검진 준비를 완벽하게 마친 그녀는 종합 병원으로 향한다.

으~ 지금요?

실눈 뜨고 살짝 몸을 떨며 팔뚝의 2분의 1지점을 겨냥한 바늘 끝을 바라보던 그녀는 난감한 상황에 처해있다. 몸무게 측정 의지를 그러모은 나머지 소변 검사가 있음을 잠시 망각한 거다. 비울 대로 비운 방광에 텅빈 위가 얹어진 가뿐함은 지금 화장실로 가봤자 허탕을 칠 것임을 예고한다.


인간의 방광은 항시 약간의 오줌을 보유하고 있다고 누군가 그랬다니까. 

앉아있다보면 그래, 조금은 나올 거야. 

10분의 시간이 흐른다.

대체 누군가가 누구더냐! 

나의 방광은 인간의 것이 아니었던가!(*각주 1) 

강한 의지로도 극복할 수 없는 한계를 체험한 그녀는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에 혼란을 안은 채 터벅터벅 현장을 벗어난다.


기본 건강 검진계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국물, 피와 오줌 가운데 피만 쏟아놓고 돌아오는 그녀.

자취를 감춘 오줌에 분개한다. 

지하철역을 향하는 거리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다하지 못한 오줌을 쏟아붇는다. 

다 가져가아아아아아아 내 피, 땀, 오줌~ 피, 땀, 오줌도~ 내 모 ㅁ  ㅁ ㅏ~(*각주 2)

가만 있자. 피, 땀, 오줌~ 땀, 오줌? 순간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심장을 관통한다.

<오른쪽 눈과 왼쪽 눈의 눈물 성분 비교>라는 치밀한 연구 결과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녀는 분비물계의 독보적인 과학자다.


하얀 가운을 의기양양하게 걸친 그녀. 우선, 성분 분석부터 들어간다. 

시료는 오줌과 땀.

건강 검진의 관점에서 피는 늘 스탠바이다. 간질간질한 조바심을 감당해야하는 거대한 단점이 있지만 이 또한 지나간다.

문제는 오줌이다. 포인트 모으듯 적립을 해야한다는 것. 일정 수준 이상이 되어야 터져나온다는 치명적인 상황에 봉착하면 아까처럼 복장이 터진다.

오호~ 그녀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분석 결과를 응시한다.


오줌: 대부분 물(90% 이상), 요소, 기타 어쩌구 등등

땀: 대부분 물(99%), 요소, 기타 저쩌구 등등

으헉! 성분 차이가 그닥 크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한 그녀는 이토록 놀라운 유레카를 토대로 오줌 대신 땀으로 건강 검진을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시도한다. 수검자는 병원에 설치된 사우나방에 들어가 한 바가지 흘린 땀을 쥐어짜서 받아오기만 하면 된다.

가만히 있어도 땀을 질질 흘리는 지원자를 받아 임상 시험까지 클리어했다. <분비물의 효율적 용도>대회에 참가 신청을 한 그녀는 야심차게 이 완벽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러 가는 중이다.


후우~ 오랜만에 탄 지하철 옆자리에서 한숨을 쉬는 30대의 남자.

영업 사원으로 추정되는 가방 옆에 커다란 배낭 하나가 놓여 있다.

어려운 일을 떠맡은 걸까. 잠시 그를 응시하다 시선을 돌린 그녀는 발표할 내용을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한다.

내리실 문 왼쪽으로 남자도 함께 빠져나온다. 햇빛이 뜨거운 여름, 8월이다.

계단을 올라와 조금 걸으니 땀이 줄줄 흐른다.

저 남자는 땀도 없나. 조금 앞서 걷는 남자의 뽀송뽀송한 와이셔츠가 부럽다.


한데 갑자기 구석으로 바삐 향하더니 돌아서서 둘레둘레 주변을 살피는 남자.

그의 얼굴을 보니 불현 듯 호기심이 발동한다. 발표 장소까지 이동하는 데에는 아직 여유가 있다.

열이 올라 시뻘개진 얼굴은 뒷모습이 무색하게 대조적이다. 남자의 다음 행동이 궁금하다.

그는 주섬주섬 배낭을 열더니 2리터짜리 물병을 꺼내어 몸에 쏟아붓는다.

!!! 

남자가 미친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그녀.

생각지 못한 변수의 시뮬레이션을 목격하고 잠시 망연자실하다 발걸음을 돌린다.


쓰윽 꿀렁~ 쓰으윽 꾸울렁.

퍼뜩 안마의자에서 눈을 뜬 그녀. 근육을 서서히 압박하는 기기는 여전히 제 할 일 중이다.

지나가던 간호사가 묻는다.

소변 아직 안되셨어요? 

예! 바로 갖다드릴게요.

쓰읍 입 가를 닦고 정지 버튼을 누른다.

빵빵해진 방광에서 보내는 신호를 감지한 그녀는 후다닥 화장실로 향한다.   


<각주>

1. 나 인간 맞다. 억지로 앉아있으면 5mm 정도 쭈루룩 떨어지는 액체는 확보 가능하다. 다만 종이컵으로의 신중한 겨낭이 필요했다.

2. 선견지명을 지닌 둘째 딸 덕분에 유명세를 타기 전에 이 BGM을 접했던 전적이 있음을 아울러 밝힌다. 

3. 이 소설은 철저한 허구와 약간의 어설픈 체험을 기반으로 엉성하게 작성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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