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는 사이일까요, 아닐까요? ! 여기에서 우리우리 서로 사랑하게 해 주세요!” 부르짖는 특별한 '우리'가 아니라, 나 너 우리의 1인칭 복수대명사입니다.ㅎㅎ

마스크 몇 번 벗었다 했다 하다가 한 달이 휙 지나갔어요. 2020의 나비종 미션 중에 여행하며 싸돌아다니지는 못하더라도 월 1회 편지쓰기는 지키고 싶어서요. 2월의 마지막 날, 누구에게 쓸까 생각하다 물감님을 떠올렸습니다.

방금 물감님의 공간에 들어 갔다 왔는데요, 여전히 바쁘신가 봅니다. 책과 관련된 공간에서는 책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맞지만, 어찌 보면 인간도 연재 중인 한 권의 책이므로 짧은 기간 동안 제가 읽은 물감이라는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우선 물감님의 공간에 대하여 제가 평소에 받았던 느낌을 말씀드립니다.

첫째, 배경화면. 깔끔해서 마음에 듭니다. 이것저것 잡다한 장면없이 찍힌 흑백의 설경을 바라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거든요. 북플로만 들어갔다가 언젠가 노트북으로 접속해서 보았는데요, 보는 순간 아!! 했었죠.

둘째, 블로그 주소명.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단어입니다. loveoctave. 처음에는 이런 단어가 있나 싶어서 무슨 뜻일까 검색해보았어요. ‘단어의 철자가 정확한지 확인해 보세요.’라 뜨더군요. 철자를 잘못 입력했나 알파벳 하나하나 다시 보았습니다. 혹시 띄어쓰는 걸까? 다시 해보아도 *이버 어학사전에는 없는 걸 보니 만드신 거구나 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생각했어요. 무슨 의미일까. 옥타브란 8도의 완전한 음정이죠. 화학에서 나오는 oct8개의 전자가 둘러싼 완전무결한 상태를 의미하니 사랑에 대한 알파에서 오메가까지의 모든 스펙트럼을 의미하는 걸까.

셋째, 사진 아래에 있는 Deep than love 란 문구. 사랑보다 깊은... 이라. ! 이분은 사랑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가지신 분이구나 했습니다.

넷째, 바람이 머물다 가는 곳. 배경화면을 바라보다 보면 휭 바람이 불어올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바람이란 게 원래 한곳에 머물지 못하는 속성을 지녔는데 그게 머무는 곳은 찰나의 의미를 갖는 장소라는 것이겠죠. 순간이기에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고, 붙잡을 수 없는 순간이기에 아쉬운 마음도 덩달아 공존하리라는 의미로 해석했습니다. 넓은 의미에서는 삶도 이런 속성을 지녔다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 공간의 정체성이 이렇다면 순간순간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으로 글을 올리시겠구나 했어요.

다섯째, 카테고리. 물감님의 글에서 풍기는 분위기와 닮았습니다. 리뷰와 페이퍼를 묶어서 온리원! 군더더기없이 깔끔해요.

여섯째, 사진. 혹시 배우 공유인가요? 한쪽 눈과 코만으로 판단하기에 몹시 헷갈리는군요.ㅎㅎ

 

작년 4, 농담처럼 지나가듯 고전독서모임에 대한 언급을 댓글로 달았지만 실은 지나가는 말은 아니었습니다. 같이 하면 좋겠다 하는 마음이 들더군요. 이분이라면 어느 정도 코드가 맞는 부분이 있으니 즐겁게 할 수 있겠다 싶어서요. 몇 번을 망설이다가 던져본 멘트였다는 ㅋㅋ 다음 날, 바로 댓글을 달아주셔서 너무 기뻤습니다.^^ 작년에 제가 제일 잘한 일 중 하나입니다. 덕분에 혼자라면 읽을 엄두도 내지 못했던 책들을 읽게 되었구요. 또 덕분에 제 감성과 영혼이 풍성해졌답니다. 이렇게 1년 가까이 이어져 온다는 게 신기하고 많은 의지가 되어요.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뜬금없이 물감님께 편지를 쓰면서 생각했어요. 물감님과 나비종은 아는 사이일까, 아닐까? 파고 들어가면 매우 철학적인 질문입니다. 사람을 안다는 것은 그의 무엇을 알아야 안다고 할 수 있는가, 최소한의 임계점은 무엇인가.

저는 오감을 중심으로 하나 하나 생각해보기로 했어요. 시각, 청각, 후각, 미각, 피부감각이요. 목소리를 들은 적이 없으니 청각은 아니고, 냄새를 맡은 적도 없으니 후각도 아니고, 먹는 게 아니니ㅋㅋ 미각도 아니고, 만져본 적이 없으니^^; 피부감각도 아니고. 얼굴을 본 적도 없으니 시각도 아니더라구요. 그런데, 생판 남도 아니란 말이죠.

멋진 목소리, 좋은 향기, 부드러운 감촉, 흐뭇한 비주얼은 마음을 설레게 하죠. ! 둘째 아이는 배우에 열광하는 저를 보고 엄마 자식보다 어린데 뭔 오빠냐며 한심한 얼굴로 쳐다보지만, 뭐 제가 어찌 해 보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냥 관상용인 거죠.^^;

오롯이 글자만으로 이어진 관계는 어떤 걸까요. 글자는 눈으로 보는 것이니 굳이 끼워 맞추자면 짝퉁 시각이랄까요. 생각해보니 너무 신기한 거예요. 서로의 글을 읽고 그것만으로 생각을 나누며 이어진 관계인 거잖아요. 앞에서 언급한 감각들은 1초도 안되는 순간에 훅 마음에 들어오는 데 반해서 글로 이어지는 관계는 오래 보아야, 자세히 보아야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이 커다란 매력으로 다가오더라구요. 천천히 한 땀 한 땀 수공업으로 관계를 만들어가는 장인 정신이 스며든달까요.ㅎㅎ

오래 이어지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어요. 아마 30대이실 물감님과 50대인 저와의 나이 차의 갭이 있지만, octave를 아우를 수 있는 매개체가 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각자의 자리에서 감당해야 하는 삶의 무게가 종종 버거워질 때 가끔씩 들러서 쉬어갈 수 있는 사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책을 공통분모로 마음을 나누는 좋은 친구로요.^^

 

언제 저의 공간에 들르실지 알 수 없지만, 마음이 지친 어느 날 이 편지를 읽게 되신다면 좋겠습니다. 예측할 수 없는 어느 날,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시간에 여유가 생기셨거나 위로가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자라면 참 다행이구요, 후자라면 물감님은 충분히 멋진 분이시니 지금부터 다시 잘 해내실 수 있을 거라 말씀드리고 싶네요. 근거가 뭐냐구요? 나비종 근처에는 후진 찌질이가 몰려들지 않거든요. 은근 취향이 있어서 개나 소에게 말을 하거나 글을 쓰지 않는 인간이라서요.ㅋㅋ 3월에 토끼로 달려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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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20-03-08 2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나비종님. 오랜만입니다^^
개인적으로 정신없는 요즘이라 독서는커녕 알라딘에도 자주 들어오지 못하고 있어서 편지를 이제 보았네요ㅠㅠ 이런 정성담긴 편지를 받아본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날만큼 오랜만이라 기분이 새롭네요ㅎㅎㅎ 정말 감사합니다. 아무리 바쁘고 정신없어도 매월 진행하는 독서모임은 잊지 않고 있어요 다행히도...ㅎㅎ

누군가가 저를 디테일하게 분석해준 일은 처음이네요. 타인의 눈에 제가 어떻게 비춰지는지 알게 되어 신기하고도 재미있었습니다^^ 배경사진과 짧은 문구들로 개인의 성향이 드러나는 걸 보면 글의 힘이란 참 대단한 것 같아요. 그런 힘을 가진 글로써 유대관계를 맺은 사이는 얼마나 더 위대할까요. 흔히 음악은 만국의 공통언어라고 하죠. 국적과 인종이란 벽을 넘어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매개체. 근데 저는 글도 비슷하다고 봐요. 진심이 담긴 글은 생판 모르는 사람의 심금을 울리고 마음도 훔쳐오는걸 보면요. 그래서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는, 기막히게 잘쓴 편지 하나만으로도 사랑에 빠지고 연애하는 케이스가 흔했었죠 ㅋㅋㅋ

아, 사랑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제 스스로 말하긴 쑥스럽지만 대충은 맞아요. 늘 시니컬한 문체로 리뷰를 써서 안그래보이겠지만 사실은 되게 감성적이고 낭만을 추구하며 살아요. 제 삶의 중요도 1순위는 ‘사람‘이에요. 세월이 가고나면 정말 친한 사람들만 곁에 남게 되는데요. 이 사람은 내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들면 아낌없이 마음 퍼주는 성격입니다. 사랑이 별 거 없더라구요. 내가 가진거 안에서 나눠주면 그게 사랑이고, 주는 만큼 언젠가 돌아오더라구요. 아닌 케이스는 저절로 멀어지구요. 그래서 내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들을 소중히 여기는 편입니다. 그것은 온라인에서 맺어진 사이라도 마찬가지구요^^

많은 분석을 해주셨는데, 그중에 ‘바람이 머물다 가는 곳‘만 코멘트를 달아볼게요. 지금은 나비종님이 말씀하신 내용에 가깝지만, 저 문구는 싸이월드를 하던 학창시절부터 사용해왔었어요. 그때는 가까운 사람에게 상처도 많이받고 배신도 당하고 그랬어요. 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 나를 떠나갈까,하며 자책하곤 했었죠. 말씀대로 한곳에 머물지 못하는 바람들이 나를 스쳐지나가는 기분속에 살았습니다. 그럼에도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이 생겼고, 남들이 인맥쌓기에 투자할때 저는 인연을 유지하는데에 정성을 다했어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나니 과거의 아픔들은 많이 치유가 되고, 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자세를 갖게 되었네요. 주신 편지글로 저를 돌아보게 되어 기쁩니다 ㅎㅎ

우리는 아는 사이가 맞습니다! 여러번 만나도 어색한 사람이 있고, 1년에 한번 봐도 편안한 사람이 있습니다. 비록 한달에 한번 글로 만나는 사이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은걸 보면 답이 나오는거 같은데요? ㅋㅋㅋ여하튼 힘들고 지쳐있는건 아니기에 걱정안하셔도 됩니다. 3월은 여유좀 내어서 독서도 하고 리뷰도 올리고 해야겠어요. 그러면 달려라 토끼 리뷰로 또 만나요 ㅎㅎㅎ

나비종 2020-03-08 2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건 순전히 제 취향인데요, 제가 비밀 댓글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거든요. ‘비밀‘트라우마 비스므리한 것이 있어서요. 비밀 댓글이 달리면 그닥 반갑지 않거든요. 물감님의 댓글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요소예요. 거리낄 것 없이 드러내는 댓글의 당당함이랄까요.ㅋㅋ 아! 물론 나물 모임의 영업상 비밀이 생긴다면 그건 당연히 비공개인거구요. 흠! 그런 게 있을까 싶지만요.
언젠가 제가 비밀 댓글을 싫어하는 이유를 곰곰 생각해보았어요. 그래서 내린 결론은 이거예요. 그런 댓글을 주고 받을만한 관계는 맺고 싶지 않다는 심리가 아닐까 하구요~ㅎ

편지 프로젝트에 답글을 받고 감격 중입니다. 1월에는 법륜 스님께 썼거든요.ㅋㅋㅋㅋ

생활하면서 직업의 특성이 반영되나봐요. 과학의 기본은 ‘관찰‘과 ˝왜?‘이거든요. 가끔 어떤 대상을 이런 식으로 요리조리 살펴보게 되다보니...^^;
음악이나 글의 속성에 대한 말씀에 공감해요. 확장하면 그게 예술의 본질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울림으로 인한 연결이요.^^
가끔 스마트폰 이전의 세상을 떠올려요. 손편지도 꽤 매력적인 연결의 매개체였는데 말이죠. 손편지 한 번 쓰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하기도 해요.

리뷰에서도 감성과 낭만이 보이긴 해요. 음, 주요 문장들은 아니고, 이를테면 꽃등심의 마블링처럼?ㅎ
제 삶의 중요한 목적은 한때 ‘사랑‘이었어요. ㅁ이 아니고 ㅇ받침이요. 지금은 잠시 표류 중이구요.^^; 아! 내 사람에게 다줄거야는 저와 비슷하십니다!ㅋㅋ 음, 내 사람이 아니라도 그냥 지 혼자 신나서 필 꽂혀서 퍼주면 나중에는 돌아오더라구요. 그래서 소름이 돋았던 경험이 몇 번 있었어요.

인연을 유지한다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더라구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아직도 정의내리기 어려운 변수들이 속속들이 있어서 방정식의 해를 구하기가 어렵더라구요. 그래도 많은 만남들을 통해 남는 건 있더라구요. 한 사람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 한 사람의 우주를 품는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알게 되더라구요.

이렇게 명쾌하게 ‘아는 사이‘로 정의내려주시다니!ㅋㅋ 하긴 고딩 짝꿍 때부터 이어져온 절친과는 1년에 딱 2번 연락하거든요. 서로의 생일 때요. 근데 정말 전혀 어색하지 않아요.ㅎㅎ
음! 맞아요. 물감님과 댓글로 마음을 나누다보면 전혀 어색하지 않으니 아는 사이가 맞네요.ㅎㅎ 어색하지 않으니 자꾸 댓글이 길어지나봐요. 수다 떨듯이~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제가 원래 과묵한 캐릭터이거든요.
힘들고 지쳐있으신 게 아니라니 기분이 좋습니다. 요즘 저는 마음이 살짝 복잡해지고 긴장되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지만 독서로 마음을 다스리려고 노력 중이예요. 언제 출발 신호가 떨어질지 몰라 출발선에서 준비 자세를 취하고 있는 기분이거든요. 다른 독서모임 책 먼저 읽고, 토끼 따라 잡을게요~ 잘 지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