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일이었다. 깔끔한 인상이었지만 예쁘다고 말할 정도의 외모는 아니었다. 간혹 CF에나 등장하는, 눈을 부라리고 주변을 둘러보아도 절대로 눈에 띄지 않는 몸매의 소유자는 더더군다나 아니었다. 자그마한 체구의 N에게 무엇이 있길래 볼 때마다 나의 시선을 붙드는 걸까. 업무처리 역시 깔끔했지만, 감탄이 나올만한 수퍼울트라급은 아니었다. 그래서 더욱 혼란스러웠다. 그녀보다 능력이 많다고 인정받는 사람들보다 더욱 빛나 보이는 이유를 도무지 알 수 없었다.

 

! 물론 나는 남자를 좋아하는 이성애자다.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설레는 감정은 아니라는 거다. 오다가다 마주치는 그녀를 볼 때마다 호기심이 점점 커지면서 나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의문문이 자리를 잡았다.

사람을 가장 빛나게 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빛나 보이는 사람들에게 어떤 법칙 같은 것이 존재하는 게 아닐까?

수도하시는 스님의 화두처럼 마음에 박힌 생각의 농도는 점점 짙어졌다.

 

하아! 이게 뭐라고 이토록 궁금하단 말인가. 본인에게 직접 물어볼까? 아니지. 다짜고짜 그녀에게 물어보는 것도 상당히 뻘쭘하지 않은가. 뭐라 물어볼 것인가.

당신은 왜 이렇게 나의 시선을 붙드나요? 이렇게?

아니면, 당신이 빛나 보이는 이유를 말해주세요. 이렇게?

질문하는 내 모습을 상상해보니 별 싱겁고 이상한 인간이 다 있나 싶은 거다.

 

의문의 실마리는 엉뚱한 데서 풀렸다. 여럿이 함께한 모임 자리에서 나의 건너편에 앉았던 사람이 옆에 앉은 그녀에게 웃으면서 말을 건네는 거다.

-N씨는 늘 자신감이 있고 능력 있고 편안해 보여요. 뭐 비결이라도 있나요? 알려줘요.

나는 짐짓 무심한 척 그녀의 답변에 귀를 쫑긋 세웠다.

-자신감이 있다뇨? 생긴 대로 살 뿐인걸요. 부족한 점이 얼마나 많은데요. , 다만 저의 부족함이 부끄럽지는 않아요. 그게 저이니까요. 할 수 있는 만큼 하다 안되면 내 것이 아닌가 보다 해요. 마음이 편하기는 해요. 제 몸도 마음도 제 것이니까 그대로 인정한 것밖에는 없는데요. 몸과 마음의 주인으로 살아가려고 하는 것밖에는 없어요.

그녀가 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몸과 마음의 주인. 그녀의 말을 곱씹으며 집으로 돌아가는 머릿속에 물결파가 떠올랐다. 사람의 몸과 마음에는 저마다 고유한 에너지가 존재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 에너지는 물결파처럼 파동의 형태로 뿜어져 나오고. 존재만으로 느껴지는 강한 아우라 비슷한 거 말이다.

노예의 몸은 주인에게 있다. 자신의 몸인데도 그 몸의 주인이 아니다. 노예의 몸이 비참해 보이는 건 본인에게 맞지 않는 파동이 그를 교란하여 파동 자체가 만들어지지 못하거나 괴상한 파동이 만들어지기 때문 아닐까.

마음도 마찬가지이리라. 자신의 마음인데도 아바타처럼 다른 이의 의지대로 조정된다면, 주체적인 마음 없이 앵무새처럼 다른 이의 생각을 제 것인 양 착각한다면 그 마음의 주인이 아닌 거다. 들쭉날쭉 뒤섞이는 마음의 에너지로 인해 마찬가지이리라.

 

몸과 마음의 파동이 모두 자신의 것이라면 어떨까. 두 개 이상의 물결파가 발생하면 출렁출렁 파동의 에너지가 퍼져나간다. 파의 가장 높은 부분이 마루, 가장 낮은 부분이 골이다. 사건은 두 파동의 만남에서 발생한다. 마루와 마루, 또는 골과 골이 만나면 보강 간섭으로 파동이 증폭되어 빛을 낸다. 반대로 마루와 골이 만나면 상쇄 간섭으로 어두워진다. 그게 밝고 어두운 직선으로 번갈아 나타나는 게 간섭무늬이다.

몸과 마음의 주인이었던 그녀에게는 보강 간섭이 일어나 그토록 빛나 보였던 거다. 며칠 동안 품고 있던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면서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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