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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조선왕조실록 - 500년 조선사를 움직인 27인의 조선왕, 그들의 은밀한 내면을 파헤친다!
강현식 지음 / 살림 / 2008년 10월
평점 :
왕들의 인간적인 모습.. 인간으로서의 이해
역사는 기록하는 사람의 관점이 반영되어 때론 왜곡 변조되기도 한다. 사관이라고 부르지만 난 힘있는 자들의 입김이라고 부르고 싶다. 권력을 가진 자에게 유리하게 서술 하다보니, 가끔 역사속에는 어린이용 위인전의 넘치게 미화된 주인공처럼 상식적으로는 이해 못할 일들이 벌어 되어지곤 한다.
약한 아버지와 강한아들, 500년 조선의 첫 시작을 열다 - 태조, 정종, 태종
왕으로 산다는 것, 패륜아와 영웅 사이에서 - 세종, 문종, 단종, 세조
고부갈등이 희대의 폭군을 낳다 - 예종, 성종, 연산군
강한 어머니와 약한 아들이 초래한 비극 - 중종, 인종, 명종
근본적인 열등감의 대물림 그리고 임진왜란 - 선조, 광해군
의심이 병자호란을 일으키고 아들을 죽이다 - 인조, 효종
절대군주, 마음이 공허한 나르시시스트 - 현종, 숙종
억울함이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그림자를 드리우다 -경종, 영조, 사도세자, 정조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투쟁, 500년 조선의 막을 내리다 - 순조, 헌종, 철종, 고종, 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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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왕들은 대체적으로 성장기때 애정결핍이였던 것 같다. 하지만 어린 시절 사랑을 받지 못하고 어른이 되었다고 해서 모두 범죄자가 되거나 사이코 패스가 되는 건 아니다. 레포트 때문에 읽었던 심리학책이 생각난다. 설명을 읽다보니 나도 정신병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나와 유사한 점들을 많이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은 직후에는 내가 정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좀 우울했다. 하지만 친구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증상들을 과장한 것은 아닐까?
평소 역사를 좋아했었기 때문에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하지만 사도세자의 정신병은 확대해설한 것이 아닐까. 멀쩡했던 사도세자가 갑자기 미친 이유를 단순히 유전자의 영향이라고 설명 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그보다는 당시 정치적으로 '사도세자가 미쳤다'는 여론 몰이를 한 것은 아닐까.(내가 사도세자를 옹호하는 입장이다보니*^^*)
영조와 사도세자와의 관계 - 아버지와 아들은 비슷한 점이 많다. 그래서 더 잘 이해할 것 같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더 극단적으로 싫어하고 경멸하는 태도를 취한다고 한다(그렇다고 해서 아들을 죽이기까지는 않겠지만). 흔히 '동족 혐오'라고 부르는 것을 심리학 용어인 그림자로 설명해 준다. 심리학자 융(Carl Jung)은 '그림자'를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그림자 : 융이 말하고 있는 인간의 마음 구조 중 자아의 어두운 면을 말한다. 일반적인 그림자의 속성, 즉 어둡고 음침하지만 실체와 떨어지지 않는 여러 속성을 마음의 그림자도 동일하게 가지고 있다. 융은 우리의 마음이 성숙하기 위해서는 자아가 자신의 그림자와 화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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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군주의 전능감 - 숙종의 재발견
내게 숙종이란 어떤 임금이였을까? 장희빈의 그림자가 너무 짙어서 숙종 임금은 관심 밖이였던 것 같다. 사극의 영향으로 숙종의 환국정치를 장희빈과의 애증 관계로 생각했었는데, 인현왕후와 장희빈은 핑계꺼리에 불과했던 것 같다. 엄청난 숫자의 선비들을 죽인 숙종이 과연 총애했다고는 하나 한낱 아녀자와 신하들의 입김에 흔들렸을까. 그보다는 자기 중심적인 특권의식 때문에 쉽게 부인들을 갈아 치웠다는 설명이 더 설득력있다. 숙종 이전까지 원자로 태어난 왕이 단 3명 뿐이였다니, 준비된 왕- 왕의 운명을 타고난 숙종이 나르시시스트가 될 수 밖에 없었던 환경이 충분히 이해 된다. 조선의 도읍을 정할때 무학대사의 말을 따라다면 장남들이 득세 할 수 있었을까?
심리학과 역사의 멋진 앙상블
역사 시간에 배웠던 내용들을 시대 상황이 아닌 심리학으로 풀어보니, 그동안 미처 보지 못했던 부분과 지나치다 싶었던 부분들이 비로소 이해가 된다. 막연히 어려울것 같았던 심리학을 조선왕조실록 속 인물들을 통해 쉽게 이해 할 수 있었다. 역사는 좋아했지만 사극은- 악랄했던 문정왕후나 잔인한 연산군 등 날 불편하게 만드는 등장인물들 때문에-꺼려했었는데, 이젠 그들이 가엾운 생각마저 든다. 남자들의 이야기인 히스토리(History)에는 잘 등장하지 않았던 여자들의 이야기는 백배 공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