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84] 3권 80여 페이지 읽었는데 역시 읽는 맛은 좋다. 1~2권은 아오마메와 덴고 두 사람의 병행교차서술로 이뤄졌는데 3권은 여기에 우시카와의 얘기까지, 세 사람의 얘기가 교차로 진행된다. 흥미롭게 전개되기는 하겠다.  

얼마 전에 읽은 빌 S. 벨린저의 소설들이 연상됐다. 장르소설에 이런 식의 병행교차서술은 곧잘 사용되곤 하는데, 대개는 서스펜스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 강한 듯하다. 마이클 코넬리리나 제프리디버의 스릴러 장르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  

또 한가지, 아오마메에게서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에 나오는 잊을 수 없이 매력적인 여주인공 리스베트 살란데르 향기가 난다. 물론 두 사람은 전혀 다른 스타일을 지녔지만. 리스베트는 고딕전사이고, 아오마메는 '준코 시마다 정장에 찰스 주르당 하이힐'(브랜드에 약해~)을 신은 느와르적 쉬크함을 지녔다고 할까. 아오마메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아직까지는 리스베트의 매력이 한 수 위다. 얼마전에 영화 <밀레니엄> 3부작을 봤다. 스웨덴.덴마크.독일 합작영화인데 그 길고 복잡한 소설을 영화에 맞게 충실한 각색을 했다는 점은 인정해줄만 했다. 재밌게 봤다. 그러나... 이런 영화는 영화적 환상을 맘껏 채울 수 있게 만드는 게 좋은 것 같다. 우선 가장 아쉬웠던 건 환상을 책임져 줄 두 주연 배우들의 다소 안습적 캐스팅. 나의 취향으로는 보는 내내 아쉬워 해야했다.

 

<밀레니엄>, 리스베트 살란데르 역의 누미 라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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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이제 나도 서서히 이념, 거대담론, 정치 같은 주제들에 물리는 모양인가. 관심도 예전같지 않고, 이제는 뭘 봐도 시큰둥할 지경이다.  

최근에 영화 두 편을 보면서 내게 뭔가 변화가 생긴 건가, 아니면 두 영화가 그저 그런 건가, 헷갈리며 판단하기 어려웠다. 관련 기사나 리뷰를 보니 다들 엄지 손가락을 치켜올린 평들만 보이는데 나는 동의하기 힘들다.     

'전쟁의 작동방식' '파시즘적 주체형성' 같은 현란한 평이 난무하는 미하엘 하네케의 <하얀리본>은 생각보다 밋밋했다. 이 영화에 대해 한마디씩 한 평론가들이나 기자들의 리딩말들은 대충 이렇다. '억압 속에 가려진 위선, 폭력' '강요된 순수, 위선' '순수와 도덕이라는 광기'.... 미안하지만, 이 정도의 감상을 얻기 위해 2시간 20여 분 되는 시간 동안, 흑백화면에 자막마저 종종 화면에 먹혀 보이지 않는 데다, 이야기 다 해주는 내레이션을 끊임없이 들어야하고, 인물들이 대사로 다 설명한다든지 웬만하면 어디선가 한 번쯤은 보았음직한 인물들, 사건들을 꼭 들여다볼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그것도 엄숙하게 말이다.  

강우석 감독의 <이끼>. 웹툰으로 보았을 때의 강렬함이 영화보다는 나았던 것 같다. 영화는 배우 보는 맛이 있었다. 아직도 감독이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잘 모르겠다. 이장이 자신을 잡아넣으려면 '대한민국 전체를 청소해야할끼다'라는 말로 이해되는 맥락을 말하고자 한 건지, 아니면 이장 천용덕이 류목형에게 '너는 신이되려 했나, 나는 인간이 되려 했다'라는 말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에 천착한 건지(이건 도저히 아닌 것 같고), 원작과 결정적으로 다른 결말은 ... 전혀 세공을 들이지 않은 채 내놓은 생식같았고, 관객들이 이 결말에 정말로 서프라이즈하는지, 한 방 먹은 듯한 묵직한 엔딩으로 느끼는지 궁금하다.  

이런 것들 보다는 요즘은 다음 주에 개봉하는 <인셉션>같은 류의 이야기에 더 관심 간다. SF가 부쩍 당기는 요즘인데, 아무래도 낯선 세계,용어, 작가가 상상하고 있는 이야기 속 시스템을 머리속에 그리는 데는 꽤나 어려움을 겪는 듯하다.

<인셉션> 

필립 K. 딕의 [유빅]은 이제 겨우 기나긴 독서의 끝을 보려고 한다. 사실 [유빅]은 오랫동안 읽었다 중단했다 다시 읽기를 반복하며 겨우겨우 읽는 중이라 읽었다고 하기엔 무색한 면이 있겠다.    

 

 

 

 

 

 

 

9월 개봉 예정인 <The Adjustment Bureau> 도 필립 K. 딕의 단편 [The Adjustment Team]이 원작인데, 영화는 '로맨스 스릴러'로 표방하는 모양이다. 원작과는 다른 영화가 될 듯 싶다. 웹진 '판타스틱'에서 이 단편을 볼 수 있다. (http://cafe.naver.com/nfantastique.cafe?iframe_url=/ArticleRead.nhn%3Farticleid=690)  



<어드저스트먼트 뷰로> 

<인셉션>은 꿈을 통해 어떤 생각을 주입시킴으로써 의도하는 바를 달성하기 위해 생각을 '조정'하려는 세력, 시도로 시작한다면, <어드저스트먼트 뷰로>는 어떤 특정 시간과 공간을 '탈에너지de-energized'시킨 후 의도대로 '조정'을 거친 후 다시 평범한 일상의 모습으로 되돌려놓는 미지의 조직과 맞닥뜨린 주인공의 위기를 다룬 얘기다. 필립 K. 딕의 단편은 단편다운 앙증맞은 결말이 재미있었는데, 영화는 다른 톤의 이야기일 듯 싶다.    

또 얼마전에 역시 필립 K. 딕의 자전적 내용이 담긴 소설을 영화화한(필립의 딸도 제작에 참여했다.) <스캐너 다클리 Scanner Darkly>를 봤는데 내용 보다는 '로토스코프' 기법이라고 하는 실사로 찍은 후 애니매이션화하는 영상기법이 신기했다. 이 영화에 대해 뭐라 한 마디씩 쓴 네티즌들 중에는 왜 이런 '중노동'을 해가며 '그런 짓을 했을까' 한심해하는 이들도 있었다. 아마도 이렇게 할 필요가 있을 만큼 시각적 쾌감을 주는 영화가 아니라는 이유가 아닐까. 그래도 실사와는 다른 묘하게 보는 맛이 있었다. 뭐랄까, 한꺼풀 덮인 뒤에 있는 실제 배우 또는 사물들을 상상하는 맛 때문일까? 이 영화에서 나오는 '스크램블 슈트'라는 위장복의 개념과 애써 연결지으려면 못 지을 것도 없겠다.   

 

<스캐너 다클리>  필립 K. 딕은 이 이야기가 "자신이 한 일에 비해 지나친 처벌을 받은 이들에 대한 얘기'라고 한 모양이다. 그렇다.

3D도 그렇고 이런 '로토스코프' 기법 같은 시각적 쾌락에 대한 무한도전은 계속 된다.  

씨네21의 김혜리 기자가 <인셉션> 관련해서 레퍼런스 영화로 언급한 데이비드 린치의 <인랜드 엠파이어Inland Empire>와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스파이더>도 볼 생각이다. <인랜드 엠파이어>는 무려 179분이다. 이런 제길, 왜 이다지도 긴 영화를 만든단 말이냐, 엉?  

 

<인랜드 엠파이어> 

 

 <스파이더>  

120분이 넘는 영화는 일단 의심한다. 왜 120분 안에 만들지 못하는가. 이야기 규모라든지 보여줄 게 많아서라든지 같은 따위는 '비겁한 변명 입니다' ....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래도 뭐, 120분 넘는 좋은 영화도 많지... 지난 달에 극장에서 본 <대부>는 175분 여 되는데도 좋았다. DVD로도 열 번 넘게 봤던 거지만 극장관람형태는 또다른 감성을 자극하는 면이 있었다. 정성일이 극장개봉한 <대부>를 보고선 '이게 바로 할리우드 고전영화의 마지막이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는데 십분 동감한다. 그런, 그렇게 영화를 찍을 수 있는 시기는 다 지나갔고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 한구석이 쓸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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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겼다.  

박범신의 [은교]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몰스킨' 노트가 뭔지 약간 궁금했지만, 바쁘니까 책만 후다닥 읽은 후 닫아두었다. 우연이었다. 회의 시작 전, 사람보다 먼저 한 자리잡고 있는 수첩과 노트에 문득 시선이 갔다. 젠장, M-으로 시작하는 어디선가 낯익은 이름이지 않은가. 헉, 그렇게 유명한 노트일 뿐더러 나도 전혀 몰랐던 것이 아니었더란 말이다. 지금은 아니지만, 예전 연말연시에 선물 받곤 했던 기억이 새삼 났다. 젠장. 그렇게 가까이, 쬐끔 흔하게 봤던 것이었더란 말이냐. 회의 시작 전에 이 무식한 나를 위해 그 사람은 앞장서서 이 브랜드에 대해 얘기해주더라. 알고 봤더니 그 사람 이 브랜드 빠 수준이더만. 단, 그 사람, 만년필은 쓰지 않는다. BIG 펜으로 수첩에 끄적거리면 제법 간지나는 글씨와 그림이 그려진다.    

난 이런 노트, 수첩, 다이어리를 쓰지 않는다. 선물로 받더라도 다른 이에게 주거나 그냥 쌓아둔다. 어린 시절부터 가지고 있던 징크스라면 징크스인데, 날짜 박혀진, 스케쥴러가 있는 수첩이나 다이어리는 절대 쓰지 않는다. 그 공란들이 난 불길하다.  

나는 대신 스프링 달린 기자수첩을 쓴다. 핸드폰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불편함은 없다. 이 막 대하는 수첩이 1년이면 대 여섯개 정도 된다. 이것도 ... 짐이다. 가끔... 대외적으로 계면쩍은 적이 없었던 건 아니다. 이상하게... 미팅 때 펼쳐놓는 노트나 수첩, 다이어리도 그 사람을 읽게 하는 것이라 내가 다른 이에게 어떻게 보일지 생각해보지 않은 건 아니지만, 뭐, 어쩔 수 없다. 오래된 습관이고 마음이 편한 쪽을 따르는 게 낫다.  

브랜드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은교]의 마지막에 은교는 시인 이적요가 남긴 노트를 불에 태워버린다. 그리고 알듯 모를듯한 말을 한다.  

"할아부지요. 몰스킨에다...... 만년필로 썼네요. 자기만 멋 내구......" 

"......노트요. 내가 갖고 싶었던 노트......"  

...... 시인 이적요는 검은 인조가죽 표지로 된 몰스킨 노트에, 만년필로 또박또박 써서 그것을 남겼다. 그러나 다 타버리고 남은 것은, 노트를 묶도록 된 검정 끈뿐이었다. "좋은 건데...... 노트만은 아까워요......" 그녀가 말했다.  

[은교]의 마지막 부분이다. 은교에게 이적요는 반 고흐, 피카소, 헤밍웨이처럼 '아티스트' 간지를 가진 어떤 환상이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환상은 이적요에게 품고, 서지우와는 실제적 쾌락을 나눈다?  

브랜드. 명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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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기 일보 직전. 벌써 며칠 째 붙잡고 있는지 모르겠다. 왜 이렇게 풀리지 않는 걸까? 풀리지 않는 사이 지쳐서인지 이제 들여다보는 것조차 힘들어졌다. 현명하게 일하지 못하고 있다.   

이건 뭐, 완벽주의도 아니고, ... 그냥 무능력이다. 머리며 기분 좀 환기시켜보면 좀 될까, 그냥 순간이 오길 기다려야 하나, 안달하지 말고.  

위클리경향에 게재된 [명작의 재구성] 글을 읽다.  

마이클 커닝햄의 [세월 The Hours]과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동명 영화를 그야말로 재구성하는 글이다. 영화, 어렴풋하지만 그 우울한 분위기만은 생각난다. 그래도 그 땐 이렇게까지 무기력하지 않았던 듯하다. 그 땐 그 막연한 우울, 끝모를 무기력을 알지 못했던 듯하다. 막무가내식 우울을 보는 것만으로도 질렸던 때가 있었다. 철없고 오만했던 시기.   

 

 

 

 

 

세월이 살아가 지는 것인지, 세월을 견뎌야하는 것인지,  

날 좀 풀린 요즘, 만사가 다 싫다. [세월]. 잘 읽혀진다면... 심각하다고 진단할 수도 있지 않을까. 궁금해지는 책이다.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artid=201005041411471&code=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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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나한테 해준게 뭐 있어?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하하, 일요일 <개그콘서트>를 즐겨보는 편은 아니다. 어느 때부턴가 개그프로가 별로 재미없어지더라. 웃기지 않더라고. 그래도 그 시간대에 뉴스보다가 가끔 채널돌리다 보게 되는데, '나를 술푸게 하는 세상'인가, 제목은 정확치 않지만, ... 햐, 언제적 코미디 주제인가 싶었다. 게다가 박성광이 술주정처럼 읊어대는 말이 저거다, 국가가 ~.. 뒤집어졌다. 이거 한참 과거, 언젠가 분명 유행했던 단골 문장아닌가? 착신가? 다시 돌아온 소재라니... .  

근데 정말 요즘 젊은 사람들이 이 코드에 웃을 수 있단 말이지. 그들은 정말 술푸나? 요즘 20대가 술푸나? 예전만큼 술푸는 20대가 많지는 않은 거 같다. 술 종류도 술풀만큼 값싼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던데, 게다가 술 대신 구입해서 자신을 엣지있게 만들어줄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술풀 수 있을까?  

...만날 때 술마실 수 있는 사람과 만날 때 커피숍에서 커피마시고 얘기 나누고 헤어지는 것은 분명 다르다, 아, 저 개그에서 박성광은 혼자 술푸고 깽판부리다 파출소에 잡혀온다는 설정이던가? 혼자 술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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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9-12-29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이건희씨 특별 사면 뉴스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그냥..

'재벌만 사면되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중얼거렸답니다.

포스트잇 2009-12-29 10:02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사실 그 뉴스보면서 생각한 겁니다... 술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