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작이 기대되던 이용주 감독이 명필름에서 <건축학개론>을 준비중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역시... 라는 생각과 함께 다소 비대중적인 제목에 놀라움과 흥미로움을 동시에 느꼈다.

어제 시사회가 있었던 모양인데...... 기대한다.

첫사랑에 대한 시간과 건축의 시공간 감각이 잘 연출되었다고. 리듬도 좋고.

이동진 기자는 이명세의 <첫사랑>, 김대승 감독의 <번지점프를 하다>에 이은 첫사랑에 관한 기억할만한 영화가 나왔다고 상찬했다.

감독 이용주, 제작 명필름, 배우 이제훈, 모두 이 영화를 기다리게 했던 요소들이다.

최근 김수현도 그렇고 이제훈도 그들의 연기가 궁금해지는 젊은 피들이다.

젊디 젊은 배우들의 출현을 보면서 세상은 참으로 무섭게도 뚜벅뚜벅 변화해가며 나아간다는 생각을 한다.

어느 순간 흐름은 바뀐다.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내듯이. ......

 

한달 가까이 김동률의 '기억의 습작'을 무한 반복으로 들으며 기다리고 있는데,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군.

 

P.S. 기대를 충족시키기엔 부족하지만 지난 첫사랑의 시절을 되돌아보게 하는 덴 성공한 것 같다.

'왜 나를 찾아왔니?'라는 질문에서 더 흥미로운 얘기가 나왔다면 좋았을텐데 이것마저 첫사랑만큼이나 뽀사시해져버렸다.

한가인도 제주도 집도 병원도. 기억의 집에 넣어진 첫사랑이란 아련하게 보일 때만 그리워할 수 있으니까?

 

풋, ...... 가슴 떨리던 첫사랑은 목련꽃 아래에서 시작됐고, ....... 어느 날, 그사람, 모임에 부부동반으로 아이 데리고 나왔는데 머리 벗겨지기 시작했더라는 얘길 들은 게 마지막으로 들었던 소식인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눈 실핏줄이 터진지 3일짼데 핏기가 많이 가셨지만 여전히 붉다.

쉬어줘야하는데 새벽이 다 되도록 잠들지 못하고 일어났다 누웠다를 반복했다.

그러고 난 다음날 아침에 눈뜨기란 얼마나 무거운지.

다 때려치고 싶었다.

 

몇 번을 망설이다 요 네스뵈의 [스노우 맨]을 주문해놓고 한숨 쉬다.

600페이지가 넘는 이야기를 읽고 싶다는 그 설렘을 또 피하지 못했다.

며칠 전에, 죽기 전에 사놓고 읽지 못한 책들을 다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고작 그런 생각을 했었다.

읽고 싶어 사둔 거다. 내 옆에 둔 거다. 그러니 그것들을 다 읽어줘야 할 거 아닌가.

나 없는 세상에 읽지 못한(내 옆에 둔 것조차) 책들을 남겨놓고 간다는 게 무책임한 듯했다.

다른 건 몰라도 소설들만은 반드시 다 읽고 가고 싶다.

그럴려면 눈이 시뻘개질만큼 책속에 처박고 남은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오늘 또 624페이지가 온다.

 

 

나는 상대방의 말에 대한 첫 대응으로 '정말요?', '아, 진짜요?', '저요?' 이딴 식으로 말하는 이들이 싫다.

이건 온전히 이해하거나 생각하고서 반응하기 전에 일단 방어적으로 치고 나오는 말 같다.

시간벌기. 무기력하고 약아 보인다. 익숙한 대응이 아니다. 언제부터인지 이런 식으로 반응하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그 정도만의 대응만으로 얘기를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는 뜻 같다.

최소한의 예의만으로 응답하는 외에 더 이상의 관계 맺기를 하고 싶지 않다는건지.

나는 정말 까다로운 사람인가, 제길.

624페이지가 오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가을 가뭄끝에 내리는 비라고? 주구장창 비만 오던 때가 엊그제였는데, 널을 뛴다, 널을 뛰어. 아침부터 나도 널 좀 뛰고. 이제 남은 시간 주말 기다리면 되나.... 싶은 희망이... 오늘 나꼼수 방송 날인데, 기다린다..........   

서울시장 후보 TV 토론이 각 방송사에서 차례로 진행된 것 같던데, 1차 토론 때 좀 보다 껐다. 안끌려... . 나, 너무 감정적이야.

서서히 결산모드 전환을 준비해야 하는데, 비도 오고, 쫌만 틈이 나면 헛헛해지는 마음이라니, 젠장.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pjy 2011-10-14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볕 좀 쬐면서 한낮에 막걸리에 파전 좀 먹고 그래줘야 덜 헛헛한데요, 그래도 가뭄에 비님이 오시니 다행이지요~

포스트잇 2011-10-14 12:11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제 마음을 아시는군요^^ 날씨 쌀쌀해지면 정종이 좀 더 땡기기도 합니다, 흠.
 

아침에 인터넷 뉴스들 훑어봤는데, 한겨레신문에 나온 이 기사가 인상적이었다. 이것은 늘 그렇듯이, 노출이나 태도 '수위'의 문제가 아닙니다요.

새 여성운동? ‘슬럿워크’ 논란 속 확산  (한겨레, 2011. 6. 7 이형섭기자)

4월 캐나다에서 시작…미국·유럽·호주로 번져
“슬럿 차림이 성폭행 불러” 경찰 발언이 촉발
“내 몸이고, 내 맘이야” 자기결정권 운동으로
일부 여성학자들 “성차별구도에 말려” 비판
* 슬럿워크: 헤픈 여자 옷차림으로 걷기 

 

“우리는 슬럿(헤픈 여자)처럼 입을 권리가 있다.”

캐나다에서 시작한 ‘슬럿워크’(SlutWalk)가 점차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과연 새로운 여성운동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지난주 영국 카디프, 뉴캐슬, 에든버러 등에서 슬럿워크가 열린 데 이어 이번 주말 런던에서는 최소 수천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행진이 계획돼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4월3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시작한 슬럿워크는 벌써 미국, 유럽, 오스트레일리아 등 30여곳에서 진행됐고, 앞으로 열릴 예정인 곳까지 더하면 100여곳에 이른다고 슬럿워크 누리집(slutwalktoronto.com)은 밝히고 있다.

지난 1월 캐나다 토론토의 요크대학에서 열린 ‘안전포럼’에서 경찰관 마이클 생귀네티가 “(성폭행)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 여자들은 슬럿처럼 입지 말아야 한다”고 한 말이 이 새로운 여성운동을 촉발시켰다. 이 말은 성폭행의 책임이 여성에게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고 엄청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그 다음달 로버트 듀어라는 판사가 성폭행 사건에서 ‘피해자의 옷차림이 피고에게 잘못된 인상을 줬고, 피고의 잘못은 단지 여성이 (성행위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피고에게 벌금형만을 선고한 것이 캐나다 여성들을 폭발시켰다. 토론토 여성 3000여명은 4월3일, 말 그대로 슬럿처럼 입고 토론토 중심가를 행진하기 시작했다.

이 운동은 여성의 ‘슬럿처럼 입을 권리’를 포함한 ‘자기결정권’을 강조하는 운동으로 발전했고, 전세계 여성들에게 엄청난 지지를 받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이건 내 몸이고, 내 맘이야”라는 구호에서 쉽게 알 수 있다. 이들은 아예 슬럿이라는 말의 뜻을 바꾸기를 원하고 있다. 미국 정신분석학자인 수지 오바크는 영국 <비비시>(BBC) 방송에서 “슬럿이라는 말은 단지 여성들이 성적 욕구를 드러냈다는 이유만으로 선입견을 갖게 하는 말”이라며 “이 말에서 비꼬고 야유하는 의미를 제거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하지만 슬럿워크는 여성계 내부에서도 논란에 휩싸여 있다. 미국에서 활동중인 게일 다인스나 오스트레일리아의 멀린다 라이스트 등 유명 여성학자들은 슬럿이라는 용어 자체가 여성을 ‘마돈나와 창녀’로 나눈, 오랜 역사를 가진 성차별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말한다. 다인스는 <가디언> 투고를 통해 “여성들은 슬럿이라고 불려질 권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성폭력을 비난하기 위해 거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Forgettable. 2011-06-08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있던 동네에서도 이거 하던데ㅡ 전 한국에 돌아온다고 참여 못했지만요 ㅋㅋ 친구들이 얘기하길래 뭔가 했는데 이런거였군요! 재밋네요:)

포스트잇 2011-06-09 08:31   좋아요 0 | URL
한겨레가 늦게 옮긴건가 보네요. 저 경찰과 판사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지 좀 치가 떨리는 면이 있습니다. 대체 왜 그럴까요?
 

영화 <황해>를 봤다. 물론 후반부의 엄청난 자동차 추격 액션씬도 인상적이었지만 가장 인상적인 장면들은 구남(하정우)이 배를 채우는 장면들이었다. 무언가를 먹는 장면, 먹는다고 말하기조차 사치스럽게 느껴지는 입으로 뭔가를 밀어채워넣는 장면들. 한국영화에서 이렇게까지 절박하고 처절하게 먹는 장면을 표현하는 영화를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감독은 이 영화가 자신을 따라다닌 한 이미지에서 시작했다고 밝혔다. <추격자> 프리프러덕션 과정에서 분식집에 떡복이 먹으러갔다가 만난 "추레한 작업복 차림의 10살 가량 되는 아랍계 아이가 덮밥을 먹고 있는 모습". "맛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내 몸을 움직이려면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마음만 있는 것 같았어요. 무서웠어요." 

예전에 헐리우드 영화들에서 미국으로 목숨을 걸고 이주해오는 여러 나라의 불법 이민자들의 삶을 그린 영화를 볼 수 있었는데 <황해>는 내가 살고 있는 한국으로 오늘도 어디선가 온갖 인간의 조건을 유보하고 건너오는 타인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불행히도 오늘 한국은 그들에게 단 한 자리도 내줄 길 없는 송곳들만 꽂혀 있는 척박한 곳이다. 코리안드림이라는 판타지조차 허용되지 않는 땅. 판타지조차 가능하지 않는 그야말로 황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