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시모쓰키 아오이의 [애거사 크리스티 완전공략]을 보다가 아니, 이런 책이 아직도 번역되지 않다니, 놀라고 있는 중이다.

존 커랜의 [애거사 크리스티 비밀노트 Agatha Christi 's Secret Notebooks]라는 책인데 크리스티의 창작노트 73권(지금까지 발견된)을 조사분석하여 엮은 책, 말이다.

1930년대 이후 작품 창작과정시 만들어놓은 노트들을 참고한 것이다.

존 커랜은 크리스티 공식 뉴스레터 편집을 맡고 있다고 하는데 역시 크리스티의 오랜팬으로서 덕후질이 이런 책을 낼 정도로 발전한 경우가 아닌가 싶다.

 

 

 

 

 

 

 

 

 

 

 

 

 

 

 

아오이에 따르면 크리스티가 작품을 구성하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로, '트릭'과 '인간관계'를 중심으로 구성하는 건데 후자가 다수를 차지한다.

크리스티는 작품의 등장인물과 속성을 열거한 메모를 많이 남겼다고 한다.

일단 열명 전후의 사람들로 이루어진 집단과 그들의 인간관계가 있고, 그중에서 누군가가 죽는다. 거기서부터 작품을 다듬어나가는 방식. 그러고 나서 복선과 단서를 깔 장면의 윤곽을 그리며 구성을 결정한다고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걸작으로는 [백주의 악마] [죽음과의 약속]을 들 수 있다.

 

 

 

 

 

 

 

 

 

 

 

 

 

 

 

크리스티가 작품구성에 새로운 방식을 시도해보게 된 전환점은 1930년대 초에 발표된 [엔드하우스의 비극], [에지웨어경의 죽음]이라고 본다.

그 이전의 작품은 독창적인 '트릭'이 포함되어 있는 작품들이었는데, 언급한 두 작품에서는 그런 트릭이 없다. 작품전체의 인간관계와 사람들의 행동과 거짓말, 서술의 기교등이 조합되어야 비로소 충격을 발휘하는 유형의 장치들이 주요한 구성으로 떠오른다.

이러한 사고의 전환으로 크리스티는 자신의 추리소설 걸작들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을 발표하게 된다. 

아오이가 뽑는 걸작들, [나일강의 죽음] [다섯마리 아기돼지] [할로저택의 비극]등의 걸작, [죽음과의 약속] 등. 

모두 등장인물 목록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했다는 걸 창작노트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구성하면서 정작 크리스티 자신도 누가 범인인지 모르고 시작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인간집단'을 규정하고 '피해자'를 결정한 후 인간관계를 채워 넣으면서 범인을 찾아간다.

연극을 좋아했던 크리스티의 특징, 무대위에 모든 인간과 관계를 올려놓고 누가 어떤 행동을 하게 되는지 관찰하게 하고,

범인을 찾아가게 하는 스타일을 구사한다.

 

 

 

 

 

 

 

 

 

 

 

 

 

 

 

 

 

 

 

 

 

 

 

 

 

 

 

 

황금가지에서는 전 79권으로 크리스티 전집 완전판을 발간했다. 66편의 장편과 150편의 중단편을 실었다.

정식계약을 맺고 출판한 거라서 국내에서는 이 버전이 유일하다고 봐야한다.

전집 편집자의 초이스로 열권을 따로 뽑기도 하고 푸아로가 활약하는 작품중 베스트를 따로 뽑기도 하는 등 선집도 다양하게 만든 듯하다.

존 커랜의 책에서는 크리스티의 작품 창작의 비밀만이 아니라 작품에 따른 당대 어쩌면 라이벌이었을지 모를 다른 작가의 작품에 대항(?)하는 작품을 구상하게 되는 과정을 추적해본다든지 크리스티가 고심한 트릭들에 대해서 잘 정리해놓았다고 하는데 왜 이 저작을 번역하지 않았는지 아쉽다.

 

내가 가지고 있는 크리스티 작품들은 황금가지가 번역한 전체 작품중 몇권 되지 않는데 그마저도 읽었으면서도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꺼내놓고 보니 포스트잇도 붙어있고, 앞뒤 빈페이지에도 메모들이 적혀있지만 내용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나의 뇌는 너무나 순백해. ...

크리스티는 코난도일과 다르게 단편보다 장편에 강했다고 하는데 내게 크리스티가 강렬하게 다가왔던 건 우연히 본 단편에서였을 것이다. 아직도 그 작품이 어떤 작품이었는지 알 수 없는데 당시에는 수준을 장담할 수 없는 번역이 많았던 시절이었다. 크리스티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인간관계는 기억이 나지 않고 다만 살인에 쓰인 방법만이 또렷이 기억에 있는데, 바로 백합향이었다.

아마도 불륜, 질투에 의한 복수 혹은 원한, 혹은 이익을 얻기 위한 살인이었던 거 같은데 아내를 죽이기 위한 정부의 완전범죄시도였을 것이다.

마플이었을까, 마플이 바로 그 범죄를 관통하고 있는 피해자와 범인의 관계를 눈치챘을 것이고, 밀폐된 방에 놓아둔 백합꽃에 주목했을 것이다. 백합향의 독성을 이용한 살인이었다.

어린 마음에 백합향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이 경이로웠다. 백합은 잘 알고 있는 꽃이 아닌가.

그꽃이 그렇게 오용될 수도 있다는 것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크리스티를 처음 만났고 나는 그녀가 전설적인 추리작가인줄 몰랐다. 그뒤로 만나게 된 크리스티의 작품들에 나는 얼마쯤 싫증을 냈던 것 같다. 아오이가 지적하듯이 '시골,, 정원, 오후 티타임, 마을 사람들의 인간관계, 뜨개질을 하면서 뛰어난 추리를 펼치는 할머니.... 느긋함, 온화함, 유상상속.. '이런 코드들이 나하고는 별로 맞지 않는듯했다.

귀족이나 부유한 저택에서 벌어지는 좁고좁은 관계들.

나는 아직 크리스티를 알지 못한다. 읽은 것보다 아직 읽어보지 못한 작품들이 더 많다.

우선 여기서 언급된 작품부터 시작해야겠다. [나일강의 죽음] 정도를 읽은 것 같다.

 

요즘 부쩍 여성작가들을 가까이 하고 있다.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이야기]를 읽고 있는데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다.

[눈먼암살자]와 비슷한 서술전략을 구사하는듯한 느낌을 받는다.

답답하리만큼 화자를 구심점으로 그 근처만을 조금씩 드러내주는 반면 화자의 꿈, 과거회상, 생각을 넘나들면서 도무지 화자너머의 세계가 언제끔 드러날지 성급한 마음만 앞서게 한다. 퍼즐들의 조각들이 흩뿌려지고 우리는 언제쯤 그 퍼즐들이 그리는 큰 그림을 보게될지 인내하며 읽어야 할 것이다. 

화자는 믿을 수 있나. [눈먼암살자]에서 맛본 배신(?)이 여전히 인상깊게 남아있다. 

그래서 지금 나는 화자인 주인공 '나'를 믿지 않고 읽어가고 있다.

애트우드 작품을 많이 읽고 싶은데 이 작가의 작품 읽다가 담걸리기 딱 좋다.  

여성작가들과 내가 별로 친하지 않는데 어째 코드가 잘 맞지 않는다.. 왜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달 책구입 제한도 소용없게 생겼다.

나름 정해놓은 금액상한선을 이미 넘었는데 또 구입해야 할 지경이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99 작품, 전작을 소개하고 있는 평론서이자 독서가이드북이 나왔다. 

시모쓰키 아오이 라는 일본 저자의 책인데 미스터리 평론가로 활동해왔다고. 일본은 정말 놀라운 나라야. 어쩜 이런 생각을 하고 이런 책을 낼 수 있었을까. 셜록홈즈 시리즈도 해볼만한 작업일 듯. 아마 누군가는 하지 않았을까.

99작품 전작의 '줄거리를 소개하면서도 스포일러가 없다'니 범인이 누군지는 직접 읽어보면 될 거고, 

크리스티 작품의 인물유형분석에 작품 구성 등 작가론으로 읽혀도 좋을 듯하다. 

 

'트릭 한방에 의존하는 추리소설이 아니라 작품 전체가 치밀한 속임수를 성공시키기 위한 유기적 조직' 이라는 건 정말 딱 맞는 분석인 것 같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읽을때 직접 행동으로 옮겨볼 때는 헛점이 드러날수도 있을텐데 유기적으로 맞물려 엮어놓으면 꼼짝없이 속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언젠가 크리스티 작품들을 이런 식으로 따져가며 읽어보고 싶었는데 이미 누군가는 했군.

99작품을 다 손봤다 하니 그 끈기와 노력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셜록홈즈 시리즈는 장편 4편(주홍색연구, 버스커빌가의 개, 공포의 계곡, 네개의 서명)에 단편 56편이 전부인데 크리스티보다 슬림한편에 속한다.

셜록홈즈도 이렇게 완전 가이드북이 있으면 좋겠다. 누군가는 했을 것 같은데, 아니면 지금 누구라도 도전해 볼만하겠다.

자기만의 방법으로 전작주의를 넘어서 전작분석주의 뭐 이런.

전작별점매기기 프로젝트.

아, 이건 사야해.

 

 

 

 

 

 

 

 

 

 

 

 

 

 

크리스티전집은 황금가지, 해문 정도에서 나오고 있는 중인듯.

 

황금가지판은 현재 79권까지 나와있는 듯. 세트로는 품절된 것도 있어서 신경써서 사모으지 않는한 다 갖추기는 어려울듯 보인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7-07-07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 제목 보자마자 ‘셜록 홈즈 가이드 북도 나왔으면 좋겠다’하고 간절한 생각이 잠깐 머릿속을 스쳤습니다. 포스트잇님도 저랑 비슷한 생각을 하셨군요. ^^

포스트잇 2017-07-07 15:38   좋아요 0 | URL
cyrus님이 하시면 됩니다^^ 지금 바로 시작하세요~

cyrus 2017-07-07 16:00   좋아요 0 | URL
ㅎㅎㅎ 그건 너무 어려운 일입니다. 제가 하면 어딘가에 있을 셜록 덕후들한테 욕 먹습니다.

포스트잇 2017-07-07 16:55   좋아요 1 | URL
하시다보면 덕후도 되시고.. 그러면 안될까요? 그러면 되실거 같은데요..번역본 비교분석하시는김에 완전정복편을 만드시는거죠 ㅎㅎ

북깨비 2017-10-13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를까 말까 고민중이었는데 스포일러가 없다시니 맘놓고 지르렵니다. ㅎㅎㅎㅎ

포스트잇 2017-10-13 17:28   좋아요 1 | URL
네, 가이드북으로 삼으시면 괜찮을 듯합니다.
저자가 나름 별점도 매겼는데 참고로 삼으시면 됩니다.
추리소설은 분명 읽었음에도 시간이 지나면 .. 내용조차 생각이 잘 안나는 관계로 스포일러가 그닥 힘을 못쓴다는..ㅎㅎㅎㅎㅎㅎ
 

기다리던 책이 나왔다.

피터 브룩스의 [정신분석과 이야기 행위]가 그책인데, 피터 브룩스의 최신작은 아닌 듯하다.

1993년에 나온 [Psychoanalysis and Storytelling] 이 원저인 거 같은데 아무렴 어떤가.

정신분석 시각에서 보는 문학은 얼마나 풍부한 얘깃거리를 선사하는가.

그 자체가 왠만한 작품 못지 않다고 보는 편이다.

"기억과 욕망의 역학을 통해 과거의 회복을 다루는 정신분석학은 기본적으로 내러티브의 예술"이라고 피터 브룩스는 보기 때문이다.

책소개만으로도 흥분될만큼 기대하고 있다.

 

프로이트, 늑대인간, 도라, 쾌락원칙을 넘어서, 발터 벤야민, 로만 야콥슨, 스탠리 피시, 셜록 홈스, 플로베르, 발자크, 도르비아.. 19세기 소설들....

 

 

 

문학비평가 피터 브룩스의 신작.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번 책 역시 <플롯 찾아 읽기> <육체와 예술> 등의 전작에서 주요하게 다뤄온 주제인 문학과 정신분석의 관계를 심층적으로 탐구한다. 브룩스의 연구는 문학적 형식주의나 전통적인 정신분석 비평의 틀을 넘어서 플롯에 대한 논의의 지평을 확장했으며, 형식주의 서사학에서 탈구조주의 이론에 이를 만큼 그 연구 범위가 광범위하고 나아가 불문학과 영문학, 법학, 정신분석학을 넘나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책에서 브룩스는 서사학과 정신분석을 고찰해 얻은 이론적 통찰을 응용하여 텍스트를 명확하게, 그리고 생산적으로 읽어낸다.

프로이트의 「늑대인간」 「도라」 사례와 <쾌락 원칙을 넘어서>와 같은 유명한 저작들을 면밀히 분석하는 한편으로 발터 벤야민, 로만 야콥슨, 스탠리 피시 등의 비평 이론에 대한 응답을 제시한다. 동시에 대중에게 친숙한 탐정소설 <셜록 홈스>를 비롯해, 플로베르와 발자크, 바르베 도르비이 등의 19세기 소설 텍스트를 면밀히 읽어나감으로써 "정밀한 읽기" 모델을 독자에게 제공한다.

 

(알라딘 책소개)

 

 

 

 

 

 

 

 

 

 

 

 

 

 

 

 

 

 

 

 

 

 

 

 

 

 

 

 

 

 

언급된 저자와 작가들 중 스탠리 피시(피쉬)와 19세기 프랑스 소설가이자 저술가, 정신과의(?)이기도 했다는 쥘 바르베 도르비이는 생소해서 찾아보니, 스탠리 피쉬에 대한 정보는 부족한데, 역시나 로쟈님의 글에서 발견할 수 있다.

어지간한 책을 소개받을 때 우리는 거의 언제나 로쟈님을 만나게 된다 ㅎㅎ

어쨌든 잘 모르겠고, 피터 브룩스의 글을 통해 만나보면 될터.

 

스탠리 피시(피쉬)

 

 

 

 

 

 

 

 

 

 

 

 

 

 

 

 

 

쥘 바르베 도르비이

 

 

 

 

 

 

 

 

 

 

 


댓글(4)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곰곰생각하는발 2017-05-16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dh rm dba
오 그 유명한 피터 프룩스의 책이 나왔군요. 정신분석학 책 읽을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저자이기도 한데 말이죠..
장바구니에 담아갑니다..

포스트잇 2017-05-16 12:53   좋아요 0 | URL
네, 나오네요 ㅎ
기존 책들도 구입만 해놓고 읽지못했는데 ... 하여튼 밀린다니까요.. ,,,;;

다락방 2017-05-16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 저는 알지 못하는 분야이고 생소하며 어렵게 느껴지지만 어쩐지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가만히, 조용히 장바구니에 담아봅니다.

포스트잇 2017-05-16 14:43   좋아요 0 | URL
네, 모르면 건너뛰고, 아는 대목 나오면 아는체 하며 읽고... 그러죠 뭐..ㅎㅎ 일단 다루고 있는 얘기들이 재밌을 거 같아서요
 

망각의 안개를 내뿜는다는 용 이야기가 아서왕 전설에 나온다는 걸 얼마전 김대식의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를 보고 알게 됐다.

아서왕 전설에 대해서는 성배이야기 등 흩어진 정보를 통해서만 알고 있는데 언젠가 기회 있으면 들춰봐야겠다는 생각만 하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이야기]를 훑어보다 다시 아서왕 전설을 만났다.

 

유럽문화를 알기 위해 성서를 읽는 건 필수지만 아서왕의 전설이나 성배전설 또한 아주 중요하고 유럽 문화 전반에 걸쳐 영향을 확인 할 수 있다고 한다.

 

다카시는 토마스 말로리(토머스 멜러리 Thomas Malory) 의 [아서왕의 죽음]을 추천한다.

아서왕 전설이 그리는 세계의 전체상을 틀어쥘 수 있다고 한다. 만일 이것을 틀어쥐지 못하면 유럽문명의 다양한 측면을 잘 알 수 없다(213)고까지 말하니 언젠가 꼭 읽어봐야 할 것 같다.

 

 

 

 

 

 

 

 

 

 

 

 

 

 

 

 

그외에도 몇가지 책을 추천하지만 번역된 게 없어 읽을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다.

번역될 것 같지도 않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