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이 감정을 뭐라 표현할 수 있을까. 

슬픔이자 어떤 그리움같은 한탄, 옆으로 누운 채 상처투성이인 배를 보는데 ... 아, 이런 감정은 참 착잡하다라는 말 외엔 달리 표현할 능력이 없다. 
구멍이 150개 넘게 뚫려 있는 배. 세우지도 못하고 누운 채 인양되는 배. 당장 조사위가 꾸려지지 않아서 감추고 훼손한 당사자들이 후다닥 조사하겠다는 가여운 배. 우린 왜 이다지도 가여운가. 
구난까지 민간업체에 맡겼던 황당한 일을 목도했던 그 일을 잊지 말아야 하는데. 구조는 안하고 구난업체부터 불러 독점 권리를 주려했던 그 저간의 사정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더이상 우리가 가여워져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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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흥미롭게 봤던 [무라카미 하루키를 읽는 오후] 여운이 여전한데 비슷한 컨셉의 책이 나왔다. 
평론가 금정연과 작가 정지돈의 대담으로 엮은 한국소설에 관한 수다, 한국소설 평론. [문학의 기쁨]
금정연은 알지만 정지돈은 모르는 작가다, 흠,,;;;;
한국소설을 거의 읽지 않는 나로서는 두 사람의 얘기를 통해 다른 책들 다 팽개치고 당장 두 사람의 대화 속에 나온 한국소설을 손에 쥐고 문학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면 이책은 찬양받아야 할 거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소설이 읽고 싶지 않을 땐 ... 어쩔 수 없지. 한동안도 한국작가의 책을 손에 쥘 일이 많지 않을 것 같다. 
궁금하다. 몹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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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와 유타카와 고야마 데쓰로의 대담으로 엮은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론 [무라카미 하루키를 읽는 오후]를 무척 흥미롭게 읽었다. 


가라타니 고진의 [역사와 반복], 고모리 요이치의 [무라카미 하루키론]의 하루키 비평서( 하루키 작품 비평서 책 한권을 더 봤던 것 같은데 당장 기억이 나지 않는다) 외에 작품론이나 비평론을 별로 읽어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오후]는 하루키 작품을 좀더 풍성한 얘깃거리를 가지고 볼 수 있게 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책이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를 이번에 다시 읽었는데, 출간 당시 그저 쉽게 읽었던 것에 비하면 생각할만한 몇가지를 건졌다고 할까.  

덩달아 [여자 없는 남자들]에 실린 첫단편 <드라이브 마이 카>도 내친김에 다시 읽었는데 스치고 지나간 몇가지들도 다시 되새기게 됐다. 


우치다 다츠루의 [하루키씨를 조심하세요]가 하루키의 '아버지'를 새롭게 볼 수 있게 언급했듯이 하루키에게 '아버지'란 의미들이 갈수록 커져가는 건 분명 있는 것 같다. 

[색채가 없는]은 아버지 세대와 그 자식 세대를 의식하고 쓴 소설 같다는 생각도 이번에 하게 됐다. 

(가령 처음 읽을 때 하루키 소설 중 가장 부유한 주인공 등장에 의아해했다. 주인공의 나이가 청년을 벗어나 중장년에 이르면 어느 정도 사회적 안정 궤도에 오르면서 경제적 안정도 이룬다고 하루키는 생각하는 것일까, 라는 아주 멍청한 생각을 하고 지나갔더랬다. 이제와보니 부유한 주인공 다자키 쓰쿠루와 그 아버지(세대)에 걸쳐 말하고자한 것이 있었으리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니 매우 세밀하게 소설을, 작품을 대해야 하는거다, 모름지기.) 

그건 하루키가 시대에 대한 발언을 하고 있다는 것과 같다. 

최신작 [기사단장 살인]은 난징학살사건 언급한 걸 두고 일본 우익이 욕하고 있다는 뉴스가 먼저 터졌고 

심지어 노벨상 타려고 중국에 아부한다는 모욕까지 얹혀져 소설 자체보다 더 큰 화제가 됐던 모양이다. 

그런 의미에서도 기대작이다. 

사실 이건 하루키에겐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자신에게 부족한 걸 잘 알고 계속 도전하는 영민한 작가이므로 새소설에서 뭔가 시도한 게 있을 것 같다고 짐작할 뿐이다. 



[색채가 없는]이나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 이번에 주목한 점은 인간관계에 대한 아릿한 생각이랄까. 

[색채가 없는]은 과거에 자신을 죽음 문턱까지 이르게 한 깊은 상처를 극복했다고 믿으며 살아가지만 마음에 이미 큰 벽이 생겨버린 경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느냐를 질문했다. 

원래 단편으로 생각했던 이 소설은 사라라는 인물의 명령 "당장 나고야로 돌아가 십팔년전(!)에 그곳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봐야 한다"고 말하면서부터 완전히 궤도를 달리하게 됐다고 하루키는 말한다([직업으로서의 소설가], 251)

하루키 스스로도 생각하지 못했던 말이 작중 인물 사라를 통해 발설됐고 소설은 장편으로 새롭게 달려야 했다. 

결국 그곳으로 돌아가봐야 한다. 


왜 다섯명의 조화가 하필 두 여자의 성적 판타지에 의해 깨져야 하는지 이해되지 않고, 불만스럽지만, 어쨌든 하루키 세계에서는 그렇게 됐다. 

핀란드까지 가서 이뤄지는 두 사람의 포옹이 치유가 되는 건지 위로가 되는 건지 그 역시 언뜻 잘 이해가지 않지만 생각해보려 한다. 


<드라이브 마이 카> 역시 자신의 내면을 마주하는 일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어떻게 보면 닭살돋는 듯한 말의 향연이 이어지지만 한편으론 과연 그런가, 타인을 진정으로 이해한다는 건 가능한 일인가, 

신의 내면과 마주한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드라이버 와타리 미사키처럼 머리굴려봤자 해결되는 게 없으므로 꿀꺽 삼키고 살아가면 되는 방식도 있다. 

자신에게 뭔가 '맹점'이 있다며 자책하고 전전긍긍하지 말라고 충고할 수도 있다. 


언제나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나로서는 이제와 이렇게 보니 가슴에 닿는 게 있다. 

흔히 하루키의 쿨함을 새로운 시대, 상실의 세계 젊은이들의 특징처럼 얘기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하루키의 쿨함이 내면을 충분히 들여다보지 않은 채 시스템과 적당히 거리둔 채 그럭저럭 살고자 했던 (그럴 수 있다고 믿었기에) 지난날이 빚 독촉처럼 귀환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드라이브 마이 카>를 읽다가 생각난 건 줄리언 반스의 [플로베르의 앵무새]다. 

<드라이브>의 가후키는 아내와 사별했다. 

아내는 아이를 잃은 뒤 바람을 폈다. 

가후키는 내색하지 않은 채 살아갔다. 연기를 한 셈이다. 아내가 죽은 후 가후키는 아내의 내연남 중 한명과 가까워진다. 

몇차례의 만남 후 가후키는 자신이 진정으로 아내를 이해하지 못했음을 한탄한다. 아내를 이해하지 못한 채 진심은 "깊은 바다 밑에 가라앉은 작고 단단한 금고처럼"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가후키는 어떻게 해야하나.


[플로베르의 앵무새]의 주인공 퇴임한 의사 브레이스웨이트 역시 아내와 사별했는데 아내가 바람을 피웠고 자살했다. 

브레이스웨이트는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을 쫓아가 본다. 마담 보바리의 부정에 대해서. 

"과거는 포착될 수 있는가"라는 화두를 안고. 과거는 해명되고 포착될 수 있는 것인가. 

여기에도 그런 질문이 따른다. 아내의 진실은 무엇인가? 아내는 왜 부정을 저질렀을까? 자기와의 관계는 무엇이었는가? 아내는 왜 자살했을까? ..... 


두번이나 읽었는데 또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다시 봐야 할 것 같다. 비교해 볼만하지 않을까.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었다. 















































결국 나다. 

억압된 것은 반드시 귀환한다. 

언젠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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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이 나온다는 건 진즉에 알았지만 책에 대한 신뢰가 안가서 망설이고 있었는데 읽어볼 필요가 있을 듯 싶다. 

오늘 프레시안에 관련 기사가 있어 읽어봤는데, 기자(이대희)는 이책을 '악의 연대기'라고 규정했다.


<또 하나의 가족-최태민, 임선이, 그리고 박근혜>(조용래 지음, 모던아카이브 펴냄)는 한국 현대사 무대를 되돌릴 수 없는 어딘가로 옮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핵심인 최순실의 의붓조카 조용래(최순실의 의붓오빠 조순제의 아들)가 쓴 악의 연대기다. 


이 악의 연대기에 연루된 사람들의 얘기가 아마도 대하드라마로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다양하고도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을만한 캐릭터들의 향연일 것 같고 등장하는 사건들도 멜로, 심리스릴러, 코미디, 법정, 수사극... 뭐 복합장르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또 하나의 가족] 박근혜, 최태민의 또 하나의 가족)


박근혜는 분석해보고 싶은 인간이다. 

그녀의 인생사도 그렇지만 그녀의 정신, 심리, 행동역학같은 게 너무 궁금하다. 

앞으로 읽을만한 박근혜 분석서나 평전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궁금한 인물로는 갑이다. 


최태민이라는 인물 역시 못지않게 드라마틱한 인물이다.

그닥 멀지 않은 과거에는 동네에서 흔치않게 볼 수 있었던 남자였을 거다. 

집구석은 가끔 들어오고 어디를 싸돌아다니며 뭔짓을 하고 다니는지 도통 파악이 안되는 남자들. 

그들의 바람기는 뜬금없이 배부른 여자를 데리고 들어오거나 아니면 아예 애와 함께 낯선 여자를 데리고 들어오거나 근본을 모르는 아이를 데리고 들어오든지 여튼, 부인으로선 감당하기 힘든 짐을 떠넘기고 자신은 행방조차 모르게 떠나는.. 그렇고 그런 서사들. 


임선이는 최태민의이 다섯번째 부인으로 알려져 있다.  

임선이는 최태민의 빈자리를 지키는 억척스런 여자였던 것 같다. 

원래 탐욕스러운 성정을 가졌든지, 놓인 처지에 따른 강한 의지의 산물이었든지 물불 안가리고 돈을 긁어모았던 것 같다. 

그렇게 건사하던 집안에 최태민은 박근혜를 데리고 들어온다. 

















가계도에 따르면 저자 조용래는 임선이의 첫번째 남편 조동진과 사이에서 낳은 조순제의 아들이다. 

아버지의 잘못과 죄를 알지만 부정당한 아버지가 불쌍해서 이책을 쓰게 됐다는 걸 감안하고 읽으면 될듯하다. 

그리고 직접 보고 들은 게 많지 않고 대개는 전해 듣거나 2,3차 자료를 통해 서술된 듯하니 그점도 고려하면 좋을듯하다.







임선이는 박근혜를 전폭적으로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선이는 무슨 생각을 한 것일까. 

주변의 알만한 이들은 최태민과 박근혜 사이를 남녀관계로 알고 있었다. 임선이는 최태민의 부인이다. 

과거엔 흔한 일이었을까. 남편의 애인이 막강한 독재자의 딸이라면 달리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인가. 

그 독재자가 어느날 갑자기 총에 맞아 죽고 딸은 부모없이 혼자되어 돌아왔는데 그녀를 대상으로 임선이는 무슨 꿈을 꾸었던 것일까. 남편의 연인과 그녀의 비지니스. 

박근혜의 권력욕을 그녀가 정치계에 들어올 때 너무 소홀히 봤었던 건 아니었던가. 

그저 아버지의 제사를 지내기 위해서 대통령이 되고자 했던거라고 생각했던 건 아닌가. 

한나라당 대표가 됐을때도 잘 몰랐다. 야당의 무기력이 그녀를 돋보이게 하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대통령 후보가 되었을 때도 야당이 너무 못하는 틈을 그녀가 잘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문득문득 한편으론 그녀의 정치력을 과연 야당 어느 누가 따라갈 수 있는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권력욕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녀가 대통령이 되고서야 그녀는 보통 사람이 생각할 수 있는 수준을 상회하는 것인지 한없이 낮게 눈을 떨어뜨려야 보이는 것인지 가늠이 잘 안될만큼 보통 사람의 상식을 넘어서 있음을 알게 됐다. 

탄핵 이후 행동은 더더욱 이해부득이다. 

과연 검찰에 가서 그녀는 어떻게 조사를 받을 것인지 .. 궁금해 죽을 지경이다. 

그녀는 자신을 궁지에 몰아넣는 추궁을 당해본 적이 있었을까. 대선 경선과 TV토론? 검찰 수사가 그 수준은 아닐 것이다.

질문에 질문에 꼬리를 무는 질문 공세를 그녀는 어떤 식으로 헤쳐갈 수 있을까. 

헌재에서 자신의 운명을 건 재판이 벌어지고 있는데 자신의 대리인단조차 제대로 만나지 않는 그녀는 정말... 


여튼 읽을만한 관련 도서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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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7-03-15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임선이에게 박근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겠죠..

포스트잇 2017-03-15 20:10   좋아요 0 | URL
네, 임선이의 비즈니스죠. 임선이도 참 독특한 인물이에요..드라마틱해요

레삭매냐 2017-03-16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길라임을 지원한 임선이의 모습에서
전국시대 조나라의 포로로 잡혀 있던 진나라
자초를 지원한 거상 여불위가 떠올랐습니다.

역시 예나 지금이나 권력을 추구하는 금권의
정경유착은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아 보이네요.

포스트잇 2017-03-16 15:25   좋아요 0 | URL
여불위..그렇군요.
여불위에 비하면 임선이가 더 흥미로워요. ㅎㅎ
길라임은 임선이에겐 남편이 데리고 온 여자였을 거니까요.
최태민과 임선이는 길라임을 두고 어떤 계산과 계획을 했던걸까요. 둘은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생각을 가졌을까...케이퍼 장르일수도 있고 파볼만한 얘기에요. ㅎㅎ
 

박근혜는 파면됐다. 그러나 박근혜는 여전히 청와대에 있다. 

(* 대통령 박근혜 탄핵결정문에는 선고일시를  2017. 3. 10. 11:21로 명시했다. 이는 최초의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례를 두고 효력발생 시간까지를 표현한 것이란 해석이다. 이정미 재판관이 판결문을 읽어가다 한번 시계를 본 적이 있다. 이는 정확히 시간을 맞추려 했던 모양이다. 이제야 그 몸짓이 이해가 된다. 그러므로 박근혜는 바로 파면됐다. 그런데 박근혜는 2017년 3월 11일 오후 12시 25분이 된 지금까지 아직도 청와대에 있다.)

사저가 준비가 안되어 있다는 핑계. 

지금까지도 박근혜는 아무런 말이 없다. 

아, 진짜 괴물이다, 청와대에서 농성할지도 모른다고 예상했는데 진짜 최악이다.

관저를 비롯해 청와대는 개인의 집이 아니다. 

파면이라는 처분을 받았음에도 그에 저항하는 몸짓. 

염치나 품격도 보여주지 못하는 대통령을 우리는 가졌었다. 

아니, ... 친일을 했던 이들, 독립군을 잡으러 다니던 일본군 장교를, 심지어 그 딸을 대통령으로 가졌었다. 

이 더러운 사슬을 압도적인 편견을 가지고 단호하게 끊어야 한다. 

















북플의 별점으로 별 다섯개를 줬다가 한개를 뺐다. 

세월호에 대한 결정은 옳지 않다. 

물론 보충의견으로 냈지만 단호하게 파면 이유로 삼았어야 했다. 

아쉽다. 

'성실의무를 위반하였지만 ... 의식적으로 방임하거나 포기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니?   

중대본에 다녀온 후에도 저녁회의 등에도 참석하지 않은 박근혜. 중대본 다녀온 후에도 그날 저녁부터 다음날까지 박근혜는 세월호에 관한 한 아무일도 하지 않았다. 

이런데도 의식적으로 방임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고?

여론이 들끓고 다음날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팽목항에 가서 또 연극을 한다. 시술받은 얼굴을 하고서. 

이게 국민의 신임을 배반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보충의견으로 붙을만한 사안인지 나는 여전히 아쉽다. 



 대통령 박근혜 탄핵 결정문 중, 김이수.이진성 재판관 보충의견



세월호 참사 관련 소추사유에 관한 보충의견


피청구인의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은 다수의견과 같다. 우리는 피청구인이 헌법상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 및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를 위반하였으나, 이 사유만으로는 파면 사유를 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1. 성실한 직책수행의무 위반이 탄핵 사유가 되는지


○ 헌법이나 법률에 따라 대통령에게 성실한 직책수행의무가 구체적으로 부여되는 경우, 그 의무 위반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탄핵 사유를 구성한다. 대통령도 헌법 제69조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와 국가공무원법 제56조의 성실 의무에 위반한 경우에는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 국가주권 또는 국가의 핵심요소나 가치, 다수 국민의 생명과 안전 등에 중대한 위해가 가해질 가능성이 있거나 가해지고 있는 ‘국가위기’ 상황이 발생한 경우, 대통령은 시의적절한 조치를 취하여 국가와 국민을 보호할 구체적인 작위의무를 부담한다. 이처럼 대통령에게 구체적인 작위의무가 부여된 경우 성실한 직책수행의무는 법적 의무이고, 그 불이행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


○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 위반에 대해 탄핵 사유가 되는 법적 책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첫째, ‘국가위기’ 상황이 발생하여야 하고(작위의무 발생), 둘째, 대통령이 국가의 존립과 국민의 생명, 안전을 보호하는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않았어야 한다(불성실한 직무수행).


2. 피청구인이 성실한 직책수행의무를 위반하였는지


가. 작위의무의 발생

○ 476명이 탑승한 세월호는 좌현으로 전도된 후 빠른 속도로 기울다가 전복되었다. 이는 다수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중대한 위험이 가해지거나 가해질 가능성이 있는 국가위기 상황에 해당함이 명백하므로, 피청구인은 시의적절한 조치를 취하여 국민의 생명, 신체를 보호할 구체적인 작위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다.


나. 불성실한 직무수행의 존재

(1) 위기상황의 인식

○ 해양수산부는 09:40경 위기경보 ‘심각’ 단계를 발령하였는데, 해양사고(선박) 위기관리 실무매뉴얼은 최상위 단계인 ‘심각’ 단계의 위기경보 발령 시에는 대통령실(위기관리센터)과 사전 협의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안보실은 09:40 이전 상황의 심각성을 알았고, 피청구인이 집무실에 출근하여 정상 근무를 하였다면 09:40경에는 상황의 심각성을 알 수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 피청구인이 10:00경 보고받은 내용을 보면 피청구인은 늦어도 10:00경에는 매우 심각하고 급박한 상황이라는 점을 인지할 수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 피청구인은 언론사의 오보 때문에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웠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피청구인이 오보들을 보고받았다고 볼 자료가 없고, 청와대는 해당 보도가 해경에서 확인하지 않은 보도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따라서 위 오보는 피청구인이 10:00경 심각성을 인식하였으리라는 판단에 방해를 주지 아니한다.


○ 피청구인은 당일 13:07경 및 13:13경 ‘190명이 추가 구조되어 총 370명이 구조되었다’는 내용의 보고를 받아 상황이 종료된 것으로 판단하였다고 주장한다. 피청구인이 위 보고를 받았다 하더라도, 104명의 승객이 아직 구조되지 못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으므로 상황이 종료되었다고 판단하였다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고,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한 시점을 오후로 늦출 수 없다.


○ 따라서 피청구인은 늦어도 10:00경에는 세월호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였거나, 조금만 노력을 기울였다면 인지할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15:00에야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였다는 피청구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2) 피청구인의 대처

○ 국가위기 상황의 경우, 대통령은 즉각적인 의사소통과 신속한 업무수행을 위하여 청와대 상황실에 위치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피청구인은 사고의 심각성 인식 시점부터 약 7시간이 경과할 때까지 별다른 이유 없이 집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관저에 있으면서 전화로 원론적인 지시를 하였다.


○ 피청구인은 10:15경 및 10:22경 국가안보실장에게, 10:30경 해경청장에게 전화하여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하였다고 주장하나, 통화기록을 제출하지 않았으므로 위와 같은 통화가 실제로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당시 해경청장은 09:53경 이미 특공대 투입을 지시하였다고 하는데, 피청구인이 실제로 해경청장과 통화를 하였다면 같은 내용을 다시 지시할 수 없을 것이므로, 해경청장에 대한 특공대 투입 등 지시를 인정할 수 없다.


○ 피청구인 주장의 최초 지시 내용은 매우 당연하고 원론적인 내용으로서, 사고 상황을 파악하고 그에 맞게 대응하려는 관심이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기에 구체성이 없는 지시를 한 것이다. 결국, 피청구인은 위기에 처한 수많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심도 있는 대응을 하지 않았다.


○ 국가위기 상황에서 대통령이 상황을 지휘하는 것은 실질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상징적인 효과도 갖는다. 실질적으로는, 경찰력, 행정력, 군사력 등 국가의 모든 역량을 집중적으로 발휘할 수 있어 구조 및 수습이 빠르고 효율적으로 진척될 수 있다. 상징적으로는, 국정의 최고책임자가 재난 상황의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여기고 있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구조 작업자들에게 강한 동기부여를 할 수 있고, 피해자나 그 가족들에게 구조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하며,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최소한의 위로를 받고 재난을 딛고 일어설 힘을 갖게 한다.


○ 진정한 국가 지도자는 국가위기의 순간에 신속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대처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하고 피해자 및 그 가족들과 아픔을 함께하며, 국민에게 어둠이 걷힐 수 있다는 희망을 주어야 한다. 국정 최고책임자의 지도력을 가장 필요로 하는 순간은 일상적인 상황이 아니라, 국가위기가 발생하여 그 상황이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이를 통제, 관리해야 할 국가 구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이다.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2014. 4. 16.이 바로 이러한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 그러나 피청구인은 그날 저녁까지 별다른 이유 없이 집무실에 출근하지도 않고 관저에 머물렀다. 그 결과 유례를 찾기 어려운 대형 재난이 발생하였는데도 그 심각성을 아주 뒤늦게 알았고 이를 안 뒤에도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였다.


○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급박한 위험이 초래된 국가위기 상황이 발생하였음에도, 그에 대한 피청구인의 대응은 지나치게 불성실하였다. 그렇다면 피청구인은 헌법 제69조 및 국가공무원법 제56조에 따라 대통령에게 구체적으로 부여된 성실한 직책수행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해당한다.


3. 결론


○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민주적 정당성과 헌정질서의 막중함을 고려하면, 대통령의 성실의무 위반을 파면 사유로 삼기 위하여는 당해 상황에 적용되는 행위의무를 규정한 구체적 법률을 위반하였거나 직무를 의식적으로 방임, 포기한 경우와 같은 중대한 성실의무 위반이 있어야 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 피청구인은 국가공무원법 상의 성실의무를 위반하였으나 당해 상황에 적용되는 행위의무를 규정한 구체적 법률을 위반하였음을 인정할 자료가 없고, 위에서 살핀 것처럼 성실의무를 현저하게 위반하였지만 직무를 의식적으로 방임하거나 포기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 그렇다면 피청구인은 헌법상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 및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를 위반하였으나, 이 사유만 가지고는 국민이 부여한 민주적 정당성을 임기 중 박탈할 정도로 국민의 신임을 상실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워 파면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 국가 최고지도자가 국가위기 상황에서 직무를 불성실하게 수행하여도 무방하다는 그릇된 인식이 우리의 유산으로 남겨져 수많은 국민의 생명이 상실되고 안전이 위협받아 이 나라의 앞날과 국민의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불행한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되므로 피청구인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 위반을 지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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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10일 오후 4시.


오전 11시 25분경에 박근혜 탄핵인용이 결정된 후 지금까지 박근혜는 말이 없다.

이 지경까지 오게 된 데에 대해 주권자에 대한 사과나 반성, 아스팔트 위에서 왕을 지키는 왕당파마냥 태극기를 흔들어대며 흥분한 자기를 지지한 자들을 위한 단 한마디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박정희 박근혜의 종말을 고해야 한다. 

더이상 박정희가 부활하지 않도록 확실히 이 사회를 바꿔야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를 읽는 오후]에서 이런 구절을 봤다. 

[해변의 카프카}(나는 이 소설을 재밌게 읽었지만 하루키의 역사인식에 만족하지는 못한다) 중에서 정확히 어떤 부분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나카타 입에서 나온 꿈틀거리는 길쭉하고 허연 물체를 호시노 청년이 죽여야 할 때, 검은 고양이 토로가 말했다는 부분에 나오는 말이다. 


"압도적인 편견을 가지고 단호하게 죽여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앞으로 가져야 할 태도라고 생각한다. 

또다시 시민을 시험하는 국면들이 수없이 나올 것인데, 그때마다 구태와 적폐를 다시 쌓아올릴 단초를 아예 '압도적'으로 '단호하게 죽여야 한다.'

박근혜는 죄값에 따라 구속되어야 하고 재판받아야 하며 징역살아야 한다. 

또 그 잔당들도 역사의 뒤로 사라져야 한다. 

이 일은 '압도적인 주권자의 뜻'에 따라 '단호하게' 이뤄져야 한다. 

온정적으로 불쌍하게 여기거나 어정쩡하게 다루다 마는 것은 반동을 불러올 뿐이라는 걸 너무나 숱하게 당해왔기에,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그럴 단호함이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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