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딱 말하기.

 

 

 

 

 

1. 민주화와 민주주의 : 대한민국은 < 민주주의 > 사회가 아니라 < 민주化 > 과정에 놓여 있는 미완성 사회'다.  (올림픽과 월드컵 개최 같은) 굵직굵직한 성공을 자축하는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린 까닭에 < 민주화 > 를 < 민주주의 > 로 착각했다. 성장과 성숙은 동일한 말이 아니다. 중국은 경제적으로 미국을 압도할 만큼 성장했지만 정치적으로는 인큐베이터 속 미숙아'에 속한다. 같은 이유로 대한민국이 경제적으로 성공했다고 해서 정치적으로 성숙한 나라'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대한민국을 달리는 기차에 비유하자면 : 대한민국은 종착역(민주주의)을 향해 달리는 중이다. 이제 고작 민주화'라는 이름의 중간역'에 도착했을 뿐이다. 목적지까지는 아직 멀었으니 갈 길 멀다. 최장집 교수가 오래 전부터 경고했던 지적은 옳다. 그는 민주화 = 민주주의'라는 공식은 착각이라고 생각했다. 늦은 감은 있지만 "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 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이 우리 사회에 주는 교훈은 미숙한 민주화 봉합이 한방에 훅, 한방에 훅, 한방에 훅 갈 수 있다는 점이다. 누가 청와대 안주인 노릇을 하느냐에 따라서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가랑비와 이슬비 사이를 오간다. 오락가락한다는 소리'다. 대한민국은 비-민주주의 국가 (非 : 아닐 비) 라기보다는 미-민주주의 국가 (未 : 아직 미)다.

 

2. 설국열차 : 대한민국 인구를 5000만 명이라고 했을 때 이 가운데 경상도 인구는 대략 2000만 명이다. 지역 표'만 잘 관리해도 새누리는 선거에서 항상 승리하게 된다. 설령, 실패한다 해도 본전은 차릴 수 있다. 유권자는 " 미워도 다시 한 번 " 식 투표를 한다. 세월 호'가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다고 해서 새누리당이 참패할 것 같지는 않다. 유권자 중 싸나이와 가시나'는 전체에서 2/5 를 차지하고, 고령화는 급속히 진행되어 노인층은 젊은층 인구'보다 많다. 유신 시절 사상 교육으로 혁명적 주체가 되었던 젊은이 가운데 소수는  대학 동아리 사상 교육 대신 아버지의 밥상머리 교육을 전수받아 아버지보다 더 아버지스러운 일베'로 태어나 강철 군화 앞에서 삼배한다. 그들에게 전라도는 홍어 좆'이다. 김대중을 제외한, 역대 대통령이 모두 경상도 출신이라는 점은 대한민국이 " 기울어진 운동장 " 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민주주의'라는 꽃은 기울어진 땅에서는 꽃을 피우지 못한다. 어쩌면 대한민국은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한 채 영원히 달리는 기차'에 갇힐 수도 있다.

 

3. 통행이 불편한 길 : 서울 거리에서 장애인을 보기 힘들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같은 이유로 옛날에 비해 동네 바보 형도 보기 힘들다. 그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 교통사고와 산업재해 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보니 다른 도시에 비해 거리에 장애인이 많아야 하는데 오히려 보기 힘들다. 이유는 간단하다. 장애인과 동네 바보 형'은 거리에 나오지 않는다. 우선 보행권이 형편없다. 휠체어를 타고 도시 거리를 다니기란 모험에 가깝다. 각하와 5세 훈이 같은 아이는 장애인들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도록 도시 진입 장벽을 허물기보다는 전시 행정과 디자인에만 신경을 썼을 뿐이다. 각하는 청계천과 사대강 사업으로 알 수 있듯이 물장사에 환장했고, 5세 훈이는 서울 행정보다는 유권자의 표를 의식해서 웃을 때 환히 빛나는 하얀 이빨을 만들기 위한 미백 효과에 관심이 많았다. 고른 치아는 그 사람의 계급을 말하는 리트머스'다. 그렇다면 장애인을 거리에서 쫒아냈던 주체는 도시 행정 시스템이 주범일까 ? 그렇지 않다. 장애인이나 동네 바보 형의 보행권을 막는 것은 비단 방지턱이나 계단뿐만이 아니다. 장애인들에게는 비장애인의 시선이야말로 방지턱이나 계단보다 더 높은 진입 장벽이다. 비포장 길'보다 더 불편한 길은 동료 시민들이 장애인과 바보를 바라보는 쥐새끼 눈깔 같은 눈길'이다.

 

4. 상류층과 특권층 : 대한민국 상류층의 과도한 특권 의식도 문제지만 모든 것을 평균값으로만 이해하려는 시민 사회'도 문제'다. 시민 사회가 이건희에게 10만 원짜리 양복을 입으라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폭력이다. 이건희는 1억짜리 양복을 입을 권리가 있다. 그것은 사치가 아니라 성공에 대한 보상'이다. 성공에 대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열심히 일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명박 손자가 입은 패딩 점퍼가 고가'라며 비판했던 모 언론사가 보여준 태도는 지나치게 편협한 자세'다. 대한민국은 북한 사회가 아니다. 그들은 비싼 옷을 입을 권리가 있다. 우리가 자주 착각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상류층과 특권층에 대한 구별이다. 상류층은 정당하지만 특권층은 부도덕하다.

 

5. 군대 육아 : 지랄발랄 하은맘의 닥치고 군대 육아'라는 제목이 눈에 띄어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책소개 글을 살펴 보았다. 군대 육아란 " 끝을 알 수 없는 기나긴 육아 기간을 3년으로 단축해 짧고 빡세게 몰입해 최정예 요원을 길러내는 신개념 육아 방식을 일컫는다. 깊이 있게 ‘치고 빠지기’가 핵심이며, 희생 육아가 아닌 조장과 조원이 최고의 공작원으로 탈바꿈하여 조국의 혁명 전사로 우뚝 서게 될 극히 이기적인 육아라 할 수 있다. ( 책소개 글에서 발췌 ) " 출판사는 육아'를 군대 문화로 희화화해서 발랄하게 표현했지만 이 문장을 좀더 간결하게 내 식대로 표현하자면 " 제품 공정 기간 단축 " 이다. " 짧고 빡세게 몰입 " 은 박정희 시대 때 구로 공단 공장장이 노동자들에게 주문했던 철학이다. 생산 시설을 확장할 생각은 안하고 강도 높은 철야 작업으로 물량을 때우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생리통은 작업 생산 능력을 저하시켰기에 여성 노동자는 반강제적으로 피임약을 먹으며 짧고 빡세게 몰입해서 일을 해야 했다. 이 책에 대해 딱히 비판할 생각은 없다. 실용성을 중심으로 한 자기계발서는 늘 이 모양이니깐 말이다. 하지만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압축 성장 담론에 대한 대중적 지지'다. 세월호 침몰도 알고 보면 과정을 생략한 채 성과만을 내세운 압축 경영이 빚은 참사'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 눈물 흘리며 분노하던 이들이 이 책을 읽으며 격하게 공감하는 이율배반적 모습을 상상하니 끔찍하다. 단 하나뿐인 성장과 육아 과정을 단축 수업으로 퉁치는 쿨한 자세 앞에 할 말이 없다. 책을 읽지도 않은 놈이 지랄한다고 손가락질할 테지만 똥이란 꼭 먹어봐야지 아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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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후딱 말하기 2.
    from 새빨간 활 2014-05-28 09:56 
    후딱 말하기 2 6. 생각하는 갈대와 생각 없는 꼰대 : 대한민국 정치가 쌍팔년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정직한 청년보다 현명한 노인'이 없다는 데 있다. 대한민국이라는 토양에서 뿌리를 내린 아이는 자라서 " 생각하는 갈대 " 가 되고, 어른은 자라서 " 생각 없는 꼰대 " 가 된다. 파스칼은 << 팡세 >> 에서 "인간은 자연 가운데서 가장 약한 하나의 갈대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것은 생각하는 갈대'다. "라고 말했지
 
 
snoopy 2014-05-20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럼요. 똥을 꼭 찍어 먹어 봐아야- 아나요. 흐흐흐흐-
1,2,3,4,5번 몽땅 공감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5-21 17:49   좋아요 0 | URL
다음에는 6,7,8,9,10으로 진행하겠습니다. 흐흐

만화애니비평 2014-05-21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아이들을 공장의 부속품으로 만드는 것이 최고인 게 요새 엄마들이라면 미래는..아유

곰곰생각하는발 2014-05-21 17:49   좋아요 0 | URL
전 사람들의 이중잣대가 늘 궁금합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습니다.

octonov 2014-05-21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행복한 아침이네요. 이런 글을 만나게 되다니..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5-21 17:49   좋아요 0 | URL
누구신지 모르겠사오니 행복하시다니 제 임무는 완성한 것 같습니다.

수다맨 2014-05-22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 세월호 사건에 눈물 흘리던 이들이 권위주의나 군대 문화 학습에 다름아닌 매체들에 열광하는 모습 보면 기이하더라구요. 제가 보기에는 눈먼 권력이나 쪼다(!) 지도자보다도, 비극적 현상과 비극의 뿌리를 분별하지 못하는 이들의 태도가 더 끔찍한 것 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5-23 00:49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다. 그 현상 아래 땅속 깊이 박힌 뿌리가 그것과 이것이 하나라는 증거인데 사람들은 그것에 대해서는 분노하지만 사실 그것의 젖줄인 이것에 대해서는 까마득히 모르고 있습니다.
짜증남....

samadhi(眞我) 2014-05-27 0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각 문단이 시처럼 들리네요 호호호. 마지막 육아책, 인용된 글귀만 보아도 짜증이 마구 솟구치네요. Pink Floyd, Another bricks in the wall 뮤직비디오가 떠오릅니다. 교육제도를 비판한 것이지만. 꽤 닮아있네요. 그런 내용을 책으로 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울 따름입니다.무식하면 용감하다는 것을 그네와 일당들에게서, 그리고 한국사회 도처에서 발견하곤 씁쓸해집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5-27 12:59   좋아요 0 | URL
그렇죠 ? 참... 세월호에는 울고 이런 책에는 열광하고.... 악의 꽃에 대해서는 분노하면서
막상 악의 꽃의 뿌리가 그것인지도 모르고 그 뿌리에 열광하고...
이건 악순환입니다.
 

 

 

 

 

 

바다 이야기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기 6-3


< 범선의 역사 > 라는 책이 꽂힌 서점 內 모퉁이 앞에서 한참을 망설인 적이 있다. 망설인 이유는 팔 만원이라는 높은 책값 때문이기도 했지만, 내가 이 책을 읽고 나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별로 없을 것이란 실용적 차원도 작용했다.  내가 이 책에 끌린 이유는 범선'이 가지고 있는 우아한 모양새 때문이었다. 범선이야말로 건축 미학의 결정체'였다. 범선은 움직이는 봉정사 극락전'처럼 보였다. 펼쳐진 돛은 아름다웠고 여러 갈래로 이어진 밧줄은 묘한 음악적 운율을 선사했다. 거대한 범선 사진을 볼 때마다 내가 좋아했던 칸딘스키 그림이 생각났다. 고민고민하다가 결국에는 책 한 권 살 돈으로 다른 책 다섯 권을 골랐다. 내가 갖고 싶었던 것은 책이 아니라 범선이었으니깐. 맙소사, 집 한 칸도 없는 놈이 범선을 갖고 싶다니 !

 

" 고고학계의 거장 브라이언 페이건 신작 " 이라고 소개된 < 인류의 대항해 > 는 위와 같은 맥락에서 읽고 싶은 책이다. 바다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바다 위이든 바닷속이든 상관없다. 바다 하니 생각나는 게 있다. 그래서 나는  아직 읽지 않은 책 소개는 잠시 미루고 당신에게 바다에 대한 이야기를 하련다. 내가 바다를 처음 보았을 때가 아홉 살이었다. 바다는 맑고 투명했으며 조용했다. 한여름에는 물 비린내가 났는데 기분 좋은 냄새였다. 푸른 바다를 생각하면 웃게 된다. 어찌어찌하여 나는 날마다 바다를 볼 수 있었지만 비가 세차게 내리는 날에는 바다를 볼 수는 없었다. 비오는 날, 바다를 보러 식당'까지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니깐 말이다. 내가 기억하는 바다는 애답지 않게 월드콘 따위의 고급 아이스크림을 좋아했다.

 

바다가 어떻게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냐고 ?! 착각하지 마라. 바다는 사내아이 이름이다. 아이가  식당에서 날마다 보는 방송은 뽀로로'였다. 식당 손님이었던 나는 프로야구 중계 방송을 보고 싶었으나 차마 아이가 넋을 놓고 보는 채널을 돌릴 만큼 야물딱지지 못했다. 바다가 좋아하는 애니'는 뽀로로'였다. 나는 프로이트 학파에 속하는 일반인'이었기에 바로 뽀로로 정신 분석에 몰입했다. " 뽀로로, 저 녀석은 외모 컴플렉스가 강한 놈이군. 깨알처럼 작은 눈에 대한 외모 컴플렉스가 인격 장애. 대따 끈 잠자리 안경은 새우 눈을 숨기기 위한 전략이다. 그리고 안경과 하이바는 대두(大頭)를 숨기기 위한 패션 아이템.  3등신을 4등신으로 보이게 만들거등. 인기란 게 그래. 다 한철이다. 거품 같은 거야. 지금은 뽀통령이지만 커 봐라. 뽀로로의 3등신은 코찔찔이 아이들에게는 인기'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뽀로로가 어른이 되면 매력없는 수컷이 된단다. 그나저나 뽀로로도 어른이 되면 대머리가 될 팔자'군. 하이바 오래 쓰면 정수리부터 털 빠진다.  "  

 

쫑긋 ! 바다의 눈은 텔레비젼 모니터를 향하고 있었으나 귀는 내가 하는 말을 귀담아 듣고 있었다.  아이가 귀담아 듣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말을 조심해야 했다. 그래서 뽀로로는 심각한 하체 비만이어서 페니스가 살 속으로 함몰되어 성기 왜소증이 의심된다는 치명적 비극은 말하지 않았다. 어른으로서 아이의 동심은 지켜줘야 하니깐 말이다.  아, 참 ! 바다에 대한 소개가 늦었다. 내가 자주 가던  식당 < 바다네 생선 조림 가게 > 외아들 이름이 바다'다. 이 식당에서 늘 밥을 먹었는데 외아들이었던 바다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숙제를 하고, 티븨를 보고는 했다. 당시 바다는 머리를 사자 갈기처럼 길러서 노랗게 물을 들인 아이였는데 드럼을 배우고 있었다. 아이의 꿈은 롹커'였다. 그런 아이에게 학교에서는 동요 나부랭이나 가르치고 있으니......

 

바다처럼 머리를 길러서 묶은 아이 아버지는 강원도 좌파'여서 대한민국 정규 교육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이었다. 그와 나는 민노당 지지자여서 죽이 잘 맞았다. 식당 일이 끝나면 좌파 감자 아저씨와 나는 문을 걸어잠그고 막걸리를 마셨다. 주로 허각보다 인기 없는 각하를 욕했다. 그는 아이가 초등학교만 졸업하면 대안학교에 보낼까 모색 중이었다. 나는 그를 " 강원도 좌파 감자 아저씨 " 라고 불렀다. 부부는 늦은 나이에 바다'를  얻었기에 아이를 끔직하게 사랑했다. 그런데 부부에게는 근심이 하나 있었다. 아이가 말이 거의 없다는 점이었다. 아이는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의사 표현을 대부분 고개를 끄덕이거나 가로젓는 것으로 해결한다고 했다. 그 일 때문에 담임 선생으로부터 상담을 받기도 했다고. 나는 오히려 과묵한 아이가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아이를 볼 때마다 아이스크림을 사주었는데 항상 제일 비싼 이천 오백원짜리 아이스크림만 골라서 내 애간장을 태웠다.

 

건방진 녀석, 얻어먹는 주제에 ! 나는 시위하듯 아이가 아이스크림을 고르기에 앞서 먼저 오백 원짜리 비비빅'만 골랐다.  그것은 마치 중국집에 가서 " 오늘은 내가 쏜다. 먹고 싶은 것 마음대로 다 시켜 ! 난 짜장면 보통. 요즘 사교육비가 장난이 아니야. 대한민국은 먹고사는 게 문제야.   " 이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했다. 하지만 바다는 눈치가 없어서 아이스크림계의 깐풍기'만 골랐다.  어느 날, 바다가 내게 말했다. 그 아이 입에서 나온 가장 긴 말이었다. " 난... 맛 없던데,  아저씨는 비비빅이 제일 맛있어요 ? "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어른스럽게 대답했다. " 아니... " 아이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다음과 같이 말했다. " 나도 커서 아저씨처럼 부자가 되고 싶어요. 아이스크림 많이 먹어야지...... "

 

아저씨는 부자'라, 아저씨는 부자라....... 눈물이 앞을 가렸다. 가끔 그 꼬맹이 녀석이 보고 싶다. 건방지게 날마다 얻어먹는 주제에 제일 비싼 아이스크림만 고르던 녀석. 그 녀석과 함께 속초 청초호 엑스포 공원 앞에서 동해 바다를 바라보며 아이스크림을 먹고는 했다. 바다'라는 이름 참 좋다. 바다라면 다 좋다. 멸치도 좋고, 대구도 좋고, 모비딕도 좋고, 개복치도 좋고, 바다 위에 뜬 범선도 좋고, 바다를 향한 항해도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삼천포로 빠지는 이야기도 좋다. 삼천포의 반대말은 지피에스'다. GPS로 목적지를 찾아가는 것만큼 끔찍한 여행도 없다. 나침판도 없던 시절에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바다에 길을 냈을까 ? 그 망망대해에서 말이다. 궁금하다면 < 인류의 대항해 > 란 책을 펼쳐보면 될 것 같다. 책 안에 해답이 있다고 한다.  ( 역사 분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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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손 2014-05-18 0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삼천포의 반댓말은 GPS'

아미치겠따 ㅋㅋㅋㅋ

예전에 순진한 나였으면
이런 글재간에 너에게 홀랑 반했겠지만
이젠 나도 예전의 그 내가 아니라그!

ㅋ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5-18 19:54   좋아요 0 | URL
사랑이라는 감정은 늘 변하기 마련이지.
이해한다.

만화애니비평 2014-05-18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뽀로로로,..
어제 봉하마을에 자봉하러 가었는데, 거기 한 분이 생일이라
다른 봉사자가 사온 축하케익이 뽀로로임..엄청난 악파펭귄!

곰곰생각하는발 2014-05-18 19:55   좋아요 0 | URL
자원봉사 가시면 가서 뭐하시나요 ?

만화애니비평 2014-05-19 08:31   좋아요 0 | URL
잡일도 하고 이래저래 도와주죠
최근에는 장군차잎을 따서 녹차 만드는 일, 묘비 화단조성,
보통 때는 제초를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5-19 18:56   좋아요 0 | URL
음.. 나름 보람된 일이군요. 일종의 조합 형태의 봉사'군요.

소년에로학난성 2014-05-19 0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주국제영화제 당시의 전주는 무척 붐볐지만 그와는 별개로 잠시나마 많은 것들을 잊게 해 준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삼천포의 반댓말은 GPS군요!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5-19 18:56   좋아요 0 | URL
오, 인산인해를 이루었군요.
좋은 거 마니 드셨습니까....
시간 되면 같이 갔으면 좋았을 걸 말입니다.
 

 

 

 

 

COMING SOON !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기 6- 2

 

 

 

 

 

locker room 을 보면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들 간 서열을 읽을 수 있다. 구단은 몸값 비싼 선수에게 목 좋은 곳에 개인 사물함 2개 정도를 배당하는 반면에 별 볼  일 없는 선수들은 어두컴컴한 구석빼기에 위치한 꾀죄죄한 사물함 하나를 내준다. 이처럼 몸값에 따라 개인 사물함 위치'가 달라진다. 몸값 비싼 선수들이 locker 앞에서 rocker처럼 왁자지껄 떠들면서 땀에 젖은 이너웨어를 갈아입을 때,  4타수 무안타에 병살타 2개를 작렬한 8번 타자는 구탱이'에서 조용히 빤스를 내리면서 마이너리그로 쫒겨날까 봐 슬픔에 잠긴다.  상처뿐인 영광이라고 했던가 ? 병살은 면해 보려고 자빠졌더니 무릎에 시퍼런 멍만 들었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치사하지만 백 년을 자랑하는 메이저리그 문화가 만들어낸 서열 공식이요, 서얼 대접이다. 

 

마찬가지로 인기 작가'가 쓴 신간은 목 좋은 매대에 진열된다. 심지어는 매대 전체를 같은 책으로 도배하기도 한다. 반면 인지도가 없는 저자가 쓴 신간은 어두컴컴한 수족관 속 개불처럼 한 켠에 쪼그라져 있다. 인기 작가가 쓴 책이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되다 보니 그만큼 광고 효과를 누릴 수밖에 없다. 날개도 없으면서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가는,  날짐승 흉내를 내는 책을 볼 때마다, 아...... 출세는 하고 봐야 한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괄약근 쪼이며 불끈 주먹 쥐게 된다.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 먹을 수는 없지 않은가 ! 잘나가는 작가에 대한 전관예우'는 책이 출간되기 전부터 이미 진행 중이다. 출간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좋은 매대를 점령할 수 있느냐고 ?!  간단하다. 예약 판매 방식이다. 예약 판매'는 스타 작가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출판사가 지원하는 행사'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 데도 말이다. 그것은 마치 7월에 개봉하는 여름 방학용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예고편을 5월부터 극장에 쏟아내는 것과 유사한 방식이다. 한 편의 블록버스터를 터트리기 위해서 봄부터 예고편은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진중권은 출판업계에서는 꽤 힘있는 작가'가 된 모양이다. 아직 출간되지 않은 < 이미지 인문학 / 진중권 > 이라는 책이 벌써부터 예약 판매되고 있으니 말이다. 진중권은 인기 작가에게만 허락된 예약 판매 라이센스를 취득한 작가'가 되었다. 맥도날드 햄버거와 코카콜라'가 세계를 정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 예측가능한 맛 " 때문이었다. 미국에서 먹은 맥도날드 햄버거 맛과 중국, 베트남, 미얀마에서 먹은 맥도날도 햄버거 맛은 큰 차이'가 없으니 어디를 가든 그 맛이 그 맛이다.

 

사람들은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을 때 망설이지 않는다. 진중권도 마찬가지'다. 그가 쓴 책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다. 그만큼 실패할 확률도 적다. 이 예측가능성'은 품질보증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안전빵'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동일한 반복(예측가능성)은 독자를 지루하게 만든다.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책 표지를 보니 띠지에 다음과 같문장이 적혀 있다. " 글자를 못 읽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이미지를 못 읽는 사람은 너무 많다. " 목차를 보니 이 책은 정치적 발언보다는 미학적 접근에 가까운 책인데,  띠지 속 문장을 읽으니  문득 최근에 논란이 된 박근혜 조문 연출'이 떠올랐다. 세월호 유가족 분향소 조문 연출 논란은 잘 나온 사진 한 장'을 얻기 위한 그네의 노력에서 비롯되었다.

 

그네는 보도 자료에 필요한 근사한 사진이 필요했던 것이다.  청와대는 한국 사회'가 이미지에 쉽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한 집단이었다.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이 선거에 이용하기 위해 꺼내든 노무현 NLL논란은 국가 기밀 문서'에 대한 새누리당의 자세를 엿볼 수 있다. 새누리당은 한국 사회에서 텍스트는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중요한 것은 그 문자 텍스트를 가지고 떠드는 입방아'다. 그들이 노렸던 것은 국민에게 "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 ? " 라는 의심을 심어주는 것이다.  미지가 작동하는 원리를 파악하면 신문 일 면 머리기사'를 읽지 않아도 그 기사의 논조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그날 신문에 실린 사진을 보면 답이 나온다. 한겨레에 실린 박근혜 사진치고 건강한 이미지를 담은 사진은 찾아보기 힘들다.

 

마찬가지로 조선일보에서 온화한 안철수나 문재인 사진을 찾기도 힘들다. 독자인 우리는 이러한 사진들을 아무 생각없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만 이러한 부정적 사진은 차곡차곡 쌓여서 나중에는 뇌가 부정적으로 인식하도록 만든다. 이미지'는 강력한 어퍼컷 한 방으로 상대방을 녹다운시킨다기보다는 수많은 잽으로, 쥐새끼처럼 야금야금 갉아먹으며,  뇌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문자 해독력도 중요하지만 이미지 해독력도 중요하다. 이미지'를 대할 때에는 < 무엇을 보느냐 > 가 아니라 < 어떻게 읽느냐 > 가 중요하다. 이미지는 보는 게 아니라 읽어야 한다. ( 인문학 분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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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손 2014-05-18 0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한국은 지금 민주화 과정에 있는 거라고.
아직 민주주의 국가는 아니라고..

너의 이 말,

참..남는다.

답답도 하지만..
그런데 희망이 생긴달까..?
투쟁도 성장도 계속되고 있는 거고
그 가능성의 여지는 충분히 남아있는 거라고..

다시 두근두근! ^*^

곰곰생각하는발 2014-05-18 20:00   좋아요 0 | URL
글구보니 최장집 굣우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라는 말이 생각나네.
대한민국이 자본주의 사회라는 사실은 알겠는데
민주주의사회라고 할 때는 뭔가 고개를 가로젓게 된다.
우린 중국과 비슷한 수준인 거 가터...

대한민국은 대가리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민주주의가 잘 지켜지기도 하고 파괴되기도 하고 그런 구조인 것 같다.... 비극임..

만화애니비평 2014-05-18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중권이 이런 말을 했죠
현대에서 이미지를 읽지 못하면 문맹인이다. 우리는 이미지의 문맹국가 살죠..미디어라는 손아귀에

곰곰생각하는발 2014-05-18 19:58   좋아요 0 | URL
이미지를 읽어야죠. 이미지를 읽어야 정치를 문화를 이해할 수 있잖습니까.

마태우스 2014-05-18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고보니 그러네요. 예약판매라는 거, 그게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특권은 아니군요. 한번도 그런 저자였던 적이 없어서 몰랐답니다. 아무튼 갈수록 정신을 잘 차리고 있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5-18 19:57   좋아요 0 | URL
조만간 마태우스 님도 예약 출판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마 석달 전부터 예약 판매될 겁니다..ㅎㅎ
 

 

 

 

 

 

 

 

" 안녕하세요, 별일 없으시죠 ? "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기 6-1

 

 

 

 

 

펑크 락 밴드'였던 삐삐롱스타킹은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공중파 가요 프로에서 느닷없이 카메라를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치켜들며 침을 뱉는 돌발 행동을 했다. 퍽유와 침 뱉기는 언더그라운드 무대(깻잎 오소리 입말 사전에 의하면 " 언더그라운드 무대 " 라는 표현은 " 십오 촉 알전구 반지하 밤무대 " 로 순화)에서는 도발적 퍼포먼스'가 될 수는 있었으나 공중파 생방송에서 송출된 퍽유 전파는 일파만파 논란이 되었다가 이내 격파되었다. 이 사건 이후, 도발적 롹 뺀드는 어르신들에 의해 얄짤없이 짤렸다. 이 삐삐롱스타킹의 전신이 바로 삐삐밴드'이다. 1집 < 문화혁명 > 은 말 그대로 혁명이었다, 제대로 된 물건이었어 ! 보컬 이윤정이 부른 < 안녕하세요 > 는 철없던 시절과는 달리 예의 바르게 당신에게 묻는다. " 식사하셨어요 ? / 별일 없으시죠 ? "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하는 인사말인데 두 문장을 연속적으로 배치하면 남조선은 끼니 걱정을 벗어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죽도록 일해도 삼시 세끼 피밥 먹기도 힘든 시절이 있었으니 인사말로 밥 먹었냐고 묻는 것이다. 밥을 먹을 수 있다면 별일 없는 것이다. 이 < 밥 > 이 현대에 와서는 < 돈 > 으로 바뀌었다.  왜 ?! 자본주의 사회'니까 ! 이제는 < 돈 > 이 있어야 별일 없이 살 수 있는 시대가 왔고, < 밥 > 은 양이 아니라 질'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과식은 빈곤의 아이콘이 되었고  소식은 우아한 교양이 되었다. 이제는 남편이 " 일요일엔 내가 짜빠게티 요리사! " 라고 명랑하게 소리쳤다가는 맹랑한 소리라며 따귀 맞기 딱이다. 하나뿐인 소중한 아이'에게 인스턴트 식품을 먹일 순 없다. 인스턴트는 임포턴츠와 동일하다.

 

시대는 변했다. 음식에도 품격이 있다 ! 요리사는 쉐프'로 바뀌었고, 전통'보다는 퓨전'이 대우를 받기 시작했다. 서바이벌 요리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푸드스타일리스트'라는 신종 직업이 생겨났으며, 맛집 소개 방송은 날마다 전파를 타며 시청자의 혓바닥을 공략한다. 침이, 고인다. 이제 계층을 결정짓는 것은 < 강남 대 강북 대결 > 보다는 < 패밀리 레스토랑 대 김밥 천국 > 의 대결로 압축되었다. 누가 중국산 김치를 체내에 많이 흡수했느냐가 빈곤 지수를 결정하게 된다. 김밥천국에서는 먹기 전에 휴대폰으로 음식 사진을 찍는 이는 아무도 없다. 찍어서 올리는 순간, 당신은 당신이 소속된 계층을 폭로하게 된다. 미녀 스타들이 맛집을 순례하며 맛있는 요리를 한입 베어 물며 맛있다고 호들갑을 떨 때마다 일본 포르노 여배우가 " 기모치, 야메떼 구다사이 !!! " 라고 외치던 황홀한 얼굴이 생각난다.

 

식욕은 성욕이었던가 ? 미녀 스타들이 출연한 푸드 포르노를 볼 때마다, 미녀들이 음식을 먹을 때마다 내 페니스는 침이 고인다. 한울아카데미에서 출간된 < 음식의 문화학 > 은 음식 문화를 사회과학적 틀 안에서 바라본다(라고 출판사는 말한다). 개인적으로 여러 저자가 쓴 텍스트를 책 한 권으로 엮어서 내놓는 방식을 선호하지는 않지만 일단 한울'이라는 출판사를 믿고 고른다. 한울아카데미는 적어도 본전은 하는 출판사'다. 책에 대한 정보가 미흡할 때는 출판사를 믿고 고르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다. 목차를 보니 레비스트로스와 엘리아스 그리고 부르디외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 모양이다. < 신화학 / 레비스토르스 > 과 < 문명화과정 / 엘리아스 > 를 흥미롭게 읽었다면 이 책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카메라를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날리고 침을 뱉었던 무례한 삐삐밴드는 왜 우리에게 식사하셨냐며 별일 없으시냐고 물었을까 ? 1995년인 시대에 1945년 남조선 인사말이 귀에 거슬렸던 것일까 ?  이제 풍요로운 남조선에서는 굶어죽는 일 따위는 없으니 쪽팔리게 밥 먹었냐며 인사하지는 말자는 뜻일까 ?  과식이 소원이었던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소식이 우아한 시대가 되었고, 맛보다는 멋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고, 멋보다는 어떤 식재료를 사용했느냐가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것은 어쩌면 사치인지도 모른다. 김대중과 노무현은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의 목화씨'를 붓 뚜껑 속에 숨겨 들여와 심었고,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은 날마다 물을 주며 무럭무럭 키웠다. 이명박과 박근혜의 공통점은 음식 문화를 중요 정책 아젠다'로 설정한 정권이었다는 점이다.

 

박근혜는 불량 식품을 사회 악으로 규정했다.  박근혜 말투를 흉내 내자면 : " 국민 여러분, 먹거리 때문에 얼마나 걱정이 많으십니까 ?  불량식품 가지고 장난치면 살인으로 간주하겠습니다. 네, 네네. 알고 있습니다. 이게 바로 명령입니다. 전화번호 주십시요. " 그런가 하면 이명박은 서양인들에게 고추장과 김치를 먹이고 싶은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 먹방 > 의 근사한 외교 전술,  한식 세계화 정책'이다. 각하는 캡사이신이 서양인의 똥구멍을 가차없이 공격하는 모습을 보면서 희열을 느끼고 싶었을까 ? 내가 아닌 남이 먹는 모습에서 대리 충족을 느끼는 심리가 먹방에 투영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틀린 말도 아니다. 각하는 비빔밥을 뉴욕 히트 상품으로 만들기 위해서 아내와 함께 불철주야 노력했지만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무상 급식에 대한 새누리당와 보수 집단의 격렬한 계급 장벽이었다.

 

오세훈은 요즘 세상에 굶어죽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애비라는 놈이 쪽팔리게 나랏돈으로 자식새끼 밥값을 대신하냐는 논리로 딴지를 걸었으나 돌아온 것은 그의 지능이 5세 훈이였다는 사실이 폭로된 일뿐이었다. 뉴요커들에게 비빔밥을 먹이기 위한 퓨전 개발비는 아깝지 않아서 나랏돈을 펑펑 썼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천민 자본이 민주주의를 밀어낸 이명박근혜 시대에는 십오 촉 알전구 반지하 셋방에서 굶어죽은 예술가가 있었고 세 모녀가 번개탄을 피워놓고 동반 자살하는 사건도 있었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명심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다시 촌스럽게 내 이웃에게 묻는다. " 식사하셨어요 ? 별일 없으시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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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동 2014-05-15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가사 다음이 아마
"괜찮으세요? 수고가 많아요"일껍니다.
밥먹고 살만하면 별일없는거고 그렇다면 괜찮은거니 좀더 욕봅시다. 이런..

곰발님께도 묻고 싶네요
별일없으시냐고
밥은 먹고 다니시냐고

더러운 이 시국에서
늙은 식욕만이 꿈틀댑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5-15 16:3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전 밥을 잘 먹고 있습니다.
어디 가면 굶어죽기야 하겠습니까.
작년에 섬으로 들어갈려고 했는데 기회를 놓쳤어요.
그 이후 계속 미루다가 서울에서 살게 되었네요...
개인적으로 서울이 질색이라.....

rtour 2014-05-15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먼가 할 말이 다 사라진 것 같은..그러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5-15 16:40   좋아요 0 | URL
이번 세월호 사건은 다른 사건과는 달리 부패 이런 작은 울타리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아이덴티티에 대한 회의가 들게된 사건이아니었나 싶습니다.
뭔가 계속 참담합니다.

에피큐리언 2014-05-15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 까꿍

곰곰생각하는발 2014-05-15 16:40   좋아요 0 | URL
에피큐리언 님 오랜만이군요. 까꿍이라.. 흠... 이런 소리 들으니 젊어진 기분이 듭니다.

슈퍼맨 2014-05-15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식사만 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5-15 16:41   좋아요 0 | URL
슈퍼맨 님, 먼 타지에서 고생하시는군요. 하여튼 국내 잠입하시거들랑 꼭 연락 주십시요.
대한민국에서 암약해야지요...

곰곰손 2014-05-16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는 이번 사건에 대한 정부 대응 보며 느낀 건데..
자고로 지배층에는 악마같이 사악한 인간들이 많잖아?
근데 그 방식이 문명의 발달과 함께 점점 교묘해지고 세련되게 미화되고 그래야하는 건데
시발 무슨~ Mb부터 그네정권들은 하나하나 존나게 노골적이고 멍청해. 단세포들같음.
그러면서 특권 의식만 존나 강하고, 결벽증?같은 게 있어서
국민들이랑은 가능한 접촉하지 않고 정치할라는 게 적나라하게 보여.
문재인이나 박원순이 그리 돋보일 일 한게 아니잖어.
그게 그사람네 진심이든 퍼포먼스든 간에 어느 정치가나 현장에서 보여줬어야할 모습인데
그 둘 사진 보고 그나마 막 안도감이랑 인간미가 느껴지는데..
이건 그사람네가 남다른게 아니라 현정권이 너무나 섬뜩하다는거.
너무너무섬뜩해. 글고 현재 언론매체에 종사하는 인간들은 진짜 쪽팔린줄 알아야한다.
나라면 진짜 쪽팔려서 어디가서 함부로 명함 못내민다.

(응? 명함, 하니깐 어제 그 분 생각이 나네? ㅋ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5-16 16:43   좋아요 0 | URL
원래 정치라는 자리가 떡고물이 많이 생기는 자리'여서 그렇지.
그걸 보고 한 자리 욕심이 생기고, 돈이라면 목숨 걸고
멍청한 대통령 뽑는 건 솔직히 유권자가 멍청하기 때문이고
욕은 하지만 털어서 먼지 안 나는 놈 어디 있냐며 공범자 의식을 가지고 있고
총체적 도덕 상실 시대가 아니겠냐.

민주화는 이루었지만 민주주의를 완성하지는 못했지.
우린 그동안 민주화와 민주주의'를 혼동한 거야.

민주화가 곧 민주주위라고 착각한 거지.
민주화 과정에서 이명박이나 박근혜 같은 인물이 나오면 절대 안 되는 거거등...


( 명함 준 노인네,다시 오거든 루이비통 가방 사달라고 그래 ! )

르미에르 2014-05-16 0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전 별로 안녕하지 못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5-16 16:44   좋아요 0 | URL
요즘... 다 안녕하지 못한 시절을 사는 거 같습니다.

마태우스 2014-05-18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삐삐롱 스타킹 시절만 해도 제가 아무 생각없이 살던 때였어요. 그래서 그 뮤지션들의 의미를 몰랐었죠. 뒤늦게나마 님의 글을 통해 그 밴드의 존재가치를 알아갑니다...감사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5-18 19:56   좋아요 0 | URL
요즘 들어도 촌스럽지 않은 밴드입니다.
옷 입은 거 보세요... 20년 전인데, 20년 전이면 촌스러워야 하는데
뭔가 좀 세련됬잖습니까.
제가 삐삐롱스타킹 앨범을 좋아했습니다.
 

 

 

 

 

 

 

 

 

 

 

 

 

 

 

 

 


 

 

 

 

하녀 : 막장의 탄생.  

 

 

 

 

 

 

낙원동 아트 시네마'에서 유현목 감독의 < 오발탄 > 을 상영한 적이 있다. 감독 영화제 따위가 아니라 재개봉 영화 형식으로 상영되었다. 무슨 말인가 하면 박스오피스 집계 현황에 이 영화도 포함되었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예술 영화 열풍이 불어서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영화가 예술 영화 전용관에서 개봉되어 흥행이 되기도 했던 기이한 시절이었다. 아마, 자신이 만든 영화가 관객 동원에 성공했다는 사실을 감독이 알았다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 춤이라도 추었을 것이다. < 오발탄 > 도 같은 맥락에서 야심차게 개봉되었으나 성적은 처참할 정도로 최악이었다. 개봉 첫 주 주말이었는 데도 극장 로비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서 영화를 기다리는 사람은 서너 명이 전부였다. 영화를 상영하기까지는 시간이 꽤 많이 남아 있던 터라,

 

나는 한쪽 구석에 앉아 책을 읽기 시작했다.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마도 영화 관련 서적이었던 것 같다. 누군가가 내게 말을 걸었다. " 오발탄 보러 오셨나 보오 ? " 고개를 들어 쳐다보니 백발의 노신사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맙소사, 유현목 감독이었다 ! 그것은 마치 팀 버튼이 만든 영화 < 에드 우드 > 에서 영화 역사상 최악의 감독으로 선정된 에드 우드'가 세계 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화 감독 중 한 사람이었던 오손 웰스를 만나는 장면과 유사했다. 내가 깜짝 놀라서 눈이 휘동그레졌더니 노신사는 방그레 웃으며 " 내가 누군지 아십니까 ? " 라고 말했다. 우리는 영화가 시작되기 전까지 그 자리에 앉아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는 요즘 젊은이들이 누가 이런 늙은 영화를 보냐며 웃으면서 말했지만 

 

그 말투에는 섭섭함도 감지되었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영화를 보러 와 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는 상영관 안으로 사라졌다. 이후 이 영화는 내가 한국 영화를 평가할 때 항상 베스트 넘버 원'을 벗어난 적이 없었다. 나는 이 영화를 이야기할 때마다 극장 로비에서 우연히 그를 만났던 에피소드도 함께  곁들여서 말하고는 했다. 이 영화에 비하면 임권택의 < 서편제 > 따위는 " 그지 " 같은 영화였다. 그런데 김기영 영화를 보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다. 유현목 감독님에게는 미안한 소리이지만 말이다. 그 영화가 바로 < 하녀 > 시리즈'였다. 김기영 감독은 1960년에 < 하녀 > 를 만들고 나서, 1971년도에 같은 내용을 리메이크한 < 화녀 > 를 만들었고, 1982년에는 < 화녀 82 > 를 내놓았다.

 

그는 정확히 11년에 한 번씩 자신이 만든 영화를 다시 만들었다. 이 시리즈는 각각 11년이라는 터울이 있었기 때문에 당대의 변화를 엿볼 수 있어 소중한 작품이다.  예를 들면 1960년에 만들어진 < 하녀 > 는 달걀을 " 닭알 " 이라고 말하는데 71과 82년에 만들어진 영화에서는 " 계란 " 이라고 표현한다. 에그그, 닭알이라 ! 시대마다 유행하는 상품이 있듯이 언어도 그 과정 속에서 존재했다가 사라지는 과정을 겪는다. 옛날 신문 자료를 살펴볼 수 있는 서비스 기능을 통해 살펴보니 " 닭알 " 이라는 낱말은 50년대까지는 흔히 사용되는 일상어'였다. 그러다가 7,80년대 들어 서서히 사라지게 된다. < 닭알 > 은 지금도 북한과 남한에서 가끔 쓰이기는 하는데 구조는 사뭇 다르다고 한다. 

 

조사해 보니 : 달걀을 북녘에서는 ‘닭알’로 쓴다. 발음은 [달갈]이다. 달걀과 닭알은 남북 두루 쓰던 말인데, 각각 다른 말을 쓰게 됐다. 두 낱말은 같은 뜻이지만, 구조가 다르다. 닭알은 ‘닭’과 ‘알’이 합쳤지만, 달걀은 ‘닭의 알’이다. ( 한겨레, 사설 中 )

 

김기영 감독은 한국적 스타일'을 가장 빨리 내다버린 감독'이었다. 문예 영화를 중심으로 리얼리즘을 추구하던 당대의 경향을 김기영은 < 하녀 > 를 통해 전복시킨다. 김기영 감독은 애초에 자신이 만든 영화를 사실적으로 보이게 만들려는(철학적 표현으로 말하자면 이음매 없는 매듭)  " 그럴싸한 " 욕망이 없었다. 그는 도덕적 기준을 통과한 안전한 욕망보다는 불온한 욕망이 더 끌렸지만 이 불온한 욕망을 재현하기에는 당대의 검열이 가지고 있는 진입 장벽은 견고했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것이 바로 텍스트를 모호하게 만드는 방법이었다. 김기영은 욕망을 리얼하게 만드는 대신 욕망을 초월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논리 대신 비논리'를 선택해서 행동과 원인이 억지스럽다. 관객을 웃게 만드는 힘은 바로 비논리적 막장 드라마'에 있다.

 

욕망( desier)과 요구(needs)가 지나치게 과잉되다 보니 이 불온성은 위험하기보다는 어이가 없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다 보니 검열관은 이 영화가 위험한 영화라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영화를 보고 나서 화를 낼 수 있는 영화는 위험한 영화이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 욕을 할 수 있는 영화는 안전한 영화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검열관은 이 영화를 욕하면서 보았다. 그들이 보기에 < 하녀 > 는 단순하게 그냥 미친년'이 등장하는 막장 영화'였다.  " 아내의 유혹 " 이전에 " 하녀의 유혹 " 이 있었다. 하지만 김기영표 막장 드라마를 임성한 막장 드라마와 혼동하면 안 된다. 임성한 드라마는 < 막장 > 이 아니라 < 망작 > 이다. 김기영 감독의 " 하녀 시리즈 " 를 위대하게 만드는 이유는 막장이 가지고 있는 품격 때문이다.

 

영화 < 하녀 > 에서 피아노 작업실을 창밖에서 잡는 구도는 히치콕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그 열악한 충무로 환경을 생각하면 기적에 가깝다. 이 영화를 임상수 감독이 최고의 장비와 스텝 그리고 칸느의 여인 전도연과 몸값 비싼 배우를 이끌고 리메이크했다. 결과는 ? 개똥 같은 영화가 탄생했다.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여건은 최고였지만 결과는 최악이었다. 파격적이지도 않았고 으스스하지도 않았다. 무엇보다도 깐느의 여인인 전도현은 하녀가 아니라 지나치게 똑똑하고 도도했다. 전도현이 하녀로 발탁되는 순간 영화는 이미 망한 영화가 되었다. 반면 오리지날 < 하녀 / 1960 > 에서 식모로 등장하는 이은심이라는 배우는 독특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 그녀가 창백한 얼굴로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릴 때는 정말 기괴하게 보인다.

 

그녀는 뻔뻔함과 악랄함으로 행복한 가족을 파멸로 이끌지만 이 캐릭터가 전혀 밉지 않다. 주인댁 갓난애를 죽이고, 아들도 죽이고, 자신을 겁탈하려는 직업소개소 남자도 죽이고, 주인도 죽인 팜므파탈이지만 묘하게 끌리는 매력이 있다. 그녀는 전형적인 팜므파탈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백치 아다다처럼 어리숙하다. 하지만 지독하다. 下女는 계급적 층위로 보자면 가장 밑바닥 계층인 불가촉 천민'에 예속되어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녀는 노예의 삶을 벗어나 반란을 꿈꾼다. 그것은 계급 투쟁이다. 그녀가 차지하고 싶은 것은 주인댁 남편이라기보다는 주인댁 꼭대기 상층上層'이다. 그녀는 피아노가 있는 2층 작업실을 차지하기 위해 온갖 지랄을 하지만 결국에는 주인의 다리에 매달린 채 계단에 머리를 박으며 계단 밑으로 끌려나온다. 영화 속 악당이 처참하게 죽는 꼴은 수없이 보아왔지만 이렇게 창의적으로 죽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바짓가랑이에 매달려서 머리를 바닥에 짓이기며 끌려나오다니.......

 

이 막장 이야기가 임성한 식 막장과 차원이 다른 이유는 간단하다. 임성한 드라마는 욕하면서 보지만 김기영 영화는 욕하면서 감동한다. 보다 보면 욕정이 생긴다. 그 욕정(欲)이 아니라 이 욕정 (辱 : 욕할 욕) 말이다. 당신은 어느 순간 하녀를 응원하게 된다. 시골에서 갓 올라온 촌닭을, 식은 밥으로 막걸리를 만들 수 있는, 쥐를 손으로 잡고 빙빙 돌릴 수 있는, 통닭을 뜯으며 서러워서 우는 그녀는 볼 수 있다. 울면서도 통닭 앞에서는 침이 고이는 이 촌닭은 악랄할수록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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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4-05-13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해 보니 낙원동 아트 시네마가 아니라 다른 극장이었던 것 같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5-13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기영 감독 영화 중 개인적으로 < 살인 나비를 쫒는 여자 > 를 좋아하는데 세 개의 에피소드 중 첫 번째와 두 번째 에피소드는 정말 압권이다. 웃다가 숨을 못 쉴 지경이다.

수다맨 2014-05-14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 영화를 오랫동안 만들어 온 노고는 절대 무시할 수 없지만 유현목 김기영에 비하면 임권택은 거장이라고 말하기 참 멋없는 것 같아요.
막장과 망작은 구별되어야 한다는 말에 무릎을 치네요. 김기영의 하녀는 정말이지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 같습니다. 저 이은심이라는 팜므파탈 캐릭터를 따라잡을 연기자도 별로 없다고 봅니다. 그에 비하면 임상수의 하녀는 차라리 "김기영의 오마주"라는 말을 감독이 꺼내지 않았다면 욕은 조금이라도 덜 먹었을 겁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5-14 09:35   좋아요 0 | URL
문예 영화 중심의 리얼리즘 영화판에서 이 영화는 독보적입니다.
너무 새로운 경향이어서 이 영화가 존재했다는 사실이 기적처럼 보입니다.
장르적 쾌감뿐만 아니라 개성적 취향과 컬트적 제의까지,
보면 볼수록 신기한 영화죠.

임상수의 하녀는 뭐랄까........ 삼성가 자녀들이 학예회 때 < 난쏘공 > 을 연기하는 느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