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일깡


                                     릭 에슬리의 "Never Gonna Give You Up 란 뮤직비디오가 있다. 새파랗게 어려보이는 녀석이 동굴 목소리를 내며 노래하고 있다. 엉덩이는 좌우로 흔든다. 영혼 없이 기계적으로 흔드는 것이 보인다. 요즘의 힙한 세대들이 보기에는 우스깡 !  재미를 느낀 아이들은 본문과는 상관 없는 이 뮤직비디오를 첨부해서 메일을 보낸다. 메일을 받는 사람이 클릭하는 순간 세상에서 가장 촌스럽고 경박스러운 춤과 노래를 보게 된다. 와우, " 릭롤링 " 당한 것이다. 


이것이 나중에는 하나의 인터넷 놀이가 되면서 릭롤링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하게 되었다. 이 뮤직비디오는 만우절에 가장 많이 호출되는 동영상으로도 유명하다.  지금은 조롱거리가 되었지만 이 노래는 그 당시 전세계를 강타한 최고의 울트라 그레이트 히트쏭'이었다. 이처럼 문화 소비제는 20년만 지나도 구닥다리로 전락하게 된다. 그때는 그것이 힙했으나 지금은 합(죽이)이 되는 것이다. 인터넷 밈 놀이'였던 릭롤링 현상을 비의 1일1깡과 비교하는 글을 자주 보게 된다. 하지만 결정적 차이는 << 깡 >> 이라는 노래는 불과 3년 전에 출시된 동시대 가요라는 점이다. 


릭롤링이 한물 간 전세대에 대한 조롱이라면 일일일깡은 동시대 문화에 대한 대중의 조롱인 셈이다. 그러니까 세월이 흐르면서 이제는 늙어버린 감성이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늙어버린 감성인 것이다.  벤자민 버튼처럼 말이다.  가수 비는 << 힙 ㅡ 스러움 >> 과 << 끼ㅡ부리기 >> 를 혼동하고 있다. 이제 중년에 접어들 남자가 사타구니에 주먹 넣고 잼잼하는 춤은 힙이 아니라 끼'다. 끼는 어릴 때 발현되어야 그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지 자신의 명성을 세계에 고추세웠던 이가 여전히 끼를 부리면 우스깡.  


어릴 때에는 자나깨나 사랑 타령을 하다가도 이제 나이가 들면 세계의 평화와 환경을 걱정하는 노래를 부르기 마련이다. 내가 깡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느꼈던 것은 " 스웩 " 이 아니라 " 우엑 " 이었다. 그는 여전히 사타구니에 주먹 넣고 잼잼하며 나 졸라 섹시하지 ? _ 라는 꾸러기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 정도면 철학도 없을 뿐만 아니라 철도 없어 보인다. 힙합이란 장르를 사용하면서 정작 라임과 플로우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가사를 보다 보면 어이가 없을 정도다. 스스로를 월드스타라고 말하는 비의 브랜드 가치라면 국내 최고의 스텝들이 의기투합했을 텐데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그리고 진부할 정도로 상투적인 표현을 보라. 어떻게 된 게 한국의 가수들은 죄다 화려한 조명이 항상 자신을 감싼다고 주장하고 그놈의 무대는 항상 불이 꺼져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아저씨, 무대 위에 불이 꺼졌으면 집에 가세요 !   이런 상투적인  가사를 쓰는 놈은 그놈의 상투를 잡고 앞뒤로 흔들어야 한다.  어떤 주제에 대한 글을 쓰면 그 글에 맞는 동영상을 띄우기 마련이나 꼴도 보기 싫어서 가사만 올린다. 








덧대기


가사 내용에 " 수많은 영화 관계자 날 못 잡아 안달이 나셨지 " 라고 말했을 때, 나는 크게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만든 영화가 고작 엄복동이냐 ? 






Yeah 다시 돌아왔지 내 이름 레인(RAIN) 스웩을 뽐내 WHOO! They call it! 왕의 귀환 후배들 바빠지는 중! 신발끈 꽉 매고 스케줄 All Day 내 매니저 전화기는 조용할 일이 없네 WHOO! 15년을 뛰어 모두가 인정해 내 몸의 가치 허나, 자만하지 않지 매 순간 열심히 첫 무대와 같이 타고난 이 멋이 어디가 30 sexy 오빠 또 한번 무대를 적셔 레인이펙트 나 비 효과 화려한 조명이 나를 감싸네 시간이 멈추길 기도해 but, I’m not gonna cry yeah 불 꺼진 무대 위 홀로 남아서 떠나간 그대의 목소릴 떠올리네 나 쓰러질 때까지 널 위해 춤을 줘 허세와는 거리가 멀어 난 꽤 많은 걸 가졌지 수많은 영화제 관계자 날 못 잡아 안달이 나셨지 귀찮아 죽겠네 알다시피 이 몸이 꽤 많이 바빠 섭외 받아 전세계 왔다 갔다 팬들이 하늘을 날아 WHOO! TV 드라마, 영화 yeah! I get it all 이젠 모두를 붙잡을 노래를 불러 볼륨은 올리고 재 등장과 동시 완전 물 만나 call me 나쁜 오빠 무대를 다시 한번 적시지 레인이펙트 나 비 효과 화려한 조명이 나를 감싸네 시간이 멈추길 기도해 but, I’m not gonna cry yeah 불 꺼진 무대 위 홀로 남아서 떠나간 그대의 목소릴 떠올리네 

나 쓰러질 때까지 널 위해 춤을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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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0-05-29 16: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들어본 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저 가사 어쩔....;;; 정말 오그라드네요. 저런 노래 내놓다니 정말 뭔깡인지...

곰곰생각하는발 2020-05-31 15:41   좋아요 0 | URL
용기 있지 않습니까 ? 저것도 용기임..

수다맨 2020-05-31 13: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터넷에 1일1깡이라는 말이 오르내려서 무슨 뜻인지 굳이 찾아보지 않았는데 여기서 그 의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깡이 일종의 ‘깡다구‘ 같은 말인가 짐작했습니다.
막줄에 있는 ‘그래서 만든 영화가 고작 엄복동이냐‘는 문장을 보고 크게 웃었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지 않았는데 주변 사람들이 희대의 망작이라면서 엄청나게 비판하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20-05-31 15:41   좋아요 0 | URL
욕하면서 보는 재미를 아는 분이라면 깡과 엄은 최고의 작품이죠.. ㅎㅎ
 






















내가 뽑은 빌리 아일리시 찐픽 !










옛날 옛적에, 스티븐 킹이 쓰다가 망친 미완성 원고를 케비넷에 넣어두고 오랫동안 방치한 적이 있다. 하루는 편집자와 식사를 하던 도중에 킹이 단편이라고 하기에는 장편에 가깝고, 그렇다고 장편이라고 하기에는 중편에 가깝지만 중편이라고 하기에는 차라리 장편에 가까운 애매모호한 분량의 원고들이 있는데 완성도가 형편없어서 아무래도 쓰레기통에 버려야 겠다는 푸념을 쏟아냈다. 편집자가 미완성 원고를 일단 읽어보겠다고 하자 킹은 남들에게 보여줄 만큼 훌륭한 작품이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결국 편집자의 손에 넘어갔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작품이 중편 4개를 묶은 << 사계 >> 였다.  영화 << 쇼생크 탈출 >> , << 스텐 바이 미 >> , <<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 >> 의 원작이 바로 이 작품집에 수록된 소설들이다. 독설로 유명한 장정일이 이 에피소드를 놓칠 리 없었다. 그는 독서일기에 다음과 같이 썼다. "  스티븐 킹이  이 단편을 쉬어가는 의미에서 쓴 작품이라면 한국의 작가는 다 죽어야 한다." 빌리 아일리시가 집에서 오빠와 함께 << ocean eyes >> 를 만들어 사운드 클라우드에 올린 게 15살 때'다. 나이 서른을 훌쩍 뛰어넘어 사십 가까운 나이에 << 깡 >> 을 만든  가수 비'의 꽝을 보면서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예술에 있어서 피나는 노력보다 중요한 것은 타고난 능력'이다. 스스로를 월드스타라고 말하는 아저씨는 지금도 " 화려한 조명이 나를 감싼다 ㅡ " 고 주장한다( 그리고 허구한 날 불 꺼진 무대 위에 왜 혼자 남아서 청승을 떠는지 모르겠다. 일 끝나면 일찍 집에 들어가세요, 아저씨 ! ). 그놈의 화려한 조명은 왜 항상 자신을 감싸고 있다고 주장하는지 이해를 할 수는 없지만 << 깡 >> 에서 보여준 극악스러운 우스깡스러운 촌스러움은 영원하리라 믿는다.   마이클 잭슨이 사타구니에 주먹 넣고 잼잼해서 세계를 정복한 지가 언제인데 비는 여전히 사타구니에 주먹 넣고 잼잼한다. 봤냐, 나 섹시하지 ?                   비 아저씨, 사타구니에 주먹 넣고 잼잼하지 마세요. 사타구니에 습진 걸려서 긁는 사람 같아요.  더러워요.  빌리 아일리시가 심심해서 집에서 오빠하고 대충 만들어 사운드 클라우드에 올린 곡이  << ocean eyes >> 라면 한국의 가수는 다 죽어야 한다.  2020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빌리 아일리시가 올해의 신인, 올해의 노래, 올해의 앨범, 올해의 레코드상을 수상했을 때 그녀 나이 겨우 18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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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한자 遇( : 만날 우) 는 만나다, 짝을 이루다, 합치다는 뜻과 함께 성교하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 불우 不遇 > 라는 단어는 관계를 맺지 못하다, 결속으로부터 분리되다, 추방되다는 함의를 내포하고 있다. 


종합하면 관계를 맺지 못하고 결속으로부터 분리되어 추방된다는 의미가 된다.  조르주 아감벤의 사유를 빌려서 설명하자면 내집단 內集團 에 포섭되지 못하고 추방당한 호모 사케르(벌거벗은 생명)에 가깝다.  < 불우 > 가 경계 밖으로 추방된 영토라면 < 이웃 > 이라는 단어는 울타리 안에 포섭된 영토'다. " 나란히 또는 가까이 있어서 서로 붙어 있음 " 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말해주듯이,  < 이웃 > 은 불우의 반대 개념에 가깝다.  지정학적 시선으로 보자면 불우와 이웃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다.  그런데도 이 두 단어를 강제로 붙여서 만든 낱말이 바로 << 불우이웃 >> 이다. 


<< 불우이웃 >> 이라는 낱말이 지시하는 것은 명확하다. 이웃이라는 공동체의 사회적 관계 맺음에 실패하여 그 결속으로부터 분리되어 추방된 자'라는 뜻이다. 특정한 집단을 골라서 차이를 강조하고, 구별짓기를 시도하고,  대상을 타자화한다는 점에서 이 단어는 폭력적일 수밖에 없다. 이 단어를 남발하는 사람은 그 목적을 의심해야 한다. 그렇기에 연말이 되면 종을 딸랑거리며 불우이웃을 도웁시다 ! _ 라고 외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불쾌한 기분이 드는 이유는 단순하게 이웃을 도웁시다 _ 라고 말하면 될 것을 굳이 차이를 강조하고, 구별짓기를 시도하고, 대상을 타자화할 필요가 있느냐는 점이다. 


불우이웃의 탄생은 내가 소속된 이웃이라는 이름의 공동체 안에서 철저하게 소득 수준을 바탕으로 저소득 계층을 울타리 밖으로 추방한(혹은 자본주의와 소비주의적 시선으로 인간 존재를 실격 처리한),  그럼으로써 계급과 신분의 우위를 선점하려는 우리의 욕망이 반영된 결과이다.  불우이웃을 이웃보다 낮은 계급으로 강등해야지만 대중은 비로소 그들을 도울 동정심이 생긴다. 불우이웃을 도웁시다 _ 라는 구호가 탄생한 배경이다. 지그문트 바우만은 이러한 인간 군상을 이렇게 설명한다. " 인간은 추방당하지 않기 위해 남들을 추방하려고 애쓰는 존재다. " 



화 << 기생충 >> 에서 반지하 계급을 대표하는 기택 가족과 지하 계급을 대표하는 문광 가족의 대립은 지그문트 바우만의 지적을 떠올리게 만든다.  반지하나 지하나 서류상으로는 모두 지층으로 표시되는 동일 주거 환경에 속하지만 두 가족은 서로 충돌한다. 두 하층 계급은 한정된 일자리와 잠자리를 놓고 제로섬게임을 펼친다. 문광이 충숙에게 우리는 모두 불우이웃이라는 사실을 지적하자 기택의 아내 충숙은 정색을 하며 이 사실을 부정한다.  그들은 박사장의 대저택에서 추방당하지 않기 위해 남들을 추방하려고 애를 쓴다.  그것은 불우이웃이 되지 않기 위해 애를 쓰는 우리 이웃의 폭력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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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20-05-26 16: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생충을 인용하니 더 와닿고 좋네요b

불우이웃이란 표현 삼가야겠습니다. 세심하게 바라보면 참 많은 것들이 보이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20-05-27 16:05   좋아요 0 | URL
웃기잖아요. 그냥 우리의 이웃을 도웁시다, 하면 되는데 굳이 불우라는 말을 강조하는 것...
 







불우이웃끼리 이러지 말자







                                                                                            기택(송강호 분) 가족의 모략에 빠져 직장을 잃고 대저택에서 쫓겨난 가정부 문광(이정은 분)이 되돌아오는 순간,  영화 << 기생충 > 은 장르를 180도 바뀐다.  자신의 삶이 바닥이라고 믿었던 기택 가족은 바닥 반지하 보다도 더 낮은 밑바닥 지하(실) 에 사는 가족이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그때 문광은 기택 부인 충숙(장혜진 분)에게 도움을 얻고자 손을 내민다. " 언니, 우리 불우이웃끼리 이러지 말자 ! "  지하나 반지하나, 바닥이나 밑바닥이나, 가난한 사람이나 더 가난한 사람이나 모두 도긴개긴 아니냐는 논조다. 하지만 충숙은 문광의 말이 가당치도 않다는 듯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자신이 속한 계급을 부정한다. " 내가 왜 불우이웃이야 ? "  충숙이 보기에 자신이 사는 반지하는 완전한 지하 공간이 아니다.  반지상'이다.  자신이 속한 계급을 부정함으로써 기택 가족은 문광 가족과의 연대와 결합에 반대한다. 


충숙은 지정학적 위치의 우위를 강조함으로써 자신이 속한 신분의 우위를 주장한다.  밑바닥보다는, 그래도...... 바닥이 더 높아 !   하지만 이 기세는 문광이 자신이 해고된 비밀을 알게 되면서 상황은 다시 역전된다.  충숙에게 " 언니 " 라는 윗 서열을 부여했던 문광은 자신을 동생이라 부르는 충숙에게 " 쌍년 " 으로 응수한다.  아가리 닥쳐, 쌍년아 !                   내가 이 장면을 주목한 이유는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서로를 부정한다는 데 있다. 그들은 서로 < 이웃 > 과 < 불우이웃 > 에 대한 구별짓기를 통해서 자신의 우위를 주장한다. 


이웃과는 이웃이 될 수 있지만 불우이웃과는 이웃이 될 수 없다는 태도다. <<파스타 가게 사장의 선한 영향력 >> 이라는 글은 파스타 가게 사장의 선한 의지'는 과연 좋은 행위인가에 대한 반문에서 시작된 글이었다. 내가 " 좆같다 ㅡ  " 는 쌍스러운 표현을 써가면서 파스타 사장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것은 차이를 부각해서 차별을 정당화하는 대목 때문이다. 그가 돕고자 하는 아이를 굳이 " 결식아동 " 이라고 몇 번이나 강조하는 장면은 영화 << 기생충 >> 에서 내가 왜 불우이웃이냐고 반문하는 충숙의 애티튜드를 닮았다. 이웃이면 이웃이지, 


굳이 < 불우- > 라는 단어를 덧대는 심보는 아동이라는 단어 앞에 < 결식- > 이라는 단어를 강조함으로써 계급과 신분의 차이를 강조하는 마음과 닮았다. 그가 순결한 마음으로 그 아이들을 도울 방법을 찾았다면 길은 얼마든지 있었다. 주민센터 복지과 직원과 혐업하여 식당과 아이들을 연결할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굳이 식당 문 앞에 대자보를 붙이며 자신의 선한 의지를 광고할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   돈을 주고 매식하는 사람과 가난해서 결식하는 사람을 구별하고 차이점을 부각하는 행위는 당사자에게 견딜 수 없는 굴욕감과 부끄러움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그는 간과했다. 


어찌되었든, 결식 아동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한다는 광고 전략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지상파 9시 뉴스에 전파를 탔으니 말이다. 묻고 싶다. 만약에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국가에서 주는 꿈나무 카드를 소지한 아이'라면 당당하게 그 식당을 찾을 용기가 있을까 ?   하룻밤 신세를 지게 된 나그네 입장에서는 눈치 보지 말고 편하게 지내 _ 라는 집주인의 말이 전혀 편하지 않는 것처럼  결식 아동은 무료로 식사를 제공한다는 그 식당의 공고문 또한 그 아이에게는 편하지 않을 것이다. 


돈을 주고 매식하는 사람들 속에서 결식 아동이라는 신분을 감춘 채 밥을 먹어야 하는 그 아이는 외롭지 않을까 ?   배려랍시고, 혹은 위로랍시고 던진 한마디가 때로는 가장 폭력적인 말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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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20-05-23 16: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파스타 사장 9시 뉴스뿐만 아니라 어떤 예능에도 나와서 가게 홍보를 하더군요. 그리고 어제 인터넷을 훑다가 보았던 뉴스인데 익산에도 결식아동들에게 삼겹살을 무한으로 제공해주는 고깃집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 고깃집도 파스타집처럼 식당문 앞에 대자보를 붙였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20-05-23 16:53   좋아요 0 | URL
역겹죠, 이런 인간들 보면....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 모르게 하라고 했는데... 특히 가난은 어린아이들에게는 특히나 예민한 문제인데 상업적 이득을 위해 그들을 이용하는 인간을 보면.... 그 파스타... 카, 정말 욕나오더군요.
 













선한 영향력


                                   " 결식 아동 급식 카드 사절( : 일명 꿈나무 카드) " 이라는 푯말을 내건 파스타 가게가 있었다.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드는 문구여서 주목도가 높았다. 그리고 그 밑에는 구구절절한 사연을 적은 대자보가 적혀 있었다. 급식 카드를 받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결식 아동에 한하여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취지였다. 식당 주인은 결식 아동 1일 급식 비용 5000원으로는 먹을 수 있는 음식이 거의 없기에 힘들지만 어려운 결정을 했다는 글을 식당 입구에 붙여놓은 것이다. 식당 주인의 선한 영향력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신라면을 먹고도 울지 않았던 사내가 이 소식을 접하고는 우럭처럼 울었다는 고백이 이어졌고,  전국 각지에서 착한 식당 주인을 혼내려고 전국의 우럭들이 상경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9시 뉴스에도 이 소식이 전해졌으니 꽤 감동적인 사연이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이 식당 주인이 한없이 좆같았다. 뭐지, 이 인간 ?! 식당 여기저기에 광고하듯 결식 아동 급식 카드 사절이라는 자극적인 공고문이 붙은, 그래서 눈치가 빠른 손님이라면 식당 안에서 결식 아동이 누구인지 쉽게 알 수 있는 상황을 연출한 식당 주인의 배려 없는 자비가 좆같았던 것이다. 과연 그곳을 찾는 결식 아동이 몇이나 될까 ?   설령, 그곳을 찾는다 해도 눈치 보지 않고 마음 편히 먹을 수 있을까 ?  차라리 꿈나무 카드에 한하여 50% 할인 정책을 펼쳤다면 결식 아동들이 5000원 내고 당당하게 파스타를 먹을 수 있지 않았을까 ?   자신의 선한 의지를 자랑하기 위해 결식 아동의 자존심을 낮추는 행위가 과연 선한 영향력일까 ?   내가 만약에 결식 아동이었다면 9시 뉴스에 등장한 그 파스타 가게 따위는 가지 않았을 것이다. 결식 아동에게 음식을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것은 얼핏 보면 선한 의지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과시적 행위에 불과하며 오히려 일반인과 결식 아동을 나누고 차이를 강조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차이가 차별을 만든다. 그것이 차가운 차별이든 따스한 차별이든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내가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생생하게 경험하면서 동정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어린 나이에는 그 무엇보다도 아픈 상처일 것이다. 상업적 목적을 위해 아이에게 수치를 주는 방식이야말로 염치 없는 짓이다. 또한 이러한 염치가 감동적인 이야기로 포장되어 스스로 힐링하는 당신도 그렇다. 하여, 우럭처럼 울지 마라. 그 눈물은 유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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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_피부 2020-05-21 21: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짜 잣같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20-05-22 11:49   좋아요 0 | URL
어이가 없었습니다..

북깨비 2020-05-22 08: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읽으면서 거기까진 생각이 못 미쳤는데 정말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의 아이들에게는 자존감에 상처가 될 수 있는 부분이네요. 곰발님 글을 읽고 배려라는 것은 어떤 것인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갑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20-05-22 11:49   좋아요 1 | URL
대학가 골목에 위치한 식당이던데 주로 대학생 언니오빠들이 주로 가는 식당인데 아이들이 그곳에서 밥을 먹으면 눈에 쉽게 띄죠. 식당 입구에 대자보 걸었놓고 광고를 하면.... 북깨비 님이 그 아이 입장이라면 쉽게 갈 수 있을까요 ? 그 시기는 정말 예민한 시기인데 말입니다.

고양이라디오 2020-05-26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스타 사장은 과연 둔감했던 것일까요? 자기자신을 기만했던 것일까요?

저는 기만에 500원 겁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20-05-27 16:06   좋아요 0 | URL
저는 1000원 걸겠습니다. 관상은 과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