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51 | 52 | 53 | 54 | 55 | 56 | 57 | 58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더블 - 전2권 - side A, side B + 일러스트 화집
박민규 지음 / 창비 / 201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빌어먹을, 공중보건 위원회 !


 

 

 

 

 

 

 

 

 

 

 

1. 낮잠


주춤, 쭈뼛쭈뼛 ! “ 물건 ” 을 살 때 주눅 들게 되는 곳이 < 약국 > 이다. 이 상점‘은 사람을 부끄럽게 만드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 손님이 왕이던 자부심은 어디 가고 약사 눈치 보기 바쁘다. 코, 코코코콘돔 주세요 ! 당당한 척하지만 쪽팔려서 죽을 것 같다. 그럴수록, 오히려 태, 태태태태평한.... 얼굴로. 코코코코콘돔 주세요 ! 속내를 들킨 것일까 ? 약사는 무표정한 얼굴로 심드렁하게 묻는다. 약사가 무표정하면 할수록 당황하는 손님을 위한 주인의 배려인 것 같아 오히려 더 불안하다.


도트형 콘돔으로 드릴까요, 아니면 소용돌이형으로 드릴까요, 울트라 슬림형은 어떤가요 ? 착용 시 이물감’을 느끼는 분이라면 낀 듯 만 듯한 초슬림형 0.3미리 콘돔을 추천합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제품이죠. 그리고는 귓속말로 말한다. 조루‘에게는 두꺼운 콘돔이 최곱니다 ! 도트? 소용돌이 ?? 울트라 슬림 ??? 이물감 ???? 이물감이라는 이질적인 단어‘를 듣자 긴장감이 고조된다. 여자 친구 집에서 섹스에 열중하고 있는데 그집 강아지가 나를 똑바로 노려볼 때의 기분이 섹스 시 이물감'이겠지 ? 아, 아아아아무거나 주세요 ! 그래서 그 시절의 나는 < 아무거나 콘돔 > 을 끼고 섹스를 하고는 했다. 내심,

 

두꺼운 콘돔이 걸렸으면 하는 바람으로


지금이야 택배 주문하면 서로 얼굴 붉히지 않아도 되었지만, 그때는 반드시 “ 진찰은 의사에게, 콘돔은 약사에게 ! ” 였다. 하여튼, 그때는 콘돔을 사기 위해서는 동네 몇 바퀴‘를 돌아야 했다. 대한민국 약사는 죄다 여자인 것일까 ? 여자 약사에게 콘돔 유니더스에서 출시된 0.3미리 초슬림’으로 주세요. 써 보니 착용감이 훌륭하더군요. 아, 도트형에 망고망고 향‘으로 주문할게요. 비밀인데 소용돌이는...


아파요 ! 크크크.


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 그래서 나는 남자 약사를 찾아 동네를 돌아다니고는 했다. 옳거니,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이 약국을 보시네 ? 문을 열고 들어선다. 도수 높은 안경 너머로 어서 오시구랴, 라고 말할 줄 알았는데 불쑥 젊은 여자 약사‘가 진열대 밑에서 나타난다. “ 아빠, 계속 식사하세요 ! 손님, 무엇을 찾으시나요 ? ”


쌍화탕 주세요!


따라락, 뚜껑을 따서 쌍화탕을 벌컥벌컥 마신다. 그지깽깽이 같은 의료 보건 분야 국회의원 새끼들 ! 왜 콘돔을 약국에서만 파는 거야 ! 고생 고생해서 얻은 콘돔이니 1일 3회 복용은 엄두도 못낸다. 어떻게 해서 얻은 소중한 콘돔인데... 비닐 커버를 찢을 때마다 손이 벌벌 떨린다. 재활용 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세상이 좋아졌다. 이제는 편의점과 인터넷 거래‘로도 구입할 수 있으니깐 말이다. 이렇게 손쉽게 구할 수 있다면 하루 세 끼는 기본이요, 참에 야식까지 먹을 수 있다. 콘돔이 흔한 세상에 되었다. 약국이라는 것이 그렇다. 우리는 약국에 가서 우리의 은밀한 사생활을 폭로해야 한다. 박민규의 단편 < 낮잠 > 에서의 늙은 노인은 약국에서 나와 같은 상황에 직면한다. 약국에 들어선 노인은 조그마한 목소리로 말한다. “ 서, 서서성인 의료용 기저귀를 주세요. ”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젊어서는 콘돔을 사며 부끄러워하지만 늙어서는 요실금용 기저귀’를 사면서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사실. 콘돔이 어른이 되었음을 의미하는 성인용품이라면 기저귀‘는 어린이로의 퇴행’을 의미하는 오브제‘라는 사실. 약국에 가서 콘돔을 산 지’가 꽤 오래되었다. 그리 생각하니 약국은 인생의 축소처럼 느껴졌다. 나도... 언젠가는 요실금용 기저귀를 사기 위해서 약국에 갈지도 모른다.

 


 

 


2. 별


사람들은 별을 안 보고 산다. 그냥 별일 없이 사는 것이 그럭저럭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별 볼 일 없는 삶은 처량하게 사는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별별’이라는 단어도 사실 잡동사니를 가지가지 나열한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던가 ? 이제 더 이상 별을 그리라는 유치원선생님의 주문에 ☆ 를 그리는 뽀로로 열혈 마니아’는 없다. 오히려 star‘라고 쓰는 조기 영어 교육 부모의 자녀가 존재할 뿐이다. ( “ 준장 ” 이라고 쓰는 어린이의 정신세계는 무엇일까 ? )


현대인이 하늘의 별을 보지 않는 이유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루하루 먹고 사는 문제이니 사람들은 발등의 불만 바라본다. 작은 불씨 꺼지랴, 노심초사다. 그러니 하늘의 별을 누가 감상하겠는가. 단편 < 별 > 의 주인공은 대리기사‘다. 꽃뱀 때문에 인생 망친, 카드 돌려막기로 꽃뱀의 명품 핸드백’을 사주다가 급기야는 회사 돈을 유용한 인간이 등장한다. 단물만 쏘옥 빼먹고 도망간 여자는 들리는 소문에 의사 부인이 되었단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서,


우연히 만난다. 술 취한 고객과 대리기사의 관계로... 여자는 의식을 잃은 채 뒷좌석에 쓰러져 있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 살의를 느낀 남자‘가 운전석에 앉아 있다. 복잡하다. 차를 길가에 세워둔 후 밖으로 나와 담배를 핀다.


제목이 < 별 > 이지만 별이라는 단어는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밤은 그냥 어두울 뿐이고, 새벽도 그냥 어두울 뿐이다. 그냥, 그냥, 그냥 어두운 밤이다. 별이 없는 하늘이다. 신용불량자인 그는 먹고살기 위해서 그냥 발등의 불‘만 본다. 불과 별, 묘하게 이질적이지만 교묘하게 닮은꼴이다.



 

 

 

 


3. 아스피린


젠장, 왜 안 나오나 했다 ! 하늘에 거대한 아스피린이 둥둥 떠 있다. 어마어마한 아스피린이다. 처음에는 우주선인 줄 알고 흥분했던 사람들도 아스피린이라는 소식에 시큰둥이다. 광선 좀 지지직, 하며 쏴 주어야 스펙터클 할 텐데 말이다. 아스피린을 보니 아, 머리 아파, 두통, 치통, 생리통이다. 단편 중 가장 박민규스럽다 !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극을 능청스럽게 이야기할 줄 아는 작가가 몇 명이나 되겠는가.


 

4. 딜도가 우리 가정을 지켰어요.


박민규가 말하길, 좆이 안 선다고 한다. 천하장사 소세지 2개를 점심 끼니 삼아 먹었는데도 좆이 안 서면,

 

 


안... 서는 거다.

 

속된 말로 좆 된 거다. 그는 단 한 대의 차도 팔지 못한 차 판매원. 경제력도 무능한데 성력‘도 무능하다니 ! 설상가상 서랍에서 아내의 것으로 보이는 딜도’가 발견된다. 오, 오오오잉 ? 그 길이가 18센티미터'요 넓이는 4센티미터다. 콘돔 재료로 쓰이는 라텍스 고무 재질이라 딱, 딱하지도 않다. 물렁물렁하다. 커다란 초록 애벌레 같다. 그러니깐 아내가 쓰는 딜도는...


세상에나 !


딜도 씨는 꼴리지 않고도 18 센티미터인 것이다. 꼴리면 도대체 몇 센티미터인 것이냐 ? 50센티미터 자 ? 맙소사, 우리의 차 판매원 사정이 딱 (딱)하다 ! 자신의 그것을 본다. 3센티미터 ? ? 절박하다. 결국 그는 화성까지 가서 차를 세 대나 파는 데 성공한다. 의기양양 돌아온다. 피곤하다. 누군가는 이런 게 소설이 될 수 있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천박하다며 돌을 던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돌팔매하는 사람에게 묻고 싶다. “ 문학이 세상을 구원합니까 ? ”


음담이 팔 할이다. 그래도 좋다, 박민규‘이니깐 가능한 설정이다. 소설이 거창할 것 없다고 박민규는 말한다. 딜도처럼 그저 누군가의 클리토리스를 살살 긁어주면 소설의 역할은 다했다고 말한다. 천박하면 어떤가 ? 누군가를 웃게 만들고, 위무하면 그만이지.

 

 

이 블로그’를 모녀가 함께 보는 이웃 블로거가 있다. 딸아, 이 블로그의 주인장, 참 재미 있는 양반이구나. 함께 읽으면 유익한 글이 많구나. 엄마는 40대를 훌쩍 넘겼고, 딸은 사춘기 소녀다. 모녀가 함께 내 글을 읽는다니 감격스럽다. 그런데 아뿔싸 ! 내가 딜도‘에 관한 글을 올린 적이 있는데 같이 읽던 딸이 묻더란다. 엄마, 딜도가 뭐야 ? 엄마는 침묵하고 딸은 어느 순간 깨닫고 자리를 피했다고 !

 

 

그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은 나는 모녀가 함께 읽을 수 있는 유익한 글만 올리려고 했는데 어찌어찌하여 이리 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나의 잘못이 아니다. 순전히 박민규 탓이다. 내 탓이 아니다.


 

5. 루 디


단편집을 읽을 때, 단편 하나는 반드시 빼고 읽는다. 어찌어찌하여 징크스가 되었다. 이 버릇은 나중에 제의처럼 변질되어서 단편집의 단편 모두를 읽으면 다음날 길을 가다가 묻지 마 살인의 희생양이 될 것 같다는 재수 없는 생각‘이 들어서 이 철칙을 반드시 지킨다. 몇 년 묵혔다가 나중에 읽는 법도 없다. 그냥 읽지 않는다. 그러니깐 < 루디 > 는 앞으로 영원히 읽지 않는 단편 중 하나이다.


16편의 단편이 수록된 < 더블 > 단편집에서 가장 훌륭한 단편이 < 루디 > 라면... 물론, 억울하다 !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뺑뺑이 돌려서 선택된 것이 < 루디 > 이니 말이다. 훌륭하다고 한들 어쩔 수 없다. 누가 < 루디 > 를 영화화했으면 좋겠다. 원작에 충실한 영화로 말이다. 단편집‘이 후지길 바랐는데 좋다 ! 빌어먹을, 졸라 좋다. 박민규는 인정하기로 하자 ! 어쩔 수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두 편의 가족 서사(극) : 두근두근 내인생, 삼부자.

 


 

애란 장편소설 < 두근두근내인생 > 에 대한 반응이 좋다. 독자는 물론이거니와 평단 또한 칭찬 일색이다. 놀라 다시 본다, 라는 성석제의 기막힌 40자 평이 있는가 하면 요즘 잘 나가는 젊은 평론가는 역시 김애란이라며 엄지 세 개‘를 올린다. 하지만 이 착한 가족극은 몇몇 눈에 띄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단점이 많은 작품이다. 그녀가 내놓은  단편집에 비하면 이번 장편소설은 기대 이하’다 !


소설 속 주인공은 모두 피터팬 증후군을 앓고 있는 환자‘처럼 보인다. 주인공 부모에게는 세월에 따른 자각의 과정이 없다. 17살 때 고속버스에 올라타서 34살 때 버스에서 내려온 인물 같다. 그뿐인가 ? 이웃집 할아버지는 항문기에 집착하는 꼬마 한스 같다. 공교롭게도 유일한 어른은 조로에 걸린 주인공 소년’이다. 그들은 모두 항문기로 퇴행 중인 노인이거나 질풍노도의 시기에 머문 철없는 부모이거나 혹은 너무 늙은 애어른‘이다. 자기 나이에 맞는 인물은 아무도 없다. 한 편의 명랑만화’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문제는 고착으로 인하여 이 아이들의 사회성‘이 결여되었다는 점이다. 사회성이 결여되었으니 등장인물들은 모두 명랑하고, 유쾌하며, 긍정적이다. 사회에 대한 인식은 계급에 대한  자각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 명랑한 아이들에게는 그러한 성숙한 비판의식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냥 대책 없는 무비판성‘은 작가로써 치명적 결점이다. 그녀는 거리’를 은폐한다. 꼴랑 보여주는 것은 골목길이다. 거리가 사회화된 영역이라면 골목길은 사회화가 거세된 낭만적 장소이다.

 

소설가는 어떤 식으로든 당대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이 소설에는 그것이 없다. 명랑’하기만 하면 장땡인가 ? 심각할 때 심각할 줄 알아야 하는데 심각할 때도 주인공들은 웃는다. 으, 하하하하하 !  내가 보기엔, 김애란의 < 두근두근... > 은 3분 발성법으로 1시간짜리 창‘에 도전한 느낌’이 든다. 그것은 마치 3분짜리 콩트를 60분 분량으로 늘린 것 같은 느낌이라는 말이다.   

뷰, 티블 마인드- 하다.

 

 

 

 

 

 


 

 

 

 

면 손창섭의 < 삼부녀 > 는 나쁜 가족극‘이다. 근친 욕망이라는 이름의 총천연색 만화경’처럼 화려하다. 일본 도까이 에이브이 성인 공작소‘라면 이 원작을 입수해서 근사한 포르노를 찍었을 것이 분명하다. 주인공은 소라 아오이 ? 손창섭은 이 소설에서 에둘러 이야기하는 법‘ 이 없다. 읽다 보면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다. 이 작품은 1970년 주간여성에 연재된 장편소설인데 과연 이러한 내용의 소설이 검열 없이 연재되었다는 점이 신기할 따름이다. 그런데 정말 신기한 점은 생생하다는 것이다. 40년이나 지난 작품이 2010년의 당대성을 획득한다는 사실은 거의 기적처럼 보인다. 그러니깐 손창섭은 40년 앞을 내다보고 이 소설을 쓴 것이다. 그는 너무 앞서간 인물이었다.


간단하게 내용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가족은 해체된다. 아내는 바람나서 도망가고, 딸들도 모두 아버지를 부정하고 집을 나간다. 이제 남은 것은 늙은 수컷‘과 텅 빈 집이다. 소설은 해체된 가족’을 새로운 방식으로 복원한다. 위기를 겪은 가족의 복원이 아닌, 새로운 인물들로 교체하는 것이다. 스폰서를 하는 조건으로 아내의 빈자리‘를 젊은 여자가 채우고, 딸의 빈자리 또한 다른 젊은 여자’가 채우는 방식이다. 계약 가족이다. 문제는 두 여자 모두 아버지의 남근을 빨고 싶다는 것이다. 그녀들은 끊임없이 유혹한다. 가짜 아내는 딸의 욕망을 견제하지만 나무라지는 않는다. 가짜 딸은 시도 때도 없이 아버지의 침실을 노린다 !


하지만 유사 가족 관계 안에서 불협화음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유사 가족 제도는 평화‘ 롭다, 놀랍게도 ! 손창섭이 보기에 혈연 중심적 가족주의’는 모두를 불행하게 만든다. 그래서 그는 해체를 주장한다.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다. 대안가족의 탄생이다. 박정희가 군화발로 동토를 철권통치하는 시대에 손창섭은 성적으로 도발을 한다. 엿 먹어라,  페니스 !


그는 남근 중심의 숨 막히는 한국 유교 사회‘를 혐오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남근과 대한민국을 동일시했고, 그 속에서 광기의 소국’을 발견했다. 그래서 조국을 야반도주했는지도 모른다. 이 위대한 소설가는 끝끝내 조국을 등진 채 일본에서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


 

김애란 장편소설이 후진 이유는 한심할 만큼 무비판적 태도에 있다. 그리고 그보다 더 한심한 것은 김애란 소설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는 평단의 알 수 없는 침묵‘이다. 정, 말 이 소설은 놀라서 다시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소설인가 ? 많이 팔리면 장땡인가 ? 김애란을 손창섭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불경스러운 일이지만 손창섭의 치열한 현실 인식에 비하면 김애란은 지나치게 낙관적이어서 뻔뻔하다.

 

 

착한 사람들만 등장하는 소설은 좋은 소설이 아니다. 갈등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갈등이 없으니 봉합이 없고, 봉합이 없으니 트라우마가 없다. 대충 그까이꺼 대강 웃으면 이와요. 그, 런 겁니까 ? 아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그겁니까 ? 물론 나쁜 사람만 등장하는 소설 또한 좋은 서사'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쁜 사람만 등장하는 서사가 차라리 좋은 사람들만 등장하는 서사보다는 훌륭한 작품이 나올 확률이 높다. 소설이란 근본적으로 어두운 면을 집요하게 탐구하려고 하는 만화경이 아니었던가 ? 김애란은 그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나는 김애란이 잘 팔리는 소설가가 되어 신경숙을 따르기보다는 당대의 현실에 고민하는 공선옥'이 되었으면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평점 :
품절


 

1. 서랍 속 잡동사니

축구는 한심한 스포츠다, 농구도 한심한 스포츠다, 골프도 한심한 스포츠다, 체조도 한심한 스포츠다, 피겨스케이팅도 한심한 스포츠다. 오직 야구만이 위대한 스포츠다! 그렇다, 야구는 위대한 스포츠다. 나는 줄곧 보스턴 레드삭스 팀을 응원했는데 내가 레드삭스 팀을 응원하게 된 이유는 순전히 빨간양말이라는 앙증맞은 팀 토템 때문이었다.

하지만 2011에는 보스톤레드삭스 대신 템파베이를 응원했다. 나는 템파베이를 늘 < 서랍 > 이라고 부르고는 했다. 왜냐하면 서랍 속에는 온갖 싸구려 잡동사니가 다 있기 때문이다. 다이아몬드를 서랍 속에 넣어두지는 않지 않은가 ? 서랍은 잠시 넣어두는 곳이지 보관하는 곳이 아니다. 서랍 속에서 잡동사니와 뒹굴다가 다이아몬드가 된 놈은 고급 쥬얼리 케이스를 요구하고는 했다. 고급 장식의 쥬얼리 케이스를 살 수 없는 템파베이는 몸값이 오른 선수를 시장에 팔아서 그 돈으로 무명이지만 가능성이 보이는 선수를 영입하거나 구단 운영비로 쓰고는 했다. 한 마디로 명문 구단은 아니다. 템파베이는 메이저리그 구단 중 가장 가난한 구단이다.

 

2. 0.1%의 한계.

템파베이는 예상대로 <존나> 못했다. 이기는 날보다 지는 날이 많았다. 투수들은 템파베이와 상대하면 기분이 좋았다. 왜냐하면 이길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8월이 끝날 때까지 템파베이의 팀 성적은 초라했다. 그해템파베이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가능성은 0.1%였고 보스턴은 87%’였다.하지만 템파베이는 포기하지 않았다. 마지막 한 경기를 남겨놓은 시점에서템파베이와보스톤의 승패는 똑같았다.리그 1위는 영원한 우승 후보 양키스였다. 전체 2위에게 주어지는 와일드카드를 얻기 위해서는 두 팀은 마지막 남은 경기에서 사력을 다해 싸워야 했다.

나는 고민하다가 최종적으로 템파베이를 응원하기로 했다. 약자에 대한 본능적 지지가 발동한 것이다. 당시 보스톤은 꼴찌였던 볼티모어와 경기를 했고, 템파베이는 영원한 우승 후보 양키스와 마지막 경기를치뤘다. 이미 템파베이는양키스와의 마지막 3연전에서 기적의 2연승을 한 터였다. 당시에 메이저리그 최강 팀이자 리그 1위인 양키스는 3연패를 당한 경험은 있어도 같은 팀에게 3연패를 당한 기록은 없었다.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8회말까지)보스톤은 32로 이기고 있었고 템파베이는 70으로 지고 있었다.템파베이 0.1%의 기적은 여기까지였다 -

 

 

3. 우우 하지 맙시다. 와와합시다 !

- 라고 판단할 때 일이 묘하게 꼬이기 시작했다. 7 0’으로 지고 있던 템파베이는8회에 몸값이 가장 비싼 친구였던 상대 팀 투수에게서 무려 6점을 얻었고 9회엔 1점을 추가해서 동점을 만들었다. 아나운서는 기적이라는 말을 몇 번이나 했다. 그리고 연장 12회에서는 굿바이 홈런을 터트려서 승리를 거머쥐었을 때 아나운서는 또 다시 기적이라고 울부짖었다. 그 시각 보스톤은 9회에 2점을 헌납하고 역전패한다. 최종적으로 플레이오프에 오른 친구는 템파베이였다.

나는 이 경기를 생방송으로 보면서 펑펑 울었다. 정말 펑펑 울었다. , 시부럴..... 야구는 정말 위대한 스포츠야. 템파베이의 기적은 싸구려 스포츠 서사의 한계를 뛰어넘는 감동이 있었다. 그것은 원숭이도 찍을 수 있도록 만든 십만 원 똑딱이 자동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서 대한민국 사진대전에서 대상을 먹은 꼴과 같았다.

 

4. 망토와 바바리

메이저리그에 템파베이가 있다면 코리안리그에는 삼미슈퍼스타즈가 있었다. 박민규의 놀라운 데뷔작 <삼미슈퍼스타즈 마지막 팬클럽 > 은 우승할 확률 0.1%를 가진 대책 없는 삼미에 대한 이야기이다. 타 구단의 토템이 곰,,사자,호랑이, 거인등 용맹스러운 전사 이미지라면, 삼미의 토템은 망토 입은 사람이었다. 얼핏 보면 슈퍼맨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냥 사람이 망토 입은 모습이다. 망토 입은 사람이라... 망토 입은 사람이라....뚫어지게 쳐다보니 망토는 마치 바바리 외투처럼 보였다. 어라?!착시현상인가 ? 방망이는 우람한 남근 같다. 맙소사, 삼미의 토템은 정신이 오락가락 삼천포로 빠지는 골목길 바바리맨이 아닌가 !한나라당 윤리 심의 위원들이 대노할 장면이었지만 그들은 무식해서 그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5. 단골 고객님에게 감사용 선물을 드립니다.

더군다나 슈퍼스타즈에 슈퍼스타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프로야구 팀이기보다는 취미로 즐기는사회인 야구 팀에 가까웠다. 선수 이름도 슈퍼스타에 어울리는 이름은 하나도 없었다. 최강타, 전태풍, 백두산 같은 멋진 이름 대신 금광옥과장명부 그리고 감사용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금광옥은 새로운 사과 품종 이름 같고, 장명부는인기 만화 데쓰노트를 한국식 이름으로 지으면 어울릴 만한 이름 같았다. 그리고감사용은 감사용 다음에 선물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법한 촌스러운 이름이었다. 얼굴도 까무잡잡해서 십 원에 열두 개 주는 아주공갈염소똥을 닮았다. 그런데도 슈퍼스타들이란다. 슈퍼맨 망토 입고 야구를 하는 정신 없는 구단답게 꼴찌는 삼미의 몫이었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좋지 않은 기록은 모두 삼미가 기록했다. 한 시즌 최다 연패, 한 시즌 최소 승률, 한 경기 최대 점수차 역전패, 한 경기 최다 병살타, 한 경기 최다 홈런 허용, 한 경기 최다 사사구 허용, 특정 구단 상대 최다 연패, 최소 몸값 등등.

 

 

6. 소설도 만화보다 재미있을 수 있다.

승리한 경기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적지만 패배한 경기에서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메이저리그 특급 투수 크리스매튜스의 말이다. 다음 해 삼미는 기똥차게 변신을 한다. 최종 성적은 1위 자리를 아슬아슬하게 놓친 2였다. 박민규는 이 소설에서 실패의 가치에 대하여 이야기한다.내가 지금까지 읽은 한국 소설 중 가장 재미있는 소설 한 편을 뽑으라고 하면 주저없이 박민규의 삼미슈퍼스타즈를 뽑는다. 소설도 만화처럼 재미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박민규에게 찬사를 !

 

 

7. 각하가 야구를 싫어하는 결정적 이유

내가 야구를 좋아하는 이유는 야구란 본질적으로 실패의 서사이기 때문이다. 3할 타자란 열 번 싸워서 7번 실패하고 3번 성공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엄밀히 말하면 3할 타자는 실패한 타자. 그런데 야구는 3할 타자를훌륭한 타자라고 판단한다. 이렇듯 야구는 백전백승의 세계가 아니고 승자 독식의 세계도 아니다. 3 7패의 세계이다. 현대건설이 프로야구 팀을 만들지 않은 이유는 이명박의 성공 철학 때문이다. 그가 보기에 야구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스포츠다. 야구는이명박 씨가 쓰레기통에 버린 그 실패의 가치를 긍정적으로 본다. 각하가“ 7패나 했어 ?“ 라고 조롱할 때,삼미슈퍼스타즈 팬클럽은“ 3승이나 했어! “ 라며 당신의 어깨를 토닥인다. 그래서 나는 야구가 좋다. 각하와 상득 씨는 죽었다 깨어나도 실패가 주는 짜릿한 감동을 알지 못한다.

 

8. 허공을 향해서

타자는 허공을 향해 방망이를 휘두르고 투수도 허공을 향해 공을 던진다. 타자는 외로운 존재다. 동료는 아무도 없다. 그는 동료들을 등진 채 홀로 그라운드에 선다. 앞에 보이는 것은 허공뿐이다. 그는 혼자서 9명의 상대팀 선수와 경기를 한다. 투수도 마찬가지다. 그는 자신의 동료를 등진 채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향해 공을 던진다. 그들은 허각의 형 허공과 싸우는 것이다. 그것은 헛것과의 외로운 싸움이다. 하지만 나는 이 외로운 싸움에서 멜로의 서사를 읽는다. 야구는 남성 액션 영화이기보다는 여성 로맨틱 멜로 영화에 가깝다. 엄청나게 빠른 직구를 자랑하는 투수의 공이라 하더라도 세상의 모든 공은 딱딱한 직선이 아닌 부드러운 곡선으로 포수의 글러브에 들어온다.

 

 

9. heart라고 쓰고 히트라고 읽는다.

그들은 <싸우> 는 것이 아니라 <싸랑> 을 하는 것이다. 로맨틱 멜로의 주인공들이 티격태격 싸우다가 정이 드는 장르라면 야구는 티격-타격싸우다가 눈이 맞는 장르다. 타자는 y좌표이고 투수는 x좌표이다. 곰곰생각하는발 박사의 음흉스러운 말투를 흉내 내자면 방망이는 페니스이고, 공은 젖가슴이다. 방망이 군은 공 양을 만나기 위해 그녀가 자주 다니는 골목길에서 기다렸으나 공 양은 다른 곳에서 그를 기다린다. 멜로는 그것을 엇갈림이라고 부르고 야구에서는 헛 스윙이라고 부른다. 이 어긋남의 서사는 자주 반복된다. 그러다가 어느 한 지점에서 그들은 우연히 마주친다. 그곳은 시청 앞 지하철 역이기도 하고, 두오모 성당이기도 하고, 쇼생크 탈출에서의 그 해안가이기도 하다. 멜로 드라마는 그것을그들의 운명적 만남이라고 부른다. 야구에서는 이 운명적 만남을히트/hit’라고 부른다. 내가 보기엔 하트/heart’처럼 보인다.

http://myperu.blog.me/20151223150

 

 

 

 

 

 

 


댓글(1)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amadhi(眞我) 2014-02-13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선물한 책입니다. 야구의 "야"자도 모르는 사람에게도 실컷 웃으라고.
한동안 지마켓에서 3900원에 팔기도 했구요^^
그 책을 읽은 선배가 너무 웃겨서 눈물난 건 처음이라고 하더라구요. 그 뒤부터 그 선배가 책을 자주 사주지만.
남근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마당극하는 대전 우금치라는 민족극패가 공연한 "북어가 끓이는 해장국"에서 남근목 3개를 목에 건 교주의 명대사가 생각나네요. "남근아미타불 관능보살"

9번째 비유 정말 멋져요!! 가슴에 폭 박히는 말이네요. 안타가 사랑이라...
근우가 아무리 자기네 땅이라 우겨도 문학은 기아땅.... (이제 근우는 한밭으로 가버렸지만)
문학구장에서 종범신이 연속 홈런(끝내기)을 쳤을 때 우리끼리 "이렇게 재미있는 걸 안보는 사람은 무슨 맛으로 살지?" 했었죠.
 
베니스의 상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2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김 / 민음사 / 201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 베니스의 상인 > 을 읽으면 울화통이 터진다 !

 

 

셰익스피어의 < 베니스의 상인 > 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읽은 적이 없어도 읽은 것과 다름이 없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판결은 3개가 존재한다. 첫째가 솔로몬의 판결이다, 둘째는 예수의 판결이다. 그는 창녀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 죄 없는 자만이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 아마...이명박 각하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제일 먼저 창녀에게 돌을 던졌을 것이 분명하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인간이니 말이다. 다행이다, 참 다행이다. 각하가 예수와 동시대적 인간이었다면 예수의 위대한 판결은 말 그대로 엉망진창이 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세 번째가 바로 섹스피어의 희곡 < 베니스의 상인 > 에 나오는 남장여인의 “ 1파운드의 살과 한 방울의 피 판결이다. 남장여인의 주장은 이렇다 :“ 계약서에는 1파운드의 살을 도려낸다고 했으니 살만 가져 가세요. , 채무자의피를 흘려서는 안 됩니다. 살만 도려낸다고 계약서에 적혀 있을 뿐 피를 흘린다는 소리는 그 어디에도 없으니 말이죠. 흠흠. “섹스피어는 이 장면을 연극의 절정 부분에 배치한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나온다. 승기를 잡았다는 말.

 

 

만약에 채무자가 피를 흘린다면, 당신은 그 벌로 엉덩이 백 대와 전 재산을 몰수하겠어요. 동의하십니까 ?( 이때 샤일록이 몸을 비틀거리며 말을 더듬는다. 남장여인, 이 모습을 재미있다는 듯 지켜보며 ) 말을 더, 더더더더듬지, , 마마마마마마마마시고 예나아니오, 로만 말씀하세요. 동의하십니까 ?“ 배심원과 재판 참관인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우레와 같은 박수를 ! 브라보, 저 남장여인에게 영광 있으라 !

 

 

이 세 가지가 바로 3대 명판결이다. 그런데 나는 솔로몬과 예수의 판결에는 동의하지만 섹스피어의 판결에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명판결이기는커녕 인류 역사상 최악의 재판으로 기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판결은 정말 소가 웃을 일이다. 만약에 내가 샤일록이라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남장 여인의 말에 일단 동의하겠다. , 이제부터는 샤일록의 몸에 들어간 곰곰생각하는발의빙의다.

 

 

, 네네. 그러고말고요. 전 살만 도려낸다고 했으니 도련님의 소중한 피를 훔친다면 천벌을 받을 것입니다요. 일단 도려내겠습니다요 ! 피를 안 흘리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 샤일록을 연기하는 곰곰생각하는발 씨의 당돌한 태도에 남장여인은 당황한다. 화가 난 남장여인은 젖꼭지를 바짝 세우며 으르렁거린다. “ 좋아요, 도려내세요 ! 만약에 피 한 방울이라도 흘린다면 그에 따른 무시무시한 형벌이 당신을 기다릴 거예요.“

 

 

아마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내가 어떤 행동을 할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을 것이다. 감은 떨어져야 보기 좋은데, 감이( 걸어서 다가 ) 오면 그때부터는 감이 무서워진다. 저 감의 정체는 뭐야 ? 무서운 예감 ?! , 으으으으. “곰곰생각하는발 씨는 도대체 어떻게 피를 흘리지 않고 1파운드의 살을 도려낸다는 것일까 ?흠흠, 섹스피어 원전보다 페루애곰곰생각하는발 씨의 외전이 더 흥미진진한걸 !“곰곰생각하는발 씨는 정육점에서 사용하는 칼을 들고 채무자 앞에 선다. 그리고는 귀족 남자의 볼을 잡고는 칼로 1파운드의 살을 도려낸다.

 

 

하지만 여러분의 기대와는 달리 곧 경악스러운 사태가 벌어진다. 1파운드의 살점을 도려냈더니 백작 귀족 도련님의 얼굴에서는 피가 철철 넘치는 것이 아닌가 !이에 남장여인은 화가 잔뜩 나서 태형을 준비한다. 백작 귀족 도련님의 아픔보다 100배는 더한 고통을 안겨주마, 너의 멘탈은 도미노처럼 붕괴될 것이다, 더러운 유대인이여 !“아이구. 에그머니나 !이를 어쩐디요 ?피를 흘렸습니다요. 이거 원...... 약속대로 저에게 태형 100대를 때리십시요. 저의 실수를 제 스스로도 용납이 되지 않으니 100대에 100대를 더 때리십시요. 달게 받겠습니다 !“ 그런데 곰곰생각하는발 씨는 말은 그렇게 하지만 여유로운 얼굴이다. 꿍꿍이 속내가 있는 것이다. 이어서 회심의 카드를 꺼낸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곰곰생각하는발 씨의 명연설이다.

 

 

 

, 몽둥이로 내 엉덩이를 때리시되 피멍이 들면 안 됩니다. 멍이 들어도 안 됩니다. 저는 태형에는 동의했으나 내 엉덩이에 피멍이 들어도 좋다고 말한 적은 없습니다. < 칼로 살을 베다 > 라는 말에는 이미 < 피를 흘리다 > 라는 내용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같은 이유로 < 치도곤을 먹이다 > 라는 말에도 <피멍이 든다 > 라는 내용이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피를 흘리지 마라, 라는 요구와 피멍이 들면 절대 안된다는 요구는 모두 억지입니다. 하지만 당신은 억지를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같은 논리로 저도 당신에게 요구합니다.

 

 

더러운 유대인인 저를 때리시되 피멍이 들면 안됩니다. 당신은 곤장을 때리겠다고만 말했지 멍이 생긴다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채무자의 살을 도려낼 때 피를 흘린 것이 약속 위반이라면, 당신 또한 내 엉덩이에 피멍이 들게 만든다면그것 또한 약속 위반입니다. 빚을 담보로 1파운드의 살을 요구하는 저 같은 악덕 고리대금업자도 나쁘지만, 궤변으로 법 해석을 농락한 당신은 더 나쁜 범죄자입니다. 이 판결은 판례로 남아서 백 년, 이백 년, 삼백 년 동안 악용될 소지가 있습니다. 저는 한 사람의 피를 흘리게 만들었지만 이 판결은 앞으로 수백 명의억울한 사람들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만들 것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존경하는 배심원 여러분 !

 

 

법은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비추는 한낮의 태양이라고 들었습니다.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배웠습니다. 저 같은 고리대금업자에게도 법은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합니다.저는 여러분이 현명한 판단을 하시리라 믿습니다.법 전체를 농락한 저 사람에게 벌을 내리시겠습니까, 아니면 삐뚤어진 못난 인간에게 벌을 내리시겠습니까 ?여러분은 역사에 기록될 증인이 될 것입니다.만약에 제 엉덩이에 피멍이들게 만든다면 저는 그에 대한 대가로 저 사람의 숨통을 끊겠습니다. 동의하시겠습니까 ?“ 일순, 사위는 침묵의 소용돌이가 몰아쳤다. 한 남자가 용기를 내 일어서며 박수를 보냈다. 맨 뒤에 앉은 사람도 일어나 박수를 치며 외쳤다. “ 그렇습니다. 우리는 한 인간의 사건에 대한 재판을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인종차별에 눈이 멀어서 한 인간의 몰락에만 관심을 가지는 꼴이 되었습니다. 부끄럽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씨 ! 당신에게 영광을 !“ 상황은 역전되었다. 우레와 같은 박수는 곰곰발에게로.

 

 

 

과연 남장여인은 어떤 대답을 할까 ?남장여인이 당황해서 말을 더듬으며 변명을 할 때 나는 더욱 단호하게 요구할 것이다. “, 더더더더더듬지 마시고 예, 아니오 라고만간단하게 답해 주십시요 !동의하시겠습니까 ?“ 우리가 이 연극에서 깨달아야 할 점은 재치 있는 남장 여인의 설레발이 아니라 불공정한 법의 잣대이다. 만약에 악덕 고리대금업자의 손에 의해 피를 흘려야 할 사람이 백인 귀족 도련님이 아니라 유대인 샤일록이라면 과연 어떤 판결이 내려질까 ? 법이란 코에 걸면 코걸이고 귀에 걸면 귀걸이인가 ?

 

 

셰익스피어는 철저하게 기득권의 이익을 대변했다. 고흐처럼 사후에 명성을 얻은 작가도 아니다. 그는 가장 이른 나이 때부터 부와 명성을 얻은 작가이다. 이 말을 뒤집으면 당시의 주류 사회가 요구하는 것을 잘 다루는 귀신 같은 작가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쉽게 말해서 대영제국 백인 주류 귀족의 똥구멍을 잘 긁었다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셰익스피어는 피 터지게 주류 사회와 싸운 작가들과는 차원이 다른 사람이다. 나는 섹스피어보다는 조지 오웰이 더 훌륭한 작가라고 생각한다. 그는 망명 생활을 한 적도 없고, 배가 고파서 굶은 적도 없다. 셰익스피어는 이문열과 비슷하다. 이문열이 대한민국 주류인 한나라당과 중년 남성을 위해 비주류와 여성을 공격하듯이 섹스피어는 대영제국 주류인 귀족 사회를 위한 글만 썼다. 그것은 작가가 가져야 할 사회 인식과 날카로운 비판 정신의 결여라고 할 수 있다. 잔재주는 좋으나 깊이가 없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소설을 쓴 사람이 위대하다고 칭송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 나는 이토록 노골적으로 인종차별적인 시선과 야유를 보내는 문학 작품을 본 적이 없다. 내 기억이 맞다면 샤일록은 재판에 져서 재산을 몰수당한다. 돈을 빌려갔으나 갚지 않은 제국의 백인 귀족 도련님은 돈을 갚지 않아도 되고, 오히려 정당한 절차를 통해 이의를 제기한 유대인 샤일록은 재산을 몰수당한다. 이건 좋은 판결이 아니라 악랄한 권력의 남용이다. 그렇지 않은가 ?그런데 그 어느 누구도 이 사실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로맨틱 소동극이잖아, 문학 작품이잖아, 셰익스피어 작품이잖아, 인도와도 바꾸지 않는다는 그 대가의 작품이잖아, 현명한 백인이잖아, 백인은 언제나 현명하잖아. 그럼, 그렇고 말고...... 현명한 자는 언제나 백인들이야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퀴르발 남작의 성
최제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셜록홈즈의 숨겨진 사건

은 발상 자체가 기똥차다. 셜록홈즈가 살인 사건을 조사하는데 살해된 사람이 바로 코난 도일이라는 설정이다. 홈즈가코난 도일의 죽음을 수사하는 것이다. 발상도 재미있지만 홈즈가코난 도일을 비하하는 설정도 흥미롭다. 홈즈는코난 도일을 서푼짜리 잡문이나 쓰며 지내 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 자신의 창조주를 이토록 시니컬하게 경멸하는 재치에 박수를 ! 나는 재치를 갈치 다음으로 좋아한다. 실제로 코난 도일은 자신이 창조한 셜록홈즈를 굉장히 부끄러워 했던 인물이다.

 

비록 탐정 홈즈가코난 도일에게 부와 명성을 선물했지만, 그는 <셜록홈즈> 때문에 자신의 문학적 재능이 낭비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실제로도 소설 속에서 홈즈를 죽인다. 그러자 독자들이 씩씩거리며 항의하기도 했다. 심지어는 국기를 집 앞에 내걸고 조의를 표하기도 했다고 ! 농담이 아니라 진짜 그랬다고 한다. 이 소설의 강점은 무척 재미있으면서도 텍스트가 열려 있다는 점이다. 여러 각도에서 조명할 필요가 있는 단편이다. 훌륭한 단편이다.

 

 

 

그녀의 매듭

최제훈은 일단 글을 재미있게 쓴다. 미문을 쓰려고 하는 욕망이나 젠체하려고 하는 근성이 보이지 않아서 좋다. 그게 그의 장점이다. 그렇다고 너무 앵앵거리는 2학년 진달래 반 어린이 말투를 선보이지도 않는다. 앵앵거리는 버릇은 모기들에게나 줘 ! 이 작품도 독특하다. 주인공은 이성 친구인 성호를 놀릴 심산으로 장난을 치기로 한다. 우선 가장 흔한 이름으로 이현정을 선택한다. 미니홈피에 이현정을 치면 수많은 사람의홈피 주소가 뜬다. 360명의 이현정 중에 하나를 클릭 !

 

그 홈피 주인의 사진을 캡쳐한 후 성호와 함께 있는 장면으로 합성을 한다. 그냥...장난삼아서. 그리고는 성호의 블로그에 사진을 올렸다가 지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가상 공간에서 만들어진 짝짓기가 현실에서 일어난다. 어느 날 주인공은 성호와 이현정이 애인이 되어 자신 앞에 나타난 장면을 목격한다. 설상가상, 이현정은 주인공을 잘 안다고 말한다. 하지만 주인공은 그녀가 누군지 기억하지 못한다. 매듭, 그렇지 ! 매듭. 잘 못 묶인 매듭을 풀면 기억 상실에 걸린 주인공의 과거가 드러난다. 흥미, 진진하다.

 

 

마리아, 그런데 말이야

이 소설집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단편은 < 마리아, 그런데 말이야 > . 최근에 이혼한 남자 한성민은 결혼을 앞둔 대학 동아리 여자 후배 수연을 우연히 만났다. 그들은 곧 일주일에 한 번 만나서 식사를 함께 하는 사이로 발전한다. 이 말은 곧 서로가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고백을 못했을 뿐이다. 그런데 이야깃거리가 마땅치 않다. 예비 신부와 이혼남 사이에 < 결혼 > 에 대한 이야기는 금기가 아니었던가 ? 결혼이 금기 시 되니 결혼과 관련된 사랑, 연애, 가족 이야기도 금지된다. 그러니 딱히 할 이야기가 없다. 그럴 때마다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 마리아 > . 마리아는 수연의 학원 동료이다.

 

그녀는 동료들 사이에서 마르지 않는 가십의 유전 이요, 입방아의 순교자 , “이러쿵저러쿵의 신화적 인물 이며, “ 뒷담화의 살아 있는 전설 이다. 그들은 만날 때마다 어색해지는 순간이 오면 마리아 뒷담화를 풀어놓는다. 그리하면 화기애애해진다. 하하하. 호호호 ! 남자는 마리아를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자주 만난 것과 다름이 없다. 심지어는 남자가 먼저 여자에게 < 마리아의 근황 > 을 물어볼 정도이니 말이다. “ 글쎄 말이에요? 마리아와 마리다가 어젯밤 이러쿵저러쿵 !“

 

그러다가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마리아는 수연이 창조한 가상의 인물이거나, 혹은 여러 인물을 하나로 통일한 캐릭터이고, 동시에 자신의 욕망이 전이된 인물이라는 사실. 어쩌면... 가장 흔한 인물이기도 하다. 우리는 늘 자신만의 마리아를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 어떤 남자가 있었지...> 로 시작하는, 싸구려 신파 멜로 남자 주인공의 회상은 백이면 백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었던가! 내가 아는 사람 중에도 마리아란 사람이 있다. 내 이야기이기도 하며, 그 녀석 이야기이기도 하고, 동시에 여러 사람을 하나로 묶인 다중이이기도 하다.

 

 

 

마녀의 스테레오타입에 대한 고찰

퀴르발 남작의 성

괴물을 위한 변명

일단 재미있다. 삼라만상, 이 세상 모든 비밀을 알고 있는 듯한 주인공은 등장하지 않는다. 지긋지긋한 후일담도 없다. 또한 고뇌하는 지식인 포스도 없다. 느닷없이 내가 네 애비다, 라고 말하는 다스베이다형 인간도 없다. 사소설 특유의 지랄도 없다. 일상성은 지나가는 개에게 줍시다. 최제훈은 한국 문학에서는 잘 다루지 않던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셜록홈즈, 마녀, 드랴큘라, 프랑켄슈타인, 괴물, 다중인격자 등등. 그는 의도적으로 한국적 색체를 지운다.

 

 

그의 소설 속에는 지명에 대한 언급 자체가 없다. 남대문, 압구정, 대림, 신길 등의 지명은 지워져 있다. 의도적 생략처럼 보인다. 대신 스타벅스, 노이슈반스타인 성, 오카야마 성이 등장한다. 가족에대한 언급도 없다. 주인공의 트라우마는아버지 때문이었어요, 흑흑흑이라는지긋지긋한 < 가부장적 아버지 탓 > 도 등장하지 않는다. 최제훈은 해체된 가족 서사에 대해 관심 조차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의 작품은 무국적이다. 최제훈은 인터뷰에서 가족 서사 지긋지긋하죠 ! 지나가는 개에도 줘 버렸습니다. 허허허 라고 말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지만, 나는 그가 그렇게 말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거렸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확신하지만 당신에게 강요하고 싶은 마음은 조금 있다, 라고 말하기는 양심에 걸린다.

 

 

그는 한국형 가족 서사 속 아버지와 어머니 대신 드라큘라와 프랑켄슈타인을 호출하며 마녀를 불러들인다. < 아버지 어머니 아이 > 라는 욕망의 삼각형 대신 < 드라큘라 마녀 아이 >로 대체한다. 그는 아버지의 자리에 드라큘라를 호출하고는 무시무시한 존재가 아닌 우스꽝스러운 존재로 묘사한다. 아버지의 권위에 쪽을 준다. 아버지 죽이기다. 코난 도일이 창조한 가상의 인물인 홈즈는<셜록홈즈의 숨겨진 사건 > 에서는 역으로 창조주인 코난 도일을 서푼짜리 잡문이나 쓰는 인물로 평가 절하한다.

 

 

한편 < 마녀의 스테레오 타입에 대한 고찰 >에서는 남성 사회에 의해 왜곡된 마녀의 긍정적 역할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마녀 사냥은 17세기 유행했다가 18세기 들어 소멸했지만 21세기 대한민국은 여전히 < 마녀 사냥 > 열풍이다. 된장녀, 막말녀의 끊임없는 재생산은 남성 사회에 의해 자행되는 중세 마녀 사냥을 보는 듯하다.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참... 좆 같은 일이다. 여성인 당신에게 충고 한 마디 하자면 절대 길거리에서 담배 피우지 마라. 담배 피우는 남성에게 따귀를 맞을 테니깐.

 

 

단편 < 괴물을 위한 변명 > 은 프랑켄슈타인 박사와 괴물의 관계를 다룬다. 사실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이름은 괴물의 이름이 아니라 창조주인 박사의 이름이다. 괴물에게는 이름이 없다. 그냥 단순히 무시무시한 놈, 악당, 짐승, 더러운 벌레로 불렸다. 작가는 원작의 주인공이 괴물이 아니라 박사임을 상기시킨다. 독자는 주인공인 박사에게는 관심 조차 없고 오로지 괴물에게만 열광한다. 코난 도일이 셜록홈즈에게 쪽 당하듯, 박사는 괴물의 인기에 쪽을 당한다. 창조주 아버지는 인기가 없다. 기존의 한국 소설 속 주인공이 아버지의 존재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겼다면, 이 소설은 역으로 아들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긴 아버지를 다룬다. 못난이는 자식이 아니라 아버지다. 이러한 방식은 한국형 소설에서는 매우 낯선 풍경이다.

 

 

이문열이 이상적인 아버지를 주장하며 여성 지배를 정당화하고 신경숙이 어머니의 복원을 통해서 현대인의 결핍을 메우려고 한다면, 최제훈은 왜 못난 부모를 롤 모델로 삼는냐고 반문한다. 코난 도일보다 더 인기 있는 자는 아들인 홈즈가아니었습니까 ? 또한 프랑켄슈타인 박사보다 더 인기 있는 자는 박사가 더러운 벌레라고 조롱하던 그 괴물이 아니었던가요 ?허허허.

 

 

 

! 당신이 책장을 덮은 후

단언하건대, 이 소설은 2000년대 이후 출간된 소설집 중 현재까지 가장 훌륭한 소설집이다. 형편 없는 이상 문학상 수상 모음집 10권을 읽느니 차라리 이 책 한 권을 읽는 것이 좋다. 그는 독자가 요구하는 모든 것을 갖춘 작가이다. 천명관의< 고래 > 이후 가장 놀라운 <입봉작> 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놀라운 소설이다. 강력, 추천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51 | 52 | 53 | 54 | 55 | 56 | 57 | 58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