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 우리말 지킴이 최종규와 어린이가 함께 읽는 철수와영희 우리말 시리즈 1
최종규 지음, 강우근 그림 / 철수와영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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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애정을 갖는다는 것은 할 말이 많다는 소리'다. 이 책에 대해 ( 나는 완벽하게 )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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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수업

 

티븨 동물 농장 한 장면 : 단어를 40개나 알아듣는 개'가 있었다. ​주인이 " 연필 " 이라고 외치면 연필을 물고 오고, " 열쇠 " 하면 열쇠를 물고 온다. 그뿐이 아니다. 바닥에 떨어진 휴지를 입에 물고는 앞발로 휴지통 발판을 꾹 눌러 뚜껑을 연 후 휴지를 버리기도 하고, 주인이 발을 씻고 나오면 수건을 대령한다. 와와, 보는 내내 감탄했다. 영리한 개와 함께 산다는 것은 요리 솜씨가 뛰어난 여자를 아내로 둔 것과 같다. 봉달이      정식 풀 네임은  봉다리만 보면 좋아서 잘 뛰네'이다        는 리트리버종 네 살짜리 수컷'이다. 사람 나이로 치면 청년이니 가장 힘 세고 총명할 때'이나 현실은 시궁창'이다. 봉달이 뇌 구조를 보면 먹는 거, 먹는 거, 먹는 거, 먹는 거, 먹는 거, 먹는 거, 먹는 거 밖에 없는 것 같았다.  봉달 씨가 인간이었다면 구순기 고착 장애 환자였으리라.

 

독한 마음을 가지고 훈련을 시켰다. 연필 가져와, 열쇠 가져와, 휴지는 휴지통에, 수건 가져와 ! 그럴 때마다 봉달이는......          어느 날이었다. 타란튤라 만한 거미가 벽에 붙어 있었다. 비명을 지르자 봉달이는 본능적으로 가족이 위험에 빠졌다는 사실을 인지한 듯했다. 털이 곤두서더니 이내 경계 태세를 갖췄다. 내가 벽에 붙은 대왕 거미'를 손가락으로 지시하며 봉달이에게 소리쳤다. " 벌레 ! 벌레 !!! " 사명감이었을까 ? 봉달이는 달려와서, 말릴 틈도 없이, 거미를 냅다 삼켰다. 주인에게 위협을 가하는 놈은 모두 죽여버리겠다는 굳은 의지가 보였다. 하지만 용맹도 잠시, 개가 화들짝 놀란 몸짓을 보이더니 이내 거미를 내뱉었다. 성질 사나운 거미가 순순히 있을 턱이 없다. 거미는 고래 뱃속 요나가 아니니깐 말이다.

 

거미가 봉달 씨를 문 모양이었다. 입 밖으로 나온 거미는 유유자적 사라졌다. 그날 이후, 내가 봉달이에게 " 벌레 어딨어 ? " 라고 말하면 국경수비대 군인'처럼 즉각 벽을 쳐다보며 경계 태세를 갖췄다. 벽에 얼룩이라도 있으면 달려가 물어뜯으려고 한다. 그렇다, 봉달이가 태어나서 처음 배운 한국어는 < 벌레' > 였다. 아, 드디어 말귀가 트였구나. 봉달이가 벌레 다음으로 배운 말은 < 쥐 > 였다. ​열린 현관문 사이로 쥐 한 마리가 방으로 들어온 모양이었다. 잠을 자려다가 이상한 소리에 불을 켰다. 조용했다. 잘못 들었나 ? 하지만 잘못 들은 것이 아니었다. 불을 켜면 조용해지고 불을 끄면 사각거리는 소리가 반복됐다. 신경이 날카로워진 나는 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옷 바구니를 뒤질 때였다. 무엇인가가 후다닥 소리를 내며 사라졌다.

 

쥐였다. 쥐는 침대 밑으로 숨었다. 화가 난 나는 마당에서 잠을 자고 있는 봉달 씨를 깨워 방 안으로 들였다. " 쥐, 잡아 !!! "  나는 날카롭고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개는 본능적으로 주인이 무엇인가에 화가 잔뜩 났다는 사실을 간파했다. 귀를 쫑긋 세우고 코를 벌름거리더니 이내 낌새를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한밤중에 사투가 벌어졌다. 이리저리 숨는 쥐와 쥐를 잡아서 주인에게 사랑받고 싶은 개는 열심히 쥐를 쫓았다. 하지만 덩치가 작은 쥐는 덩치가 산 만할 뿐 아니라 정신력도 산만한 개를 압도했다. 쥐는 침대 밑, 거실 냉장고 뒤, 안방 장롱 밑을 돌아다니다가 결국에서 마당으로 달아났다. 그날 이후, 내가 봉달 씨에게 " 쥐 어딨어 ? " 라고 말하면 침대 밑, 냉장고 뒤를 구석구석 샅샅이 뒤진다. 두 번째 배운 한국어'였다.

 

세 번째 배운 말은 < 야옹이 > 였다. 길고양이 한 마리가 앞집 뒤켠에 새끼를 낳았다. 다섯 마리였다. 개코가 그것을 놓칠 리가 없었다. 봉달 씨는 하루 종일 앞발을 담 위에 올리고는 고양이를 감시했다. 털을 곤두세운 것을 보면 사랑보다는 미워 죽겠다는 태도처럼 보였다. 그럴 때마다 나는 " 귀여운 야옹이'야. 친하게 지내야지 " 라고 가르쳤으나 검은 개 꼬리 삼 년 묻어도 황모 못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봉달 씨를 두 달 동안 실내에 감금했다. 덩치가 산 만해서 담을 뛰어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적어도 다섯 마리 새끼 고양이가 불안에 떨며 살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배려였다. 두 달 후. 길고양이 어미는 새끼를 데리고 보다 안전한 곳으로 이사를 했다. 잘 살고 있으려나 ?     

 

고양이 가족이 이사를 가자 자연스럽게 봉달 씨에게 내려진 주택 감금 조치도 사라졌다. 내가 봉달 씨에게 " 야옹이 어딨어 ? " 라고 말하면 봉달 씨는 담벼락에 앞발을 올려 앞집 뒤켠을 바라본다.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봉달 씨가 한국말을 세 개나 알아들으니 말이다. 이런 식으로 학습을 하다가는 3년 후에는 40개 단어를 알아듣는 천재견이 될지도 모른다. 방긋 !    하지만 수업은 여기서 끝났다. 비 오는 날, 곰곰 생각했다. 내가 봉달 씨에게 가르친 것은 말이 아니라 증오'였다. 많고 많은 말 중에서 나는 개가 싫어하는 대상만을 가르친 꼴이 되었다. 벌레, 쥐, 고양이.......    이렇게 키우다가는 사뮤엘 풀러 영화 << 마견 >> 이나 스티븐 킹 소설 << 쿠조 >> 에 나오는 사나운 개가 될 게 뻔했다. 그래서 한국어 수업은 여기서 끝내기로 했다.

 

내가 어리석었다.  선생 곰곰발과 제자 봉달 씨만 탓할 일이 아니다. 증오라는 단어를 가르치기란 쉽지만 사랑이라는 단어를 가르치기는 힘들다. 헬렌 켈러'가 가장 늦게 배운 단어는 사랑에 대한 낱말이었다.  인간은 사랑보다 증오를 먼저 배운다. 그래서 어리석은 존재다. 레비스트로스는 말했다. " 세계는 인간 없이 시작되었고, 또 인간 없이 끝날 것이다. " 라고.  사랑이라는 말은 사랑에 빠진 자만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다.  허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롤랑 바르트의 << 사랑의 단상 >> 을 다시 읽었다. 읽을 때마다 심장이 뛴다. 아, 이토록 떨리는 사랑을 이토록 아름다운 문장으로 말하는 이가 또 있을까 ? 

 

 

모든 연인은 독사에 물린 사람과 흡사하다고 알키비아데스는 말한다. " 흔히들 말하는 것을 들으면 독사에 물린 사람은 그것이 어떤 것인지, 그런 일을 겪은 사람 말고는 어느 누구에게도 들려주기를 꺼린답니다. 너무도 아픈 나머지 무슨 짓을 하든지, 무슨 말을 하든지, 이런 사람들만은 알아주고 용서도해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

 

ㅡ 사랑의 단상, 303쪽

 그는 사랑하는 사람은 양심적인 사람이 아니라고 진단한다. 사랑은 비정상인 상태에 놓인 심리적 증후'다. 사랑이라는 열병을 앓으면 하루 종일 그 사람 생각만 나고,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면 세상이 무너지고, 작은 일에도 눈물이 나며 아주 사소한 일에도 뛸 듯이 기쁜 상태가 된다. 평정심을 유지해야 하는 종교인에게 열병은 에볼라 바이러스만큼이나 위험해서 세속적 사랑을 멀리하게 된다. 종교인은 성인이 가르친 말씀의 결대로 살아가야 한다. 결이 난 방향으로 대패질을 해야 대팻날이 상하지 않는 법이니까. 하지만 사랑의 열병은 결 반대 반향으로 대패질을 하는 행위'다. 심장이 부서지고, 거스러미 일어도 사랑은 개의치 않는다. 비록 거스러미가 살갗에 깊이 박힌다 해도 사랑하는 사람은 견딘다. " 이따위 통증은 개나 줘 버려 ! "

 

달리 설명할 길은 없다. 그것이 사랑이니까. 봄바람은 항상 일정한 바향으로 불어오지만 태풍은 방향의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사랑은 방향을 짐작할 수 없는 태풍과 같다.  오른 쪽으로 불어오는 세찬 바람을 피하기 위해 몸을 돌리면 어느새 맞바람이 분다. 누구는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어둡고 슬픈 마음 때문에 그 곁을 떠나지만 또 누군가는 그 어둠에서 낭만을 읽기도 한다. " 나무의 저항은 못을 받는 장소에 따라 다르다. " 롤랑 바르트의 말이다.

 

 

 

 http://myperu.blog.me/220139822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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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4-10-05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잘 들어가셨습니까? 제가 술에 좀 취해서 실수를 많이 한 것 같습니다. 혹여나 결례를 끼쳤다면 죄송하게 됐습니다.
크리스토퍼 란스마이어의 ˝최후의 세계˝와 줄리언 반스의 ˝플로베르의 앵무새˝ 잘 받았습니다. 다음에는 제가 다른 선물을 준비해가겠습니다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10-05 21:02   좋아요 0 | URL
ZZZZZZZZZZZZZZZZZZZZZZZ 아니 그게 무슨 결례입니까.....
술 마시고 넘어질 수도 있는거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여튼 전 2차는 사실 잘 기억이 안 납니다.
최후의 세계와 플레베르 앵무새 무척 좋습니다. 잘 읽으시기 바립니다.

푸르푸르 2014-10-17 14:50   좋아요 0 | URL
실수 안하셨습니다 혹시 이번주 토요일도 시간 괜찮으시면 나오세요
페루애님이랑 또 한잔 합니다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394
박형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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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바닥이 잘 보인다

 

 

 

 

 

 

서울에서 돈 3000만 원 가지고 전세를 얻기란 하늘에 별 따기'다. 복덕방     부동산 중계소'라는 이름보다 복덕방'이란 명칭이 좋다     에 들어가 3000만 원 전세 있냐고 물으면 대꾸도 안한다. 자꾸 물으면 오히려 화를 낸다. " 아니 요즘 3000짜리 전세가 어디 있수 ! " 결국에는 서울살이를 포기하고 꾀죄죄한 변두리'로 향하게 된다. 직장은 서울이지만 집은 경기도 거주자가 되는 것이다.  만원 버스를 천 원'만 내고 탔다는 기쁨도 잠시     구천 원 번 건가 ?     서서 두 시간 동안 사과 궤짝 속 사과처럼 사람들과 맞닿다 보면 짜증이 올라온다. 마르지 않은 머리는 헤어드라이 대신 창문 바람으로 말리고 숨을 쉬면 어제 먹은 삽겹살에 소주 냄새 날까 봐 숨을 삼켜 항문 쪽에 가둔다. 내려서 쏟아내야지 !

 

순간, 왜 사나 싶다. 버스에서 내렸다고 해방된 것은 아니다. 지각하지 않으려면 뛰어야 한다. 퇴근은 역순이다. 내가 살던 집은 안양 충훈부 버스 종점 근처였다. 반지하'였다. 쪽창 하나가 있었는데 창문을 열면 길바닥이 보였다. 방은 늘 캄캄했고 볕은 2시에서 3시 사이에 머물다 떠났다. 이 시절, 나는 바닥'이었다. 애인은 떠났고, 마음은 무너졌고, 헛것은 자주 출몰했다. 투명인간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때 걱정스러운 마음에 나를 잊지 않고 찾아온 이가 이었으니 그가 바로 은하철 씨'였다. 올 때는 항상 빈손이었으나 그 마음이 고마워 타박하지는 않았다.

 

- 괜찮아 ?

- 응, 괜찮아 !

- 긍정적 생각을 가져. 부정적인 것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좋은 결실이 이루어질 거야.

- 뭔 개소리야 !

- 좆됐어 열 번 외쳐 봐.

- 왜 ?

- 하라면 해 !

- 좆됐어, 좆됐어, 좆됐어, 좆됐어, 좆됐어, 좆됐어, 좆됐어, 좆됐어, 좆됐어, 좋겠어 !

- 봐, < 좆됐어 > 를 열 번 외치면 < 좋겠어 >가 되잖아.

- 음... " 좆됐어 " 의 동의어는 결국 " 좋겠어 " 네. 감동적이다. 시발.

 

 

 

 

쪽창을 열고 밖을 보면 길바닥이 잘 보인다. 당시 내가 벽에 그린 벽화를 보면 답답한 심정이 잘 나타난다. 커다란 창문을 그렸고 환한 볕을 넣었다. 내가 간절히 원한 것은 넓은 창문과 환한 볕이었다. 나는 쪽창을 열어 몇 시간씩 밖을 내다보고는 했다. 반지하 쪽창이다 보니 사람 얼굴이나 상반신은 보이지 않고 다리와 신발만 보였다. 하지만 걸음걸이와 신발만 보고도 생김새를 대충 알 수 있었다. 특히 신발 뒷굽은 많은 정보를 제공했다. 뒷굽이 많이 닳은 사람은 보통 두 부류였다. 가난한 사람이거나 성실한 사람. 나는 쪽창을 열고 방에 앉아서 무수히 지나가는 신발을 보며 그 사람을 상상했다. 어느 날이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쪽창을 열고 지나가는 신발을 구경하다가 낯익은 운동화를 발견했다. 낡은 운동화였다. 낡은 운동화는 머뭇거리며 창문 주위를 맴돌다가 사라졌다. 내 애인의 운동화'였다. 뒷굽이 닳았다.

 

신발 모양'만 보면 그녀는 심성이 곱고 느긋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여자가 내 곁을 떠났다. 생각해 보니, 그토록 오랫동안 그녀를 만났으나 단 한번도 그녀가 걸어온 길을 기억하는 신발 뒷굽을 본 적이 없었다. 부끄러워서 울었다. 그녀는 왜 집 앞에서 서성이다가 떠났을까 ? 캄캄한 밤이 찾아왔다. 뜬눈으로 밤을 샜다. 아침 7시 정각이 되자 은하철 씨가 찾아왔다. 언제나 빈손이었다. 그는 괜찮아로 시작해서 좆됐다 열 번만 외치라는 주문으로 하루 방문을 매조지했다. 은하철 씨는 아침 7시만 되면 내가 사는 집 창문 앞에 날아와 잠시 집구석을 관찰한 후 날아가는 비둘기 이름이었다. 은하철 씨는 쪽창 너머에서 내 방을 들여다보며 나에게 안부를 묻고는 했다.

 

쪽창으로 바닥만 보다가 눈을 마주치며 인사를 하니 감동적이었다. 물론 은하철 씨가 사람 말을 할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비둘기 소리를 내며 말했다. 구구구 ! 그러자 은하철도 구구구, 했다. 나는 장난 삼아 << 은하철도 999 >>  만화 주제가를 부르고는 했다.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면 우주 정거장에 햇빛이 쏟아지네 행복찾는 나그네의 눈동자는 불타오르고 엄마 잃은 소년의 가슴엔 그리움이 솟아오르네 힘차게 달려라 은하철도999 힘차게 달려라 은하철도999 은하철도999 기차는 은하수를 건너서 밝은 빛의 바다로 끝없는 레일 위에 햇빛이 부서지네 꿈을 쫓는 방랑자의 가슴에선 찬바람 일고 엄마 잃은 소년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차 있네 힘차게 달려라 은하철도999 힘차게달려라 은하철도999 은하철도999~

 

저, 어둡고 캄캄한 행성에서도 햇빛이 쏟아지고, 은하수를 건너 밝은 빛의 바다로 끝없이 레일 위에 햇빛이 부서진다는 데 내 방은 언제 볕이 드냐 ? 그렇게 혼잣말을 하면서 말이다. 그립다. 은하철 ! 옛 애인의 낡은 운동화와 은하철 씨에게 이 시를 바친다. 내 시는 아니다.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박형준

 

그 젊은이는 맨방바닥에서 잠을 잤다

창문으로 사과나무의 꼭대기만 보였다

 

가을에 간신히 작은 열매가 맺혔다

그 젊은이에게 그렇게 사랑이 찾아왔다

 

그녀가 지나가는 말로 허리가 아프다고 했다

그는 그때까지 맨방바닥에서 사랑을 나눴다

 

지하 방의 창문으로 때 이른 낙과가 지나갔다

하지만 젊은이는 여자를 기다렸다

 

그녀의 옷에 묻은 찬 냄새를 기억하며

그 젊은이는 가을밤에 맨방바닥에서 잤다

 

서리가 입속에서 부서지는 날들이 지나갔다

창틀에 낙과가 쌓인 어느 날

 

물론 그 여자가 왔다 그 젊은이는 그때까지

사두고 한 번도 깔지 않은 요를 깔았다

 

지하 방을 가득 채우는 요의 끝을 만지며

그 젊은이는 천진하게 여자에게 웃었다

 

맨방바닥에 꽃무늬 요가 펴졌다 생생한 요의 그림자가

여자는 그 젊은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사과나무의 꼭대기,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 박형준 시집,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전문

 

 

 

가을에는 바닥이 잘 보인다.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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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동 2014-09-20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생각날때마다 울었다 라는 제목이 참좋네요
서리가 입속에서 부서지는 날들이라..

완연한 가을임을 알려주는
스산한 새벽바람이 좋은 지금이에요

전....출근했습니다
조ㅈ.... 좋겠죠?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9-20 09:18   좋아요 0 | URL
시 좋죠 ? 출근하실 때 시집 하나 넣어두십시요. 시 읽은 좋은 계절입니다.
토요일 출근이라 그나마 만원 버스는 아니었겠군요. 한 삼천 원 버스했나요 ?

umunym 2014-09-20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피식피식 하다가 아- 하고 길게 육성으로 내뱉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9-20 15:0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그 육성이 자주 터졌으면 좋겠네요. 봄날 꽃봉오리 터지듯이...

heterotopia 2014-09-20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 읽다가 문득 김종삼 시인의 시집이 생각나서 몇 장 읽고 있습니다...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참 좋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9-20 15:08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참에 김종삼 시인 시를 읽어보아야겠군요. 짧지만 늘 강렬했던 시로 기억합니다...

레베랑스 2014-09-21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글 너무 가슴이 아프네요 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4-09-21 09:08   좋아요 0 | URL
이 댓글 읽고 본문을 다시 읽으니 슬프군요...
 

 

 

 

 

 

 

 

 

 

 

 


 

 

짬뽕 대신 순댓국을 먹으며......

 

 

 

 

 

술을 마시는 것까지는 좋다. 문제는 다음날이다. 숙취로 인한 고통은 식도에 통증을 느낄 정도로 구토를 해야 알 수 있다. 괄약근 조이고 주먹 불끈 쥐며 다짐을 하고는 한다.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으리라. 하지만 구토 증세가 사라지면 결심은 작심삼일'이 된다. 술을 마시다 보면 일정한 패턴이 반복된다. 나는 늙수그레한 꾀죄죄 아저씨이기에 코스는 늘 정해져 있다.  1차, 2차에서 헤어지지 못하면 3차로는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하며 원기를 복구한 후 다시 4차로 이어진다. 새벽 닭이 울고 배가 출출하면 얼큰한 국물에 해장을 하며 다시 술을 마신다. 그리고는 뭐..... 공터에 앉아 캔맥주나 까며 넋두리나 늘어놓지. 술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반드시 탈이 나게 되어 있다.

 

사소한 일에 욕이 오가고 주먹을 휘두르기 일보직전까지 간다. 술주정뱅이 주사가 시작되는 것이다. 다음날이면 주워담지 못할 말'에 대해 땅을 치며 후회하지만 이미 늦었다. 못된 습속일수록 버리지 못한다. 이병률은 시 << 여전히 남아있는 야생의 습관 >> 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여전히 남아있는 야생의 습관

-이병률-


서너 달에 한번쯤 거처를 옮겼다가 되돌아오는 습관을 버거워 하면 안된다

서너 달에 한번쯤, 한 세 시간쯤 시간을 내어 버스틀 타고 시흥이나 의정부 같은 곳으로 짬뽕 한 그릇 먹으러 가는 시간을 미루면 안된다

죽을 것 같은 세 시간쯤을 잘라낸 시간의 뭉치에다 자신의 끝을 찢어 묶어 두려면 한 대접의 붉은 물을 흘려야 하는 모른 체 하면 안된다

자신이 먹는 것이 짬뽕이 아니라 몰입이라는 사실도, 짬뽕 한 그릇으로 배를 부르게 하려는 게 아니라 자신을 타이르는 중이라는 사실 까지도

 

 

이 시는 짬뽕이란 단어를 빌려 말하지만 사실은 간을 파 먹는 천년 여우에 대한 이미지처럼 읽혔다. 인간이 된 여우가 먹는 것은 새빨간 짬뽕이 아니라 새빨간 간이 아니었을까 ? 한 대접의 붉은 물은 막 꺼낸 생간에서 뚝뚝 떨어지는 피에 대한 은유이리라.    시를 왜 그따구로 해석하느냐고 묻지 마라. 내 마음이다    노마드적 삶을 버리지 못하는 어느 천년 여우의 " 변장술 " 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내가 이 시를 읽자마자 떠오른 생각은 " 해장술 " 이었다. 여우는 여자로 둔갑하는 데 성공했으나 입맛을 버릴 수는 없던 모양이었다. 천년 여우가 느끼는 허기'는 " 환상통 " 에 가깝다. 그 식욕은 결핍이 만든 결과'다. 여우 꼬리를 잘라 사람이 된 죄로 그는 결핍이 만든 허기에 시달린다.

 

그 식욕은 가짜 통증이지만 여우는 그 사실을 모른다. 타는 듯한 허기'만 남아있을 뿐이다. 여우의 허기는 잘린 꼬리의 환상통이었다. 시인 김신용은 << 환상통 >> 이라고 시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새가 앉았다 떠난 자리, 가지가 가늘게 흔들리고 있다

 

나무도 환상통을 앓는 것일까 ?

몸의 수족들 중 어느 한 부분이 떨어져 나간 듯한, 그 상처에서

끊임없이 통증이 베어 나오는 그 환상통,

살을 꼬집으면 멍이 들 듯 아픈데도, 갑자기 없어져 버린 듯한 날

 

한때,

지게는, 내등에 접골된

뼈였다

목질의 단단한 이질감으로, 내 몸의 일부가 된

등뼈.

 

언젠가

그 지게를 부수어버렸을 때, 다시는 지지 않겠다고 돌로 내리치고 뒤돌아섰을 때

내 등은,

텅 빈 공터처럼 변해 있었다 

그 공터에서 쉬임없이 바람이 불어왔다

 

그런 상실감일까 ? 새가 떠난 자리, 가지가 가늘게 떨리는 것은 ?

 

허리 굽은 할머니가 재활용 폐품을 담은 리어카를 끌고

골목길 끝으로 사라진다

발자국은 없고, 바퀴 자국만 선명한 골목길이 흔들린다

 

사는 일이, 저렇게 새가 앉았다 떠난 자리라면 얼마나 가벼울까 ?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창 밖,

 

몸에 붙어 있는 것은 분명 팔과 다리이고, 또 그것은 분명 몸에 붙어 있는데

사라져 버린 듯한 그 상처에서, 끝없이 통증이 스며나오는 것 같은 바람이 지나가고

 

새가 앉았다 떠난 자리, 가지가 가늘게 흔들리고 있다

 

- 김신용, 환상통 전문 

 

 

군산에서 살 때 숙취로 인해 " 죽을 것 같은 세 시간쯤 " 을 견디면서 군산 쌍용반점이 문을 열기를 기다리고는 했다.  " 한 대접의 붉은 물을 흘려야 " 속이 풀릴 것 같아서 도저히 " 모른 체 " 할 수가 없었다. 나는 술 때문에 속을 비우고, 비우고, 비우고 할 때마다 관장을 한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눈물이 찔끔 났다. 남들은 똥구멍으로 관장을 하는데 나는 입으로 뱉는구나. 내가 쏟아내는 것은 토사물이 아니라 물똥이구나. 비우고 나면 가벼워진 느낌이 들어 다시 채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쌍용반점을 찾고는 했다. " 자신이 먹는 것이 짬뽕이 아니라 몰입이라는 사실도,

 

짬뽕 한 그릇으로 배를 부르게 하려는 게 아니라 자신을 타이르는 중이라는 사실 " 을 강제로 주입시키면서 말이다. 바로 이 맛 아니겠습니까 ? 아침 8시까지 술을 마시고 나서 버스를 탔다. 생각해 보니 술을 마시느라 정작 대빵 큰 달은 보지 못했다. 버스 안에서 군산 쌍용반점에서 먹던 짱뽕과 전주 웽이집에서 먹던 콩나물 국밥이 생각났다. 나는 버스 기사에게 소리쳤다. 쌍용반점 따따블 !!! 은 농담이다. 버스에서 내려 무작정 첫 번째 오는 버스를 다시 탔다. 공교롭게도 안양행 버스였다. 천변에 내려 물 따라 길을 걸었다. 이 길을 따라 가면 버스 보관소가 있는 충훈부에 도착한다. 나는 이곳에서 살았다. 버스 종착역은 비루한 지역이었다.

 

근처 목욕탕에 가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근 후, 때를 미는 지지대 위에 올라 잠시 잠을 잤다. 불알 까고 대자로 누워 자는 게 부끄러워서 하얀 수건으로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대물을 가렸다. 목욕탕은 전체관람가이니까. 어린이에게 내 거대한 대물을 보여준다는 것은 교육에 좋지 않아. 아빠 것은 보아도 되지만 내것은 안된단다. 목욕탕에서 꿈속에서 묘령의 여인과 섹스하는 꿈을 꿨다. 얼마나 지났을까. 수근거리는 소리에 잠을 깨니 내 앞에 어렴풋이 후지산이 보였다. 내 페니스는 쟈크와 콩나물에 나오는 거대한 콩나물처럼 하늘을 향해 치솟고 있었고 수건은 텐트 모양으로 아슬아슬 가리고 있었다. 나는 솟대처럼 솟은 대물을 보며 속으로 외쳤다. " 좆됐다 ! "

 

우우, 우우우우우 !!!!   전체관람가인 줄 알고 왔더니 18세 이하 관람 불가 영화를 상영하는 것과 똑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라는 후지산 이야기는 농담이고     목욕탕 휴게실에 앉아서 추석 특집 << 진짜 사나이 >> 하일라이트를 보았다. 목욕탕을 나와 천변 근처 놀이터 그네에 앉아 그네를 탔다. 하지만 곧 그 자리를 내주어야 했다. 꼬마들이 몰려와서 그네를 내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순순히 응했다. 놀이터는 어린이 관람가이고 나는 18세 이하 관람 불가아니까. 나는 다시 자리를 옮겨 놀이터 벤치에 앉아 책을 베개삼아 잠을 잤다. 인기척에 깼다 잤다를 반복했다. 일어나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순댓국집에 가서 순댓국을 먹었다. 땡초 하나를 된장에 발라 씹었다. 독한 맛에 입 안이 얼얼했다.

 

눈물이 찔끔 나왔다. 자신이 먹는 것이 순댓국이 아니라 몰입이라는 생각을 하며 먹었다. 내 허기는 내 몸 어딘가를 잘라내고 얻게 된 환상통이었다. 내가 잃어버린 것은 무엇이었을까 ? 문득 내가 살던 충훈분 반지하 35촉 알전구 반짝거리던 집에 살았던 전 세입자 생각이 났다. 추운 겨울이었다. 유난히 추운 날이었다. 그때 나는 속초에 있었다. 전화가 걸려왔다. 안양 경찰서였다. 형사가 낯선 이름을 부르며 당신이 그 사람의 동거인이 맞냐고 물었다. 내가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자 형사는 이내 그 사실을 의심하지 않고 인정했다. " 서류를 살펴보니 곰곰발 씨와 그 사람과는 동거인이군요. 그 사람이 이사갈 때 퇴거를 하지 않은 상태여서 당신과 그 사람은 서류상 동거인으로 되어 있습니다. "

 

내가 정확히 무슨 일이냐고 묻자 형사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 거리에서 돌아가셨습니다. 사고 원인이요 ?  아사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동사이고요. 사체 처리를 위해서는 가족 동의가 있어야 하거든요. 현재 그는 행불처리된 사람입니다. " 그에게는 " 죽을 것 같은 세 시간쯤을 잘라낸 시간의 뭉치에다 자신의 끝을 찢어 묶어 두려면 한 대접의 붉은 물을 흘려야 하는 "  짬뽕을 살 돈이 없었던 모양이었다. 그날 혼자 동명항 방파제 포장마차에서 죽은 자에 대한 위로를 핑계로 술을 마셨다. 첫잔은 그를 위해 바닥에 뿌렸다. 사람은 짬뽕을 먹을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해야 했다. 인생이란 생각보다 단순하다. 사람들은 그 사실을 모른다. 집에 돌아오니 이미 날은 어두웠다.

 

왁자지껄한 명절이 지나면 사람들은 쓰린 속을 달래며 짬뽕을 실컷 먹을 수 있는 돈을 벌기 위해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사람들은 시원한 맛에 짬뽕 국물을 들이키지만 사실 국물은 뜨겁다. 이 또한 환상통이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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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tour 2014-09-10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 후기가 이리 고상한가요? 엄 님을 의식?

Forgettable. 2014-09-10 20:11   좋아요 0 | URL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9-10 20:29   좋아요 0 | URL
엄동 님을 본 이후로 의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ㅋㅋㅋㅋ..
사실 모임 끝이 좋지 않게 끝났는데 왁자지껄 웃으면서 신나게 쓸 수는 없더군요.
모임 후기는 써야겠고, 모임 풍경은 빼야겠고..
결국 모임 후, 혼자 돌아다녔던 에피소드로 짰습니다.
전 예쁜 아가씨 때문에 이러는 거 아닙니다. 전 외모지상주의자가 아닙니다. 허허...
취중 후기'가 그동안 좀 과격했죠 ? 허허허허....

글구 포겟 님... 뭐가 완전 공감입니까.. ㅋㅋㅋㅋ.

곰곰손 2014-09-10 21:11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엄님이 그렇케도 미인이시드냐!? 흑흑.. 알겠따ㅡ이만포기하마ㅡ 흑흑

곰곰생각하는발 2014-09-10 21:28   좋아요 0 | URL
뭐가 포기야.. 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녀석이 ㅋㅋㅋㅋㅋㅋ......
웃자고 하는 소리'다.

곰곰손 2014-09-10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근데 사진보니깐 너 살쩠드라!
지금 딱 오동통한 게 보기 좋은듯 ㅎㅎ

어휴~ 난 요즘 진짜 장난아니게 불어서
이제부터 미친듯이 감량할꺼!! ㅠㅠㅠㅜ흑흑흑흑.. 넘 불행해 요즘..

곰곰생각하는발 2014-09-10 21:27   좋아요 0 | URL
나잇살이지... 나 오동통한 너구리되었어....
곰곰손 너 정도가 딱 좋아. 더 뺄 필요 없어. 볼륨감 그거 아무한테나 있는 게 아니다.
무슨 체중 가지고 불행하냐... 잡지사 공모전에도 당선되어서
연재도 하고.. 지금이야말로 좋은 시절이지 않냐..

괜히 행복하면서 불행하다고 하는 거 아냐 ?

곰곰손 2014-09-10 21:45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음.. 그러니까는~

작가로선 행복하고
여자로선 답이 없다 ㅋㅋㅋㅋㅋㅋㅋ



ㅠㅠㅠ__ㅠㅠㅠ흑흑흑흑

암튼~ 곰발씨~
우린 겨울에나 보자고~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9-10 21:51   좋아요 0 | URL
그럼 결론은 행복한 거네... 여자로써 행복한 사람이 몇이나 있겠냐.
다 결핍으로 이루어졌기에 자기 자신에 대해 다 불만을 가지고 있는 거지.
작가로써 대우받고 대형 잡지사( 찾아보니 그 출판사 어마어마한 출판사더군.. 대기업 수준 )
에다 연재하고 그러면 된 거지...

rtour 2014-09-10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곰손! 사진 어디서 봤수? 나도 보고 싶어요~~~살찐 돼지 페루라든가..미인..엄..님이라든가..쿨럭.

곰곰생각하는발 2014-09-10 23:59   좋아요 0 | URL
허어, 사진이 어디 있다고 그럽니까. 내 옛 사진 보고 그러는 거지요.
글구, 엄동 님이 무슨 미인입니까. 그냥 평범한 여성입니다.
남성 모임 회원들이 너무 호들갑을 떨었어요. 호호...
그러니 즐인 님과 곰곰손을 비롯한 여성분들은 지나치게 질투심에 사로잡히지 마시기 바랍니다.
저도 홍길동처럼 머리 뽑아서 열 개 만들어 하나씩 나눠주면 좋죠. 하지만 그럴 순 없잖습니까.
서로 가지겠다고 서로 잡아끌다가는 저 찢어져서 죽을지도 모릅니다.
질투는 그만 ~ ㅎㅎㅎㅎ

엄동 2014-09-10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1. 전 미인형이 아닌 웃음이 헤픈 호감형입니다
2. 사진유포를 하시다니(아 오쉬쁘님!!) 거 이왕 하신거 저도 좀 봅시다
3. 이병률을 좋아하지만 곰발님 글에 인용하긴, 뭔가 살짝 느낌이 달라요
4. 아침부터 사무실 이사로 파김치되어 귀가했습니다. 힘들어죽겠다고 앓는 소리했는데 막상 하고나니 쾌적하니 괜찮네요ㅋ
5. 찬바람불때쯤엔 모여서 순댓국에 한잔해요. 온장고속 호빵처럼 서로의 온기가 간절해질 그때에 말입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4-09-11 00:03   좋아요 0 | URL
ㄱ. 웃음이 맑은 미인형'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습니다.
ㄴ. 오쉬프 님 초상권 무시할 정도는 아니시랍니다. 공개 사진은 없어요. ( 귓속말 : 공개될 경우 모든 호들갑이 다 탄로납니다.. ㅋㅋㅋㅋㅋ )
ㄷ. 이병률 시인을 좋아하시는군요. 저도 참 좋아합니다. 좀 억지스러운 전개죠 ?
ㄹ. 원래 이사하고 청소하는 게 그런 재미가 있잖아요. 다 끝내고 났을 때 비로소 개운해지는 맛..
ㅁ. 네, 그럽시다. 벌써 밤에는 날이 춥더군요. 창문 열어두었다가 깨서 자꾸 닫게되네요..... 순대국(술국) 하면 역시 보라매 공원 순대국이 최고져....

수다맨 2014-09-11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병률은 잘 읽어보지 않아서 몰랐는데 시가 참 좋네요. 술 한잔 거하게 마시고 다음 날 짬뽕으로 해장하기 직전에 읽으면 더욱 감칠맛나게 읽혀질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모임 끝이 그리 좋지 않게 끝난 모양이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9-11 01:14   좋아요 0 | URL
추석 연휴 여파로 잠이 안 오는군요. 한때 저녁 8,9시에 자서 꼬박꼬박 새벽 3,4시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고는 했는데 말입니다. 이병률 시 좋습니다. 여성스러운 말랑함이 있어서 가끔은 뭔가 싶다가도 이 묘한 닭살이 꽤 매력있습니다. 시 몇 편 더 소개할까 싶었ㄴ느데 시집이 안 보이네요. 아마 또 그냥 누구 읽어보라고 준 모양입니다.

rtour 2014-09-11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나도 보자는 말은 취소합니다. 봐봐야 눈만 버릴 듯이라고 자존심을 세우며 퇴장.

곰곰손 2014-09-11 05:03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오쉬쁘님이 그자리에서 인증샷을 보내주셨는데 두분다 얼굴을 가리고 있어서 얼굴은 못보았어요 ㅎㅎ
근데 페루돼지, 얼굴을 가린 손이랑 반쯤 보인 상체가 정말 오동통 너구리가 됐더라구요 ㅋㅋㅋㅋ

솔직히 이바닥에서 이뻐봐야 즐인님이랑 나만큼 이쁜 뇨자가 있겠습니까? 껄껄!
암튼 우리가 갑임!


깔깔깔깔!!

(나도황급히퇴장;;)

곰곰생각하는발 2014-09-11 12:34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 페루 돼지. ㅎㅎㅎㅎ. 오쉬프가 사진을 찍었나 ? 잘 모르겠네요. 요즘은 술만 먹었다 하면 잘 기억이 안 납니다.... 그동안 살이 찐 건 인정 ~~

솔직히 이 바닥에서 이뻐봐야 즐인 님과 곰곰손 따라올 사람 업슴
인정 !

곰곰손 ! 나도 너 돼지라고 놀리거임..

만화애니비평 2014-09-11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위가 다가오는 기분이 드는 글입니다..어허허허

곰곰생각하는발 2014-09-11 12:36   좋아요 0 | URL
절기'란 게 참 무서워요. 어제까지 덥더라도 가을 되면 바람부터 싹 바뀌니 말입니다.

봄밤 2014-09-14 0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왔을 시집이 새롭게 보이는 것은 어떤 이유인가요. 가을이고, 다시 기울여서 읽어야겠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9-14 11:47   좋아요 0 | URL
시집이야 뭐... 읽고 읽고 읽어야 의미가 더 선명해지는 거 아니겠습니까...

samadhi(眞我) 2014-09-14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아리 생활할 때 새해가 되면 우리끼리, 우리가 작년에 술을 며칠 안마셨지? 이틀인가? 사흘인가? 뭐 이렇게 손꼽고는 했는데...... 이제는 그 생각만 해도 마구 쏠리네요. 그때는 매일 소주냄새 폴~폴 나는 똥을 싸곤 했는데^^ 요즘은 술 처(?)먹고 전화하는 잡것(?)^^들이 줄어들었지만요. 술먹고 전화하지 맙시다^^ 요즘 "처"가 입어 붙어서 아무에게나 아무때나 "처"가 튀어나와서 뒤늦게 입을 막곤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9-14 19:46   좋아요 0 | URL
글구 보면 옛날에는 무진장 술을 마셨던 거 같습니다
그게 또 낭만이 되던 시대도 있었으니...
이젠 그런 문화는 별로 없는 거 같더라고요....
저도 술을 자주 마시지만 이젠 술문화도 좀 바뀌기는 해야 해요...
 
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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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과 우사인 볼트  :

 

 

 

 

 

 

오래달리기'에는 자신이 있었다. 마라톤에 도전할 실력은 아니었지만 중, 고교 체력장 종목에서 그나마 자신있는 종목이 오래달리기'였다. 스무 명 남짓 무리를 지어 달리면 항상 3등 안으로 들어오곤 했으니 말이다. 반면 백미터 달리기 기록은 형편없었다. 내 인생에서 100m  최고 공식 기록은 13초 F 이었으나 사실은 기록관이 1초 정도 앞당겨서 누른 결과였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왜냐하면 평소 체력장 시험에 대비한다고 방과 후 친구들과 함께 체력 연습을 하고는 했는데, 당시 내 최고 기록은 14초 언저리'였기 때문이었다. 시바, 백미터 달리기' 하니 갑자기 초등학교 때 악몽이 생각난다. 초등학교 때 전학을 6번이나 가다 보니 주로 3학년에서 6학년 사이에 집중되었다.

 

한 학년에 두 번은 전학을 간 꼴이다. 그러다 보니 친구를 사귈 기회가 없었다. 그때 나는 영화 << 헐크 >> 에 나오는 과학자 브루스 배너 씨와 같은 신세'였다. 또래와 친해질 만하면 교실을 떠나야 하는 외톨이요, 떠돌이였다는 소리'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당시 어머니의 직업은 " 복부인 " 이었다. 아파트를 사고 팔고, 사고 팔고, 사고 팔고 해서 이윤을 남겼다. 아버지는 예술한답시고 붓이나 들고 있었으니 돈은 어머니가 벌어야 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이곳저곳 전학을 갔다.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으나 부동산 투기에 따른 엄청난 세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 법이 정한 최소 기간을 그곳에 거주해야 했다. 내가 여섯 번째 전학을 갔던 날은 공교롭게도 100미터 달리기 시합이 있는 날이었다.

 

먼저 남학생부터 시작했다. 둘이 한 조가 되어서 달리기를 하다 보니 마지막에 남은 나는 혼자 달려야 했다.  다들 아시다시피 달리기란 훌륭한 " 페이스메이커 " 가 있어야 하는 법 ! 나는 담임 샘의 배려로   나중에는 이 배려가 지옥이 되었지만   여학생 경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여학생 인원도 홀수여서 나는 그 여자애와 달려야 했다. 세기의 성 대결이라고 할까 ?  내 페이스메이커는 키가 크고 깡마른 여자애였다. 똥줄이 탔다. 경기에서 이기면 당연한 거고, 지면...      한순간에 좆되는 경우'였다. 가뜩이나 새로 전입 온 " 신삥 " 이라, 아이들은 나를 예의주시했다. 눈이 반짝반짝거렸다. 밤하늘에 떠 있는 SK 다기능 시리얼넘버 K-0983 인공위성처럼 !

 

좋게 말하면 호기심이고 나쁘게 말하면 구경거리'였다. 질 수 없는 경기, 나는 하니처럼 괄약근에 힘을 주며 운동화 끈을 꽉 묶었다. 결과는 무참했다. 소녀는 정말 무섭게 달렸다. 나는 여자애 꽁지'를 보며 열심히 달렸으나 소녀는 멀어져간 사람이었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을...... 아, 아아아아. 이 경기를 지켜보던 여자는 " 와와 " 했고, 남자는 " 우우 " 했다. 나는 여자와 달려서 진 남자가 되었다. 긴 말 하지 않으련다. 김훈처럼 짧은 단문으로 그때 심정을 여기에 남긴다.

 

울었다 ! 

 

서열은 간단하게 정리되었다. 나는 서열 꼴찌'였고, 아이들은 내 이름 대신 " 여자에게 달리기 진 애 " 혹은 " 남자 망신 " 이 되었다. 다시 한번, 김훈의 건조한 문체를 빌려 내 심정을 말하리라.      울었다 ! x 2.  그나마 위안을 주는 것은 1000m 오래달리기였다. 백미터에서는 꼴찌였으나 오래달리기는 항상 3등 안이었으니 말이다. 내가 백미터와 오래달리기'에 대해 길게 말하는 이유는 마이클 존슨'이라는 미국 육상 선수를 소개하는 데 있다. 2008년, 우사인 볼트는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때 마이클 존슨이 세운 200m 기록을 깨고 새로운 세계신기록을 작성한다. 사람들은 우사인 볼트를 가장 위대한 달리기 선수'라고 생각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내  판단 기준에 의하면  :  마이클 존슨 선수는 우사인 볼트보다 뛰어나다. 마이클 존슨 기록을 깨고 우승한 우사인 볼트'보다 마이클 존슨이 뛰어난 선수라고 ?! 100미터 달리기 우승을 한 선수가 200미터 달리기 경기'도 우승하는 경우는 흔하다. 우사인 볼트 또한 한 경기에서 동시에 100미터와 200미터 우승을 여러 번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400미터 경기'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뜀박질 천재라는 우사인 볼트'라고 해도 400미터 경기까지는 우승하지는 못했다.   우사인 볼트가 400m 계주에서 우승한 적은 많다. 400미터 계주 우승과 400미터 우승은 다르다.   지금까지 한 경기에서 100m 우승자가 동시에 400m도 우승한 경우는 없다. 왜 그럴까 ? 

 

100m 200m 포함 는 단거리 종목에 속하고 400m 는 중거리 종목에 속한다. 이 차이는 주법, 체력 안배, 경기 기술면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단거리는 빠른 스피드와 스퍼트'가 필요하지만 중거리는 일정한 스피드와 지구력이 필요한 경기다. 사소한 차이 같지만 엄청난 차이'다. 그때 그때 다른 주법'으로 달리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되겠지만 몸에 익힌 습관을 하루아침에 바꾼다는 게 쉬운 게 아니다. 그래서 육상 관계자들은 단거리와 중거리를 동시에 석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단거리 200m와 중거리 400m에서 우승한 선수가 있다. 그렇다, 마이클 존슨'이다. 내가 이 선수를 높게 평가하는 이유'다.

 

추석 특집의 계절이 돌아왔다. 김애란 동명 소설을 영화로 만든 << 두근두근 내 인생 >> 이 개봉된다고 한다. 내가 이 책을 읽었을 때 떠오른 아름 부모 이미지는 잘빠진 하이틴 로맨스 순정 만화 그림체가 아니라 강풀 만화에 나오는 투박한 그림체 이미지'였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강동원과 송혜교가 아름이 부모'를 연기한다고 한다. 캐스팅을 보자마자 욕심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대가인과 절세가인'을 " 나 평범 " 이라고 우기는 것은 " 쫌 ! " 오버'다.   충무로에 오랫동안 떠도는 격언 중에 좋은 시나리오를 가지고 멍청난 영화를 만들 수는 있지만 나쁜 시나리오를 가지고 좋은 영화를 뽑아낼 수는 없다는 말이 있다.  

 

딱 잘라서 김애란 소설 << 두근두근 내 인생 >> 은 실패한 소설'이다. 김애란은 우사인 볼트가 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마이클 존슨은 되지 못했다. 100m 기록은 훌륭했지만 400m 기록은 형편없었다.  위에서도 지적했듯이 장편과 단편은 주법이 다르다. 단편만 쓰다가 처음 장편에 도전한 김애란은 단편을 쓰던 습관으로 장편에 도전했다가 죽도 밥도 아닌, 새가 되었다. < 명랑 > 이라는 코드가 김애란이 가지고 있는 무기'이기는 하지만 << 두근두근 내 인생 >>은 지나치게 명랑해서 대책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김애란이 가지고 있는 힘은 < 명랑 > 속에 숨겨진 < 맹랑 > 에 있다. 이 비율을 적절하게 섞을 때 빛이 난다. 말장난이 아니다.

 

이 소설에는 맹랑은 쏙 빠진 채 명랑'만 남았고, 사회적 거리는 제거된 채 낭만적 골목만 비췄다. 하지만 실패한 << 두근두근 내 인생 >> 만 가지고 섣불리 김애란을 평가할 수는 없다. 첫 번째 실수는 너그럽게 용서할 마음이 있다. 21초 ! 마이클 존슨이 고등학교 때 세운 200m 기록이다. 그가 10년 후 애틀랜타올림픽 때 세운 기록이 19.32였으니,  ( 10년간 ) 피나는 노력 끝에 단축한 시간은 불과 1.68초'였다. 일상 속에서 1.68초는 의미없는 시간처럼 보이지만 이 선수에게는 인생 목표였다. 내가 초등학교 때 여자애와 세기의 성 대결을 펼쳤을 때, 아마도 나는 그녀보다 1,2초 정도 늦게 결승선에 도달했을 것이다. 그때 그 애보다 내가 2초 더 빨리 달렸다면 인생이 달라졌을까 ? 모르는 일이다.

 

남자는 반창회를 할 나이가 되고 여자는 반상회에 참석할 나이가 되었을 때, 동창회에서 그 친구를 만난 적 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누군가 그때 일을 기억했다. 여기저기서 와와,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호기롭게 그녀에게 달리기 시합을 제안했다. 술김에 우리는 근처 운동장으로 가서 달리기 시합을 했다 -  라는 서사는 농담이다. 헤헤. 됐고 !

 

<< 두근두근 내 인생 >> 을 200m 기록으로 치환하자면 21초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10년 후를 기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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ㅍㄹ 2014-08-27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얼마나 공들여 쓰셨길래 같은 글을 네 편이나 올리셨나 해서 달려왔습니다.
훈련소에서 3km 달리기 250명 중 43등 했던 기억이 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7 11:24   좋아요 0 | URL
알라딘 자꾸 에러가 나네요. 이거 네이버 사용하다가 알라딘 사용하면 속터지는 부분이 이씀....
43등이면 뭐... 준수하시네요....

마립간 2014-08-27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제일 좋아하는 육상종목이 400m 달리기입니다. 육상경기가 있을 때마다 기록을 스크랩하기도 했죠.

좋아하는 이유는 곰곰발님이 이야기하신 바와 같습니다. 100m 달리기와 같은 폭발적인 힘을 40초 넘게 지속해야 하기 때문이죠.

저도 100m 달리기는 반에서 꼴찌였을 것입니다. 어쩌면 전교 꼴찌? 하여튼 함께 달리기한 사람 중에서는 꼴지였습니다. 그런데, 거리가 늘어나면서 등수가 올라갑니다. 1000m 정도가 되면 반에서 2~3등 하죠. 이보다 더 긴 거리는 군대에서 뛰었는데, 200명이 조금 넘는 참가자 중 2등^^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7 12:04   좋아요 0 | URL
오호 !!!!!!!!!!!!! 역시 ~
육상 경기에서 가장 힘든 경기가 400미터라고 하죠 ? 말씀하신대로 최고 주력으로 400미터를 질주해야 합니다. 이게 정말 힘들다고 하더군요. 400미터 재미있습니다.

저와 비슷하네요. 저도 100미터는 늘 꼴찌였는데 1000미터 하면 나름 상위권이었습니다.

엄동 2014-08-27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단거리와 장거리는 다르죠 엄연히.

전 학교때 달리기는 쥐약이었어요, 특히 단거리.
게다가 한창 성장기에 나일론 소재의 붙는 체육복은 정말
신경이 이만저만 쓰이는게 아녔어요

ㅋㅋ 그런데 다 자라서 마라톤에 취미를 붙일 줄이야
아이러니하네요


아.
저역시 명랑소녀 김애란의 단편들을 2프로 부족한 장편보다 훨 사랑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7 15:22   좋아요 0 | URL
김애란 단편집은 정말 걸작이죠. 반면 장편은 정말 실망스러웠습니다.
저도 여학생 반에 체육하면 반 창문으로 뛰노는 여학생들 보고는 했죠. ㅎㅎㅎ.

됐고 ! 풀코스 뛰어보신 적 있습니까 ?

엄동 2014-08-27 15:32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아니요 아직은 하프까지만요.

11월9일 중앙마라톤 풀로 도전합니다!

어쩌다 보니 출사표가 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7 15:38   좋아요 0 | URL
오호, 이런 빠른 댓글이라니....
제가 프로필 사진 바꾸는 동안 댓글을 달다니 엄동 님스럽지 않군요.
이야, 정말 마라톤 풀코스 이거... 도전할 엄두도 안나던데..
전 주로 그냥 동네 천변에 있는 산책길 ( 일일이 거리 측정에 바닥에 적혀 있어서 몇 키로 달렸는지 알 수 있는 ) 만 뛰어서... 한 8킬로 달려봤나요. 죽을 맛이더군요....

엄동 2014-08-27 16:27   좋아요 0 | URL
며칠 스킵한 글들 읽느라 ㅋㅋ

그나저나
그렇게 귀여운 프로필 사진이라니.
곰발님스럽지 않군요.

9월부터 계획세워 꾸준히 달려보려구요.
준비없는 풀코슨.
달리기 자체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회의적이 될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7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photofunia.com 들어가면 포토샵 해주는데 은근 재미있씁니다.
한번 해보세요.


그럼요. 풀코스는 정말 계획 세워서 차근차근 몸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더군요.

풀무 2014-08-27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초딩땐 여자애들이 발육도 빨라서 힘도 센 경우 종종 있는데 뭘 그리 놀림을..

저도 초등 3,4,5학년 때의 굴욕을 아직 또렷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달리기가 아니라 팔씨름 지거나 혹은 일방적으로 맞고 운 기억이라는..
얼마나 처참했던지 아직도 그녀들 이름까지 잊지 못합니다.
최서미, 신재은, 차승희! 혹시 알라딘에서 기웃거리다 이글 보면 나와랏! 지금은 안진다! (읭)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8 12:49   좋아요 0 | URL
팔씨름에서 지다니...
왜 그때는 누구누구랑 사귄대요.. 라고 하면
억울해서 울고 그러지 않았습니까.
하여튼 묘한 경쟁관계가 있었습니다.
또렷이 기억하는데 제가 5학년 2학기였을 때입니다.

라로 2014-08-28 0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체력장 할 때 선생님이 제가 도착하면 눈을 부라리시면서
"너는 발자국 세면서 오냐?"그랬던 치욕의 시절이;;;;;;
암튼 멋쟁이 곰발님~~~.^^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8 12:48   좋아요 0 | URL
발자국...ㅎㅎㅎㅎ 어지간히 느리셨군요.. ㅎㅎ.
참.. 요즘은 체력장이 없어졌다고 하더군요 !
미국도 체력장 이런 거 없나요 ?

라로 2014-08-28 0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어째 강동원은 늙지를 않은 듯,,,내 또래 아니었니????ㅎㅎㅎ 넘 오래 봐 왔는데 그 모습 그대로,,,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8 12:47   좋아요 0 | URL
저도 강동원 ㅋㅋㅋ. 이 양반 나이가 꽤 될 텐데, 변한 게 없는 거 같습니다.
저 이 사람 무명일 때 드라마 스페셜 비슷한 거에서 연기한 거 봤는데
이리 성공할 줄은 몰랐씁니다.

라로 2014-08-30 04:30   좋아요 0 | URL
왜 곰발님께 반말을?ㅋㅎㅎㅎ 오타입니다용~~~~.꾸벅(물론 제가 나이가 훨 많을지언정~~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8-30 11:00   좋아요 0 | URL
아롬 님 소심하시기는...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봄밤 2014-08-28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근두근 내인생을 읽지 않아서 또 계속 읽지 않게 됩니다. ㅎㅎ김애란에 대한 애정이 돋보여요. '실패'에 불구하고 다음을 두근두근 기다리는 모습이요. +_+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8 12:46   좋아요 0 | URL
굳이 읽으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ㅎㅎ
하지만 기본은 하는 김애란이기에...
다음 작품으로나온 비행운은 좋습니다.

stella.K 2014-08-28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래 전 이 작품 읽고 리뷰를 쓴 적이 있죠.
당시 하도 두근두근 하길래 기대를 갖고 읽다 작살났습니다.
억울해 리뷰에서 벗겨줬더니 하필 또 그달의 리뷰로 선정돼 적립금을 챙겼었죠.
전 김애란이 단편을 어떻게 쓰는지 모르겠지만 이 작품 잘 썼다고 하는 게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더군요.
적어도 주인공을 18세로 잡으면 탈출해서 여자애와 어설픈 하룻밤이라도 지냈다면
용서해 주겠는데 고작 소주팩 빨고 있다는 게 용서가 안 되더라구요.
물론 내가 좋아하는 소설을 모든 사람이 좋아할 수 없고,
내가 싫어하는 소설을 모든 사람이 싫어하길 바라는 건 아니지만
남들이 좋다고 하니까 나도 좋다는 식은 좀 아닌 것 같은데
책 좋다는 것도 집단심리가 작용하는 건 아닌가? 뭐 그런 생각도 들더군요.
어쨌든 저랑 생각이 비슷하신 것 같아 그동안 유령으로 있다 오늘은 쑥스를 무릎쓰고 댓글을 남겼습니다.
시크하게 쓰시는 글이 맘에 듭니다.ㅋ

근데 시나리오를 두고 한 정설이 맞긴한데 소설 원작을 영화로 만든 건 쫌 다르더라구요.
그래서 영화는 소설 보다 좀 낫지 않을까 그런 기대도 없지 않는데
일단 강동원과 송혜교는 먹어주니까...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8 12:45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책 예약 판매할 때 사서 바로 읽었습니다.
독자들이야 그렇다고 해도
평론가들과 소설가들이 쏟아낸 극찬은 도저히 이해가 안 가더군요.
궁핍한 작가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주례사 비평 한 줄은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그래도 다섯손가락 안에 뽑히는 작가에게
주례사 남발한다는 게 이해가 안 갔습니다.
이 소설은 누가봐도실패한 서사죠.
지나치게 착한 소설 쓰려다고 좆됐죠....

참... 리뷰 잘 읽었습니다. 두근두근 리뷰 중 가장 좋습니다.

수다맨 2014-08-29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회적 거리는 제거된 채 낭만적 골목만 비췄다, 아 정곡을 찌르네요.
이런 말을 정말 곰곰발님만이 쓰실 수 있는 표현이라 생각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9 11:23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제가 쓴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셨네요.
거리와 골목을 일부러 썼습니다. 거리는 당대에 대한 고민이 반영된 낱말이고 골목은 그저 단순히 명랑 만화 같은 허구로써 사용한 말입니다.

레베랑스 2014-08-31 0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김애란이라는 작가의 가능성을 볼 수 있었던 작품이라는 점에서 전 100점을 주고 싶어요.
작품 자체가 작가를 많이 닮았어요. 제 편견이겠지만요^^
중학생마저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읽기 편하는 점도 주목받기 좋은 요소의 하나였다고 생각해요.
전 그냥 부모의 마음으로 읽으니까 구절구절 아팠다..는 기억이 남아요.
송혜교가 너무 예뻐서 꼭 보려고 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31 11:16   좋아요 0 | URL
김애란 똑부러진 작가죠. 정도많을 것 같고, 사랑에 대한 정도 있는 것 같고 말이죠.
전 그냥 단편들이 더 좋더라고요. 저야말로 김애란 팬입니다.
김애란 리뷰만 벌써 몇 번째입니까.... ㅎㅎㅎㅎㅎ
비행운'이란 단편집 끝내주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