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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에 대한 에티튜드, 첫 번째 이야기 : 편지

                                                                사물에 대한 에티튜드(ettitude)'라는 목록'을 하나 만들었다. 제목으로 굳이 태도나 자세'라는 말 대신 " 에티튜드 " 라는 외래어를 사용한 이유는 attitude에 essay를 덧대어 만들어낸 조합, ettitude'라는 데 있다. 풀어서 설명하자면 사물에 대한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글 목록'이라 해두자.

<< 사물에 대한 에티튜드 >> 첫 번째 이야기는 < 편지 > 다. 디지털 문화의 폐허를 이야기하며 아날로그적 감수성을 말할 때 자주 호명되는 것이 " 손 편지 " 다. 손 편지'는 모니터 안에서만 떠도는 메일과는 다르다. 메일에는 없지만 편지에는 있는 것, 그것은 바로 < 글씨체 > 다. 메일이 0과1의 조합으로 만들어낸 글 맵시라면, 편지 속 글씨체'는 글쓴이의 고유한 서명'이다. 글씨체를 보면 그 사람 성격이 보인다. 실제로 범인이 보낸 협박 편지 속 글씨체를 통해 범인의 심리 상태를 파악하여 사건을 해결한 예는 무수히 많다. 누군가가 범죄에 악용할 목적으로 편지를 흉내 낸다고 가정했을 때 문체를 모방하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글씨체'를 흉내 내는 것은 쉽지 않다. 하이스미스의 << 재능 있는 리플리 씨 >> 에서 톰 리플리'가 모방하는 것은 서명이지 글씨체'가 아니다.

그는 서명을 흉내 내는 데에만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다. 그렇기에 글씨체는 지문과 같이 그 사람 고유의 특징'이다. 반면 메일에는 글씨체가 없기에 문체만 흉내 내면 감쪽같이 수신자를 속일 수 있다. 이처럼 문장을 흉내 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에둘러 가지 말고 서둘러 정리하자면 : 문체와 글씨체 라임을 맞추기 위해서 글씨체를 서체'라고 하겠다  는 다르다는 점이다. 보다 깊이 들어가면 < 문체 > 는 글쓴이의 성격을 드러내지만 < 서체 > 는 글쓴이의 성질을 나타낸다. << 성격 >> 은 단수가 아니라 복수'이고, << 성질 >> 은 복수가 아니라 고유명사'다.  A와 같은 성격을 가진 사람은 무수히 많지만 A와 같은 성질은 A가 유일하다.  생각해 보면 불 같은 성격을 가진 사람은 많다. 하지만 불이라는 물질(성질)이 물이 되는 경우는 없다.

그렇기에 < 편지 > 는 타인이 흉내 낼 수 있는 성격과 함께 타인이 흉내 낼 수 없는 성질이 혼용된 독특한 기표다. 편지는 대부분 정해진 기간 안에 수신자에게 무사히 도착되지만,  유통 과정에서 분실되거나 틀린 주소 따위로 수취인불명으로 되돌아오거나 엉뚱한 사람이 편지를 가로채거나 기이한 방식으로 너무 늦게 도착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 수신자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처벌을 받는다. 영화 <<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 에서 은행원 해원(지성원 분)이 겪는 고통은 복남(서영희 분)이 보낸 편지를 읽지 않은 것에 대한 징벌이다. 섬에서의 악몽 같은 날들을 겪고 집으로 돌아온 해원인 비로소 복남이 섬에서 보낸, 개봉하지 않은 편지를 발견한다. 그것은 정해진 기간 안에 수신인에게 도착한 편지이지만,

해원이 뜯지 않은 편지이기에 그녀가 편지봉투를 뜯었을 때는 이미 너무 늦게 도착한 편지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복남이 보낸 편지를 해원이 읽는 시점은 복남이가 죽은 이후'이기에 죽은 자가 보낸 편지'가 되었다. 영화 << 파이란 >> 도 너무 늦게 도착한 편지'에 속한다. 그는 편지를 읽고 나서 마음의 변화가 생겨 보스와 맺은 계약을 번복한다. 이 변심은 죽음으로 이어진다. 슈테판 츠바이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 미지의 여인으로부터 온 편지 / 막스 오필스, 1948 >> 에서 바랑둥이 주인공은 남의 여자를 건드린 죄로 3시간 후에 결투 현장으로 나가야 한다. 하지만 남자는 결투를 피하고자 비엔나를 떠나기로 마음 먹고 짐을 꾸리기 위해 집에 들렸으나 이름과 주소가 적히지 않은 편지를 읽게 된다.

여자가 죽고 난 후 도착한 편지'였다. 그는 도피 계획을 잠시 지연한 채 편지를 읽기 시작한다. 남자의 얼굴에는 짙은 회한이 배어 있다. 그는 애초의 계획을 변경하고 결투장으로 향하면서 영화는 끝난다. 관객은 결투 결과를 알 수 없으나 결투장으로 향하는 그 남자의 행위가 < 자기 징벌 > 에 가깝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편지들은 모두 수신자에게 죄의식'을 상기시킨다. 반면 포우의 << 도둑 맞은 편지 >> 와 이언 맥큐언의 << 속죄 >> 는 수신인이 바뀌거나 편지지가 바뀌는 바람에 불행이 찾아온다. << 도둑 맞은 편지 >> 에서는 여왕이 정부(情夫)에게 보내는 편지를 장관이 가로채고, << 속죄 >> 에서는 cunt라는 비속어를 남발한 저속한 편지지를 구겨서 쓰레기통에 버린다는 게 엉뚱하게 편지봉투에 담겨 수신자에게 도착한다.

이 배달 사고'는 letter를 litter(잡동사니)로 만든다. << 도둑 맞은 편지 >> 에서 장관은 중요한 편지letter 를 책상 위에 어질러놓는다(litter : 쓰레기, 어질러진 물건). 여왕이 보낸 수색대가 장관의 집을 샅샅이 뒤졌으나 찾지 못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들이 찾는 것은 허섭스레기(litter)가 아니라 편지(letter)였으니 말이다. 그런가 하면 << 속죄 >> 에서는 쓰레기통(litterbin)에 들어가야 할 구겨진 편지지(litter)가 그만 실수로 letterbox 에 들어간다(정확히 말하자면 인편人便으로 배달된다). 이와 유사한 상황은 밀란 쿤데라의 << 농담 >> 에서도 반복된다. 주인공 루드빅은 엽서에 악의 없는 농담을 썼다가 트로츠키주의자로 몰려 변방의 탄광에서 석탄 캐는 일로 청춘을 보낸다. 그에게 남은 것은 복수와 증오뿐이다.

 

이들 작품과는 결이 다르지만 신경숙의 << 풍금이 있던 자리 >> 도 일종의 " 잘못된 편지 " 에 속한다. 서간체로 쓰여진 이 소설은 사랑의 망명을 하자는 가정 있는 남자에게 자신의 입장을 정리한 편지인데 결국에는 이 편지를 그에게 보내지 못한다. 형식은 가정 있는 남자에게 띄우는 것이나 사실은 독자를 향한 독백'에 가깝다. 수신인은 가정 있는 남자이지만 정작 그 편지가 도착한 곳은 독자'다. 그런 의미에서 << 풍금이 있던 자리 >> 는 잘못된 편지'다. 소설 속 " 나 " 는 이렇게 고백한다. " 이 글은 당신께 제 마음을 전해 드리고자 하는 것이었는데, 저는 아무래도 이 글을 못 끝낼 것만 같습니다. " 그녀는 약속 장소에 가지 않는다. 사랑의 도피는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고 편지 또한 완성되지 못한 채 도착하지 못했다.

 

편지의 실제 수신자 입장에서 보면 발신자인 " 나 " 의 편지는 주소지를 잃고 보류 중이거나 허공에 부류 중이다. 그렇기에 계획은 실패한다. 이처럼 정해진 기간 안에 도착하지 못하거나, 수취인불명이거나, 뒤바뀌거나, 혹은 너무 늦게 읽은 편지는 영화와 문학 속에서 처벌의 기능을 작동한다. 편지가 부류하는 순간 그것은 유령이 띄우는 말이 되어 억압된 것의 회귀'가 된다. 혹여, 어디선가 당신의 불행을 알리는 전화벨이 울린다면 제일 먼저 우편함으로 달려가라. 뒤늦게 도착한 편지는 없는지, 뜯지 않고 방치한 편지는 없는지, 혹은 차마 못다 쓴 편지는 없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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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5-07-05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설에 따르면 저 당시 미혼이었던 신경숙과 유부남이었던 남진우가 서로 좋아했다고 하네요. 아마 저 소설은 신경숙의 실제 경험에서 비롯해 쓰였을 가능성이 꽤 높죠. 결국 남진우는 이혼을 하고 얼마 뒤 신경숙과 재혼을 했으니, 문학적으로는 편지가 수신자에게 닿지 못했지만 현실적으로는 제대로 배송이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7-05 13:34   좋아요 0 | URL
아...... 그렇습니까 ? 살펴보니 이 소설은 1992년에 쓰여졌군요. 하긴... 남진우와 신경숙 오빠가 고교 동창이라는 말은 들었습니다만....

stella.K 2015-07-06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코너 기대되네요.
책을 얼마나 많이 읽으면 이런 코너를 만들 수 있을까, 잠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ㅠ

저는 18살 때 언니의 남자친구를 좋아했는데 뭐 연애편지로 오해 받을만한
편지를 썼다가 개쪽 당한 일이 있습니다.ㅎ
그도 그럴 것이 그 오빠가 먼저 편지로 접근했거든요.
그땐 명사들이 누구와 편지를 주고 받았다는 뭐 그런 얘기들이심심찮게 화제에 오르곤 하잖아요.
그런 편지를 나눌 상대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지금은 뭐 어림없는 소리긴 합니다만. 순진했죠.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07-06 15:25   좋아요 0 | URL
심혈을 기울일 코너`라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올릴 생각입니ㅏ.
편지가 애틋하기는 하죠.
꼬리친 쪽은 확실히 남자 쪽이 맞네요. 편지를 보낸다는 것은
흑심을 품었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stella.K 2015-07-06 15:44   좋아요 0 | URL
그 오빠가 의욕이 과했던 게 사실이죠.
언니한테 잘 보이겠다고 저한테까지 지나친 친절을 베풀었으니
그 오빠로선 과유불급이었을 겁니다.ㅋㅋ

2015-07-08 14: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08 15: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쩨쩨하게 살겠다

 

 

 

 

 

때는 바야흐로 2048년 대한민국.  한때 뾰족했던 어깨가 닳아서 둥근 어깨가 된 노인이 이웃집 소년에게 말한다. " 내가 말이다. 이 할애비가 옛날에 어느 가난하고 꾀죄죄하며 쪼콤한 녀석을 하나 알고 있었단다. 하고 다니는 꼴은 롹커'인데 노래방 가면 뽕짝만 부르던 놈이었지. 겉과 속이 다른 녀석이었어. 첫날, 라운드티를 입고 왔는데 목 둘레가 닳고 닳았더구나. 남들이 보면 빈티지'라 생각했을 거야. 오래 입어서 너덜너덜해진 건데 말이다. 비루한 인생이었지. 어느 날, 이 사람이 작정하고 블로그에 글을 하나 올렸단다. 너는 모르겠지만 옛날에는 블로그라는 인터넷 상호소통창구가 있었단다. 호기롭게 썼으나 오랜 고민 끝에 썼다는 티가 확 나서 읽는 내내 짠했지. 구걸이었어. 이대로는 못 살겠다. 돈 좀 보태달라, 뭐 이런 내용이었지.

 

꼴에 자존심은 있어서 꽤 유창하게 자기 변명을 했더랬다.  속는 셈치고 이 작자에게 펀딩을 했지. 그리 비싼 건 아니었어. 10만 원짜리 일일티켓이었거든. 그는 그 돈으로 책을 자비 출간했단다. 300부만 찍었지. 지금 그는 이 세상에 없지만 난 여전히 그 친구를 생각한단다. 이 책을 너에게 주마.  "   소년은 책을 받아 이리저리 살핀다. 요즘은 종이 책을 구경하기 힘든 시대다. 모든 책은 전자책으로 바뀐 지 오래되었다.  "  오쉬프만젤쉬땀 할아버지, 그가 누군데요 ? " " 페루애'란다 ? " " 누구요 ??! " " 노벨문학상 수상자 페루애 말이다 ! " " 네에?!!! 페루애요 ? 할아버지처럼 넙데데하고 두리뭉실한 분이 어떻게 그렇게 위대하고, 위대하고, 위대한 분을 아세요 ?  "

 

어깨가 둥근 노인은 한때 어깨가 뾰족했을 때 알게 된 페루애'라는 사내를 떠올렸다.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 35년 전이었지...... "  이야기를 듣는 동안 소년은 쉴 새 없이 마른 기침을 쏟아냈다. 얼굴은 창백했지만 눈은 밤 하늘 높이 뜬 인공위성처럼 반짝거렸다.

 

 ■

 

 

 

 

 

 

안녕하십니까 ? 곰곰생각하는발 페루애'입니다.  소식 하나 알려드립니다. 그동안 절찬리에 방영되었던 < 새빨간활 > 이 2014년 10월 1일부터 < 새빨간활 시즌 2 > 로 새롭게 문을 엽니다. 희소식이 아니라 개 소식'이라고요 ? 맞습니다.  개  소식이면서 동시에 개소식'입니다. 여러분이 채찍을 휘두른다면 기꺼이 가터벨트 입고 엉덩이를 내밀 생각입니다. 그동안 생선 가게에서 카운터를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책을 써야 겠다고 말이죠. 말이 좋아 월급이지 늙은 노모가 용돈 주기 거시기해서 월급 주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살아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여러 출판사에서 책을 내자는 제의를 받았습니다만 모두 거절했습니다. 겁이 났다고나 할까요 ?

 

날것 그대로를 보여준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누에처럼 고치 속에서 살아야 하겠습니까. 용기를 내서 밖으로 나올 생각입니다. 일단 자비로 책을 300부 정도만 찍을 생각입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여러분들에게 염치없는 소리를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자비 출간이 저에게는 자존심 상하는 일입니다. 팔순 기념 저서도 아니고 말이죠. 제가 알기로는 니체도 자비로 책을 300권만 찍었다고 하더군요. 10권 정도 팔렸다나 ?! 염치 없는 부탁이어서 자꾸 말이 길어지내요. 툭 까놓고 말하겠습니다. 펀딩입니다. 저를 보고 투자하십시요. 일일찻집 티켓이라 생각하시면 편하실 겁니다. 한 장당 10만 원입니다30장이 팔리면 얼추 자비 출간을 할 수 있겠더군요.

 

그동안 네이버 블로그와 알라딘에 쓴 글 가운데 재미있는 글을 엄선하여 추릴 생각입니다. 알라딘 통계를 보니 제가 2013년 알라딘에 올린 글은 신경숙의 < 엄마를 부탁해 > 10권을 만들 수 있는 원고지 분량이라고 하더군요. 2014년에도 꾸준히 올렸으니 합이 20권입니다. 참새처럼 꾸준히 제 블로그를 찾아오셔서 글을 읽으셨다면 당신은 엄마를 부탁해 20권을 읽은 셈이 됩니다. 셈법이 이상한가요 ? 사실이랍니다. 그러니까 여러분은 돈 한푼 안 내고 책 20권을 읽은 게 되는 거지요. 책값으로 따지자면 20만 원어치 읽은 셈입니다. 그러므로 티켓 한 장에 10만 원은 그리 큰 금액이 아닙니다. 티켓을 사신 분에 한하여 저자 사인과 함께 술을 마실 수 있는 미팅권을 부여하도록 하겠습니다.      술값은 당신이 내세요 !     

 

사람 일이란 건 모르는 일입니다. 제가 만약에 대한민국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탄다면 어떻게 될까요 ? 그렇게 된다면 여러분은 노벨 문학상을 탄 작가가 최초로 만든 책을 가지고 있게 됩니다. 더구나 사인이 적힌 300권은 전무후무한 희귀본이 되죠.  두 세대만 건너뛰면 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을 겁니다. 이 책 한 권이면 은마 아파트 한 채 가지고 있는 것과 동일한 가치를 얻을 겁니다. 농담이라고요 ? 허어, 이 양반들 참.... 아, 그리고 한 가지 약속을 하죠. 제가 노벨 문학상을 탄다고 해서 펀딩에 참여했던 당신을 모르는 척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1년에 한 번씩 만찬에 초대하겠습니다. 산다는 거 얼마나 지겹습니까 ? 다람쥐 첫바퀴 도는 생이죠.

 

하지만 펀딩에 참여하게 된다면 당신은 평생 가장 위대한 이야깃거리를 간직한 행복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 일단 참가 의향이 있는 분은 비밀글로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인정에 끌려서 억지로 참여하는 것은 바라지 않습니다. 내가 작가로써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투자를 하시라는 말입니다. 참여자가 30명이 넘으면 교정 후 바로 제작에 들어갈 생각입니다.

 

 

 

- 사진 출처, 감성공작소 마담의 일상

 

번외로 개소식 기념 모임을 갖기로 했습니다. 참여 의사가 있으신 분은  10월 4일 토요일 오후 5시 낙원동 유진식당으로 오십시요. ( 자세한 약도는 낙원동 유진식당'이라고 치면 자세히 나옵니다. ) 노상에서 막걸리 한 잔 합시다. 이 식당 음식이 맛있다고는 생각하지는 않지만 가을에 술 마시기 좋은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펀딩 의사가 있으신 분은 비밀댓글로,   술 모임에 참석할 의사가 있으신 분은 공개 댓글로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기껏 모여야 대여섯 명 모일 겁니다.

 

 

이야기가 다 끝나자 소년은 감동하여 눈물을 흘렸다. " 이 할애비가 줄 수 있는 건 이것 밖에는 없구나 ! 전 세계에서 이와 똑같은 판본은 300권뿐이지. 더군다나 페루애 사인이 들어간 책은 30권이지만 현재 남아 있는 책은 이 책을 포함해서 세 권이 전부란다. 이 책을 팔아서 네 병원비로 쓰거라. 책 수집가에게는 꽤 비싼 보물에 해당되거든. 이제 내게 이 책은 필요 없단다.  성격은 괴팍해도 꽤 정이 있는 친구였다. 지금 내 아내를 만난 것도 사실 알고 보면 페루애 때문이었지. 그 자리에서 처음 엄동이란 아가씨를 보게 되었단다. 난 보자마자 심장이 뛰었지. 강남 호박 나이트 성능 좋은 JBL 스피커처럼 말이다. 심장이 너무 뛰는 바람에 스피커 막이 찢어지기도 했지.

 

그게 사랑이란다. 꼬마야, 몸속에 무엇인가가 찢어지는 아픔이 들 때 비로소 사랑이 시작된다는 점을 명심하렴. 오래 전 일이 생각나는구나. 우린 낙원동 유진식당이라는 술집에서 술을 마셨단다. 그때 페루애가 취해서 옆에 앉은 여자에게 들이대다가 따귀를 맞기도 했지. 그래도 계속 깐죽거리길래 내가 가서 그 녀석애개 죽빵'을 날렸단다. 그 자리에 있던 여자가 지금의 내 아내란다. 그때가 좋았다. 지나가버린 것은 다 그리움이 되니깐 말이다. 페루애가 그렇게 허망하게 죽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명성을 얻었다 싶었는데 이내 아내를 권총으로 살해해서 감옥에 갈 줄이야, 사랑하는 페루애가 쏜 총에 죽은 불쌍한 눈미. 박복한 년......   "

 

 

 

 

 

후일담

 

소년은 이 책을 팔아서 병을 고쳤다. 훗날 그는 31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쩨쩨하게 살겠다, 고 대답했다. 화들짝 놀란 기자가 되물었다. " 쩨쩨하게 살겠다고요 ? " 대통령 당선자가 웃으면서 말했다. " 네에, 쩨쩨하게 살겠습니다. " 다음 날, 헤드라인 뉴스 제목은 " 쩨쩨한 대통령 당선 ! " 이었다.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페루애가 가난하던 시절 이웃 도움으로 출간한 잡문 제목이 << 쩨쩨하게 살겠다 >> 였다. 페루애는 이 책에서 화려한 삶을 꿈꿀 필요 없다고 말했다. 쩨쩨하게 살아도 된다고. 예수도 쩨쩨하게 살다가 갔고, 부처도 쩨쩨하게 살다가 갔다고 ! 대한민국의 자유, 평화, 정의 따위에 목숨 걸지 말고, 동네 난방비 비리에 쩨쩨하게 시비를 걸라고 ! 역설적이게도 그는 이 책을 발판으로 화려한 삶을 살게 된다.

 

소쉬르의 언어학과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주의를 차용한 << 깻잎오소리입말사전 >> 은 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눈 뜨자 돈방석에 앉았다. 개새끼, 이중인격자. 아침에는 철갑 상어알 요리를 먹고 저녁에는 바늘로 거위 간을 108번 찌른 푸아그라 요리를 즐겼다. 하지만 마지막은 비극이었다. 그는 아내를 살해한 죄로 안양 교도소에 수감되었다가 그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사인은 질식사'였다. 화장실에서 동료 몰래 초코파이를 급하게 삼키다가 음식물이 식도에 걸려 사망했다. 쩨쩨한 죽음이었다. 이로서 그의 철학은 완성되었다. 쩨쩨하게 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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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미 2014-09-20 0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씌 머야! 글 읽다 넘 길어서 맨 마지막 줄만 읽었는데
나 권총맞고주금ㅋㅋㅋㅋ

야 자비출판이건 정식출판이건 다 찬성! 좋다만
책을 낼거면 새글을 써서 내라!
무슨 언젯적 글을 다시 모아 내냐?!
새로운글을 새로 써서 내삼~

곰곰생각하는발 2014-09-20 08:55   좋아요 0 | URL
새 글을 쓰라는 건 새로운 시선이군... 좋은 생각이야...
원래 여주인공은 비련의 죽음으로 끝나야 빛이 나는 법이다.
얼마나낭만적이나냐 권총 맞아 죽다니...

레베랑스 2014-09-20 0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건 제 생각인데...펀드를 받는것 보다는 책 판매 부수에 대한 예약을 받는 건 어떠세요? 책이 출간될 경우 몇 권을 구입할지 약속을 받고..300권까지만 찍어서 선착순으로 예약자들에게만 파는 걸로. 물론 다 팔릴테니 다시 인쇄하시고...
이렇게 되면 이웃들과 페루애님 상호간 신뢰라는 연결고리가 생기고 작가들에게는 좋은 선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저도 페루애님 출간하시면 10권 구매예약해서 지인들에게 선물할 예정이니 저 같은 사람 30명 모우시는 게 더 의미있지 않을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9-20 08:54   좋아요 0 | URL
이 생각은 미쳐 하지못했네요. 고거 쏠쏠합니다. 전략을 바꿔야겠군요. 일단 여러 의견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오쉬쁘만젤쉬땀 2014-09-20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글 쓰시오 내가 대출 받아 반 투자할테니

곰곰생각하는발 2014-09-20 08:54   좋아요 0 | URL
출판사 하나 차리시겠다는 말씀이오 ?

오쉬쁘만젤쉬땀 2014-09-22 12:23   좋아요 0 | URL
아니 무슨 출판사씩이나
그저 3,4백은 내 뭐라도 잡히고 대출받아 투자할 수 있단 얘기고
여태 글 정리해서 하신다면 딱 10만원만 내겠지만
새 글 작업하실 의향 있으시다면 급전 3,4백 투자할 의향이 있단 소리

곰곰생각하는발 2014-09-22 15:19   좋아요 0 | URL
ㅎㅎㅎ 알고 있습니다.

봄밤 2014-09-20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 글로 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어떤 목차가 나올 것인지 궁금합니다. 응원하고 기다려요! 저는 지금부터 리뷰를 짜야 할지요..ㅎㅎ모쪼록 구체화 되기를 바랍니다. 신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9-20 15:09   좋아요 0 | URL
봄밥 님 리뷰집 내면 제가 꼭 사서 보겠습니다. 조곤조곤한 목소리가 매력있습니다.

봄밤 2014-09-22 14:42   좋아요 0 | URL
저 또한 분명히 이 펀딩에 참여할겁니다. 이 말을 박아두려고 왔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9-22 15:17   좋아요 0 | URL
아이구야.. 고맙습니다. 힘을 좀 내야 할 듯합니다.

MQ 2014-09-20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 그리 째째한 놈 아닙니다. 강제로 하는 거 아님. 그 정도야 투자하죠. 새글 또 언제 씀. 그냥 옛글로 하나 내심. 그거 추리는데만 해도 수개월은 걸릴 거 같은데 ..

곰곰생각하는발 2014-09-21 09:09   좋아요 0 | URL
그렇다면 티켓 2장 발부하겠습니다.

3시 2014-09-23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좌번호 올려주세요!!!
써 논 글 추리는 일도 몇 달 걸릴거임
새 글은 또 다음 책에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4-09-23 09:20   좋아요 0 | URL
아니, 왜 이리 오랜동안 걸음이 뜸하셨습니까. 일은 잘 되시나요 ?
현재는 의견 추렴 중입니다....

3시 2014-09-23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일 올 때도있고 바빠서 여러 날 못 올 때도 있고 . 요
십 마넌은 저렴해요. 예전에 시집을 주문하면서
형편없이 싼 가격에 깜놀 !!!

곰곰생각하는발 2014-09-23 20:31   좋아요 0 | URL
오, 세 시 님 자주 오셨군요. 아, 전 그런 줄도 모르고요...
오시면 답글 남겨주세요. 장사는 잘 되시나 모르겠네요.
전 3시 님 팬입니다. 새벽 3시 되면 늘 생각이 납니다...

사무아 2014-10-05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제 5시에 가려고 했는데, 갑작스레 일이 생겨서 못 갔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10-05 21:02   좋아요 0 | URL
아, 그랬군요. 아 이거 절호의 기회를 놓쳤네요. 다음에는 꼭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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