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의 마법사 - 초특가판
빅터 플레밍 감독 / 기타 (DVD)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인 형 의    집 으 로    오 세 요  :




 

 


 a friend of Dorothy


 

                                                                                                                   빅터 플레밍 감독이 1939년에 연출한 << 오즈의 마법사 >> 에 대한 리뷰를 작성하다가 그만 " 풀잠1) " 을 잔 모양이었다. 눈을 뜨니 방안은 온통 짙은 어둠이 깔린 터라 마치 무성영화 흑백 화면을 보고 있는 듯했다.  런닝타임이 길지 않은 꿈이었으나 꿈자리는 사나웠다.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꿈에서 나는 쫓기고 있었나 보다. 꿈을 깨고 나니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눈을 뜨고 나서 제일 먼저 확인한 것은 침대 옆에 놓인 노트북을 끌고와 모니터에 입력된 글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 저자는 죽고 독자는 탄생 " 한다는 롤랑 바르트의 입장을 받아들인다면 이 원작은 페미니즘적 관점에서 다시 해석될 수도 있다.  원작자의 작품 의도가 무엇이든, 그가 손을 뗀 이상 그 텍스트에 대한 해석은 독자에게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원작자인 라이먼 프랭크 바움은 자신이 쓰던 서류용 선반 첫 칸이 A부터 N까지고 두 번째 칸이 O부터 Z인 것을 보고 마법사 이름을 오즈 OZ 로 지었다(라는 " -카더라 일화 " 가 있다)고 해도 독자들은 얼마든지 시대 상황에 맞는 해석을 내놓을 수 있다. 마법사 오즈 OZ  > 에서 " OZ " 가 금과 은의 단위인 온스(Ounce)의 약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나 같은 범성론자는 오즈를 팔루스( = 돈 권력 욕망 )로 환유할 수 있다. 오즈 나라 사람들은 유한계급이다. 그들은 " 12시에 일어나 1시부터 일을 하고, 1시간 동안 점심을 먹으면 2시에 일이 끝난다 "  12시에 일어나 1시부터 일을 하는데 그때부터 한 시간 동안 점심을 먹으면, 이거..... 결국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  발기한 남근 >  을 뜻하는  팔루스 Phallus 가 지배하는 에메랄드 캐슬 시티는 성공한 남성 자본가 중심인 유한계급 사회인 것이다.  반면에 금보다 가치가 떨어지는 은구두를 신은 도로시와 도로시의 친구들 a friend of Dorothy 은 모두 남근이 거세된 이들이다. 왜냐하면 말 그대로 << a friend of Dorothy >> 라는 표현의 사전적 의미'가 " 남자 동성애자 " 를 뜻하기 때문이다1-1). 허수아비는 뇌가 없고, 양철나무꾼은 심장이 없고, 사자는 용기가 없다. 이 결핍 - 들은 곧 거세를 의미한다.  하지만 원작에서도 밝혀졌듯이 오즈는 " 아무것도 아닌 것 " 에 불과하다. 좆도 아닌 것이 좆도 있는 척을 했으니 헛것이다. 이 결말은 남근의 무능을 폭로하는 것이다. 결국, 도로시와 친구들은 팔루스의 도움 없이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역경을 극복한다는 점에서 페미니즘적 시각으로 읽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들을 돕는 이가 수호천사가 아니라 착한 마녀라는 점도 인상적이다.

 

오전 03 : 36

2019-01-23

  

 

 

 

모니터 속 커서가 깜박깜박 점멸하며 문자 입력을 강요했다. 일어나서 불을 켰다.  방안 인테리어는 온통 흑백 모노톤이었다. 마치 흑백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황급히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나는 오소리보다 약간, 조금 더 소스라치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2).  거울 속에 비친 내 얼굴은 짙은 회색이었다 ! 문득, 몇 달 전에 김시선 안과에서 시력 검사를 받았던 때가 떠올랐다. 의사가 말했다. " 선생님은 현재 망막 색소 결핍증이라는 희귀 병'을 앓고 계십니다.  망막 색소를 잃음으로써 서서히 일상 속에서 색깔을 하나하나 잃어가는 무서운 병이죠. 

처음에는 붉은색과 녹색을 구분하지 못하다가 나중에는 무지개색 전체를 구별하지 못합니다. 결국에는 전체 화면에 흑백으로 보이게 되죠. 세상이 흑백영화처럼 보이는 겁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세요. " 거울 속 내 모습을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 페루애, 이 박복한 인간 ! 살아생전에 그토록 색을 밝히더니. 아이구야. 이 못난 화상아 ~ " 거실을 향하기 위해 방문을 열었을 때였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거실이 아니라 총천연색 먼치킨 마을3)이었다. 이게 도대체 어찌 된 일인가 ?  도로시는 뇌가 없는 허수아비, 심장이 없는 양철나뭇꾼, 용기가 없는 사자와 함께 길을 걷고 있었다.

도로시가 나를 발견하더니 말했다. " 페루애, 우리와 같이 안 갈래 ?   마법사 오즈 님이 계신 에메랄드 캐슬에 가자.  전지전능한 오즈 님은 우리의 모든 소원을 들어주실 수 있어. 우리 함께 가자 ~ "  허수아비는 뇌가 없고, 양철나무꾼은 심장이 없고, 사자는 용기가 없는데...... 그렇다면 나는 도대체 무엇이 없다는 것일까 ?  내가 생각에 잠긴 사이 도로시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 페루애, 넌 불알이 없잖아 !!! "   불알이 없다고, 내가 ?  미쳤어, 정말.  하, 어이가 없네. 불알이 없다고, 내가 ????!!!!!!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고 했던가. 나는 어느새 그들과 함께 마법사 오즈가 사는 에메랄드 시티로 향하고 있었다.

마법사 오즈는 허수아비에게는 학위 수여증을, 양철나무꾼에게는 하트 모양 시계를, 사자에게는 훈장을 달아주었다. 그리고 오즈는 내게 당구공 두 개를 선물로 주었다. 오즈가 말했다 : 이보게 ! 이 당구공은 다이아몬드로 만들었다네. 가치로 따지자면 100억이 넘지.  최고 상품이야.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남근 = 권력이지. 곧 불알 = 돈'이라는 공식이 성립한다네. 지상에 내려가거든 당구공을 팔아서 인공 불알을 만들게나.  나는 손안에 잡힌 당구공을 만지작거렸다. 눈물이 앞을 가렸다.  여기까지가 간밤에 꾸었던 꿈이다. 사나운 꿈자리 때문에 늦잠을 자서 헐레벌떡 씻고 집을 나왔다. 오늘따라 유난히 어깨가 무거웠다. 외투 주머니에 손을 넣으니 주머니 속에는 당구공 두 개가 있었다.

자세히 보니 다이아몬드로 세공한 당구공이 아니라 싸구려 페놀수지 재질로 만든 평범한 당구공이었다. 나는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괄약근에 힘을 주며 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고 속으로 외쳤다. " 아 !  오즈4), 이 시발새끼 !!! "

 

 

 

​                      

 

1) 풀잠은 꽃잠의 반대말이다.

1-1) dorothy의 애칭이 doll(인형)이다. 그러니까 a friend of Dorothy 는 인형 친구들이라는 뜻으로 인형 가지고 노는 아이들을 의미한다.

2) 오소리보다 조금 더 소스라치게 놀라다 _ 라는 표현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상투어'다.

3) 영화 < 오즈의 마법사 > 에 나오는 마을 이름

4) 원작 < 오즈의 마법사 > 를 경제적 관점에서 이해하면 다음과 같다.

 


오즈의 마법사, 도로시는 디플레를 무찌르러 갔다


    사스 외딴 시골집에서 어느 날 잠을 자고 있을 때 무서운 회오리바람 타고서 끝없는 모험이 시작됐지요.  프랭크 바움이 1900년 발표한 아동문학 '오즈의 마법사'는 발표 직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시골 소녀가 허수아비와 사자를 만나 기상천외한 모험을 한다는 이야기는 어린이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제1편이 성공을 거두면서 이후 열세 편의 후속작들이 나왔다. 1903년 브로드웨이 뮤지컬, 1939년 MGM 영화로도 상영됐다.  하지만 이 작품이 19세기 말 디플레이션 시대를 살아가는 미국 농민과 노동자들의 고통스러운 삶을 표현됐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경제학자인 휴 록오프가 1990년 발표한 논문 '금융의 은유로 보는 오즈의 마법사', 헨리 리틀필드가 1964년 쓴 '오즈의 마법사:인민주의에 빗대어' 서적은 오즈의 마법사에 담긴 정치 경제적 은유를 상세히 담고 있다. 시대적 배경부터 살펴보자. 미국은 1873년 금ㆍ은본위제에서 은을 뺀 금본위제로 돌아선다. 금본위제도는 통화에 대한 신뢰가 확보되지 않아 중앙은행이 함부로 돈을 찍어내 화폐경제에 교란을 주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로, 금본위제도에서 중앙은행은 돈을 찍어내는 양만큼 금을 보유하고 있어야 했다. 중앙은행이 만 원을 찍어내려면 만 원어치의 금도 갖고 있어야 했다. 돈을 금으로 바꿔달라고 하면 언제라도 금을 내줄 수 있는 '금태환'이 가능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세기 말 금 생산량이 부족해 화폐를 원하는 만큼 찍어낼 수 없었다. 이로 인해 1880년부터 1896년 사이 미국은 물가가 20%대로 떨어지는 극심한 디플레이션을 겪게 된다. 돈을 빌려준 사람은 이득을 봤지만 농민이나 근로자는 부채의 실질 부담이 커져 큰 고통을 받았다. 당시 금본위제와 금ㆍ은본위제를 주장하는 미국 정당들은 치열한 투쟁을 벌였다. 미국 북동부의 윌리엄 매킨리 공화당 후보와 자본가 계층은 금본위제를 지지했고, 남서부의 농민 노동자 계층은 금ㆍ은 본위제를 지지했다. 결국 1896년 대통령선거에서 금본위제를 지지하는 공화당이 이겼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미국 경제는 인플레이션을 경험하게 되는데, 알래스카ㆍ호주ㆍ남아프리카 등에서 금광이 발견됐고 원석에서 금을 효율적으로 추출할 수 있는 '청화법'이 발명돼 미국으로 유입되는 금의 양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통화공급이 증가하면 자연히 물가는 오르게 된다.  다시 '오즈의 마법사'로 돌아가 보자. 도로시는 여행길에서 친구들을 만난다. 생각할 수 있는 뇌를 갖고 싶어하는 허수아비,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을 갖고 싶어 하는 양철 나무꾼. 용기를 얻고 싶어 하는 겁쟁이 사자다. 이들은 천신만고 끝에 에메랄드 시에 도착하지만 오즈의 마법사는 서쪽나라의 악한 마녀를 죽이면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한다. 도로시는 악한 마녀를 처치했지만 마법사 오즈는 가짜이며 소원을 들어줄 수 없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러나 도로시가 신고 있는 은구두를 툭툭 치면서 소원을 빌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온다.   경제학자 록오프는 우선 주인공 도로시는 미국의 전통적인 가치관을 나타내고 있다고 해석했다. 허수아비는 가난한 농민, 양철 나무꾼은 산업 노동자, 사자는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나왔던 윌리암 제닝스 브라이언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 동부의 은행들은 변장한 마법사, 서쪽에서 불어닥친 회오리바람은 금본위제를 둘러싼 정치적 대립을 뜻한다고 봤다. 특히 도로시가 은 구두를 신고 노란 벽돌 길을 걷는 장면에서 은구두는 모든 소원을 이뤄주는 은본위제, 노란 벽돌 길은 금본위제를 가리킨다. 도로시와 친구들은 화폐를 의미하는 초록색 안경을 통해 세상을 보는 에메랄드 시에 도착하는데 마법사 오즈를 만나기 위한 험난한 여행길은 금본위제로 겪는 디플레이션의 폐해를 상징한다. 금이 귀해 디플레이션이 유발됐기 때문에 당시 보유량이 많았던 은본위제를 병행하면 통화량이 늘어나 인플레이션이 촉진되면서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해석도 덧붙는다.  (구채은 기자 )

 

ㅡ 아시아 경제 [금융뒷談 ] 오즈의 마법사, 도로시는 디플레를 무찌르러 갔다 중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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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9-01-23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왜 페미니스트들이 < 오즈의 마법사 > 를 페미니즘적 시각으로 해석하지 않는지가 궁금하다. 이 작품은 명백하게 페미니즘적이다.

임모르텔 2019-01-23 2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진짜!
꿈이야기 ㅎㅎㅎㅎㅎ 제가 단기기억상실이 좀 있으나 기억나날때마다 키득댈것 같습니다.
별 웃을 일 없는 나이에, 감사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9-01-24 15:28   좋아요 0 | URL
웃을 일 없을 때 더 웃으셔야 합니다..
 

 

 

 

 

 

 

​                                           

 

어디에도 없지만 어디에나 있다 :


 

 

 

                                     도어락, 2018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숨이 막히는 듯 고개를 들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무언가 끔찍한 일을 누군가에게 털어놓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하지만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의 집안 어디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혼자 살고 있었으며 그것은 그 순간 그 끔찍한 일을 함께 나눌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침대 밑을 보여 줄 사람이, 몸을 숨겨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 침대 밑 악어 중

 



                                                                                                      

 

오피스텔 원룸에서 독신으로 살아가는 주인공 경민(공효진 분)은 여성 1인 가구라는 사실이 알려져 범죄의 타깃이 될까 봐 전전긍긍하는 독신이다. 그는 일부러 빨래 건조대에 남자 속옷과 남자 양말을 진열하고, 현관에 남자 구두를 배치한다1).  만약에 영화를 보면서 영화 속 설정이 과도하다고 생각하는 이가 있다면 그 사람은 남성 관객일 확률이 100%다.  현실 반응은 영화보다 더 히스테릭하다.  여성이 혼자 있을 때를 대비해 배달이 오면 앱(Application)에서 남자 목소리로 변조되어 대답하는 기능도 인기를 얻고 있다.  영화보다 현실 속 설정이 더 기괴한 경우이다.  이처럼 영화 속 설정은 여성이라면,  더구나 혼자 사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불안이다.  영화는 그 불안의 지점을 파고든다.  강력범죄 피해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86.2%이고,  성폭력은 하루 평균 88회 이상 발생하며,  

 

성폭력 가해자의 94.4%가 불구속 처리되고,  강도, 강간, 살인과 같은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가해자 중 남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96.3%다.  그리고 주거침입 성범죄 사건에서 남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99.8%다.  그렇다면 여성이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라고 생각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반응인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반응에 대하여 남성은 무시로 일관하거나 반대로 격하게 분노를 표출한다.  영화 << 도어락, 2018 >> 에서 남성 - 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원룸에 누군가 있다는 경민의 진술을 초지일관 히스테리한 반응으로 치부한다. 여성의 언어는 권위와 존경을 얻지 못한다. 가족극에서 문제가 발생할 때 사건에 개입하고 해결하는 것은 남편이다. " 당신은 조용히 있어 ! "           

 

이 흔해빠진 패밀리 플롯은  여성의 언어가 사건을 해결하는데 아무 도움도 될 수 없다는 편견을 심어준다.  반면, 가부장 남성은 몇 마디 하지도 않았는데 단숨에 다툼을 정리한다. 가족 서사극'은 남성의 언어에 권위를 부여하고 우리는 그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영화 << 도어락, 2018 >> 은 침대 밑에 악어가 산다는 환자의 재담을 닮았다. 즉, << 도어락 >> 은 익히 알려진 재담의 장르적 변주'이다.

 

 

    대 밑에 악어가 산다고 불평하는 여성 환자가 있다.  여자는 악어가 자신을 잡아먹기 위해서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고 말한다.  정신과 의사는 환자에게 그것은 단지 환상에 불과하며 침대 밑에는 악어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와, 악어 있다니까요 ~    왜, 내 말을 안 믿냐고요 ~    나, 이대 나온 여자라고요 ~   하지만 의사는 도시에서 악어 출현은 " 실현 불가능한 환각 " 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무시한다.  두 번째 상담에서도 그 환자는 여전히 똑같은 불평을 하지만 남자는 지난번 진단과 같은 처방을 내린다. 와, 악어 없다니까요 ~    왜, 내 말을 안 믿냐고요 ~     나, 정신과 의사라고요 ~             세 번째 상담이 있던 날,  약속했던 환자가 나타나지 않자 의사는 환자의 망상이 사라졌다며 기뻐한다.  만약에 이야기가 여기서 끝이 난다면 이 이야기는 매우 지루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며칠 뒤, 의사는 환자 친구인 k를 거리에서 우연히 만나 환자의 안부를 묻는다. k가 말한다.  그 악어한테 잡아먹힌 친구 말하는 겁니까 ?  이웃집에 사는 사람 말로는 그 집 침대 밑에서 악어가 살았다고 하더군요.                   

 

 

자신이 살고 있는 오피스텔 원룸 안에 누군가 있다고 말하는 경민(공효진 분)은 침대 밑에 악어가 산다고 말하는 정신과 상담 환자와 동일인이다. 그리고 경민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이 형사(김성오 분)는 정신과 의사'이다. 또한 혼자 사는 여성만을 노리는 범인은 사람 탈을 쓴 초록색 악어'이다(실제로 영화 속에서 범인은 경민의 침대 밑에 숨어 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남성 - 들'은 예외 없이 모두 경민의 침대 밑에 사는 악어에 대하여 " 실현되지 않는 환영 NON·REAL(IZE)  " 이라고 진단한다. 하지만 남성들에 의해 실현되지 않은 환영'으로 치부되었던 악어는 관객 앞에 " 실현된 환각 NON·ILLUSION(ED) " 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초록색 악어는 남성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여성에게는 존재하는 공포의 대상이다.  그렇다면 왜 초록색 악어는 남성들에 의해 리얼/real 이 아니다/non 라는 존재 부정을 당하는 것일까 ?   그것은 바로 초록색 악어가 일반 남성의 비밀스러운 환유이기 때문이다.  남성이 악어의 존재를 인정하는 순간, 그 행위는 곧 자기 자신을 향한 비판'이 된다.  라캉의 사유를 빌리자면 침대 밑에 사는 악어는 실재 the Real 에 가깝다. the Real 실재(계)는  the reality  현실과는 다른 개념으로 실제(實際)도 아니고 실재(實在)도 아니요, 그렇다고 실체(實體)도 아니다. " 리얼리티 없는 리얼 " 이 바로 침대 밑에 사는 악어이다. 남성에 의하면 악어는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이 존재 부정이야말로 악어를 어디에나 있도록 만든다. 악어는 침대 밑에서 출몰하기도 하고, 거리에서 바바리를 입고 여고 앞 골목길에 등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선생님이나 목사님의 탈을 쓰고 나타나기도 한다. 악어는 어디에도 없지만 어디에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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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원룸 ONE-ROOM  > 은 1인 주거 공간의 마지노선'이다. 은행 직원 경민은 1인 가구를 2인 가구로 포장하기 위해 위장을 선택하지만 원룸 자체가 독거 주거 형태'라는 점을 감안하면 효과는 미지수'다. 이보다 후퇴한 주거 형태가 < 쪽방 > 이다.  쪽방은 ROOM 를 1/2, 1/3, 1/4, 1/5, 1/6......1/13으로 쪼갠 형태로 고시원, 쪽방촌, 달방, 고시텔이 이에 속한다.  영화 << 도어락 >> 은 원룸에 혼자 사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었을 만한, 일상의 공포를 설득력 있게 제공한다. 독거의 최소 주거 공간 형태가 ONE - ROOM 이라는 점은 주인공 조경민(공효진 분)이 계약직 직원이라는 설정과 맞물리면서 주거 빈곤에 따른 현대 여성의 사회적 불안을 다루는데 성공한다. 한 칸짜리 방에 사는 여자는 이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이곳에서 물러나면 갈 곳은 방을 쪼갠 쪽방이다. 이 영화가 리얼리티를 가지는 부분이다. 하지만 살인마가 사는 공간으로 설정된 공가(空家)가 영화 중후반부터 주요 무대로 등장하면서 이 영화는 톤 앤 매너가 갑자기 와르르 무너진다. 무대가 원룸 ONE-ROOM 에서 공가(空家) EMPTY HOUSE 로 후퇴하면서 일상생활의 공포는 난도질 스플래터 장르의 판타지로 추락한다. 특히, 공가 장면들은 영화 << 목격자 >> 와 << 샤이닝 >> 냄새가 너무 나서 신선함마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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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   조   선    원    년   :



국가부도의 날, 2018



                                                                                                                  국가부도의 날에 술을 마셨던 기억이 난다.  술집은 한산했고 취객은 조용했다. 이 침묵은 앞으로 다가올 고통을 지레짐작할 수 없을 때 발생하게 되는 어떤 " 무지 " 이거나 " 증후 " 였다.

김영삼이 티븨에 나와 허리띠를 졸라매고 고통을 분담하자고 했을 때 여기저기서 욕지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난감했다, 그날은 내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자리였으니까 !  20년 전 일이라 세세하게 기억할 수는 없으나 아마도 어디선가 눈이 내리고 있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날은 절기로 小雪 이었다. 소설(小雪)에 소설(小說)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픽션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 국가는 국민 탓'을 하기에 바빴다. 국민들의 과소비가 IMF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국민 80%가 자신은 중산층이라 믿었던 시절에, 90년대 인기몰이 중이던 패밀리레스토랑에서 큰마음 먹고 생일 파티를 해본 경험이 있는 소시민이라는 누구나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다. 당시 MBC 9시 저녁 뉴스에서는 외국계 패밀리레스토랑을 취재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 이곳의 음식은 대부분 수입 원료를 사용하고 있으며 여기에 로열티까지 꼬박꼬박 달러로 지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음식점을 통해서 우리의 달러가 물이 새듯 해외로 새나가고 있습니다. 엠비씨 뉘우스 ~ 송재익이었습니다. " 죄인이 된 국민은 외화를 모으기 시작했고 장롱 속 금을 내놓기도 했다. 20세기 초에 벌어졌던 국채보상운동이 21세기를 앞둔 끝무렵에 재현된 것이다. IMF 다음해, 9622명의 국민이 자살을 선택했지만 IMF 사태에 대해 1차적 책임을 져야 할 정치인과 경제 관료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영화 << 국가부도의 날, 2018 >> 은 내가 허름한 술집에서 생파를 하던 날로부터 일주일 전을 다룬다. 딱 잘라 말해서, 영화는 < 설명 > 은 많은데 < 갈등 > 은 없다.

이 영화에서 핵심 축이라 할 수 있는  한시연(김혜수 분)과 윤정학(유아인 분)은 관객들을 향해 경제 강의를 늘어놓는다. 문제는 두 등장인물 모두 내적 갈등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우선, 한시연과 팀원은 서민 편에 서서 IMF 구조 금융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유가 입체적으로 와닿지 않는다. 감독은 이 문제를 의식했는지 영화 끝에 가서 김혜수와 허준호가 " 남매간 " 이라는 반전을 준비했는데 이 촌수寸數 반전'은 너무나 뜬금없어서 촌스러운 반전처럼 보인다. 그리고 유아인이 연기한 윤정학은 있으나 마나 한 캐릭터'다. 영화 << 빅쇼트 >> 에서의 마이클 버리(크리스찬 베일) 캐릭터를 그대로 카피한 윤정학은 염치없게도 그 유명한 대사도 그대로 훔친다.

마이클 버리와 윤정학의 차이점은 마이클 버리는 " 갈등하는 캐릭터 " 이고 윤정학은 " 갈등하는 척하는 캐릭터 " 라는 점이다. 이 차이가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들기도 하고 납작하게 만들기도 한다. 갈등은 보이지 않고 설명만 늘어놓다 보니 김혜수와 유아인이 연기한 캐릭터는 모두 입체적이지 못하고 납작한 캐릭터가 되었다. 이 영화에서 캐릭터를 가장 쓸모 있게 사용한 예는 조우중이 연기한 재정국 차관이다. 그 또한 갈등 없는 인물이기는 마찬가지이지만 이 캐릭터가 생생하게 살아남을 수 있었던 데에는 악마는 원래 갈등이 필요 없는 존재라는 데 있다. 인간은 갈등하지만 악마는 갈등하지 않는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국민의 과소비가 국가를 망하게 만들었다는 주장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나라 망하게 생겼다는 지금의 주장과 닮았다. 국민소득 3만불 시대에 30년 넘게 일한 제화공의 월급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100만 원 남짓이라면 그런 나라는 망해야 한다. 1997년은 헬조선 원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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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05 14: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05 14: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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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들









1. 제이케이 필름 영화 -


JK필름 영화의 특징은 " 양념이 많다 " 는 점이다. 영화 속에 온갖 양념을 아낌없이 퍼부으니 웃짠(웃고 짠하고..)하게 된다. 코미디라는 양념, 볼거리라는 양념, 신파라는 양념...... 맵고, 짜고, 달다. JK필름 영화를 보고 나오면 당신은 알게 모르게 엉덩이에 털이 나는 수치를 경험하게 된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윤제균 감독의 철학이 반영되다 보니 흥행만 되면 장땡이라는 모토 아래 JK 필름은 오늘도 돌아간다. 그런데 양념이 많이 들어가거나 부재료가 많이 섞인 음식은 의심을 해야 한다. 내 주장이 아니라, 음식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자주 하는 충고'다. 자극적인 양념은 주재료의 품질을 감추는 용도로 적합하다. 한우 꽃등심을 고추장 양념으로 요리하지는 않는다. 왜냐고 묻지 마라, 주재료의 맛 자체가 훌륭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맛이 떨어지는 고기 부위는 대부분 양념 주물럭으로 요리를 한다. 질 낮은 주재료의 맛을 숨기기 위해 자극적인 양념을 과도하게 투하하는 까닭이다. 단맛과 짠맛은 일종의 포장술인 셈이다. 영화라고 해서 다를까 ? JK필름은 한 가지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루지 못한다. 감독의 인문학적 교양은 박약하고 돈벌이에는 박식하니 웃짠을 대표하는 << 국제시장 >> 이나 << 해운대 >> 같은 영화가 탄생하게 된다. 이병헌이 늙은 복서로 등장하는 << 그것만이 내 세상 >> 은 인문학적 교양이 박약하고 돈벌이 욕심은 박식한 제작자가 영화를 만들 때 범하게 되는 오류'이다. 제이케이 필름은 장애인 인권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그것을 신파로 이용할 생각만 한다. 그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보통의 장애인이 아니라 장애인이 천재적 재능을 가졌을 때(영화 속 주인공 동생은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 있다)이다. 위의 영화 모두 관객 동원에 성공한 영화이니 소비자의 니즈를 분석하는 능력은 탁월하나 이따위 개 같은 쓰레기 영화가 훌륭한 음식이라고 말하는 것은 모순이다. 맥도날드 햄버거가 맛은 좋지만 정크푸드의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하듯이, 제이케이 필름도 맛은 좋지만 영양은 쓰레기'다.






2. 국가대표 2


슬프지 않은 신파를 보는 것도 고역이긴 하지만 웃기지 않은 개그를 보는 것도 고역이긴 마찬가지'다. 영화 << 국가대표 2 >> 는 웃기지 않은 개그와 상황이 연속으로 등장한다. 웃기려고 작정하나 웃기지 않으니 민망할 뿐이다. 무엇보다도 게으른 각본가가 제작에 참여했을 때 보여줄 수 있는 총체적 난국을 그대로 보여준다. 하나부터 열까지 억지 설정이다 보니 관객은 이 영화를 콩트로만 받아들이게 된다. 당연히 리얼리티가 주는 실감 나는 체감을 보여주지 못한다. 모든 영화의 핵심은 동병상련이다. 주인공이 느끼는 곤경을 타자인 관객이 받아들일 때 몰입이 발생하게 된다. 이 몰입이 좋은 영화를 만든다. 리얼리티가 중요한 이유이다.



3.  목격자

문장의 앞과 뒤를 이어주는 것은 문맥이다. 요령이 없어서 문맥이 맞지 않으면 맥락이 끊기고, 맥락이 끊기면 부조화가 발생한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좋은 문장(장면)이 있고, 문장과 문장을 이어주는 좋은 문맥(편집)이 있다면 좋은 영화가 탄생하지만, 맥락이 끊기면 부조화가 발생한다. 저잣거리 입말로 쉽게 말하자면 개소리. 장면과 장면을 연결할 때 맥락이 끊기면(논리적 모순에 직면하게 되면) 관객은 영화의 메시지가 PC하다 해도 결국에는 개소리'로 들려서 " AC ~ , 뭔 개소리여 ! "                    영화 << 목격자 >> 는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개소리로 일관한다. 살인범이 피해자를 암매장할 장소로 도심 한복판 아파트 뒷산을 선택한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가 얼마나 멍청한 줄거리를 가지고 있나 알 수 있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살인범이 피해자를 암매장하기 위해 차를 몰고 도착한 곳은 서울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 뒤 뒷산이다. 아니, 뒷산도 아니고 그냥 동네 동산이다. 주민 3,000명은 족히 살 법한 아파트 단지 뒷산에 ??!  개연성이 없다 보니 이야기는 점점 산으로 가는데..... 맙소사, 결말은 진짜로 산으로 간다. 아아. 목격자여 ! 산산(山山)이 부서질 이름이여.  이 영화는 문장이 형편 없을 뿐만 아니라 문맥도 맞지 않아서 맥락이 끊긴,  더럽게 재미없는 싸구려 펄프픽션 같다. 감독님, 영화 그따구로 만들지 마세여.







4. 신과 함께 1,2


<< 신과 함께 >> 시리즈는 온갖 산해진미를 맛볼 수 있는 영화이다. 토속 신앙에 기반을 둔 스토리이다 보니 궁중요리 같다가도 화려한 볼거리가 제공되니 퓨전요리 같기도 하다. 남녀노소 모두 좋아할 재료-들이다. 일종의 거대한 냉장고 같다고나 할까. 식재료가 다양하다 보니 그 어떤 요리도 만들 수 있을 것만 같은 욕심이 생긴다. 매운맛이 나는 재료를 사용하면 신파가 될 것이요, 겨자를 겯들이면 하늘을 나는 맛이 될 것이다. 그런데 재료가 많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음식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소울-푸드'라고 말하는 음식의 핵심은 결핍에 있다. 정신적 허기는 결핍에서 파생되는 감정이지 풍요에서 발생하는 풍미는 아니다. 그렇기에 볼거리 많은 << 신과 함께 >> 는 단백해서 맛있는 영화가 아니라 기름져서 맛있는 영화일 뿐이다. 튀겨서 맛이 없는 음식은 없다. 보고 나면 느끼한 맛에 동치미 국물 한 대접 마시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영화는 용량이 작은 냉장고 속에 보관된 몇 가지 재료'로 단백한 음식을 만드는 것이다. 모자란 재료는 집 앞 구멍가게에서 그때그때 공수해서 사용하면 된다. 영화를 만드는 감독 입장에서는 용량이 큰 냉장고를 원하겠지만, 자칫하면 대용량 냉장고는 재앙이 될 수도 있다. << 물괴 >> , << 인랑 >>, << 군함도 >> 가 대표적이다.





※  내가 아는 지인은 강남에 살지는 않지만 강남 좌파'처럼 행동한다. 진보 단체 활동도 하고 정기적으로 후원도 한다. 그리고 공정무역거래 상품을 주로 구매하는 착한-소비'를 실천하는 사람이다. 예를 들면 커피콩을 경작하는 흑인에게 이윤이 갈 수 있도록 만든 착한 무역 상품을 웃돈 주고 사는 식이다. 그런데 나는 그가 윤리적 소비자라는 데 1%도 동의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는 한 달에 두세 번 창고형 대기업 마트에서 식재료를 대량 구입해서 사용한다. 집에는 대용량 냉장고와 대용량 김치냉장고가 있을 뿐만 아니라 대용량 냉동고'도 있다. 음식을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이 넓다 보니  재료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것이 가능하다. 속으로 나는 생각한다. 조까고 자빠졌네. 착한 소비는 별것 없다. 집앞 구멍가게에서 파는 맥주가 대기업 대형 할인 마트에서 파는 맥주보다 2,300원 더 비싸도 그때그때 구멍가게를 이용하는 것이 공정무역거래라며 웃돈 주고 사는 착한 상품을 구매하는 것보다 윤리적'이다. 내가 사는 동네는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창고형 대형마트가 있지만 나는 일부러 구멍가게를 이용한다. 어느 때는 맥주 가격이 대형할인마트보다 300원이나 더 비싸지만 불만을 가지지 않는다. 동네 구멍가게는 오랫동안 대형 냉동고와 냉장고 역할을 담당했다. 구멍가게에서 파는 맥주가 공장 출시 가격보다 비싼 까닭은 구멍가게의 대형 냉장고와 냉장고 사용료가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구멍가게가 냉동고와 냉장고 그리고 음식 저장소 역할을 대신하다 보니 굳이 우리는 집에 대형 냉장고를 둘 필요 없다. 용량이 작은 냉장고만으로도 싱싱한 식품을 얻는데 불편함이 없는 것이다. 그것이 착한 경제적 순환이다. 미국처럼 땅덩어리가 넓어서 식품을 공수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면 문제는 달라지겠지만,  24시간 동네 슈퍼가 불을 밝히는 대한민국에서 식품을 대용량으로 구매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구멍가게에서 사용하던 대형 냉장고를 집집마다 구매하고는 식재료를 대량으로 구매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  먹다가 남긴 고기는 냉동고로 직행하다가 결국에는 버리게 되고, 할인 행사 때 산 유제품 묶음도 결국에는 유통기간이 지나 버리기 일쑤다. 이게 윤리적이며 합리적 소비 형태인가. 냉장고에 식재료가 가득 차면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인 결과를 도출하게 된다. 자유를 제한할 때 발생하는 스트레스보다 선택의 폭이 넓을 때 발생하는 스트레스가 더 크다. 냉장고는 작을수록, 그리고 적을수록 좋다. 그것이 윤리적 소비'이다.








+

추석 당일,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 아비정전 >> 을 상영한다. 오후 6시 30분 1회. 갈까 말까 고민 중이다. 마흔 번 넘게 보았으니 볼 것 안 볼 것 다 본 사이이지만 그래도 볼 때마다 아련한 향수에 젖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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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8-09-25 13: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유를 제한할 때 발생하는 스트레스보다 선택의 폭이 넓을 때 발생하는 스트레스가 더 크다.˝ 이 문장에 무릎을 치고 갑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8-09-25 14:37   좋아요 0 | URL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은 그만큼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증거가 되겠지요. ox 문제보다 4지선다형 문제를 틀릴 확률이 더 높듯이..
 

 

 

 

 

 

 

                                           


꿀    떡    과         개    떡     :


 

 


 


 

튼튼이의 모험, 2017


 



꿀 발라났드나 나도 함 묵어보자

- 봉숙아, 장미여관 

                                                         

 

 

 

일단 영화 평점부터 매기고 시작하자. 이 영화는 10점 만점에 9점이다. 올해 본 한국 영화 중에서 가장 재미있다. 내가 시작부터 결말을 매조지하고 시작하는 이유는 제작비 꼴랑 2000만 원으로 만든 인디 영화라고 해서 지레짐작으로 얕잡아보고는 글을 읽지도 않은 채 스킵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였다. 우선 약관을 보도록 하자.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제작비 230억이 든 << 인랑 >> 보다 꼴랑 2000만 원이 든 << 튼튼이의 모험 >> 이 훨씬 재미있고 완성도가 높은 영화라는 사실을 !  내 말에 동의한다면 부처 핸섬 ~  때깔이 좋다고 해서 좋은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비주얼은 12첩 반상 중에서 그저 한 종지를 책임질 뿐이다. 때깔 좋은 " 성찬 " 대신 땟국 줄줄 흘러도 맛이 나는 " 3찬 " 밥상도 있는 법. 지금은 웰빙 시대. 요즘은 꿀떡보다 개떡이 건강식품이다. 또한 관객 수준도 높아져서 개떡같이 말해도 꿀떡 같이 알아듣는다. 화려한 비주얼이 빈약한 서사를 커버하는 시대는 지났다. 김지운 감독에게 충고하고 싶다. 230억짜리 메로나를 누가바 ? 


영화 << 튼튼이의 모험, 2017 >> 은 개떡 같은 영화'다. 만듦새가 영락없이 개떡이다. 반지르르르르르르르하게 꿀 발라 놓은 떡에 비하면 형편없지만, 바로 그 < 형편없음 > 이 이 영화를 기똥차게 만들었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형편없는 삶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주제와 형식이 대동단결하여 합일을 이루어 운우지정을 나누니 좋지 아니하다 말하지 않을 수 있는 이는 없지 않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제목만 보면 미취학 아동용 모험 영화처럼 보이지만 이 영화에 출연한 배우의 평균 나이는 33.3세'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들이 2주 후면 사리질 레슬링 부 고등어'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주둥이 주변에 솟은 수염은 보들보들한 솜털이 아니라 씨알 굵은 수염의 밑동이니, 그 아무리 질레트 프리미엄 쉐이빙폼으로 나노의 오차를 허용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불알의 멜라닌 색소를 감쪽같이 감춘다 한들 그 가무퇴퇴한 주둥이를 숨길 수는 없는 노릇.  가무퇴퇴한 아저씨들이 청춘의 불알을 꿈꾸며, 아니 청춘의 부활을 꿈꾸며 다시 파릇파릇한 등 푸른 고등어를 연기하는 것이다. 보면 가관이다, 가관. 옷 입은 꼬라지를 보라 !  하지만 < 이따구 가관 > 은 영화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다, 전혀 !  오히려 B급 병맛 코미디만이 낼 수 있는 맛을 선사하다.

깡촌 변두리 촌구석 업 앤 다운타운 정서를 건드리는 연출 솜씨가 탁월하고, 오고 가는 입말의 아밀라아제 구강 액션이 << 인랑 >> 의 불알 액션보다 통쾌하다. 다시 한번, 김지운 감독에게 충고하련다. 영화를 고따구로 만들려면 불알에서 입을 떼 !                                   영화 줄거리는 기존 스포츠 서사의 클리셰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지만 그것이 단점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캐릭터 구축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특정 장르가 허용한 서사의 관습을 적극 끌어들인 영화일수록 중요한 것은 서사가 아니라 캐릭터'다. 이 영화는 아아 _ 웃다 보면, 어어 _ 눈물이 난다, 우우. 

개떡 같이 형편없는 영화도 당신을 감동시킬 수 있다는 것(이 영화가 개떡 같고 형편없다는 뜻은 아니다). 그것이 바로 이 영화의 주제이기도 하다. 개떡 함부로 뱉지 마라. 그리고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군가를 위해 죽도록 씹한 적이 있었느냐. 오래 씹히다 보면 단맛이 난다. 아, 모야. 이런 개떡. 놓치지 마시라. 이 영화, 놓치면 반드시 후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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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an 2018-09-10 18: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꼭 봐야겠습니다~ ˝재밌잖아, 레슬링˝ 명대사네요. 그냥 재밌어서 뭔가를 해본지가 언제였는지 기억이 안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8-09-11 12:46   좋아요 0 | URL
꼭 보세요. 진짜 재미있습니다. 제가 요즘 한국 영화 볼 때마다 뚜껑이 열리고는 하는데..
사실 이런 인디 영화가 한국 영화의 거름입니ㅏ다.....

무해한모리군 2018-09-11 09: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꼭 봐야겠습니다. 원래 B급 공포영화가 최애장르 그다음이 B급 코메디인 사람이라 기대기대. 지구를 지켜라 아라한 장풍대작전 이후 엄청 좋아진 우리영화는 없었는데 꼭 봐야겠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8-09-11 12:45   좋아요 0 | URL
넘버3이후 생생한 입말의 장점이 이토록 잘 산 영화가 좀 드룹니다.. 확실히 이 영화 좋습니다..

2018-09-15 08: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15 1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