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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두부는  콩물을   잘  끓이고

좋은  멜로는     애를   잘  끓인다  :

노심초사




 

                                                                                                       때는 바야흐로 2026년, 가상의 대한민국. 배경이 미래이다 보니 영화 << 인랑 >> 의 장르는 SF 액션 정치 스릴러 멜랑꼴리 활극. 하지만 장르의 " 무게감 " 은 휘발되고 장르의 " 무력감 " 만 남아 관객의 눈꺼풀을 무섭게, 졸라 허벌나게, 짓누른다.

활극은 " 활기 " 가 핵심인데 " 생기 " 가 없다.  활어 횟집 수족관 속에 갇힌, 쪼그라든 개불 같다. 특히, 기관총 MG42 총구에서 불꽃을 튀기며 총알을 난사할 때마다 이 영화 장르가 SF가 맞나 _ 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밀덕(밀리터리 덕후)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MG42 기관총은 2차대전 때 독일군이 사용하던 화기가 아니었던가. 더군다나 저항 세력인 섹트가 사용하는 무기도 전부 2차대전 때 독일군이 사용하던 무기'다. 강동원이 < 프로텍트 기어 > 입고 MG42 기관총을 든 모습은 마치 아이언맨이 구석기 돌칼 들고 있는 꼴'이다.  

관객이 이 영화를 보면서 " 미래에 대한 시각적 쾌락 " 을 느꼈는지 궁금하다.  만듦새가 형편없는데 여기에 덧대어 뜬금없이 멜로가 끼어드니 역시나 메로나'가 되었다.  여기서 잠깐, 그 유명한 멜로에 대한 정의. 멜로란 어긋남의 미학이다. 오고 가다 다 만나면 그것은 멜로가 아니라 텔레토비'다. 아이~ 좋아 !                            이 영화에서는 남자와 여자는 두 번 만나는데 그새 눈이 뒤집어진다. 눈부신 남자와 눈부신 여자가 만났으니 첫눈에 불꽃이 튈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변명할 수는 있으나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 사랑은 에로 영화이지 멜로의 자격 요건이 되지 못한다.

멜로는 약불에 은근히 오래 끓여야 하는 서리태 콩물 같아야 제맛이다. 바닥이 타지 않게 쉼 없이 나무 주걱으로 저어주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요, 끓는다 싶으면 찬물을 부어 식혀야 한다. 그리고 때가 되면 거품도 빼야 하고 간수도 넣어야 한다. 불 조절은 필수다. 이처럼 불 앞에 앉은 사람은 노심초사하는 마음으로 펄펄 끓는 콩물을 다룬다. 멜로도 그렇다. 펄펄 끓는 애끓는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바로 멜로'이다. 사랑은 뜨거운 열정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펄펄 끓는 마음에 찬물을 부어야 할 때도 있고 마음에 거품이 생기면 걷어낼 때도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달기만 한 음식은 불량식품이니 간수 넣어 짭짜래한 맛'도 내야 한다.  짠맛 없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좋은 두부를 만들기 위해서는 (콩)물을 잘 끓여야 하고 좋은 멜로를 만들기 위해서는 애를 잘 끓여야 한다. 다양한 장르 속에 멜로가 끼어들 수는 있다. 하지만 멜로가 < 메로나 > 가 되는 순간, 그 영화는 망한다. 오랜 시간을 두고, 심초사하는 마음 없는 멜로는 메로나'다. 이 영화는 한마디로 재앙'이다. 잘생긴 남자와 눈부신 여자만 믿고 SF 멜로를 만들다가(심한 말로 까불다가) 좆된 영화'다. 이 영화의 제작비가 180억이라고 한다. 매우 신난다. 여기까지는 겉말이다.


본론은 지금부터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노회찬은 배우 남궁원의 아들인 홍정욱에게 3% 차이로 져서 낙선하고 만다. 정치 신인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정치 무뇌아 홍정욱이 당선이 된 이유는 스펙과 잘생긴 얼굴 덕이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기자가 물었다. " 외모 경쟁력에서 밀려서 낙선하신 것 아닙니까 ? " 무례한 질문에 대해 노회찬은 유쾌하게 대답했다. " 우리 엄마에게는 홍정욱보다 내가 더 미남입니다. " 주연배우의 외모가 훌륭한 멜로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노심초사 없는 멜로는 메로나이고, 노심초사 없는 정치는 헛빵이다.

지정학적 배경 때문에 대한민국에서는 진보 정치는 불가능하다고 말할 때 노회찬은 노심초사 진보 정치를 위해 가시밭길을 걸었던 정치인이다. 노회찬의 노심초사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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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8-08-01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성엔가 가서
베어마흐트가 전쟁 당시 사용하던 실물 MG-42
의 위용을 보고 깜딱 놀란 적이 있습니다.

연합군에게는 참말로 재앙이었다고 하죠.

그런데 21세기 영화에 그런 무기가 등장하다니요.

멜론도 아닌 메로나라니요. 쌩뚱 맞은 로코 전개
가 아주 황당했더라는 전언이...

곰곰생각하는발 2018-08-02 15:17   좋아요 0 | URL
이 총 구닥다리 총입니다.
제가 군에서 사격조교여서 남들보다는 조금 더 총기에 대해서 아는데
아니 이 구닥다리 총들고 sf라고 말하면
농담이 심한 거죠..
국산총 시리즈인 k시리즈도 디자인도 깔끔하고 좋아요.
하여튼 다 떠나서 영화 자체가 그지같이 만들었습니다.
특히 러브라인은 최악입니다...
 
어느날 : 초회 한정판
이윤기 감독, 김남길 외 출연 / 오퍼스픽쳐스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나 랏  말 쌈 이  듕 국 과  달 라 요  :

 

 

 

 

 

 

 

 

 


 

장님과 시각장애인


 


                                                                                                        아버지는 밥상머리 교육에 엄하셨다. 음식을 씹을 때 쩝쩝 _ 소리가 나면 엄중 경고를 하셨다. 족보 있는 집안이다 보니 식사 예절에 신경을 쓰는 것은 어쩌면 양반으로서 당연한 도리가 아니겠는가.

남들은 딸랑이 장난감 잡고 놀고 있을 나이에 나는 고사리손으로 쇠젓가락질을 해야 했다. 젓가락으로 좁쌀 한 톨을 짚는 그날까지 !  향기로운 족속으로서 숙명이려니 했다. 하지만 역사 수업 때 내 조상의 만행을  알고 나서는 삐뚤어지기 시작했다. 홍다구, 몽고 말로는 찰구이. 고려인이면서 몽골에 귀화하여 후에 고려의 점령군이 된 몽골 장군. 백성을 괴롭히고 수많은 여자를 겁탈했으니 그 만행이 하늘을 찔렀다고 한다. 나는 뼈다구, 아니..... 홍다구의 자손이었다. 뼈대 있는 집안은 알고 보니 뼈다구 집안이었던 것이다. 주먹 불끈 쥐고 괄약근 꽉 조였다. 속으로 생각했다. 나는야 뼈다구 찰흙구이의 자식. 으으으으, 삐뚤어질 테다 !

그 후, 밥상머리 교육에 심드렁한 태도로 일관했다. 지금도 기억나는 밥상머리 교육 중 하나는 " 이빨 " 이었다. 이빨이 흔들려서 이빨이 흔들린다고 말했을 뿐인데, 아버지는 혀를 끌끌 차시며 말씀하셨다. 이빨은 상것들이나 쓰는 표현이란다. 앞으로 이빨이라는 말 대신에 치아'라는 표현을 쓰거라. 아버지의 지적은 정확하다. 국어사전에서도 < 이빨 > 은 이를 낮잡아 표현한 말이라고 지적하고 있으며, < 치아 > 는 이를 점잖게 표현한 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한글 정책 마피아의 사대주의 근성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빨과 치아, 그 차이는 무엇일까 ?  < 이빨 > 은 순우리말이고 < 치아 > 는 한자 조합으로 구성된 말이다.

이 차이가 성과 속을 가른 것이다. 순우리말이 천대받는 일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금 당장 노량진 수산물 시장에 가면 내 주장이 일리있다는 사실에 동의할 것이다. 못생긴 생선들은 죄다 순우리말로 구성된 이름을 가지고 있다. 표준화된 물고기 몸매를 벗어나는(초등학생에게 물고기를 그리라고 하면 대부분 숭어와 닮은 그림을 그린다. 어른도 마찬가지다. 표준 몸매보다 납작하거나 둥굴거나 길면 탈락 대상이다)갈치 멸치 넙치 개복치 볼락 우럭 쏨뱅이 쏘가리 송사리 미꾸라지 망둥이 가자미는 순우리말로 구성된 이름이다. 반면에 표준화된 물고기 몸매를 가진 생선은 한자 조합으로 구성되었다.

숭어, 전어, 연어, 민어 따위는 모두 한자 조합으로 구성된 단어다. 예나 지금이나 표준화된 몸매에 대한 집착은 변함이 없다. 특히, 한국인은 타인의 얼굴과 몸에 대한 평가와 참견을 당연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네네, 魚련하시것어요. 이윤기 감독이 연출한 << 어느날, 2016 >> 에서는 장님과 시각장애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보험회사에 다니는 남자 주인공(김남길)이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여자 주인공(천우희)이 장님이라는 사실을 지적하자 친구는 크게 화를 내며 잘못을 지적한다. " 장님이 아니라 시각장애인이요. " 장님이 아니라 시각장애인이라는 지적은 여러 등장인물을 통해 다시 여러 번 지적된다.

PC(politically correct)함을 강조하기 위한 메시지라는 사실은 알겠으나 나는 이 지적이 굉장히 불편하다. 사전을 찾아봐도 장님은 시각 장애인을 낮잡아 부르는 말이라고 지적하고 있지만 이 기준은 또 다른 의미에서 한글 정책 마피아의 지독한 편견이자 편애'이다. 그것은 PC를 가장한 AC 다. 에이 씨 ~   설마 _ 하는 마음으로 장님과 같은 뜻인 < 맹인 > 과 < 소경 > 을 찾아보았다. < 맹인 : 盲人 > 의 사전적 의미는 시각장애인을 달리 이르는 말이라고 지적하고 있으며 < 소경 > 에 대해서는 시각 장애인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니까 순우리말 조합인 장님과 소경은 모두 천박한 표현이라고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한글 정책 마피아의  순우리말에 대한 지독한 편견과 한자에 대한 무한한 편애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 너의 PC함에 나는 AC로 대응하겠다. 이 씨발놈들아, 밥은 먹고 다니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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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팥 인생 이야기
두리안 스케가와 지음, 이수미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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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일 




 



 



 


                                                                                                     내가 안양 충훈부 반지하 샛방에서 살 때 일이다. 주당 대여섯 명과 술 약속이 있어서 신촌에서 모였다. 술 깨나 마신다는 사람들이 모여 술을 술술 마시니 늘어나는 것은 빈 술병이었다.  술잔이 몇 순만 돌아도 바닥에는 빈병이 나뒹굴었다. 나는 그날따라 부피가 꽤 큰 백팩을 가지고 갔었는데 가방 속 내용물을 비우고 난 후 그 빈 술병을 채웠다. 열댓 병 정도 채웠을까 ?  

배낭 지퍼가 닫히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술기운에 기를 쓰고 지퍼를 닫았다. 문제는 집으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 발생했다. 막차에 몸을 싣고 잠을 자고 있었는데(자리에 앉았는지, 아니면 선 채 잠이 들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갑자기 소란스러운 소리에 눈을 떴다. 백팩 지퍼가 내부 압력으로 인해 서서히 밀리면서 가방 문이 열리면서  술병들이 바닥에 쏟아져나온 것이다. 장관이었으리라. 술병이 여기저기 데굴데굴 굴러가기 시작했다. 당황한 사람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다. 그 전철역 안에 탄 승객 모두 당황한 눈치였다. 뭐지. 이 시츄에이션은 ??!   나는 잠시 동안 어찌할 바를 몰라 충혈된 눈으로 멍하니

그 아름다운 장관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상한 행복감이 찾아왔다. 즐거운 일이 생겼다는 것에 대한 기대감. 그때 나는 쟈크 프레베르의 < 꽃집에서 > 란 시가 생각났다는 말은 뻥이지만, 상황을 돌이켜보며 후술하자면 그 시의 상황과 비스무리한 느낌을 받았다.


꽃집에서 / 쟈크 프레베르  

어느 남자가 꽃집에 들어가

꽃을 고른다

꽃집 처녀는 꽃을 싸고

남자는 돈을 찾으러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

꽃값을 치를 돈을.

동시에 그는

손을 가슴에 얹더니

쓰러진다.

  

그가 땅바닥에 쓰러지자

돈이 땅에 굴러가고

그 남자와 동시에

돈과 동시에

남자는 죽어가도

꽃집 처녀는 거기 가만 서 있다.

물론 이 모두는 매우 슬픈 일

그 여자는 무언가 해야 한다.

  

꽃집 처녀는

그러나 그 여자는 어찌할지 몰라

그 여자는 몰라

어디서부터 손을 쓸지를

  

남자는 죽어가지

꽃은 부서지지

그리고 돈은 굴러가지

끊임없이 굴러가지

해야 할 일이 그토록 많아.



맨정신이었다면 쪽팔려서 다음 역에서 내렸을 것이 분명하나, 술김에 용감해진 나는 데굴데굴 구르는 술병을 쫓아가서 하나하나 가방에 담기 시작했다. 술에 취한 오징어 한 마리가 이리저리 휘적대며 공병을 주으니 그 풍경은 가방에서 빈병이 우르르 쏟아질 때보다 더 아름다운 풍경이었을 것이다. 시바, 그러거나 말거나 !  하지만 공병을 가방 속에 어느 정도 채워 넣자 더 이상 들어가지 않았다.  아직도 몇 병이 남았는데 말이다. 이 모든 일은 매우 슬픈 일. 나는 바닥에 앉은 채 다시 술병을 꺼낸 후 오와 열을 맞춰 다시 차근차근 담기 시작했다. 술병을 남김없이 가방에 담은 후 지퍼를 완벽하게 채웠을 때의 기쁨이란.

사연은 이러했다. 그 당시에 나는 매일 술을 마셨다. 당연히 내가 사는 집 현관문 앞에는 날마다 빈병이 쌓여 있었다. 이 병은 공병 줍는 노인이 아침 일찍 찾아와 수거해 갔다. 그 일을 계기로 종종 그 노인과 마주칠 때면 인사를 하곤 했는데, 그날..... 그러니까 술모임이 있던 날, 빈병을 보니 갑자기 그 노인이 생각났던 모양이다. 음......술병을 챙겨서 노인에게 갖다 줘야겠어 !                            어느 날이었다. 집에 오니 옆집 현관문이 열리면서 이웃이 내게 검은 비닐봉지를 내밀었다. 어느 노인이 부탁했단다. 공병 줍는 노인이 분명했다.

꽁꽁 싸맨 덕분에 한동안 시름하다가 가위로 비닐 주둥이를 자르니 그 속에는 다시 여러 개의 작은 비닐봉지가 담겨 있었다. 밑반찬이었다. 그때...... 정말 눈물이 터졌다. 좋은 안주를 핑계 삼아 소주를 마셨다. 취기가 오르자 다시 눈물이 터졌다. 냉장고 속에서 차갑게 식은 반찬이 목구멍으로 들어가자 이상하게도 따스해졌다. 음식이란 묘한 구석이 있다. 가와세 나오미 감독이 연출한 << 앙 : 단팥 인생 이야기, 2015 >> 를 보다가 문득 그때 그 노인이 생각났다. 음식이란 사람을 울컥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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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  전 ,    두   번 째     리 뷰   :




 



쪽은 팔 수 없습니다 !


                                                                                                        서당 개 삼 년에 풍월을 읊는다는 속담이 있다. 마찬가지로 극장에서 삼십 년 영화를 보다 보면 자막 없이도 대충 영화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장르의 법칙에 익숙해지다 보면 돌아가는 꼴을 대충 지레짐작할 수도 있다. 궁예의 후예가 되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수준에 다다르게 되는 것이다. 남들이 주먹 불끈 쥐고 괄약근 꽉 조이며 영화 속으로 빠져들 때 당신은 웃으면서 코를 판다면....... 진정한 달인'이다. 앗, 블루스 윌리스가 귀신이었어 !                            경악, 충격, 공포에 술렁거릴 때 당신은 방귀 뀌며 hahaha !  극장에서 괄약근을 조이는 짓은 하수나 하는 일, 고수는 항상 괄약근을 푼 채 영화를 즐긴다. 영화 << 독전, 2018 >> 에서 감독이 관객에게 이선생, 누구게 ? _ 라는 떡밥을 던졌을 때 어느 정도 느와르라는

장르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5분 안에 이선생이 누구인지 인지했을 것이 분명하다. 이 영화가 때깔은 훌륭하나 개성 있는 색깔을 선보이는 데에는 실패한 이유이다. 만약에 당신이 영화 결말부에 이선생 정체가 폭로되었을 때 경악, 충격, 공포에 휩싸였다면...... 진정한 쪼다'다. " 이선생 " 은 누가 봐도 << 유주얼 서스펙트,1995 >> 의 카이저 소제'다. 영화 << 유주얼 서스펙트 >> 에서 " 카이저 소제 " 가 관객을 속이기 위한 맥거핀으로 작용했다는 사실을 계산한다면,  << 독전 >> 에서 케빈 스페이시 역할을 누가 담당하고 있는지 살펴보면 답은 나온다. 이런 영화는 서술보다는 진술(자)을 유심히 살펴보아야 한다.

그렇기에 이 영화 시나리오는 시나브로 산으로 간다.  선장이 산 정상에 올라 " 이 산이 아닌가벼 ! " 라고 넋두리하는 것은 배부른 소리다. 다만, 이 영화의 때깔만큼은 죽여준다. 미술, 편집, 음악 어느 하나 흠잡을 데 없다. 무엇보다도 이 때깔에서 6할 정도는 영화음악을 담당한 달파란 몫으로 돌려도 좋다. OST, 죽여준다. 누군가는 줄거리는 허접한데 지나치게 " 가오 " 만 잡는 영화라고 비판하는 이도 있으나,  나는 이 때깔을 비판할 생각은 없다. 이 영화는 느와르라는 형식을 빌렸으나 사실은 조폭영화의 변용에 가깝다. << 넘버 쓰리 >> 가 코미디라는 형식을 빌려 세태를 풍자한 이후

한국영화에 특화된 장르로 발전한 조폭영화는 코미디와 가족 드라마를 껴안으면서 한때 번성했으나 지금은 쇠락을 거듭한 결과 느와르라는 장르를 끌어들여서 다시 한 번 재기에 성공한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느와르 영화이면서 동시에 조폭영화 장르이다. 양아치에게 " 가오 " 는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이다.   양아치는 짝은 팔아도 쪽은 함부로 안 판다. 그렇기에 << 신세계, 2013 >> 에서 정철(황정민)은 칼빵에 몸부림치면서도 호기롭게 외친다. " 드루와, 드루와 ! "  가오'란 그런 것이여, 브라더.    그 맛에 불알후드들은 조폭영화를 보는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조폭영화가 느와

르라는 장르를 선택하면서 BL(BOY LOVE)를 끌어들인다는 점이다. 그 정점이 바로 밤꽃 향기 작렬하는 << 불한당, 2017 >> 이다. 이 영화는 밤꽃 냄새도 밤꽃 향기일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그리고 성소수자였던 감독이 만든 << 독전 >> 도 불알후드들의 멜랑꼴리한 핏빛 서정을 담고 있다. 끝으로 << 독전 >> 에서 흘러나왔던 곡, 하나 걸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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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가 가 는   주 먹 질 에    불 타 는   사 랑   :




 



    영화, 독전 2018







 


                       

 < 거울 앞에 선 당신 > 이라는 제목으로 영화 << 달콤한 인생 >> 에 대한 리뷰를 작성한 적이 있다. 코미디를 중심으로 한 한국형 조폭 영화 장르가 흥이 쇠하자 그 대안으로 느와르를 끌어들인 영화'다. 외형은 느와르이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코미디로 우려먹은 조폭영화'를 느와르라는 장르로 변용한 것이다.  내가 이 영화에서 주목한 대목은 보스(김영철)과 선우(이병헌)의 동성애 코드'였다. 하드코어 러브 라인'이라고나 할까 ?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감정은 사랑에 눈이 먼 " 질투 " 다. 여자 희수(신민아)는 두 남자를 파괴하게 만드는 팜므 파탈 역'이다. 느와르 장르에서는 검열을 피하기 위해서 동성애를 의리(믿음), 충성심, 복수심 따위로 치환하는 경우가 많다. 불알후드는 사랑이라는 말을 하지 못해 의리, 의리, 의리를 외친다. 사실, 남녀를 불문하고 모든 사랑은 싸움에서 싹트는 것이 아닌가. 로맨틱 코미디가 서로 꼴도 보기 싫은 두 남녀가 티격태격 싸우다가 하룻밤에 만리장성을 쌓는 장르라면, 현대 느와르는 두 남자가 주먹질을 하다가 성감대에 눈뜨는 장르다. 이들에게는 주먹이 성감대요, 주먹질이 섹스'다.

내가 한국형 느와르 조폭 장르 영화 << 달콤한 인생 >> 이 동성애 코드를 숨기고 있다고 주장했을 때, 그 말을 제대로 듣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최근의 느와르 영화인 << 불한당 >> 과 << 독전 >> 에 흐르는 야리꾸리하고 멜랑꼴리하며 제대로 어쭈구리한 분위기를 경험한 관객들은 내 주장이 꽤나 설득력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간파했을 것이다. 느와르 장르는 밤꽃 향기 작렬하는 다 큰 수컷들의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라캉의 거울단계를 통해서 자아를 인식하고 난 후, 이제 막 남근기에 접어든 얼라들의 판타지'다. 얼라(♂)는..... 고추에 관심이 아주 많답니다아.

그래서 느와르 장르 영화는 유독 자기 모습을 반사하는 거울 이미지에 집착한다. << 달콤한 인생 >> 은 온통 반사되는 것투성이'다. 선우는 밤 유리창 앞에서, 대리석으로 장식한 기둥 앞에서, 바닥에 깔린 반짝거리는 물성 앞에서 항상 자신의 모습을 본다. 그것은 프로이트가 말한 " 근원적 나르시시즘 " 이요, 라캉이 재해석한 " 거울단계 " 이다. 선우는 사방이 거울인 공간에 갇힌 주인공이다. 그들이 반짝거리는 것투성이 앞에서 응시하게 되는 것은 블랙 아르마니 슬림핏 수트 입은 남근이다. 매혹된다. 아따, 좆나 멋져부러.  그렇다면 왜 매혹과 남근은 떼래야 뗄 수 없는 젖은 땔감과 같은 관계일까 ?





아아, 거울 앞에 선 당신


 


                                                                                                 드라큘라는 목이 잘리거나 가슴에 말뚝이 박히지 않는다면 불로불사하는 존재'다. 때가 되면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가진 인간이 보기에 때가 되도 죽지 않는 운명을 가진 드라큘라는 이상한 존재가 아니라 이상적 존재'다. 그가 불로불사하는 데에는 거울에 자기 모습을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드라큘라는 거울 - 이미지가 없다.

그는 단 한번도 자신의 얼굴을 보지 못한 자'다. 혹은 볼 수 없는 자'다.      볼 수 없음, 이 가혹한 맹목이 그에게 영생을 준다. 드라큘라는 눈먼 자'다. 그리스 신화에서 거울 - 이미지는 " 대상과 정면으로 마주할 때 " 발생하게 되는데 < 보는 행위 > 는 상실이나 죽음의 오브제로 작동한다. 주신(酒神)인 디오니소스(바쿠스)는 " 다시 태어난 자 " 라는 뜻이다.  다시 태어났다는 말은 곧 죽은 적이 있다는 의미이다.  디오니소스가 거울에 반영된 자기 모습에 홀려 방심한 사이,  티탄이 그를 갈가리 찢어 죽이게 된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디오니소스는 거울 - 이미지 때문에  죽었다.

디오니소스와 똑같은 운명을 가진 자가 바로 나르키소스와 메두사'다. 나르키소스는 물에 비친 반영을 보다가, 메두사는 페르세우스의 방패에 비친 반영을 보다가 죽는다. 셋은 모두 거울 - 이미지에 반사된 상(象)에 매혹된 자들이다. 그들은 거울을 통해 자신의 정면을 응시한다.  매혹을 뜻하는 fascination이라는 단어는 라틴어 fascinus와 관련이 있는데 fascinus는 발기된 음경'이라는 의미이다.  그들이 거울을 통해 본 것은 모든 성감대로 몰려있는 쾌락-몸'인 성기'다. 소크라테스는 " 너 자신을 알라 " 고 말하지만,  그리스 신화 - 서사'는 " 너 자신을 알면(보면) " 죽는다고 경고한다.

거울 속에 비친 상(象)은 위험한 욕망이다. 라캉은 디오니소스의, 나르키소시의, 메두사의 자기 환시'를 대상 소문자 a 로 해석한다. 인간은 a를 얻기 위해 다가가지만 막상 움켜쥐는 순간 죽음에 이르게 된다.  김지훈 감독이 연출한 << 달콤한 인생, A Bittersweet Life, 2005 >> 은 자신을 정면에서 응시한 자의 몰락을 다룬 영화'다. 조폭 사회는 불알후드(brotherhood)의 세계'다. 그곳은 동성애적 공간이기도 하다. 거칠게 다루는 하드코어 러브인 셈이다.  강 사장(김영철 분)과 선우(이병헌 분)는 유사 부자 관계이며 사제 관계처럼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연인 관계처럼 보이기도 한다( 연인 관계라기보다는 선우가 강 사장을 짝사랑하는 것처럼 보인다. 혹은 어렴풋이 느끼고 있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권력을 향한 " 자리싸움 " 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 사랑싸움 " 인 것이다. 선우가 자신의 동성애를 인식하게 되는 시점은 희수가 방송국에서 첼로를 연주하는 장면에서다. 그는 방송국 녹음실 안에서 유리 부스(booth) 너머 희수가 연주하는 모습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그동안 대상(희수)을 흘깃 곁눈질로 쳐다보기만 했던 그가 희수를 정면에서 오랫동안 응시하는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내가 주목한 부분은 선우와 희수 사이에 놓인 유리라는 " 거울 - 이미지 " 로써의 물성(物性)이다. 이 장면은 선우가 타자를 응시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디오니소스처럼, 나르키소스처럼, 메두사처럼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응시하고 있다. 

선우는 비로소 깨닫는다.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은 희수가 아니라 강 사장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는  자신이 여성성을 가진 " 바텀(bottom) " 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희수는 선우의 욕망이 투사된 거울 - 이미지이다.  바텀인 선우는 희수처럼 탑인 강 사장에게 사랑을 받고 싶은 것이다.  영화 << 달콤한 인생 >> 은 거울(자기 모습을 반사하는 것)에 대한 집착을 보여준다.  호텔 바 내부는 " 거울  이미지 " 로 이루어져 있다.  내부는 온통 반사되는 것투성이'다. 선우는 호텔 바 어디에 서 있어도 반사된 자신을 볼 수 있다. 그는 밤이 스며든 유리창에 비친 자신을 보며 황홀해 한다.

이 자기애'는 영화의 주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가 사랑하는 대상은 여자가 아니라 남자다. 자기애의 본질은 동성애'이니까.  이처럼 이 영화는 자기 반영에 대한 황홀경을 다룬다.  선우가 늦은 밤, 어둠이 깃든 유리 벽을 보며 샤도우 복싱을 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거울을 보는 자,  죽는다.   영화 << 달콤한 인생 >> 은 잘 만든 느와르이면서 동시에 잘 만든 동성애 영화'다 ■

 



영화 << 독전 >> 은 원호(조진웅)와 락(류준열)의 러브라인을 다룬다. 주먹은 거친 사내들의 성감대요, 주먹질은 섹스'다. 오고가는 주먹질에 싹트는 사랑. 이 영화에서 유심히 살펴보아야 하는 대목은 프로덕션 디자인(미술디자인)이다. 이 영화는 << 달콤한 인생 >> 과 마찬가지로 반짝거리는 것투성이로 구성되어 있다. 거울 단계에서 벗어나 남근기에 다다른 주요 관객층을 겨냥한 서비스'다. 사춘기와 거울,  떼래야 뗄 수 없는 젖은 땔감 같은 관계가 아니던가. 이런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은 모두 멋진 갑바'로 관객을 매혹시킨다. 봤냐, 내 갑바 !  영화 << 독전, 2018 >> 은 외양은 훌륭하나 아쉽게도 깊이는 없다.

삐까뻔쩍, 반짝거리기는 하나 깊게 파고드는 통점은 부족하다. 그것은 불알후드의 불꽃 튀는 케미'가 실패한 탓이다. 하지만 어떠랴.  이제 막 남근기에 접어든 얼라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에는 성공한 영화'다. 훌륭한 연기라고는 할 수 없으나 비주얼만큼은 훌륭한 류준열의 날카로운 턱선이 당신의 심장을 베어버리리리. 독전의 영어 제목 << Believer >> 는 마치 << Belover(beloved) >> 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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